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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경스럽다”, 기안84여서 가능했을 셰르파 체험의 뭉클함이주의 방송 2025. 5. 22. 09:01728x90
‘태계일주4’, 기안84가 18살 셰르파에게 감동한 까닭
태계일주4 “너네 존경스럽다. 존경스러워.” MBC 예능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4(이하 태계일주4)>에서 기안84는 네팔의 젊은 셰르파들에게 진심어린 존경의 마음을 표했다. 30킬로에 달하는 짐을 이마에 메고 가파란 산길을 오르내리는 일을 하는 아이들. 이제 겨우 스무살, 열여덟살인 라이와 타망은 그 길을 하루에도 서너 번 정도 왔다갔다 한다고 했다.
에베레스트 시작점인 마을 루클라의 한 식당에서 소년 셰르파들을 만난 기안84는 그들과 함께 짐 나르는 걸 해도 되겠냐고 물었고, 결국 고행 길을 자청하게 됐다. 머리 끈에 의지해서 30킬로 무게의 짐을 짊어지고 오르는 산길. 기안84는 중심조차 잡기 힘든 그 일을 이 어린 소년들은 묵묵히 별 힘든 내색도 없이 하고 있었다.
배달 1회에 버는 돈은 1500루피. 한화로 1만5천원 정도다. 그런데 식당에서의 한끼 식사가 500루피 정도 한단다. “밥 먹고 나면 돈이 안남잖아.” 기안84가 그렇게 말하자 소년은 “그래도 배는 불러요.”라고 말했다. 이들의 삶이 그토록 힘겨운 일을 하면서도 얼마나 소박한지를 잘 말해주는 장면이다. 돈 많이 벌면 하고 싶은 일이 “부모님 즐겁게 해드리고 행복하게 사는 것”이라는 소년들이다.
<태계일주4>는 그 시작을 뭉클한 감동의 이야기로 열었다. 지금껏 <태계일주>가 기안84 특유의 날것의 웃음과 재미를 먼저 보여줬던 것과는 다른 시작이다. 하지만 이번 여행지가 ‘차마고도’라는 극한의 오지라는 점과, <태계일주>는 주마간상식의 여행이 아니라 그들 삶 깊숙이 들어가는 여행이라는 점은 왜 이런 시작을 했는가를 공감하게 한다. 먼저 그들의 진짜 삶을 보여주는 것이 일종의 예의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태계일주4>의 첫 회는 현지에서의 우연한 만남과 그들과 나누는 정으로 겉으로는 기안84 특유의 유쾌함이 가득 했지만 보는 내내 먹먹함이 있었다. 순박하고 밝은 표정의 소년 셰르파들의 얼굴을 보는 것만으로도 먹먹해졌다. 12살, 13살부터 시작했다는 그 일이 그들이 감당하기에는 너무나 무거운 삶의 무게처럼 다가왔기 때문이다.
“풍경이 아름답잖아요. 히말라야 산도 그렇고. 들기 전엔 몰랐는데 막상 하니까 땅만 보고 가는 거야 내가.” 기안84는 일일 셰르파 체험을 온몸으로 한 소회를 그렇게 전했다. 짐을 잔뜩 짊어지고 오르면서 기안84는 소년들에게 이걸 하니 하늘을 못보는게 아쉽다고 말한 바 있다. “그냥 앞만 보고 걸어가야 되고, 걸어간 걸로 돈 벌어서 그걸로 가족들 먹고 살고..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느낌인데 당장 앞만 보고 가는 삶이 셰르파의 삶이 아닌가 싶습니다.”
여행을 떠나는 데는 여러 가지 목적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어쩐지 요즘의 여행이란 즐거움과 재미로만 가득 채워지는 느낌이다. 여행을 소재로 하는 프로그램들도 대부분 어떻게 하면 재밌을까만 고민하는 경향이지 않은가. 그러다보면 정작 현지가 소외되는 일이 생긴다. 그 곳에 사는 사람들의 삶이 그저 재미를 위한 배경으로 치부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기안84가 먼저 네팔의 셰르파들의 삶을 비록 하루지만 직접 경험해 전해주면서 이 여행의 문을 연 건 <태계일주4>의 진정성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어쩐지 그래서 <태계일주4> 첫 회의 주인공은 기안84가 아닌 저 소년 셰르파들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앞으로 펼쳐질 4인방이 뭉쳐 떠나는 차마고도의 여행은 즐거움과 재미도 가득할 테지만, 이러한 진심을 잃지 않는 태도가 이 여행에 기꺼이 동승하고픈 마음을 불러 일으킨다. 기안84의 <태계일주>가 각별한 여행 예능으로 다가오는 근본적인 이유다.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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