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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는 훌륭하다’ 강형욱, 반려동물가족의 백종원이 따로 없네

 

반려동물과 지내는 우리는 뭘 잘못하고 있었을까. KBS <개는 훌륭하다>를 보다보면 우리가 우리식의 관점으로 바라보고 행동하던 것들이 반려견에게는 전혀 다른 의미로 전해지고 있다는 걸 발견하게 된다. 또 반려견의 어떤 행동들을 우리가 완전히 오해하고 있다는 것도 알게 된다.

 

역대급으로 사나운 진돗개 세 마리, 아지, 애지, 중지는 펜스로 둘러싸인 집에서 산다. 보호자들과 함께 있을 때는 한없이 평화롭지만, 타인이나 다른 개가 집 근처에 오기만 해도 이빨을 드러내며 공격성을 보이는 진돗개들. 흥분해 서로를 물기도 하고 뛰쳐나가는 걸 붙잡다가 보호자들이 넘어져 무릎을 다치기도 했다. 또 잠시 딸네 집에서 살았던 라봉이를 이 진돗개들이 배척해 집밖에 다른 공간에서 따로 살고 있는 지경이었다. 아지가 엄마고 애지, 중지, 라봉이가 모두 자식이지만 라봉이만 따로 지내고 있던 것.

 

더 큰 문제는 산책을 할 때 벌어졌다. 우연히 만나게 된 이웃의 레트리버를 아지, 애지, 중지가 집단 공격한 것. 그 후로 레트리버는 물론이고 견주 또한 트라우마를 겪고 있었다. 레트리버는 그 집 근처에 다가가는 것도 두려워했고 견주는 그 때 일을 이야기하며 다시금 눈물을 쏟아냈다. 이러니 동네에서 같이 살 수 없는 상황이라 이사 결심까지 하게 될 정도였다.

 

지금껏 <개는 훌륭하다>가 다양한 반려견 가족의 문제를 해결해왔지만 이번 사안은 강형욱조차 걱정될 정도로 총체적 난국이었다. 그는 조심스럽게 그 집에 들어가 먼저 가족들과 반려견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강형욱의 접근법을 보면 문제가 있는 반려견의 대부분 원인은 보호자들에게 있었다. 그래서 이 프로그램의 제목이 <개는 훌륭하다>다. 개는 훌륭하지만 보호자가 제대로 양육하지 못해 문제들이 발생한다는 것.

 

이 집의 문제는 리더인 아지가 이 집의 최고 서열로 자리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그래서 진돗개들이 보호자들을 따르기보다는 아지를 따르고 있었다. 또 함께 모이면 일종의 조직처럼 행동하는 진돗개의 특성을 보호자들은 잘 모르고 있었다. 그러니 사람의 관점에서 반려견들도 ‘가족처럼’ 지내길 바라고 있었지만, 그건 사실 이들을 난폭하게 만드는 이유였다. 반려견들의 관점이 아니라 우리의 관점으로 생각하고 행동했기 때문에 오히려 상황이 악화됐던 것.

 

강형욱의 놀라운 마법이 펼쳐졌다. 일단 세 마리의 반려견들을 집 밖으로 내보내고 그들이 보는 와중에 강형욱이 그 집의 새로운 주인이라는 걸 각인시켰다. 그 과정에서 강형욱은 마치 반려견들이 했던 것처럼 달려와 펜스를 붙잡고 흔들기도 했고 때로는 이를 드러내며 소리를 내기도 했다. 마치 반려견 자체가 된 것처럼 행동하며 자신이 가장 높은 서열이라는 걸 드러냈던 것. 한 마리씩 집으로 들여 진돗개들을 복종하게 만든 후 강형욱은 최종적으로 라봉이 또한 집안으로 들이는 데 성공했다. 반려견들은 마치 마법에 걸린 듯 차분해져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았던 것.

 

이처럼 <개는 훌륭하다>는 반려동물가족의 문제에 강형욱이 솔루션을 제공하는 프로그램이다. 관찰카메라 형식으로 문제들을 파악하고 그 원인을 하나씩 제거함으로써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하는 그 일련의 과정은 마치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을 보는 것처럼 흥미진진하다. 백종원이 문제에 처한 골목식당을 찾아가 솔루션을 제공해 그 곳을 활성화시키는 매직을 선보인다면, 강형욱은 도저히 제어할 수 없어 보호자와 동거가 어려울 것 같은 반려견들을 마법처럼 변화시킨다.

 

그런데 그건 과연 마법일까. 눈에 보이는 변화들은 믿기 힘들 정도기 때문에 정말 마법처럼 보인다. 하지만 강형욱이 하는 솔루션들을 잘 들여다보면 그 마법이 사실은 우리가 너무나 반려견을 잘 이해하지 못하고 우리 식으로만 보려한데서 생겨난 거라는 걸 알게 된다. 반려견들의 입장에서 그 행동의 원인을 읽어내고 대처하기 때문에 마치 마법처럼 보일 뿐.

 

반려동물가족 인구수가 1천만을 넘어선 지 오래다. 하지만 함께 살아가면서 과연 우리는 반려동물을 얼마나 그들 입장에서 이해하고 바라보고 있을까. 사람과 비슷하려니 하는 그런 관점들은 오히려 문제를 만들어낸다. 반려견을 사랑하지만 그 사랑의 방식은 저들을 제대로 이해하고 그래서 양자가 행복할 수 있는 방법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것. 강형욱의 솔루션을 마법처럼 보이는 것은 그래서 에둘러 말하면 우리가 그만큼 반려견들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 아닐까.(사진:KBS)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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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머니멀’, 경고하던 동물다큐 이제 분노하기 시작했다

 

정말 충격적인 장면이었다. <라이온킹> 같은 애니메이션에서 평화롭게만 보였던 아프리카 동물들의 실상은 너무나 살풍경했다. 박신혜가 함께 헬기를 타고 따라간 그 곳에는 코끼리 사체들이 덤불에 가려진 채 쓰러져 있었다. 가까이서 보니 놀랍게도 얼굴 전체가 도려내져 사라지고 없었다. 국경없는 코끼리회 대표 마이크 체이스 박사는 밀렵꾼들이 먼저 코끼리의 척추를 끊어놓고 아무런 저항도 하지 못하게 만든 후 살아있는 상태에서 톱으로 얼굴을 도려냈다고 말했다. 자신들의 위치가 노출될 수 있는 총 사용을 피하고 또 총알을 아끼기 위해서란다.

