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식당’, 백종원 황당하게 만든 팥칼국숫집 사장님의 불통

 

말끝마다 핑계다. 게다가 마치 맡겨놓은 거라도 있다는 듯 팥 좀 구해 달라, 비법을 달란다. 백종원으로서는 황당하고 기가 막힐 노릇이다.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이 찾아간 홍제동 문화촌에 있는 팥칼국숫집 사장님은 백종원도 또 그걸 보는 시청자들도 황당하게 만들었다.

 

애초 물을 부어서 끓이는 방식이 팥을 너무 묽게 만든다는 걸 백종원은 실제로 물을 넣지 않고 옹심이가 익혀 팥 베이스에 넣어 끓인 걸 비교하게 함으로써 확인시킨 바 있다. 하지만 어찌 된 일인지 팥칼국숫집 사장님은 원래 조리법으로 돌아가 있었다. “그러니까 내가 물을 좀 붓는다고. 대표님이 하는 거는 너무 되서 안돼. 끓이지도 못해.” 그러면서 엄마의 말이라며 “팥만 끓이면 맛이 없다”는 말을 반복했다. 옹심이 찹쌀에서 우러나오는 물하고 같이 끓여야 걸쭉해진다는 것. 사장님은 남편 말도 잘 듣지 않는 눈치였다. 끓여낸 걸 먹어본 남편이 “아까보다 더 묽다”고 말하자 “이게 뭘 또 묽어. 되구만 이 정도면.”이라고 툭 쏘아붙였다.

 

그 가게를 찾은 백종원에게 사장님 내외는 국내산이 확실히 구수하고 맛 차이가 많이 난다고 했다. 그런데 백종원이 그럼 국내산으로 하면 되지 않냐고 하자 대뜸 사장님은 “그럼 팥 좀 어디서 해줘 봐요. 팥 어디서 국내산 좀 해달라고요...”라고 황당한 요구를 했다. 백종원은 그 요구에 당황한 얼굴이 역력했다. 그런 요구를 당연시하는 것에 어찌 놀라지 않을 수 있을까.

 

“이게 진짜 오해하시는 게 식당을 많이 해서 싸게 살 수 있는 게 아니라 발품팔고 알아보시고 돌아다니시면 되는 거예요. 내가 골목식당 하면서 답답한 게 돌아다녀야 돼요 많이.” 그러자 사장님은 처음에는 많이 돌아다녔다고 했다. 그런데 비쌌고 시장에 차 댈 데도 없고 그래서 “편안하게 그냥 동네에서 갖다 주는 걸 써야 되겠구나” 생각했다고 했다.

 

백종원은 당연히 비싸지만 그래도 계속 발품을 팔아야지 그냥 앉아서 편하게 싸게 사는데 없냐고 묻는 건 아니라고 했다. 장사를 너무 안일하게 했다는 지적이었다. 그러자 사장님은 한 달 내내 쫓아다녔는데 너무 힘들어서 그만 뒀다고 했고, 백종원은 한 달이 아니라 1년 내내 쫓아다녀야 한다고 했다. 보통 1년 10년씩 쫓아다니는 게 정상이라며 그런 노력 없이 잘 되기를 바라는 게 잘못된 거라고 했다. 하지만 사장님은 그것도 수긍하지 못했다. “잘만 됐으면 그렇게 했을 텐데..”라고 하자 결국 백종원은 “사장님은 말끝마다 다 핑계”라고 답답한 속내를 드러냈다.

 

“뭘 핑계야 말을 하는 거지.”라고 말하는 사장님에게 백종원은 자신이라면 팥이 잘 먹혔을 때 더 좋은 팥을 구하려고 돌아다녔을 거라고 했다. 그런 지적에서야 겨우 사장님은 “알았어요”라고 마지못해 수긍했다. 그리고 가격을 알아본 결과 실제로 팥은 문제가 있어 보였다. 중국산이라고 해도 40킬로그램에 18만원 하는 걸 이 가게는 14만원에 받고 있었다는 것. 그건 묵은 팥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하게 만들었다. 국내산과 중국산 팥이 40킬로를 기준으로 했을 때 12만원 차이가 나 국내산이 엄청 비싸 보이지만 한 그릇 당 원가계산을 해보니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는 걸 백종원은 계산을 통해 설득시켰다.

