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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정덕현
'열혈사제', 왜 이렇게 유쾌하고 통쾌한가 봤더니 외국인 근로자로 구박받던 쏭삭(안창환)이 갑자기 태국 왕실 경호원 출신이었다며 마치 을 보는 듯한 무에타이 실력을 선보이더니, 이제는 주임수녀 김인경(백지원)이 이른바 ‘평택 십미호’로 불리던 ‘타짜’라는 게 밝혀진다. 그는 이제 과거 동생의 죽음으로 악연을 맺게 된 타짜 오광두(유승목)와 클럽 라이징문의 비리가 담긴 회계장부를 놓고 한 판 승부를 벌일 참이다. 이건 SBS 금토드라마 가 인물들을 활용하는 방식이다. 평범해 보였던 인물들이 숨겨진 능력을 보이거나 숨겨진 과거를 드러내는 방식. 그래서 이른바 ‘구담 어벤져스’는 김해일(김남길)이라는 신부로 시작해 점점 모양새를 갖춰간다. 그저 먹는 것 밝히는 인물처럼 보였던 알바생 요한(고규필)은 배가 부르..
‘스페인 하숙’, 별거 없어도 충분히 행복한 건 “짐은 두려움이다. 두려움을 버려라.” tvN 예능 프로그램 에서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어온 한 청년은 불쑥 이런 이야기를 꺼낸다. 저녁을 먹는 그들 옆에 앉아 그들이 겪은 순례길에 대한 이야기를 듣던 유해진은 그 말에 반색한다. 늘 아재개그식의 유쾌한 말장난이 입에 붙은 유해진이어서였을까. 그 청년이 툭 던진 유머가 섞여 있지만 의미심장한 그 말에 특히 반색한다. 그 청년이 그 말을 꺼낸 건, 또 다른 순례자가 “가져왔던 패딩을 버렸다”는 얘기를 해서다. 길을 걷기 위해서 배낭을 꾸리고, 어떤 일들이 벌어질지 알 수 없어 배낭 가득 이런 짐 저런 짐들을 채워왔지만, 그것이 어느 순간 앞으로 걸어 나가는 걸 힘들게 하는 버거움이 되었다는 이야기다. 그건 어쩌..
어찌 보면 악당 같다, ‘닥터 프리즈너’ 남궁민은 어쩌다가 “자기 손에 피 안 묻히고 이길 수 있는 싸움이 있을까요?” 태강병원 정신과 의사 한소금(권나라)이 “왜 이렇게까지 하려고 하냐”고 묻자 나이제(남궁민)는 그렇게 말한다. 그는 JH철강 김회장의 아들인 잔혹한 사이코패스 김석우(이주승)를 윌슨병이라 주장해 양극성 장애로 만듦으로써 형 집행 정지를 만들어주려 했다.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한소금에게 나이제는 만일 그의 동생 한빛이 죽었다면 어떻겠냐고 반문한다. 가난한 장애부부가 아이를 잉태한 채 죽음을 맞이하고, 어머니마저 수술 기회조차 얻지 못한 채 죽었던 걸 경험한 나이제는 “그 놈들이 있는 곳이라면 지옥 끝까지” 갈 거라고 말한다. 이것은 KBS 수목드라마 가 갖고 있는 이야기의 특징이면서, 나이..
솜씨에 인성까지, '골목식당' 백종원도 빠져들 정도라면 봄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날, 충남 서산 해미읍성 어느 골목길로 백종원이 우산을 들고 식당을 찾아간다. 이제 13번째 골목을 맞는 SBS 의 시그니처가 된 풍경. 본래 얼굴을 숨기려 마치 영화 처럼 우산을 들게 됐던 것이지만, 봄비가 내리자 그 우산은 그 풍경에 딱 어울리는 자연스런 소품이 되었다. 이런 날이면 왠지 낮술이라도 한 잔 걸치고픈 마음이 인지상정. 백종원이 찾아간 돼지찌개집 역시 그런 마음에 딱 맞춘 음식들을 내놨다. 직접 찾아가보기 전까지 백종원은 반신반의했다. 일단 메뉴가 너무 많은 게 신뢰감이 가지 않은 이유였다. 소머리국밥 하나만 해도 제대로 하려면 전문점을 해야 될 터였지만 여기에 돼지찌개에 냉면부터 갖가지 다양한 계절메뉴까지 메..
