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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정덕현
‘하이에나’, 물고 뜯던 그들은 과연 공조할 수 있을까 “우리 사이가 뭔데?” “우리? 사랑했던 사이.” SBS 금토드라마 에서 정금자(김혜수)의 질문에 윤희재(주지훈)는 갑자기 그런 고백을 한다. 그건 윤희재가 정금자의 의도적인 접근과 연인행세를 ‘사랑’으로 받아들였다는 의미다. 쿨한 척 그 관계를 부정해온 정금자도 윤희재의 그 돌발발언에 멈칫한다. 물고 뜯던 두 사람 사이에 묘한 기류가 흐르기 시작한다. 사실 장르드라마에서 멜로는 언젠가부터 불필요한 사족처럼 여겨지는 면이 있다. 예를 들어 ‘무늬만 의학드라마’라 불리는 드라마들은, 본격적인 직업의 세계를 다루지 못하고 대신 ‘가운 입고 연애하는’ 이야기를 담았다는 의미에서 비판받곤 했다. 이것은 검사나 변호사가 등장하던 드라마에서도 멜로가 잘못 쓰이..
'이태원' 안보현 빠지니 어딘지 허전한 건 장근원(안보현)이 빠지니 어딘지 허전하다? 아버지 장대희(유재명)로부터 철저히 버림받고 감옥에 간 장근원이 이 드라마에서 얼마나 중요한 악역이었는가가 그가 빠지자 더 절실히 느껴진다. 시청자들을 뒷목 잡게 만드는 빌런이면서도, 동시에 연민이 느껴질 정도로 적당히 당하고 무너지는 악당. 그래서 장근원은 시청자들이 이 드라마를 보는 맛을 만들어준 캐릭터였다. 장근원이 감옥에 가자 그 자리를 대치할 악역이 좀체 보이지 않는다. 장대희가 그 역할을 해줘야 하지만 그는 궁극적인 악으로서 결코 흔들리지 않는 단단함을 보여줘야 하는 캐릭터다. 장가의 서자로 단밤에서 일했던 장근수(김동희)가 단밤을 그만두고 장가로 들어갔지만 어떤 역할을 할지 아직 예측하기가 어렵다. 그가 단..
'머니게임', 심은경에 대한 여전한 신뢰와 유태오의 재발견 “어떻게 한 사람이 경제를 망칩니까?” 자신이 채병학 교수를 벼랑 끝에서 밀어버린 이유에 대해 끝까지 그가 우리 경제에 미친 해악을 꺼내놓는 허재(이성민)에게 채이헌(고수)은 그렇게 말한다. 하지만 허재의 확증편향은 변함이 없다. 채병학 교수의 그 신자유주의적 발상이 IMF 이후 제대로 된 구조조정을 하지 못함으로써 나라 경제를 지금껏 어렵게 만들었다고. 그래서 자신이 감정을 주체하지 못했던 거라고. “그래서 제 아버지를 죽여서 원하는 걸 얻으셨습니까? 누굴 희생시키면서 얻을 수 있는 거라면 그게 무슨 의미가 있습니까? 부총리님은 처음부터 틀렸습니다. 제 아버지를 죽여서가 아닙니다. 혼자 바꿀 수 있다는 생각, 내가 다 아니까 내가 알아서 하면 ..
‘트롯신이 떴다’, 이들의 호치민 트로트 버스킹에 뭉클한 까닭 트로트가 대세긴 대세인 모양이다. SBS 예능 는 첫 방에 무려 14.9%(닐슨 코리아) 시청률을 찍었다.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가 아닐 수 없다. 트로트라는 소재가 고정적인 지상파 시청자들을 끌어 모으기에 충분한 데다, 최근 트로트 열풍은 젊은 세대들도 이 소재에 관심을 갖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여기 출연하는 가수들의 면면이 제목에 걸맞게 레전드급이다. 남진을 위시해 설운도, 김연자, 진성, 주현미 그리고 장윤정까지 합류했고, 이들의 막내이자 가이드, 버스킹 진행자로서 정용화가 투입됐다. 정용화 역시 10년 차로 음악방송에 나가면 선배 대접을 받는 입장이지만 이들 앞에서는 데뷔 년도에 태어나지도 않았던 아기(?)나 다름없었다. 196..
