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식당’, 백종원도 시청자도 안타까워 한 초밥집 부부의 눈물

 

“한 끼 식사로 부족하다”, “직장인들이 제일 기다리는 점심시간에 이 초밥을 먹으러 가기에는 시간이 아까울 듯”, “맛은 어디서나 먹을 수 있는 맛입니다.” 시식단의 반응은 비정했다. 백종원의 말대로 그걸 비난할 수는 없는 일이지만 초밥집 사장님이 그토록 정성과 노력을 다해 만든 초밥에 대해 시식단은 전혀 알아주지 않았다. 아마도 이건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이라는 프로그램이 아니면 보여주기 어려운 장사의 현실일 게다.

 

백종원이 시식단이 적어 준 평가표를 읽어주는 와중에 아내는 남편의 기색을 살폈다. 사실 그 평가표를 읽어주는 백종원조차 조심스러워했다. 그래서 중언부언 초밥이 왜 어려운 메뉴인가를 설명하려 했고 왜 시식단이 이런 평가를 내렸는가에 대한 이야기를 초밥집 사장님의 입장에 맞춰 얘기해주려 애썼다. 초밥이 얼마나 손이 많이 가고 정성에 따라 맛에 미묘한 차이가 나는지를 잘 알고 있어 그렇게 사장님의 입장을 대변하면서도 고객의 평가를 무시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결국 아내는 “너무 어려워요”라며 참았던 눈물을 터트렸다.

 

“전 진짜 남편이 편하게 살았으면 좋겠는데 하는 거 보니까... 솔직히 맞벌이 하면 둘이 편하게 살 수 있고 세 가족이 시간 여유롭게 살 수 있는데 이 사람이 하는 과정을 일 년 내내 봤잖아요. 근데 너무 싫은 거예요. 그 모습이.... 고생도 진짜 많이 하고 그런데 평가를 이렇게 해주니까... 이 사람이 정말 뭐 하나하나 준비할 때 대중 준비한 게 하나도 없을 정도로 진짜 ‘초대리’ 저도 맞추려면 되게 힘들거든요. 남편은 신경 써서 비율 맞춰서 하는 거 자체도 그렇고.”

 

“마음 아프죠 옆에서 보면...” 백종원도 아내의 안타까움에 공감했다. 그렇게 심경을 토로하면서도 “제가 이걸 서운해하면 안 되는데”하시는 아내에게 “서운해요. 충분히 서운해요.”라고 그 마음을 이해했다. 아내는 최선을 다해야하는 또 하나의 이유로 초밥집 아들이라 불리게 된 초등학교 다니는 아이를 위해서라도 자신들의 장사가 망하면 안 된다고 했다. 백종원은 고개를 끄덕였다. 깊은 공감이 느껴졌다.

 

그러고 보니 처음 백종원이 이 초밥집에 왔을 때 장사가 안 돼도 환하게 웃으며 초밥을 만들던 사장님의 모습이 떠올랐다. 늘 진지했고 어려워도 미소를 짓던 사장님이었다. 백종원이 가격을 최대한 낮춰 가성비 갑 초밥집을 하자고 할 때도 그렇게 하자고 했었고, 그러면서도 새우 초밥을 기성품이 아닌 자신이 손질한 새우로 만들어 내놓는 정성을 더했다. 그 맛을 보고는 초등입맛 김성주도 감탄하며 혀를 내둘렀을 정도였다.

 

그 과정을 알고 있는 백종원이기에 안타까운 마음은 더 컸을 게다. 그리고 그것은 시청자들도 마찬가지였다. 이번 둔촌동 편에서 그 어느 가게보다 성실하고 준비되어 있으며 그러면서도 자신을 낮춰 애써 고객에게 맞춰주려 노력하는 집이 바로 초밥집이었고, 그래서 시청자들도 어느새 성공을 바라게 된 집이 바로 그 초밥집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시식단의 냉정한 평가는 초밥집 사장님 내외만이 아니라 백종원도 시청자들도 안타깝게 만들었다.

 

백종원이 제안한 대로 9천원에 초밥을 내놓는 것을 주저하며 9천9백 원은 어떻겠냐고 말했던 사장님이었지만, 시식단은 그런 초밥집의 사정 따위는 전혀 알 리가 없었다. 9천원이 아니라 심지어 7천원이면 먹겠다는 사람도 있었다. 사실 그건 음식값에 대한 개념이 부족해 보이는 상식적으로 잘 납득이 가지 않는 일이기도 했다. 커피 한 잔에 6천 원씩 내고 마시기도 하는데, 그 정성이 들어간 초밥을 그 가격에 먹겠다는 건 백종원 말대로 초밥이라는 메뉴가 그만큼 소비자들에게 일상적이지 않다는 걸 말해줬다.

