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단한데 상상 이상, ‘집밥 백선생’ 매력의 원천

국을 하나 끓이려면 먼저 육수를 내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게 마련이다. 그래서 요리초보자들은 선뜻 용기를 내기가 쉽지 않은 게 국을 끓이는 일이다. <집밥 백선생3>가 신혼부부들을 초대해 만든 집밥 콘서트에서 첫 레시피로 내놓은 게 간편한 무새우젓국과 감자새우젓국인 건 그런 부담감을 없애주기 위함이다. 육수를 내기 위한 별다른 재료 없이 무와 새우젓, 감자와 새우젓만으로도 충분히 맛이 나는 국이 가능하다는 걸 백종원은 보여줬다. 

무와 감자를 일단 들기름에 볶아준 후 새우젓을 넣어 그 짭쪼름한 맛을 더해주고 물을 부은 후 액젓, 간장으로 간을 해 내놓는 초간단 레시피였지만 이를 먹어본 신혼부부들은 놀라는 얼굴이었다. “멸치 조미료를 넣은 줄 알았다”는 반응까지 나올 정도로. 그러니 이 한 장면으로 많은 요리초보자들은 국을 만들 때의 그 부담감을 단번에 덜어낼 수 있을 게다. 국 끓이는 일이 이렇게 쉬웠어?

집밥 콘서트에서 내놓은 레시피들은 파격의 연속이었다. 전기밥솥에 불린 쌀과 갖가지 재료들과 소스까지 한꺼번에 넣고 ‘취사’ 버튼을 누르는 것만으로 뚝딱 오므라이스와 취나물밥을 만들었던 것. 흔히 전기밥솥은 밥을 하는 것으로만 생각하기 마련이고, 오므라이스 같은 요리는 갖가지 재료들을 볶고 비벼 겨우 완성하는 것으로 생각하기 마련이지만, 그걸 한 방에 해결해버린다는 건 우리가 갖고 있는 요리에 대한 상식을 깨버렸다. 

물론 이런 요리 레시피가 어려운 건 아니다. 하지만 <집밥 백선생>은 잘 알고 있다. 요리는 레시피가 어려워서 안하는 게 아니라 시간이 없거나 마음의 여유가 없는 그런 상황들 때문에 못하는 것이라는 걸. 그래서 백종원은 자주 요리 레시피를 선보이면서 특별한 상황을 거기에 부여하곤 한다. 맞벌이 부부가 아침을 챙겨먹기가 쉽지 않은 상황을 상기해보면, 밤에 잠들기 전 전기밥솥에 재료들을 넣고 예약 취소 버튼을 눌러놓는 것만으로 아침에 오므라이스를 챙겨먹을 수 있다는 그 상황은 요리 욕구를 확 올려주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게다가 좀 더 고급스런 버전으로 오므라이스에 계란을 입히는 장면도 놀라운 파격을 보여줬다. 먼저 계란을 얇게 펴서 익힌 후 그 위에 밥그릇에 담은 오므라이스를 얹고 마치 보쌈을 싸듯 계란으로 오므라이스를 싸서 접시에 뒤집어 놓는 방법을 쓴 것. 모양이 잘 나오지 않을 수 있다며 키친 타올로 덮어 손으로 모양을 잡아주는 팁에는 제자들도 감탄을 금치 못했다. 뚝딱 만들어진 오므라이스의 비주얼이 음식점의 그것과 그리 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다음 집밥 콘서트가 보여준 레시피는 김치볶음밥보다 더 쉬운 김치리조토. 김치볶음밥을 똑같이 하다가 물 2컵을 넣고 버터 치즈 소금을 첨가하는 것만으로 김치볶음밥과는 또 다른 리조트를 즐길 수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 레시피 역시 상식을 깨는 레시피였다. 볶던 밥에 물을 붓는다는 걸 그 누가 생각할 수 있었겠나.

