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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세상’, 어른들은 어떻게 아이들을 망치고 있나

 

JTBC 금토드라마 <아름다운 세상>의 제목은 역설적이다. 그 어디에서도 아름다운 세상의 모습을 찾기가 어려워서다. 학교 옥상에서 추락해 의식불명이 된 선호(남다름). 학교는 서둘러 자살시도라 단정 짓고 사안을 덮으려 한다. 심지어 선호가 친구들에게 이른바 ‘어벤져스 게임’이라며 집단 구타를 당하는 영상이 발견되지만 가해학생들은 ‘장난’이었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건 결코 장난 수준이 아니다. 거기에는 항상 교실에서는 착한 우등생의 얼굴을 하고 있는 학교 재단 이사장 아들 오준석(서동현)의 보이지 않는 ‘조종’이 존재한다.

 

준석은 이 드라마에서 천사와 악마의 얼굴을 오가는 형상으로 묘사된다. 공부도 잘하고 집도 부자인데다 권력까지 갖고 있는 이사장 아들이라는 사실은 그가 아이들을 지능적으로 조종하고 괴롭히며 군림하는 힘으로 작용한다. 그는 겉으론 친절한 척, 착한 척 하지만 한동희(이재인)처럼 이미 왕따 경험을 하고 전학 온 약한 아이를 또 다시 왕따시키고, 친한 친구로 지냈던 선호가 그것이 옳지 않은 일이라며 그에게 반기를 들자 그조차 집단 괴롭힘을 조장한다.

 

심지어 자신이 뒤에서 어벤져스 게임의 배역을 정해주고 지시를 내렸다는 사실이 학폭위에 의해 드러날 위기에 처하자 그 장소에 함께 있었던 조영철(금준현)에게 선물을 주며 자기 편으로 만들고 진실을 말한 이기찬(양한열)을 거짓말쟁이로 몰아세운다. 아이라고는 하지만 그의 무표정한 얼굴과 가장된 눈물 그리고 뒤돌아서 보이는 미소는 시청자들을 끔찍하게 만든다.

 

그런데 <아름다운 세상>이 하려는 이야기는 학교 폭력을 저지른 아이의 잘못을 드러내려는 것이 아니다. 그것보다는 이 아이가 어떻게 해서 이런 괴물이 되어가는가를 보여주는 것이다. 준석은 어쩌다 친구까지도 왕따시키고 집단 폭력을 당하게 만드는 그런 인물이 되었을까. 그것은 그의 아버지인 세아교육재단 이사장 오진표(오만석)의 엇나간 자식 교육에서부터 비롯된다.

 

오진표는 세상을 움직이는 건 단 몇 프로의 상위그룹이라고 생각한다. 준석이 100년이 넘은 세아교육재단을 이어받을 후계자로서 다른 아이들과는 다르다고 그는 말한다. 준석은 이러한 ‘위계’가 심지어 친구 사이에도 당연히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자신에게 반기를 든 선호를 집단 린치하게 만들고는 친구 사이에도 서열이 있다는 자신의 속내를 드러낸다.

 

결국 그래서 사건이 벌어진다. 학교 옥상에서 준석은 선호와 다퉜고, 그 와중에 선호는 추락했다. 그건 사고일 수도 있었지만 문제는 그 사고가 ‘사건’이 되게 만든 준석의 엄마 서은주(조여정)다. 그 날 옥상에서 준석을 발견한 서은주는 선호의 추락을 자살기도로 위장하기 위해 현장을 조작한다. 훗날 준석은 엄마에게 말한다. 그 날 자신이 모든 걸 다 봤다고. 일을 이렇게 만든 건 그래서 엄마 때문이라고.

 

<아름다운 세상>이 날카롭게 들이대고 있는 시선은 바로 이 지점이다. 사건들이 벌어지고 있고, 아이들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어른들은 서둘러 진실을 덮으려 하거나 조작하려 하고 심지어 피해자를 주변 사람들까지 피해를 주는 인물로 몰아세운다. 인간이라면 도저히 할 수 없는 짓이지만 아이들의 미래를 위한다는 그 명목은 모든 걸 정당화하고 스스로를 합리화시킨다.

 

그런데 결과는 어떨까. 그 아이들의 미래를 위한다는 그 일련의 행동들은 오히려 아이들을 망가뜨린다. 아이들은 부모들이 하는 일련의 행동들을 보며 그것이 세상이라고 배운다. 그래서 잘못을 저질러도 힘이 있으면 벌을 받지 않을 수 있고, 죄에 가담했어도 무조건 우기면 죄가 아닌 것이 될 수도 있으며, 심지어 힘 있는 사람에게 붙어야 살 수 있고 그러기 위해서는 거짓도 불사하며 친구도 버려야 한다는 걸 배운다.

 

반면 아이가 옥상에서 추락하는 그 사건을 통해 그 부모는 자신들이 얼마나 어른으로서 잘못해왔는가를 뼈저리게 깨닫는다. 선호의 아버지 박무진(박희순)은 학교선생님으로서 입바른 소리를 해왔지만 실제로 한 발 더 나아가 아이들의 사정을 들여다보고 그들의 아픈 이야기를 들어주지 못했다는 자책감에 자신을 ‘후진 어른’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런 깨달음이나 후회, 자책감을 보이는 인물조차 없는 이 비정한 세상에서 그는 결코 ‘후진 어른’이 아니다. 그야말로 이제 제대로 된 세상을 만들어가기 위해서 자신이 어떻게 행동해야하는가를 알게 된 진정한 어른이다.

 

동생 동희가 왕따를 당해왔고 심지어 너무 괴로워 죽을 생각까지 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동수는 동생을 괴롭힌 아이들을 죽도록 때려주겠다며 분노를 드러낸다. 하지만 박무진은 그것이 아무 것도 해결해줄 수 없다고 말한다. 동수가 그러면 자신이 할 수 있는 게 뭐냐고 외치자 박무진이 말한다. “들어줄 수 있잖아. 동희 이야기 들어줄 수 있잖아. 난 우리 아들 이야기 듣고 싶은데 들어줄 수가 없어. 들어줄 수 있었는데 기회를 놓쳤어. 그게 얼마나 후회되고 괴로운 줄 알아?”

 

우리는 과연 제대로 살아가고 있을까. 우리가 매일 같이 치열하게 뛰어다니고 누군가의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그 삶은 과연 우리에게 ‘아름다운 세상’을 가져다 줄 수 있을까. 박찬홍 감독과 김지우 작가는 전작이었던 <기억>에서부터 우리 사회가 가진 문제들의 근원을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그것은 아마도 세월호 참사가 가져온 충격이 분명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기억>이 기억을 지워내려는 시스템 속에서 결코 지워내선 안 되는 기억의 문제가 있다는 걸 드러냈던 것처럼, <아름다운 세상>은 어떤 사건의 진상을 제대로 파악해내는 일과, 그런 정의가 존재한다는 걸 아이들에게 보여주는 일이 진정 아름다운 미래를 만들 수 있다는 걸 말하고 있다.(사진:JTBC)

Posted by 더키앙

마블 마니아들부터 보통 관객까지 매료시킨 캐릭터의 전시장

 

열풍이라기보다는 광풍에 가깝다. 모이면 영화 <어벤져스:엔드게임> 이야기를 한다. “봤냐?”는 이야기로 시작된 영화 이야기는 그간 이 시리즈가 채워 넣은 무수한 캐릭터들의 이야기로 넘어간다. 10여년 가까이 쏟아져 나온 마블의 슈퍼히어로물들을 꾸준히 챙겨봤던 사람이라면 한 챕터를 끝내는 이 작품에 대한 소회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할리우드 슈퍼히어로 시리즈의 ‘마지막’이라는 의미가 이토록 우리네 대중들에게도 깊게 여운을 남기고 있다는 건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 작품의 무엇이 우리 대중의 마음까지 사로잡은 것일까.

