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와 배우를 자유자재로 오가는 김형서 혹은 비비 

열혈사제2

“달다달고 달디달고 달디단 밤양갱-” 비비가 부른 ‘밤양갱’은 화려함과는 거리가 먼 소박한 가사와 멜로디가 특징인 곡이다. 헤어지는 남자가 너는 바라는 게 너무 많다고 말하지만 비비는 바라는 게 하나 뿐이라며 그건 바로 ‘달디단 밤양갱’이라고 노래한다. ‘밤양갱’에 대한 여러 해석이 가능하지만, 비비의 소녀 같은 모습이 블링블링하게 이어지는 뮤직비디오를 보면 그것은 아마도 달콤한 사랑 정도의 의미가 아닐까 싶다. 장기하가 쓴 곡이라 그런지 ‘말 놀이’ 같은 느낌을 주는 이 소박한 곡은 그러나 공개된 이후 신드롬을 일으켰다. 갖가지 버전의 ‘밤양갱’ 패러디 영상들이 등장했고, 한번 들으면 잊혀지지 않는 가사는 저도 모르게 흥얼거리게 만드는 마법을 부렸다. 그 ‘밤양갱’ 뮤직비디오에서 이 곡을 부른 비비는 장기하(떠나가는 남자 역할이다)와 출연해 풋풋하지만 이별에 가슴 아파 하는 소녀를 연기한다. 말맛이 살아있는 노래도 그 맛을 딱 살려 부르는 실력이 엿보이지만, 동시에 천연덕스러운 연기 또한 자연스럽다. 

 

그러고 보면 비비가 노래를 발표할 때마다 냈던 뮤직비디오는 노래만이 아닌 연기가 그의 또 다른 영역이라는 걸 보여준 바 있다. ‘가면무도회’ 같은 뮤직비디오를 떠올려보라. 마치 영화 ‘킬빌’의 여주인공처럼 칼을 휘두르고 총을 쏠 때마다 가면 쓴 이들이 죽어나가는 액션이 압권인 뮤직비디오가 아니었나. 또 ‘나쁜X’의 뮤직비디오도 그렇다. 그건 한 편의 누아르라고 해도 될 법한 영상이고 액션 연기였다. 그래서 이 곡들에 대한 반응은 하나 같이 노래가 아닌 영화 한 편을 본 것 같다는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니 비비가 김형서라는 자신의 본명으로 작년에 영화 ‘화란’과 드라마 ‘최악의 악’으로 인상적인 연기를 선보인 후 올해도 ‘강남 비-사이드’에 이어 ‘열혈사제2’로도 연기의 길을 이어가고 있는 그 흐름이 자연스럽다. 그건 가수가 연기 영역에도 도전해 ‘연기돌’ 같은 이름으로 불리는 흐름과는 사뭇 다르다. 애초부터 가수와 연기 두 영역을 동시에 해왔고, 그 양자에서 자기만의 존재감을 차곡차곡 쌓아가고 있다고나 할까. 특히 그가 해온 작품들이 대부분 누아르나 범죄스릴러 같은 장르라는 점이 이색적이다. 보통의 신인 연기자들이 시도하기 쉽지 않은 영역이 바로 ‘몸을 쓰는’ 액션 연기인데 오히려 김형서는 이 분야에 더 독보적이다. 

 

디즈니+ 드라마 ‘강남 비-사이드’에서 김형서는 강남 클럽에서 폭력에 노출된 피해자들 중 한 명으로 친구가 위험해지자 자신이 대신 희생하는 인물 재희를 연기했다. 결코 만만치 않게 가해자들과 맞서다가 끝내 그들에게 당할 처지가 되자 스스로 끝을 내는 결기를 보여주는 인물이다. 아직 20대 중반의 나이지만 쓰디 쓴 인생 밑바닥 연기를 보여줬다. 이 작품에서 재희라는 인물이 중요한 건, 그를 사랑했던 윤길호(지창욱)와 그의 절친이었던 예서(오예주)를 행동하게 만들어 작품에 동력을 부여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중요한 역할에 김형서가 캐스팅된 건 그의 전작이었던 ‘최악의 악’의 영향이 컸다. 김형서는 ‘최악의 악’에서 중국의 거대 마약조직 두목의 딸 이해련 역할을 맡아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그래서 이를 제작한 사나이픽처스가 또다시 디즈니+의 투자를 받아 내놓은 ‘강남 비-사이드’에 김형서는 또다시 지창욱과 함께 출연하게 됐다. 연기 영역에서의 가능성을 인정받았다는 뜻이다. 

