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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의생'의 착한 판타지, 좋은 사람들이 잘 되길 바라는 마음

 

세상에 이런 의사들만 있는 병원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tvN 목요스페셜 <슬기로운 의사생활>을 보다보면 드는 생각이다. 태어나자마자 병원에서 갖가지 수술을 받으며 버텨온 아기. 하지만 이젠 이식수술만이 유일한 살 길이라는 걸 알게 된 김준완(정경호)은 마치 자신의 일처럼 공여자가 나타나기를 애타게 바란다. 그리고 결국 나타난 공여자를 통해 이식수술을 제대로 해내고 싶어 노심초사한다.

 

이토록 환자를 위해 제 일처럼 마음을 쓰는 김준완은 여자친구 익순(곽선영)에게도 '착한 남친'이다. 그는 유학을 떠나게 된 익순이 준완을 기다리게 하는 게 싫다는 말에 이렇게 답한다. "아니 넌 네가 원하면 5년이든 10년이든 이렇게 지낼 수 있어. 난 다 괜찮아. 내가 하고 싶은 건 결혼이 아니라 너랑 오래 함께 있는 거야. 뭐 물론 결혼도 하고 싶지 당연히. 근데 네가 싫으면 안해도 돼. 지금도 난 너무 좋아."

 

이렇게 익순의 모든 것들을 이해하고 배려해주는 준완은 그러나 속내를 숨기고 있다. 익순에게 줄 것이 있다며 손을 내밀어 보라는 말에 익순이 반지, 목걸이 이런 거 싫다고 하자 그는 그런 게 아니라며 이어폰을 꺼내 함께 나눠 낀다. 그리고 음악을 듣는다. 하지만 나중에 드러난 것이지만 그의 주머니에는 커플링이 있었다. 전하지 못했을 뿐.

 

병원에서는 환자에게 완벽한 의사지만 개인으로 돌아와서는 저마다 숨겨놓은 아픈 개인사들이 있는 게 <슬기로운 의사생활>의 인물들이 가진 특징이다. 익준(조정석)은 남편의 간 이식을 해줄 공여자로 시댁 식구들이 은근히 그렇게 해주길 바라는 아내에게 식구들이 없는 자리에서 원치 않으면 자신이 대신 그렇게 해주겠다고 말한다. 남편을 위한 마음도 있지만 남은 아들을 위해서 자신 또한 위험에 처하는 걸 원치 않는 아내였다. 결국 익준은 식구들이 있는 자리에서 아내분의 간이 맞지 않는다고 이야기해주고, 남편은 그 말에 오히려 안도하며 슬퍼하는 아내를 다독여준다.

 

이렇게 수술 실력은 물론이고 환자에 대한 배려심까지 가득한 익준이지만 정작 홀로 대학시절부터 줄곧 좋아해왔던 채송화(전미도)에게는 그 속마음을 전하지 못하고 주변만 빙빙 돈다. 안치홍(김준한)이 채송화를 좋아하는 마음을 공공연히 드러내는 걸 보면서도 뭐라 말하지 못한다. 그는 안타깝게도 술기운을 빌려 농담처럼 진심을 꺼내고, 그 속마음을 노래를 통해 전한다.

 

<슬기로운 의사생활>의 의사들이 특히 매력적이고, 그래서 매 주 특별한 사건이 벌어지는 것도 아니지만 이들이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가를 자꾸만 들여다보고 싶게 만드는 건 ,바로 이런 일의 세계와 사적인 삶에서 모두 완벽한 이들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 속 한 구석에 전하지 못하는 말을 꾹꾹 눌러두고 있는 그 안타까움을 보여주고 있어서다. 시청자들은 그래서 이들이 행복하기를 바라고, 그러기 위해 이제는 그 속내를 드러내주기를 기대한다.

 

익준은 과연 송화에 대한 마음을 전하게 될까. 준완은 익순과 그렇게 떨어져 지내면서도 사랑을 유지할 수 있을까. 장겨울(신현빈)은 과연 안정원(유연석)의 어머니 정로사(김해숙)의 바람처럼 정원의 마음을 잡아 신부가 되려는 걸 꺾을 수 있을까. 멀리서 바라보며 발발 동동 구르고 있는 추민하(안은진)는 양석형(김대명)에게 그 마음을 어떻게 전할 것인가. 세상 따뜻하고 배려 깊고 좋은 의사이자 친구들이라 모두가 잘 되기를 기원하는 마음. 바로 그것이 <슬기로운 의사생활>이 가진 판타지의 힘이다.(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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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질 하는 세상, '쌍갑포차'의 서민 판타지 통할까

 

어두운 밤, 귀갓길에 쓸쓸히 포장마차에 들러 소주 한 잔을 마셔본 사람은 알 게다. 뭘 해도 바뀌지 않는 현실이나 도저히 풀어낼 길 없는 상처 같은 것들을 앞에 두고 할 수 있는 일이란 것이 술기운에 잠시 잊는 것뿐이라는 걸. 그래서 모든 걸 잊고 푹 자고나면 모든 게 잘 될 거라는 막연한 믿음으로 술 한 잔을 기울인다는 걸.

 

아마도 JTBC 수목드라마 <쌍갑포차>가 굳이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는 판타지를 동원해 삶에 지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겠다고 나선 건 바로 그 서민들에게 잠시나마 위로를 건네기 위함일 것이다. 갑질하고 심지어 성추행까지 하는 상사 때문에 괴로워하면서도 하소연 한 번 못하는 마트 비정규직에게 쌍갑포차의 월주(황정음)는 술 한 잔을 권한다. 그 술 한 잔이면 이승도 저승도 아닌 꿈 속 세상 '그승'으로 들어갈 수 있고, 그 꿈속에서 월주와 귀반장(최원영)은 문제를 해결해준다.

