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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의 숲2', 결국 검경대결이 아닌 진실과 진영의 대결

 

"뭘 얼마나 무마시켜 주신 겁니까? 나가서 기자들 만나셔야죠. 전국의 경찰 대표해서 협의회에 나온, 그것도 그중에서 가장 고위급인 국장이 부당수사를 하다 고소당했다 널리 알리셔야죠. 부장님께서는 고소를 막을 게 아니라 부추기셔야 하는 거 아닙니까? 수사권 조정 문제는 우리 검찰한테 영토문제와 같다고 하셨습니다. 굳이 건드릴 필요가 없는 거라고요. 국장이 고소당하면 협의회에도 브레이크가 걸릴 거고 그럼 그 영토문제는 가라앉는 거 아닙니까?"

 

tvN 토일드라마 <비밀의 숲2>에서 황시목(조승우)은 우태하(최무성) 부장검사가 남재익(김귀선) 의원이 경찰청 소속 수사국장 신재용(이해영)을 표적수사 했다는 이유로 고소한 사실에 초조해 하는 모습이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했다. 수사권을 두고 협상 테이블에 앉은 검경협의회에서 경찰을 대표해 나온 가장 고위급 국장이 바로 신재용이었다. 그러니 그가 고소당했다는 사실은 황시목의 지적처럼 검찰 측이 협상 테이블에서 유리해진다는 뜻이었다.

 

그럼에도 우태하가 급히 나서서 남재익 의원을 만나 고소를 막으려 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남재익 의원은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으로서 수사권을 두고 검경협의회에서 결론이 나더라도 국회 법안 통과 여부에 결정적 키를 쥐고 있는 인물이었다. 그래서 검찰과 경찰은 어떻게든 남재익 의원을 압박하거나 포섭함으로써 자기편으로 끌어들이려는 치열한 싸움을 하고 있었고 그 싸움의 핵심적 사안은 남재익 의원이 시중은행에 아들의 취업 청탁을 한 비리였다.

 

무혐의 판결이 난 사건이었지만 남 의원은 자신이 검찰 출신이라는 이유로 경찰의 표적수사를 받았다고 고소했고 결국 경찰청 정보부장 최빛(전혜진)은 남의원의 약점을 꺼내들었다. 그 약점이 무엇인지 아직 구체적으로 드러나진 않았지만, 우태하가 이렇게 남 의원을 찾아와 그 약점이 무엇인가를 알아내려 한 건 바로 그 사건에 무혐의 판결을 낸 이가 바로 자신이었기 때문이었다. 황시목은 그 사실을 간파했다.

 

"아예 정지시킬 수도 있겠네요. 고소가 진행돼서 조사를 새롭게 시작하다보니 이번엔 검찰측 부장까지 의원 비리를 덮어준 게 드러나서 검경협의회가 엎어진다. 불명예스럽지만 자연스럽게요. 부장님은 남재익 의원 무혐의에 직접 개입하셨습니다. 그게 고소당한 수사국장은 바로 안 튀어 와도 부장님은 즉시 오셨어야 했던 이유구요."

 

황시목의 일침이 따끔하게 느껴진 건, 그것이 이른바 진영 논리의 음험한 실체를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허울과 명분을 앞세우지만 사실은 개인의 이익과 욕망 심지어는 비리를 덮는 것이 그 진짜 얼굴인 진영 논리. 우태하는 검경의 대결을 앞세워 검찰의 이익을 위해 나서고 있다는 식으로 말하고 행동하고 있지만, 알고 보면 자신의 비리를 감추려 안간힘을 쓰는 것이었다. 결국 겉으로 드러난 검경 대결이라는 진영 논리에 빠지게 되면 그 사안의 실체인 남 의원의 비리와 그 비리를 덮어진 검찰의 비리 사실은 저 뒤편으로 물러나게 될 것이었다.

 

이런 상황은 한여진(배두나)이 세곡지구대 사건을 점점 수사해가며 갖게 되는 아이러니에서도 드러난다. 한여진은 그 사건이 한 경찰의 자살이어야 경찰 측에 유리하게 되는 상황이지만, 점점 타살과 비리의 혐의들이 드러나는 것에 당혹스러워했다. 죽은 송기현(이가섭) 경사를 특히 괴롭혔던 김수항(김범수) 순경이 바로 그 송 경사를 세곡지구대로 좌천시킨 동두천경찰서 서장의 조카였다. 송경사의 폭로로 인해 서장은 경정으로 강등된 바 있고 그래서 그를 일부러 조카가 있는 곳으로 보냈을 거라는 심증이 생겼다.

 

검찰을 대표하는 황시목과 경찰을 대표하는 한여진이 검경 협의회에서 수사권을 두고 진영의 대결을 벌이게 되는 입장에 처하게 됐지만, 이들 두 사람이 처한 상황은 오히려 자신들이 소속된 집단이 벌인 비리들을 점점 알아가게 되는 것이었다. 진영논리에 담겨진 제 식구 감싸기와 그래서 저질러지기도 하는 비리, 청탁 등은 결국 죄와 상관없이 처벌되거나 무마되기도 하는 사법정의의 불공정함을 만드는 근거가 된다.

 

황시목과 한여진이라는 다소 진영논리와는 섞이지 않는 아웃사이더들을 이 '비밀의 숲'에 던져 놓은 건 그래서 이 진영논리에 가려진 실체를 끄집어내기 위함이다. 마치 곰처럼 위장하고 있지만 사실은 여우인 우태하의 실체를 꼬집는 황시목의 일침이 통쾌하게 느껴지는 건 그래서다.(사진:tvN)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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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면 뭐하니'의 메시지, 먼저 나를 세우고 연대하라

 

MBC 예능 <놀면 뭐하니?>라는 프로그램의 제목은 "놀면 뭐하니?"하고 툭 던진 말에서 시작한 것일 지도 모른다. 하지만 갈수록 이 제목에 담긴 '논다'는 의미는 우리의 가슴을 툭툭 건드리며 묵직한 울림이 더해지고 있다. 똑같은 단어 하나도 어떤 말과 행동이 이어지고 겹쳐지면서 그 의미가 깊어지는 그런 이유 때문이다. 이런 변화는 유재석과 김태호 PD가 던진 작은 '놀이'에서 시작됐다.