 

영화 시작 전부터 화제가 될 수밖에 없었고, 사전 예매율이 치솟았던 건 두 가지 요인 때문이었다. 그 하나는 이번 편이 이 시리즈의 마지막이라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지난 ‘인티니티 워’의 타노스에 의해 슈퍼히어로들이 재처럼 사라져버리는 충격적인 엔딩과 그로 인해 지금껏 무수히 쏟아져 나왔던 마지막 편에서의 반전에 대한 추측들이 그것이다. 이 두 가지 요인이 겹쳐지자 대중들 입장에서는 안보고는 못 배기는 작품이 되었다.

 

이 정도 되면 <어벤져스:엔드게임>에 대한 기대감은 최고조로 올라왔다고 볼 수 있다. 때로는 이런 기대감이 자칫 영화를 망치는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즉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가 시작부터 빵빵 터트리며 시선을 잡아끌어야 할 것 같은 강박관념 같은 걸 만들 수 있다는 것. 하지만 놀라운 건 <어벤져스:엔드게임>은 이러한 부담감 자체를 전혀 느끼지 않는다는 듯, 평소대로의 편안한(어찌 보면 오히려 더 평온한) 시작을 보여줬다는 점이다.

 

게다가 영화는 시각효과의 과잉을 담기보다는 마치 ‘마지막’이 갖는 어떤 쓸쓸한 정서 같은 걸 담아내면서 관객의 마음을 툭툭 건드리기 시작한다. 물론 마블 슈퍼히어로물에서 빠질 수 없는 유머들도 곳곳에 채워진다. 그래서 관객들은 볼거리의 자극이 아니라 ‘마지막’이 주는 울컥하는 감정들과 동시에 이를 깨치기 위해 애써 노력해 던져지는 유머가 주는 웃음의 정서 속에 자연스럽게 빠져든다. 물론 이건 뒤로 갈수록 점점 거대해지는 스펙터클한 영상들을 위한 밑그림 같은 것이지만.

 

<어벤져스>라는 기획 자체가 그렇지만 이번 마지막 시리즈에는 무수히 많은 마블의 캐릭터들이 거의 ‘융단폭격’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쏟아져 나온다. <아이언맨>이나 <헐크>, <캡틴 아메리카>, <토르> 같은 시리즈는 물론이고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캡틴 마블>, <블랙팬서>, <스파이더맨> 등등 마블이 그간 해왔던 시리즈의 캐릭터들이 거의 이 한 작품 안에 꽉꽉 채워져 있다. 전부를 보지 못했어도 그 중 한두 작품에서 캐릭터의 매력을 느꼈던 관객이라면 반가울 수밖에 없다.

 

이렇게 저마다 시공간 자체가 다른 캐릭터들이 한 작품 안에 녹아들 수 있었던 건 마블의 독특한 세계관 덕분이다. 시간을 뛰어넘고 지구와 지구 반대편의 우주라는 공간을 뛰어넘는 상상력의 세계는 이 모든 캐릭터들의 공존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게다가 저마다 한 세계씩을 평정하고 있는 슈퍼히어로들의 이야기를 싱겁지 않게 만들어주는 건 인물들이 가진 결함들과 그로 인해 그들끼리 갈등하는 이야기 구조 덕분이다. <캡틴 아메리카:시빌 워>에 이어 지난 <어벤져스:인피니티 워>에서도 등장한 것이지만 캡틴 아메리카와 아이언맨의 대결구도는 이번 마지막편으로까지 이어지고 그것을 해결해가는 과정 또한 이 영화를 흥미롭게 만드는 이유가 된다.

 

무엇보다 이 거대한 전쟁을 가능하게 만든 건 슈퍼히어로들의 총합인 어벤져스로도 쉽게 무너지지 않는 타노스라는 절대적인 캐릭터를 창조해낸 점이다. 세계를 파괴하는 존재지만 단 한 번도 ‘사적인 감정’이 들어간 폭력을 휘두른 적이 없다는 이 캐릭터는 그래서 희대의 빌런이지만 마치 주어진 숙명을 받아들이는 신화적 존재처럼 그려진다. 이 막강한 빌런이 세워지면서 <어벤져스:엔드게임>의 슈퍼히어로들이 고군분투하는 이야기가 가능해졌다.

 

그런데 어째서 우리네 대중들은 마블의 세계에 이토록 열광하게 된 것일까. 거기에는 영화 자체가 주는 재미와 더불어 지금의 중장년층들이 가진 키덜트적인 취향에 마블의 세계가 조응한 면이 있어서다. 그래픽 노블이 보여주듯이 이 만화적 세계는 결코 유치하지 않고 또 너무 뻔한 권선징악의 구조로 되어 있지도 않다. <캡틴 마블>의 여성 슈퍼히어로와 <블랙팬서>의 흑인 슈퍼히어로처럼 무엇보다 다양한 캐릭터들이 상징하는 인물군들의 이야기가 새로운 시대의 생각들까지 잡아넣는다. 그러니 아이부터 젊은 세대는 물론이고 중장년까지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세계가 된 것. 열풍을 넘어 광풍이 부는 이 현상이 공감가는 대목이다.(사진:영화'어벤져스:엔드게임')

Posted by 더키앙

'녹두꽃' 윤시윤이 든 성냥, 그리고 조정석이 들 횃불

 

시작부터 뜨겁다. SBS 금토드라마 <녹두꽃>이 첫 회부터 활활 타올랐다. 탐관오리들에 의해 착취당하고 굶주리며 길바닥에 나뒹굴던 민초들은 그 손에 농기구 대신 횃불과 죽창을 들었다. 녹두장군 전봉준(최무성)이 이끄는 민초들은 조선의 봉건적 틀을 벗어나 ‘사람이 곧 하늘(인내천)’인 후천개벽의 세상의 기치 아래 모여들었다. <녹두꽃>에는 근대가 열리는 그 시점의 뜨거움이 시작부터 전개되었다.

 

사실 사극에서 혁명 같은 엄청난 사건이 벌어지기까지는 꽤 많은 전조를 깔기 마련이다. 굶주리고 피폐한 민초들의 삶이 조명되고 그와 반대로 호의호식에 주연을 일삼는 탐관오리 조병갑(장광) 같은 인물과, 그 권력에 덧대 백성을 수탈하는데 앞장서며 자신의 치부만을 위해 살아가는 백가(박혁권) 같은 아전의 이야기들이 그것이다.