 

'쌍갑포차'라는 이름은 이 포차의 특징과 동시에 이 드라마의 메시지까지를 담고 있다. 그것이 이 포차에서는 "쌍방이 갑"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어서다. 갑질하는 세상이 구분해 놓은 갑을 관계에서 비롯된 상처들이 우리네 서민들이 겪는 다반사라면, 이 포차는 그 이야기를 들어주고 그 문제를 꿈을 통해 해결해주는 곳이다.

 

이 쌍갑포차에 손으로 만지기만 하면 그 사람이 진심을 털어놓는 능력을 가진 한강배(육성재)가 합류한다. 이제 9명만 더 문제를 해결해주면 월주가 500년에 걸쳐 해온 일들이 마무리되지만 찾아와도 도무지 속을 내비치지 않는 손님들뿐이라 한강배는 스카우트 대상이 된다. 하지만 누군가의 진심을 듣는 일이 상처가 되기도 한다는 걸 알고 있는 한강배는 쌍갑포차에서 그 일을 해주는 것을 주저한다. 하지만 자신을 잘 대해준 안동댁(백지원)의 사연을 해결해주면서 그 역시 쌍갑포차에 합류한다.

 

<쌍갑포차>는 이처럼 매 회 새로운 사연을 가진 인물들이 포차를 찾아오고 그 사연을 꿈 속으로 들어가 해결하는 월주와 귀반장 그리고 한강배의 모험담을 담아낸다. 드라마는 판타지와 코미디가 그 주된 장르지만, 매 회 제공되는 사연은 웃음만큼 짠내도 가득하다. 한 순간의 질투로 거짓말을 한 것이 친동생처럼 지냈던 순화(곽선영)를 죽게 만들었다는 자책감을 가진 채 그의 딸 은수(곽선영)를 평생 속죄하듯 키워온 안동댁의 사연이 그렇다.

 

화장 알레르기라고 은수에게 이야기해왔지만 사실은 자신에게 벌주듯 치장을 거부하며 살아왔던 안동댁은 죽어서도 월주를 통해 은수의 아버지를 찾아주고, 저승으로 가면서 순화를 만나 속죄한다. 포차라는 공간에서 벌어지는 일을 다루지만, 염라대왕과 저승사자 같은 인물들이 사연자와 함께 등장하는 건 마치 <전설의 고향>의 한 대목을 보는 것 같은 느낌마저 준다.

 

<쌍갑포차>는 그래서 코믹하고 가벼운 판타지로 포장되어 있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면 사연자들이 전하는 눈물 가득한 진중한 이야기들이 담겨져 있다. 그런데 그 판타지의 방식이 흥미롭다. 포차에서 월주가 건네는 특별한 술을 마시는 것이고, 그 술이 인도하는 꿈속으로 들어가서 사연자의 문제를 해결해주는 방식이다. 그건 마치 거대한 현실에서 도무지 풀 길 없는 문제들을 가진 서민들이 포차에서 술 한 잔으로 달래는 그 쓸쓸함을 판타지로 담아낸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 <쌍갑포차>에서 월주가 건네는 술 한 잔은 포차 특유의 분위기와 어울리게 유쾌하면서도 짠한 면이 있다. 어쩌면 그 짠한 사정들을 술 한 잔을 곁들여가며 들어주는 것이 그 사람을 위한 작은 위로라고 말하는 것 같기 때문이다. 혹여나 그렇게 술기운에 고민 없이 푹 자고나면 해결될 수도 있지 않을까 희망하는 서민들의 짠함이 <쌍갑포차>의 유쾌한 포장 속에 담겨져 있다.(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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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식당', 준비 안 된 집에는 방송이 오히려 독이 된다는 건

 

"오늘 장사 잘 하신 거 같아요?" SBS 예능 '백종원의 골목식당'에서 백종원은 수원 정자동 골목 오리주물럭집 사장님에게 그렇게 물었다. 방송에 잠깐 나간 게 홍보가 되어 점심시간에는 손님들이 줄을 설 정도였다. 그래서 마치 전쟁을 치르듯 정신없이 요리를 하고 내오고 손님을 받았던 참이었다. 그런데 왜 백종원은 이런 질문을 새삼스럽게 던졌을까.

 

사장님들도 스스로가 알고 있었다. 그 날 점심장사를 점수로 치면 5점 만점에 2,3점 정도밖에 안된다는 걸 스스로 인정했다. 준비가 안 되어 있다 보니 정신이 없었고, 그래서 음식 맛도 균일하지 못했고 손님 응대도 친절하지 못했다. 또 직접 홀 테이블에서 손님이 구워먹는 오리주물럭의 특성상 해먹는 방법을 친절히 알려줬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해 손님 중에는 싱겁다고 말하는 분들도 있었다.

 

"오늘 왔던 손님이 다시 올 거 같아요? 나는 죽어도 안와요. 이따위 서비스를 받으며 이 가격에 여기까지 뭐 하러 와. 두 분은 지금 착각에 사로잡혀 있는 거예요. 일주일 동안 장사되니까 다 된 거 같죠? 일주일 동안 손님을 다 놓친 거예요 지금. 신기해서 온 거예요. 방송에 나온 집이라 온 거고." 방송을 통해 알려져 줄을 서서 먹은 손님들은 맛에서도 서비스에서도 만족하지 못하게 되면 다신 안 오게 된다는 백종원의 일침이었다.

