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리네 민박’, 어째서 보고만 있어도 위로가 될까

잠시 동생의 졸업식 때문에 미국에 간 이지은(아이유)의 빈자리는 크다. 이효리와 이상순이 설거지를 하면서도 청소를 하면서도 또 밥을 먹으면서도 입에 ‘지은이’를 올린다. “지금쯤 지은이는...”이라고 하고, “보고 싶다”는 말을 자꾸만 하게 된다. 그리고 그건 JTBC <효리네 민박>을 보고 있는 시청자들도 마찬가지다. 어딘지 쓸쓸하게도 보였던 그 뒷모습이나 허겁지겁 뛸 때 뒤뚱대던 모습, 그리고 누군가를 쳐다볼 때 동그랗게 떴던 눈과 우스워 죽겠다는 듯 박장대소했던 그 모습이 그 빈 공간에 어른거린다. 있을 땐 몰랐는데 없으니 그 사람의 존재가 더 빛이 난다. 

'효리네 민박(사진출처:JTBC)'

이런 빈자리가 주는 떠난 사람의 온기는 <효리네 민박>을 찾았던 많은 손님들에게서도 똑같이 느껴진다. 잠시 머물다 돌아간 분들이지만 그 잔상은 그 공간 곳곳에 스며있다. 누군가는 깔깔 웃었고 누군가는 자못 심각하게 속내를 털어 놓았으며 누군가는 울컥 쏟아지는 눈물을 참지 못했다. 그들은 모두 밝은 얼굴을 하고 있었지만 저마다 쉽지 않은 현실을 마주하고 있었다.

예고 동창생인 태윤씨와 조은씨는 햇살이 내리쬐는 민박집 한 켠에 앉아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 눈물이 쏟아졌다. 무려 5수를 해서 대학에 들어간 조은씨가 눈물을 흘리자 이효리가 다가가 그녀를 다독였다. “학교만 가면 행복해질 줄 알았다”고 했다. 하지만 자존감이 한참 낮아져 생활하는 게 쉽지 않다는 것. 이효리는 조은씨에게 “내가 예쁘지 않으면 날 예쁘게 안 봐줄 거라고 생각했다. 근데 그건 내가 나를 예쁘게 보지 않아서 그런 거다. 사람들이 날 예쁘게 안 봐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건 조은씨에게 하는 이야기지만, 이효리가 자신에게 하는 이야기이기도 했을 것이다. 

늘 밝아 보이기만 했던 영업사원팀들에도 자신들만의 고충은 있었다. 경문씨는 늘 웃는 얼굴로 대해야 하는 부담감을 이야기했다. 요가를 하며 유독 뻣뻣했던 경문씨에게 호흡에 대해 이효리가 이야기하자, 그는 직업 때문에 사실 한숨도 제대로 내쉬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것이 보는 이들이 기분 나쁘게 생각할 수도 있기 때문이란다. 하지만 이효리는 그에게 한숨의 사전적 의미를 되새겨줬다. ‘근심 설움 또는 긴장이 풀려 안도할 때 쉬는 숨’이 한숨이니 꼭 나쁜 건 아니라는 것. 

조은씨의 눈물을 슬쩍 봤던 이상순이 이효리에게 그 이유를 물었다. 그러자 “대학만 가면 모든 게 행복할 줄 알았대”하고 이효리가 말했다. 그러면서 두 사람은 새삼 행복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갔다. 결혼만 하면, 제대만 하면 그리고 가수로 성공만 하면 행복할 줄 알았다고 했다. 문득 이효리는 “행복해야 된다는 생각을 버리면 행복한데...”라고 했고 이상순은 살짝 한숨을 내쉬며 “그냥 사는 거지..”라고 했다.

많은 이들이 이 민박집에 찾아왔고 또 떠나갔다. 그들은 너무나 다 다른 사람들이었지만 공통된 한 가지는 행복 하고 싶어 한다는 것이었다. 그 행복을 위해 꿈을 꾸고 무언가가 되고 싶어 하고 잠시 힘겨운 도시생활을 벗어나 저들끼리의 한가로운 시간을 만끽한다. 맛있는 음식을 먹고 쇼핑을 하고 낯선 곳을 여행한다. 그들은 이 곳에서 어쩐지 행복해 보였다. 무엇을 하기만 하면 행복한 것이 아니라, 그냥 그 곳에서 사람들과 부대끼고 함께 웃고 때론 아픔도 나누는 그 자체가 행복해 보였다. 

