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이미지
문화 속에 담긴 현실을 모색하는 곳 더키앙

카테고리

분류 전체보기 (4809)
블로거의 시선 (96)
네모난 세상 (4598)
SPECIEL (19)
문화 코드 (1)
생활의 발견 (23)
술술 풀리는 이야기 (4)
스토리로 떠나는 여행 (10)
책으로 세상보기 (8)
문화 깊게 읽기 (4)
스토리스토리 (24)
사진 한 장의 이야기 (4)
드라마틱한 삶을 꿈꾸다 (7)
대중문화와 마케팅 (9)
Total13,267,797
Today24
Yesterday287

‘구해줘2’, 천호진 캐스팅에 담긴 믿음에 대한 질문

 

천호진에게 이런 얼굴이 있었던가. 우리에게는 주로 아버지 역할로 더 익숙한 인물이다. <육룡이 나르샤>에서의 이성계 역할에서는 이방원의 아버지로서 강인한 카리스마를 보여줬고, <황금빛 내 인생>에서의 서태수 역할에서는 아이들 뒷바라지 하느라 정작 자신의 삶은 희생하며 살아왔던 아버지의 모습을 연기했다. 그런 그에게 대중들은 ‘국민 아버지’라는 타이틀을 붙여주기도 했다. 그런데 OCN 수목드라마 <구해줘2>에서의 천호진은 소름끼치는 사이비 최경석이라는 문제적 인물을 연기한다.

 

이 작품은 최경석이라는 인물을 통해 사람들이 어떻게 헛된 믿음, 즉 사이비에 빠져드는가를 흥미진진하게 그려내는 작품이다. <서울역>, <부산행>, <염력> 같은 작품으로 애니메이션과 영화감독으로 맹활약하는 연상호 감독이 사실상 이름을 알리게 된 <사이비>라는 애니메이션을 원작으로 하는 드라마다.

 

워낙 탄탄한 원작을 바탕으로 하고 있어서 그런지 <구해줘2>는 수몰예정지구로 지정되어 불안감이 엄습해오고 있는 월추리 사람들이 차츰 최경석이라는 인물에게 빠져 들어가는 과정을 자연스럽게 그려내고 있다. 그 중에서도 최경석의 서글서글한 이미지로 다가와 사실은 사람들의 약한 구석을 파고드는 그 섬뜩함은 이 드라마의 압권이 아닐 수 없다.

 

천호진은 월추리에 들어와 그 마을 분위기를 읽어내고 알 수 없는 미소를 짓는 그 장면 하나로 최경석이라는 인물이 갖고 있는 예사롭지 않은 면을 부각시켰고, 법을 공부했다며 개발을 놓고 벌어진 분쟁 속에서 찬반으로 갈라진 주민들을 설득하면서 마을 사람들을 의지하게 만드는 과정을 통해 진짜 괜찮은 사람은 아닐까 하는 착각에 빠져들게 만들었다.

 

하지만 그런 착각이 드는 지점에 저도 모르게 슬쩍 드러나는 속내는 시청자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든다. 이를 테면 불안해진 월추리 사람들의 마음을 파고 들어와 은근슬쩍 개척교회 운운하며 속내를 드러낼 때, 마침 그 곳에 빈 창고를 내주겠다는 이야기에 최경석이 뒤돌아서 미소 짓는 장면이 그렇다. 또 이 월추리의 개척교회로 오게 된 성철우 목사 앞에서 “모든 게 주님의 뜻”이라고 말하면서 최경석이 다리를 떠는 모습도 그렇다.

 

심지어 목사지만 어딘지 유약해 보이는 성철우마저 조금씩 자신에게 의지하게 만드는 최경석의 존재감은 마치 뱀의 혀를 가진 악마의 분신처럼 보인다. 도무지 교회가 될 것 같지 않은 창고가 그의 제자들의 도움으로 함께 땀 흘려 교회로 변해가는 모습을 보며 성철우는 최경석에 대한 남다른 신뢰의 시선을 보낸다. 하지만 그 제자의 등에 어딘지 그 모습과는 어울리지 않는 문신을 병률(성혁)이 보고 의아해하는 모습은 그들 역시 최경석과 같은 사이비들이 아닐까 하는 의심을 하게 만든다.

 

조금씩 최경석이 이 마을에 들어온 속내가 드러나는 가운데, 그것이 결국은 이 수몰예정지구의 주민들이 받게 될 보상금과 무관하지 않을 거라는 건 애초 그의 선의처럼 보였던 행동들을 다시금 생각하게 만든다. 사실 최경석이 더 많은 보상금을 타게 하려 노력했던 건 알고 보면 자신이 더 많은 돈을 가져가기 위해서였던 것이 아닐까.

