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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코', 좋은 드라마엔 어째서 늘 오정세가 있었을까

 

자신의 엄마가 사랑하는 강태(김수현)와 이제 가족이 된 상태(오정세)의 엄마를 죽인 범인이라는 걸 알게 된 문영(서예지)은 충격에 빠져버린다. 강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영 옆에서 떠나지 않고 그를 지키고, 상태는 문영이 아프다는 얘기에 순덕(김미경) 아줌마가 만들어준 죽을 싸서 문병을 온다.

 

하지만 문영은 상태를 마주 보지 못한다. 그저 "미안하다" "용서해 달라"라고 말할 뿐이다. 상태는 왜 문영이 그런 이야기를 하는지 알지 못한다. 다만 동생 강태와 싸웠을 거라 짐작하며 애써 문영의 입에 죽을 떠넘겨주려 한다. "용서해줘." 문영이 그렇게 말하자 상태는 선선이 "이거 먹으면 용서해줄게"라며 마치 엄마가 아이에게 밥을 먹여주는 것처럼 문영의 입에 죽을 넣어준다.

 

tvN 토일드라마 <사이코지만 괜찮아>에 등장하는 이 장면이 특히 감동적인 건 자폐를 가져 평범한 삶을 살아가지 못할 거라 여기는 상태가 오히려 문영과 강태를 애써 챙기려는 그 마음이 보여서다. 그는 "내가 형이니까"라며 강태에게 용돈을 쥐여주기도 하고 이제 가족으로 받아들인 문영 또한 형으로서, 어른으로서 챙기려 한다.

 

물론 <사이코지만 괜찮아>는 강태와 문영이라는 독보적인 캐릭터 위에 서 있는 작품이지만, 그 속에서도 상태라는 캐릭터의 무게감이 만만찮게 느껴진다. 그는 사실상 이 드라마가 던지고 있는 정상성에 대한 질문을 가장 잘 드러내는 캐릭터이기 때문이다. 그는 자폐를 갖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민폐는 아니고 나아가 역설적이게도 이 드라마 속 그 어떤 인물보다 건강해 보이기까지 한다.

 

여기서 상태라는 이 쉽지 않은 캐릭터를 이토록 실감나면서도 가슴 따뜻하게 연기해낸 오정세를 칭찬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연기가 가능해진 건 아마도 이 배우가 진정으로 자폐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전제되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오정세가 지적장애를 가진 팬에게 꿈같은 하루를 선물해준 미담은 이 배우의 진가를 들여다보게 해준다.

 

그는 지적장애를 가진 챌리스트 배범준씨가 드라마를 보며 상태를 위로하고 싶어한다는 소식을 듣고 흔쾌히 상태의 모습 그대로 배씨와 놀이공원 데이트를 했다고 한다. 이 만남을 성사하게 해준 배씨의 여동생은 "바쁜 스케줄 속에서 오빠를 만나기 전 얼마나 많은 연구와 고민을 하시며 노력하셨는지 느껴졌다"고 했다. 그 말 속에는 오정세가 연기를 대하는 자세가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생각해보면 최근 오정세가 출연한 작품들이 모두 좋은 작품들이었고 그 속에서 오정세는 확실한 자기만의 연기 영역을 보여줬다는 걸 새삼 깨닫게 된다. <동백꽃 필 무렵>에서 그는 옹산 군수를 꿈꾸지만 잘 나가는 홍자영(염혜란) 변호사와 찌질하지만 따뜻한 로맨스를 담은 노규태로 분했고, <스토브리그>에서는 백승수(남궁민) 단장과 각을 세우는 권경민이라는 악당 역할을 실감나게 연기한 바 있다. 이번 <사이코지만 괜찮아>에서의 상태는 물론이고, 현재 방영되고 있는 <모범형사>에서 오종태라는 악당 역할도 빼놓을 수 없다.

 

찌질하지만 인간적인 남자 역할에서부터 뒷목잡게 하는 악당과 천사가 따로 없는 자폐를 오가며 오정세는 이처럼 나날이 연기 스펙트럼을 넓혀가고 있다. 그런데 그 작품들의 면면이 예사롭지 않다. 모두가 최근 좋은 작품으로 호평을 이끌었던 작품들이기 때문이다. 작품을 고르는 남다른 선구안 때문일 수도 있고, 어떤 면에서는 운이 좋았을 수도 있다. 하지만 제 아무리 선구안이 좋고 운이 좋아도 작품을 임하는 자세에서 비롯된 연기가 따라주지 않았다면 오정세가 이만큼 좋은 배우로 성장할 수 있었을까.

 

사실 오정세는 주인공으로 주목받은 배우가 아니다. 그는 늘 주인공 옆에 서 있거나 혹은 주인공의 반대편에 서 있는 인물이었다. 하지만 <사이코지만 괜찮아>에서 주인공인 문영에게 죽을 떠 먹여주고 강태를 형으로서 챙기는 그의 연기는 주인공 그 이상의 존재감을 만들어낸다. 오정세는 마치 이 드라마가 하려는 이야기처럼 그런 주변인의 역할을 하면서도 이렇게 말하고 있는 듯하다. '주인공이 아니라도 괜찮아.'

 

이런 정도의 진정성이 느껴지는 인물이라면 중심에 있건 주변에 있건 빛나기 마련이다. 자폐를 가진 상태라는 인물이 이 드라마에서 오히려 가장 건강하게 보이는 것처럼, 오정세는 어쩌면 자신의 위치에서도 충분히 괜찮을 수 있다는 걸 혼신을 다한 연기로 보여주고 있었는 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좋은 드라마엔 오정세가 늘 있었다는 말은 거꾸로도 들린다. 오정세가 있어 좋은 드라마가 됐을 수도 있다는.(사진:tvN)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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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20.08.10 22:51 sun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작가님.드라마속 대사한마디가 책보는. 챕터속의 대사인용페이지들을 왜 하늘색에 하얀글씨로 하셨나요.
    40대에 노안온 사람들은 안보여서 읽느라 애를써져 감흥을 느끼기가 힘들어 아쉽습니다ㅠ

악의 꽃', 이준기 아니었다면 이런 멜로 스릴러 가능했을까

 

이준기라는 배우가 아니었다면 이렇게 멜로와 스릴러를 순식간에 오가는 게 가능했을까. tvN 수목드라마 <악의 꽃>은 독특한 멜로이자 스릴러다. 그런데 어찌 보면 병립할 수 없을 것만 같은 이 두 장르의 결합이 한 작품 속에서 이준기의 표정연기 하나로 바뀔 수 있다는 건 놀라운 일이다. 그는 마치 '변검'을 하듯 순식간에 얼굴 표정을 바꿔 드라마를 멜로에서 스릴러로, 스릴러에서 멜로로 바꿔낼 줄 아는 배우다.