 

MBC 창사특집 다큐멘터리 <휴머니멀>은 휴먼과 애니멀이 더해진 제목으로 인간과 동물의 공존을 묻는 프로그램이다. 하지만 이 프로그램은 그저 아름다운 인간과 동물 사이의 교감만을 담지는 않았다. 그것보다는 동물을 죽이고 사냥하며 학대하는 인간의 잔인함을 전면에 드러냈다. 죽어있는 코끼리 앞에서 말문이 막힌 채 눈시울이 붉어진 박신혜의 마음은 아마도 그 장면을 본 시청자들의 마음과 다르지 않았을 게다. 어떻게 인간이 이렇게 잔인할 수 있을까.

 

코끼리를 숭배한다는 태국의 사정도 다르지 않았다. 유해진이 찾아간 태국 치앙마이의 코끼리 생태공원. 그 곳을 만든 야생동물보호 활동가 생드언 차일런트는 코끼리들과 거의 가족처럼 교감하고 스킨십하며 지내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평화롭게만 보이는 풍경 이면을 알게 된 유해진은 결국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그 곳에 온 코끼리들이 사실은 한평생을 잔인한 고문과 학대로 살아오다 오게 됐다는 것. 벌목이나 트래킹 관광, 코끼리 쇼 나아가 종교행사에까지 동원되는 코끼리들은 어려서부터 학대받아 왔다. 그 속에서 코끼리들은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코끼리쇼를 보여주는 곳을 찾아간 유해진은 그 곳에서 갖가지 묘기와 재롱을 보여주는 쇼를 보며 마음이 착잡해졌다. 결코 웃거나 그들과 기념사진을 찍을 수가 없었다. 그 이면을 봤기 때문이다. 아마도 이 방송을 본 시청자들이라면 유해진과 같은 마음일 수밖에 없을 게다. 쇼를 하는 코끼리들이 어려서부터 그 긴 시간을 학대받으며 살아왔다는 걸 알고 있는 이상 어찌 그런 쇼를 볼 수 있을까.

 

트로피헌팅이라는 명목으로 마치 아프리카를 돕는 것처럼 포장되는 사실상 살상행위 역시 충격적이었다. 돈을 냈다는 이유로 당당하게 자신들이 죽인 동물들을 박제해 집안에 전시해놓은 올리비아 오프레는 오히려 자신이 마녀사냥을 당하고 있다고 항변했다. 하지만 짐바브웨의 아름다운 사자 세실이 트로피 헌터들의 ‘작전’에 의해 살해당하면서 생긴 세계적인 공분은 트로피헌팅이 얼마나 잔인한 사냥인가를 알려줬다. 세실이 사냥꾼들의 유인으로 넘어섰던 철로가에 선 류승룡은 그 곳에서 저 편에 세실이 서 있는 것만 같다며 그 안타까운 마음을 전했다.

 

<휴머니멀>은 그저 단순한 인간과 동물의 공존을 이야기 하지 않는다. 잔인한 인간들에 의해 어떻게 동물들이 학살당하고 학대당하는가를 보여준다. 박신혜, 유해진, 류승룡이 그랬던 것처럼 시청자들은 그걸 보면서 미안해지다가 분노하고 눈물을 흘리게 된다. 하지만 태국의 코끼리 생태공원의 활동가 생드언 차일런트가 한 말처럼 “누구나 눈물은 흘릴 수 있지만 땀은 누가 흘리냐”는 질문이 던져진다. <휴머니멀>은 우리의 선택과 행동을 요구하고 있다. 인간과 동물이 공존하기 위해서는 미안해하고 분노하고 눈물 흘리는 것을 넘어 행동을 해야 한다고.(사진:MBC)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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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화 된 스포츠에서 리얼 스포츠 예능으로

 

새로 시작한 SBS 예능 <진짜 농구, 핸섬타이거즈(이하 핸섬타이거즈)>에서 처음으로 체육관에 모인 출연자들은 관중석을 가득 메운 관객들의 환호성에 놀란다. 감독으로 자리한 서장훈은 곧바로 유니폼을 나눠주며 옷부터 갈아입으라 한다. 그리고 서장훈의 모교였던 중등농구 최강자 휘문중학교 선수들과의 한 판 대결이 벌어진다.

 

보통 스포츠예능들은 본 게임으로 가기 전 몸 풀기에 가까운 인물 소개가 이어지곤 했다. 그 인물 소개에는 당연히 예능적인 포인트들이 들어가고 인물 한 사람 한 사람의 캐릭터가 부여되기 마련이었다. 하지만 <핸섬타이거즈>는 이런 부분들을 재빠르게 편집을 통해 보여준 후 거두절미하고 경기부터 시작한다.

 

한 번도 맞춰본 적이 없는 핸섬타이거즈 선수단. 그러니 초반부터 휘문중학교 선수들에게 밀리는 기색이 역력하다. 던지기만 하면 들어가는 3점 슛에 난감해하는 핸섬타이거즈 선수들. 하지만 금세 경기에 몰입하면서 이들의 근성이 발휘된다. 체력과 근력이 좋은 줄리엔 강을 센터로 세워 몸싸움을 하며 던지는 공들이 들어가며 가능성을 보인다.

 

여기에 모델 문수인이 투입되면서 분위기는 반전된다. 이미 농구 실력으로 정평이 나있던 문수인은 골밑을 공수로 장악해내며 골을 넣기 시작한다. 이상윤은 전체 게임의 흐름을 파악하고 전략을 짜내고, 김승현과 줄리엔 강은 골밑에서 맹활약한다. 키가 작은 쇼리는 빠르고 재치 있는 패스로 기회를 만들어내고, 차은우는 골은 번번이 아깝게 빗나갔지만 굉장한 승부욕과 순발력으로 팀에 기여한다. 여기에 강경준, 이태선, 유선호까지 골고루 활약하며 의외로 핸섬타이거즈는 선전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흥미로운 건 서장훈의 감독으로서의 면모 또한 확실히 빛났다는 점이다. 서장훈은 정확히 선수교체를 통해 팀에 분위기를 반전시켰고, 빠른 패스를 주문하거나 후반에 이르러 좀 더 빨리 상대 진영으로 뛰어 들어가라 주문하는 것으로 실제 득점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물론 점수에서는 졌지만 괜찮은 가능성을 보여준 경기였다. 다짜고짜 경기부터 시작한 첫 방송은 그래서 예능 프로그램이라기보다는 진짜 농구 경기 한 편을 본 것 같은 리얼함을 안겨줬다. 어째서 <핸섬타이거즈> 앞에 ‘진짜 농구’라는 수식어가 붙었는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최근 들어 스포츠 예능프로그램이 많아지고 있다. 그런데 이 스포츠 예능들은 과거의 그것들과는 사뭇 다른 양상을 보여준다. 예를 들어 KBS <천하무적 야구단>이나 <우리동네 예체능> 같은 스포츠예능은 상당부분 예능적인 요소에 신경을 썼다. 하지만 <핸섬타이거즈>를 보면 그런 것보다 스포츠 자체의 묘미에 더 집중하는 모습이다. 농구가 갖고 있는 골과 패스로 이어지는 팀플레이 그리고 작전과 정신력 같은 스포츠 자체의 요소들이 주 관전포인트로 제시되고 있는 것.