 

하지만 <녹두꽃>은 이런 이야기의 서두를 길게 잡지 않았다. 첫 등장에 말을 타고 유학에서 돌아오는 백이현(윤시윤)이 길바닥에 주저앉아 굶어 죽어가는 민초에게 밥 한 덩이를 던져주는 장면만으로 그 많은 이야기들은 충분히 설명되고도 남았다. 그리고 “누군가에게는 지옥이 누군가에게는 극락”이라는 전봉준의 말 한 마디와 더불어, 저잣거리의 피폐된 민초들의 모습과 관아에서 주연에 빠져있는 조병갑과 호의호식하는 백가의 모습을 대비해 보여줬다.

 

이 양극단의 풍경은 탐관오리의 수탈이 민초들의 피폐한 삶의 원인이라는 걸 말해주는 것이고, 전봉준이 횃불을 들고 봉기하게 되는 이유를 그대로 설명해준다. 물 흐르듯 빠른 전개로 이어진 드라마는 그 안에 백이강(조정석)과 백이현이라는 배다른 형제의 상반된 캐릭터를 부각시켰다. 한 아버지인 백가로부터 나온 두 인물이지만 백이강은 노비의 소생으로서 백가를 대신해 갖은 악행을 저질러온 인물이다. 반면 백이현은 정실의 아들로 일본에 건너가 신문물을 배우고 돌아온 인물로 자신의 형인 백이강이 그런 삶을 살아온 것에 대해 미안함을 느끼는 인물.

 

백가라는 도저히 상종하기 어려운 아버지를 두고 있는 형제로서 둘 다 그 삶에 분노하고 있지만 두 사람은 서로 다른 방식으로 그 상황을 받아들인다. 백이강이 어머니를 위해 그저 자신을 학대하듯 민초들을 괴롭히며 백가의 앞잡이로 살아가는 반면, 백이현은 백가 앞에서는 웃지만 사실은 어떻게든 그로부터 벗어나 조선을 ‘개화된 세상’으로 바꾸고 싶어 한다. 결국 백이강 역시 그런 삶에서 벗어나 동학군의 별동대장이 될 거라는 점은 이 형제가 모두 저마다의 방식으로 아버지에 항거하는 삶을 선택한다는 걸 말해준다.

 

<녹두꽃>은 이처럼 백가라는 아버지 밑에서 이를 깨치고 나오려는 백이강과 백이현의 이야기로 당대 조선의 상황을 그대로 담아낸다. 왕을 어버이라 여기던 봉건사회. 그래서 그 어버이가 잘못된 길을 가도 받아들여야만 했던 그 사회로부터 벗어나, 잘못된 걸 바꾸고 평등한 세상을 꿈꾸며 근대를 열어가려던 동학혁명의 그 과정이 이 집안의 이야기로 그려져 있다.

 

흥미로운 건 백이현이 유학에서 가져온 성냥과 백이강이 눈앞에서 목도했고 앞으로 자신도 들게 될 그 횃불이 가진 상징성이다. 백이현은 불씨 하나를 꺼뜨려도 소박을 맞는 조선의 상황을 이야기하며 성냥 하나가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개화’를 꿈꾼다. 반면 백이강과 동학농민들은 수탈에 당하고만 살아왔던 민초들이 이제 그 잘못된 세상을 뒤집고 새로운 세상을 열겠다는 ‘혁명’을 꿈꾼다.

 

지금껏 사극들이 무수히 많은 조선시대의 역사들을 가져왔지만 동학농민혁명을 소재로 가져오지 못했던 건 왜였을까. 그것은 사극이 과거의 역사를 그저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요구에 의해 재현되는 장르라는 걸 말해준다. 무수한 촛불을 경험하고, 그 힘들이 모여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가고 있는 현재가 동학농민혁명을 다시금 소환해 그 의미를 되묻고 있다는 것. 촛불 이전에 횃불이 있었다는 걸 <녹두꽃>은 성냥을 가져온 백이현과 횃불을 들게 되는 백이강을 통해 그려내려 하고 있다. 그 면면만으로도 가슴이 뜨거워지는 이유다.(사진:SBS)

Posted by 더키앙

‘유퀴즈’,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틱한 보통 사람 이야기들

 

봄비가 촉촉하게 내리는 어느 날, 용산으로 나선 tvN 예능 <유 퀴즈 온 더 블럭>. 그 곳에서 유재석과 조세호는 누굴 만나고 무엇을 이야기했을까. ‘라 비 앙 로즈(장밋빛 인생)’가 배경음악으로 깔리며 슬쩍 스케치해서 보여주는 이 날 이 곳에서 유재석과 조세호가 만난 사람들의 면면은 훈훈함 기대감을 갖게 만든다. 거기에는 우리가 일상에서 마주치거나 지나쳤을 식당 아주머니도 있고 건강원 아주머니, 철도원, 방앗간 사장님 등의 모습들이 마치 주마등처럼 담겨 스쳐간다. 아마도 매일 출퇴근하며 마주쳤을 그 분들은 저마다 그 곳에서 자신들만의 ‘역사’를 쌓아가고 있었을 게다. 가까이 다가가 이야기를 나눠보면 어떤 드라마보다도 더 드라마틱한.

 

용산이라는 특유의 공간이 주는 느낌 때문일까. 용산에 있는 한글박물관에서 유재석과 조세호가 만난 정기훈씨부터 이 날의 만남에 대한 기대감은 예사롭지 않게 느껴진다. 역사전공자로서 이 곳에서 청년 멘토로 일한다는 정기훈씨는 “역사란 뭐라 생각하시냐”는 질문에 “역사는 한 공간 안에서의 시간의 축적”이라는 의미심장한 답을 남긴다. 그런데 그 답변은 마치 이 날 이 프로그램이 찾아간 용산의 오래된 골목길에서 만날 분들에 대한 복선 같았다. 한 공간에서 오랜 시간을 축적하며 살아오신 그 분들.

 

용산은 재건축이 이뤄지며 거대한 랜드마크가 들어섰지만, 그 뒤편에는 마치 시간을 뒤로 되돌린 듯한 개발이 되지 않은 옛 거리가 남아있다. 유재석과 조세호는 고층 건물들 아래 여전히 자리한 그 골목을 걸어 나간다. 랜드마크는 시간을 밀어내고 미래를 쌓아올렸지만, 그 골목에는 여전히 시간과 거기 축적된 역사들이 옛 모습 그대로 반가운 얼굴을 내민다.

 

오랜 세월을 함께하다보면 닮아가기 마련이라던가. 비 오는 날이라 손님이 뜸한 감자탕집 사장님 부부는 얼굴부터가 닮았다. 집안일에는 도움이 안되지만 집 바깥 일 봉사 같은 데는 도움이 되는 사람이라고 말하는 아내 앞에서 반은 겸연쩍고 반은 미안한 남편은 시종일관 사람 좋은 웃음을 지어보였다. 웃으며 연중무휴 가게를 지키느라 해외여행 한 번 못 가봤다는 아내는 남편이 자신은 몇 번 갔었다는 말을 금시초문이라는 듯 들으면서도 연실 웃음을 지어 보이신다. 어차피 자신은 식당을 비울 수 없다며 웃는 그 모습에서 그간 이 분이 살아오신 삶의 무게 같은 게 느껴진다. 그런 아내가 못내 안 쓰러운지 퀴즈 대결에서 돈을 벌면 아내 여행자금으로 주겠다 말씀하시는 남편에게서는 잘 드러내지 않았을 아내 사랑이 느껴진다.

