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 ‘썰전’, ‘그알’, 대중들은 제대로 된 정보에 목마르다

 

그 누가 뉴스는 지루하다 했던가. 최근 JTBC <뉴스룸>을 보면 뉴스에 대중들이 얼마나 갈증을 느끼고 있었던가가 여실히 드러난다. 그간 의혹으로만 제기됐고, 그래서 근거 없는 소문이라고 일축되기도 했던 최순실 게이트’. JTBC 측이 입수한 최순실 씨 소유로 추정되는 태블릿 PC의 파일들이 하나하나 분석되면서 의혹은 소문이 아니라 기정사실이라는 게 밝혀졌다. 박근혜 대통령 당사자도 최순실 씨와의 사적 관계를 인정했으니.

 

'JTBC뉴스룸(사진출처:JTBC)'

그러면서도 일부는 인정하고 일부는 부인하는 일련의 발표들에 대해서도 <뉴스룸>은 조목조목 증거와 근거를 들어 부인하는 것이 사실이 아님을 밝혔다. 연설문 같은 정도의 문건이 유출된 것이라는 박 대통령의 사과문이 나오자, <뉴스룸>은 외교, 경제, 대북관계 기밀 문건 같은 것들 또한 유출된 문건에 포함되어 있었다고 밝혔고, 오랜 침묵을 깨고 나와 인터뷰를 한 최순실 씨가 그 태블릿 PC가 자신의 것이 아니라고 부인하자 그 안에 들어있는 최씨 사진부터 공개되지 않은 박 대통령의 사진 같은 증거들을 내세워 그것이 사실이 아님을 밝혔다.

 

<뉴스룸>의 시청률은 수직상승했다. 2%대에서 무려 8%까지 상승했고, 본격적으로 최순실 스캔들을 보도하면서 3일 연속 8%(닐슨 코리아 기준)의 시청률을 유지하고 있다. 이는 동시간대 방영되는 SBS <8뉴스>MBC <뉴스데스크>가 각각 4.9%, 4.0%의 시청률을 기록한 것과 비교해보면 거의 두 배 가까이 차이가 나는 수치다.

 

중요한 건 시청률 그 자체가 아니라 이 수치에 담겨진 의미다. 즉 지상파 뉴스 프로그램이 시청률 바닥을 치고 있는 것이 뉴스 자체에 대한 시청자들의 관심이 없어서가 아니라 제대로 된 뉴스가 없는 데서 비롯된 일이라는 것이다. 어떻게 그토록 오래도록 방송되며 시청자들의 관성적인 시청을 만들어왔던 지상파 뉴스를, <뉴스룸>이 단 몇 년 만에 뒤집을 수 있었겠나. 그간 지상파 뉴스들은 제 역할을 하지 못했고 그만큼 시청자들의 제대로 된 뉴스에 대한 갈증은 커져왔다. <뉴스룸>에 대한 열광에는 그런 의미들이 내포되어 있다.

 

물론 <뉴스룸>의 이런 시청률 폭발 이전부터 이런 징후들은 조금씩 나타나고 있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썰전>이다. <썰전>은 초반 이철희 소장과 강용석 변호사가 했던 시절보다 새롭게 유시민과 전원책 변호사로 진용을 꾸리면서 더 큰 힘을 발휘했다. 과거의 <썰전>이 상대적으로 가십과 재미 쪽을 더 많이 선택했었다면 지금의 <썰전>은 더 전문적인 정치와 시사와 경제, 사회 문제까지 깊숙이 들어가 쏟아지는 뜨거운 사안들을 말 그대로 썰어내고있다. 시청률은 2%대에서 4%까지 지속적으로 올랐다. 시청자들의 시사문제에 대한 지대한 관심을 제대로 이끌어내고 있는 것.