 

백종원은 그것이 손님을 깎아먹는 거라며, 그게 '실수'가 아닌 '실력'이라고 했다. "이 집은 맛집이 아니고 실력 있는 집이 아니에요. 실력을 쌓기 위해 준비하고 있는 집이지. 근데 벌써부터 잔치를 벌이는 거야. 막." 방송은 기회를 주는 것일 뿐, 소화가 안 되면 손님을 덜 받았어야 한다는 게 백종원의 이야기였다.

 

백종원은 그 사례로 제주도로 내려간 돈가스집을 언급했다. "180개까지 갔었어요 100개 팔다가. 사람이 들어와서. 지금 몇 개 파는 지 알아요? 130개 140개로 다시 줄였어요. 그 집에서 일하겠다고 천 명씩 들어와서 면접 봤는데 자기 여기 뼈를 묻고 일하겠다던 사람이 열흘만에 나가 5일만에 나가, 못해먹겠다고 다 나가는 거예요. 나가니까 다시 줄이는 거예요. 다시. 왜? 손님한테 완벽한 서비스를 못하고 완벽한 음식을 못 대접하니까. 거긴 돈 벌기 싫겠냐고. 하루에 500개 팔아도 되는 집이에요 거기는."

 

백종원의 일갈에 사장님들은 드디어 깨달았다. 손님들이 몰려왔을 때 감당할 수 없었는데 왜 끊지 못했는지 후회했다. 그저 손님이 오면 당연히 받아야 한다고만 생각했던 거였다. 하지만 방송을 보고 왔다가 실망해 손님들이 돌아서버리면 가게는 이전보다 더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백종원은 누누이 경고한 바 있다.

 

그런데 이 문제는 오리주물럭 가게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과거의 실패에서 벗어나지 못해 자포자기한 상태로 가게문을 열었던 쫄라김집 사장님도 손님들이 찾아오자 없던 메뉴인 떡볶이를 내놓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걸 먹어본 백종원은 맛에 특징이 없다며 이 집까지 굳이 찾아와 먹을 시그니처 메뉴에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결국 가능성이 보인 김말이와 멘보사과 튀김 그리고 김밥을 주력 메뉴로 제안했다.

 

'백종원의 골목식당'에서는 자주 출연 대상이 된 식당의 자격 논란이 벌어지곤 했던 게 사실이다. 어째서 아무런 준비도 되지 않은 집이 이렇다 할 명분이나 이유도 없이 출연해 수혜를 입는가에 대한 시청자들의 정당한 비판이었다. 실제로 기본도 되지 않은 집들이 나왔을 때는 시청자들의 질타가 이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백종원의 지적은 준비가 제대로 되어있지 않은 집이 방송에 나오는 것 자체가 때로는 독이 될 수도 있다는 걸 말해주고 있다. 물론 잠깐의 반짝 효과는 있을지 모르지만, 궁극적으로는 손님들이 그걸 알게 되고 판단한다는 것. 이것은 방송이 아니라도 가게를 오픈하는 자영업자 분들이 모두 한 번쯤 되새겨볼만한 이야기다. 홍보를 통해 가게를 알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전에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준비가 되어 있지 않으면 무용지물이 된다는 것.(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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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꼰대인턴' 김응수가 줄 웃음, 분노, 짠함까지 기대되는 이유

 

갑질하던 꼰대가 인턴으로 입사하게 된다면? MBC 새 수목드라마 <꼰대인턴>은 사실 그 제목만으로도 궁금해지고 기대하게 된다. 물론 현실에서 벌어지기 어려운 일이지만, 그런 상상은 누구나 해봄직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건 상상만으로 벌이는 일종의 복수극이다. 하지만 그건 과연 복수로만 끝이 날까.

 

라면업계 1위 기업인 옹골에서 갖가지 갑질을 해가며 승승장구한 이만식(김응수). 그는 꼰대 중의 상꼰대다. 마침 인턴으로 들어온 가열찬(박해진)은 이만식에게 딱 걸린 고문관으로 끝없이 괴롭힘을 당한다. 결국 옹골에 레시피를 빼앗긴 한 국밥집 사장님이 극단적인 선택까지 하려는 걸 목격하고, 의도적인 이만식의 갑질에 휘둘리던 가열찬은 사직서를 낸다.

 

하지만 5년 후 상황은 역전된다. 가열찬은 준수식품에 들어가 핫닭면을 성공시키며 잘나가는 마케팅영업팀 팀장으로 이만식 같은 꼰대와는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팀원들을 대한다. 워라밸을 추구해 회식도 업무시간에 하고, 팀원들과의 수평적인 관계를 유지하며 출산을 위해 휴직하는 팀원을 응원하는 모습까지 보인다. 반면 영원히 승승장구할 것 같았던 이만식은 임원 승진을 앞두고 있다 사실상 정리해고 당하고는 가열찬이 일하는 부서에 시니어 인턴으로 들어온다.

 

<꼰대인턴>은 '역할 바꾸기'라는 전형적인 코미디 코드를 가져오지만, 여기에 우리네 취업이나 회사생활의 현실을 더해 좀 더 화력 좋은 이야기로 만들어낸다. 인턴이라는 비정규직이 겪는 현실과 동시에 갑질하는 상사들의 모습까지 극화해 과장되지만 짠한 코미디 상황으로 엮어낸다.

 

그런데 그토록 자신을 괴롭혔던 꼰대 이만식을 팀원으로 두게 된 가열찬은 과연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그는 그토록 꼰대가 되지 않겠다 선을 그으며 자신은 다른 상사가 되겠다 했던 그 결심을 지켜낼 수 있을까. 이만식에 대한 복수 같은 욕망이 그의 소신을 꺾어 버리는 건 아닐까. 만일 사적인 감정으로 인해 그 위치에서 갑질을 시작한다면 그 역시 이만식과 다를 게 없는 꼰대가 되는 건 아닐까.