 

최근 씨름의 새로운 붐을 만들어내고 있는 KBS <씨름의 희열>도 그런 관점에서 보면 비슷한 양상을 띠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씨름의 희열>은 심지어 그간 스포츠중계로 보던 씨름에서는 자세히 들여다볼 수 없어 느끼지 못했던 재미요소들을 오히려 더 부각시킴으로써 시청자들을 즐겁게 하고 있다. 선수들의 특장점을 충분히 캐릭터화해 보여주고 그 기술들을 슬로우모션으로 자세히 설명해줌으로써 경기장에서 보는 것보다 훨씬 실감나는 씨름의 세계를 들여다보게 해준 것.

 

초반에는 몸 풀기에 가까운 선수들의 라이벌전이 이어졌지만 이제 본격적으로 탈락자가 생기는 대결로 들어오면서 이변이 속출하고 있다. 작은 체구의 태백급 선수인 윤필재가 금강급 최강자인 임태혁을 무너뜨리고, 최약체로 여겨졌던 박정우 선수가 철저한 준비로 황재원과 허선행을 꺾는 이변은 역시 예측할 수 없는 씨름 승부의 세계로 시청자들을 빨아들였다.

 

물론 <씨름의 희열>은 상당한 예능적 요소들을 가미하고 있지만 그래도 주 관전 포인트로서 경기 자체가 주는 ‘희열’을 보여주고 있다. 그런 점에서 <핸섬타이거즈>와 <씨름의 희열> 같은 스포츠 예능은 비슷한 방향성을 갖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웃음을 만들어내려는 예능적 포인트가 아니라, 경기장이나 중계에서 제대로 포착해내지 못한 스포츠의 다양한 매력들을 전하기 위한 예능적 접근을 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한때 스포츠 예능이 잘 안됐던 건 스포츠 자체가 더 재밌기 때문이었다. 흔히들 스포츠를 ‘각본 없는 드라마’라고 부르지 않던가. 그러니 스포츠를 보는 편이 스포츠 예능을 보는 것보다 훨씬 나은 지점이 있었다. 하지만 최근의 스포츠 예능은 스포츠 자체에 더 집중함으로써 ‘각본 없는 드라마’를 더욱 드라마틱하게 만들어내고 있다. 늘 비슷한 형식으로 보여줬던 스포츠중계가 이제는 스포츠 예능의 방식을 차용하는 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사진:SBS)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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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호 PD의 큰 그림에 유재석도 펄펄 나는 까닭

 

“너는 공부하니? 깐족대는 거를 공부를 해?” MBC 예능 <놀면 뭐하니?>에서 유재석은 유산슬이 1집 활동을 통해 벌어들인 금액을 정산하는 자리에서 은근히 자신을 놀리는 김태호 PD에게 웃으며 어이없다는 듯 그렇게 말했다. 방송사 출연료들을 다 합쳐서 120만 원 정도가 나왔다는 것. 109일간 일해 왔던 걸로 나눠보면 일당 약 1만 1,000원 정도였던 것.

 

김태호 PD는 총액 120만 원을 연탄은행에 기부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유재석 이름으로 연탄은행에 7년째 기부한 누적 금액이 4억 3,000만 원이라는 기사가 난 걸 보고 김태호 PD는 120만 원은 유산슬 이름으로 기부하겠다고 했다. 굳이 그렇게 나눌 필요가 있냐고 유재석이 묻자 유산슬이 나중에는 유재석을 따라잡을 수도 있다는 말로 유재석을 헛웃음 짓게 했다. 유재석은 “다들 좋아하셔서 뭐라 할 수도 없고 난감하네..”라고 했다.

 

그래도 막상 수익금이 기부된다는 사실에 기쁜 얼굴을 보이는 유재석은 “이걸 미리 알았으면 수익적인 활동도 좀 많이 할 걸 그랬다”며 아쉬워했다. 그러자 김태호 PD는 곧바로 그걸 받아 적었다. 어딘가 미심쩍어 “뭘 쓰는 거예요?”라고 묻는 유재석에서 김태호 PD는 “까먹기 전에 ‘돈 되는 행사’”라고 적었다고 했다.

 

이 장면은 지금 현재 <놀면 뭐하니?>의 구도와 흐름을 가늠하게 해준다. 갑자기 드럼을 치게 해서 그 비트로 릴레이 음악 프로젝트를 시도하고, 또 갑자기 트로트 가수 데뷔를 시도하게 해 유산슬이라는 신인 가수로 만드는 그 과정을 통해 유재석과 김태호 PD는 묘한 긴장감을 가진 이 프로그램의 양대 캐릭터로 서게 됐다. 유재석은 점점 김태호 PD에 대한 분을 참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그렇게 투덜대면서도 또 막상 닥치면 일을 척척 수행해내는 유재석을 통해 김태호 PD는 계속 새로운 기획들을 시도할 수 있게 되었다.

 

유재석이 <무한도전>에서 불렀던 ‘말하는 대로’라는 노래를 실제 미션화한 것처럼 보이는 지금의 흐름 속에서, 이제 말 한 마디 한 마디에 시청자들을 귀가 쫑긋 세워진다. 김태호 PD가 ‘돈 되는 행사 요구’라고 적어 놓으면 언젠가 그런 미션이 유재석에게 일어날 것 같고, 유재석이 하하와 통화하는 와중에 하하가 김태호 PD가 육아방송하면 자기는 무조건 한다는 말도 그냥 지나가는 말처럼 들리지 않는다. 언제 어떤 방식으로 유재석을 하하와 함께 하는 육아방송에 뛰어들게 할지 어찌 알겠는가.