 

카메라 하나 툭 던져놓고 '놀아보라' 했던 김태호 PD의 제안이 엉뚱하게도 유재석의 '부캐 놀이'로 이어졌고, 유고스타(드럼), 유산슬(트로트), 라섹(라면집), 유르페우스(하프), 유DJ뽕디스파뤼(라디오DJ), 닭터유(치킨집)를 거치며 성장, 확장됐다. 다양한 부캐 놀이가 가능하다는 건 그간 유재석이라는 하나의 아이덴티티 안에 머물던 더 많은 가능성들이 껍질을 깨고 밖으로 나오게 됐다는 뜻이다. 그것은 '나의 확장'이었고, 그 확장은 지금껏 '일 중심 사회'에서 하나의 명함으로만 존재가 증명되길 강요받던 시대에 틈입을 만들었다. '놀이'는 그 틈을 찢고 더 많은 나를 꺼내놓는 새로운 시대의 방식이었다.

 

그리고 '나의 확장'은 이제 비슷한 뜻을 가진 이들과의 연대를 통한 다른 이들의 확장으로도 이어졌다. '싹쓰리 프로젝트'가 그것이었다. 여름 시장을 겨냥한 1990년대 혼성그룹에 대한 꿈은 유두래곤과 더불어 린다G(이효리) 그리고 비룡(비)을 이 세계관 속으로 끌어들였다. 일 바깥의 놀이를 통한 유재석의 확장으로 이제 워라밸을 꿈꾸게 된 수많은 대중들의 마음을 위로하고 지지해주었던 그 힘은 이제 같은 꿈을 가진 이들과의 연대로 나가게 됐다.

 

싹쓰리 프로젝트에서 제주도 소길댁으로 불리던 이효리가 린다G라는 새로운 캐릭터로 자신을 확장시켜 많은 '경력이 단절된' 여성들의 로망을 대리충족시켰고, 그는 또 그 자리에서 '센 언니'들을 모아 걸 그룹 활동을 하겠다는 이른바 '환불원정대'의 욕망을 잉태시켰다. 엄정화, 제시 그리고 화사가 더해진 '환불원정대'는 '센 언니'라는 일관된 캐릭터들의 집합으로 시작됐지만 그 이면에 담긴 건 여성과 나이에 대한 현실의 고정관념과 편견을 깨는 이야기로 그려지고 있다.

 

그 중심에 서 있는 건 엄정화다. 이효리의 부름에 선뜻 참여한 엄정화는 이효리 스스로도 말했듯 모든 여성 아티스트들의 롤 모델 같은 인물이 아닐 수 없었다. 나이 들어서도 여전히 왕성히 활동하고 그것도 과거에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니라 현재를 호흡하려 늘 도전하는 모습이 그 이유다. 이효리는 엄정화를 보면서 그가 간 길을 따라가려 했다고 했고, 아마도 이런 선배들의 길 뒤로 제시가 그리고 화사가 걸어갈 것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환불원정대'는 그 자체로 나이에 의해 특히 배척받던 여성 아티스트들이 나이와 상관없이 함께 활동하는 모습으로 이 편견과 차별의 틀을 깨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 게다.

 

엄정화에 대한 '리스펙트'를 가지면서도 그렇다고 박제된 신화로서가 아니라 살아있는 현업 아티스트로서 그를 대하는 '환불원정대' 멤버들의 모습은 그래서 시청자들에게도 기분 좋은 위로를 전해준다. 리더가 된 이효리와 티격태격하고, 또 엄정화의 옛 영상 때문에 피식 웃게 된 제시에게 "제시 지금 웃은 거야?"라고 묻자 "네"라고 당당히 말하는 그런 관계, 그리고 그 와중에도 전혀 긴장한 티 없이 습관성 하품을 해서 웃음을 주는 화사의 모습 등등은 그래서 예사롭지 않은 느낌으로 다가온다. 그런 관계 속에서 환하게 웃음 짓는 엄정화에게서는 나이 들어 대접 받기보다는 나이와 상관없이 같은 웃고 떠들고 호흡하고픈 욕망을 건드리는 면이 있어서다.

 

<놀면 뭐하니?>는 누군가의 작은 변화 하나가 얼마나 큰 변화로도 이어질 수 있는가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점점 흥미로워지고 있다. 유재석 개인의 확장을 통해 그 누구나 갇혀진 하나의 정체성을 깨고 또 다른 가능성의 나를 찾을 수 있다는 용기를 얻게 했다면, 이제 그는 비슷한 꿈과 뜻을 가진 이들과 연대하고, 거기서 탄생한 또 다른 인물이 꿈꾸는 또 다른 연대로 끊임없이 펼쳐져 가고 있다. 그리고 이 과정들은 시청자들 역시 그 변화의 물결에 동참하게 만드는 힘을 발휘한다. 보고 위로받은 만큼 지지해주는 것만으로도.(사진:MBC)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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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가장 예뻤을 때', 삼각멜로보다 주목되는 자연과 인간의 대결구도

 

"사람한테 기대지 않으면 돼요. 사람은 상처만 주는 존재고 자연만이 인간을 위로해." MBC 수목드라마 <내가 가장 예뻤을 때>에서 서진(하석진)은 오예지(임수향)에게 그렇게 자신의 생각을 말한다. 그 말은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그를 힘겹게 만드는 고모 오지영(신이)을 지목한 말이었지만, 달리 들으면 바로 자신의 이야기처럼 들린다. 그 역시 가족의 불행을 눈앞에서 봐온 터였다. 아버지는 암벽등반을 하다 동생을 구하기 위해 스스로 줄을 끊어 장애를 갖게 됐고, 어머니는 그런 아버지를 버렸다. 그러니 가족이 그에게는 위로가 될 수 없었다.