 

하지만 사장님의 불통은 팥을 어떤 걸 쓰느냐는 문제만이 아니었다. 조리방식에서도 엄마가 그랬다며 본래 방법을 고집했다. 물을 넣고 옹심이를 끓인 후 거기에 팥을 넣어 끓이라고 했다는 것. 지난 번 백종원이 물을 섞지 않고 끓인 걸 먹어보고 인정했던 걸 또 다시 뒤집은 것. 의미가 없다는 백종원에게 사장님은 엄마를 얘기하며 굳이 기존 방식을 고집했다.

 

그러면서 사장님은 엉뚱하게도 국산 팥을 쓰지 않아 그 맛이 안나는 것으로 이야기했다. 조리법에 문제가 있다는 걸 이야기해도 자꾸 국산을 이야기했다. 결국 마지못해 수긍을 했지만 백종원이 다음 주 숙제를 내줄 때 또 엉뚱한 요구를 했다. “비법을 가르쳐 줘야지.”라고 한 것. 백종원은 또 황당해하며 이렇게 말했다. “비법이 어디 있어요? 비법은 지금 제가 다 가르쳐 드린 거예요. 여태까지 몰랐던 거 원가 계산 하는 거 왜 지금 쓴 맛이 나는지.. 이거 원래대로라면 두 분이 발품 팔아서 몇 년 동안 배워야 하는 건데 지금 다 가르쳐드린 거야.”

 

팥칼국숫집 사장님이 가진 문제는 타인의 말을 잘 듣지 않는데다 너무 장사를 쉽게 생각한다는 점에 있었다. 직접 시연까지 해서 맛의 문제를 알게 됐음에도 팥도 조리법도 그대로 유지한 채 엄마가 그랬다는 이야기만 내놨다. 그러면서 팥 구해 달라 비법을 가르쳐달라는 요구를 하고 있었다. 이래서야 솔루션을 준 들 잘 될 턱이 있을까. 무엇보다 큰 문제는 이 프로그램에 대한 오해가 아닐까 싶다. 출연하면 뭐든 요구하는 대로 원하는 것만 들어주는 프로그램이라는 착각.(사진:SBS)

‘호동과 바다’, 뻔할 수 있는 먹방 달리 보이게 만든 강호동

 

올리브 TV <호동과 바다>는 예능이 아니라 ‘다큐멘터리’를 표방했다. 하지만 강호동이 출연한다는 사실은 과연 다큐멘터리가 가능할까 싶은 선입견을 갖게 만든다. 아마도 이 프로그램의 제작진들에게 이 부분은 가장 큰 고민거리였을 게다. 지금껏 <1박2일>부터 다져온 예능의 틀이 강호동에게는 어디서든 불쑥불쑥 튀어나왔기 때문이다.

 

평소보다 큰 소리로 외치는 그 모습은 <1박2일>에서 어떤 지역을 소개하는 멘트 톤을 연상케 하고 음식을 먹으며 짓는 다소 과장된 표정과 리액션 역시 그렇다. 아주 특별한 풍광 앞에서 호들갑을 떨고, 감탄사를 연발하는 모습 또한 다큐멘터리의 차분함과는 사뭇 대조되는 예능적 느낌이 묻어날 테니 말이다.

 

<호동과 바다>는 그래서 자꾸만 이 프로그램이 다큐멘터리라는 걸 강조하고 강호동 스스로도 다큐에 적응이 잘 되지 않는다는 걸 토로하는 모습이 등장한다. 때론 너무 흥분한 강호동의 모습에서 슬쩍 다른 장면을 끼워 넣어 ‘화면 조정 중’이라는 자막이 들어가기도 한다. 하지만 강호동은 다큐멘터리라고 자꾸만 강조하면서도 자꾸 예능하게 되는 자신을 발견한다. 그리고 이건 어쩌면 이 프로그램이 짚어낸 독특한 지점이 아닐까 생각하게 만든다. 다큐와 예능 사이를 슬쩍 슬쩍 넘나들며 만들어내는 새로운 맛.

