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옛글들/명랑TV

'유퀴즈', 물불 가리지 않는 쓸쓸한 슈퍼맨들을 위한 헌사

728x90

'유퀴즈'가 담은 우리 시대의 진짜 영웅, 소방관들

 

"제가 슈퍼맨이었으면 살릴 수 있겠죠. 그런 거에서 약간 미안한 마음도 있어요. 혹시라도 내가 지금 남들보다 빨리 가긴 했는데 이거보다 1분이든 5분이든 더 빨리 갔었으면 살릴 수 있었을까..." tvN 예능 <유퀴즈 온 더 블럭>이 마련한 소방관 특집에 출연한 김진선 소방관은 자신의 노력이나 고생보다 혹여나 자신이 더 빨리 갔으면 살릴 수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데 대한 미안한 마음을 전했다.

 

무려 15kg에 달하는 배낭을 매고 보통 사람들이 두 시간 걸릴 거리를 40분만에 거의 뛰다시피 올라간다는 119 산악구조대. 김진선 소방관은 '산신령'이라는 말이 그저 허명이 아닌 분이었다. 매일 같이 산을 오르며 구조를 하고 또 체력을 키워놓는다는 그에게서 혹여나 산에서 사고를 당해 구조를 원하는 분들을 위한 마음이 묻어났다. 무려 100킬로에 가까운 거구를 어쩔 도리가 없어 혼자 들쳐 업고 세 시간에 걸쳐 내려오기도 했었다는 그는 이미 슈퍼맨이었다.

 

2019년 최악의 산불을 진압하는데 투입되었던 박치우 소방관은 당시 상황을 '지옥불'이 있다면 이럴 것이라는 말로 그 참혹함을 전했다. 바람이 너무 강해 진화가 아닌 방어에 필사적이었다는 대원들은 불이 도시가스와 LPG충전소에 번지지 않게 하기 위해 사투를 벌였다고 한다. 도저히 잡히지 않을 것 같은 화마 속에서도 박치우 소방관이 희망을 갖게 된 건 전국에서 몰려온 소방차들의 행렬을 본 순간이었다고 한다. 소방차 867대에 소방헬기 7대 그리고 소방대원 3251명이 투입되었고 13시간 만에 큰불은 모두 진화됐다.

 

항상 더 많은 사람을 구하고픈 마음이라는 그는 자신이 소방공무원으로서 남을 위해 나를 희생할 수 있을까를 걱정했지만 그 마음이 생기고 점점 커져가더라고 했다. "현장에 가면 불이 막 타오르고 있는데 저기 안에 사람이 있다고 하면 마치 제가 슈퍼맨이 된 것 같은 느낌이 들더라고요." 소방관을 한 마디로 뭐라 정의할 수 있겠냐는 유재석의 질문에 그는 "쓸쓸한 슈퍼맨"이라고 했다. 현장에서는 모두가 슈퍼맨이 되지만, 어떤 현장도 돌아가신 분을 안볼 수는 없다고 그는 말했다. 심지어 동료의 죽음 또한.

 

2003년 대구 지하철 화재 당시 가장 먼저 현장에 뛰어 들어갔다는 김명배 소방관이 거의 습관처럼 한 말은 "머뭇거려서는 안 되는 일"이라는 말이었다. 불이 무섭지만 동료와 수관이 있어 어디든 먼저 뛰어 들어간다는 그는 "머뭇거려선 게임이 승부가 안난다"고 했다. 위험하고 그래서 조심하라는 이야기를 가족들에게 듣지만 현장은 희생한다는 마음이 없으면 불과의 싸움은 이길 수 없다는 거였다.

 

그와 함께 일하는 동료 소방관들도 그가 항상 맨 앞에 서서 먼저 뛰어 들어간다고 말했다. "현장 나가시면 젊은 대원들보다 더 적극적이시고 안전이 확보되었을 때 진입을 해라. 그렇게 늘 말씀하시는데 당신은 물불 안 가리시고 막 들어가시니까 되게 걱정스럽습니다." "한 마디로 말해서 물불 안 가리시는 선배님이십니다. 저도 특히 지하층 화재 현장을 새벽에 들어갈 때는 항상 들어가기 전에 멈칫 하거든요. 선배님은 멈칫하는 것 없이 들어가는 동시에 상황 판단하시고 그러면 저희는 뒤따라서 들어가고..." 동료들의 말에는 김명배 소방관에 대한 존경이 가득 담겨 있었다.

 

슈퍼맨이라면 구할 수 있지 않았을까 미안해하고 활활 타오르는 지옥불 속으로 뛰어들고 머뭇거리는 일 없이 맨 앞에서 솔선수범하는 소방관들. 그들은 이미 슈퍼맨이었다. 그 위급한 상황 속에서 간절한 구조를 원하는 이들에게 그렇게 기꺼이 헌신한다는 것만으로도.(사진:tv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