 

<꼰대인턴>은 뒤집어 놓은 역할 때문에 만들어지는 웃음을 전면으로 내세우면서도 동시에 이른바 꼰대의 탄생이 개별적 인간됨의 문제인지, 아니면 상하 지위가 나뉘는 조직 체계에서 그렇게 하지 않으려 해도 때로는 어쩔 수 없이 만들어질 수밖에 없는 것인지를 궁금하게 만드는 드라마다.

 

김응수와 박해진은 이 작품에서 간만에 제대로 된 옷을 입었다. 꼰대 역할을 이렇게 코믹하고 과장되면서도 동시에 진지하게 연기해낼 연기자로 김응수만한 배우가 있을까. 또 박해진은 늘 아쉽게 느껴졌던 인간미가 이 가열찬이라는 캐릭터를 통해서는 제대로 담겨지고 있다. 짠내 나는 인턴에서 잘 나가는 부장의 변신도 자연스럽고, 그 위치에서 이만식을 인턴으로 받게 되어 갖게 되는 황당함 역시 잘 소화해내고 있다.

 

무엇보다 김응수는 <꼰대인턴>이라는 드라마의 전체 색깔을 잡아낸다는 점에서 이 작품의 페르소나가 아닐 수 없다. 갑의 위치에서 꼰대 짓을 해왔던 그는 인턴으로서 을이 겪는 상황들을 어떻게 느낄까. '늙은 장그래'라는 인물 설명에 들어간 표현대로, 김응수가 이 인물의 복잡한 심경을 어떻게 짠하면서도 뒷목 잡는 뻔뻔함과 코믹함까지 곁들여 풀어낼지 실로 기대된다.(사진:MBC)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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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캐스팅', 액션 최강희, 웃음 김지영, 짠내 유인영

 

SBS 월화드라마 <굿캐스팅>은 마침 경쟁작이 없는 좋은 대진 운(?)을 타고 났지만, 그렇다고 운에만 기댄 드라마는 아니다. 대본의 짜임새는 허술해도, 나름의 볼거리와 마음을 잡아끄는 유인 요소들이 분명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건 다름 아닌 캐릭터의 매력이다.

 

드라마업계에서는 불문율처럼 자리한 이야기가 '캐릭터가 살면 드라마가 산다'는 것이다. 그래서 다소 이야기가 약하다 해도 매력적인 캐릭터가 있으면 시청자들이 찾아보게 된다는 것. 거꾸로 이야기해서 이야기가 제 아무리 촘촘해도 캐릭터가 잘 살아나지 않으면 성공하기 어렵다는 것도 업계의 불문율 중 하나다.

 

그 관점에서 보면 <굿캐스팅>은 캐릭터의 힘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잘 보여주는 드라마의 전형처럼 보인다. 여기 등장하는 국정원 요원 백찬미(최강희), 임예은(유인영) 그리고 황미순(김지영)은 시청자들이 다소 허술한 이야기에도 불구하고 이 드라마를 보게 되는 가장 큰 이유이자 사실상의 드라마가 하려는 메시지의 전부다.

 

한국판 미녀삼총사의 콘셉트를 가져왔지만, <굿캐스팅>은 남녀의 성 역할 고정관념을 뒤집어 놓은 것이 진짜 콘셉트다. 백찬미, 임예은, 황미순이 작전의 전면에서 뛸 때, 팀장이지만 이를 보조해주는 동관수(이종혁)는 때론 현장에서 아이를 보기도 하는 면면을 보여준다. 겉으로는 동관수가 상사지만, 사실상은 백찬미에게 질질 끌려 다니는 이 관계의 역전은 성 역할은 물론이고 상하식 지위의 역할까지 뒤집는 것으로 통쾌한 웃음을 준다.

 

이것은 백찬미와 윤석호(이상엽)의 멜로 관계에서도 똑같이 적용된다. 주로 남녀 간의 멜로가 주로 남성의 주도로 흘러가던 방식과 달리, <굿캐스팅>은 그 주도권을 온전히 백찬미가 끌고 간다. 물론 두 사람의 겉에 드러난 관계 역시 백찬미가 윤석호의 비서로 상하관계가 설정되어 있지만 실질적인 관계의 면면은 정반대라는 것이다.

 

백찬미와 임예은 그리고 황미순은 그 캐릭터만으로 우리네 여성들의 현실을 뒤집는 면을 보여준다. 이 드라마에서 가장 큰 볼거리이자 미덕으로 지목되는 액션을 담당하는 백찬미가 당당하고 대찬 능동적인 여성상을 보여준다면, 백수에 가까운 남편의 바가지를 긁는 황미순이나 어쩌다 싱글맘이 되어 일과 육아 사이에서 갈등하는 임예은은 그 여성으로서의 쉽지 않은 삶에도 불구하고 이를 뛰어넘는 작전을 수행해내는 인물들이다.

 

이 캐릭터들은 또한 그 색깔이 분명해 이 드라마가 가진 세 가지 색채를 만들어내는 장본인들이다. 백찬미가 시원시원한 액션의 색깔을 보여준다면, 임예은은 짠하면서도 귀여운 색깔을 보여주고, 황미순은 공감대와 함께 빵빵 터지는 웃음의 색깔을 더해준다. 그래서 시청자들은 <굿캐스팅>을 보며 액션에 몰입되고, 짠한 현실에 공감하며, 빵빵 터지는 웃음에 즐거워진다.