 

한쪽에 거대한 건물들이 지어지고 있어 개발이 되지 않는 곳은 그 그림자에 가려지고 있는 이 골목은 감자탕집 사장님 말씀대로 “장사를 안 하는 것처럼” 보인다. 사장님은 동네가 활성화되어 다 같이 잘 살았으면 좋겠다며 “더불어 사는 것”이라고 말했다. “개발이 좋은 것만은 아닌 것 같다”는 사장님은 “사람도 정서가 없어지고 옛날 그런 게 없어지니까 어딘가 한 군데는 예스러운 게 있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야기 배경으로 슬쩍 깔린 영상은 지금도 이런 곳이 남아있을까 싶을 철길과 건널목 풍경이다. 워낙 예스러운 거리라 드라마에서 자주 등장했던 용산 백빈 건널목의 광경. tvN 드라마 <나의 아저씨>에서 이선균과 아이유가 퇴근길에 건너다녔던 그 건널목이다. 지친 하루의 발걸음이 집으로 향하는 시간, 땡땡 소리를 내며 기차가 지날 동안 내려져 있는 건널목 차단기가 잠시 동안이나마 모두를 멈춰 세우며 쉬어가라 말하는 듯 했던 그 공간이다.

 

길을 가다 우연히 들르게 된 자전거 가게 사장님은 속도에 대해 이야기한다. 사장님은 자동차여행은 빠른 속도로 지나치는 게 많고 도보여행은 진행 속도가 너무 느려서 세계일주를 하려면 10년에서 15년이 걸릴 거라고 했다. 반면 자전거로 하면 3년이면 세계일주를 할 수 있다고 했다. “느리지만 그렇다고 아주 느리지도 않은” 그 자전거의 속도가 좋다고 했다. 그 이야기에서 문득 삶의 속도를 떠올려본다. 우리는 어떤 속도로 달려가고 있을까. “개발이 좋은 것만은 아닌 것 같다”는 감자탕집 사장님의 말씀이 다시금 들려오는 듯 하다.

 

슬쩍 보여줬던 백빈 건널목을 찾아온 두 사람은 드라마에 나왔던 장면을 떠올리며 그 ‘땡땡거리’라 불리는 곳에서 상근하시는 철도원 아저씨에게 인사한다. 2~3분마다 기차가 지나간다는 그 곳은 아마도 살기 그리 좋은 곳만은 아니었을 게다. 하지만 유재석이 말한 것처럼 이런 곳이 이제는 “점점 귀한 곳”이 되어간다. 맛난 닭갈비에 막국수 그리고 밥까지 볶아 든든히 배를 치운 유재석과 조세호는 다시 길을 나서고 그 곳에서 39년째 방앗간을 한다는 아저씨와 드라마 같은 그 삶을 듣는다.

 

10남매가 사는 시골집에서 농사짓는 게 힘들어 어린 나이에 무작정 집을 나와 상경했다는 아저씨는 어느 식당에 갔던 게 인연이 되어 50년 넘게 방앗간 일을 하게 됐다고 했다. 홀로 상경해 느꼈을 두려움이 얼마나 컸을까. 그 어린 소년을 식당 주인이 방앗간에 소개했고, 그곳에서 13년 동안 든든히 밥을 먹을 수 있는 게 행복해서 일을 배우게 됐다는 사장님은 그 후 독립해서는 부러울 게 하나도 없었다고 했다. 새벽 3시 반이면 나와 일을 한다는 사장님이 그 50년 넘게 부대끼며 살아왔을 방앗간에서의 삶이 드라마틱하게 느껴진다.

 

<유 퀴즈 온 더 블럭>은 어느 길거리라는 공간을 찾아가는 프로그램이지만, 거기서 만난 사람들은 자신들의 시간을 보여준다. 그 시간은 작아보여도 위대한 저마다의 역사들이다. 때론 공간들이 밀려나고 사라져도 그 사람들이 기억에 담고 있는 시간들은 여전히 남는다. 유재석과 조세호라는 유쾌한 캐릭터들이 등장하는 예능 프로그램이지만 <유 퀴즈 온 더 블럭>에서 느껴지는 어떤 훈훈한 정서는 바로 그 곳에 사는 분들이 그 삶의 이야기로 전하는 온기 때문이다. 퀴즈가 전면에 세워져 있고 유재석과 조세호 같은 베테랑 예능인들이 나서고 있지만 진짜 주인공은 바로 그 분들이다. 그 보통 사람들의 위대한 삶의 역사만큼 생생하고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있을까.(사진:tvN)

Posted by 더키앙

‘해치’가 다루는 환란·변란, 어째 옛 이야기 같지 않은 이유

 

우리에게 재난은 이제 무수한 콘텐츠들의 단골소재가 됐다. 이를테면 봉준호 감독의 <괴물>은 한강에 출몰한 괴생명체의 습격을 다루는 것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재난에 대처하는 국가 시스템’에 대한 이야기이고, 이런 기조는 <감기>나 <연가시> 같은 작품에서도 계속 이어졌다. 심지어 <부산행>이나 넷플릭스 드라마 <킹덤> 같은 좀비 장르에서조차 우리는 ‘재난’의 그림자를 읽어낸다. 전국적인 재난이 벌어지고, 국민 혹은 백성들은 죽어나가는 상황에서 이를 대처하는 국가의 무능력은 보는 이들을 뒷목 잡게 만들곤 한다. 그리고 그 재난에 실제로 대처하는 이들은 무고한 국민 혹은 백성들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SBS 월화드라마 <해치>는 조선시대 영조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사극이지만, 역시 우리네 콘텐츠의 단골소재가 된 재난의 코드를 그대로 가져온다. 역사 속 실존인물인 이인좌의 난을 다루면서 그것을 ‘환란’과 ‘변란’으로 담아낸 부분이 그렇다. ‘환란’은 이인좌가 지방과 도성 곳곳의 우물에 독을 타 마치 역병이 번지고 있는 듯한 상황을 만들어내고, 도처에 이 모든 책임이 ‘자격 없는 왕’ 때문이라는 괘서를 뿌려 민심을 흔드는 이야기로 다뤄지고, 변란은 이인좌가 결국 청주성을 함락시키고 도성을 향해 진격하는 그 과정을 통해 다뤄진다.

 

여기서 중요한 관전 포인트는 이 환란과 변란에 대처하는 왕과 신하의 자세다. 영조(정일우)는 역병이 번지는 듯 보여 흔들리는 민심을 잡기 위해 스스로 도성 밖으로 나가 민심을 다독인다. 신하들조차 다가가길 꺼려하는 괴질 환자들을 직접 찾아와 위로하면서 반드시 이 역병을 다스릴 거라는 믿음을 갖게 만든다. 그리고 그것이 역병이 아니라 누군가 탄 독이라는 사실을 알고는 우물을 폐쇄하고 처방을 내려 결국 환란을 잡는다.