이제 마지막 손님을 받는 <효리네 민박>. 하지만 그 꽤 긴 시간들 속에 이 공간에는 많은 사람들의 온기들이 행복한 잔상으로 남겨져 있다. 멀리 떠나 있어 더 그리워지고, 그래서 그 사람이 남겨 놓은 빈자리의 흔적이 더 소중해지는 것처럼 지나칠 땐 몰랐던 것들이 지나고 나서는 행복이었다는 것을 우리는 뒤늦게 깨닫곤 한다. 아마도 <효리네 민박>을 보는 것만으로도 어떤 위로가 되는 건 바로 그런 삶의 비의를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어서가 아닐까. 생각해보면 우리가 일상에서 소소하게 겪은 많은 행복한 순간들이 있었다는 것.

결방으로 드러난 '무도'의 존재감

빈자리가 너무나 역력하다. 총파업으로 예능 프로그램들이 일제히 ‘스페셜 방송’으로 대치된 MBC의 주말 풍경에서 유독 <무한도전>의 빈자리는 커 보인다. 그것은 단지 <무한도전>이 그 시간대의 프로그램이라기보다는 MBC 전체에서 상징하는 비중이 상당하기 때문일 게다. 일부 팬들 중에는 <무한도전>을 빼고는 MBC에서 볼 게 없다고 말하는 이들도 적지 않을 정도다. 

'무한도전(사진출처:MBC)'

MBC가 지난 10년 간 공영방송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는 동안에도 그나마 대중들의 발길을 붙잡아 두고 있었던 프로그램이 다름 아닌 <무한도전>이었다. 어찌 보면 그간 침묵하던 MBC 시사나 뉴스 프로그램보다 <무한도전> 하나가 사회 현실에 대한 관심을 놓지 않았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총파업 참여로 <무한도전>의 빈자리를 실감할 수 있게 해주는 단적인 지표는 시청률표다. 지난 9일 AGB닐슨의 일간 시청률 순위를 들여다보면 총 20위까지 MBC는 단 두 개의 프로그램만 이름을 올렸다. 그것은 8% 시청률로 10위에 랭크된 <도둑놈 도둑님>과 5.9%로 18위에 들어간 <밥상 차리는 남자>가 그 프로그램들이다. 

예능이나 뉴스 시사 프로그램은 전무하고 주말드라마 두 편만 간신히 들어와 있는 것. 사실 MBC의 이런 사정은 총파업의 여파가 아직까지 시작되지 않았던 지난주도 그리 다르지는 않다. 지난 2일 시청률표를 보면 거기에도 MBC 프로그램으로 들어간 건 <도둑놈 도둑님(8%)>과 <밥상 차리는 남자(8.6%)> 그리고 <무한도전(9.2%)>가 유일했다. 그래도 그 때는 이런 텅 빈 느낌은 덜했다. 그나마 <무한도전>이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어서다.

똑같이 총파업에 들어갔지만 KBS는 그래도 MBC만큼의 빈자리를 보이지는 않는다. 그것은 공영방송으로서 고정적인 시청층이 있는데다, 프로그램들도 대체인력으로 어느 정도 채워지고 있어서다. 하지만 무엇보다 큰 건 MBC 경영진에 대한 시청자들의 반감이 KBS보다 훨씬 더 크다는 점이다. 한때 진정한 의미로서 ‘만나면 좋은 친구’ 역할을 해왔던 MBC가 지난 10년 간 정 반대의 길을 걸어왔다는 것은 그만큼 더 큰 반감을 만들어낸 게 사실이다. 

제 아무리 파업을 하고 있다고 해도 하다못해 뉴스 하나 시청자들이 들여다보고 있지 않다는 건 MBC의 참담한 현실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드라마야 사실상 외주가 아닌가. 그러니 MBC가 내부에서 자체적으로 만드는 프로그램들에 대한 시청자들의 외면이 어느 정도인가를 이번 총파업의 빈자리들이 확인시켜준다. 

그 중에서도 <무한도전>의 빈자리는 그 상징적인 의미가 크다. 무한 도전해왔던 과거의 MBC가 언젠가부터 도전에 역행하는 행보를 해왔고, 결국 <무한도전>조차 멈춰 서게 됐다는 것. 아마도 <무한도전> 없는 주말을 경험한 시청자들은 그 상징적 의미를 실감하게 됐을 것이다. 적어도 이제 다시 도전할 수 있게 방송사가 제 모습으로 돌아올 수 있기를 바라며.