 

물론 여기에는 이 매력적인 캐릭터들을 제대로 표현해내는 연기자들의 매력 또한 빼놓을 수 없다. 최강희는 실로 이 작품을 통해 액션배우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고, 유인영은 코믹함과 짠함을 귀여운 모습으로 소화해내고 있으며, 무엇보다 김지영은 몸 사리지 않는(?) 코미디 연기로 큰 웃음을 주고 있다. 실로 좋은 캐릭터에 좋은 캐스팅이 만나 이뤄낸 시너지가 아닐 수 없다.(사진:SBS)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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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택트 시대의 '먹힐까', 파스타도 배달이 가능해?

 

사실 배달의 천국인 우리에게 배달 안 되는 음식이라는 게 있을까 싶지만 의외로 꺼려지는 한 가지가 파스타다. 주로 피자 같은 걸 시키면 사이드 메뉴로 살짝 추가되기도 하지만, 막상 그렇게 배달된 파스타를 먹어보면 말라버려 뚝뚝 끊기는 경우도 많고 간이 맞지 않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런데 과연 이 파스타를 배달음식으로 성공시킬 수 있을까.

 

tvN 예능 <배달해서 먹힐까?>는 과거 태국, 중국, 미국 등지에서 우리식의 음식이 먹힐 것인가를 실험했던(?) <현지에서 먹힐까>의 새로운 도전이다. 알다시피 코로나19로 인해 해외로 나가거나 인파가 몰려 음식을 먹으며 리액션 영상을 잡는 건 불가능해졌다. 감염병 전파를 막기 위해 사회적 거리두기가 전 세계적인 캠페인으로 벌어지고 있어서다.

 

하지만 제작진은 이 상황의 역발상을 아이디어로 내세웠다. 이른바 비대면, 비접촉으로 이뤄지는 언택트 문화를 가져온 색다른 쿡방과 먹방을 시도해 보여주겠다는 것. 식당에서 영업을 하는 게 어려우니 배달을 콘셉트로 가져왔고, 그 배달음식으로서 과연 가능할까 싶은 파스타를 내세웠다.

 

불가능할 것 같지만 다행스럽게도 이태리 요리 장인 샘킴 셰프가 합류함으로써 가능해졌다. 첫 방에 나온 샘킴 셰프가 이끌고 안정환, 윤두준, 정세운이 함께 하는 주방의 일사분란한 모습은 파스타 배달도 충분히 가능하고, 심지어 촉촉한 면발을 배달하는 동안까지 유지시킬 수도 있다는 걸 확인시켜줬다.

 

배달음식의 특이성은 여러 메뉴를 주문했을 때 동시에 나갈 수 있게 시간을 딱 맞춰 조리해야 한다는 것이고, 또 배달될 주소지와의 거리를 계산해 그 이동거리에 맞춰진 요리를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샘킴 셰프는 여러 음식 프로그램에서 보였던 것처럼, 특유의 섬세함을 잃지 않는 파스타를 선보였고, 배달한 후에도 촉촉한 맛을 느낄 수 있게 해주었다.

 

게다가 파스타에 짝꿍으로 피자도 메뉴에 올라 윤두준이 전담하게 함으로써 가게의 구색이 갖춰졌다. 처음 시도해 실패를 겪었지만 점점 익숙해진 윤두준의 피자는 손님들의 호평에 힘입어 갈수록 좋아지는 느낌이었다. 샘킴 셰프에 그림자처럼 붙어 보조해주는 안정환과 주문과 포장을 전담하는 정세운의 역할도 분명했다. 그냥 출연한 게 아니라 저마다 음식과의 연결고리가 있다는 점도 흥미로웠다. 안정환은 이태리에서 선수로 뛰었고, 윤두준은 <식샤를 합시다>에서 먹방을 선보였으며, 정세운은 배달앱 VIP였다.

 

물론 요리를 하는 과정도 흥미롭지만 <먹힐까> 시리즈의 가장 중요한 백미는 역시 음식을 먹는 손님들의 리액션이 아닐 수 없다. 언택트를 콘셉트로 하고 있어 모든 메뉴를 배달로 하는 상황에 제작진이 리액션 영상으로 채택한 건 '온라인 소셜 다이닝'이었다. 인터넷에 여러 창을 띄워놓고 배달을 받은 음식을 먹는 이들이 함께 대화도 나누고 음식 맛도 평가하는 것. 결국 직접적인 접촉은 없지만, 화상으로 대신하는 리액션이 채워졌다.

 

사실 '온라인 소셜 다이닝'이 만들어내는 리액션 영상은 지금껏 <먹힐까> 시리즈가 보여줬던 것들과 비교해 보면 약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여러 창이 띄워져 있어 다소 복잡해 보이는데다, 그 영상도 제작진이 찍은 게 아니기 때문에 원하는 각도나 촬영이 나오기 어렵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간 해왔던 외국인들의 먹방이 주는 볼거리도 사라졌다. 저들은 우리 음식을 어떻게 생각할까 하는 궁금증과 호기심이 빠져버린 것.