 

이인좌가 결국 밀풍군(정문성)을 앞세워 군사를 일으키는 변란에 대해서 영조는 노론의 수장인 민진헌(이경영)과 소론의 수장인 조태구(손병호)와 함께 당략을 뛰어넘는 대처를 시도한다. 전장에 나가는 백성들 앞에 민진헌 또한 참담함을 느끼는 상황, 영조는 이런 지속된 피의 정치와 변란의 근본적인 문제가 당파에 있다는 걸 절감한다. 그리고 변란의 중요한 원인이 된 소외된 남인들을 되돌리기 위해 ‘탕평책’을 제안한다. 물론 민진헌은 권력은 나눌 수 있는 것이 아니라며 이에 극렬히 반대하지만 그 역시 희망조차 없는 민초의 모습을 보며 마음이 흔들린다. 결국 탕평책은 이인좌의 근거가 되는 남인들을 붕괴시킬 수 있는 묘안이면서 동시에 오랜 파당정치에 종지부를 찍을 기회이기도 했던 것.

 

<해치>는 어째서 이인좌의 난이라는 역사적 소재를 가져와 환란과 변란에 대처하는 왕과 신하의 모습으로 그려내려 했을까. 그것은 여러모로 최근 우리네 국정과 정치의 현실을 그 사극의 틀로서 담아내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세월호 참사가 벌어졌을 때 대통령은 과연 무엇을 했던가. 그 참사가 벌어진 후 진상규명조차 제대로 되지 않고 심지어 지금까지도 입에 담기조차 힘든 발언을 하며 이를 정치적으로만 활용하려는 정치인들조차 있지 않았던가. <해치>가 영조와 신하들을 통해 다루는 환란과 변란에 대처하는 모습들은 그래서 지금의 우리네 정치 현실에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결국 이들 왕이나 신하들은 막상 변란이 터져도 전쟁에 나가지는 않는다. 그 전쟁에 나가 무고한 죽음을 맞는 이들은 결국 백성이다. 국정과 정치가 권력을 두고 싸우고 있을 때, 심지어 그 싸움이 변란으로까지 번져갈 때, 그로 인해 죽어나가는 건 민초들이다. 과연 <해치>의 이 이야기가 그저 옛 이야기라고 말할 수 있을까. 최근 들어 그토록 많은 재난 콘텐츠가 비슷한 코드들로 등장하고 있는 건 그만한 이유가 있어서다.(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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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밴드', 천재 참가자들만으로도 이미 협연이 기대되는 건

 

아마도 대부분의 시청자들은 이제 오디션 프로그램이 지겹고 식상하다 여길 것이다. 그래서 이미 <슈퍼스타K>나 <K팝스타> 같은 오디션 프로그램들은 더 이상 새로운 시즌이 만들어지지 않고 있다. 물론 <프로듀스101>이나 <쇼미더머니> 같은 Mnet형 오디션 프로그램들이 힘을 발휘하고 있지만, 그것도 이제는 어느 정도 그 구성과 흐름을 짐작할 수 있을 만큼 정형화된 면이 있다는 걸 부정할 순 없다.

 

사실 이런 시기에 시청자들에게 ‘귀호강 오디션’의 새로운 세계를 연 것이 JTBC <팬텀싱어>다. 시즌2까지 나온 <팬텀싱어>는 지금껏 대중적인 조명을 받지 못했으나, 음악적으로는 그 깊이를 따라가기 어려운 성악, 뮤지컬 같은 장르들을 소개하고 이들이 중창단을 꾸려 이른바 ‘크로스오버’ 무대를 만들어내는 그 마법 같은 과정을 보여줬다. 상대적으로 대중적 조명을 받지 못했던 이들은, 이 오디션 무대에 올라 자신의 기량을 맘껏 보여주면서도, 프로그램의 정체성인 ‘하모니’에 집중함으로써 경쟁의 자극보다는 조화의 감동을 선사했다.

 

새롭게 금요일 밤에 포진한 JTBC <슈퍼밴드>는 그 <팬텀싱어>의 밴드 버전 같은 느낌을 주는 프로그램이다. 일단 제작진이 <팬텀싱어>를 만든 이들이고, 심사위원으로 앉은 윤종신이나 윤상은 <팬텀싱어>에서 성악에서부터 재즈, 팝, 뮤지컬까지 두루두루 갖춘 식견으로 이들을 어떻게 조합해내 더 아름다운 크로스오버 중창을 만들 것인가를 고민했던 이들이다. 물론 밴드 오디션에 맞춰 넬의 김종완이나 린킨파크를 프로듀싱한 조한이 참여했지만.

 

구성도 비슷하다. 여타의 오디션 프로그램들이 개인전의 성격을 띠고 있어 일단 살아남아야 하는 ‘서바이벌’에 맞춰져 있는 반면, <팬텀싱어>나 <슈퍼밴드>는 모두 중창단과 밴드를 만드는 이른바 ‘단체전’의 성격을 띠고 있어 ‘팀 구성’에 더 맞춰져 있다. 그래서 이들은 놀라운 연주자가 등장해 퍼포먼스를 보이면 자신이 떨어질까봐 긴장하기 보다는 그 인물과 함께 음악을 하면 좋을 것 같다는 바람을 가지며 바라보게 된다. 이 점은 <슈퍼밴드>가 가진 여타의 오디션들과의 확연한 차별성이다.

 

여기서 중요한 건 출연자들이다. 실력의 편차가 너무 많이 나거나 하게 되면 ‘팀 구성’은 우호적 분위기에서 자칫 ‘배제’의 분위기로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우려는 애초에 가질 필요가 없을 듯하다. 그간 이런 다양한 장르의 악기 연주자들과 보컬들을 위한 오디션이 없어서인지 <슈퍼밴드>에는 놀라운 기량과 실력을 가진 이들로 꽉꽉 채워져 있다.

 

첫 회에 기타 천재로 소개된 이강호와 김영소의 무대는 <슈퍼밴드>의 참가자들의 기량이 얼마나 놀라운가를 잘 보여줬다. 핑거스타일로 마치 마이클 헤지스의 기타 연주를 듣는 듯한 테크닉을 보여준 이강호가 그렇고, 훨씬 감성적인 기타 연주로 모두를 귀 기울이게 만든 김영소가 그렇다. 김영소는 연주 중간에 카포를 바꿔 전조하며 연주하는 모습을 보여줘 윤상을 놀라게 만들었다. 이들의 연주가 자작곡이라는 건 이들의 수준이 이미 스스로 음악을 만들어낼 수 있는 아티스트의 위치에 올라있다는 걸 말해주었다.

 

두드리는 것이라면 뭐든 연주해낼 것 같은 타악의 맛을 제대로 보여준 정솔의 무대나, 영화 <인터스텔라> OST 연주에 노래 실력까지 들려줘 모두를 집중시킨 독일에서 온 천재 피아니스트 이나우, 애드 시런의 ‘Shape of you’를 바이올린 연주로 편곡한 곡을 들려주고 랩실력까지 보여줘 심사위원들을 놀라게 한 벤지, 컴퓨터로 음원을 채집하고 믹싱해 심지어 조이스틱으로도 게임하듯 음악을 들려준 방구석 아티스트 디폴, 10대지만 놀라운 기량의 속주를 보여준 또 한 명의 천재 기타리스트 임형빈.... 한 명 한 명 다 거론하기 어려울 정도로 <슈퍼밴드>에는 천재들이 넘쳐난다.