 

특별한 한 끼를 준비했다면 MBC 구내식당에 내려갔다가 100인 분의 신년 떡국을 대신하는 라면을 끓이게 된 유재석은 투덜대면서도 역시 미션을 잘 수행해냈다. 물론 양이 들쭉날쭉하고 때론 면발이 살아있고 때론 불어터진 면발의 라면을 내놨지만 신년에 ‘유산슬’이 끓여주는 라면을 먹는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복 받은 느낌’을 주지 않았을까.

 

갑자기 또 주어진 추격전 미션에서 도착해 보니 ‘인생라면’이라는 가게에서 새로이 개발된 ‘유산슬 라면’을 끓여야 하게 된 유재석은 이번에도 김태호 PD에게 당했다고 말하지만 시청자들은 그런 모습이 충분한 즐거움으로 다가온다. 그런데 여기서 김태호 PD의 남다른 기획력이 또다시 번득인다. 과거 ‘인생라면’이라는 곡을 만들어내며 분식집에서 손님들에게 라면을 끓여줬던 그런 일을 다시 하는 건 줄 알았는데, 장성규부터 장도연, 조세호, 김구라, 박명수, 정준하 같은 반가운 얼굴들이 손님으로 초대된다. 그리고 덧붙은 ‘모두의 추억을 담은 <인생라면>’이라는 자막.

 

이 자막은 ‘인생라면’이라는 이 새로운 미션이 유재석의 인생에 도움을 주었거나 함께 했던 이들의 이야기를 담을 거라는 걸 보여준다. 그가 끓여주는 라면은 그들에 대한 고마움이나 헌사에 대한 의미가 담겨 있지 않을까. 깐족 학원이라도 다니는 거 아니냐고 유재석이 분통을 터트리지만 그런데 막상 해보면 본인도 또 시청자들도 기분 좋은 미션들이 김태호 PD의 큰 그림이라는 게 밝혀진다. 그리고 유재석은 의외로 그 일들을 척척 잘도 해낸다. 그러니 또 새로운 걸 자꾸 시켜보고 싶을 밖에. 유재석과 김태호 PD의 팽팽한 관계 속에서 <놀면 뭐하니?>는 쑥쑥 커나가고 있다.(사진:MBC)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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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브리그’, 리얼리티에 사이다 캐릭터들의 판타지

 

“지랄하네... 이 씨.. 선은 니가 넘었어!” 연봉 협상에서 백승수 단장(남궁민)을 오라가라 하고 룸싸롱에 불러 술을 무릎에 부어버리는 무례한 행동을 한 서영주(차엽)에게 운영팀장 이세영(박은빈)은 잔을 던져 깨버리고 그렇게 일갈한다. 그 순간 백승수는 깜짝 놀라지만 나오자마자 이세영에게 이렇게 말한다. “아무리 화가 나도 선수 다칠만한 행동은 하지 마십쇼.”

 

SBS 금토드라마 <스토브리그>의 이 장면은 이 드라마가 어째서 이렇게 펄펄 나는가를 잘 보여준다. 상당한 취재가 들어가 있어 프로야구 세계의 깊은 뒷얘기들이 야구를 잘 아는 사람들조차 빨려 들게 만들지만, 그러면서도 이 작품은 적재적소에 시청자들의 속을 시원하게 해주는 사이다 요소들을 채워 넣는다.

 

매번 그 역할은 백승수가 해왔지만, 의외로 연봉 협상 이야기에서 사이다를 안겨준 건 그와 함께 다니던 이세영 운영팀장이었다. 지난 회 마지막 장면에 그가 서영주에게 던진 “선은 니가 넘었어!”라는 한 마디는 그래서 시청자들 사이에 두고두고 회자됐다. ‘걸 크러시’ 엔딩이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연봉 협상에 있어서 갑자기 복병으로 등장한 악역은 다름 아닌 스카우트팀에서 비리로 쫓겨난 고세혁(이준혁)이었다. 그는 에이전시를 꾸려 의도적으로 드림즈 선수들의 연봉협상을 대리하겠다고 나선다.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연봉을 제시해 백승수를 곤란하게 만든 것. 여기에 권경민 상무(오정세)가 갑자기 전체 연봉 예산의 30%를 깎겠다고 하면서 백승수는 사면초가에 놓였다.

 

만년 꼴찌팀 드림주의 모기업인 재송그룹에서도 구단을 해체하고픈 욕망을 드러내는 상황. 연봉 삭감 같은 카드는 어쩌면 당연해 보이는 현실적인 문제들이다. 하지만 <스토브리그>는 이러한 프로야구 뒤에서 벌어지는 현실적인 이야기를 소재로 가져오지만 그렇다고 현실의 이야기로만 전개하지는 않는다. 그 위에 ‘이랬으면 좋겠다’하는 사이다 판타지적 요소를 더한 스토리텔링을 구사하는 것.

 

백승수 단장은 그 사이다 캐릭터의 중심에 서 있는 인물이다. 그는 이 사면초가의 상황에서 다른 팀 단장들과 의도적으로 만나 트레이드 이야기를 나누고, 그런 소문이 선수들 귀에도 들어가게 만든다. 결국 고세혁을 연봉협상 대리인으로 내세우던 선수들도 불안해진다. 자신들이 다른 팀으로 트레이드되게 되면 거기서는 주전으로 뛸 수 없을 수도 있고 다시 다른 지역으로 가족이 이사해야 되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었다. 그런 현실적인 문제들을 환기시킨 후 백승수 단장은 이세영과 한재희(조병규)와 팀 플레이를 통해 각각 선수들을 설득해 연봉협상을 마무리한다.

 

하지만 백승수 단장은 그게 끝이 아니다. 그는 아무런 이유 없이 전체 연봉 예산 30%를 삭감해 선수들을 모두 불편하게 만든 권경민에게 회심의 일격을 날린다. 스스로 연봉을 자진반납하겠다는 기사를 내는 것으로 모기업인 재송그룹에도 무슨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소문을 만들고 결국 주가 하락까지 벌어지게 만든 것.