집밥 콘서트는 <집밥 백선생>이 가진 매력이 바로 이 ‘간단한데 상상 이상’이라는 ‘가성비’에 있다는 걸 보여줬다. 또한 그걸 구현해내기 위해 기존 레시피가 아닌 기상천외한 상식 파괴의 시도를 보여준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요리 그 자체보다 요리를 하게 만드는 그 간편하면서도 효과 있는 레시피. 바쁘게 살아가는 일상 속에서도 집밥을 챙겨먹고 싶은 이들이라면 매료될 수밖에 없지 않을까.(사진:tvN)

방탄소년단에 이르러 기어이 K팝의 매력이 드러났다

지난 19일 아메리칸 뮤직 어워즈(AMAs)에 방탄소년단이 소개되자 객석에서는 환호소리가 터져 나왔다. 다른 곳도 아니고 미국의 대표적인 음악 시상식에서 방탄소년단은 ‘DNA’ 무대를 선보였다. 객석 가득히 채운 팬클럽은 익숙한 듯 한국어 가사를 따라 하기도 했고 우리 식의 떼창을 중간 중간 채워 넣기도 했다. 순간 그 시상식이 우리가 알고 있는 아메리칸 뮤직 어워즈가 맞나 싶었다. 세계적인 팝 가수 숀 멘데스 같은 아티스트가 그 무대를 핸드폰으로 찍고 있다니...

사실 방탄소년단의 이런 해외의 성과가 입덕한 팬들이나 대중문화 관련 종사자들이 아니라면 갑작스러운 느낌이 있을 게다. 하지만 방탄소년단의 이런 성과는 단번에 이뤄진 게 아니다. 애초부터 해외 활동을 먼저 시작한 방탄소년단은 앨범은 물론이고 뮤직비디오 그리고 일상적인 짤방 등을 통해 SNS로 전 세계의 팬들의 마음을 조금씩 사로잡고 있었다. 

물론 이런 흐름은 이미 싸이가 ‘강남스타일’로 그려내 보여준 바 있다. SNS라는 글로벌 네트워크가 이미 존재하고 있고, 그래서 그 위에 제대로 된 콘텐츠가 얹어졌을 때 그 반향은 언어와 국적을 훌쩍 뛰어넘을 수 있으며 심지어 팝의 본고장이라고 부르는 미국도 예외는 아니라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 미국의 팝 시장은 인도, 남미 같은 신흥지역에서 들어온 아티스트들이 점점 늘고 있는 추세다. 그만큼 글로벌 트렌드가 즉각적으로 반영되고 있다는 방증이다. 

그렇다면 방탄소년단만의 무기는 무엇이었을까. 싸이의 ‘강남스타일’은 코믹한 뮤직비디오와 춤 그리고 보편적으로 사랑받는 EDM 트렌드가 결합되어 만들어낸 사건이었다면, 방탄소년단은 좀더 K팝 아이돌의 본류에 해당하는 매력들을 최고점으로 끌어올려 만들어낸 반향이라고 보인다. 그 첫 번째 무기로 지목되는 건 다름 아닌 K팝 아이돌의 가장 큰 특장점으로 지목되는 군무였으니 말이다. 

인터넷에 올라온 방탄소년단의 군무를 한번쯤 본 사람들은 말한다. K팝 아이돌들이 늘상 보이던 그런 식상한 군무와는 다른 창의적인 안무가 더해진 이들의 군무는 ‘소름 돋는 칼군무’가 무엇인가를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고. 마치 하나의 유기체처럼 척척 맞아 돌아가는 이들의 군무는 외국인 팬들이 이들을 찬탄하게 만드는 가장 큰 무기 중 하나였다. 

두 번째 무기는 실제 라이브 무대에서 이런 격정적인 춤을 추면서도 직접 노래를 부른다는 사실이다. 춤과 노래가 K팝 아이돌의 유전자라고 해도 이를 실제로 무대에서 실연해 보여주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유튜브 등을 통해 올라온 방탄소년단의 라이브 무대를 보면 마치 기계처럼 돌아가는 그 독보적인 춤 위에서도 흘러나오는 노래를 관객들이 떼창으로 받아주는 장면을 확인할 수 있다. 