 

무엇보다 이 프로그램이 흥미로운 건 다양한 악기들이 주는 매력을 천재 아티스트들을 통해 드러내주고 있다는 점이다. 이를 테면 유튜브에서 이미 완소 드러머로 이름난 강경윤을 통해 알게 되는 드럼의 맛이나, 백반증을 갖고 있어 눈썹까지 하얀 이종훈이 보여준 이보다 멋일 수 없는 베이스의 맛이 그렇다. 여기에 독특한 색깔을 가진 레트로 소울킹 김지범이나 자연을 느끼게 만드는 노래와 음색의 홍이삭, 목소리만으로도 빠져들게 만드는 기프트 같은 보컬들이 어우러지니 앞으로 이들이 꾸려낼 상상불가의 연주와 노래가 기대되지 않을 수 없다.

 

최근 <보헤미안 랩소디> 열풍 등을 통해 밴드에 대한 관심도 꽤 높아져 있는 상황에 <슈퍼밴드> 같은 음악 프로그램은 반갑고 그 기대 또한 높다. 오디션 프로그램은 이제 더 이상 나올 게 없다는 편견을 과감히 깨버릴 수 있었던 건 첫째, 악기 연주 같은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고 둘째, 이들의 경쟁이 아니라 조화를 보여줌으로써 오디션의 피로감을 힐링으로 바꿔주며 셋째, 어떤 무대가 나올지 전혀 예측할 수 없게 만듦으로써 기대감을 높여주었기 때문이다. 보는 내내 지친 귀가 정화되는 느낌을 주는 <슈퍼밴드>로 금요일 밤이 기다려진다.(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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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겨워도 마주해야할 진실, 그것이 ‘자백’의 메시지

 

도대체 최도현(이준호) 변호사가 진실을 밝히기 위해 감당해야하는 무게는 얼마나 무거운 것일까. tvN 토일드라마 <자백>에서 최도현은 이제 자신에게 심장을 준 노선후 검사의 살인자로 추정되는 조기탁(윤경호)을 변호해야만 하는 처지에 놓였다. 거대한 국방비리의 진실에 한 걸음 다가가기 위해서는 그가 가진 정보들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최도현은 그 정보를 받는 조건으로 조기탁의 변호를 수락하게 된다.

 

하지만 최도현은 심장을 기부한 이가 바로 노선후 검사이고 그 모친이 바로 진여사(남기애)라는 걸 모르고 있었다. 진여사가 최도현의 사무실에 보조를 자청해 온 데는 그런 이유가 있었다. 당시 심장외과 전문의였던 진여사가 뇌사상태에 빠진 아들의 심장을 최도현에게 이식수술 해줬고 오래도록 아들의 죽음 때문에 힘겨워 했었다는 사실은 진여사가 최도현을 찾아온 이유가 될 것이었다. 그는 마치 아들처럼 최도현을 생각하고 있었다는 것. 또한 이 사실은 최도현이 교통사고를 당하는 꿈을 계속 꾸는 이유이기도 했다. 그 역시 노선후의 심장을 가진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가혹한 운명은 최도현이 그 심장의 주인을 살해한 조기탁을 변호하게 되는 것이었다. 이 조건으로 조기탁으로부터 받은 노선후의 사진기 메모리칩에는 이 국방비리 사건에 연루된 이들이 들어 있었다. 그 사진을 기춘호(유재명) 형사에게 보여주며 조기탁으로부터 받았다고 하자 그는 단박에 이 상황을 알아차린다. 진실을 밝히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긴 하지만 그건 진여사에게 못할 짓이라는 것.

 

최도현이 진여사에게 이 사실을 밝히며 조기탁 변호를 허락해달라고 묻는 자리에서 진여사는 고통을 느끼면서도 최도현의 진심을 이해한다. 이 사건의 진실과 많은 희생자들을 위해서라도 이런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하려 한다는 것을. 하지만 머리로는 이해돼도 가슴으로 그것을 이해하기는 어려웠을 게다. 그는 최도현에게 의사가 살인범이라고 해도 치료를 해야 하는 것처럼 변호사도 변호사로서의 일을 해야 한다고 말하지만, 노선후의 엄마로서 가슴 아픈 자신의 상황을 담은 질문을 던진다. “변호사님의 심장은 뭐라 하던가요?... 그 심장은 자신을 죽인 사람을 변호할 수 있다 하던가요?”

 

<자백>이 담고 있는 진실에 대한 갈증은 이처럼 급이 다르다. 그 진실을 감당하기 위해서는 본인이 져야 할 무게가 너무나 무겁다. 진실을 위해 심장을 준 자의 살인범을 변호해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진실이 덮여지면서 희생당한 이들이 너무나 많다. 국방비리와 연루되어 죽음을 맞은 차승후 중령, 그 진실이 덮여지면서 사형수가 된 최도현의 아버지, 그 비리를 캐다 죽음을 맞이한 하유리(신현빈)의 아버지와 진여사의 아들. 아마도 사건 현장의 무언가를 알고 있어 길거리에서 살해당한 여성들까지... 진실을 마주했던 이들은 모두 처참한 결과를 맞이했다.

 

<자백>은 복잡하게 얽힌 사건들 속에서 좀체 쉽게 그 사건의 진실을 알려주지 않는다. 미치도록 궁금해 하는 최도현과 기춘호 그리고 하유리와 진여사의 진실에 대한 갈증은 그래서 갈수록 커져간다. 아마도 이 드라마를 보는 시청자들 역시 이들과 점점 똑같은 갈증을 느낄 수밖에 없다. 어떤 것이 진실인가에 대한 궁금증이 이 드라마가 가진 동력이지만, 어쩌면 바로 이 진실을 마주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희생과 노력이 필요한가를 절감하는 그 과정 자체가 이 드라마가 말하려는 메시지인지도 모르겠다. 너무 복잡하게 얽혀있어 차라리 포기하고픈 그 진상 규명이 어떻게 해야 비로소 밝혀지고, 또 왜 그렇게까지 해야 하는가를 이 드라마는 보여주고 있으니.(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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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하숙’, 유해진의 유머는 일터를 즐겁게 만든다

 

차승원과 배정남이 장을 보러 나간 사이, 유해진은 이케요 작업실(?)에 들러 무언가를 만들기 시작한다. 지난 주 방영됐던 tvN <스페인 하숙>에서, 알베르게를 찾은 손님 하나가 입구를 찾지 못해 지나쳤던 걸 떠올리고는, 화살표로 입구 안내 표지판을 만들기 시작한 것. 합판에 줄을 그어놓고 보조가 되어버린 박현용 PD와 함께 하는 작업. 줄과 달리 잘라놓은 합판을 두고 “왜 그랬냐고? 내 맘이야”라더니 갑자기 <맘마미아>를 부르며 말장난을 시작한다. 