 

이처럼 <스토브리그>에는 지극히 현실적인 리얼리티를 사건의 소재로 펼쳐 놓지만 그 해결점은 백승수 단장 같은 판타지 캐릭터에 의해 속 시원한 결말로 이어지게 한다. 이 부분은 이 드라마가 가진 ‘단짠’의 적절한 균형을 보여준다. 그러면서 또 다른 난관을 백승수 앞에 펼쳐놓는다. 그가 스카우트한 길창주(이용우) 선수의 인터뷰가 악의적으로 편집되고, 전략분석팀에 입사하게 된 동생 백영수(윤선우)가 취업 비리로 보도된 것. “단장실로가서 짐 싸 이 새끼야!” 이렇게 외치는 권경민 상무는 또다시 시청자들을 뒷목 잡게 만든다.

 

결국 단장직을 내려놔야 될 상황에까지 몰리지만 시청자들은 이미 지금껏 봐왔던 백승수의 행보들을 통해 또 기대하게 된다. 그가 이번에는 또 어떤 놀라운 해법을 들고 나타날 것인가를. <스토브리그>의 힘은 현실이 주는 고구마와 이를 훌쩍 넘어서는 사이다 캐릭터들의 판타지 사이에서 나온다. 우리가 백승수라는 인물은 물론이고 이세영이나 한재희 같은 인물의 마력에 점점 빠져드는 이유다.(사진:SBS)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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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금밤’ 나영석 PD의 숏폼 실험, 무엇이 달랐을까

 

나영석 PD의 새로운 예능 실험은 무엇이 달랐을까. tvN <금요일 금요일 밤에>는 기존 예능 프로그램들처럼 1시간에서 길게는 1시간 반이 넘는 그런 분량을 이어 보여주지 않는다. 대신 숏폼 형태로 6개의 코너를 16분에서 20분 정도 분량으로 나누어 보여준다. 각각의 코너는 ‘내 친구네 레시피’, ‘신기한 과학나라’, ‘당신을 응원합니당’, ‘신기한 미술나라’. ‘체험 삶의 공장’으로 연계성이 전혀 없는 그저 각각의 프로그램처럼 보인다.

 

분량이 짧아지면서 스토리텔링도 좀더 짧으면서도 효과적인 방식으로 바뀌었다. 이를테면 ‘내 친구네 레시피’에서 홍진경이 김영철을 만나 그 모친의 집을 방문해 음식을 먹고 레시피를 전하는 그 과정은 코너가 짧다는 사실이 하나의 스토리텔링이 되었다. 말 많기로 유명한 김영철에게 말을 더 많이 하면 어머님의 분량이 없어진다며 바로 집으로 향하고, 그 집에서는 서로의 이야기를 듣지 않고 각자의 이야기만 계속 늘어놔 목소리가 얽히는 과정들이 코믹하게 전개됐다.

 

‘이서진의 뉴욕뉴욕’이나 이승기가 출연한 ‘체험 삶의 공장’도 마찬가지다. 분량이 짧아서 많은 구구절절한 도입부는 툭 잘라버리고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는 스토리텔링을 보여줬다. 뉴욕에 대뜸 나영석 PD와 도착해 어딜 갈 거냐고 묻고 뜬금없이 “뉴욕은 차이나타운”이라고 말하는 이서진을 따라 중국 음식을 먹으러 가는 엉뚱한 전개가 웃음을 줬다. 짧지만 최근 KBS에서 방영되었던 정해인이 뉴욕을 걷는 <걸어보고서>와 비교해 보면 확실히 재밌고 임팩트가 있다는 걸 확인할 수 있다. 캐릭터가 확실하고 목적성이 분명한데다 엉뚱함까지 있어서인데 이렇게 되는 데는 짧아야 하는 분량이 한 몫을 하고 있다고 보인다.

 

‘체험 삶의 공장’도 사실 긴 분량으로 하면 다소 부수적인 내용들이나 토크가 채워져야 하겠지만 분량이 17분 내외 정도라 이승기가 꼬막을 채취하고 공장으로 옮겨 삶아 가공한 꼬막들을 선별해 포장하는 그 일련의 과정이 빠르게 진행됐다. 이승기도 반갑지만 그 현장에서 만난 사장님과 사모님의 남다른 친화력이 구수한 재미를 만든다. 자기 분량보다 그들의 분량이 더 많을 거라는 이승기가 마지막에 참회의 시간을 갖는 부분 역시 분량 이야기로 웃음을 주었다.

 

분량이 짧아지면서 6개의 코너가 들어갈 수 있게 되자 성격이 다른 코너들도 병치되었다. ‘신기한 과학나라’와 ‘신기한 미술나라’가 야외가 아닌 실내에서 김상욱 교수와 양정무 교수가 각각 전하는 전문적인 정보가 주는 재미에 은지원, 송민호, 장도연이 던지는 엉뚱한 질문이 절묘한 교양과 예능의 균형을 만들어낸다.

 

한편 ‘당신을 응원합니당’은 박지윤 아나운서와 한준희 축구 해설가가 진행하는 코너로 꿈의 무대에 오른 선수들이 아니라 꿈을 향해 노력하는 선수들을 찾아가 그들을 조명하는 이야기로 연예인이 아닌 보통 사람들의 면면을 담아낸다는 점에서 공감을 만들었다. 이 날 출연한 초등부 유도선수인 최민지 선수와 강민구 선수는 경기가 두려워서 또 경기에서 져서 우는 일이 더 많은 귀여운 모습으로 시청자들을 그 매력에 빠뜨렸다. 결국 둘 다 경기에서 졌지만 ‘잘했다’ 응원해주는 선배들과 코치의 모습이 따뜻하게 그려졌다.

 

이처럼 <금요일 금요일 밤에>는 짧은 분량을 가진 6개의 코너로 나영석 PD는 그 형식적 실험을 통해 지금까지 해왔던 예능 방식을 넘어서려는 도전을 보여주고 있다. 물론 이러한 숏폼 형식이 나오게 된 건 최근 유튜브가 대중적인 영상 소비 방식으로 자리하게 된 것과 무관하지 않다. 유튜브에서 짧지만 선별적인 영상들을 찾아보는 것처럼, 이를 tvN이라는 플랫폼에 맞게 시도하고 있는 것.