 

게다가 <썰전>은 사안이 터지면 새벽이라도 나와 보충녹화를 통해 시의성까지 맞추려는 노력을 보이고 있다. 이번 최순실 사태에 즈음해서도 <썰전>은 긴급 보충 방송을 만들어 방영했다. 개인 사정상 출국해 있는 유시민은 인터뷰를 통해서라도 이번 사태에 대한 의견을 담아 보냈고 전원책 변호사 역시 짧은 인터뷰 영상으로 자신의 의견을 전했다. 게다가 <썰전>은 정계의 여러 인물들과 전화통화를 통해 이번 사태를 바라보는 여야의 입장을 전해주기도 했다. 물론 본격적인 최순실 사태에 대한 분석은 다음 주로 미뤄졌지만 거의 예고편에 해당하는 이번 주 <썰전>은 시청률 6.1%를 찍으며 예사롭지 않은 시청자들의 반응을 이끌어냈다.

 

한편 본격 탐사 보도 프로그램에 대한 시청자들의 갈증 역시 뉴스만큼 크다는 걸 알려준 프로그램은 바로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지난 22일 방영된 백남기 농민 사망사건의 진실을 다룬 이 프로그램은 굿데이터코퍼레이션이 제공한 10월 셋째 주 주간 TV 화제성 순위 리포트에서 비드라마 부문 1위를 차지했다. 물대포의 위력을 실제로 실험을 통해 보여준 내용들은 이 사건의 궁금증에 대한 많은 실마리를 제공했다는 좋은 평가를 얻었다.

 

사실 MBC <피디수첩> 같은 본격 시사보도 프로그램이 과거처럼 국민의 입과 귀를 대변했던 시절은 먼 과거가 되어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본격 시사보도 프로그램의 명맥을 유지하며 그 갈증을 풀어줬던 프로그램이 <그것이 알고 싶다>. 궁금한 사안들에 대한 정당한 질문을 던지는 이 프로그램이 시청자들의 박수를 받고 있는 건 세월호 참사부터 최근 백남기 농민 사망사건까지 여타의 방송사들이 심층적으로 다루지 않은 사안들을 피하지 않고 제대로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뉴스룸>의 시청률 폭발, <썰전>에 대한 높아지는 관심 그리고 <그것이 알고 싶다>에 대해 쏟아지는 찬사. 최근 벌어지고 있는 이들 보도, 시사 프로그램에 대한 시청자들의 반응은 대중들의 진짜 뉴스에 대한 갈증을 방증한다. 그 누가 뉴스는 재미없고 지루하다 했던가. 사실 제대로 된 뉴스와 정보 그리고 평론을 보기가 어려웠기 때문에 대중들은 심드렁했을 뿐이다. 이 시국에 <뉴스룸>, <썰전>, <그것이 알고 싶다>같은 프로그램조차 없었다면 어쩔 뻔 했나.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양다리 사이에서 <질투>는 균형을 잡을 수 있을까

 

SBS 수목드라마 <질투의 화신>은 삼각관계의 관점이 독특한 드라마였다. 즉 보통의 삼각관계라고 하면 서로 사랑하는 남녀가 주인공이고 제3의 인물이 그 사이를 방해하는 연적으로 등장하기 마련이지만, 이 드라마는 거꾸로 사랑하는 남녀를 옆에서 바라보며 아파하고 질투하는 제3의 인물을 주인공으로 세웠다. 그 주인공은 다름 아닌 이화신(조정석)이다.

 

'질투의 화신(사진출처:SBS)'

3년 간 자신을 따라 다닐 때만 해도 그다지 관심이 없던 이화신이 표나리(공효진)에게 관심을 갖게 된 건 친구인 고정원(고경표)가 그녀와 좋아하는 사이가 되면서다. 자꾸만 그들이 눈에 밟히고 왠지 모르지만 가슴이 두근대고 아파오는 걸 느끼게 되면서 이화신은 홀로 먼발치서 친구와 사랑하는 여자를 바라보며 가슴앓이를 한다. 흥미로운 건 이렇게 되자 시청자들의 마음이 이화신쪽으로 기울게 되었다는 점이다. 너무 가슴이 아파 아이처럼 투덜대고 지질하게 구는 그에게 연민과 동시에 귀여운 매력 같은 것들을 발견하게 되었던 것.

 

하지만 이화신이 자신의 속내를 표나리와 고정원에게 들킨 후 본격적으로 구애를 하기 시작하고 결국은 친구와 주먹다짐까지 하다가 셋이 함께 사는 기묘한 동거까지 하게 되면서 표나리의 마음이 흔들린다. 무엇보다 고정원에게 다른 여자가 찾아오는 것에 대해서는 무감하던 그녀가 이화신이 혜원(서지혜)과 키스를 하고 가깝게 지내는 것에 대해서는 질투를 느낀다는 걸 알게 되고는 그녀 역시 자신의 사랑이 이화신을 향해 있다는 걸 알게 된다.

