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성재, 믿고 보는 스포츠 아나운서의 진가

언젠가부터 월드컵 시즌이 되면 지상파 방송 3사는 스타플레이어들을 해설자로 앉히려 안간힘을 쓴다. 이번 러시아 월드컵도 예외는 아니다. MBC는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충분히 방송경험이 다져진 안정환을 세웠고 KBS는 지난 월드컵 시즌에 문어영표라 불리며 논리적인 예측을 했던 이영표를 내세웠으며, SBS는 영원한 캡틴 박지성을 처음으로 해설의 자리로 끌어냈다. 

해설자들에 따라 중계의 맛이 확실히 달라지고 또 다양해지는 건 즐거운 일이다. 그런데 이 해설자들 틈에서 유일하게 믿고 보는 캐스터가 눈에 띈다는 건 특이한 사실이다. 바로 SBS 아나운서 배성재가 그 인물이다. 이미 축구만이 아니라 다양한 스포츠 중계에서 맹활약을 하며 공고한 팬층까지 확보하고 있는 스포츠 전문 아나운서가 바로 그가 아닌가. 

이번에 SBS의 해설자로 박지성이 들어오게 된 것도 사실상 배성재와의 친분이 큰 역할을 했다고 한다. 이미 잘 알려진 대로 박지성이 결혼한 김민지 아나운서를 소개해준 장본인이 바로 배성재다. <양세형의 숏터뷰>에 나온 박지성은 자신이 SBS 해설을 맡게 된 이유로, 배성재의 적극적인 설득이 있었다고 피력한 바 있다. 그가 축구를 어떻게 보고 있는가를 대중들과 나누었으면 한다고 설득했다는 것. 

배성재 아나운서가 스포츠 전문 아나운서가 됐던 그 과정은 드라마틱한 일화로 남아있다. 2006년 SBS 공채 아나운서로 입사했지만, 본인이 하고 싶었던 스포츠가 아닌 다른 분야에서 일했던 배성재는 한 스포츠 경기 중계를 하면서 선배들을 모두 놀라게 했다고 한다. 처음 하는 스포츠 중계지만 너무나 완벽하게 준비가 되어 있었다는 것. 결국 그는 사내 경쟁을 뚫고 2010년 남아공 월드컵에 메인 캐스터로 뽑혀 차범근 해설위원과 환상의 콤비를 보여줬다. 

SBS 아나운서실의 현역 최고참인 김태욱 아나운서는 배성재의 중계 스타일을 묻는 필자의 질문에 ‘신구의 조화’라고 표현했다. 즉 배성재의 중계는 쉬지 않고 말을 쏟아내는 옛날스타일이지만 동시에 지금 세대들이 좋아하는 유머 감각 같은 것들을 겸비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배성재의 중계를 듣다 보면 꽉 짜여진 빈틈없는 경기중계 속에서 때때로 긴장감을 풀어주는 유머가 더해지기도 하고, 생각보다 경기가 잘 풀리지 않았을 때도 솔직한 감정을 드러내기도 한다.

그런데 그런 유머 섞인 말들이 그냥 나오는 게 아니다. 상당한 정보가 이미 들어가 있어 씁쓸한 상황에서도 웃음이 피어나게 만든다. 예를 들어 이번 스웨덴전에서 패널티킥으로 한 골을 넣은 스웨덴 선수들이 계속 넘어져 부상을 이유로 시간을 끄는 모습에 배성재 아나운서가 “스웨덴이 가구 브랜드로 유명한 나라이기도 한데 편안하게 쉬다 일어난다”는 말 같은 게 그렇다. 

하지만 이러한 배성재 아나운서의 캐스터로서의 능력보다 더 중요하게 다가오는 건 그가 가진 남다른 인성이다. 사실 아나운서로서 꽤 유명한 스타덤에 올라있는 게 사실이고 그래서 프리랜서로의 유혹도 많지만 배성재 아나운서는 지금 현재의 자리에 그 누구보다 자긍심을 갖고 있다고 한다. 