오디션보다 하모니 ‘팬텀싱어2’가 사랑받는 까닭

여전히 오디션 프로그램들이 치열한 경쟁을 내세우곤 하지만, 어딘지 JTBC <팬텀싱어2>는 그런 프로그램들과는 다른 느낌을 준다. 경쟁을 하면서도 타인에 대한 배려가 늘 그 밑바닥에 깔려 있고, 자신을 더 돋보이고 싶은 순간에도 하모니를 위해 자신을 내려놓는 모습을 보인다. 

'팬텀싱어2(사진출처:JTBC)'

2:2 팀 미션에서 월드 클래스라고 불려진 김주택이 보여준 무대가 그랬다. 사실 실력은 누구도 평가할 수 없을 만큼을 가진 그에게 유리한 건 아마도 외국의 성악곡이었을 지도 모른다. 팀을 결정할 때 그에게 다가와 같이 하자고 제안했던 조민웅 대신 그와 함께 1:1 대결 무대를 펼쳤던 배두훈을 선택한 대목부터가 남달랐다. 그는 좀 더 우리 정서를 담은 곡을 부르고 싶어했다. 

그런 결정은 김주택 같은 월드 클래스가 왜 <팬텀싱어2> 같은 부담스런 무대에 오르게 됐는가를 잘 보여주는 일이었다. 그것은 성악이나 오페라 같은 장르를 좀 더 대중들에게 다가가게 하고픈 소명 같은 것이었다. 그 어떤 것보다 아름다운 음악이지만 어딘지 대중들과 거리가 느껴지는 그 선입견을 깨려는 것. 그러니 자기가 잘 할 수 있는 것을 뽐내기 보다는 보다 대중적인 것들을 소화해내며 친숙하게 다가가려 했을 게다.

하지만 더 놀라웠던 건 뮤지컬 배우인 배두훈과 그가 ‘꽃피는 날’을 부르면서 한껏 자신의 목소리를 낮춰 배두훈과 하모니를 맞추려 노력하는 모습이었다. 사실 하려고 했다면 김주택은 더 절정의 가창력을 드러낼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끝까지 자신을 드러내기보다는 그 팀의 하모니를 맞추는 것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진정한 클래스의 품격이 느껴지는 대목이었다. 

팀 대결의 결과는 안타깝게도 김주택 배두훈 팀의 패배였다. 그들과 대결을 벌인 조민규 고우림 팀이 워낙 철저한 준비를 하고 나왔기 때문이다. 조민규는 고우림을 완벽히 분석하고 스파르타식 교육을 통해 극강의 하모니를 만들어내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정작 이렇게 승자가 된 조민규 고우림은 결과를 믿지 못하겠다는 얼굴이었다. 특히 고우림은 자신의 우상인 김주택을 이겼다는 것에 아연실색해 했다. 

하지만 그 때도 역시 김주택은 월드 클래스다운 면모를 드러냈다. 선선히 “너무 잘했다”고 상대 팀을 칭찬해주고 박수쳐준 것. 또 마치 패배가 자신의 탓인 양 자책하는 배두훈의 어깨를 두드려주며 아직 탈락한 게 아니라 탈락 후보니 낙담하지 말자고 했다. 

아마도 이런 점들이 <팬텀싱어2>가 여타의 오디션이 보여주는 경쟁과 궤를 달리하는 이유가 아닐까 싶다. 경쟁을 하더라도 타인을 배려하고, 팀을 위해서 자신을 희생하는 출연자들이 있고, 또 패배하더라도 당장 탈락을 시키는 자극적인 룰이 아니라 탈락 후보가 되어 여지를 남겨주는 패자에 대한 배려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흔히들 우리 사회를 ‘승자 독식 사회’라고들 한다. 그래서 모두가 누군가를 짓밟고라도 무조건 승자가 되려고 안간힘을 쓰는 것일 게다. 하지만 그렇게 얻은 승자의 자리가 과연 빛날 수 있을까. 경쟁만큼 중요한 것이 공존이라는 것을 무대 위의 하모니와 무대 밖의 팀워크로 보여주는 <팬텀싱어2>의 무대가 특별하게 다가오는 이유다. 그런 점에서 김주택은 결코 지지 않았다.