 

하지만 "사람은 상처만 주는 존재"라는 그 말은 서진 그 자신에게도 해당되는 말이었다. 오예지가 "나를 위로한 건 이런 순간을 경험하게 해준 그 사람 마음"이라고 말하자 서진은 스스로를 부정하며 "내 의도가 뭔지 아냐"고 묻고 "쉽게 마음을 열지도 함부로 닫지도 말라"고 말한다. 그건 자신이 오예지에게 이제 다가갈 것이고, 그런 이끌림이 어쩌면 만들어낼 파국에 대한 복선처럼 들린다.

 

<내가 가장 예뻤을 때>는 아버지를 살해한 엄마로 인해 고모에게 핍박받으며 살아왔던 오예지가 어느 시골마을 학교에 교생으로 오면서 시작한다. 거기서 자기 반 학생으로 만나게 된 서환(지수)은 점점 오예지에 대한 마음이 깊어지지만 그 즈음 군에서 제대하고 돌아온 서진이 나타나 오예지에게 적극적인 애정공세를 펼친다.

 

그래서 오예지를 두고 형제가 벌이는 삼각멜로 구도가 벌어지지만 그것보다 흥미로운 지점은 서환과 서진이라는 캐릭터의 대비다. 서환은 시골마을의 그 편안하고 아름다운 풍광 그대로의 자연 같은 캐릭터를 보여주지만, 서진은 자동차 레이서로 도로를 질주하는 도시의 욕망을 그대로 가진 캐릭터를 드러낸다. 서진이 오예지에게 말한 것처럼 자연을 닮은 서환은 그에게 위로를 선사한다. 하지만 갑자기 나타난 서진은 그 유혹이 강렬하지만 어딘지 불안한 느낌을 준다.

 

드라마는 서환과 서진을 자연과 도시를 대변하는 캐릭터로 연출해낸다. 서환이 자전거에 오예지를 태우고 함께 시골길을 달리던 풍광이 주는 그 힐링은 그래서 서진이 스포츠카를 끌고 나타나 오예지를 태워 어느 바닷가로 데려가는 장면과 병치되어 연출된다. 아직 가진 것이 없이 서진을 도저히 이겨낼 수 없는 서환은 혼자 쓸쓸히 자전거를 끌며 시골길을 걸어간다.

 

예고편에 슬쩍 등장한 것처럼 결국 오예지는 서진과 결혼하게 되고, 안타깝게도 서환이 결혼식장에서 오예지의 손을 잡고 들어서주지만, 이야기는 그게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이제 성장한 서환은 한 발작 떨어진 곳에서 오예지를 줄곧 쳐다보고 있을 테니 말이다.

 

<내가 가장 예뻤을 때>는 사실 삼각멜로의 틀로만 바라보면 너무 뻔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하지만 이 구도를 뻔하지 않게 만드는 건 이 형제가 도시와 자연을 은유하는 캐릭터들로 서 있다는 사실이다. 그 중에서도 자연을 닮은 지수의 사랑은 아마도 시청자들에게 아련한 아픔으로 전해지는 어떤 위로를 줄 것으로 보인다.

 

오예지라는 인물이 삶이 버거워 자존감조차 없이 살아가게 된 이들을 대변한다면, 언제든 찾아가면 넉넉한 품으로 안아주는 자연처럼 한 걸음 뒤에서 그를 보듬어주는 지수의 사랑은 남다른 공감으로 다가올 수 있을 게다. 특히 욕망 때문에 사람들로부터 부대끼며 많은 상처를 갖게 되는 우리네 삶 속에서는 더더욱 그렇다.(사진:MBC)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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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의 꽃' 이준기와 문채원, 멜로도 스릴러도 깊어진 까닭

 

멜로도 스릴러도 더더욱 깊어졌다. tvN 수목드라마 <악의 꽃>은 그래서 가슴 절절한 감정이 솟아오르면서도 동시에 긴장감 넘치는 전개가 이어진다. 멜로에 익숙한 시청자들이라면 깊어진 감정에 놀랄 것이고, 스릴러 취향을 가진 시청자라면 갈수록 궁금해지는 진실과 어디로 튈지 예측할 수 없는 이야기의 반전에 빠져들 것이다. 실로 <악의 꽃>은 멜로와 스릴러가 적절히 결합해 이질적인 두 장르를 어떻게 강화할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이것이 가능해진 건 실제는 연쇄살인마의 아들로 자신 또한 공범이라 의심받으며 숨어 지내온 도현수지만 백희성(이준기)이라는 이름으로 신분 세탁해 차지원(문채원)과 가정을 꾸린 독특한 인물의 설정에서 나온다. 이 인물은 그래서 도현수와 백희성이라는 상반된 이미지를 동시에 보여준다. 차지원은 자신이 백희성이라 알고 있는 이 인물이 둘도 없이 자상하고 가정적이며 자신을 사랑하는 남편이라 생각하지만, 그가 도현수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조금씩 피어오르는 의심에 힘겨워한다.

 

차지원의 이런 양 갈래로 나뉜 감정은 드라마가 멜로와 스릴러 사이를 오가게 만드는 힘이 되어준다. 차지원의 감정은 백희성으로 그를 바라볼 때 절절한 멜로가 되지만, 도현수로 바라볼 때 살벌한 스릴러가 된다. 정체를 숨기려는 백희성과 그 정체를 알아버린 차지원은 그래서 미묘한 관계를 이루고 이혼까지 결심하며 본분을 지키려던 차지원은 자신이 너무나 괴로워하고 있다는 사실을 통해 그가 백희성을 얼마나 사랑하는가를 절감한다.