사실 지금은 아나운서도 두 부류로 나뉘어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 하나는 방송사에 소속되어 일하는 것에 만족해하는 아나운서와, 다른 하나는 방송사 바깥으로 나와 프리랜서로 방송인이 되는 아나운서다. 대부분은 보다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프리랜서를 택할 것이라 생각하지만, 사실은 방송사 소속 아나운서로서 자긍심을 갖는 이들도 적지 않다고 한다. 그런 점에서 보면 배성재 아나운서처럼 방송사에서 자기 역할에 충실한 모습은 다른 아나운서들에게도 어떤 귀감이 되지 않을까. 조금 유명해지면 프리 선언하고 방송인으로 전향하기보다는, 자기 분야에서 끊임없이 성장을 거듭해 최고의 역할을 해내는 그런 아나운서.(사진:SBS)

볼 것 없던 스웨덴전, 중계 대결 승자는 KBS 이영표

러시아월드컵 한국 대 스웨덴 전은 0대 1로 우리 팀이 패배했다. 워낙 팀 사이의 기량 차이가 컸기 때문에 어느 정도는 예상된 결과였다. 하지만 전후반을 통틀어 이렇다 할 슈팅 몇 번 차보지 못하고 거의 수비에 주력하다 파울로 페널티킥을 허용하면서 패배했다는 사실은 시청자들로서는 실망감이 클 수밖에 없었다. 지더라도 열심히 했다는 격려와 위로의 박수를 받지 못한 건 그래서다. 

경기가 워낙 볼 게 없어서였을까. 이번 러시아월드컵에서는 경기보다 스포츠중계대결이 더 치열한 느낌이다. 지상파 3사가 각각 해설자로 내세운 KBS 이영표, SBS 박지성 그리고 MBC 안정환은 러시아로 가기 전부터 여러 프로그램에 나와 자신들의 스포츠중계를 홍보했다. 지난 월드컵 시즌 때 문어영표로 불리며 분석에 근거한 해설을 보여 가장 큰 사랑을 받았던 이영표는 이번에도 경기 전부터 다양한 분석들을 내놓았다. 그는 우리 대표팀이 2002년 월드컵 이후 첫 경기에서 패배한 적이 없고 그 상대가 유럽팀이었다는 분석을 통해 기대감을 높였지만 결과는 사뭇 달랐다.

박지성은 <양세형의 숏터뷰>, <집사부일체> 등에 출연하면서 자신이 SBS의 월드컵 경기 해설을 맡게 된 이유를 설명한 바 있다. 자신의 아내인 김민지 아나운서를 다름 아닌 배성재 캐스터의 소개로 만나게 됐다는 사실을 전했고, 해설을 통해 자신이 축구를 보는 방식을 국민들과 공유하고 싶다는 소망을 피력하기도 했다. 그는 <양세형의 숏터뷰>에서 경기 결과를 어떻게 예상하냐는 집요한 양세형의 질문에, 낙관적이지 않다는 솔직한 분석을 내놓으면서 결과보다는 경기를 우선 즐기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스포츠중계에 있어서 박지성은 자신의 경험을 담은 해설을 선보였지만, 소리 자체가 잘 들리지 않는다는 전달의 문제가 지적되었다. SBS 중계는 그래서 배성재 캐스터를 중심으로 흘러가는 느낌이 강했다. 워낙 스포츠 중계를 잘하고, 목소리가 귀에 잘 박히는 배성재 캐스터이기 때문이다. 

박지성은 이영표와 안정환의 해설이 어떠냐는 질문에, 이영표는 자신이 배워야 할 해설자라고 말했고, 안정환은 직설적인 해설로 재미가 있다고 말한 바 있었다. 하지만 이번 중계에서 안정환의 해설은 과거 같은 직설적인 모습을 찾기가 어려웠다. 훨씬 차분해졌지만 그래서 재미는 조금 반감된 느낌. 과거 김성주와 함께 콤비를 맞췄을 때와 사뭇 비교되는 모습이었다. 

러시아월드컵 우리팀 첫 경기인 스웨덴전의 중계 대결 결과는 일단 이영표의 손을 들어줬다. 아무래도 플랫폼의 힘이 더해진 결과겠지만 KBS는 무려 17%(닐슨 코리아) 시청률을 내며 압도적인 우위를 드러냈다. 2위는 SBS(12.5%), 3위는 MBC(11.4%) 순이었다. 

