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정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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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훌륭' 강형욱, 이젠 고민견 보호자에 대한 배려도 빛난다

D.H.Jung 2020. 8. 23.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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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훌륭', 일반인 출연자들을 위한 배려 왜 중요한가

 

KBS <개는 훌륭하다>에 소녀시대 효연과 함께 깜짝 등장한 손님(?)이 있어 주목을 끌었다. 지난 번 방송에 소개되고 꽤 시끄러운 논란까지 나오게 됐던 보더콜리 담비가 그 주인공이다. 같이 지내는 보더콜리 코비의 괴롭힘을 당하던 담비는 결국 강형욱이 무릎까지 꿇으며 요구한대로 좀 더 사랑받을 수 있는 곳을 찾기로 결정했다.

 

교육센터의 터줏대감이 됐다는 담비는 척 보기에도 밝아져 있었다. 활발하게 뛰어다니고 장난기까지 보이는 개구쟁이의 모습이 묻어났다. 아마도 시청자들로서는 흐뭇한 광경일 수밖에 없지만, 당시 소개됐을 때만 해도 보호자에 대한 비판 여론이 쏟아져 나오기도 했었다. 애정 때문에 다른 곳에 보낼 수 없다고 한 것이지만 담비가 그 고통을 겪고 있는 것이 보호자의 잘못이라 비춰졌기 때문이다.

 

강형욱은 물론이고 <개는 훌륭하다> 제작진은 아마도 이런 논란에 당황했을 것으로 보인다. 고민견이 보이는 대부분의 문제들은 사실상 보호자들의 잘못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은 건 사실이지만 이 정도의 파장이 일어날 거라고는 상상할 수 없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그 후로 방송은 보호자를 배려하는 편집이나 자막들이 자주 눈에 띤다.

 

강형욱 또한 보호자의 문제를 강하게 지적하기보다는 그 입장을 이해한다는 전제하에 문제의 원인을 이야기하는 방식으로 조금 바뀌었다. 이번에 '이중견(犬)격'을 가진 고민견 푸들 뽀리에 솔루션을 제공하는 과정에서도 강형욱의 엄마 보호자에 대한 배려가 남다르게 보였다. 낯선 사람들 앞에서는 더할 나위 없이 착하디착하지만 보호자들에게는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뽀리는 '지나친 애정'이 그 원인이었다.

 

엄마 보호자는 뽀리의 '종'을 자처할 정도로 뭐든 해주려 했고, 그저 목줄을 한 채 가만히 앉아 있는 것만 보고도 울컥하는 감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훈련이라는 것 자체를 별로 받아보지 않은 뽀리는 결국 엄마 보호자를 '동료' 정도로 생각했고 그래서 목줄을 매거나 할 때 물어서 철심을 박아 넣을 정도로 심한 상처를 입기도 했다. 또 물건에 대한 강한 집착을 보이기도 했다.

 

강형욱은 차근차근 뽀리가 그렇게 된 이유들을 뽀리가 보이는 행동들을 해석하며 설명했고 엄마 보호자가 그걸 체득할 수 있도록 뽀리를 거부하는 행동으로 '애정 줄이기'에 들어갔다. 또 하루 두 끼를 챙겨 먹여 비만이 된 뽀리의 식사량을 왜 줄여야 하는지도 설득했다. 비만이 뽀리를 결국은 힘들게 만들고 있다는 것.

 

엄마 보호자는 강형욱이 시키는 대로 앉았다 일어났다를 반복하며 뽀리를 훈련시켰고, 뽀리는 놀라울 정도로 달라진 모습을 보여줬다. 줄을 맬 때마다 으르렁대고 심지어 물던 모습도 조금씩 사그라졌다. 엄마 보호자를 주보호자라 느끼기 시작한 것이다. 그런 엄마 보호자의 노력에 강형욱은 "훌륭해요", "잘 하셨어요"를 연발했고, 프로그램도 '어머니는 훌륭하다'라는 자막을 더해주기도 했다.

 

사실 <개는 훌륭하다>처럼 일반인 출연자들에게 어떤 솔루션을 제공하는 프로그램들은 그 어떤 프로그램들보다 배려가 필요하다. 그것은 솔루션이라는 것 자체가 일반인 출연자들의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제사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문제가 배려 없이 자극적으로만 노출되면 자칫 그 출연자를 매도하는 결과가 생길 수도 있다.

 

필자 역시 별 생각 없이 쓰곤 했던 '문제견'이라는 지칭도 그래서 '고민견'으로 바꾸는 편이 훨씬 낫다고 여겨진다. 문제가 있다는 식으로 비춰지기보다는 고민이 된다는 식으로 표현되는 게 훨씬 부드러운 면이 있어서다. 이런 관점에서 <개는 훌륭하다>와 강형욱이 이제 솔루션만큼 고민견 보호자들을 배려하려는 노력을 보이고 있다는 건 그래서 주목할만한 일이다.(사진:K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