 

흥미로운 건 본래는 도현수지만 백희성으로 신분 세탁해 살아가는 이 인물이 차지원과 가족을 위해 하는 말과 행동들이 진심이라는 사실이다. 그는 거짓의 삶을 살았고 그래서 차지원은 그것을 용서하기가 어렵지만, 차츰 그런 선택을 하게 된 내막을 들여다보면서 이 문제적 인물이 가진 삶의 무게를 절감하게 된다. 연쇄살인마를 아버지로 두었다는 이유로 평범한 삶을 살 수 없었고, 심지어 공범이라 의심받으며 마을 사람들로부터 배척받았던 인물. 게다가 누나가 저지른 살인까지 자신이 뒤집어 쓴 채 도망자로 살아가는 인물.

 

그는 누구에게 도움을 요청하기보다는 스스로 모든 걸 감당하려는 인물이다. 차지원은 차츰 이 인물이 살인을 저지르지 않았고 대신 모든 걸 뒤집어 쓴 채 살아가는 인물이었으며 그래서 자신과 가족에게도 신분을 숨긴 채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살기를 원했던 그 이유를 조금씩 공감해간다. 도현수는 살인을 저지르지 않았고 누군가를 위해 죄를 뒤집어썼다고 말한 그의 누나 도해수(장희진)의 말과, 목소리를 변조한 채 경찰에 전화를 걸어 자신이 도현수라 밝히고 연주시 살인사건의 공범을 찾아 진실을 밝히겠다는 그의 말에서 차지원은 그 진심을 읽는다. 그는 무고하고 그래서 진짜 공범을 잡아 자신의 가족에게까지 닥친 위기를 스스로 넘기려 한다는 것을.

 

백희성 또는 도현수라는 이 인물과 차지원의 감정이 더 절절해지고 깊어지는 건 이들이 하는 일련의 말과 행동들이 사실은 모두 서로를 지키고 가족을 지켜내려는 몸부림에 있기 때문이다. 차지원은 문득 자신의 남편이 그 긴 세월 동안 의지하고 붙들고 있었던 인물이 자신뿐이었다는 사실을 알고는 감정이 북받쳐 오른다.

 

연쇄살인마의 공범이 존재하고, 이들에게 희생자들을 마치 물건 대주듯 대준 인신매매 조직이 있는데다, 어쩌면 그 공범이 백만우(손종학)일 수도 있다는 심증, 게다가 산소호흡기에 의지한 채 혼수상태에 있던 진짜 백희성(김지훈)이 깨어남으로써 백희성 행세를 하던 도현수가 처하게 된 위기 등등, <악의 꽃>은 긴장감 넘치는 스릴러 전개를 해오고 있다.

 

하지만 그 위에 얹어진 백희성(혹은 도현수)과 차지원의 서로를 생각하는 절절한 멜로가 드라마에 더 깊은 감정선을 만들어내고 있다. 과연 이들은 진범과 진상을 찾아냄으로써 사랑을 지켜낼 수 있을까. 갈수록 깊어지는 멜로와 스릴러의 시너지가 향후 어떤 폭발력을 만들어낼지 실로 궁금해지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사진:tvN)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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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식당', 이승기와 규현이 보여준 새로운 게스트 활용법

 

이렇게 깐깐한 게스트가 있나. SBS 예능 '백종원의 골목식당' 창동편 '노배달 피자집'에 출격한 규현은 사장님이 이태리 셰프 파브리에게서 전수받아 내놓은 피자 맛을 보고는 고개를 갸웃해 보였다. 백종원도 또 김성주와 정인선도 극찬했던 피자였다. 그래서 규현의 그런 리액션은 예상과는 너무나 다르게 다가왔다.

 

하지만 규현이 그런 반응을 보인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사장님이 파브리가 전수해줬던 레시피를 따르고는 있었지만, 늘 '퍼주던 습관'이 있어 토핑을 과하게 얹다보니 맛의 균형이 무너진 거였다. 그걸 모니터로 보던 백종원은 "많이 넣는다고 다 좋은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참치피자는 어딘지 싱거웠고 살라미 피자는 고추기름 맛이 느껴지지 않으며 입안에 텁텁함을 남긴다는 냉정한 평가를 내렸다. 그러면서 피자를 굽는 온도를 물었다. 화덕피자를 구워봤던 규현은 더 높은 온도에 빨리 구워내는 것이 피자 맛을 훨씬 더 좋게 해줄 거라 말했고, 백종원은 급히 전화를 걸어 그의 지적이 정확하지만 그렇다고 온도를 높일 게 아니라 토핑을 줄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래서 재차 토핑을 줄인 상태로 구워낸 피자에 규현은 그제야 미소를 지었다. 그 작은 차이 하나가 완전히 다른 피자 맛을 냈다는 걸 신기해하는 표정이었다. 그런데 규현의 이런 깐깐한 평가와 리액션은 지금껏 '백종원의 골목식당'이 종종 게스트로 연예인들을 초빙해 맛을 보던 그 광경과는 사뭇 다른 것이었다. 대부분 맛있다는 호평과 감탄 일색이었던 것과는 달리, 규현은 솔직한 평가를 통해 노배달 피자집에 진짜 도움을 주었다.

 

이런 모습은 파스타집과 닭강정집에 투입된 '동네 형' 이승기에게서도 보이는 면모들이었다. 한때 창동에서 학창시절을 보내 '동네 형' 같은 느낌으로 다가간 이승기는 파스타집에서는 마니아답게 '완벽하다'는 평가를 해줬다. 그리고 그 평가는 백종원이 최종적으로 파스타를 먹어보고 "이래서 승기가 완벽하다 했구나"라고 공감할 수 있게 해줬다.

