'골목식당', 음식 초보 사장님은 어떻게 백종원을 감동시켰나
간만에 보는 따뜻하고 먹먹한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 포항 꿈틀로 골목 수제냉동돈가스집 이야기다. 지난주 첫 출연하면서 이 집은 그 사연만으로도 안타까움을 많이 안겨 주었다. 아버지의 퇴직금으로 동생들이 차린 퓨전주점이 한 달만에 문을 닫았고, 맏딸인 사장님은 그 책임이 자리를 잘못 구해준 자신 탓이라 생각하며 그 자리에 브런치 카페를 열었다. 하지만 그것마저 어려워지자 수제냉동돈가스집을 열었던 것.
하지만 본래 학습지 선생님이었던 사장님이 특출난 요리에 대한 비법 같은 것이 있을 리 없었다. 그 정도로 장사가 안되는 데다 요리 경험도 일천하면 차라리 장사를 접는 편이 나아 보였지만 사장님은 그러지 못했다. 그것은 아버지 퇴직금으로 낸 가게인데다 마침 갑상선암 투병까지 했던 터라 가게를 접는다는 것 자체가 아버지에게 좋지 않을 거라 여겼기 때문이었다. 맏딸로서의 책임감이 막중하게 느껴졌다.
장사는 잘될 리가 없었다. 많이 팔리지 않는 돈가스를 미리 만들어 냉동실에 꺼내 쓰니 맛이 좋을 리 없었고 그건 다시 매출이 떨어지는 악순환을 만들었다. 청귤청에이드를 먹어본 백종원은 차라리 그쪽이 더 나을 듯 싶었지만 어떻게든 음식으로 일어나고픈 사장님은 돈가스를 고집했다. 결국 실험적으로 스텝들에게 30인분 돈가스를 점심에 한꺼번에 해보고 나서 사장님은 드디어 깨달았다. 마음만으로 장사를 할 수는 없다는 걸.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코로나19가 발생하며 솔루션 자체가 몇 개월이고 지체된 상황이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 위기를 기회로 삼은 사장님의 노력은 기적 같은 변화를 만들었다. 전화로 죽을 해보면 어떻겠냐고 묻는 사장님에게 백종원이 "괜찮은 생각"이라고 한 마디 해준 것이 기회의 씨앗이 되었다.
몇 달이 지난 후 위로 차 다시 포항을 방문한 백종원은 이 집의 놀라운 변화에 할 말을 잃어버렸다. 그간 마치 숙제라도 하듯이 레시피를 연구해온 사장님의 노력은 무려 세 권이나 되는 노트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돈가스에서부터 다양한 레시피를 도전해오다 백종원이 얘기한 죽에 꽂혀 다양한 죽을 실험한 끝에 사장님이 개발한 요리는 이른바 '덮죽'이었다. 덮밥 같은 형태지만 죽 위에 덮어 덮죽이란다.
반신반의하며 사장님이 내놓은 덮죽을 본 백종원은 일단 그 먹음직스러운 비주얼에 감탄했다. 그리고 맛 또한 놀라웠다. '덮죽'이라는 이름을 아재개그로 활용해 이거는 "넙죽 넙죽 먹겠는데요?"라고 백종원이 말할 정도였다. 아직까지 자신의 레시피에 대한 확신이 없던 사장님은 백종원 앞에서 긴장하고 있다가 "흠잡을 데가 없다"는 말에 결국 눈물을 흘렸다. 그 몇 달 간 코로나로 인해 손님이 끊긴 가게에서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매일 같은 레시피를 시도하고 그걸 하나하나 노트에 적어놨던 노력의 시간을 인정받은 느낌이었을 게다.
굉장히 도와줘야 할 것이 많을 것이라 생각하고 찾았던 백종원은 스스로 노력해 길을 찾아낸 사장님을 칭찬하며 오히려 도와줄 것이 없어 섭섭한 표정을 지었다. 백종원이 떠난 후 작가들은 사장님에게 다가가 "너무 감동했다"는 말을 건넸다. 혼자 그 많은 노력을 해온 걸 너무나 잘 알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사장님이 이렇게 열심히 한 가장 큰 이유는 아마도 아버지에 대한 맏딸로서의 부채감 같은 것 때문이 아니었을까. 아마도 아버지가 방송을 봤다면 맏딸의 그런 노력에 감복할 수밖에 없었을 게다. 그것만으로도 이미 아버지는 마음이 흡족하실 듯. 백종원도 시청자도 그러했듯이.(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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