 

<악의 꽃>에서 이런 두 가지 이질적인 장르를 극적으로 그려낼 수 있게 된 건 차지원(문채원)과 사실은 도현수인 백희성(이준기)이라는 특이한 조합의 부부가 작품의 중심에 서 있어서다. 연쇄살인범이라 의심받고 추적당하는 도현수는 자신의 신분을 세탁해 백희성이라는 인물로 살아가고, 그와 결혼한 차지원은 바로 그 도현수를 수사하는 형사다. 그러니 도현수는 자신의 정체를 숨기기 위해 이를 추적하는 차지원과 추격전을 벌여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어린 시절 친구로 도현수의 정체를 알고 있는 김무진(서현우)을 공방 지하실에 감금하고 그를 추궁하는 도현수는 살벌한 연쇄살인마의 느낌을 풀풀 풍기지만, 지하실에서 나와 귀가한 차지원과 딸 백은하(정서연)와 윗층에서 단란한 시간을 보내는 도현수는 달달하고 자상한 남편이자 아빠의 모습으로 돌아간다.

 

드라마는 도현수가 연쇄살인마일 거라는 정황이나 추측을 하게 만들지만 다른 한 편으로는 그가 진짜 연쇄살인마일까 하는 의구심을 갖게 한다. 바로 이 지점은 시청자들이 도현수라는 인물에 대해 갖게 되는 양가감정을 불러일으킨다. 연쇄살인마라는 추측에 섬뜩함을 느끼면서도 이상하게도 차지원의 추격에 그의 정체가 발각되지 않기를 바라게 되는 것. 그것은 도현수에 대한 연민 때문이 아니라, 도현수와 그를 백희성으로 알며 부부로 살아온 차지원이 진실을 알게 됐을 때 맞닥뜨릴 파국 때문이다.

 

그래서 김무진의 집에서 도현수가 베란다 바깥에 대롱대롱 매달려 그 집을 수사하는 차지원으로부터 숨어 있는 장면이나, 도현수의 옛 사진을 갖고 있다고 제보한 이의 집에서 그 사진을 훔쳐 달아나다 벌이게 되는 두 사람의 추격전은 훨씬 더 쫄깃해진다. 또한 정체를 밝히려는 차지원과 이를 숨기려는 도현수 사이의 육탄전이 벌어질 때도 필사적으로 막던 도현수가 차지원이 다칠 수 있는 상황에 자신이 몸을 던져 그걸 막는 장면이 등장하기도 한다.

 

도현수와 차지원의 정체를 두고 벌이는 진실게임 때문에 <악의 꽃>의 멜로나 스릴러 두 장르가 전형적으로 보여주던 이야기 그 이상의 재미요소들이 채워진다. 함께 육탄전을 벌이면서 떨어뜨린 도현수의 시계를 차지원이 알아보고 의심하기 시작하면서 과연 차지원은 도현수에 대한 진실을 마주할 것인가에 대한 궁금증이 생긴다. 진실에 대한 궁금증과 갈증이 커지지만 거기에 다가가는 일은 자신과 가정을 파괴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에 그가 어떤 결정을 할 지가 궁금해지는 것.

 

그러면서 과연 도현수는 과거 연주시 연쇄 살인사건의 범인이었던 그의 아버지 도민석(최병모)과의 공범일지 아니면 피해자일지가 궁금해진다. 도현수가 과거 중국집에서 함께 일했던 남순길(이규복)을 살해한 건 도현수가 아니라 과거 도민석의 연쇄살인을 당했지만 사체를 끝내 발견하지 못했던 택시기사(윤병희)였다. 즉 드라마는 마치 도현수가 연쇄살인마가 아닐까 하는 떡밥을 던지고 있지만, 실상은 다르다는 결론으로 이어진다. 이 흐름이라면 도현수는 연쇄살인범 아버지 때문에 신분을 숨긴 채 살아가는 인물이 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또한 그가 신분을 세탁한 진짜 백희성(김지훈)과 그의 부모인 양 행동하는 공미자(남기애)와 백만우(손종학)라는 인물과 어떻게 얽혀있는가는 궁금한 지점이다. 이들은 과연 무슨 이유로 이런 거짓 가족을 연기하고 있는 것일까.

 

중요한 건 이 모든 멜로의 달달한 지점들과 스릴러의 살벌한 요소들이 순식간에 얼굴을 바꾸며 달달함을 절절함으로 증폭시키고, 살벌함을 비극적인 두려움으로 확장시키는 그 중심에 도현수라는 문제적 인물이 서 있다는 점이다. 결국 도현수의 이런 두 얼굴이 자연스럽게 표현되지 않는다면 이 작품은 설 기반이 사라지는 셈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이준기라는 배우의 진가가 새삼 확인된다. 멜로도 스릴러도 다 되는 이준기가 그걸 하나로 묶어서 변검하듯 표정 하나로 장르를 오가는 그 과정 속에서 드라마의 몰입감은 더욱 커져가고 있다. 많은 좋은 작품들과 연기들을 선보여온 이준기지만 <악의 꽃>은 그의 연기 스펙트럼에 또 하나의 굵직한 선을 그어줄 작품이 될 것으로 보인다.(사진:tvN)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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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가와 가요계에 좋은 영향 끼치는 싹쓰리 신드롬

 

MBC 예능 <놀면 뭐하니?>가 만들어낸 싹쓰리(SSAK3) 나비효과가 심상찮다. 이들이 발표한 곡들은 모두 음원차트 상위권을 강타하고 있다. '다시 여기 바닷가'와 리메이크곡 '여름 안에서'가 그 시발점이었다면 이제 그 뒤를 이어 유두래곤과 광희의 '두리쥬와', 린다G와 윤미래가 같이 한 'LINDA', 마마무가 참여한 비룡의 '신난다' 그리고 히든트랙으로 들어간 이상순의 '다시 여기 바닷가' 어쿠스틱 버전까지 모두 차트 상위권에 올랐다.