세 번째 무기는 역시 K팝 아이돌들이 가진 외모가 주는 매력이다. 외국 팬들은 방탄소년단의 뮤직비디오에 등장하는 이들의 얼굴을 보며 ‘아름답다’고 말한다. 그것은 단지 잘생겼다는 그런 뜻이라기보다는 젊음과 자신감, 개성 같은 것들이 그들의 춤과 노래와 엮어지며 만들어낸 외적 이미지의 아름다움을 말하는 것일 게다. 

싸이와는 또 다른 방탄소년단이 미국에서 만들어내고 있는 열풍이 특별한 의미를 갖는 건 그것이 우리에게 오래도록 추구되어 왔지만 해외 팬들에게 보편적으로 알려지지 않았던 K팝 아이돌의 매력을 전파하고 있다는 점이다. EDM과 힙합이 섞여진 전 세계적인 음악적 트렌드 위에 사랑 타령을 넘어서는 비판적인 가사가 얹어져 있고, 거기에 K팝 아이돌의 가장 큰 매력으로 지목되는 칼군무와 외적인 스타일이 더해져 있다. 어찌 보면 방탄소년단에 열광하는 외국 팬들로 인해 다시금 K팝 아이돌이 가진 매력을 새삼 발견하고 있는 느낌이다.(사진: AMA,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정현종에 이은 도리스 레싱, ‘이번 생은’이 품은 문학들

드라마에 문학이 더해지자 그 울림이 커진다. tvN 월화드라마 <이번 생은 처음이라>는 정현종 시인의 ‘방문객’이라는 시를 인용해 남세희(이민기)와 윤지호(정소민)의 관계가 어떻게 진전되는가를 보여준 바 있다.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라는 시구가 어쩌다 계약 결혼을 하고 한 집에서 살게 된 두 사람의 우연적 만남이 사실은 운명적인 만남이었다는 걸 암시해줬던 것. 

그리고 이번엔 노벨문학상 수상작가인 도리스 레싱의 <19호실로 가다>가 드라마에 울림을 더했다. 윤지호가 20대에 읽고 이해하기 어려웠던 그 소설 속에서는 자신만의 공간을 찾기 위해 결국 모텔을 찾게 된 주인공이 그게 들키자 바람을 피웠다고 거짓말을 한다는 줄거리를 갖고 있다. <이번 생은 처음이라>가 처음부터 현실적인 문제로 내세웠던 집, 즉 ‘자기만의 공간’에 대한 생각을 이만큼 환기시켜주는 작품도 없다. 

<이번 생은 처음이라>는 ‘당신의 방은 처음이라’라는 부제를 갖고 저마다 가진 19호실에 대한 이야기를 건넨다. 남세희와 윤지호는 같은 집에 살지만 서로의 19호실을 지켜주며 살아간다. 그것은 계약결혼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함께 지내는 것과 혼자 사는 것 사이에서 두 사람이 갖고 있는 양가적 감정 때문이기도 하다. 남세희와 윤지호는 처음으로 같은 방에서 함께 잠을 청하고 그것이 그토록 아름답게 느껴지지만 또한 자신만의 19호실을 버릴 수가 없다. 

마침 윤지호에게 드라마 작업을 같이 하자는 제작사의 제안이 오자 그는 더 이상은 글을 쓰지 않는다며 그 이유로 “결혼을 했다”고 말한다. 하지만 윤지호는 이내 느끼게 된다. 그렇게 결혼 핑계를 대는 것이 자신 안에 있는 19호실을 부인하고 안주하려는 것이라는 걸. 남세희는 결혼이 윤지호의 걸림돌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한다. 결혼을 했지만 그의 19호실을 지켜주고 싶은 것이다. 