 

<금요일 금요일 밤에>는 여러 모로 MBC가 주말시간을 채워왔던 <일요일 일요일 밤에>를 패러디한 것처럼 보인다. 즉 <일요일 일요일 밤에>가 열었던 버라이어티쇼를 지금 현재의 트렌드에 맞게 변형했다고나 할까. 버라이어티한 재미를 선사하지만 스튜디오에서 벌어지는 쇼가 아니라 현장으로 나가고 그 분량을 유튜브 시대에 맞는 숏폼 형식으로 채워 넣은 것. 첫 시작이라 아직 낯설긴 하지만 분명 매력적이고 흥미로운 실험인 것만은 분명하다.(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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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 테너, 록커, 신동...‘미스터트롯’의 블랙홀 같은 퓨전

 

이 정도면 트로트의 블랙홀이 아닐까 싶다. 첫 회부터 아이들의 걸쭉한 트로트에 마술, 1인2역, 태권도 등등 다양한 분야를 접목시킨 트로트는 물론이고 정통 트로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트로트의 세계를 보여주며 12.5%(닐슨 코리아)라는 놀라운 시청률을 기록한 TV조선 <미스터트롯>. 하지만 그건 끝이 아니라 시작이었다. 2회는 무려 17.8%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이런 추세라면 20% 시청률을 넘기는 건 시간문제라고 보인다.

 

2회에는 아이돌 그룹으로 활동하다 트로트에 도전하는 이들은 물론이고 그 특이한 삶이 영화화되기도 했던 고딩 파바로티 김호중 같은 테너가 트로트에 도전하고, SBS <스타킹>에서 트로트 신동으로 불렸던 김희재와 이찬원과 김수찬, 양지원 같은 이미 유명한 트로트 신동들이 무대를 꽉 채웠다. 물론 아이돌에서 발라드를 거쳐 트로트까지 다양한 영역에 도전해온 장민호에, MBC 공채 개그맨으로 크론병 수술까지 받고도 혼신의 무대를 보여준 영기 같은 인물도 있었다.

 

트로트라는 장르가 이제는 더 이상 중장년층의 전유물이라는 말이 무색해져 버렸다. 그것이 편견이라는 걸 <미스터트롯>은 다채로운 분야에서 활동했던 이들의 도전으로 깨고 있고, 젊은 출연자들의 면면만으로도 납득시키고 있다. 이들은 자기가 해왔던 분야의 특장점을 가져와 트로트와 절묘하게 엮어낸 무대를 보여줬다.

 

그룹 A6P의 김중연이나 군복을 입고 무대에 선 그룹 아시즈비의 최정훈, 로미오 황윤성 같은 아이돌부는 아이돌 특유의 절도 있고 각 잡힌 퍼포먼스에 끼가 넘치는 표정 연기까지 더해 트로트 실력을 뽐냈고, “강하늘이 제1호 팬”이라며 뮤지컬을 했다는 추혁진은 뮤지컬적인 무대 구성을 더한 무대를 선사했다. 또 김준수와 똑 닮은 목소리를 가진 레드애플 김도진 역시 애절한 보이스로 노래를 소화해내 김준수의 찬사를 받았다.

 

고딩 파바로티로 불리는 김호중은 굵직한 테너로 천상의 목소리를 들려주면서 도대체 저런 성악으로 어떻게 트로트를 할 수 있을까 의심됐지만, 진성의 ‘태클을 걸지 마’를 완벽한 트로트 창법으로 불러내 진성의 호평을 받았다. 그는 트로트 창법을 쓰면서도 고음에서는 특유의 성악 창법을 활용해 무대를 더 꽉 차게 만들었다.

 

이미 다른 프로그램에서 신동으로 탄생했던 울산 이미자 김희재, 리틀 남진 김수찬, 대구 조영남 이찬원, 양지원 등은 역시 어린 시절부터 갈고 닦아온 만큼 너무나 안정적인 무대를 구사해 강력한 우승후보로 떠올랐다. 이밖에도 록커로 유명한 Y2K 고재근은 록 창법에 어울리는 김상배의 ‘안돼요 안돼’를 불러 록과 트로트가 절묘하게 어우러지는 무대를 선사했다.

 

도대체 어떻게 이런 다채로운 인물들이 트로트와 어우러질 수 있었을까. 그건 아마도 트로트라는 장르가 가진 특징 때문이라고 여겨진다. 즉 우리네 정서 깊숙이 들어와 있는 트로트라는 감성은 그만큼 타 장르들과도 쉽게 접목이 가능하다는 것. 하지만 이런 원론적인 것보다 더 중요한 건 다른 분야에서 실패를 맛보거나 불운을 맛본 이들이 트로트라는 장르를 통해 새롭게 도전할 수 있게 해준 <미스터트롯>의 무대 그 자체다. 그 무대가 있어 이런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했던 이들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일 수 있었던 것. <미스터트롯>은 그 프로그램의 존재만으로도 트로트의 신세계를 열어 가고 있다.(사진:TV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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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패다’, 윤시윤이어서 가능했던 코믹 스릴러의 맛

 

후반에 이르러 시청률이 상승하면서 2.9%(닐슨 코리아)까지 올랐지만 끝내 3%대 시청률을 기록하지는 못한 채 tvN 수목드라마 <싸이코패스 다이어리>는 종영했다. 시청률에 대한 아쉬움이 남지만 그래도 이 작품의 성취는 결코 적지 않다. 지금껏 스릴러라고 하면 어느 정도 정해진 형식적 틀이라는 게 있었지만 이 작품은 그런 틀에서 과감하게 빠져나와 코미디와 스릴러를 오가는 독특한 맛을 선사했기 때문이다.

 

연쇄살인마의 다이어리를 주운 채 기억을 잃어버린 육동식(윤신윤)이 깨어나 자신을 연쇄살인마라고 여기며 벌어지던 해프닝은 진짜 살인범인 서인우(박성훈)가 그 사실을 알게 되면서 국면 전환을 만들어낸다. 육동식이 자신을 연쇄살인마라 여기는 초반부가 코미디로 그려진다면, 후반부로 오며 서인우가 육동식에게 자신이 저지른 죄를 모두 뒤집어씌우는 상황에서는 스릴러가 점점 강력해졌다.

 

결국 육동식은 자신이 진짜 사람을 죽였다고 생각하며 감옥에까지 들어가게 돼서야 비로소 그게 모두 서인우에 의해 만들어진 거라는 걸 알게 된다. 그리고 이어진 반격. 육동식과 심보경(정인선)이 공조해 서인우와 대결하는 과정은 쫄깃한 스릴러의 맛을 선사했다. 드라마 한 편에서 이렇게 웃음과 긴장감이 오갈 수 있는 경험을 하게 해줬다는 것만으로도 <싸이코패스 다이어리>의 성취는 분명히 있었다고 여겨진다.