 

닭강정집에서는 마늘 문제 때문에 백종원에게 꾸중을 들어 주눅이든 젊은 사장님들을 '동네 형'으로서 다독이고, 그러면서도 설탕과 물엿의 비율을 실험하는 테스트에서는 냉정하게 설탕 비율이 높은 닭강정을 선택하고 이를 설득하는 모습이 훈훈한 광경을 연출했다. 마지막에 나오면서 선뜻 현금으로 계산을 해주고 거스름돈을 괜찮다고 말하는 이승기의 모습에서는 동네 선배로서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묻어났다.

 

'백종원의 골목식당'에서 시식은 시청자들에게 그 식당의 음식 맛이 솔루션에 의해 얼마나 달라졌는가를 보여주는 중요한 대목이다. 그래서 연예인 게스트들이 출연해왔지만, 규현과 이승기의 사례를 보면 그 특정 음식에 일가견이 있는 이들이어서 진짜로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걸 확인하게 해줬다. 중요한 건 그저 리액션을 위해 출연하는 게 아니고 저마다 자기만의 깐깐한 기준으로 솔직한 평가를 내리는 점이다. 그래야 실제 장사에 있어서 더 큰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아마도 이번 편에 출연한 이승기와 규현은 향후 '백종원의 골목식당'이 게스트를 활용하는 모범적인 사례가 되지 않을까 싶다.(사진:SBS)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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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퀴즈'가 양념치킨, 토끼모자 개발자를 통해 보여준 건

 

만일 특허를 냈다면 얼마나 많은 돈을 벌었을까. tvN 예능 <유 퀴즈 온 더 블록>이 '이거 누가 만들었지?' 특집으로 출연한 분들을 보며 많은 시청자들이 그런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도로를 달리다 보면 노면에 그어진 색깔을 처음 만든 분도, 전 세계적인 인기를 끈 양념치킨을 처음 개발하신 분이나, 귀가 움직이는 토끼모자를 만든 분도 만일 특허를 냈다면 돈 방석에 앉아 있을 분들이었다.

 

모두 특허를 내지 않는 바람에 그런 기회를 놓쳤고 그래서 그게 못내 아까웠던 게 사실이지만 이 분들은 그래도 웃음을 잃지 않았다. 거기에는 단지 돈으로만 환산할 수 없는 세상을 바꾼 이들의 대인배 다운 포용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돈은 벌지 못했지만 자신들이 만든 것으로 많은 분들이 혜택과 수혜를 입은 것에 만족하고 있었다.

 

도로에 색깔을 칠해 초보 운전자들도 쉽게 길을 잃지 않게 해주는 노면색깔 유도선을 만든 분은 한국도로공사 윤석덕 차장이었다. 그는 안산분기점에서 난 사고로 지사장님이 내린 초등학생도 알 수 있게 대책을 마련해오라는 지시에 그 노면색깔 유도선을 생각해냈다고 했다. 아이들이 그림을 그리며 노는 모습에서 착안한 것이었다.

 

하지만 도로에 색깔을 칠하는 것 자체가 도로교통법에 의해 정해져 있어 편법을 생각할 수밖에 없었고 그것으로 결국 경찰청의 협조를 통해 이를 시행했고 그 결과 교통사고가 급격히 줄자 이후에는 전국적으로 노면색깔 유도선을 칠하기 시작했다고 했다. 지금은 아예 내부 규정을 만들었지만 그는 포상을 받은 것도 또한 특허도 초반에는 편법으로 했기 때문에 낼 수 없어서 돈을 번 건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사고가 줄었다는 것만으로도 만족스러웠다고 말했다.

 

양념치킨을 처음 개발한 윤종계씨 사연은 더 드라마틱했다. 프라이드치킨을 그냥 놔두면 딱딱해지고 퍽퍽해지는 걸 막을 수 있는 걸 고민하다 양념치킨을 개발한 그는 당시 TV광고까지 할 정도로 돈을 벌었다고 했다. 불도저로 돈을 미는 수준이었다는 것. 이로써 그 회사 직원이었던 공장장이나 과장 하다못해 운전기사도 치킨으로 프랜차이즈 그룹의 회장이나 중역이 되었지만 본인은 특허를 내지 않아 그걸 모두 수익으로 연결하지는 못했다. 만일 특허를 냈다면 현재 해외에서도 쏟아져 나오는 양념치킨의 로얄티를 모두 받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

 

어찌 아쉬움이 없지 않겠냐마는 그래도 윤종계씨는 자신이 개발한 양념치킨으로 많은 이들이 큰돈을 벌고 잘 살고 있는 것에 만족해했다. 또한 당시 양계 분야에 일하는 사람들을 낮게 보던 시선이 이로써 바뀐 것에 큰 의미를 부여했다.

 

귀가 움직이는 토끼모자를 개발한 권용태씨 역시 비수기인 겨울에 대비할 수 있는 이 모자를 개발하고 입소문으로 불티나게 팔렸지만, 특허를 내지 않아 자신의 수익은 5,6천만 원이 전부였다고 한다. 한번은 미국의 대형마트 바이어들이 직접 전화해 100억 대의 물량을 제안 받은 적도 있지만 당시 5천만 원밖에 없어 이를 포기했다는 일화를 들려줬다. 놀랍게도 권용태씨는 이런 제안들은 공장에 직접 연결해줬다고 했다.