 

코로나 19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언택트를 선택된 것이지만 여러모로 아쉬운 부분이 많아질 수밖에 없었다. 결국 이 <먹힐까> 시리즈의 스핀오프로 시도되는 <배달해서 먹힐까?>의 관건은 이 리액션 부분을 어떻게 더 생생하고 긴장감 넘치게 만들까 하는 점이다. 그리고 이 부분은 제작진 역시 충분히 알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를 채워주기 위해 미슐랭급 현지 셰프의 시식 장면을 다음 주 예고에 넣을 정도로. <배달해서 먹힐까?>는 그래서 그 제목 같은 궁금증을 갖게 만든다. 과연 언택트로 시도된 이 스핀오프는 시청자들에게 먹힐까.(사진:tvN)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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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훌륭', 공격성이 문제? 알고 보니 외로워서

 

정말 개는 훌륭하고 문제는 주인에게 있을 뿐이다. KBS 예능 <개는 훌륭하다>가 소개한 대형견 올드 잉글리시 시프도그 끼의 견주는 이 개의 공격성이 고민이라고 털어놨다. 자신에게는 그토록 천사 같은 살가움을 보여주는데 외부인에게 갑자기 공격을 가하곤 한다는 것. 놀러왔다가 물린 친구의 제법 큰 상처는 모두를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끼는 안면은 물론이고 돌아서는 친구의 엉덩이를 물기도 했다고 했다. 게다가 집을 비운 사이 난장판을 만들어 놓는 경우도 있었다. 장판과 매트를 다 긁어 망가지게 만들어 놓기도 했다는 것. 또 산책을 나가서도 다른 개를 느닷없이 공격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자신에게는 애교를 부리지만 외부인들을 공격하는 데 대해서 견주는 자신을 보호하려 하는 행동이 아닌가 생각하고 있었다.

 

또 이경규와 이 날의 게스트였던 에이핑크 정은지, 오하영이 먼저 그 집을 찾아 끼의 행동을 관찰한 결과, 먹이에 집착하는 면모를 알 수 있었다. 사료통 가까이 가기만 해도 경계하며 공격하기도 한다는 것. 실제로 이경규가 사료통 가까이 다가가려 하자 끼는 으르렁 대며 흥분하는 모습을 보였다.

 

강형욱이 직접 투입되기 전까지 정말 문제는 이 반려견 끼에게 있는 것처럼 보였다. 갑자기 사람을 공격해 물고, 산책 도중 흥분해 다른 개를 공격하고, 견주가 집을 비운 사이 난장판을 만들며, 먹이에 대한 집착까지 갖고 있으니 당연히 그렇게 보일 밖에.

 

하지만 강형욱은 달리 보고 있었다. 견주를 만나 차근차근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끼가 외부인만 공격한 게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었다. 견주는 자신의 입술을 문 적도 있고 어머니도 공격을 당한 적이 있다는 사실을 털어놨다. 이미 그 때부터 위험한 상태였지만 견주가 그걸 인정하려 하지 않았던 것이었다.

 

알고 보니 끼의 문제는 견주가 섬세하게 돌보지 못한 데서 비롯된 것이었다. 견주는 8시에 출근해서 6시에 퇴근하는데 바로 귀가하지 않고 저녁 약속을 잡곤 한다고 했다. 끼는 그토록 주인을 좋아하고 따르는데, 하루 종일 집에 갇혀 주인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었다. 게다가 산책도 일주일에 한두 번 정도밖에 나가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니 끼의 스트레스가 쌓일 수밖에 없었다.

 

문제견으로 보였던 끼가 알고 보니 너무나 불쌍해보였다. 이경규는 그 개가 어딘지 "짠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강형욱은 제대로 돌보지 않은 견주를 질책하며 올드 잉글리시 시프도그 같은 친구들은 더 많은 활동으로 에너지를 소비해줘야 스트레스가 쌓이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제한급식을 하고 하루 두 번 산책을 꼭 시키라고 했다. 또 다른 개는 물론이고 사람들과 어울릴 수 있게 예절교육과 사회성 높이기를 교육시켜야 한다고 솔루션을 내렸다.

 

이번 편을 통해 알 수 있는 건 반려견들의 모습은 마치 견주를 비추는 거울과 같다는 것이었다. 그 반려견이 행복하다면 견주 역시 그만큼 섬세하게 잘 돌보고 있다는 뜻이지만, 그렇지 않고 어떤 문제를 드러낸다면 그건 견주가 어떤 문제가 있는 행동이나 습관을 들여왔다는 것이다. 대부분은 반려견의 문제를 탓하지만, 먼저 자신의 문제를 들여다봐야 하는 이유가 거기에 있었다.(사진: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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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으로 확장된 '부럽지', 연애 말고도 관계 보는 재미 톡톡

 

이건 전혀 예비사위와 예비장인, 장모의 모습처럼 보이지가 않는다. MBC 예능 <부러우면 지는거다(이하 부럽지)>에서 이제 공식적인 결혼발표를 한 혜림의 남자친구 신민철과 혜림의 부모님의 모습이 그렇다. 물론 이들의 인연은 독특한 면이 있다. 사실상 신민철을 혜림과 맺어주게 한 장본인들이 바로 혜림의 부모님이나 마찬가지고, 그래서 두 사람은 연애를 하면서도 양가 부모들과 만나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집을 찾은 혜림과 신민철을 대하는 아버님과 어머님의 모습은 우리가 흔히 보던 그런 예비 장인, 장모의 모습이 아니다. 찾아온 딸과 남자친구를 따뜻하게 포옹해주는 아버님의 거리낌 없는 모습에서 권위적인 모습은 하나도 느껴지지 않았다. 딸이 이제 곧 결혼한다는 사실에 서운함을 느끼면서도 사위가 될 신민철을 마치 아들처럼 대하는 모습이었다.

 

육식을 잘 안하신다는 혜림의 어머님은 예비사위를 위해 닭볶음탕을 만들겠다고 나섰고, 그러면서 예비사위에게 도와달라는 모습에서도 이 가족의 단란함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었다. 예비사위와 함께 어머님이 요리를 하고 그 와중에 아버님은 딸과 옛 사진을 보며 시간을 보내는 그 편안한 풍경은 장인댁을 찾은 사위의 모습이 아니라 그냥 한 가족 같은 모습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런 편안한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장본인은 다름 아닌 아버님이었다. 지긋한 나이가 엿보이는 흰 머리에도 딸 앞에서 옛 사진을 함께 보며 울컥하고, 귀여운 질투를 하는 등 애교 넘치는(?) 아버님이었다. 식성이 달라 32년 살면서 고기 한 번 얻어먹지 못했다는 아버님의 얼굴에서는 서운함보다는 다름에 대한 인정과 배려가 묻어났고, 꽃무늬 앞치마를 해주고 까르르 웃는 장모와 사위를 거실에서 바라보며 웃는 아버님에게서는 애정 섞인 미소가 피어난다.

