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2019/04 (33)
주간 정덕현
‘아름다운 세상’, 어른들은 어떻게 아이들을 망치고 있나 JTBC 금토드라마 의 제목은 역설적이다. 그 어디에서도 아름다운 세상의 모습을 찾기가 어려워서다. 학교 옥상에서 추락해 의식불명이 된 선호(남다름). 학교는 서둘러 자살시도라 단정 짓고 사안을 덮으려 한다. 심지어 선호가 친구들에게 이른바 ‘어벤져스 게임’이라며 집단 구타를 당하는 영상이 발견되지만 가해학생들은 ‘장난’이었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건 결코 장난 수준이 아니다. 거기에는 항상 교실에서는 착한 우등생의 얼굴을 하고 있는 학교 재단 이사장 아들 오준석(서동현)의 보이지 않는 ‘조종’이 존재한다. 준석은 이 드라마에서 천사와 악마의 얼굴을 오가는 형상으로 묘사된다. 공부도 잘하고 집도 부자인데다 권력까지 갖고 있는 이사장 아들이라는 사실은..
마블 마니아들부터 보통 관객까지 매료시킨 캐릭터의 전시장 열풍이라기보다는 광풍에 가깝다. 모이면 영화 이야기를 한다. “봤냐?”는 이야기로 시작된 영화 이야기는 그간 이 시리즈가 채워 넣은 무수한 캐릭터들의 이야기로 넘어간다. 10여년 가까이 쏟아져 나온 마블의 슈퍼히어로물들을 꾸준히 챙겨봤던 사람이라면 한 챕터를 끝내는 이 작품에 대한 소회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할리우드 슈퍼히어로 시리즈의 ‘마지막’이라는 의미가 이토록 우리네 대중들에게도 깊게 여운을 남기고 있다는 건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 작품의 무엇이 우리 대중의 마음까지 사로잡은 것일까. 영화 시작 전부터 화제가 될 수밖에 없었고, 사전 예매율이 치솟았던 건 두 가지 요인 때문이었다. 그 하나는 이번 편이 이 시리즈의 마지막이라는 것이..
'녹두꽃' 윤시윤이 든 성냥, 그리고 조정석이 들 횃불 시작부터 뜨겁다. SBS 금토드라마 이 첫 회부터 활활 타올랐다. 탐관오리들에 의해 착취당하고 굶주리며 길바닥에 나뒹굴던 민초들은 그 손에 농기구 대신 횃불과 죽창을 들었다. 녹두장군 전봉준(최무성)이 이끄는 민초들은 조선의 봉건적 틀을 벗어나 ‘사람이 곧 하늘(인내천)’인 후천개벽의 세상의 기치 아래 모여들었다. 에는 근대가 열리는 그 시점의 뜨거움이 시작부터 전개되었다. 사실 사극에서 혁명 같은 엄청난 사건이 벌어지기까지는 꽤 많은 전조를 깔기 마련이다. 굶주리고 피폐한 민초들의 삶이 조명되고 그와 반대로 호의호식에 주연을 일삼는 탐관오리 조병갑(장광) 같은 인물과, 그 권력에 덧대 백성을 수탈하는데 앞장서며 자신의 치부만을 위해 살아가는 백가(..
‘유퀴즈’,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틱한 보통 사람 이야기들 봄비가 촉촉하게 내리는 어느 날, 용산으로 나선 tvN 예능 . 그 곳에서 유재석과 조세호는 누굴 만나고 무엇을 이야기했을까. ‘라 비 앙 로즈(장밋빛 인생)’가 배경음악으로 깔리며 슬쩍 스케치해서 보여주는 이 날 이 곳에서 유재석과 조세호가 만난 사람들의 면면은 훈훈함 기대감을 갖게 만든다. 거기에는 우리가 일상에서 마주치거나 지나쳤을 식당 아주머니도 있고 건강원 아주머니, 철도원, 방앗간 사장님 등의 모습들이 마치 주마등처럼 담겨 스쳐간다. 아마도 매일 출퇴근하며 마주쳤을 그 분들은 저마다 그 곳에서 자신들만의 ‘역사’를 쌓아가고 있었을 게다. 가까이 다가가 이야기를 나눠보면 어떤 드라마보다도 더 드라마틱한. 용산이라는 특유의 공간이 주는 느낌..