 

우리에게도 익숙할 정도로 누구나 쓰고 먹고 즐기는 것들을 개발한 그들이었지만, 놀랍게도 이들은 특허를 내지 않아 큰돈을 벌 지는 못했다. 그래서 그게 못내 가슴 아픈 일로 남겨질 법하지만, 그래도 이들이 웃는 건 자신들이 개발한 것이 누군가에게는 삶을 바꿀 만큼 큰 영향력을 끼쳤다는 사실이 주는 위안이었다. 우리네 사회가 대부분 돈과 연관되어 굴러가다보니 세상 모든 일이 가격으로 환산되는 현실이다. 하지만 수백억 특허를 놓쳤어도 이런 숨은 개발자들이 있어 우리의 삶이 살만해진다는 걸 한번쯤 생각해볼만한 특집이 아닐 수 없었다.(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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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판타집'이 드러낸 집에 대한 로망, 왜 의미 있을까

 

이른바 '집 소재 예능 프로그램' 전성시대다. 부동산 시장이 요동치고, 그래서 도심에 몇 평짜리 아파트에서 전세 사는 것조차 버거운 현실 속에서 집은 어떤 판타지를 갖게 하는 공간이라기보다는 가격으로 매겨지는 매물이 된 게 사실이다. 그런데 그럴수록 우리가 꿈꾸는 집에 대한 갈증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SBS가 파일럿으로 시도한 <나의 판타집>은 바로 그 지점을 파고 들어온다.

 

출연자들이 저마다 꿈꾸는 집에 대한 로망들을 얘기하고, 실제로 그 로망을 실현시켜줄 수 있는 집을 찾아내 살아보는 콘셉트의 예능 프로그램. 우리에게는 자연인으로 더 친숙한 이승윤이 의외로 아이언맨이 살 것 같은 저택을 꿈꾸고, 실제로 그 거대한 집에서 살아보는 모습은 상상이 현실이 되는 설렘을 선사한다.

 

안방에서 아이 방을 오가는 데도 구름다리를 건너가야 할 정도로 집이 크고, 프라이빗 수영장을 갖춘 데다 영화를 볼 수 있는 공간과 운동을 할 수 있는 방이 따로 따로 마련되어 있는 집. 아파트 살이를 하는 우리에게는 상상 속에서나 존재할 법한 집이지만 실제 살아보니 불편한 점들도 적지 않다. 너무 커서 집안에서만 걸어 다녀도 힘이 들 지경이고, 조금 떨어져 있다 보니 중국집 배달도 여의치 않을 정도다. 게다가 난방비가 많이 나올 때는 250만원이나 나온단다. 여력이 없다면 있어도 누릴 수 없는 집인 셈이다.

 

양동근과 그의 아내가 꿈꾸는 집은 '가족'이라는 단어가 어울리는 집이다. 집의 구조가 어떻게 되어 있느냐에 따라 가족 간의 관계도 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이 이들 가족의 '살아보기'에서 고스란히 느껴진다. 홀로 따로 떨어진 주방에서 요리를 할 때 외롭게 느껴졌다는 양동근의 아내는 집 중앙에 있는 주방에서 '존중받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중앙에 있어 남편과 아이들과 소통할 수도 있고, 그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는 그 위치가 가져온 변화다.

 

허영지는 어린 시절 살았던 집에 대한 로망을 그대로 가져와 좀 편안하게 쉴 수 있는 힐링의 공간을 원했다. 조금 외딴 곳에 떨어져 있지만 조용하고 툇마루에 앉아 자연을 느끼며 식사를 하거나 차나 술을 마실 수 있는데다, 아늑한 다락방이 주는 포근함 그리고 무엇보다 자연의 품 안에 폭 안겨 있는 듯한 그런 느낌을 주는 집이었다.

 

<나의 판타집>은 애초 MBC <구해줘 홈즈>와 비슷한 집 소재 예능 프로그램이 아니냐는 추측이 있었지만, 실제로는 관전 포인트가 다르다. 그것은 물론 로망을 자극하는 집들도 등장하지만 현실적인 집 찾기에 포인트가 맞춰져 있는 <구해줘 홈즈>와 달리 <나의 판타집>은 말 그대로 누군가의 집에 대한 판타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중요한 건 <나의 판타집>이 보여주는 집에 대한 판타지 그 자체가 지금처럼 집에 대한 왜곡된 관점들(주로 가격이나 아파트)이 넘치는 현실에 그만한 의미가 있다는 사실이다. 재산으로서의 집이 아닌 작아도 자신이 꿈꾸는 집이 이 프로그램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 있어서다. 우리는 왜 저마다 원하는 자신만의 집을 더 이상 꿈꾸지 않는 걸까. 어쩌다 모두가 똑같은 구조의 아파트에만 집착하게 된 현실에 이 프로그램이 던지는 질문이 묵직하게 다가오는 이유다.(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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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드라마들은 어째서 사법정의를 묻기 시작했을까

 

종영한 JTBC 월화드라마 <모범형사>가 다룬 건 사법정의에 대한 질문이었다. 모범적으로 자신의 본분을 지키며 살아가는 강도창(손현주) 형사가 억울하게 누명이 씌워진 채 사형수가 되어 생을 마감한 이대철(조재윤) 사건을 재수사하고, 결국 진짜 범인을 찾아내 진실을 밝히는 내용이 그것이었다.

 

강도창이라는 모범적인 인물을 내세운 건, 그 정반대에 서 있는 불량한 사법정의를 저격하기 위함이다. 막강한 재력을 바탕으로 살인을 저지르고도 버젓이 잘 살아가는 오종태(오정세)와, 그에게 매수되어 그의 죄를 덮고 심지어 동료형사까지 살해하는 비리형사 남국현(양형민) 그리고 누나를 고문해 자살하게 만든 형사를 살해하고 그걸 덮기 위해 무고한 이대철을 사형수로 만든 정한일보 유정석(지승현) 부장과 그 죄를 덮으려 한 그의 형 유정렬(조승연) 법무부장관이 그들이다. 거기에는 재력과 권력의 카르텔이 존재하고 그 힘은 검경을 좌지우지할 정도다. 사법정의가 흔들릴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데 검사와 형사가 등장하는 장르드라마들이 사법정의를 묻는 건 이 작품만이 아니다. 최근 시즌2로 돌아온 <비밀의 숲2>도 같은 질문을 던지고 있다. 검경이 수사권을 두고 줄다리기를 하는 와중에, 서민들만 피해를 입는다. 평생을 모은 전세금을 사기당한 피해자들이 피눈물을 흘리고 있는 사이, 경찰은 그 사기범을 검거하지만 알력 때문에 검찰이 영장을 발부해주지 않아 그냥 놔줘야 될 처지에 놓인다.