 

이들이 만들어낸 나비효과는 싹쓰리의 노래들에만 국한된 게 아니다. 비가 참여한 지코의 'Summer Hate'도 차트 상위권에 랭크됐고, 코요테는 싹쓰리 데뷔 후보곡이었던 '아하'를 발표했다. 혹자들은 가요계 교란을 얘기하기도 하지만 실제로는 전체 음원 사용량이 늘어나는 결과를 만들어주고 있다.

 

싹쓰리의 데뷔무대가 된 MBC <쇼! 음악중심>은 거의 한 회 분량 내내 이 프로그램의 앞 뒷 무대 이야기를 담아냄으로서 여기 출연한 다른 가수들은 물론이고 이 프로그램에도 좋은 영향력을 만들었다. '대후배'라는 지칭에 걸맞게 방송사에서 만난 다른 아이돌 그룹과 가수들과 인사를 나누고 아이오아이 전소미와 레드벨벳 아이린, 슬기는 대기실에서 함께 음식을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선후배가 함께 무대에 서서 미리 찍어놓은 무대 영상을 보고 마지막에 순위 발표를 하는 순간을 같이 하는 장면도 인상적이었다. 물론 데뷔무대에서 1위는 블랙핑크에 돌아갔고 이들은 2위를 차지했지만 그것도 큰 성과가 아닐 수 없었다. 무엇보다 유두래곤과 린다G 그리고 비룡이라는 새로운 부캐로 유재석, 이효리, 비가 현 세대의 가수들과 나란히 무대에 서 있는 모습은 왠지 모를 뭉클함을 안겨줬다.

 

싹쓰리 효과는 시청률에서도 여지없이 드러났다. <놀면 뭐하니?>는 10.1%(닐슨 코리아) 시청률로 동시간대 1위를 차지했고, 그 방송분에 담겨졌던 <쇼! 음악중심> 역시 2.1% 시청률로 올해 최고 기록을 세웠다. 이미 방영된 Mnet <엠카운트다운>에서 싹쓰리는 첫 1위를 차지했고 이 방송 전후 내용은 다음 주에 <놀면 뭐하니?>에서 소개될 예정이다.

 

싹쓰리 프로젝트는 그 과정에서 이효리의 언급으로 시작된 이른바 '환불원정대'로도 이어질 전망이다. 이효리, 엄정화, 제시, 화사가 함께 하는 센 언니 걸그룹 프로젝트다. 유재석은 이들의 매니저라는 새로운 부캐로 등장할 거라고 한다. 이미 싹쓰리 뮤직비디오에서 슬쩍 들어간 '떼인 돈 받아드립니다'라는 현수막에 'with yoo'라는 글귀가 그 시작을 예고한 바 있다.

 

이처럼 싹쓰리 프로젝트는 <놀면 뭐하니?>라는 프로그램의 시청률과 화제성을 최고로 끌어올린 건 물론이고, 음원시장 석권과 활성화에도 기여하고 있고, 이들이 출연한 타 방송 프로그램에 대한 화제도 낳고 있다. 나아가 여기서 비롯된 환불원정대 같은 또 다른 프로젝트로의 확산이 이뤄지고 있어 그 여파가 어디까지 갈지 갈수록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과연 김태호 PD는 이같은 싹쓰리 효과를 예측했을까. 물론 김태호 PD는 싹쓰리의 이런 신드롬이 코로나 시국이 가져온 정서적 영향이 컸기 때문이라고 겸손하게 밝혔지만, 가능성을 끝까지 열어놓고 그 대중들이 갖는 정서를 지속적으로 들여다보며 대응해낸 그 노력의 결과가 아닐까 싶다. 무엇보다 이들의 날갯짓이 코로나19로 침체된 가요계와 방송가에 자극을 주는 나비효과로 이어지고 있다는 건 박수 받아 마땅한 일이다.(사진:MBC)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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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퀴즈'가 던진 위로, 이런 분들이 있어 그래도 살만 한 세상

 

세상에는 참 많은 직업이 있고 그 직업 속에서도 빛나는 이들이 있다.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이 2회에 걸쳐 다룬 '직업의 세계' 편은 바로 그런 이야기를 전해주었다. 배우라는 직업에 대해 진솔한 이야기를 해준 정우성과, 웹툰 작가 조석, 호텔 도어맨, 디지털 장의사 그리고 약촌오거리 사건의 진범을 잡은 황상만 형사까지 소개했던 지난 1회에 이어, 2회에도 가슴이 따뜻해지고 때론 우리네 삶 자체를 다시금 생각해보게 만드는 그런 직업의 인물들이 등장했다.

 

우리에게는 직접 체험을 통해 생생한 현실을 전해줌으로써 이미 스타기자로 알려진 '체헐리즘'의 남형도 기자는 한 여름에 브래지어를 체험하고, 벚꽃 피는 시기에 시각장애인 체험을 하며 폐지 줍는 어르신들의 입장이 되어보기 위해 함께 하루를 보냈던 이야기들을 들려줬다. 그 중에서도 폐지를 하루 종일 줍는 어르신을 따라간 체험의 이야기는 유재석과 조세호는 물론이고 시청자들까지 숙연하게 만들었다. 165kg을 주웠지만 그렇게 주운 폐지로 번 돈이 겨우 만 원이었다는 것. 그 어르신이 지고 있는 하루의 무게가 새삼스럽게 느껴졌다.

 

그나마 각박해 보이는 세상 속에서도 남형도 기자는 기사가 나간 후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던 수많은 분들을 거론하며 그래도 살만한 세상이라는 걸 전해줬다. 신문 기사라고 하면 자극적인 사건, 사고들만 넘쳐나는 세상에 이런 작은 숨통을 틔워주는 남형도 기자 같은 분이 있어 우리도 조금은 살만하다 느끼게 되는 게 아닐까.