 

잘 잘라놓은 화살표 표지판에 노랑색으로 페인트칠을 하고는 드라이기로 말려달라는 유해진에게 박 PD는 갑자기 “쿨로 할까요?”하고 물어 웃게 만든다. 박 PD가 표지판을 말리는 사이 나무를 잘라 지지대를 만드는 유해진. 표지판 말리는 일에 이케요 신입사원(?) 이란주 작가가 투입된다. 표지판을 말리는 사이 시트 치우러 갔다가 오는 길, 드라이기 소리가 들리지 않자 무언가 이상함을 느낀 사장이 그가 없는 사이 초콜릿을 먹는 박 PD를 발견한다. 사장 눈치 보며 초콜릿 먹다 딱 걸린 박 PD가 갑자기 일어나 견과류 드실래요 하고 묻는 모습이 웃음을 자아낸다.

 

이게 뭐라고 어느새 이란주 작가까지 투입되어 드라이기로 표지판을 말리고, 그 사이 사장이 선심 쓰듯 “배고프지”하며 견과류를 한줌씩 나눠주는 그 의도적인 훈훈함에 웃음이 피어난다. 어느새 이 이상하게 유쾌한 사장의 상황극에 빠져든 박 PD는 “(이 회사) 복지가 좋네요”라며 기분 좋게 웃어 보인다. “우리 이케요는 일단 제품이 좋으려면 직원들의 복지가 좋아야 된다”며 너스레를 떠나는 유해진은 이제 아예 상황극 속에 푹 빠져 이케요 사장 목소리를 낸다. “대량생산을 못하니까 어려움이 있어요. 그래도 좋은 제품을 만든다는 긍지를 가지고...” 그 말에 유해진도 PD도 깔깔 웃음이 터져 나온다.

 

그저 옆에 서 있다가 “조수가 없다”는 유해진의 말과 함께 바로 채용(?)된 박 PD. 때론 힘들기도 하고 실수도 했지만 유해진 특유의 유머에 푹 빠져든 박 PD는 그와 함께 하는 것 자체가 즐거운 얼굴이었다. 이케요에 오면 “이런 일도 해야 한다”며 침대시트를 정리하던 유해진이 은근히 ‘박과장’이라고 부르며 직책까지 주자, 박과장은 이란주 작가를 인턴이라고 소개한다. 이제 유해진과 박과장은 얼굴만 봐도 웃음을 터트린다. 유해진은 문제의 견과류를 주며 “이렇게 주는 회사 있어? 견과류. 이렇게 주는 회사 없어. 그리고 일은 다 사장이 하고.”라고 말해 박과장을 포복절도하게 만들었다.

 

유머는 전염되는 지 유해진이 만든 분위기에 직원들의 유머도 점점 업그레이드된다. 문득 생각난 듯 유해진이 박과장에게 “하고 많은 DIY 회사 중 우리 회사를 지원하게 됐냐?”고 슬슬 상황극에 시동을 걸자 박과장의 말 한 마디가 유해진을 쓰러지게 만든다. “견과류 준다고 해서.” 문득 그 유쾌한 일터를 보던 인턴이 “(창고에서 일하던) 구글 초창기 같다”고 말하자 유해진의 말장난 개그가 또 발동한다. “우리는 ‘찌개를’이야. 국이 아니라.” 그 말에 박과장과 인턴이 쓰러진다.

 

물론 이건 <스페인 하숙>에서 유해진이 만든 일종의 상황극이지만, 적어도 이런 분위기라면 일할 맛 날 것 같은 장면이 아닐 수 없다. 일터가 진짜 힘든 건 대부분 일 그 자체 때문이 아니다. 그보다는 함께 일하는 사람들이 주는 스트레스가 더 크지 않던가. 물론 이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만나서 유쾌할 수 있는 그런 일터의 분위기라면 능률도 높아질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스페인 하숙>을 보면 유해진이 얼마나 부지런한 사람인가를 알 수 있다. 새벽부터 일어나 산책을 하고 아침부터 알베르게 구석구석 청소를 시작한다. 그리고 틈만 나면 무언가 손님이 불편한 건 없나 확인하고 그걸 개선하려 노력한다. 그런데 특이한 건 그가 하는 일이 꽤 즐겁게 보인다는 점이다. 그래서인지 그와 함께 일하는 이들도 즐겁기 그지없다. 물론 실제 현실에서 이런 일터를 찾는 건 어렵겠지만, 유해진의 유쾌함은 적어도 사장의 즐거운 유머 하나가 일터의 분위기를 바꿀 수 있다는 걸 말해주는 게 아닐까.(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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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산다’ 이시언 팬미팅 웃음에 감동까지

 

모든 게 어설펐다. 하지만 그 어설픔은 이시언 특유의 인간미와, 그런 면을 좋아하는 팬분들로 채워지고도 남았다. 그래서 어설픔이 주는 빵빵 터지는 폭소는 그 자체로 감동일 수밖에 없었다. 어설픈데다 실수까지 만발해도 웃어주는 팬들과 벅찬 감정을 느끼며 최선을 다하는 이시언에게서 서로가 서로를 생각하는 마음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MBC 예능 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에서 생애 처음이자 일본에서의 첫 팬미팅을 가진 이시언은 시작 전부터 잔뜩 긴장한 얼굴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처음 하는 팬미팅인 데다가, 일본에서 하는 지라 언어의 벽이 높을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팬미팅에 빼놓을 수 없는 노래는 그의 취약점이었다. 음치인지라 나서서 노래를 한 적이 별로 없는 이시언은 그래서 이홍기를 찾아가 팬미팅 노하우를 듣고 노래 레슨(?)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막상 진짜 닥친 팬미팅에서 이시언은 준비해간 제스처를 하지 못할 정도로 긴장한 티가 역력했다. 이홍기에게 배운 일본말 인사를 그저 틀리지 않게 하기 위해 애쓰는 모습이었으니, 애교 제스처까지 한다는 건 무리일 수밖에 없었다. 팬들 앞에 나서 인사를 하고 하나하나 프로그램을 해나가는 모습에서 진땀이 느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시언 특유의 센스와 인간미는 그 진땀 속에서 오히려 드러나는 듯 했다. 팬미팅의 백미가 됐던 칵테일을 직접 이시언이 만들어 팬들에게 전하는 과정은 실수 연발로 빵빵 터지는 웃음을 선사했다. 애초 준비했던 재료들과 다르거나 재료가 없거나 혹은 불을 사용할 수 없는 건물 방침 때문에 엉망이 되어버린 칵테일을 그래도 얼기설기 만들어내는 이시언의 모습은 팬분들은 물론이고 이를 지켜보는 스튜디오의 출연자들까지 웃게 만들었다. 잘게 부순 얼음이 없어 힘으로 하려다 실수를 하는 모습이나, 너무 꼭 닫아 통을 열지 못해 낑낑 대는 모습을 보며 박나래는 “슬랩스틱”의 대가라며 “개그맨들은 뭐 먹고 살라고 저렇게 웃기냐”는 얘기를 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렇게 어설프게 만든 칵테일을 기꺼이 맛보며 “맛있다”고 해주는 팬들이 있어 팬미팅은 훈훈하기 이를 데 없었다. 그리고 그것은 이 팬미팅을 엉망진창이 아니라, 이시언 특유의 인간미 가득한 팬미팅으로 만들어내고 있었다. 무얼 해도 좋아해주는 팬들에게서 이시언은 “정말 아껴주시는 것”을 느꼈다고 했다. 