 

이렇게 되자 상황은 뒤집어진다. 이제 이화신을 향해 표나리가 애정을 갈구하게 되고, 표나리는 고정원에게 자신의 속내를 털어놓으며 그를 떠난다. 이화신과 표나리가 밀고 당기며 서로의 애정전선을 확인하고 있는 달달한 순간들이 이어진다. 하지만 이렇게 되면서 시청자들의 마음은 이상하게도 고정원에게 다시 기울어진다. 친구에게도 연인에게도 혼자 버림받은 그가 못내 눈에 밟히는 것이다.

 

패자의 입장에서 어떤 연민의 대상이 되면서 시청자들의 몰입을 만들었던 이화신이지만 이제 그 입장은 고정원이 갖게 됐다. 어느 한 쪽을 선택하면 다른 한 쪽이 아쉬워지는 관계가 형성되면서 이 삼각관계를 바라보는 시청자들의 마음은 복잡하게 됐다. 물론 <질투의 화신>이라는 제목에 이미 적시되어 있듯이 이 드라마의 주인공은 이화신일 수밖에 없지만, 그의 입장이 바뀌게 되면서 이 드라마가 보여주는 독특한 사랑(질투하며 사랑하는)의 주인공은 고정원쪽으로 옮겨가게 됐다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드라마의 전개가 마지막까지 계속 이어질 것이라는 건 예상할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충분히 예상될 수 있는 한 가지가 있다. 이제 고정원과 이화신 모두가 꽤 괜찮은 인물들이라는 것을 알게 된 시청자들의 입장에서 보면 어느 한쪽을 선택하는 일이 다른 한쪽을 배제하는 불편함을 가져올 수 있다는 점이다. 드라마는 결코 쉽게 해피엔딩에 도달할 수 없게 되었다. 어느 한쪽이 해피엔딩이면 다른 한쪽은 새드엔딩이 되니까.

 

이건 <질투의 화신>이라는 드라마가 가진 딜레마지만 동시에 그건 이 독특한 드라마의 가장 흥미로운 대목이라고도 할 수 있다. 어느 한쪽의 일방적인 관점을 담아낸 사랑이 아니라 여러 관점들이 동시에 투영된 사랑. 그래서 균형 잡기가 어렵지만 그것은 어쩌면 진짜 사랑의 면면을 제대로 보여주는 것인지도 모른다. 세상에 얽힌 관계에서 완벽한 해피엔딩이 어디 있겠나. 우리가 봐왔던 무수한 해피엔딩 뒤에도 숨겨진 새드엔딩이 있었다는 걸 상기시켜주는 드라마라니

<공항>, 우연을 인연으로 엮어주는 공간의 마법

 

온 우주가 엮어주는 인연? 그들은 어떻게 그리도 우연의 만남이 반복되는 걸까. KBS <공항 가는 길>의 최수아(김하늘)와 서도우(이상윤)는 이상할 정도로 인연이 이어진다. 그 첫 번째 인연은 최수아의 딸 효은(김환희)과 서도우의 딸 애니(박서연)가 유학중 홈스테이 룸메이트로 지낸 데서부터 시작한다. 애니가 사고로 죽자 딸의 시신과 유품을 수습하러 가는 길에 최수아와 서도우는 만나고 마침 애니의 유품이 든 가방이 늦게 도착하는 바람에 그걸 기다리며 두 사람은 공항에서 시간을 보내게 된다.

 

'공항 가는 길(사진출처:KBS)'

애니의 죽음은 최수아와 서도우의 관계를 이어주는 끈이 된다. 그것은 딸을 둔 부모로서의 공감대이면서 죽음을 애도하는 한 인간으로서의 공감대이기도 하다. 그 공감대는 그래서 두 사람의 인연으로 이어진다. 하지만 남편 박진석(신성록)과 절친인 송미진(최여진)이 오래 전부터 관계를 맺어왔다는 걸 알게 되고 모든 일들이 뒤틀어지게 되면서 최수아는 더 이상 서도우와의 관계를 이어가지 못한다. 자신의 일탈 때문에 모든 것들이 잘못되어가는 듯한 기분이 들어서다.