 

안내견 조이와 함께 국회에 입성한 시각장애인 국회의원 김예지 같은 인물이 장애를 가진 분들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그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갖가지 법안을 발의하며 노력하는 모습이나, 배틀그라운드로 K게임의 위상을 알린 김성한 대표가 전하는 성공 스토리 그리고 자동차 콘텐츠 크리에이터로 페라리 디자이너 마우리찌오 콜비를 초청해 전국의 디자인 전공 학생들과 만나게 해준 피터, 카걸 부부의 가슴 벅찬 이야기들을 보다 보면 세상은 결코 그냥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는 걸 실감하게 된다. 좋은 사람들의 노력들이 더해져 조금씩 나아질 수 있다는 희망 같은 걸 보게 된다는 것.

 

특히 두 번째 '직업의 세계"에서 삶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 인물은 특수청소전문가 김새별이었다. 고독사나 살인사건 같은 뜻하게 않게 사망한 이들의 '마지막 흔적을 지워주는' 일을 한다는 그는 고인 앞에서도 유족들이 자신들의 욕망만 드러내는 모습을 보고는 삶에 대한 허탈함을 많이 느꼈다고 했다.

 

고인을 애도하기보다는 고인이 남겨놓은 유산을 찾기 위해 마치 도둑이 든 것처럼 집을 엉망진창 만들어 놓는 유족들도 적지 않다 했다. 한번은 고인이 남긴 현금과 집문서를 찾겠다고 집을 뒤집어 놓은 유족이 버리라고 했던 고인의 액자에서 사진을 꺼내다 그 안에서 현금과 집문서를 발견했던 사연도 전했다. 삶이 무상하게 느껴지는 이야기가 아닐 수 없었다.

 

<유 퀴즈 온 더 블럭>은 본래 길거리로 나가 거기서 우연히 만난 분들과의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메인 콘셉트였다. 어찌 보면 복불복에 가까운 현장 부딪치기 콘셉트지만 실제로는 의외로 만나는 분들 한 사람 한 사람이 저마다의 보물 같은 이야기들을 전해주기 일쑤였다. 코로나19 때문에 그 길거리 토크는 콘셉트를 변경할 수밖에 없었다. 대신 특정 주제를 갖고 거기 해당되는 인물들을 섭외해 인터뷰를 하는 방식이었다.

 

이건 어찌 보면 전형적인 인터뷰 쇼가 될 수도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프로그램이 본래의 색깔을 계속 유지하며 참 다양한 사람들을 시청자들에게 소개해줄 수 있었던 건 '사람여행'이라는 그 기조를 계속 유지하고 있어서다. <유 퀴즈 온 더 블록>은 '사람여행'을 통해 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해주고, 그런 잘 보이지 않는 많은 사람들의 노력이 있어 우리 사회가 그래도 살만 해진다는 걸 애써 보여주고 있다. 유재석과 조세호도 또 시청자들도 그래서 배우는 게 많아지는 프로그램이다.(사진:tvN)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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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우리네 콘텐츠에도 유행처럼 부는 소재 중 하나가 평행세계다. SBS 드마라 '더 킹'이 대한제국과 대한민국의 두 평행세계가 겹치며 벌어지는 사건을 다뤘다면, 현재 방영되고 있는 OCN 드라마 '트레인'은 한 사건에서 서로 다른 선택을 한 인물이 각각 다른 삶을 살아가는 평행세계가 겹쳐지면서 벌어지는 스릴러를 다뤘다.

 

양우석 감독이 3년 만에 가져온 '강철비2'는 독립적인 하나의 작품이지만, 3년 전 개봉해 좋은 반응을 얻어냈던 '강철비1'과 기묘한 평행세계 같은 뉘앙스를 풍긴다. 그것은 정우성과 곽도원이 '강철비1'에서는 북한에서 남한으로 내려온 최정예요원 엄철우(정우성)와 남측 외교안보수석 곽철우(곽도원)로 등장하지만, '강철비2'에서는 대한민국 대통령(정우성)과 북 호위총국장(곽도원)으로 등장한다는 점 때문이다.

 

물론 이건 전작에서 좋은 합을 보였던 배우들과 감독의 의기투합으로 이뤄진 결과이겠지만 '강철비'라는 세계관이 그려내는 한반도를 둘러싼 무수히 많은 선택지들과 그 선택에 의해 공멸하던가 아니면 공존하는가가 결정되는 그 변수들을 떠올려보면 의도적으로 평행세계 같은 뉘앙스를 담으려 한 건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하게 된다.

 

'강철비2'는 전작에서 그랬듯 '선택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 남과 북 그리고 이를 둘러싼 미,중,일의 복잡한 이해관계 속에서 때론 국가의 존폐 아니 나아가 전 인류의 존폐를 결정짓는 건 대통령이나 최고지도자 같은 이들의 선택일 수 있다. 바로 이 지점이 '강철비2'가 흥미진진해지는 이유다.

 

호위총국장에 의해 발생한 쿠데타로 대한민국 대통령과 미국 대통령(앵거스 맥페이든) 그리고 북한 최고지도자인 위원장(유연석)이 북한 핵잠수함에 인질로 잡히는 상황은 그들의 죽고 사는 문제만이 아닌 남북한과 미국 나아가 중국과 일본의 운명까지 결정할 수 있는 중대사가 된다. 그런 위기 상황 속에서 보여주는 세 정상의 갈등과 협력은 마치 하나의 상황극처럼 그려지지만 적어도 이 위태로운 상황 속에 늘 놓여져 살아가는 우리네 관객들에게는 손에 땀을 쥐고 볼 수밖에 없는 몰입을 만들어낸다.

 

영화 '강철비2'는 대부분 핵잠수함 내부에서 벌어지는 사건들과, 그 핵잠수함과 다른 국가의 잠수함들과의 교전상황을 중심으로 흘러간다. 그래서 잠수함이 등장하는 전쟁영화들이 주는 그 긴박한 스릴러의 묘미를 그려내면서 동시에 그 속에서 부딪치는 인물들의 치열한 부딪침을 담는다. 흥미로운 건 세 정상이 좁은 방 안에서 벌이는 소동이 우리네 한반도 상황과 이를 두고 국가 간 외교를 해나가는 정상들의 모습들을 자꾸만 연상시키게 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폐쇄공포증을 일으키는 잠수함 속에서의 이야기는 때때로 그 긴장을 무너뜨리는 풍자적 웃음이 채워지기도 한다.