 

검경이 수사권을 두고 협상을 하면서, 한 경찰지구대에서 벌어진 살인사건이 다시 화두로 떠오르지만 그들은 사건의 진실이나 정의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다. 다만 검찰은 그것이 경찰의 치부를 드러낼 사건이라는 점에서, 또 경찰은 그 치부를 어떻게든 덮어야 한다는 점에서 관심을 가질 뿐이다. 그나마 이 협상 테이블에 함께 한 황시목(조승우) 검사와 한여진(배두나) 형사 같은 그런 권력다툼보다 사법정의를 수호하려는 인물이 주목되는 이유다.

 

사실 우리네 장르물에서 사법정의가 소재로 올라온 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추적자>, <신의 저울>, <수상한 파트너>, <펀치>, <열혈사제> 같은 작품들은 물론이고 심지어 <해치> 같은 사극에서도 사법정의의 문제들이 등장한다. 법을 집행하는 무소불위의 힘을 갖고 있지만 그것이 올바르게 사용되기 보다는 개인 혹은 집단의 이익을 위해 활용되는 현실이 반영된 작품들이 아닐 수 없다.

 

우리에게 사법정의의 문제는 검찰개혁 같은 결코 쉽지 않은 현실의 난관들로 대중들의 뇌리 속에 깊이 각인되어 있다. 그것이 쉽지 않은 건 저 마다의 욕망들이 얽히고설켜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이들 드라마 속 사법정의를 수행하는 이들은 욕망에서 비켜나 있거나 아예 그런 욕망에서 벗어난 인물들이다. 강도창은 욕망보다 양심의 무게를 더욱 느끼는 인물이고, 황시목은 그런 욕망을 거의 갖지 않는 냉정한 인물이다.

 

그래서 이 비범한 인물들은 현실에서는 해결되기 어려운 사법정의를 드라마를 통해서나마 실현해 보여준다. 대중들이 이런 드라마들에 열광하고 있다는 건, 그만큼 사법정의의 실현에 대한 갈증이 크다는 방증이 아닐 수 없다. 서구에서는 보기 드문 독특한 우리 식의 장르드라마들이 계속 나오고 있는 것 역시.(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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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범형사', 그저 모범적인 손현주를 그토록 응원했다는 건

 

JTBC 월화드라마 <모범형사>에서 결국 유정석(지승현)이 조성기와 장진수 두 사람을 모두 살해했다는 게 밝혀졌다. 누나를 고문함으로써 죽음에 이르게 한 조성기를 유정석은 분노에 눈이 멀어 살해했고, 그 현장에 나타난 장진수 형사까지 살해하게 됐다. 하지만 그 죄는 무고한 이대철(조재윤)이 뒤집어썼고 결국 사형수가 되어 죽음을 맞이했다.

 

그런데 유정석이 진짜 살인범이라는 게 확실해진 건 경찰의 수사 때문이 아니었다. 강력2팀 강도창(손현주)과 오지혁(장승조)은 유정석을 압수수색했지만 증거를 찾아낼 수는 없었다. 오지혁이 말하듯 결국 이들이 기댈 건 '유정석의 양심뿐'이었다. 유정석은 실제로 자신이 두 사람을 살해했다고 정한일보 사회부 팀에 얘기했고 스스로 서부경찰서를 찾아 자신이 다음 날 아침 신문기사에 자신의 이야길 쓰겠다고 했다. "인간으로서는 부끄러운 짓을 했어도, 기자로서는 단 한 점의 부끄러움도 남기고 싶지 않다"며.

 

유정석은 다음 날 자신이 살인자임을 신문을 통해 공개적으로 자백했고, 그의 지시로 진서경(이엘리야) 기자는 이대철이 무고하다는 기사를 써서 공표했다. 그리고 오종태(오정세)를 불러 그의 목을 조르다가 다리 아래로 뛰어내림으로서 마치 그가 유정석을 살해한 것처럼 꾸몄다. 결국 오종태는 현장에서 강력2팀 형사들에 의해 검거됐다.

 

그간 강도창과 오지혁이 어떤 압력에도 굴복하지 않고 그토록 사건의 진범을 찾아 뛰어다녔던 걸 생각해보면 유정석의 자백과 자살로 밝혀진 사건의 진실은 다소 허무한 느낌을 준다. 하지만 강도창과 오지혁의 그 포기하지 않는 수사로 인한 압박이 유정석의 자백으로까지 이어지게 됐다는 사실을 간과할 수는 없다.

 

<모범형사>가 현실적인 느낌을 주는 건 굉장한 슈퍼히어로 형사의 판타지를 그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신 강도창 같은 지극히 서민적이고 현실적인 형사가 주는 서민 판타지가 있었다. 그런데 그 서민 판타지에서 강도창의 강점으로 제시되고 있는 건 다름 아닌 '양심'이다. 처음에는 자신도 승진에 누락될까봐 이대철 사건을 외면하려 했었지만, 그는 끝내 그 양심의 가책을 이겨내지 못한다.

 

결국 이대철의 사형이 집행되고 이로 인해 홀로 남게 된 그의 딸 이은혜(이하은)를 가족처럼 집으로 들인 것도 바로 그 양심 때문이었다. 현실적으로는 많은 걸 포기하고 희생해야 하는 것이지만 바로 그 모범적인 양심이야말로 이렇게 욕망 가득한 현실에서 그나마 살 수 있게 해주는 힘이 된다는 걸 강도창은 보여준다. 그의 양심에 강력2팀이 합류하고, 문상범(손종학) 서장까지 개과천선하며, 지극히 현실적인 선택만을 해온 윤상미(신동미)나 진서경도 변화한다.

