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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정덕현
‘열혈사제’, 위풍당당행진곡 ‘킹스맨’ 패러디를 이렇게 쓸 줄이야 영화 에서 가장 압권인 장면은 엘가의 위풍당당행진곡에 맞춰 세상을 망하게 만들고 자신들만 살아남겠다고 모인 이들의 머리가 차례로 날아가는 장면이다. 잔인한 장면일 수 있지만 영화는 이것을 음악에 맞춰 마치 꽃 봉우리가 터지는 듯한 모습으로 연출해냄으로써 19금 섞인 코믹한 스파이액션으로 풀어낸다. 그런데 그 장면이 SBS 금토드라마 에서 고스란히 패러디된다. 에 비하면 어딘지 B급처럼 보이는 이 패러디에서 장룡(음문석)과 그 패거리들은 김해일(김남길)이 중국으로 구해온 ‘설사초’를 넣은 도시락을 먹고 결정적인 순간에 한 명씩 넘어지며 설사를 터트리는 장면을 연출한다. 을 본 분들이라면 위풍당당행진곡에 맞춰 꽃봉우리 CG가 곁들여진 그 장면..
‘스페인하숙’ 유해진, 열심히 하는데 잘 안 풀리는 분들을 위해 물론 실제 본격적으로 알베르게를 연 건 아니지만, 엄밀히 말해 tvN 예능 프로그램 이 산티아고 순례길에 연 하숙집(?)은 장사가 잘 되는 집은 아니다. 오픈한 첫 날 단 한 명의 손님이 찾아와 ‘임금님 밥상’을 차려준 바 있고, 다음 날 외국인 손님까지 더해져 갑자기 여섯 명이 들이닥쳤지만 그것도 생각해보면 그리 많은 숫자는 아니다. 일요일, 전날 잔뜩 봐온 장으로 더 많은 손님이 오길 기대했지만 결국 달랑 두 명의 손님을 받은 에서 유해진은 손님이 오지 않자 괜스레 문을 살피고 문밖에 나왔다가 광장까지 가서 혹여나 순례자가 올까 둘러본다. 한 명이라도 더 오길 바라는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하지만 터덜터덜 하숙집으로 돌아오는 유해진은..
‘그녀의 사생활’이 그리는 성덕의 세계, 그 기대와 우려 사이 tvN 수목드라마 에는 이른바 ‘덕후’라 불리는 이들이 쓰는 그들만의 용어들이 일상적으로 등장한다. 첫 회의 부제로 붙은 ‘덕을 아십니까’라는 제목이나 2회의 부제인 ‘미안하다 일코한다’라는 제목부터가 그렇다. ‘오타쿠’라는 용어에서 비롯된 덕후라는 우리식의 단어가 또 줄어서 ‘덕’이라는 표현으로 사용되고, ‘일코’ 같은 ‘일반인 코스프레’의 준말이 더해진다. 아는 이들이야 이런 용어 자체가 익숙하고 나아가 흥미로울 수 있다. 하지만 만일 이를 잘 모른다면 이런 용어들이 어떤 장벽으로 다가올 수도 있다. 이라는 드라마는 바로 그 ‘덕질’을 소재로 가져왔다. 주인공의 이름이 일단 ‘성덕미(박민영)’라는 것부터가 그렇다. 그것은 ‘성공한 덕후’를..
‘더 뱅커’, 은행은 늘 고객을 최우선으로 한다 하지만 MBC 수목드라마 에서 노대호 역할을 연기하는 김상중은 특유의 목소리 톤을 드라마 안에서도 그대로 보여준다. 김상중은 SBS 를 통해 “그런데 말입니다” 같은 유행어를 만들어낼 정도로 자신이 캐릭터화되어 있다는 걸 알고 있다. 그리고 그 캐릭터는 특유의 목소리 톤에서 나온다. 이 톤으로 그는 여러 차례 광고를 찍었고, 그 중에는 새마을금고 같은 은행도 있다. 물론 그 톤이 주는 이미지는 ‘신뢰감’ 같은 것이다. 아마도 가 김상중을 캐스팅한 건 의 집요하게 파고드는 그 이미지와 새마을금고 광고가 주는 이미지(실제로 이 드라마는 새마을금고의 광고가 붙어 있다)의 결합이 좋은 시너지를 낼 거라는 예상 때문이 아니었을까. 실제로 초반에는 그 특유의 톤이 어..