 

'강철비2'는 한반도 인근 해상에서 벌어지는 이 사건을 마침 북상하는 태풍과 겹쳐 이야기한다. 태풍의 이름이 'Steel rain'이고 그것은 마치 한반도 상황이 일촉즉발의 태풍을 마주하고 있다는 걸 은유적으로 담아낸다. 관객들은 저들의 올바른 '선택'에 의해 이 태풍 같은 긴장이 조용히 지나가기를 바라게 된다.

 

'강철비1'과 '강철비2'는 연달아 한반도에서 벌어질 수 있는 특정 상황극을 마치 평행세계의 이야기처럼 보여주면서 그 속에서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가를 묻는다. 평행세계는 결국 선택의 문제를 끄집어낸다. 그리고 그 선택은 국가의 정상들만의 몫은 아니라는 걸 엔딩크레딧이 끝난 후 대한민국 대통령의 목소리로 전한다. 자칫 전쟁으로 치달을 수 있는 아슬아슬한 순간을 슬기롭게 넘겼다 해도 궁극적으로 분단을 넘어 통일로 향해가는 길은 우리네 국민의 선택에 의해 가능해지는 일이기 때문이다.(사진:영화 '강철비2')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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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희석이 지적한 건 김구라일까, '라디오스타'일까

 

최근 방송인 남희석은 SNS를 통해 MBC 예능 <라디오스타>의 김구라가 하는 방송의 방식을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그는 김구라의 방송태도가 게스트에 대한 '배려 없는 행동'이라고 했고 출연자들이 김구라의 '눈치를 봐야 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김구라는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대신 <라디오스타> 제작진이 나서서 "김구라는 무례한 MC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남희석의 공개 비판은 이례적인 일이다. 연예계에서 동료에 대해 어떤 불만이나 불편한 지점을 느낀다면 사적으로 이야기하는 경우가 더 흔하고 자연스럽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희석이 이렇게 공개적으로 비판하게 된 건 그것이 자신만의 문제가 아니라 동종업계 후배들과도 관련된 문제라는 인식 때문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공개비판 이후 남희석은 이 SNS의 글이 갑자기 쓴 게 아니라 "몇 년을 지켜보고 고민하고 남긴 글"이라며 "콩트 코미디하다가 떠서 <라디오스타> 나갔는데 개망신 당하고 밤에 자존감 무너져 나 찾아온 후배들 봐서라도 그러면 안된다."고 했다. 그리고 "약자들 챙기시길"이라 덧붙였다.

 

그저 해프닝처럼 보이고, 워낙 연예매체에서 동네 싸움 구경하듯 자극적인 면만을 부각시켜 보도한데다, 남희석의 과거 흑역사 들추기까지 이어지면서 애초 비판의 초점은 상당부분 흐려졌다. 마치 그러는 자신은 누구를 비판할 수 있는 입장이 되냐는 식의 인신공격으로 흘러갔지만 남희석의 지적은 김구라로서도 한번쯤 생각해봐야할 지점이 아닐 수 없다.

 

먼저 이건 <라디오스타>의 문제인지 아니면 김구라의 문제인지를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물론 <라디오스타>는 애초부터 김구라가 거의 상징적인 존재였고 지금도 변함이 없다. 인터넷방송으로 독설을 날리던 그가 '독설의 시대'를 맞아 지상파로 들어와 전성시대를 구가했던 그 흐름은 <라디오스타>의 흥망성쇠와 거의 닮았다.

 

애초 <황금어장>의 <무릎팍도사>에 살짝 발을 얹는 정도로 시작한 <라디오스타>였다. 10분 남짓의 방송시간 때문에 할 이야기도 별로 못하고 끝나기 일쑤였던 <라디오스타>는 바로 그 마이너정서 때문에 오히려 많은 것들이 허용되었고, 대중적인 지지도 오를 수 있었다. 약자의 위치를 고수하고 있어서 보다 과감한 토크들이 가능했고, 시청자들도 그걸 허용했다.

 

하지만 그로부터 시간은 흘러 매체환경도 대중들의 정서도 상당부분 바뀌었고, <라디오스타>나 그 프로그램의 상징적 존재인 김구라의 위상도 바뀌었다. <라디오스타>는 이제 온전히 한 프로그램으로 자리했고 그것도 여기 출연하면 무명의 게스트가 단박에 스타로 등극하기도 하는 힘을 발휘했다. 김구라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지상파의 다양한 프로그램들에 출연했고 <라디오스타>에서 그가 언급하고 심지어 독설을 퍼부은 연예인은 오히려 주가가 올라가는 기현상까지 만들었다. 그만큼 <라디오스타>도 김구라도 더 이상 약자가 아닌 권력자의 위상을 갖게 됐다는 것이다.

 

비판이나 독설이 순기능을 가지는 건 그 대상을 권력을 향해 쏟아낼 때다. 정반대로 비판과 독설을 하는 이가 권력의 위치에 서게 되면 그건 정반대로 약자를 핍박하는 방식으로 비춰지게 된다. 이 관점으로 들여다보면 남희석이 쓴 "약자들 챙기시길"이란 말의 뉘앙스가 새롭게 들린다.

 

김구라는 자신의 캐릭터인 독설과 비판을 여전히 일관되게 유지하고 있지만, 그것이 시대가 바뀌면서 위상도 바뀌고 그래서 대중들의 정서도 달라진 <라디오스타>에 여전히 어울리는지는 한번쯤 생각해봐야할 필요가 있다. 유튜브에서 하는 <구라철>이나 한때 시사예능의 전면에 서 있었던 <썰전> 그리고 아쉽게 종영했지만 <막나가쇼> 같은 프로그램에서의 김구라는 여전히 핫하고 시원시원한 면이 있다. 그건 이제는 힘이 실린 그의 독설이나 비판이 합당한 대상을 만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라디오스타>는 어떨까. 낮은 위치도 아니고 한껏 기득권을 갖게 된 이 프로그램에서 이제 갓 신인으로 등장한 이들을 게스트로 초대해 놓고 홀대하는 김구라의 모습이 과연 시원함을 줄 수 있을까. 오래 방송이 지속되어오는 동안 시대가 바뀌었고 위상이 바뀌었다. 김구라와 <라디오스타>가 과거처럼 찰떡궁합이 되긴 어려워졌다는 이야기다.(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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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범형사', 손현주가 절치부심할수록 화력은 점점 세진다