 

생닭 손질이 낯선 장모와 사위를 보며 "내가 도와줘야겠구만"하는 아버님은 식성이 안맞아 어떻게 사셨냐는 사위의 조심스러운 질문에 "난 먹고 싶을 때는 나가서 사먹는다"며 웃는 그 모습에서도 여유로운 배려가 느껴졌다. 그런 모습은 딸 혜림이 지금처럼 잘 자랄 수 있게 된 이유이기도 했다. 엄했던 아버지 때문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는 아버님. 그래서 자식들한테는 스트레스를 주지 말아야겠다 결심하셨다고 한다. "학교 가서 빵점을 받고 와도, 아빠 나 빵점 받았어 하는 이런 모습에 나는 너무 좋은 거야." 그렇게 말씀하시는 아버님의 얼굴은 아이처럼 천진한 웃음이 번져 있었다.

 

다 만들어진 닭볶음탕을 먹으면서도 아버님의 리액션이 폭발한다. "우리 마누라 잘 하네"라고 칭찬하고, 사위가 양념을 버무리고 씻어줬다는 얘길 듣고는 "그래서 맛있구나"하고 얘기해준다. 그런데 이런 모습이 부부 사이의 좋은 금슬로 인해 만들어진다는 걸 알 수 있다. 나이는 들었지만 여전히 연애하는 듯한 관계에서 비롯되는 화기애애함.

 

사실 <부럽지>는 연예인 커플의 리얼 연애를 들여다보는 프로그램이지만, 최근 들어 연애만큼 이들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가족들과의 관계를 보는 재미가 쏠쏠해졌다. 이전 방영분에서 최송현이 남자친구 이재한과 부모님을 만나 식사를 할 때 아버님과 나누던 대화가 그렇고, 이번 혜림의 가족이 함께 식사를 하는 그 화기애애한 광경이 그렇다.

 

물론 결국 연애는 당사자들 간의 이야기일 수 있다. 하지만 가족과의 관계가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가를 좀 더 알 수 있다는 사실은, <부럽지>가 가족들까지 확장된 이야기를 함으로써 얻게 된 사랑의 좀 더 깊은 맛이 아닐 수 없다. 남녀 간의 사랑이 표피적인 연애만이 아닌 사람과 사람 사이의 깊은 관계를 포함한다는 걸 이런 확장된 이야기가 가능하게 해주기 때문이다. 달달한 연애만 부러운 게 아니라 그 관계가 부러운.(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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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반 지나온 '화양연화', 편안함과 느슨함 사이

 

tvN 토일드라마 <화양연화>가 절반을 지났다. 시청률은 4%대. 반응도 호불호가 갈리곤 있지만 그리 나쁘지만은 않다. 그 절반을 통해 <화양연화>가 그리려는 이야기는 이제 대부분 드러났다. 과거부터 현재까지 여전히 서로를 잊지 못하고 사랑하는 한재현(유지태)과 윤지수(이보영). 하지만 중년이 된 그들은 서로 다른 삶의 지점에 서 있다.

 

과거에는 학생 운동의 전면에 나섰던 청년이었지만 지금은 대기업의 사위가 되어 온갖 약자들을 내모는 일들을 떠맡아 하고 있는 한재현. 반면 대학시절에 학생 운동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었고 다만 한재현을 사랑해 그 세계에 발을 디뎠지만 지금은 그렇게 밀려난 약자들의 편에 서서 함께 싸우는 윤지수. 그들은 그렇게 대척점 위에 서 있지만 재회하게 되면서 여전히 서로를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하지만 이미 결혼한 한재현과 이혼해 아이를 홀로 키우고 있는 윤지수 사이에는 건너갈 수 없는 강이 놓여 있다. 그래서 자신에게 다가오면 한재현이 모든 걸 잃게 된다는 걸 아는 윤지수는 자꾸만 도망치지만 한재현은 현실에 상처 입은 채 살아가는 그를 보호해주고 싶어진다.

 

드라마는 절반을 지나오며 두 사람 사이의 간극을 좀체 좁히지 못했다. 여전히 한재현은 자신이 일하는 그룹의 빌딩 창문에서 건물 앞을 점거하고 농성하는 이들과 함께 하는 윤지수를 바라본다. 그건 드라마의 도입 부분에도 그대로 나왔던 장면이다. 여러 차례 만났고 서로의 감정을 확인도 했지만 더 이상 나갈 수 없는 이들의 이야기는 그래서 자꾸만 과거로 돌아간다.

 

청년시절의 재현(박진영)이 지수(전소니)와 어떻게 만났고, 둘의 만남을 당시 검사장이었던 지수의 아버지 윤형구(장광)가 갈라놓았던 아픈 과거. 하지만 아픔만 있는 건 아니다. 그 아픔 속에서도 재현과 함께 보냈던 시간들이 추억처럼 펼쳐진다.