 

물론 워낙 도발적인 눈빛으로 누아르적인 분위기를 보여주는 범죄스릴러에 자주 등장했던 탓에 김형서의 연기가 그런 영역에만 머물러 있는 것처럼 보였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그것이 아직 새로운 역할을 선보일 기회가 없어 생겨난 착시현상에 불과하다는 걸 김형서는 SBS 드라마 ‘열혈사제2’로 보여준다. ‘열혈사제’는 사제의 신분이지만 나쁜 놈들을 때려잡는 열혈 신부 김해일(김남길)의 활극이다. 지난 시즌에 이어 이번 시즌2에서는 부산으로 내려와 그 곳에서 마약 카르텔과의 한판 승부를 벌인다. 그런데 김형서가 맡은 역할은 바로 그 부산에서 새롭게 조력자로 등장한 마약수사대 구자영 형사다. ‘강남 비-사이드’나 ‘최악의 악’과 달리 한층 발랄한 액션 활극인지라 이 작품은 다소 과장된 액션과 서사가 특징이다. 그래서 김형서는 시원시원한 액션 연기와 더불어 만화 같은 코믹한 연기 또한 선보이는데, 할리퀸으로 분장하고 나쁜 놈들 때려잡는 액션은 SNS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또 본래 부산 출신이어서 이 역할에 딱 어울리는 구수한 사투리 구사로 캐릭터를 잘 살려내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비비 혹은 김형서를 보면 그 연기의 이미지에서 여러 가지 맛이 느껴진다. ‘밤양갱’ 뮤직비디오의 순하고 달달한 맛도 있지만, ‘최악의 악’이나 ‘강남 비-사이드’, ‘열혈사제2’에서의 신맛과 짠맛, 쓴맛까지도 그 연기에는 담겨있다. 그런데 그 연기에서 일관적으로 느껴지는 건 직설적이고 거침이 없는 면모다. 흔히들 그래서 ‘MZ대세’라는 표현을 많이 쓰는데, 그건 아마도 타고난 아티스트의 끼가 자연스럽게 밖으로 드러남으로써 생겨난 결과가 아닐까 싶다. 

 

연기와 노래의 영역이 성역처럼 구분되던 시대는 지나갔다. 그래서 연기돌이라는 표현도 이제는 낯선 과거의 유물처럼 여겨진다. 노래를 하는 것과 연기를 하는 것은 물론 기술적으로는 다소 다를 수 있지만 어떤 감성을 전한다는 본질에 있어서는 통하는 면이 있다. 조금 낯설어도 과감하고 솔직하게 도전함으로써 그것이 통한다는 것을 비비는 김형서를 오가며 보여주고 있다. 영역의 한계란 어쩌면 우리 스스로 그어놓은 선 때문에 생겨나는 것인지도 모른다. 해보지 않아서 처음엔 낯설고 어려울 수 있지만, 일단 뛰어들고 보면 어디선가 경험했던 것들이 새로운 영역에서도 여전히 도움이 된다는 걸 우리는 알고 있지 않은가. 그러니 주저할 이유가 뭔가. 비비처럼.(글:국방일보, 사진:SBS)

안티 사라지고 호평만 남은 이효리·김희선, 뭐가 달라졌나

도대체 무엇이 달라진 걸까. 최근 이효리와 김희선, 이 두 인물에 대한 대중들의 호평이 쏟아진다. 한 때는 늘 화제의 중심에 있던 만큼 비판도 적지 않았던 두 사람이다. 하지만 최근 본격적인 활동을 재개한 두 사람에 대한 반응은 거의 호평 일색이다. 