 

"인생이 아주 그지 같아서 그런다 왜. 아주 그지 같아서. 잠이 안와. 염병." JTBC 월화드라마 <모범형사>에서 새벽 4시가 다 됐지만 강도창(손현주)은 잠을 이루지 못한다. 그에게 이대철(조재윤)의 사형집행은 엄청난 충격과 허탈감으로 돌아왔을 게다. 이대철의 무죄를 알고도 막지 못한 그였다. 그것도 5년 전 자신이 제대로 하지 못한 수사 때문에 사형수가 된 이대철이 아닌가. 내부고발에 배신이라는 소리까지 들어가며 재심재판에 나가 스스로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는 증언까지 했지만 권력은 더욱 공고했다.

 

살인범인 오종태(오정세)는 자신이 가진 재력으로 모든 걸 덮어버린 채 멀쩡하게 살아가고 있었고, 그의 후원(?)으로 법무부장관 자리까지 올라간 유정렬(조승연)은 사건을 덮기 위해 이대철의 사형집행을 서두르고 결국 집행하게 만든다. 유정렬의 동생 정한일보 사회부 부장 유정석(지승현)은 언론을 통해 이대철의 사형집행을 마치 정의 실현처럼 꾸며내고, 검경은 이런 시나리오에 따라 움직이는 말판 그 이상의 역할을 보여주지 못한다. 이러니 이 공고한 권력을 강도창 같은 일개 형사의 의지만으로 이겨낼 수 있겠는가.

 

그래서 강도창은 잠을 못 잔다. 너무 억울하고 분한데다 자신의 삶이 너무나 하찮게 느껴져서다. 그런데 이대철 사형집행을 두고 벌어진 줄다리기에서 무너진 이는 강도창만이 아니다. 그의 파트너인 오지혁(장승조)도 자신의 사촌형인 오종태가 진범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이를 증명해내지 못했다. 또 강도창에 대한 의리로 5년 전 사건을 함께 추적해준 강력2팀 사람들도 모두 내부고발자 취급을 당하며 조직에서 배제된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대철의 딸 이은혜(이하은)는 아버지의 사형 집행을 바라보기만 해야 하는 깊은 상처를 갖게 됐다.

 

그런데 바로 이 강도창을 위시한 약자들이 서로의 상처를 어루만지며 위로하고 연대하는 그 모습들은 <모범형사>에 대한 시청자들의 몰입을 높인다. 강도창의 집을 찾아와 형사 일을 한 지 6428일이 됐다는 이유로 케이크에 불을 켜 축하는 강력2팀 사람들과, 여전히 포기하지 않고 사건을 추적하고 있는 오지혁이 그렇고, 아버지가 사형집행 당한 후 찜질방을 전전하던 은혜에게 다가가, 접근 금지 명령 때문에 아들에게 접근하지도 못하는 속사정을 드러내며 그에게 같이 지내자고 손을 내미는 강도창의 여동생 강은희(백은혜)가 그렇다. 이들 상처받은 약자들은 그렇게 다시 모여 서로를 위로하며 으쌰으쌰 힘을 낸다.

 

그리고 강도창의 집으로 들어온 은혜의 한 마디는 실의에 빠져 있던 강도창을 다시 일으켜 세운다. "근데 분해요. 그 사람 윤지선 선생님 죽인 그 사람. 그 사람은 편하게 잘 살고 있을 거 아녜요. 죄를 졌으면 벌을 받아야죠. 그 사람 때문에 우리 아빠가 대신 죽었는데. 아저씨가 잡아 줄 거죠?" 그 말 앞에서 강도창은 마음을 다잡는다. 반드시 잡겠다고.

 

본래 드라마의 극성은 주인공들이 곤경에 처할 때 더 올라가기 마련이다. 강도창의 절치부심과 그를 중심으로 모여드는 약자들의 연대가 시청자들을 더욱 기대하게 만드는 건 그래서다. 물론 이들의 연대에도 오지혁을 청소년 성매매로 엮어 경찰복을 벗게 하려는 오종태의 만만찮은 계략이 펼쳐지지만, 그럴수록 이들이 어떻게 이 난관을 이겨내고 저 권력자들에게 일격을 가할 것인가에 대한 기대감은 커진다. 개개인으로서는 힘없어 보이는 약자들이지만 모이면 다르다는 걸 보여줌으로써 이렇게 바르게 살아가는 이들의 삶이 결코 '거지 같은 삶'이 아니라는 걸 보여주기를 바라게 된다.(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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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훌륭', 사나운 개? 2년 간 기다림의 애착일 뿐

 

"동네에 소문났어요. 사나운 개라고." 봉구의 보호자는 그렇게 말하며 안타까워했다. 잭 러셀 테리어 믹스견인 봉구는 작은 몸집에도 짖는 소리가 우렁찼다. 그래서 지나는 사람들은 그 소리에 대형견을 집에서 키우는 줄 안다고 했다. 한 번 짖기 시작하면 끝없이 이어지고 산책 중에는 누군가를 공격하기도 하며 때론 보호자를 물기도 했단다. 드러난 것만 보면 봉구는 폭군 성향을 가진 문제견이 틀림없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지금껏 KBS <개는 훌륭하다>가 보여줬던 것처럼, 봉구 역시 그런 문제적 행동을 보이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봉구가 의지했던 엄마 보호자가 몸이 아파 병원에서 2년 간이나 지내면서 거의 그 긴 시간을 혼자 버티며 지냈다는 거였다. 물론 딸 보호자가 챙겨줬다고는 했지만, 강형욱의 말대로 봉구는 2년 간 엄마 보호자를 기다렸고 그 기다림의 시간이 결코 쉽지 않았을 터였다.

 

봉구는 공격적인 개가 아니었다. 그 증거는 이날 게스트로 출연한 뉴이스트의 JR과 아론이 증명해 보여줬다. 강형욱이 찾아가기 전 먼저 이경규와 함께 그 집을 찾은 JR과 아론에게 봉구는 너무나 큰 관심을 보였다. 특히 JR을 너무 좋아하는 티가 역력했다. 무엇 때문인지는 알 수 없지만, 강형욱의 조언대로 아주 친절하고 부드럽게 봉구를 대하자 봉구 역시 순하디 순한 애교덩어리의 모습을 드러냈다.