 

첫 방송에서 강호동이 주문진항으로 가 그 곳에서 대방어 잡이 어선을 타고 바다로 나가 조업을 하는 장면은 다큐멘터리라는 그 색깔을 분명히 만들어낸다. 예능이라 말하기 어려울 정도로 압도적인 크기의 대방어떼와 이를 잡아 올리는 고강도의 노동이 펼쳐지니 말이다. 그 장면은 마치 디스커버리 채널 같은 곳에서 방영되곤 하는 원양어선을 타고 벌이는 물고기떼들과의 사투를 떠올리게 한다.

 

게다가 <호동과 바다>는 독특하게도 원고지 모양으로 칸이 그려진 자막을 집어넣고, 중간 중간 들어가는 내레이션을 국악인들이 마치 판소리를 하는 듯한 톤으로 채워 넣었다. 목소리만으로도 파도를 치게도 만들어낸다는 판소리꾼들의 ‘국악 한 마당’은 독특한 자막과 어우러져 <호동과 바다>만의 톤 앤 매너를 만들어낸다. 그건 다분히 다큐멘터리적 연출미학이라 할만 하다.

 

그 위에 강호동은 자신의 장기라고 할 수 있는 노동과 더불어 먹방을 선보인다. 대방어 요리 전문가가 1미터가 넘는 물고리를 해체하고 부위별로 만들어주는 요리를 한 입씩 먹을 때마다 강호동은 다큐를 강조하면서도 예능의 리액션을 어쩔 수 없이 드러낸다. 굳이 다큐를 강조하고 예능 리액션을 더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그것이 과장이 아니라는 걸 전하기 위함이다. 그래도 나오는 예능 리액션은 과장하기 위함이 아니라 맛이 너무 좋아 다큐를 뚫고 튀어나오는 것이란 이야기다.

 

<호동과 바다>는 다소 뻔할 수 있는 강호동의 먹방이라는 소재를 바다와 다큐라는 소재와 형식적 틀을 빌려와 새롭게 만든 이색적인 프로그램이다. 다큐멘터리지만 그 다큐적 틀을 깨고 나올 수밖에 없는 맛의 향연. 물론 먹방만큼 음식에 대한 정보와 지식에 대한 허기가 남는 부분이 있지만, 확실히 색다른 그 톤만으로도 충분히 재미를 느낄 수 있는 다큐멘터리라 여겨진다.(사진:Olive)

‘블랙독’, 서현진 통해 끄집어낸 경쟁 사회의 민낯과 그 대안

 

“내가 그동안 도대체 뭘 놓치고 있었던 걸까.” 명문대에 합격한 아이에 환호하고 대학 간 아이들에만 관심을 쏟았던 자신을 뒤늦게 발견한 고하늘(서현진)은 자괴감에 빠져버렸다. 그 반에서 그토록 환하게 웃던 많은 아이들이 있었지만 이른바 상위그룹 아이들이 잘 되는 것에 취해 그렇지 못한 아이들을 자신도 모르게 소외시키고 있었던 것. 책상 위에 붙여 놓은 사진들도 다시 들여다보니 빠져있는 아이들이 눈에 띄었다.

 

tvN 월화드라마 <블랙독>에서 고하늘이 이처럼 각성하게 된 건 황보통(정택현)이라는 아이 때문이었다. 불우한 환경 때문에 배달 아르바이트를 하며 살아가는 황보통은 당장 먹고 살 일이 더 걱정이었다. 하지만 그 아이에게 담임인 고하늘은 학교가 재촉하는 대로 문과인지 이과인지를 묻고 있었다. 고하늘은 뒤늦게 깨달았다. 그 전에 대학은 갈 것인지, 하고 싶은 건 뭔지를 먼저 물어봤어야 했다는 것을. 고하늘은 그렇게 소외되고 차별받던 황보통이 자퇴서를 내고서야 비로소 자신이 놓치고 있던 것이 무엇인가를 깨달았다.

 

기간제로 들어와 1년 차에 어떻게든 자기 존재를 드러내고 싶어 성적 상위에 있는 아이들만 모은 특별반 이카로스를 맡았던 고하늘이었다. 그래서 특별반에서 대치고등학교 처음으로 한국대 의대에 아이를 합격시켰고 상위그룹 아이들의 명문대 대학 진학률도 높였다. 고하늘은 그 아이들을 ‘내 새끼’라며 한없이 예뻐했지만 그런 빛에는 더 크게 드리워진 그림자가 있었다.

