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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윤정, 언제나 털털하고 풋풋한 신인의 마음으로이주의 인물 2025. 5. 19. 13:32728x90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생활’의 성장캐 신인 고윤정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생활 “죄송합니다.” tvN 토일드라마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생활(이하 언슬전)’에서 고윤정이 맡은 주인공 오이영은 이 말을 입에 달고 다닌다. 그도 그럴 것이 오이영은 산부인과 전공의 1년차. 병원에서 병아리 중의 병아리다. 책으로 배우긴 배웠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기억이 가물가물하고, 경험해본 게 없어 실수 투성이다. 그래서 선배들과 의사선생님들에게 하는 일마다 꾸중을 듣기 일쑤고, 그 때마다 “죄송합니다”가 입에 붙었다.
게다가 오이영은 이 전공의 과정 재수생이다. 본래 개원해 독립시켜준다던 아빠 말에 의대, 인턴 기간을 버텼지만 사업이 망해 병원을 떠났다가 4천여만원의 빚을 갚기 위해 병원으로 컴백했다. 산부인과 의사의 길에 그만한 의지나 꿈을 가진 게 아니어서 언제든 빚만 갚으면 떠날 것처럼 보이던 인물이다. 그런데 위급한 환자를 외면하지 못하고 무엇보다 제 손으로 받은 아기를 보면서 서서히 그 길에 보람을 느끼게 된다. “죄송합니다”를 입에 달고 살고 그 길에 별 뜻도 없어 그만한 기대도 별로 없던 인물인지라, 작은 성취가 만들어내는 보람은 더 크게 느껴진다. 그런 경험들이 차곡차곡 쌓여 오이영이라는 새내기는 조금씩 성장해간다.
tvN ‘유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한 고윤정은 바로 이 ‘언슬전’의 오이영이란 인물에 대해 지금의 자신 같다고 말했다. 그녀 역시 촬영할 때 가장 많이 하는 말이 “죄송합니다. 다시 한 번만 할게요. 감사합니다. 고생하셨습니다.”라는 것이다. 이제 배우를 시작한 지 6년차. 어찌 보면 조금은 알 것도 같지만 여전히 잘은 모르는 그 정도의 위치에 서 있을 법한 연차다. 바로 전공의 1년차 오이영이 서 있는 위치처럼. 그래서 아직은 여전히 낯선 역할이 쉽지만은 않지만, 조금씩 재미를 느끼고 있다고 그녀는 인터뷰를 통해 말했다.
고윤정은 2019년 ‘사이코메트리 그녀석’으로 배우 데뷔를 해 넷플릭스 시리즈 ‘보건교사 안은영’, ‘스위트홈’으로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했다. 이후 ‘로스쿨’에서는 의상학과 출신 로스쿨생 역할을 소화했고, ‘환혼’에서는 낙수와 진부연이라는 두 인물을 오가는 1인2역으로 액션부터 멜로까지 도드라지는 연기를 보여준 바 있다. 하지만 고윤정이 마치 제 옷 같은 역할을 맡아 대중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긴 건 디즈니+ 드라마 ‘무빙’을 통해서였다. 무한재생 능력을 가진 체대 입시생 초능력자 장희수 역할로 그녀는 웹툰 원작에서 튀어나온듯한 싱크로율의 외모에 풋풋한 청춘 멜로 그리고 절절한 액션까지 보여줌으로써 떠오르는 신예로 주목받았다. 이후 티빙 오리지널 드라마 ‘이재, 곧 죽습니다’의 멜로 연기를 거쳐 ‘언슬전’의 주인공 역할로 돌아오게 됐다.
배우는 같은 역할을 해도 자신이 가진 고유의 색깔을 더해 넣을 때 빛난다고 하던가. 고윤정의 특별한 색깔은 특유의 털털함이다. ‘환혼’에서 아예 ‘절세미녀’라는 캐릭터를 무리 없이 소화할 정도로 누구나 인정할 수밖에 없는 미모의 소유자지만, 고윤정은 예상외로 시원시원하고 털털한 성격을 가진 배우다. 특히 의외의 중저음 허스키 보이스는 배우로서의 신뢰감을 주는 매력을 지녔다. 그 반전의 목소리는 자신의 연기를 외모가 아닌 진짜 연기 그 자체로 보게 만드는 힘을 발휘한다.