사실 이번 러시아월드컵은 우리 팀이 죽음의 F조에 배정됐다는 소식과 함께 그다지 기대하기 어렵다는 예측들이 일찌감치 나왔다. 스웨덴, 멕시코, 독일 그 어느 팀 하나도 쉬운 상대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예측대로 스웨덴전은 이렇다 할 경기를 보여주지 못한 채 패배했다. 경기보다 더 치열한 느낌을 준 건 스포츠중계 대결이었다. 2002년 월드컵의 주역들이 나선 해설 대결. 여전히 우리 축구는 그 때의 추억 속에 머무는 느낌이다. (사진:SBS)

정치는 참여하는 것, 스타들의 투표 인증에 담긴 뜻

오늘은 제7회 지방선거 투표일이다. 아침 일찍부터 채시라의 투표 인증 사진이 올라왔다. 투표하러 가는 모습과 투표를 하고 나와서 포즈를 취하는 모습이 여러 장 뉴스로 보도되었다. 사진 한 장이 모든 걸 말해주는 기사지만 “투표하고 나오는 모습이 보기 좋다” 같은 좋은 반응들이 이어진다. 

레인보우 출신 지숙은 새벽에 투표를 완료했다며 인스타그램에 투표 인증샸을 올렸다. 그는 “새벽 공기와 함께 투표완료! 오늘 꼭! 소중한 우리들의 권리 멋지게 행사하자고요”라고 글을 더했다. 강인비와 솔비 역시 일찌감치 인증사진을 올렸다. 그 사진에 붙은 댓글들을 보면 ‘참하고 예쁘다’는 반응이다. 투표를 했다는 사실과 그것을 인증함으로써 투표를 독려하고 있다는 사실이 만들어내는 호감의 표시들이다. 

사전투표를 마친 스타들의 투표인증 사진들도 일찌감치 올라왔다. 최수종·하희라 부부, 백종원·소유진 부부에서부터 개념 배우로 이름을 높이고 있는 정우성, ‘전 세계적으로 가장 위대한 보이밴드’ 방탄소년단, 위너의 강승윤, 우주소녀 멤버들, 배우로 활동하고 있는 함은정 등등이 사전투표 인증을 했다. 한편 장예원, 배성재 아나운서는 차범근 위원과 함께 러시아 월드컵 축구중계 가기 전 사전투표를 하고 인증사진을 올리기도 했다. 

사실 일일이 거론하기 힘들 정도로 많은 스타들이 투표소를 찾았고, 그 인증 사진들은 당연하게도 찍혀 SNS에도 오르고 기사로도 나왔다. 이 정도면 이제 투표일에 즈음해 스타들의 독려와 인증은 하나의 중요한 일로 자리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찌 보면 대중들에게 보여질 수 있는 기회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이들의 모습은 좋게만 보인다. 

이번 선거에서 두드러지게 보이는 또 하나의 풍경은 스타들의 투표 독려 참여다. 대표적인 프로젝트가 ‘6.13 투표하고 웃자’ 캠페인이다. 이 프로젝트에는 유재석, 강호동, 신동엽, 박나래, 박경림 등 19명의 유명 예능인들이 참여했다. SBS는 6.13지방선거 홈페이지를 통해 ‘셀럽보트 챌린지’를 진행했다. 드라마 <훈남정음>에 출연 중인 남궁민이 “투표 놓치지 말고 행사하라”고 투표를 독려했고, 정해인은 “우리 모두 투표하기 약속해요. 특히 누나들 제가 지켜보겠습니다”라고 재치 있는 멘트를 남겼다. 

투표 인증과 독려에 담긴 메시지는 단순 명료하다. 결국 정치는 참여하는 것이고, 그 참여를 실천하는 가장 기본적인 것이 ‘투표’라는 것이다. 그리고 여기에는 이제 정치에 대해 자신의 소신을 스스럼없이 드러내는 달라진 스타들의 면면이 담겨 있다. 아직까지 어느 정당이나 인물을 지지한다고 나서는 일은 여전히 조심스럽지만, 그래도 정치에 참여하고 있고 관심을 갖고 있다는 걸 드러내는 것으로 투표인증은 중요한 일이 되었다. 심지어 그 사람의 개념을 인증하는 것으로까지 여겨지는.(사진:최수종 하희라 투표인증사진)

'휴먼다큐 사랑' 승리커플 위대한 사랑, 처음엔 눈 의심했다

눈을 의심했다. 한쪽 팔과 한쪽 다리가 없다는 것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였다. 박항승씨가 수영을 하는 모습은. 4살 때 8톤 트럭에 치여 오른팔 오른 다리를 잃은 그였지만 그 얼굴에 그림자는 보이지 않았다. 활짝 웃고 있었고, 자신의 장애를 스스럼없이 얘기하며 농담까지 하고 있었다. 그 옆에는 역시 늘 웃으며 그를 바라봐주고 지지해주는 권주리씨가 있었다. 이름에서 한 자씩 따서 ‘승리 커플’로 불리는 이 부부는 정말 이름처럼 사는 것 같았다. 항상 승리하려 하는 항승씨와, 그에게 주고 또 주는 주리씨.