‘골목식당’, 지역 가니 이런 토속적인 맛이 이 정도면 솔루션을 하러 가는 게 아니라 맛집을 찾아가는 느낌이다. SBS 의 돼지찌개집을 찾은 백종원은 “여긴 할 게 없다. 나 여기 솔루션 하러 안 온다. 밥 먹으러 오는 거다”라고 말했다. 지난주 방영됐던 것처럼, 서산 해미읍성의 ‘장금이’라 불리는 손맛의 돼지찌개집은 역시 재차 방문한 백종원을 실망시키지 않았다. 그는 전날 너무 극찬했던 건 자신이 특히 좋아하는 어리굴젓에 마음을 뺏겨서라고 했지만, 다음 날 찾아 맛본 비빔밥과 순두부찌개도 역시 대만족했다. 상반되게도 사장님은 내내 “자신 없다”고 말하기도 하고 “떨린다”고 얘기했지만, 요리에 있어서는 거침이 없었다. 매일 반찬이 달라진다고 말하는 데서부터 이 사장님이 가진 요리에 대한 욕심이 느껴졌다...
‘닥터 프리즈너’, 어느새 우린 장르의 맛을 느끼기 시작했다 잘 나가는 장르물들은 퓨전을 거듭 시도해왔다. 의학드라마 같은 경우는 특히 그렇다. 이나 은 이미 고전이 된 의학 사극이지만, 그 후에도 사극과 퓨전된 이나 같은 드라마가 있었고 타임리프가 더해진 이나 같은 드라마도 있었다. 또 같은 드라마는 응급의학을 소재로 야전에서 수술을 시전하는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고, 이나 역시 응급의학과의 전쟁 같은 상황을 소재로 다뤘다. 도서 지방 같은 의료 소외지대를 다룬 이나 생명을 다루는 곳이자 사업체로서의 병원이라는 공간을 두고 벌어지는 대립을 다룬 도 있었다. 이 정도면 우리네 의학드라마는 일정한 계보와 장르적 틀마저 갖추고 있다고 봐도 될 만하다. 그 계보들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생명을 다루는 의학이라는 ..
청와대 비선실세까지, ‘자백’ 이준호의 진실 추적 뭐 이런 드라마가 다 있나. tvN 토일드라마 은 보면 볼수록 거미줄처럼 헤어 나오기 어려운 드라마다. 그저 각각 벌어진 사건처럼 여겨지던 것들이, 보이지 않는 연결고리로 연결되고, 각각의 인물들 또한 조금씩 드러나는 사건 속에서 관계를 맺고 있다는 게 밝혀진다. 드라마는 최도현(이준호)과 기춘호(유재명) 그리고 하유리(신현빈)라는 이 거미줄 위에 놓인 세 인물들이 저마다 이 거미줄 전체의 그림이 지목하는 진실을 향해 나아가는 과정을 담고 있다. 은 그래서 시청자들을 그저 편안하게 내버려두지 않는다. 이른바 ‘차승후 중령 살인사건’으로 사형수가 된 아버지에게 벌어진 일의 전모를 찾아내 누명을 벗게 하려는 최도현. 시청자들은 그가 자신의 변호사 사무실 벽에..
‘아름다운 세상’이 절망을 통해 찾아내려는 희망은 과연 ‘아름다운 세상’을 우리는 꿈꿀 수 있을까. JTBC 금토드라마 은 중학생 박선호(남다름)가 학교 옥상에서부터 바닥으로 떨어져 내리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자살일지 혹은 타살일지 알 수 없는 한 아이의 추락. 카메라는 아주 천천히 이 아이가 떨어져 내리는 장면을 비춰주며 이 드라마가 앞으로 전개해나갈 파국을 예고한다. 어쩌면 우리는 어떤 사건이 벌어지기 전까지 우리가 사는 세상의 실체를 보지 못하는 지도 모른다. 아무 일도 없었다면 친구들이나 아이 부모들 또 선생님과 아이들의 관계는 그럭저럭 원만했을 테고, 우리는 그 ‘원만함’이 ‘아름답다’ 착각하며 받아들였을 지도 모르니 말이다. 하지만 한 아이가 추락하는 사건은 이 원만하게 아름답다 치부되던 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