 

이런 모습은 산책을 하면서도 고스란히 보여졌다. 주민 연기를 하며 다가온 JR과 아론에게 그토록 친근한 모습을 보이던 봉구는 이경규가 다소 거친 모습으로 대하자 곧바로 표정을 바꿔 짖고 경계하기 시작했다. 즉 봉구는 사회성 교육이 되지 않은 개였고 그래서 누군가를 만나도 아무 문제가 없다는 걸 차근차근 인식시키는 것만으로 충분히 행동이 교정될 수 있는 개였다

 

엄마 보호자와 봉구의 애착은 유별났다. 그건 우울증이 있던 엄마 보호자가 봉구를 만나 훨씬 많이 웃게 되었고 그만큼 봉구에 대한 엄마 보호자의 사랑은 깊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2년 간의 병원 생활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생이별을 하게 되면서 다시 돌아온 엄마 보호자에 대한 봉구의 애착은 더욱 커지게 됐다.

 

갑자기 일어나서 움직이거나 하면 따라와 발을 물기도 하는 행동을 했는데, 그건 엄마 보호자가 어딘가로 가버릴 것 같은 불안감의 표현이기도 했다. 강형욱은 일종의 분리불안을 가진 봉구의 행동을 간식과 엄마 보호자의 반복적인 행동으로 교정해나갔다. "기다려"를 가르치는 것. 기다리면 다시 돌아온다는 걸 재차 확인시켜 당장 보이지 않아도 불안해하지 않게 하는 것이 그 행동교정의 핵심이었다. 봉구는 그 훈련 단 몇 시간 만에 완전히 다른 순한 개로 변해있었다.

 

<개는 훌륭하다>는 그 제목에 담겨있듯이 문제의 원인이 개가 아닌 보호자에게 있다는 걸 이번 회차에서도 보여줬다. 즉 개는 훌륭한데, 보호자의 어떤 잘못된 훈육방식 때문에 짖고 물기도 하는 그런 문제 행동들을 드러낸다는 것이다. 강형욱이 하는 건 그래서 보호자를 훌륭하게 만드는 것이었다. 그러면 개는 따라서 훌륭한 행동으로 돌아간다는 것.

 

<개는 훌륭하다>를 통해 우리가 배우게 되는 건 반려하는 삶에서 생기는 문제들을 드러나는 모습만 보고 남 탓 할 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대부분의 관계에서 만들어지는 문제들이란 결국 나 자신으로부터 비롯되는 것이란 것. 반려동물의 행동은 그래서 보호자가 어떻게 해왔는가를 고스란히 보여주는 리트머스지 같은 성격을 지닌다. 이 부분은 이 프로그램이 반려동물 가족은 물론이고 누군가와 반려하며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던지는 중요한 메시지가 아닐 수 없다. 어떤 관계의 문제들은 먼저 자신부터 돌아봐야 한다는.(사진: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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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진짜 사이코인가, '사이코'가 반전을 통해 던진 질문

 

아마도 한껏 행복한 결말을 향해 달려가는 줄만 알았던 시청자들이라면 단 몇 초 간 보여준 반전에 소름이 돋았을 게다. tvN 토일드라마 <사이코지만 괜찮아>에서 괜찮은 정신병원 수간호사 박행자(장영남)가 가슴에 나비 브로치를 한 채 운전을 하며 미소를 짓는 장면은 충격적이었다. 그 브로치는 강태(김수현)와 상태(오정세)의 엄마를 죽인 살인범이 옷에 달고 있던 것이고, 고문영(서예지)의 엄마가 옷에 달고 있던 것이었다. 그러니 브로치는 괜찮은 정신병원에서 가장 환자를 배려하던 수간호사가 바로 그 살인범이자 살해된 줄 알았던 고문영의 엄마일 수 있다는 증거가 된다.

 

한편 문영의 엄마가 자신의 엄마를 죽인 살인범이라는 사실을 알고 홀로 아파하며 이를 숨기려 했던 강태의 노력도 수포로 돌아갔다. 함께 사진을 찍으며 이제는 가족이라고 서로를 챙기기 시작한 강태와 문영, 상태는 괜찮은 정신병원에 같이 출근하다가 상태가 그린 벽화에 누군가 그려놓은 거대한 나비 그림 앞에서 굳어버렸다.

 

나비가 보면 공포에 질려 도망치기만 했던 상태는 이제 도망치지 않고 맞서겠다 마음먹고 조금씩 나비를 습작하기 시작하던 터였다. 그래서 벽화에 나비를 스스로 그려 넣는 건 트라우마를 이겨낼 수 있는 길이 될 수 있었다. 하지만 아마도 살인범이 그려 넣었을 그 벽화의 나비 그림은 상태에게 그런 기회조차 주지 않겠다는 협박처럼 보였다. 상태는 다시 공포에 질렸고 그래서 그 그림이 엄마를 죽인 살인범이 달고 있던 브로치 문양이라는 걸 말했으며 문영은 그제야 자신의 엄마가 강태의 엄마를 죽인 살인범이라는 걸 알아챘다.

 

물론 아직도 박행자가 살인범이고 고문영의 숨겨진 엄마인가는 분명하게 밝혀지진 않았다. 하지만 적어도 그 브로치를 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그는 그 살인과 연루된 어떤 인물이고, 결코 평범한 이는 아니라는 게 분명하다. 이 상황은 그래서 나아가 괜찮은 정신병원의 오지왕(김창완) 원장까지도 의심하게 만든다. 나비가 '프시케'라 불린다고 상태에게 말했던 오지왕 원장이 아닌가. 고문영의 엄마는 어린 시절 그 나비 브로치를 보여주며 '프시케'라고 했고 그건 '사이코'의 어원이라 말한 바 있다.