걸크러시의 면면을 보여주며 살아가는 듯 보였던 우수지(이솜) 역시 자신만의 19호실을 갖고 있다. 그것은 불편한 몸으로 억척스레 일을 해 자식을 잘 키워낸 엄마라는 존재다. 그가 결혼을 부인하는 가장 큰 이유는 몸이 불편한 엄마와 함께 살기 위해서다. 그는 바로 이 사적 비밀을 담은 자신만의 19호실에 그 누구도 발을 들이지 못하게 한다. 

하지만 우연한 기회에 그의 19호실을 보게 된 남자친구 마상구(박병은)는 그 방으로 들어와 그의 엄마와 인사를 한다. 우수지는 숨기고픈 사적 비밀을 들킨 일로 화를 내지만 마상구는 그를 위로해주며 오히려 그 현실을 피해 19호실을 숨기려 하지 말고 세상과 당당히 맞서라고 해준다. 자신이 항상 옆에 있어주겠다며. 

오랫동안 함께 같은 집에서 살아온 양호랑(김가은)과 심원석(김민석)은 이별을 준비한다. 결혼을 요구하는 양호랑과 그래서 노력을 해봤지만 서로의 불행만을 확인하게 된 심원석은 어찌 보면 같이 살고 있으면서도 저마다의 19호실에서 살고 있었다는 걸 알게 된다. 심원석의 이야기에서 남세희가 항상 주어가 자신이라는 걸 알려주자, 심원석은 비로소 깨닫는다. 양호랑의 19호실을 지켜주기 위해서라도 헤어져야 한다는 걸. 

결혼이라는 것은 결국 그 19호실을 여는 것이면서 동시에 또 다른 19호실을 만드는 과정이 아닐까. 남세희의 19호실은 과거 첫 사랑에 대한 아픈 기억이다. 그는 그 곳으로부터 나오고 있는 중이지만 우연히 윤지호의 제작사 대표가 된 그와 다시 마주하게 된다. 남세희의 19호실에는 이제 첫 사랑도 있지만 윤지호도 새로 들어와 있는 셈이다. 그는 과연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이번 생은 처음이라>는 그 시작을 집을 가졌지만 하우스푸어인 남자와 홈리스인 여자가 동거하게 되는 이야기로 열었다. 현실적인 문제를 담아낸 블랙코미디에 멜로드라마가 섞인 형태였던 것. 하지만 이 드라마는 어느새 집이라는 공간이 갖는 깊은 의미를 말하기 시작했다. 공간과 관계에 대한 이야기가 이토록 깊어질 수 있었던 건 아마도 이 드라마가 인용하고 있는 문학적 감성들이 더해져서가 아닐까. 삶에 대한 통찰까지 엿보이는 이런 로맨틱 코미디는 정말 최근 들어 처음이다.

‘전체관람가’, 짧지만 긴 여운 전도연의 ‘보금자리’

단편이지만 그 여운은 장편 못지않다. JTBC <전체관람가>에서 다섯 번째 주자로 나선 임필성 감독의 단편영화 <보금자리>가 만들어낸 소름은 그것이 너무나 일상적이어서 더 강한 임팩트로 남았다. 그간 <전체관람가>가 보여준 여러 감독들의 작품들이 저마다 단편의 묘미를 살렸지만, <보금자리>가 좀 더 특별하게 다가온 건 그 스릴러 장르에 얹어진 만만찮은 현실인식이 느껴져서다. 

제목에서 묻어나듯 <보금자리>는 집에 대한 이야기다. 누구나 갖고 싶지만 쉽게 가져질 수 없는 게 되어버린 집. 그래서 세 자녀를 가지면 혜택이 주어지는 ‘보금자리 주택’을 위해 이 집은 아이를 입양한다. 물론 진짜 자녀로 받아들이기 위해서가 아니라 주택에 당첨되기 위해서다. 당첨이 되고나면 파양시킬 목적으로.