‘골목식당’, 백종원이 퍼주는 걸 걱정하는 상황이라니 “괜찮으시겠어요? 식당을 해서 돈을 많이 벌겠다는 욕심은 아니지만 그래도 기본적으로 어느 정도 일한만큼의 수익이... 보람이라는 게 손님이 맛있게 드시는 것도 보람 있지만 저도 제 인건비 플러스 조금 더 나오면 좋죠. 그게 100점 만 점에 100점이지. 사장님이 잘 되시는 모습을 보여줘야 사장님만 행복한 게 아니라 이 모습을 보고 누군가 감명을 받아서 시작하는 사람들한테 귀감이 되셔야 하잖아. 그런데 손님들한테 뭐 자꾸 퍼주고 좋기는 하지만 돈도 못벌고 뭐 버는 거 없어요 이래 버리면 그렇잖아요.” SBS 에서 공릉동 기찻길 골목 찌개백반집을 찾은 백종원은 먹다 말고 그렇게 걱정 가득한 조언을 내놨다. 얘기의 발단은 제육볶음을 추가하는 가격으로 3천..
‘날씨가 좋으면’, 누군가의 외로움을 알아준다는 것만으로 “옛날에 한 소년이 살고 있었어. 그 소년은 항상 사람들한테 상처를 받곤 했지. 소년이 순진하다는 이유로 사람들은 늘 소년을 속이거나 배신하곤 했거든. 그러던 어느 날 소년은 산에서 늑대 한 마리를 만나. 그 늑대가 눈썹 하나를 뽑아주며 말하길 이 은빛 눈썹을 눈에 대고 사람들을 바라보면 사람들의 진짜 모습이 보일거야. 간사한 원숭이, 교활한 여우, 못된 돼지, 음흉한 너구리. 소년이 본 세상 속엔 진짜 사람은 없었어. 그래서 소년은 진짜 사람들이 사는 곳을 찾아 떠나기로 해.” JTBC 월화드라마 에서 임은섭(서강준)은 굿나잇 책방에서 열리는 독서모임에서 자신이 좋아한다는 ‘늑대 은빛 눈썹 이야기’를 꺼내놓는다. 영하 20도까지 떨어져 동파로 이..
‘아무도 모른다’, 김서형이 나쁜 꿈을 외면하지 않는 건 “넌 아직도 거기 사니? 아직 집에 그래놓고 있니?” 차영진(김서형)을 찾아온 살해당한 친구의 엄마는 그렇게 묻는다. 그 질문은 차영진이 과거 성흔연쇄살인사건으로 친구가 희생된 후 여전히 그 시간대에 머물며 살아가고 있다는 걸 암시한다. 17년 전부터 그 사건에 뛰어들어 지금껏 놓지 않고 있는 차영진의 집에는 그 살인사건의 피해자들의 사진이 벽 가득 붙여진 방이 있다. 차영진은 아래층에 사는 고등학생 고은호(안지호)에게 자신의 집에 들어오는 건 허락했지만 그 방만은 들어가지 말라고 했다. 어린 시절 상습적인 가정폭력 속에서 살았던 고은호는 우연히 그 사실을 알고 그를 도와준 차영진을 계속 따르고 의지했다. 친구가 살해당한 사건을 겪은 후 메말라버린..
'이태원 클라쓰', 안보현이 보여주는 모지리 악역의 진가 어디서 이런 ‘악역 복덩이’가 들어왔을까. 드라마의 실질적인 동력을 악역이 끌고 간다고 봤을 때 JTBC 금토드라마 에서 장근원 역할을 연기하는 안보현은 고공비행하는 이 드라마의 힘의 ‘근원’이 아닐까 싶다. 그의 악역 연기에는 뒷목 잡게 만드는 갑질 허세에 심지어 연민이 갈 정도의 지질함, 게다가 시청자들에게 통쾌함을 선사하는 제대로 무너지고 깨지는 처참함까지 발견된다. 놀라운 악역 연기가 아닐 수 없다. 이런 악역이라면 드라마가 안 될 턱이 없을 정도로. 에서 박새로이(박서준)와 단밤 식구들이 상대해야 하는 최대 빌런은 장대희(유재명)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문제를 일으키고 키우는 인물은 장대희의 장남 장근원(안보현)이 맞다. 생각해보라. 이 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