'무한도전(사진출처:MBC)'

이효리는 4년 만에 돌아와 MBC <무한도전>을 시작으로 JTBC <효리네 민박>으로 시청자들 앞에 얼굴을 보였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그녀가 돌아온다는 사실만으로도 시청자들은 반색했고, 그렇게 방영된 <무한도전>과 <효리네 민박>에서의 편안하고 털털한 그 모습은 보는 이들마저 기분 좋게 만들었다. 

그녀에게 이런 호평이 쏟아진 건 다름 아닌 그 제주에서의 생활이 그녀에게 부여한 자연스러움 덕분이다. 물론 그간 간간이 SNS 등을 통해 보여진 그녀의 달라진 일상이 이미 화제가 되곤 했었지만, 실제로 달라진 그 모습은 과거 섹시 아이콘에서 이제는 자신의 이야기를 음악에 담아 전하는 가수의 진정성이 담겨 있었다.

그래서였을까. 그녀가 직접 쓰고 작곡한 곡들로 채워진 새 앨범의 선 공개곡 ‘서울’은 발표되자마자 화제가 되었다. JTBC <뉴스룸>에 출연해 “가능한 것만 꿈꿀 순 없다”는 어록(?)을 남긴 이효리의 이야기들은 고스란히 음악과 조응하는 면이 있었다. 나이 들어가고 그걸 인정하고 받아들임으로써 더 깊어진 생각들이 음악 속으로 스며들고 있었다. 가수란 노래와 삶이 떨어질 수 없는 것이란 걸 이효리에 대한 호평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김희선 역시 마찬가지의 행보다. 과거 김희선이라고 하면 그 출중한 외모에 대한 이야기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래서 심지어 연기력 논란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 그녀가 출연하고 있는 JTBC 드라마 <품위있는 그녀>에서 김희선은 어딘가 과거와는 달라진 면면들이 묻어난다. 우아진이라는 캐릭터가 가진 ‘품위’와 함께 어떤 ‘인간적인 면모’까지를 느끼게 해주는 모습들이 그녀의 연기를 통해 제대로 표현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것은 <품위있는 그녀>가 갖고 있는 박복자(김선아)와 우아진의 팽팽한 대립구도가 만들어내는 힘일 수 있다. 하지만 박복자와 대적하면서, 때로는 이 강남 사회의 허영을 즐기기도 하고 그러면서도 현대판 계급을 방불케 하는 갑을 구조 안에서 을에게도 어떤 예의를 지키려는 모습을 동시에 보여주는 이런 다층적인 캐릭터를 소화해내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게 품위를 지키며 살아가려던 그녀가 남편의 외도 사실을 알고 무너지는 모습은 또 얼마나 절절한가.

김희선에게서도 느껴지는 건 자연스러움이다. 늘 시대의 아이콘으로만 지칭되었던 그녀가 아니던가. 하지만 그런 것들보다는 이제 그녀는 한 집안의 아내이자 엄마이자 며느리인 모습에 제대로 제 모습을 꺼내놓고 있다.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맡은 배역에 투사하면서 생기는 자연스러움. 그것이 외모에 가려지곤 했던 김희선의 연기가 도드라지게 한 원인이다. 

국내에서 여성 연예인들은 배우든 가수든 그 생명력이 상대적으로 길지 않다. 그건 그간 방송이 이들을 소비하는 방식이 지나치게 표피적이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가수 이효리나 배우 김희선이라는 여성들이 나이가 들어가며 원숙해진 그 자연스러움을 갖고 대중들에게 호평을 받는 이 상황은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많은 사회적 편견들 속에서 뒤틀어졌던 모습들이 오히려 편안해지면서 드디어 드러나게 된 진가랄까. 이들의 성과가 그들만의 성과 그 이상의 가치로 느껴지는 이유다.

개성과 조화, <팬텀싱어>에 대중들이 열광했던 까닭

 

이른바 오디션 프로그램 혹은 음악예능은 끝물이라는 얘기는 한국형 오디션 프로그램의 원조격인 <슈퍼스타K>의 현재를 보면 누구나 공감할 수밖에 없다. 물론 지금도 계속해서 음악예능은 나오고 있지만 예전만큼 화제가 되지 않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이른바 오디션 혹은 음악예능이라는 그 형식적 틀이 이미 너무나 익숙해져 이제는 식상하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탓이다.