 

천호진을 사이비인 최경석이라는 인물로 캐스팅한 건 그래서 이 드라마의 신의 한 수가 아닐 수 없다. 선하고 서글서글한 이미지를 보여 왔기 때문에 그가 보여주는 사이비로서의 행보들은 더 효과적으로 시청자들에게 충격을 주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놀라운 건 최경석이라는 문제적 인물의 이런 이중적인 모습이 천호진의 연기를 통해 너무나 실감나게 표현되고 있다는 점이다. 캐스팅 자체가 드라마가 말하려는 믿음과 배신, 진짜와 가짜라는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만들어내고 있다.(사진:OCN)

Posted by 더키앙

남궁민만큼 돋보이는 ‘닥터 프리즈너’ 김병철·최원영

 

“태강 케미컬 유가족들도 벌레처럼 죽었는데 나쁜 놈 하나 잡는 게 왜 이렇게 힘들고 어려운 겁니까?” 이재준(최원영) 본부장을 잡으려던 계획이 틀어지고 대신 이재환(박은석)마저 그에 의해 뇌사상태에 빠지게 되자 충격에 빠진 나이제(남궁민)는 그렇게 한소금(권나라)에게 토로한다. 정의가 손아귀에 쥐어진 것처럼 여겨지는 순간, 마치 모래알처럼 스르르 빠져나가는 악. 이것은 KBS 수목드라마 <닥터 프리즈너>가 계속 굴러가는 힘이다. 손에 잡힐 듯 잡히지 않는 정의. 그래서 더 간절해지는.

 

<닥터 프리즈너>는 너무나 강력한 악과 싸우는 인물을 그리고 있기 때문에 애초부터 완전한 선은 포기한 지 오래다. 선으로서 악을 무너뜨리는 일은 불가능한 일이고 너무나 순진한 발상이라고 이 드라마는 말하는 듯하다. 그래서 주인공 나이제는 차라리 또 하나의 악당이 된다. 다만 이 악당은 더 큰 악을 무너뜨리려는 그 방향성만 다를 뿐, 하는 행동은 범법행위로 점철되어 있다.

 

의사가 멀쩡한 사람을 ‘형 집행 정지’를 만들어주겠다며 몸을 망가뜨리고, 심지어 죽을 수도 있는 주사를 놓는다. 그것이 ‘유사 살인’과 다를 바가 뭐가 있을까. 또 필요하면 선민식(김병철) 같은 만만찮은 악당과도 손을 잡는다. 하지만 나이제의 이런 극단적인 행동들이 허용되는 건,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상대하는 대상이 더 극악한 이재준 같은 인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드라마는 악역의 힘이 절대적이다. 그 힘에 의해 드라마가 힘을 얻고, 또 주인공의 과도한 행위 또한 정당성을 갖게 된다. 그 첫 번째 악역은 이재환이었다. 재벌2세로 안하무인에 마약중독 그리고 갑질횡포를 부리는 인물. 하지만 선민식이 등장하면서 이재환은 차라리 유약한 인물처럼 보이기 시작한다. 교도소를 장악하고 각종 비리를 저지르며 개인적인 치부에만 욕망을 드러내는 인물. 게다가 이 악당은 이재준이라는 거악과 그와 맞서는 나이제 사이에서 저울질을 하며 간에 붙었다 쓸개에 붙었다 하는 인물이다. 드라마를 종잡을 수 없게 만드는 변수라는 점에 이 악당의 매력(?)이 있다.

 

하지만 선민식이 대놓고 욕망을 드러내는 그런 악당이라면, 이재준은 겉으로는 신사인 척 다가오지만 사실은 악마 같은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 악당이다. 그는 그 신사의 얼굴로 제 아버지를 죽게 만들었고, 이재환마저 뇌사 상태에 빠뜨린다. 누군가를 시켜서 자신의 앞길에 걸림돌이 되는 이들은 가차 없이 치워버리고, 심지어 제 손으로 누군가를 제거하는 걸 즐기는 것처럼 보인다.

 

이재환을 연기하는 박은석, 선민식 역할의 김병철, 그리고 이재준을 연기하는 최원영은 악역이라도 조금씩 결을 달리하면서 드라마에 극적 몰입감을 선사한다. 박은석이 조금은 불쌍하게까지 보이는 악역을 연기한다면, 김병철은 미워할 수 없는 악역을, 최원영은 반드시 무너뜨리고픈 그런 악역을 연기한다. 특히 당하는 얼굴과 득의에 찬 얼굴이 교차하며 그 욕망이 꿈틀꿈틀 느껴지는 악역을 선보이는 김병철과, 헌팅턴 무도병을 연기하며 소름끼치는 정신병적 악역을 선보이는 최원영은 박수 받을 만한 악역이 아닐 수 없다.

 

흔히 ‘악은 성실하다’고 말하지만 이들의 악역이야말로 성실하게까지 느껴진다. 물론 드라마의 중심은 주인공인 남궁민의 악당 같지만 정의에 대한 갈망을 담아내는 그 연기가 잡아가지만, 그와 팽팽한 대결구도를 만들어내는 김병철이나 최원영이 없었다면 <닥터 프리즈너>가 이런 파괴력을 갖지는 못했을 게다. 이제 최종회만 남겨두고 있는 상황, 이들이 어떤 마지막까지의 성실함(?)을 보여줄지 기대된다.(사진:KBS)

Posted by 더키앙

최근에 달린 댓글

글 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