그렇게 이렇게 들어온 아이가 보통내기가 아니다. 윤종신이 시사 후 자신의 감상을 얘기했듯, 한번쯤 이런 경험을 똑같이 해본 아이의 모습이 거기서 묻어난다. 너무나 익숙하게 그 상황을 받아들이고 천연덕스럽게 남의 집에서 자기 집처럼 TV를 보며 잡채밥을 입에 우겨넣는 아이의 모습은 그 상처와 분노 같은 것들이 뒤섞여 섬뜩한 느낌마저 준다. 

임필성 감독은 그러나 시점을 아이에 맞추지 않고 이 아이를 입양한 엄마(전도연)에게 맞춘다. 그래야 아이의 위협적인 행동에 의해 생겨나는 두려움이나 공포 같은 것들을 관객이 느낄 수 있어서다. 이 역할을 맡게 된 전도연은 역시 ‘칸느의 여왕’이라는 수식어가 허명이 아니라는 걸 보여줬다. 단편이지만 새로 들어온 아이에게 던지는 어딘가 불안한 마음 같은 걸 슬쩍 드러내는 것만으로 관객들은 이 엄마의 시선에 몰입하게 만든다. 

특히 임필성 감독이 <보금자리>를 통해 드러내려는 ‘일상의 악’을 전도연은 연기를 통해서도 제대로 보여주려 했다. 즉 어딘지 현실성이 조금 떨어지는 대본에 대해 가감 없이 문제를 제기하고 그럴 때마다 임필성 감독은 기꺼이 그 조언을 받아들였다. 보다 현실성이 강해지자 영화는 그 일상성을 더해 거기서 벌어지는 작은 사건들조차 소름 돋는 사건으로 만들었다. 극화된 연기가 아니라 생활연기를 보여주었기 때문에 보다 실감이 날 수 있었던 것.

전도연은 어린 나이에 결코 쉽지 않은 아이의 역할을 연기해야 하는 김푸름에게 안쓰러움을 느꼈다고 한다. 그래서 아이는 표현하기 쉽지 않은 연기에 있어서는 직접 시연을 해가며 이해를 돕기도 했다. 또 그렇게 작품이 다 끝나고 돌아가는 길에 “푸름아. 이거 네 영화인거 알지?”하고 묻는 대목에서는 전도연의 남다른 따뜻함을 느낄 수 있었다. 

<보금자리>가 짧지만 강렬한 인상을 남긴 건 엔딩 장면 때문이었다. 결국 무언가를 결심한 아이가 부엌에서 칼을 꺼내고, 이어 아이를 가진 엄마의 배에 귀를 대는 장면으로 끝을 맺은 것. 그 엔딩이 특히 강렬했던 건 그 장면이 주는 의미심장함이 이 작품 전체의 메시지에 어떤 울림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아이에게 유일한 보금자리는 어쩌면 엄마의 뱃속이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필요에 의해 입양되고 파양되는 현실은 그에게 보금자리를 허락하지 않는다. 그러니 엄마의 배에 귀를 대는 장면 속에는 여러 가지 감정들이 뒤얽힌다. 자신의 보금자리를 찾고픈 마음과 그게 허락되지 않는 현실에 대한 분노. 그러고 보면 집은 그 자체로 하나의 엄마 뱃속 같은 보금자리를 표징하고 있었다는 생각마저 들게 하는 엔딩 신.

<전체관람가>의 여러 단편들 속에서 <보금자리>가 빛났던 건 작품이 가진 함의가 유독 컸고, 그걸 드러내는 이야기가 단편에 걸맞게 칼로 사회의 한 단면을 도려낸 듯 짧고도 강렬해서다. 하지만 이런 대본과 연출의 힘에 더해 전도연과 박해준 그리고 어린 배우들이 만들어낸 몰입감이 없었다면 이토록 짧은 15분의 긴 여운을 만들어낼 수 있었을까 싶다. 전도연의 첫 단편 영화 <보금자리>는 단편이 가진 매력을 여지없이 잘 보여주었다.(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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