 

박행자가 결코 사람 좋은 수간호사가 아니었다는 사실은 시청자들을 소름 돋게 만드는 반전이지만, 그 반전이 만들어내는 의미는 의외로 만만찮다. 그것은 정신질환을 가진 환자들을 간호해주는 수간호사가 더 문제적 인물이라는 설정 때문이다. 여기서 환자의 위치와 이를 지켜주는 간호사의 위치는 역전된다. 이 드라마가 화두처럼 내세우고 있는 '괜찮다'는 대상이 바뀌게 된 것. 괜찮지 않아 보였던 환자들은 사실 드라마 속 이야기들을 보다보면 꽤 괜찮은 이들이었다는 게 밝혀진 바 있지만, 너무나 괜찮아 보였던 수간호사가 이렇게 전혀 괜찮지 않은 인물이었다는 게 드러났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면 강태나 문영 그리고 상태는 '사이코'처럼 보이지만 너무나 괜찮은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서로를 보듬고 가족으로 끌아 안았다. 심지어 강태는 부모 간의 벌어진 비극조차 혼자 삼켜버리려고 했다. 하지만 그렇지 못한 이들은 병원 바깥에 있는 이들이었다. 이번 편에서 학대받아 다른 자아를 갖게 된 환자의 사연은 이 이야기를 압축해 보여준다. 어려서 엄마에게 학대당하는 딸을 방관하고 무당집에 버리고는 수십 년이 지나 간 이식을 해달라고 나타나는 아버지를 어찌 괜찮다 말할 수 있을까.

 

<사이코지만 괜찮아>가 너무나 괜찮은 작품인 건 수간호사의 반전 같은 극적 장치들을 가져오고 강태와 문영 그리고 상태가 드디어 가족으로 묶이게 되는 그 과정을 따뜻하게 그리면서도 그 안에 만만찮은 문제의식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과연 우리가 '정상'과 '비정상'을 나누는 어떤 기준이 온당할 수 있는가 하는 질문을 던지고 있어서다. 과연 괜찮은 건 무엇이고 괜찮지 않은 건 무엇인가. 누가 진짜 사이코인가. 상처 입어 평범하게 살아가지 못하는 이들인가 아니면 상처를 주고도 평범한 채 살아가는 이들인가.(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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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이 더해져 살인까지? '십시일반'의 문제의식 만만찮은 이유

 

막대한 재산을 가진 한 화가의 죽음. 수면제 부작용으로 인한 사인이 밝혀지고 평소 수면제를 먹지 않았던 화가가 적게는 다섯 알에서 많게는 열 알의 수면제를 먹었다는 사실은 타살을 의심하게 만든다. 그런데 용의자들은 화가의 가족들이다. 재산 분할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두고 공개될 유언장에만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 이 막장 가족들 중 그 누가 화가를 죽음에 이르게 한 것일까.

 

MBC 월화드라마 <십시일반>은 그러나 이미 그 해답을 제목에 심어두고 있다. 불치병으로 죽을 날을 앞두고 있다고 생각했던 화가는 사실 병이 완치된 상태였고 수면제 부작용으로 인한 죽음이라는 사인은 가족들 중 누군가가 수면제를 먹였다는 걸 의심케 한다. 실제로 화가의 내연녀인 지혜(오나라)는 누군가 남겨놓은 편지에 적혀 있는 대로 유언장을 제대로 확인하고 싶어 화가에게 수면제 한 알을 먹이고 밤에 그 침실에 들어가 비밀금고를 연 후 유언장을 확인한 바 있다.

 

지혜는 수면제 부작용으로 화가가 죽었다는 이야기에 자신이 살인을 저지른 게 아닌가 하고 겁을 내지만, 그게 한 알이 아니라 여러 알이었다는 사실에 안도한다. 그 말은 자신만이 아니라 누군가가 자신처럼 화가에게 수면제를 먹게 했다는 걸 말해주기 때문이다. 결국 <십시일반>이라는 제목은 직접적으로는 화가를 죽음에 이르게 한 것이 가족들이 저마다의 욕망으로 인해 한 알씩 십시일반하듯 수면제를 먹인 것이 원인일 거라는 걸 암시한다.

 

보통 '십시일반(十匙一飯)'의 뜻은 한 숟가락씩 나누면 한 끼를 누군가 먹을 수(살릴 수) 있다는 긍정적인 의미를 담고 있는 한자성어다. 하지만 이 드라마에서 이 의미는 정반대로 사용된다. 한 사람이 하나씩의 욕망을 갖고 했던 어떤 일들이 합쳐져 한 사람을 죽일 수도 있다는 의미가 그것이다.

 

<십시일반>은 화가의 집에서 벌어진 살인사건과 그것을 추리해가는 과정들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마치 만화 <소년탐정 김전일> 같은 본격 추리극의 묘미를 담고 있다. 때때로 단서들이 등장하지만 그것들은 이 집에 있는 이들이 갖게 될 수도 있는 유산과 얽히면서 숨겨지거나 이용되거나 한다.

 

여기서 인물들을 추동하는 건 '유산'이다. 고인이 남긴 유언장에는 가족들과 그 집에서 일해온 가정부 그리고 매니저에게까지 공평하게 10%씩 나눠지고 남는 20%는 재단에 기부한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하지만 그 10%를 못 받을 수도 있어서 또는 더 많은 유산을 받기 위해서 이들은 음모에 음모를 더한다.

 

화가의 집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일어나는 일련의 사건을 다루고 있어 드라마는 마치 연극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그래서 다소 답답할 것처럼 느껴지지만, 이 한정된 공간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사실상 우리가 사는 현실의 축소판이라는 점에서 더욱 집중시키게 만드는 면이 있다.

 

우리는 저마다의 욕망 하나씩을 갖고 살아가고 그 작은 욕망 하나가 무에 그리 큰 문제일까 생각하지만, 의외로 그것이 십시일반해 하나로 묶여지면서 엄청난 비극의 결말이 만들어지기도 한다는 것. 우리가 지금 겪고 있는 코로나 사태 같은 문제에서 비롯된 글로벌 위기를 비롯해 갈수록 심각해지는 빈부의 양극화 같은 문제들도 어찌 보면 개개인들의 작은 욕망 하나씩이 십시일반되어 생겨나는 일이 아닐까. 한정된 공간에서 마치 연극 같은 느낌마저 주는 작품이지만, 이 드라마가 던지는 문제의식이 만만찮게 느껴지는 이유다.(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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