 

이카로스에 들어가지 못한 아이들이 소외되고 차별받고 있었던 것. 그 아이들은 이카로스 모집 공고안을 계속 찢어버렸고 특별반을 위한 독서실에 들어가 우유통을 던져 아수라장을 만들었다. 황보통은 억울하게 그런 짓을 한 아이로 오해를 받았고, 결국 붙잡힌 아이들은 차별받는 자신들의 처지를 토로했다. “차별하잖아요. 진짜 너무하잖아요. 우리 존재가 없다고 신경도 안 써주고 이카로스는 다 퍼주면서 거기 못 들어간 우리 같은 애들은 쳐다도 안보시잖아요.”

 

그 토로에 선생님들도 공감하는 눈치였다. 이카로스에 들어가게 된 아이들이 선생님들을 찾아와 자신들이 원하는 과목과 선생님을 선택하게 해달라고 했고, 그래서 아이들에게 평가받게 된 선생님들도 그들과 똑같은 차별을 경험하고 있었다. 인기 있는 선생님에만 아이들이 몰리고 그렇지 못한 선생님들은 외면 받고 있었던 것이다.

 

<블랙독>이 끄집어낸 건 입시경쟁은 물론이고 사회에 나와서도 여전히 겪게 되는 경쟁과 그로 인해 경험하는 소외와 차별의 문제였다. 잘 하는 애들은 더 많은 지원이 가지만 못 하는 애들은 외면 받는 현실. 가진 자들이 더 많이 갖고 못 가진 이들은 더 가난해질 수밖에 없는 사회의 구조가 학교든 일터든 마찬가지로 벌어지고 있었다.

 

고하늘은 박성순(라미란) 선생님과 함께 이카로스에 들어가지 못한 아이들을 위한 방과후 수업을 마련하기로 한다. 물론 이런 일들은 현실에서는 벌어지기 어려운 일이지만, <블랙독>의 이 이야기는 그 현실을 꼬집는 판타지가 아닐 수 없다. 무한경쟁 속에 내둘려진 학생들의 이야기는 그래서 고스란히 우리네 사회가 가진 시스템 전체의 문제로 그려진다.

 

<블랙독>이 학교를 소재로 하고 있으면서도 독특한 건 지금껏 잘 다루지 않았던 교사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기 때문이지만, 그것보다 더 주목할 건 학생들과 교사들을 똑같은 처지를 겪는 존재로 그려내고 있다는 점이다. 즉 학생들도 우열반이 나뉘어져 차별받고 있지만, 교사도 정교사와 기간제로 나뉘어 차별받는다는 것.

 

경쟁 구조는 그래서 기간제가 정교사가 되기 위해 학생들 또한 차별하는 그 시스템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라고 하지만, 그건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본인이 겪는 차별에서 벗어나기 위해 학생들을 희생시키는 구조. 이것이 경쟁사회가 가진 냉혹한 차별과 배제이고 그 공포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안간힘을 쓰게 하는 동력이기 때문이다. 내가 차별받지 않기 위해서는 누군가를 차별해야 한다니.

 

<블랙독>은 그래서 판타지로나마 그 해결점으로써 차별받는 기간제 교사 고하늘이 똑같이 차별받고 있는 보통의 아이들을 위해 나서는 ‘연대적’ 대안을 내놓는다. 학교의 이야기가 우리네 사회의 이야기로 확장되고, 그 엇나간 경쟁 시스템에 맞서기 위해 우리가 무엇을 놓치고 있었는가를 깨닫고 연대해야 한다는 걸 이 드라마는 은연 중에 그려내고 있다.(사진:tvN)

‘검사내전’, 일선 검사들의 노력에도 여전히 부조리한 검찰이라는 건

 

윗선에서 어떤 일들이 벌어지건 일선 검사들이 자신의 일만 열심히 하면 정의가 살아날까. JTBC 월화드라마 <검사내전>에서 오래도록 자기 일에 충실해왔던 김인주(정재성) 진양지청장이 검사장 자리에 오르지 못하고 쓸쓸히 물러나는 대목은 한 마디로 씁쓸한 뒷맛을 남긴다. 김인주가 시쳇말로 ‘물을 먹은’ 건 진양시 국회의원 아들이 저지른 사건을 무마하라는 검사장의 청탁을 받아들이지 않고 끝내 그 범법자를 검거했기 때문이다.