MBC <휴먼다큐 사랑>에서 우리가 더 많이 본 건 ‘눈물 가득한 사연들’이었다. 하지만 ‘당신은 나의 금메달!’편은 눈물보다 유쾌한 웃음이 가득했다. 물론 그들의 웃음 뒤에는 남다른 아픔과 상처가 가려져 있었다. 하지만 그 상처를 뛰어넘어 웃게 하고, 그 웃음을 통해 도저히 시도조차 할 수 없던 기적 같은 일들이 벌어지게 된 건 바로 ‘사랑’이었다.

첫 만남부터 30분이나 지각한 주제에 애프터 신청도 하지 않고 가버린 항승씨. 장애가 있다는 사실도 뒤늦게 알고 나갔던 주리씨는 장애사실보다 연락처조차 묻지 않았다는 사실에 화가 났다고 했다. 그래서 주선자에게 항의를 했고, 그것이 인연이 되어 친구로 지내다 연인이 되었다. 연애도 결혼도 모두 주리씨가 먼저 하자고 했다.

장애 사실 때문에 결혼 반대가 있었을 성 싶지만, 주리씨의 아버지는 “스스로 알아서 결정할 것”이라며 그의 선택을 믿어주었다고 한다. 아마도 장애를 갖고 있는 주리씨 동생을 통해 이 가족은 장애와 비장애 사이에 놓여진 현실의 벽을 일찌감치 느끼고 있었을 것이었다. 그래서 그것을 뛰어넘을 수도 있었을 것이었다.

승부욕이 강해 못하는 운동이 없다고 했지만 항승씨가 물이 두려워 도전조차 하지 못했던 수영을 할 수 있게 된 건 주리씨 때문이었다. 팔, 다리 없이도 수영을 할 수 있다는 걸 확신한 주리씨는 수영장에서 함께 데이트를 하며 항승씨에게 수영을 가르쳤다. 또 겨울이면 스노보드를 타야 한다는 주리씨의 말에 항승씨는 절단된 다리로 스노보드 타는 법을 배웠다. 그들은 스키장에서 결혼식을 올렸고, 항승씨는 스노보드 선수로 국가대표가 되었다.

사랑하기 때문에 배우자가 하고픈 것을 함께 하려 노력했던 것이 그가 도저히 할 수 없을 거라 여겼던 것들을 할 수 있게 해주고 나아가 기적 같은 일까지 만들었던 것. 이 이야기는 평범하게 살아가는 우리들에게도 큰 울림을 주는 것이었다. 사랑을 통해 얼마나 우리가 서로를 북돋워줄 수 있고 성장시킬 수 있는가를 보여준 것이니 말이다. 어찌 보면 스스로 한계를 긋고 넘어서려 하지 않는 마음이 진짜 장애가 아닐까 싶었다.

항승씨와 주리씨가 함께 서로를 내조하며 살아가는 모습은 보통의 부부 사이에도 존재할 수 있는 마음의 장애가 이들에게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걸 확인시켜줬다. 한 손으로 야채들을 잘라 아내를 위한 요리를 하는 항승씨나, 3년 간 자신이 생계를 책임지며 항승씨에게 도전할 수 있는 자유를 선사하고 그 후에는 90년 간 자신의 노예로 살라며 유쾌하게 웃는 주리씨에게서 부부 간의 흔한 역할 구분에 얽매인 마음의 장애는 전혀 발견할 수 없었다.

<휴먼다큐 사랑>이 전한 박항승씨와 권주리씨 부부의 이야기는 눈물보다는 유쾌한 웃음이 가득했다. 그 결코 쉽지만은 않은 삶의 편린들이 경기를 마치고 눈물을 흘리며 “사랑한다” 말하는 항승씨의 모습에서 묻어났지만, 그래도 더 이들을 가득 채워주는 건 행복 가득한 웃음이었다. 금메달은 따지 못했지만 당신은 나에게 금메달이라며 자신이 만든 종이 메달을 항승씨의 목에 걸어주며 환하게 웃는 주리씨의 모습에서 어떤 금메달로도 바꿀 수 없는 ‘위대한 사랑’이 느껴졌다.(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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