 

<화양연화>는 1980~90년대를 겪었던 중년들에게는 그래서 그 과거 장면들이 그려내는 추억들이 각별하게 느껴지는 게 사실이다. 그 때 들었던 고 김현식의 노래나, MT로 자주 갔던 강촌역의 추억, 신촌 앞에 시대정신처럼 버티고 있던 서점 '오늘의 책', 심지어 최루탄이 날아들던 살풍경한 데모 현장까지도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그리고 이런 과거의 순수했던 시절은 사실상 <화양연화>가 꺼내놓으려는 메시지의 중심에 서 있다. 즉 어느새 나이 들어 그 시절로부터 멀리 왔고, 그래서 그 때의 순수했던 모습은 사라져버린 현재에 문득 그 때를 떠올려보게 만드는 것. 그래서 그 과거의 힘이 현재 또한 바꿀 수 있는지를 들여다보는 것이다.

 

그래서 과거 신들은 중요하지만, 절반을 지나오면서도 여전히 같은 거리를 유지하고 있는 한재현과 윤지수의 모습은 조금은 지지부진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 적어도 이제는 두 사람의 결단이 보고 싶고, 그 결단 속에서 과거 회상으로만 머물러 있는 사랑과 꿈 같은 것들이 현재화되는 모습을 보고 싶다. 특유의 편안함이 매력적인 드라마지만, 그게 너무 지속되면 느슨해질 수 있다는 걸 염두에 둔다면.(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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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면 뭐하니'가 끄집어낸 옛 감성의 이색 조합

 

왕년에 최고였고 지금도 한 댄스 한다는 이들이 모였다. 그런데 그 조합이 이색적이다. 흥을 주체하지 못하고 '흔들어 제끼는' 이효리에, 최근 '깡'으로 때 아닌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는 비, 그리고 한때 클럽 죽돌이로 유명했다는 댄스 중독자 유재석이 그들이다. MBC 예능 <놀면 뭐하니?>는 여름 댄스가요 시장을 강타할 혼성 그룹을 만들겠다는 목표로 '연습생' 신분으로 함께한 멤버를 찾는 유재석의 이야기를 펼쳐 놓았다.

 

이효리는 워낙 음악과 예능을 넘나드는 만능 엔터테이너로 대중들의 뇌리에 각인되어 있는 인물이다. JTBC <효리네 민박>에 이어 핑클 완전체가 출연해 화제가 됐던 <캠핑클럽>으로 여전히 예능 블루칩이라는 걸 증명했던 그다. <놀면 뭐하니?>의 유재석과는 각별하다. KBS <해피투게더> 시절에 함께 쟁반 노래방을 했었고, SBS <패밀리가 떴다>도 함께 했으며 MBC <무한도전>에도 자주 얼굴을 비춰 등장할 때마다 강렬한 웃음을 주곤 했다.

 

하지만 이번 <놀면 뭐하니?>에서는 댄스 혼성 그룹에도 합류할 것으로 예고되고 있어 예능은 물론이고 음악까지 동시에 도전하는 이효리를 기대하게 한다. 물론 아직 확실한 참여 여부가 결정된 건 아니지만, 지난 방송에서 그 누구보다 의욕을 보인 이효리였다. 1990년대 음악에 맞춰 흥을 주체하지 못하는 모습은 큰 웃음을 줬고 그의 참여를 예상하게 만들었다.

 

여기에 최근 '깡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는 비의 등장 역시 이번 <놀면 뭐하니?>의 혼성 그룹 프로젝트를 기대하게 만드는 대목이다. 2017년 발표해 비 특유의 '허세'가 세간의 혹평을 받았지만, 최근 그 뮤직비디오에 붙은 재치 있는 댓글들이 화제를 일으키며 인터넷 밈(온라인 상에서 전파되며 즐기는 현상)을 만들었다. 하루에 '깡'을 한 번은 감상한다는 의미로 '1일1깡'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 유튜브의 '깡' 뮤직비디오는 800만 뷰를 훌쩍 넘어섰고 비 관련 영상들이나 노래들도 새롭게 화제가 되고 있다.

 

사실 '깡 신드롬'은 칭찬이 아닌 조롱으로 시작된 것이었다. 너무 과한 춤 동작들이 지금의 트렌드와는 사뭇 맞지 않아 이를 지적하는 게 하나의 놀이처럼 되어 버린 것. 하지만 <놀면 뭐하니?>에 출연한 비는 이러한 '깡'에 대한 댓글들을 자신도 즐기고 있다고 말함으로써 조롱을 관심으로 받아들였다. 자신을 대상으로 하는 놀이현상을 선선히 유머로 받아줬고, 역대 히트곡의 춤들을 보여줌으로서 그가 춤 실력이 낡지 않았다는 걸 보여줬다.

 

<놀면 뭐하니?>는 이로써 이효리와 비 그리고 유재석이라는 이색 조합이 그려지게 됐다. 이들이 특이한 건 이효리나 비가 댄스에 있어 레전드로 불리는 실력자들이지만, 그러면서도 자신을 내려놓고 웃음을 줄 수 있는 인물들이라는 점이다. 유재석은 이들에 비해 댄스 실력은 떨어지지만 결코 뒤지지 않는 춤에 대한 열정을 갖고 있는 인물이고.

 

게다가 이들은 <놀면 뭐하니?>의 혼성 그룹 프로젝트가 지향하는 복고적인 여름 댄스 음악에도 최적화된 인물들이기도 하다. 당대의 감성을 그대로 재연하면서도, 현재의 트렌드에도 결코 뒤처지지 않는 인물들. 그래서 이들은 어쩌면 살아있는 '뉴트로'의 한 면을 현재적으로 보여줄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효리의 흥과 비의 허세 그리고 열정 넘치는 유재석. 과연 <놀면 뭐하니?>는 이들이 함께 하는 혼성 그룹을 보여줄 것인가. 만일 그렇다면 유산슬 신드롬을 잇는 또 다른 여름의 신드롬을 기대할 수 있지 않을까.(사진:MBC)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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