 

<싸이코패스 다이어리>가 이 코믹스릴러라는 독특한 퓨전으로 전하려는 메시지는 ‘착하다’는 선이 가진 힘이다. 사실 우리네 현실에서 선보다 더 강력한 힘을 가졌다 여겨지는 건 악이라고 느껴질 때가 더 많다. 그래서 육동식은 늘 호구로 불리며 당하는 삶을 살아왔고 그 삶이 싫어 극단적 선택까지 하려 했었다. 하지만 그가 연쇄살인범이라 착각하면서 누군가를 살해하겠다는 마음은 끝내 벌어지지 않는다. 저들에게는 ‘호구’라 불렸지만 그가 갖고 있는 선한 마음이 그것을 가로막고 있었기 때문이다.

 

<싸이코패스 다이어리>는 결국 그 선한 마음이 무가치로 폄하되곤 하는 우리네 현실에 대한 비판의식을 담았다. 다른 이도 아니고 육동식이 그 다이어리를 갖게 되어 다행이라고 말하는 심보경은 그의 ‘선한 마음’이 더 비극적인 상황들을 만들지 않았다는 걸 에둘러 표현한다. 누군가에게 당하며 심지어 호구로 불리는 이들이 있어 우리 사회가 어쩌면 살만해질 수 있다는 것.

 

이 작품의 성취에서 상찬할 수밖에 없는 건 연기자들의 호연이다. 특히 윤시윤은 싸이코패스의 살벌한 웃음과 함께 순간 허당으로 바뀌는 표정 연기로 이 작품이 가진 코믹 스릴러라는 장르를 가능하게 해줬다. 순간적으로 섬뜩한 얼굴에서 금세 천진무구한 얼굴로 바뀌는 그 연기가 더해져 드라마의 이질적인 장르가 따로 놀지 않게 되었다는 것이다. 여기에 그와 항상 같이 붙어 다니던 장칠성 역할의 허성태가 보여준 연기변신도 한 몫을 차지했다. 물론 싸이코패스 악역 역할을 제대로 소화해낸 서인우 역할의 박성훈도 빼놓을 수 없다.

 

낮은 시청률은 아마도 이 작품이 가진 파격적인 시도가 낯설게 느껴져서였을 게다. 스릴러의 긴장감과 코미디의 이완이 오가는 이 작품이 우리가 늘상 봐오던 그런 드라마의 색깔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이런 참신한 시도가 있어야 드라마가 장르적 문법에만 머물지 않고 새로운 지대를 열어갈 수 있지 않을까. <싸이코패스 다이어리>의 성취는 그런 의미에서 결코 적지 않다.(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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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억의 여자’, 조여정과 ‘동백꽃’ 후광만 남은 드라마 되어간다는 건

 

점점 드라마가 산으로 간다. 99억이라는 돈을 두고 벌어지는 쟁탈전이 가히 점입가경이다. 돈 가방이 정서연(조여정)의 손에서 이재훈(이지훈)에게로 또 윤희주(오나라)에게 가더니 다시 김도학(양현민)으로 갔다가 레온(임태경)이 깔아놓은 판 위에서 결국에는 홍인표(정웅인)에게 가게 됐다. 사실 이야기가 너무 들쑥날쑥 이고 돈 가방을 두고 벌이는 쟁탈전이 마치 예능 프로그램 게임하듯 돌아가다 보니 이젠 어디로 가도 그다지 감흥이 없다. 어쩌다 KBS 수목드라마 <99억의 여자>는 이 지경이 된 걸까.

 

돈 가방이 왔다 갔다 하는 와중에 사람들은 죽어가고 처음에는 주먹질을 하던 액션이 이제는 버젓이 총질을 하기 시작했다. 국내 장르물들도 이제 심심찮게 총을 쓰는 경우들이 적지 않지만, <99억의 여자>에서 갑자기 총이 등장해 서로 쏘고 맞고 피하는 장면들은 어딘지 잘 어울리지 않는다. 불법 도박사이트가 연관된 조폭들이 등장하지만 그래도 저렇게 총질을 아무렇게나 할 수 있을까. 게다가 차량 사고에 불까지 붙어 전소되는 상황에서도 그 흔한 경찰차 하나 등장하지 않는다. 이 드라마가 얼마나 개연성이 떨어지고 자의적으로 굴러가고 있는가를 잘 말해주는 대목이다.

 

억지로 이야기를 끼워 맞추다 보니 연기 잘하는 연기자들도 때론 난감하게 보일 때가 많다. 돈 가방을 찾아 차를 타고 추격하던 정서연이 엉뚱하게 총에 맞아 피 흘리고 있는 레온을 발견하고 그를 외면하지 못한 채 병원에 데려가는 상황은 그렇다 쳐도, 총에 맞은 레온이 뺑소니를 당했다는 말을 믿는 정서연이나 그렇게 피 흘리면서도 난감하게 “이름이 뭐냐”고 묻는 레온도 생뚱맞기 이를 데 없다. 그건 향후 레온이 자신을 구해준 이가 다름 아닌 자신이 죽인 백승재(정성일)의 이복동생이라는 걸 알게 하기 위한 작가의 무리한 설정이다.

 

아마도 작가는 반전의 반전을 거듭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생각할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반전이 어떤 놀라움을 통한 카타르시스를 주려면 그만한 촘촘한 개연성이 전제되어야 한다. 개연성 없이 빠른 속도로 이야기를 틀기 시작하면 반전이 아니라 그저 급한 전개가 되어버린다. 시청자들은 전혀 몰입하고 있지 않은데 작가만 저 앞에서 이야기를 끌고 가는 형국이다. 이런 상황을 우리는 막장드라마에서 많이 봐왔다. <99억의 여자>는 어째서 그 길을 따라가게 됐을까.