 

하이라이트는 이홍기를 찾아가 레슨을 받을 정도로 준비했던 노래였다. 레슨 받을 때만 해도 음정 박자 뭐 하나 맞는 게 없는데다, 숨 쉴 부분을 번번이 놓쳐 노래를 계속 이어나가기도 힘들어 했던 이시언이었지만, 막상 무대에서는 무난하게 실수 없이 노래를 불렀다. 그간 그가 얼마나 연습을 했는가가 느껴지는 대목이었다. 스튜디오에서 그 모습을 관찰하는 이홍기조차 만족스러워하는 모습이었다. 

 

노래를 부르는 절정의 순간에 이시언은 울컥하는 얼굴이었다. 팬들의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그 시간이 꿈 같았을 것이었다. 하지만 애써 그 울컥하는 마음을 누르고 과장된 제스처로 웃음을 주는 이시언이었다. 그가 어떻게 이런 타국에서 팬미팅을 할 정도로 사랑받는 스타가 되었는가 짐작 가는 대목이었다. “멋있다”는 일본팬들의 말처럼, 다소 어설프지만 열심히 진심을 다해 임하는 그의 모습은 실제로 멋있게 느껴졌다. 너무나 완벽해서 완전히 다른 존재처럼 보이는 스타가 아니라, 너무나 허술해서 우리와 다를 바 없는 인간미 넘치는 스타라니. 이시언의 존재감이 새롭게 느껴지는 시간이었다.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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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 작은 것들은 어떻게 글로벌한 힘이 되는가

 

이젠 놀랍지도 않다. 방탄소년단(BTS)의 새 앨범  ‘맵 오브 더 솔:페르소나(MAP OF THE SOUL : PERSONA)’는 여지없이 빌보드 200 차트 1위를 차지했다. 이로써 방탄소년단은 ‘LOVE YOURSELF 轉 Tear’와 ‘LOVE YOURSELF 結 Answer’에 이은 세 번째 빌보드 차트 1위 기록을 남겼다. 이 뿐만이 아니다. 영국 오피셜 차트 최초로 한국 가수 1위를 차지했고, 일본 오리콘 차트 역시 1위를 차지함으로써 한, 미, 영, 일에서 모두 정상을 차지하는 결과를 만들었다.

 

그런데 이런 결과는 이제 그리 놀랍지 않다. 이미 몇 년 전부터 축적된 심상찮은 분위기들로 인해 충분히 예상된 결과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방탄소년단의 팬덤인 아미의 결속력은 갈수록 커지고 있고, 갈수록 그 영토를 넓혀가고 있다. 그러니 믿기 힘든 성적이긴 하지만, 이제 놀랍기보다는 응당 일어날 일이 일어난 것 같은 그런 느낌이다.

 

새 앨범 발매와 함께 그 시작을 NBC <새터 데이 나이트 라이브>에서 그것도 <라라랜드> 엠마 스톤과 함께 했다는 사실도 이젠 놀랍지 않다. 예고 영상에서부터 엠마 스톤이 호들갑을 떨며 BTS가 나온다는 사실에 들떠하는 모습도, 또 <SNL> 무대가 작게 느껴질 정도로 화려하고 파워풀한 노래와 퍼포먼스를 선보인 방탄소년단의 모습도 이제는 익숙하다.

 

방탄소년단은 이미 글로벌 스타이고, 외신은 심지어 이들을 ‘유튜브 시대의 비틀즈’라고 소개한다. <SNL>이 방영되기 일주일 전부터 NBC앞에 노숙하다시피 줄을 서서 기다리는 팬들이 존재하고, 여지없이 이들을 취재하는 영상들이 유튜브를 채워놓는다. 동양의 작은 나라 한국의 한 아이돌 그룹이 만들어낸 이 풍경은 처음에는 기적 같은 놀라움으로 다가왔지만, 이제 몇 번을 반복하다 보니 조금씩 당연하고 익숙한 풍경처럼 느껴진다. 방탄소년단이 단 몇 년만에 만들어낸 기적 같은 변화다.

 

매일 같이 매체들에 의해 타전되어 오는 기록들의 연속은 이제 놀랍지 않지만, 이 정도의 글로벌 스타가 내놓은 이번 앨범의 타이틀곡 ‘작은 것들을 위한 시’는 너무나 발랄하고 어깨에 힘을 뺀 노래라는 데서 놀랍다. 사실 이 정도의 세계적인 반응이라면 자칫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가 발표하는 노래 역시 ‘대작’을 내놔야 할 것 같은 부담감이 없을 수 없다. 실제로 방탄소년단은 ‘아이러니하게’ 그만한 성공 속에서 “해체도 고민했을 정도”로 부담이 만만찮았다는 걸 토로한 바 있다.

 

하지만 ‘작은 것들을 위한 시’는 이런 부담이 무색할 정도로 가볍고 경쾌하며 발랄하다. 게다가 이 곡이 담은 메시지 역시 ‘사소한 것들이 가진 엄청난 힘’에 대한 이야기다. ‘사소한 게 사소하지 않게 만들어버린 너라는 별’이라는 표현 속에 담겨 있듯이 방탄소년단은 이 노래를 통해 그 사소함을 위대함으로 만들고 심지어 하늘을 날 수 있게 만든 건 다름 아닌 ‘사랑’이라고 말한다.

 

방탄소년단은 이 노래를 통해 사랑에 빠진 소년이 그 사랑의 힘으로 ‘사소한 게 사소하지 않게’ 만들어졌고 또 영웅도 되었으며 하늘 높이 날 수 있게 되었다고 노래한다. 그건 소년의 사랑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방탄소년단의 아미에 대한 사랑이기도 하다. 이들이 준 ‘이카루스의 날개’는 언제 녹아떨어질까 그들을 불안하게 만들기도 하지만 소년들은 ‘태양이 아닌 너에게로’ 날아가겠다고 한다. 정상을 향해 달려가는 게 아니라, 사소하지만 위대한 사랑을 추구하겠다는 이 노래는 마치 방탄소년단이 그런 앨범 발매 이후 쏟아져 나오는 수치들의 화려함보다는 작아보여도 결코 작지 않은 ‘작은 것들을 위한 시’를 노래하겠다는 다짐처럼 들린다.

 

어쩌면 화려한 수치들을 통해 글로벌 스타가 되는 것보다 더 어려운 일은 그 위치에서도 오히려 한껏 자신을 낮춰 자신을 그 위치에까지 올라오게 한 사소하고 작은 것들을 들여다보고 노래하는 일이 아닐까. 그러니 그 ‘작은 것들을 위한 시’가 이처럼 세계적인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이 노래가 가진 메시지를 그대로 재연하고 있다고 여겨진다. 지금처럼 쭉 사소한 것들을 사소하지 않게 만드는 별이 되어주길.(사진:빅히트엔터테인먼트)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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