 

결국 최수아는 딸을 데리고 무작정 떠난 제주도에서 다시금 정착해 새로운 삶을 살아가려 한다. 하지만 최수아와 서도우의 끊어져보였던 인연은 다시금 제주도에서 이어진다. 그것은 최수아가 막연히 꿈꾸던 공간이 바로 허허벌판에 불어오는 조용한 바람과 하늘을 가르는 전깃줄들 위에 다닥다닥 붙어 있는 새들을 볼 수 있는 제주도의 한 마을이었고, 마침 돌아가신 서도우의 모친이 자신의 매듭 작품이 전시됐으면 하는 공간으로 이야기한 곳이 바로 제주도였기 때문이다.

 

이것은 물론 우연의 일치라고도 볼 수 있다. 하지만 그 우연 밑에는 필연이 감춰져 있다. 즉 최수아와 서도우가 만나서 공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때, 최수아가 했던 제주도의 어느 바람 많지만 조용한 곳의 이야기는 어쩌면 서도우가 어머니의 유언으로 그녀의 작품 전시 공간을 생각할 때 막연히 떠올렸을 풍경이었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두 사람은 저 마다 겪게 된 절망감(최수아는 남편과 친구 문제로 서도우는 어머니의 죽음으로)을 극복하기 위해 제주도라는 공간을 떠올렸고 찾아왔을 수 있다.

 

물론 이건 추정이지만 이야기는 독자들의 추정을 하나의 개연성으로 삼기도 한다. <공항 가는 길>에서 끊어질 듯 끊어지지 않고 이어지는 만남이 그저 우연의 남발이 아니라 어딘지 신비로운 인연처럼 여겨지게 되는 건 그래서다. 그런 만남은 사실 굉장히 확률이 낮은 것이지만, 공항이나 제주도 같은 특정한 느낌을 주는 공간을 매개로 하고 거기에 개인적인 욕망과 그들이 관계를 통해 서로에게 했던 이야기들 같은 것들이 얹어지면 의외로 가능성이 있는 만남으로 여겨지게 된다.

 

이것은 공간의 마법이다. 우리는 공간을 그저 물리적인 위치 정도로 생각하지만 사실은 공간이 머금고 있는 이야기들은 사람과 사람의 만남을 만들어낸다. 굉장히 우연히 아는 사람을 어떤 공간에서 마주쳤을 때 어떤 경우에는 두 사람이 똑같이 떠올리는 어떤 공통의 기억이 그들의 발길을 그 곳으로 이끌었을 수 있다.

 

<공항 가는 길>에서 최수아와 서도우가 주로 공항에서 만나게 되는 건 그 공간이 주는 상징(일탈의 설렘과 두려움) 때문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그 곳이 어딘가로 떠나는 사람들의 마음을 하나의 공감대로 이어주는 공간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즉 마음속으로 그리워하던 누군가를 우연히 만나는 것은 굉장히 확률이 낮은 일이지만, 그 그리워하는 마음들이 그들의 발길을 어느 한 공간(그것도 두 사람의 추억이 있는)으로 향하게 하고 그래서 거기서 우연히 그들이 만나게 되는 일은 그래도 가능할 것 같은 일이다.

 

<공항 가는 길>의 이 공간의 관점으로 바라보는 만남과 헤어짐은 그래서 여타의 멜로드라마들이 갖고 있는 만남과 헤어짐과는 사뭇 다른 느낌을 준다. 마치 하늘 위에서 공간을 내려다보는 것처럼, 헤어진 사람들이 그들이 나누었던 어떤 작은 이야기나 기억 같은 것이 계기가 되어 다른 곳에서 다시 만나는 그 과정들을 관조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해준다는 점이다. 이 관조적 관점은 우리가 인연이라고 부르는 관계의 신비함을 드러내면서 어떤 위로와 위안을 준다. 마음 아픈 이별을 하기도 하지만 언젠가 만날 사람은 그 공유된 기억을 통해 발길이 이끌린 어떤 공간에서 결국은 다시 만날 수 있다는 이야기를 건네고 있기 때문이다