고윤정의 털털함은 <유퀴즈 온 더 블럭>에서 그녀가 연기에 데뷔하게 됐던 일화에서도 고스란히 묻어난다. 별 생각없이 대학 잡지 표지 화보를 찍게 됐었는데, 그걸 보고 여기 저기서 캐스팅 제의와 왔었다고 한다. 하지만 본래 미술전공이라 생각해본 적이 없어 모두 거절했던 고윤정에게 지금의 회사 대표가 “안해보고 왜 못한다고 하냐”며 “일단 해보고 정 아니면 하지 마라”고 했단다. 그 말에 고윤정은 곧바로 “그러네?”하고 납득한 후 휴학을 하고 연기 공부를 했다는 거였다. 그녀의 시원시원한 성격이 잘 묻어나는 이야기다.
고윤정의 이런 털털한 면모와 긍정적인 에너지는 그녀가 맡은 작품들 속에서도 은연 중에 캐릭터에 묻어난다. ‘무빙’에서 아버지에 대한 남다른 애정과 친구 봉석이를 응원하는 장희수라는 캐릭터가 더욱 빛날 수 있었던 건 고윤정 특유의 밝은 에너지가 더해졌기 때문이다. 평소 무심한 듯 보이지만 그 무표정 뒤에 숨겨져 있던 따뜻한 마음이 드러날 때 그 밝은 에너지는 더 밝게 보인다.
이런 그녀가 가진 매력이 인물 그대로 나타난 듯 보이는 작품이 바로 ‘언슬전’이다. ‘언슬전’의 오이영은 “죄송합니다”를 연발하지만 그렇다고 결코 주눅드는 새내기가 아니다. 산과 펠로우 2년차인 명은원(김혜인)이 자신이 좋아하는 구도원(정준원)에게 논문 쓰는 일로 갑질을 하고도 사과를 하지 않자 대놓고 그걸 콕 집어 사과하라 말하는 똑부러지는 새내기다. 게다가 좋아하는 마음을 먼저 드러내고 거리에서 안고 있는 연인을 보면서 자신도 “안고 싶다”고 솔직하게 말하는 ‘MZ세대’의 면모가 묻어난다. 또 동기인 김사비(한예지)가 질투를 해 선생님이 남긴 메모를 슬쩍 바닥에 버리는 걸 보고도 그걸 털털하게 이해해주는 그런 인물이기도 하다. 그러면서 선생님들이 모두 응급 수술에 들어가 자리가 비자, 당장 수술이 필요한 환자의 배를 메스로 가르는 과감함도 보여준다. 새내기인지라 모든 게 어설프고 그래서 실수 연발이지만 결코 주눅들지 않고 털털하게 웃으며 나가는 오이영처럼, 고윤정 역시 배우라는 새로운 도전에서 낯설어도 꿎꿎히 나가는 모습이 엿보인다.
‘유퀴즈 온 더 블럭’에서 유재석이 뭘 할 때 가장 행복하냐는 질문에 고윤정은 “퇴근할 때”라고 해맑게 말했다. 그 말에 유재석은 빵 터졌지만, 거기에 고윤정은 전제를 붙였다. “열심히 일을 하고” 퇴근할 때라는 것. 그 누구도 새내기 아닌 적이 있으랴. 그 시간들을 거쳐 능숙한 베테랑이 되는 것이니 말이다. 힘든 하루지만 그것을 ‘퇴근의 행복’으로 바꾸는 긍정적인 마음이야말로 새내기들이 포기하지 않고 성장할 수 있는 힘이 아닐까. 고윤정이 걸어온 길처럼. (글:국방일보,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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