 

강도창의 '양심'이 만들어낸 이 변화과정을 염두에 두고 보면, 유정석이 끝내 양심의 가책을 이기지 못하고 자백을 함으로서 사건의 진상이 밝혀지는 그 설정이 납득되는 면이 있다. 한 사람 한 사람이 가진 최소한의 양심이 있어 그래도 진실이 묻히지 않는다는 이 드라마의 일관된 메시지가 거기서도 읽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결국은 개개인의 '양심'에 호소하는 <모범형사>는 바로 그 지점에서 씁쓸한 현실에 대한 비판적 시선이 느껴진다. 누군가의 생명을 좌지우지하는 사법적 기능이 그 시스템의 힘에 의해서가 아니라 개개인의 양심에 의해서만이 제 기능을 할 수 있다는 걸 에둘러 말해주고 있어서다. 대단한 어떤 것도 아닌 그저 '모범'이라도 지켜 달라 말하는 강도창을 우리가 그토록 응원했다는 건 얼마나 씁쓸한 우리의 현실을 드러내는 일인가.(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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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훌륭', 강형욱이 아찔한 개물림 사고에 전한 경고

 

강형욱도 훈련 도중 개물림 사고를 당했다. 심한 건 아니라고 얘기했지만 결국 강형욱은 주사를 맞고 치료하기 위해 병원에 갔고 방송은 중단됐다. KBS <개는 훌륭하다>에 등장한 고민견 아메리칸 불리 토비와 바키의 공격성과 강형욱조차 물릴 수 있다는 사실은 최근 반려견 가족이 급증하며 종종 발생하곤 하는 개물림 사고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워주기에 충분했다.

 

고민견 토비와 바키는 보호자와 함께 있을 때는 아무런 문제가 없어 보였다. 하지만 낯선 타인이 등장하자 심한 마운팅을 하는 등 그 문제들이 드러났다. 카메라 설치를 위해 들어간 제작진의 허벅지에 달라붙어 마운팅을 하는 모습을 보였다. 또 반응을 보기 위해 애견카페에 갔을 때 쉽게 흥분하고 급기야 다른 개들에게 공격성을 보이며 달려들기도 했다.

 

모니터를 통해 이를 확인한 강형욱의 표정은 차츰 심각해졌다. 마운팅을 하는 것 자체도 사실 '무례한 짓'이지만 토비와 바키에게서는 마운팅을 넘어선 공격성이 눈에 띄었다. 보호자와 상담 중에 끝없이 마운팅을 하려는 바키를 강형욱이 밀쳐내자 점점 흥분한 바키가 공격성을 드러냈고 이를 막아내던 강형욱에게 달려들어 허벅지를 무는 사고가 발생했다. 결국 방송은 중단됐고 일주일 후에 재개될 수 있었다.

 

일주일 후 미안함과 당혹감에 빠져 있는 보호자에게 강형욱은 뜬금없이 향초에 불을 붙여보라고 했다. 그리고 보기엔 예쁘지만 만일 세 살짜리 아이가 옆에 있다면 어떻게 하겠냐고 물었다. 그러자 보호자는 불을 끌 것 같다고 답했다. 강형욱은 그게 맞지만 많은 분들이 "그냥 이렇게 다닌다"며 불붙은 향초의 촛농을 떨어뜨려 보였다. 그리고 이렇게 말했다. "이 물(촛농)이 어떤 사람의 손에 떨어질 수도 있고요. 어떤 사람의 눈에 떨어질 수도 있고요. 어떤 사람의 입에 떨어질 수도 있어요."

 

그러면서 사고가 나면 이렇게 변명한다고 했다. "네가 왜 불 옆에 왔어? 조심하면 되잖아." 강형욱이 향초까지 활용해 경고하고 있는 건 개물림 사고가 왜 발생하는가 하는 원인이 바로 보호자의 경각심 부족에 있다는 것이었다. "저 친구의 공격성보다 더 무서운 건 보호자님이 이 상황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거예요. 정말 많은 보호자들이 내 개가 위험하다고 생각을 안 해요." 그러면서 사고가 벌어지면 이렇게 말하곤 한다고 했다. "한 번도 문적이 없었다. 물려고 한 적이 없었다. 이런 적이 처음이다." 게다가 개물림 사고가 벌어진 것이 물린 사람이 내 개를 자극한 거 아니냐는 생각까지 한다고 했다.

 

강형욱은 지난 훈련 때 찍은 영상을 보여주며 마운팅을 하는 단계에서부터 많은 반려인들이 자신의 개가 지금 위험한 상태라는 걸 알아야 한다고 경고했다. 다시 영상을 통해 강형욱이 물리던 그 위기일발의 순간을 확인한 보호자는 문제의 심각성을 분명히 느끼는 눈치였다. 다행스럽게도 이런 사실이 미리 알려졌고 강형욱의 공격성을 낮추는 훈련을 통해 겉으로 보기에도 몰라보게 변한 반려견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지만 만일 이런 경각심 없이 그냥 지냈다면 향후에는 분명 '개물림 사고'가 발생했을 수 있는 아찔한 상황이었다.

 

맹견이라 분류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공격성을 보이는 반려견이라면 그 시그널을 읽어내고 합당한 조치를 취하는 것이 향후 벌어질 수 있는 '개물림 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일이다. 그저 예쁘다고 내 개는 결코 누군가를 물지 않는다 착각할 때 심각한 상황을 맞이할 수 있다는 것. 강형욱조차 개에게 물리는 상황은, 개물림 사고에 있어 예외는 없다는 걸 그 자체로 보여줬다.(사진: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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