<우사남>, 김영광은 오해와 편견을 넘을 수 있을까

 

KBS 월화드라마 <우리집에 사는 남자>에서 고난길(김영광)이라는 이름은 의미심장하다. 웹툰 원작답게 장난스런 작명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이 인물이 격을 오해와 편견은 말 그대로 고난 길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 집에 사는 남자(사진출처:KBS)'

젊은 남자가 나이든 여자와 사랑을 하게 되고 결혼하는 것이 흠인 세상은 아니다. 하지만 그 여자의 딸인 홍나리(수애)의 입장에서 바라보면 황당할 수밖에 없다. 자신보다 나이가 어린 젊은 남자가 어느 날 갑자기 자신의 새 아빠라고 나서게 되는데 그 누가 당혹스럽지 않겠는가. 뭐라고 불러야 할지 호칭 자체도 불편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그 새 아빠라는 사람이 없었다면 자신에게 상속될 집과 가게가 그의 소유로 되었다면 더더욱 오해와 편견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이 지역에 부동산을 사들여 사업을 벌이려하는 덕봉(이수혁)이나 홍나리와 결혼을 약속한 남자친구 조동진(김지훈)의 눈에 그 새 아빠라는 고난길이 이상하게 보이는 건 당연하다. 의도적으로 나리의 엄마에게 접근해 재산을 뜯어내려 했다는 의심.

 

하지만 홍나리는 그것이 의심스럽긴 하지만 그래도 믿고 싶지는 않은 일이다. 그것은 사고로 죽은 엄마에 대한 신뢰를 저버리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녀의 마음은 양갈래로 나뉜다. 고난길이 의도적으로 접근한 것이 아닌가 싶어 그의 방을 뒤져보기도 하지만, 동시에 조동진이나 덕봉이 의심을 할 때는 엄마의 선택을 존중하고 믿고 싶어 하는 속내를 드러낸다. 그러면서 조동진이나 덕봉의 의심이 너무나 속물적이라고 치부한다.

 

그래서 상황을 받아들이려 하지만 그래도 마음 한 자락의 의심을 접을 수가 없다. 그런데 그럴 때 보이는 고난길의 모습은 사뭇 진지해진다. 홍나리가 엄마를 떠올리고 싶을 때 어떻게 하냐고 묻자 고난길은 눈을 감고 생각하면 그 모습이 떠오른다고 말한다. 또 자주 엄마의 산소를 찾느냐고 묻자 엄마가 좋아하는 시각에 찾곤 한다고 말한다. 한없이 가볍게 상황들을 보여주던 드라마는 고난길의 이런 장면에서는 굉장히 진중해진다. 그것이 바로 그 많은 오해와 편견 속에서 그의 진심을 드러내는 순간이기 때문이다.

 

<우리집에 사는 남자>가 엄마가 갑작스런 사고로 죽고 젊은 새 아빠를 맞게 된 홍나리의 로맨틱 코미디로서 시종일관 달달함과 유쾌한 웃음으로 이야기를 풀어가지만, 그럼에도 이상하게 어떤 따뜻하고 위로받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되는 건 바로 이 고난길이 홍나리의 엄마에 대한 진심어린 사랑의 마음을 드러낼 때나 그녀의 딸인 홍나리를 마치 딸 바보처럼 챙기는 마음을 드러낼 때다.

 

진상 손님들이 수시로 진상을 부려도 네 고객님하며 깍듯하게 응대해야 하는 승무원이라는 직업의 피곤과, 갑작스런 엄마의 사고사 그리고 오래도록 사귀어 이제 결혼을 앞두고 있는 남자친구가 회사 후배와 바람이 난 상황, 게다가 자신의 집과 가게가 고난길이라는 새 아빠에게 넘어간 상황은 홍나리가 처한 힘겨운 현실들을 보여준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난길이라는 인물을 통해 보여지는 보호받고 지지받는 듯한 느낌은 이 드라마가 왜 힐링드라마가 되는가를 잘 말해준다. 결국 그건 그 오해와 편견을 넘어서는 고난길의 진심에서 생겨나는 따스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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