‘해치’가 다루는 환란·변란, 어째 옛 이야기 같지 않은 이유 우리에게 재난은 이제 무수한 콘텐츠들의 단골소재가 됐다. 이를테면 봉준호 감독의 은 한강에 출몰한 괴생명체의 습격을 다루는 것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재난에 대처하는 국가 시스템’에 대한 이야기이고, 이런 기조는 나 같은 작품에서도 계속 이어졌다. 심지어 이나 넷플릭스 드라마 같은 좀비 장르에서조차 우리는 ‘재난’의 그림자를 읽어낸다. 전국적인 재난이 벌어지고, 국민 혹은 백성들은 죽어나가는 상황에서 이를 대처하는 국가의 무능력은 보는 이들을 뒷목 잡게 만들곤 한다. 그리고 그 재난에 실제로 대처하는 이들은 무고한 국민 혹은 백성들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SBS 월화드라마 는 조선시대 영조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사극이지만, 역시 우리네 콘텐츠..
'슈퍼밴드', 천재 참가자들만으로도 이미 협연이 기대되는 건 아마도 대부분의 시청자들은 이제 오디션 프로그램이 지겹고 식상하다 여길 것이다. 그래서 이미 나 같은 오디션 프로그램들은 더 이상 새로운 시즌이 만들어지지 않고 있다. 물론 이나 같은 Mnet형 오디션 프로그램들이 힘을 발휘하고 있지만, 그것도 이제는 어느 정도 그 구성과 흐름을 짐작할 수 있을 만큼 정형화된 면이 있다는 걸 부정할 순 없다. 사실 이런 시기에 시청자들에게 ‘귀호강 오디션’의 새로운 세계를 연 것이 JTBC 다. 시즌2까지 나온 는 지금껏 대중적인 조명을 받지 못했으나, 음악적으로는 그 깊이를 따라가기 어려운 성악, 뮤지컬 같은 장르들을 소개하고 이들이 중창단을 꾸려 이른바 ‘크로스오버’ 무대를 만들어내는 그 마법 같은 과정을 ..
힘겨워도 마주해야할 진실, 그것이 ‘자백’의 메시지 도대체 최도현(이준호) 변호사가 진실을 밝히기 위해 감당해야하는 무게는 얼마나 무거운 것일까. tvN 토일드라마 에서 최도현은 이제 자신에게 심장을 준 노선후 검사의 살인자로 추정되는 조기탁(윤경호)을 변호해야만 하는 처지에 놓였다. 거대한 국방비리의 진실에 한 걸음 다가가기 위해서는 그가 가진 정보들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최도현은 그 정보를 받는 조건으로 조기탁의 변호를 수락하게 된다. 하지만 최도현은 심장을 기부한 이가 바로 노선후 검사이고 그 모친이 바로 진여사(남기애)라는 걸 모르고 있었다. 진여사가 최도현의 사무실에 보조를 자청해 온 데는 그런 이유가 있었다. 당시 심장외과 전문의였던 진여사가 뇌사상태에 빠진 아들의 심장을 최도현에게 이식수술 ..
‘스페인하숙’, 유해진의 유머는 일터를 즐겁게 만든다 차승원과 배정남이 장을 보러 나간 사이, 유해진은 이케요 작업실(?)에 들러 무언가를 만들기 시작한다. 지난 주 방영됐던 tvN 에서, 알베르게를 찾은 손님 하나가 입구를 찾지 못해 지나쳤던 걸 떠올리고는, 화살표로 입구 안내 표지판을 만들기 시작한 것. 합판에 줄을 그어놓고 보조가 되어버린 박현용 PD와 함께 하는 작업. 줄과 달리 잘라놓은 합판을 두고 “왜 그랬냐고? 내 맘이야”라더니 갑자기 를 부르며 말장난을 시작한다. 잘 잘라놓은 화살표 표지판에 노랑색으로 페인트칠을 하고는 드라이기로 말려달라는 유해진에게 박 PD는 갑자기 “쿨로 할까요?”하고 물어 웃게 만든다. 박 PD가 표지판을 말리는 사이 나무를 잘라 지지대를 만드는 유해진. 표지판 말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