 

결국 김인주에게 은근히 전주지청 자리를 이야기했던 검사장은 그를 천거하지 않는다. 대신 그 자리에 자신보다도 한참 밑엣 기수인 인물이 오른다. 그는 퇴직을 고민할 수밖에 없다. 검사직을 포기하고 로펌에 들어갈 궁리를 한다. 이를 안타깝게 바라보는 진양지청 사람들은 김인주 퇴임식에 맞춰 마음을 담은 영상을 만들어 틀어준다. 하지만 김인주는 퇴직하지 않고 수원지청으로 출근할 거라고 선언한다. 후배 밑에서 지내야 하지만 그래도 감수하겠다는 것. 그 이유는 아직 자신이 제대로 된 검사가 되지 못했다는 것이었다.

 

윗선에서 청탁이 들어와도 그걸 어기고 권력에 기대려는 범법자를 검거해내는 에피소드가 담으려한 메시지는 검찰의 진짜 힘이 바로 이런 일선에서 불이익을 감내하면서도 소신을 지키는 검사들에게 있다는 것이었다. 또 퇴직할 거라 여겼던 김인주 지청장이 검사로 남겠다 선언하는 것도 그 메시지와 궤를 같이 하고 있다. 자신 같은 사람들이 끝까지 버티고 있어야 그나마 정의는 살아날 수 있다는 이야기.

 

하지만 이 이야기는 과연 현실적일까 싶은 면이 많다. 그런 식의 보이지 않는 노력이 중요하긴 하지만, 그것이 근본적인 검찰의 시스템 문제를 해결해주긴 쉽지 않을 것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근본적인 검찰 시스템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제아무리 낮은 곳에서 열심히 해도 그 결과가 나타나기 어렵다. 드라마에서조차 그렇게 김인주에게 청탁했던 검사장이나, 시키는 대로 말 잘 들었던 이들이 제 자리를 보전하고 영전하는 권력을 누리고 있지 않은가.

 

만일 제대로 된 검찰 시스템이라면 김인주와 진양지청이 청탁까지 내려온 그 사건을 해결할 때 검찰 내부의 사정 또한 이뤄졌어야 마땅한 일이다. 하지만 결과는 어땠나. 김인주가 더 낮은 자리로 물러나게 되지 않았나. 그는 자신이 자리에 연연해 청탁을 받지 않게 한 차명주(정려원)에게 “명예”를 지켜줘 특히 감사하다 말하지만, 소신 있게 일하는 것으로 자신들조차 지키지 못하는 검사들을 국민들이 신뢰하기는 어렵지 않을까.

 

<검사내전>은 지금껏 검사를 다루던 여타의 콘텐츠들과 달리 지극히 일상적인 검사들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그래서 ‘검사도 사람’이라는 걸 짚어낸 것은 이 드라마가 가진 중요한 가치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그 한 사람으로서의 검사들이 열심히 일한 죄로 불이익을 감수하고 있는 데 박수를 치면서도 씁쓸함이 남는 건, 그런 묵묵한 노력만으로 제대로 정의가 공정하게 이뤄질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검사내전>은 이런 검찰의 부조리를 뒤틀어 비판하고 풍자적으로 보여주는 블랙코미디일까. 그런 면이 없잖아 있다. 깔깔 웃으면서도 남는 페이소스가 강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이 작품의 원작을 쓴 김웅 검사가 갑자기 현실에 등장해 검찰 개혁에 대해 “거대한 사기극”이라고 한 말은 이 드라마를 블랙코미디로 보기 어렵게 만드는 면이 있다. 물론 드라마적 변용이 있어 김웅 검사의 이야기와는 논조가 다를 수 있지만, 그래도 여전히 의구심은 남는다. 과연 시스템의 개혁 없이 일선 검사들의 노력만으로 정의는 살아날 수 있을까.(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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