‘해치’가 말하는 정치, 법치, 이치 SBS 월화드라마 가 그리고 있는 영조의 청년시절 연잉군(정일우)은 우리가 사극에서 흔히 보던 그런 왕자(혹은 왕)나 신하와는 사뭇 다르다. 김이영 작가가 예전에 썼던 이나 와 비교해보면 그 차이가 확연히 드러난다. 에서 정조는 끊임없는 암살 위협 속에서 생존해나가는 왕이었고, 에서 숙종은 희빈 장씨로 인해 불어 닥치는 피바람 속에서 동이와 그 아들을 지켜내는 인물이었다. 그들은 모두 선악 구도에서 선의 역할을 자처했고, 반대세력들은 이들이 이겨내거나 제거해야할 절대 악으로 그려졌다. 하지만 는 다르다. 일단 연잉군이라는 인물이 그렇다. 훗날 영조가 되는 이 인물은 물론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비전형 리더이긴 하다. 그의 주변에 박문수(권율)나 여지(고아라), 달문..
‘자백’, 이준호가 파고들어갈 진실 어디까지 닿아있을까 진실을 마주한다는 건 얼마나 힘든 일인가. tvN 토일드라마 은 그 감당하기 힘든 진실을 찾아가는 최도현(이준호) 변호사와 전직 형사 기춘호(유재명)의 추적기를 그리고 있다. 이들이 맞이하는 일련의 살인사건들은 맥락 없이 벌어진 연쇄살인사건이거나 혹은 모방범죄처럼 보였지만 차츰 그 뒤에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는 거대한 사건의 실마리가 된다. 그리고 이 거대한 사건의 끝에는 결국 최도현이 변호사가 되어서까지 알아내려 했던 아버지를 사형수로 만든 사건으로 연결될 것으로 보인다. 은 장르물이 갖는 문법을 너무나 잘 활용하는 드라마다. 초반 이 드라마가 세 개의 살인사건을 활용하는 방식에는 일종의 트릭이 들어가 있다. 10년 전 있었던 ‘창현동 살인사건’ 그..
'어스', 이 미국 이야기에 우리네 관객들이 열광하는 까닭 (본문 중 영화 내용의 누설이 있습니다. 영화를 관람하실 분들은 참고 바랍니다.) 조던 필 감독의 영화 에 대한 국내 관객들의 반응이 심상찮다. 개봉 후 3일 만에 70만 관객을 넘어섰고, 영화에 대한 다양한 해석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미 으로 한국 팬들까지 갖고 있어 ‘조동필’이라고도 불리는 조던 필 감독의 작품이라는 것 때문에 이미 개봉 전부터 기대가 몰렸던 건 사실이다. 하지만 이 정도일 줄이야. 는 제목에 중의적인 의미가 담겨있다. 즉 ‘우리’라는 뜻이지만 다른 식으로 들여다보면 ‘미국 United States’의 약자로 보인다. 이런 중의적 의미처럼 는 미국 사회가 가진 흑인에 대한 차별과 편견을 그 이야기의 기반으로 삼고 있다. ..
어떻게든 웃겨주겠다는 '열혈사제' 제작진의 절절한 진심 뭐든 다 빨아들이는 블랙홀 같다. 갑갑한 현실에 유쾌하고 통쾌한 한 방을 주기 위해서라면 뭐든 다 끌어오겠다 작정한 것처럼 보인다. 그 안에는 최근 우리 사회를 뒤흔들고 있는 ‘버닝썬 게이트’가 통째로 녹아들어 있다. 일찍이 이런 사태를 예상했던 거라면 놀라운 현실 인식이고, 재빨리 이 소재를 드라마 소재로 끌어왔다면 역시 남다른 순발력이다. SBS 금토드라마 가 갈수록 시청자들을 빨아들이는 이유다. 에서는 친절하게 캐릭터를 이용한 도표를 보여주며 이른바 ‘라이징 문’ 게이트의 전모를 설명해준다. 마약까지 유통하는 클럽 라이징 문이 있고 그 마약을 하기 위해 구담시까지 찾아오는 연예인과 재벌2세들이 있다. 그 클럽은 구담경찰서 남석구 서장(정인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