‘어서와’, 어째서 ‘1박2일’에서는 못 보던 걸 볼 수 있을까

정말 우리는 많은 것들의 소중함이나 가치를 보지 못하고 지나치며 살아왔던 건 아닐까. MBC 에브리원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를 보다 보면 그런 생각들이 불쑥불쑥 들며 부끄러운 마음이 든다. 외국인 친구들의 시선으로 보는 모든 신기한 것들을 사실 우리가 정말 대수롭지 않게 대해왔다는 사실이 주는 부끄러움.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사진출처:MBC에브리원)'

독일청년 다니엘이 한국을 찾은 친구들을 데리고 경주로 간 까닭은 “서울이 아닌 한국의 옛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서였다. 사실 우리에게 경주에 대한 기억은 부박하기 그지없다. 기껏해야 수학여행 때 단체로 가서 불국사, 석굴암, 첨성대 같은 유적들 앞에서 찍은 단체사진이 그 대부분의 기억일 테니. 

물론 이런 편견을 깨고 경주가 가진 놀라운 아름다움을 보여줬던 tvN <알쓸신잡> 경주편이 없었던 건 아니다. 하지만 그런 인문학적 접근이 주는 ‘생각할 거리 많은’ 경주의 모습과는 완전히 다른 일상적 풍경 속에 담겨진 낯선 시선이 주는 특별함이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에는 담겨 있었다.

경주에 내려 차를 타고 불국사를 향해 가는 길 문득 다니엘이 한글에 대해 이야기하는 대목이 그렇다. 우리야 아무 생각 없이 쓰고 있지만 다니엘은 외국인의 시각에서 한글이 얼마나 과학적인가를 설명해줬다. 그는 자음과 모음의 결합으로 다양한 소리와 의미를 담아내는 한글이 마치 퍼즐 같다고 했고, 그의 독일친구는 쉽게 “나는 ○○○입니다”를 따라하더니 이를 응용해 “너는 ○○○입니다”라고 말했다. 이를 스튜디오에서 보는 패널들이 친구가 응용력이 대단하다고 말하자, 다니엘은 한글이 그만큼 논리적이고 과학적이라 그렇다고 말했다.

불국사에 가서도 독일친구들의 시각으로 들여다보는 풍경은 우리가 생각했던 그것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었다. 하다못해 전통적인 지붕 하나도 신기해하고, 그 곳의 자연 풍광들이 “유럽정원과는 정말 다른 느낌”이라고 말했다. 유럽의 정원들은 인공적으로 꾸며진 부분들이 많지만 우리의 사찰은 자연을 있는 그대로 살리는 방식으로 되어 있다는 것이다. 사찰에 디테일하게 그려져 있는 단청들을 보며 감탄하고, 교과서에서 그토록 우리가 많이 봐왔던 다보탑과 석가탑을 보며 거기에 들어갔을 노력들을 생각한다. 

대릉원의 이색적인 풍경 속에서도 모든 게 신기한 독일친구들은 연실 대능 앞에서 김치를 외치며 사진을 찍었고, 천마총에 들어가서는 그 정교한 세공이 들어간 금관 같은 유물들에 감탄하는 것은 물론이고 그 구조에 대해 호기심을 갖기도 했다. 그러면서 경주의 이런 유적지에 영어 설명이 없는 부분이 많아 아쉬웠다는 이야기도 털어놓았다. 우리는 별로 신경 쓰지 않았던 것이지만, 경주 같은 우리 문화를 고스란히 보여줄 수 있는 공간에 외국인에 대한 이런 배려가 없었다는 건 또한 우리를 부끄럽게 만들었다. 

사실 우리나라의 곳곳을 여행하는 대표적인 예능 프로그램은 아마도 KBS <1박2일>일 것이다. 지금껏 10년이 훌쩍 넘게 방영된 장수 프로그램으로 전국 곳곳에 거의 족적을 남겼을 프로그램이지만, 어쩐지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에서는 똑같은 경주를 가서도 <1박2일>에서는 볼 수 없던 것들이 보인다. 물론 <1박2일> 역시 우리가 잘 몰랐던 우리네 풍광들을 보여줘 온 좋은 프로그램이다. 하지만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는 마치 그들이 가는 곳을 우리가 처음 가는 듯한 낯선 설렘을 만들어주고 있다.

이것이 모두 가능해진 건 외국인이라는 타자의 시선으로 바라보기 때문이다. 우리는 생각하지도 또 느끼지도 못했던 둔감한 것들이 이들 타자들의 시선에서 보니 새삼 느껴진다.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는 그래서 우리의 사는 모습과 여행지를 새롭게 발견해내는 차원을 넘어서는 또 다른 가치를 일깨워준다. 그것은 ‘타자에 대한 감수성’이다. 타자는 어떻게 생각하고 볼까를 자연스럽게 깨닫게 해주는 이 가치야말로 지금의 우리 사회가 직면한 많은 문제들을 해결해줄 수 있는 열쇠는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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