 

애초 <99억의 여자>는 꽤 기대감을 만들어준 게 사실이다. 처음 2회 정도까지는 그랬다. 적어도 정서연이라는 여자가 처한 상황에 공감 가는 바가 있었고 그 연기를 다름 아닌 최근 ‘기생충’으로 뜨거워진 조여정이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동시간대 전작이었던 <동백꽃 필 무렵> 만들어낸 후광효과도 적지 않았다. KBS드라마에 대한 기대감을 높여 놓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제 아무리 조여정이라고 해도 또 <동백꽃 필 무렵>의 후광을 입고 있다고 해도 작품이 따라주지 않으면 졸작이 될 수밖에 없다는 걸 <99억의 여자>는 잘 보여준다. 무엇보다 주인공인 정서연의 캐릭터가 흔들리는 건 치명적이다. 남편 홍인표의 상습적인 폭력으로부터 벗어나려 했던 게 정서연이 집을 나선 이유가 아니었던가. 하지만 돈 쟁탈전이 본격화되면서 이야기가 복잡하게 꼬였고 어쩌다 보니 정서연과 홍인표가 나란히 앉아 함께 돈 가방을 뺏기 위해 공조하는 상황까지 만들어졌다. 물론 돈에 대한 욕망이 인물을 그렇게까지 변화시킨 것이라 말하고 싶겠지만 주인공이 그렇게 휘둘리거나 흔들리면 그에 대한 연민이나 공감대도 떨어지기 마련이다.

 

결국 <99억의 여자>는 조여정과 <동백꽃 필 무렵>의 후광만 남은 드라마가 되어가고 있다. 연기자들은 그나마 제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지만, 대본과 연출은 대략난감이다. 작품이 받쳐주지 않으면 그 어떤 명 연기자도 어찌할 수 없다는 걸 안타깝게도 이 드라마는 증명해주고 있다.(사진: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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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식당’ 백종원과 돈가스집의 꿈, 골목 넘어 제주도 살릴까

 

포방터 시장에서 제주로 옮겨 첫 오픈한 돈가스집은 첫날부터 문전성시였다. 전날 밤 11시부터 줄을 섰다는 첫 번째 손님은 새벽 2시경부터 자기 뒤로 줄이 세워지기 시작했다고 했다. 다음 날 아침 돈가스집을 찾은 백종원은 길게 주차장까지 빙빙 돌아 이어진 줄을 보고 경악했다. 첫날부터 그 정도로 손님들이 몰려올지는 예상 밖이었기 때문이다.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이 공교롭게도 100회를 맞아 보여준 건 제주에 오픈한 돈가스집이었다. 가게도 넓어졌고 주방도 훨씬 커졌지만 사장님 부부 내외는 그만큼 적지 않은 부담과 책임을 느끼는 것 같았다. 사장님은 몸살을 앓아 힘겨워 했고, 아내분은 척척 컴퓨터처럼 돌아가던 머리가 멍해졌다고 말했다.

 

하지만 첫 장사에서 새롭게 업그레이드된 돈가스는 대성공이었다. 홀에서 돈가스를 한 입 먹어본 손님들은 저마다 “맛있다”는 얘기를 털어놓았다. 돈가스를 좀 먹어본 사람들은 “어나더레벨의 돈가스”라고 했고, 돈가스를 싫어해 별로 먹지 않는다는 사람들도 “맛있다”고 했다. 심지어 처음 돈가스를 먹어보는 아이도 엄지를 척 내밀을 정도였다.

 

이처럼 돈가스가 모든 손님들에게 호평을 받은 건 당연한 결과였다. 백종원의 도움을 받아 좀 더 나은 버전의 돈가스를 연구한 사장님은 고기, 기름, 빵가루 세 가지를 모두 업그레이드시켰다. 고기는 제주의 특산물인 흑돼지를 사용해 부드러움을 배가시켰고, 기름은 배합을 통해 더 고소한 맛을 내게 만들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돈가스를 업그레이드시킨 건 빵가루였다. 튀겼을 때 바삭하면서도 기름이 덜 먹는 빵가루를 찾기 위해 그런 빵을 연구해온 가게에서 빵가루를 받아쓰게 됐던 것. 이러니 맛이 없을 수가 없었다.

 

장사 직전 백종원이 직접 가게로 가서 첫 시식을 하면서 “대박”이라고 말한 건 그런 이유였다. 백종원은 돈가스가 어떻게 업그레이드 된 것인가를 그 세 가지 재료의 변화를 예로 들어 기다리는 손님들에게 설명했고 그 설명은 아마도 돈가스를 좀 더 맛있게 먹게 했을 게다. 재료 변화만으로도 맛이 업그레이드 됐을 것이라 예측했지만 실제 맛보고도 자신의 설명이 하나도 틀리지 않았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백종원은 이 돈가스집을 통해 제주도 하면 ‘돈가스’가 떠오를 수 있는 지역의 명물로 만들어보고 싶어하는 꿈을 피력한 바 있다. 그래서 두 배 크기의 주방을 만든 건 수제자들을 모아 제주도 전역에 균등한 맛을 담보하는 돈가스집들을 내게 하려는 의도였다. 사장님은 백종원의 꿈에 기꺼이 동참하기로 했다. 그리고 그 첫발은 이미 성공적이었다. 전날 밤부터 기다려 돈가스를 먹어본 손님은 “또 기다릴 수 있다”고 말할 정도로 그 맛에 반해버렸으니 말이다.

 

하지만 백종원이 가게가 오픈한 지 20일 정도가 지나서 다시 돈가스집을 방문한 건 갖가지 오해와 루머들 때문이었다. 프랜차이즈를 하려는 것이 아니냐가 첫 번째 루머였고 백종원 회사의 체인점이냐는 것이 두 번째 루머였다. 그리고 마지막 루머는 어째서 인터넷 예약제를 안 하고 굳이 줄을 세우느냐는 것이었다.

 

그 해명에서도 백종원과 돈가스집 사장님의 꿈과 소신이 묻어났다. 수제자를 모으려는 이유는 프랜차이즈가 아니라 말 그대로 재능기부에 가까운 것으로 제주도를 돈가스 성지로 만들려는 꿈 때문이라는 것이고, 백종원 회사에 들어간 게 아니냐는 루머는 전혀 사실이 아니며 독립된 가게라는 걸 분명히 했다. 또 인터넷 예약제를 하지 않는 이유는 이를 악용하는 사례들(사재기, 대리 대기자 같은)이 발생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백종원의 골목식당>이 100회를 맞아 제주도 돈가스집을 보여준 건 향후 이 프로그램이 가진 꿈처럼 읽히는 면이 있었다. 그간 골목상권을 살리기 위해 노력해왔지만 제주도 돈가스집은 골목에서 나아가 제주 지역의 상권을 살리는데 일조하려는 꿈을 꾸고 있기 때문이었다. 과연 백종원과 돈가스집의 이런 꿈은 이뤄질 수 있을까. 초심과 소신이 있다면 불가능한 일도 아닐 것이란 생각이 든다. 이를 지지해주는 손님들이 있으니.(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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