 

<백종원의 골목식당> 둔촌동편 초밥집을 통해 알게 된 건 장사가 얼마나 어려운가 하는 점이다. 제아무리 노력과 정성을 다해도 그걸 모든 고객이 알아주는 건 아니었다. 그래서 그 노력과 정성이 무시되는 마음고생을 하면서도 고객에게 맞춰야 하는 게 장사의 숙명이기도 했다. 이러니 노력과 정성을 다하지 않는 가게에 백종원이 그간 분노하고 일갈했던 게 이해되는 대목이었다.(사진:SBS)

가격을 지우자 거래가 모금이 된 '커피 프렌즈'

“좋은 취지 같아. 따로 기부할 수 없잖아. 기회가 별로 없잖아. 예솔아 오늘 아빠가 쏜대.” 예솔이 엄마가 하는 그 말에 아빠는 음식값에 비해 훨씬 많아 보이는 지폐를 모금함에 넣는다. 예솔이 엄마는 그 모습을 보며 반색하고 예솔이에게 아빠의 기부를 자랑한다. 그 엄마 아빠의 목소리를 배경으로 예솔이의 얼굴이 화면 가득 채워진다. 

tvN <커피프렌즈>에서 예솔이네 가족이 보여준 모습들은 이 프로그램이 가진 가장 큰 특징을 그려낸다. 이곳은 기부를 콘셉트로 하는 카페다. 그래서 장사와는 다른 풍경이 그려진다. 아마도 아주 훗날 성장한 예솔이는 이 프로그램에서 엄마 아빠가 했던 이 말들과 행동들을 다시 보게 될 수도 있고 그러면서 미소 지을 지도 모른다. 이 광경을 보았던 시청자들처럼.

제주도의 감귤밭 창고를 개조해 만든 이 카페의 메뉴판에는 가격이 없다. 그래서 이곳을 찾은 손님들은 즐거운 고민에 빠진다. “근데 보통 이 정도면 얼마를 내야 되나?”하고 궁금해 하는 것. 만일 이런 기부 콘셉트가 아니었다면 이런 행복한 고민은 없었을 게다. 하지만 기부한다는 그 말에 손님들은 괜스레 마음이 따뜻해진다. 그저 음식을 맛있게 먹고 값을 치른 후 나서는 발길과는 또 다른 즐거움이 더해지는 것.

사실 이런 카페는 있을 수는 있지만 일반적인 영업을 하는 카페와는 완전히 다르다. 가격이 있고 없고는 별거 아닌 것 같지만 카페의 성격을 특징하는 중요한 차이가 된다. 가격은 거래가 생긴다는 의미이고 그래서 그 공간을 상업적인 곳으로 만들어낸다. 장사를 하는 곳은 결국 얼마를 벌고 이윤을 얼마를 냈는가가 중요한 목표가 된다. 

물론 <커피프렌즈> 역시 얼마를 모으느냐가 중요한 관건이다. 하지만 이건 거래가 아니라 모금이다. 기부금 정산에서 이 곳을 운영하는 유연석, 손호준, 최지우, 양세종이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모금함을 여는 건 돈을 벌었다는 것 때문이 아니라 얼마나 많은 기부를 할 수 있을까 하는 설렘 때문이다. 별로 오랜 시간 영업을 하지 않은 것처럼 보이는데 첫 날 정산금이 무려 57만8천3백 원. 그건 아마도 거래가 아닌 모금이라 가능했던 수치일 게다. 

가격을 지워내자 이 카페는 풍경 자체가 달리 보인다. 제주도에서 산다는 서로 존댓말을 쓰는 연인의 달달한 모습에 유연석이 ‘무리수(?)’ 멘트를 던지는 게 훈훈한 웃음을 주는 건 그래서다. 달달한 토스트가 매콤한 스튜보다 낫다는 손님에게 “두 분이 지금 한창 달달할 때라서”라는 말을 하고는 자신도 쑥스러워하는 모습을 보이는 유연석과 그 이야기를 들은 손님들 그리고 거기서 함께 일하는 양세종과 조재윤 그리고 최지우의 어쩔 줄 몰라 하며 짓는 미소가 행복하게 느껴진다.

가격이 없는 카페에서 커피를 내리고 음식을 만들어내는 이들은 장사가 아닌 봉사를 하는 이들이 되고, 그 카페를 찾아 음식을 맛있게 먹고 돈을 내는 손님들은 거래가 아닌 기부를 하는 이들이 된다. 물론 이 풍경을 담아내는 프로그램도 단지 시청률만을 올리려는 방송이 아니라 일종의 재능기부 프로그램 같은 느낌을 갖게 된다. 가격 하나가 사라진 것이 만들어낸 놀라운 변화들이다.

최근 들어 창업, 그것도 음식점을 여는 일에 대한 관심이 커져서인지 관련 소재를 다루는 예능 프로그램들이 많아졌다. 나영석 사단이 시도했던 <윤식당>이나 <현지에서 먹힐까> 같은 프로그램은 그래도 실제 장사라기보다는 창업에 대한 판타지가 담긴 프로그램이었다면, 최근 말도 많고 탈도 많은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 같은 프로그램은 본격적인 장사를 소재로 하고 있다.

물론 돈을 번다는 장사의 현실을 치열하게 담아내는 프로그램들이 그만한 현실 공감을 일으키고, 실제 상권까지 바꿔나가는 파괴력을 가진 게 사실이다. 잘만 운영되면 좋은 취지와 영향력을 가진 프로그램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 영향력이 엇나가기도 하고 오해되기도 하는 건 아무래도 실제 장사라는 돈이 오고가는 민감한 부분이 얽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커피프렌즈>는 이러한 실제 장사에 직결된 치열한 방송과는 사뭇 다른 편안함으로 시청자들을 인도한다. 가격을 지우자 생기는 즐거운 상상. <커피 프렌즈>의 풍경이 다소 단조롭고 심심하게 보여도 자꾸만 들여다보고픈 마음이 생기는 이유가 아닐까. 잠시간 거래 바깥의 세상을 둘러본다는 것.(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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