 

'팬텀싱어(사진출처:JTBC)'

경쟁과 서바이벌을 전면에 내세운 오디션 프로그램의 틀이나, “나 노래 잘해!”하고 외치는 듯 노래하는 음악예능의 가창력 뽐내기는 그래서 시청자들이 고개를 돌린 가장 큰 이유가 되었다. 그런데 이런 형식적 틀을 깨버리고 음악의 새로운결을 통해 시청자들의 시선을 다시금 끌어 모은 오디션이자 음악예능이 있다. 바로 JTBC <팬텀싱어>.

 

신의 한 수는 기존의 오디션과 달리 남성 4중창단을 뽑겠다는 <팬텀싱어>의 목표 그 자체에 있었다. ‘남성 4중창단이기 때문에 대중가수들은 물론이고 뮤지컬 배우, 성악가, 보컬 트레이너 등등 다양한 음악적 바탕을 가진 출연자들을 한 틀로 모을 수 있었다. 게다가 이렇게 다양한 개성들을 가진 출연자들은 4중창이 갖는 음악적 특징이라고도 할 수 있는 크로스오버와도 절묘하게 맞아 떨어졌다.

 

곽동현처럼 이미 <히든싱어>에서 원킬로 불리던 록커가 이동신 같은 성악가와 함께 부르는 ‘Caruso’, 뮤지컬 배우 고은성과 베이스 바리톤 권서경이 부르는 ‘Musica’ 또 뮤지컬 배우 고훈정과 카운터 테너 이준환이 부른 ‘Danny boy’ 같은 곡들은 모두 이 크로스오버를 지향하는 프로그램이 아니었다면 어디서도 느끼기 힘들었을 무대였다.

 

클래식과 뮤지컬 그리고 가요를 넘나드는 크로스오버를 지향하는 이 오디션 프로그램은 또한 이탈리아 음악이라는 우리네 현 대중들에게는 낯설 수 있는 장르가 가진 매력을 제대로 보여주는 기회가 되기도 했다. 박상돈, 유슬기, 백인태가 부른 ‘Quando I'amore diventa poesia’나 포르테 디 콰트로 팀이 부른 ‘Odissea’ 같은 곡들은 낯설지만 감미롭고 클래시컬한 이탈리아 음악의 매력을 느끼게 해주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팬텀싱어>가 기존의 오디션과 달랐던 건 4중창이라는 특색에 맞게 단 한 사람의 우승자를 뽑는 것이 아니고 4명이 한 마음으로 하모니를 낼 수 있는 팀을 뽑는 것이라는 점이다. 즉 각각은 장점도 있고 단점도 있지만 4명이 함께 하게 되면 각자 장점들만을 최적화해 하모니를 구성함으로서 최고의 음악을 선사할 수 있다는 점이다.

 

흔히들 단점은 고치라고 하는 것이 오디션 프로그램들이 주로 해왔던 방식이라면 <팬텀싱어>는 오히려 장점만을 드러내라고 하는 것이 그 새로운 방식이다. 그래서 저음이 매력인 바리톤은 그 부분의 매력을 한껏 드러내주기만 하면 된다. 굳이 고음까지를 스스로 커버할 필요가 없다는 것.

 

오디션이라는 형식이 특히 우리네 시청자들의 시선을 잡아끌었던 건 그것이 환기시키는 우리네 현실의 모습들 때문이기도 했다. 경쟁적인 현실, 공정한 심사 같은 것들이 그래서 오디션의 키워드가 되었다. 그런 오디션에서는 고음이든 저음이든 또 노래든 춤이든 심지어 끼까지 가진 팔방미인들을 요구하기 마련이었다.

 

하지만 <팬텀싱어>는 모든 걸 다 잘해내기보다는 자신이 잘 하는 걸 최대치로 이끌어 내주고 또한 타인과의 하모니를 통해 최고의 음악을 만들어내는 과정을 보여준다. 이것은 어쩌면 우리가 <팬텀싱어>라는 오디션에 열광하게 된 가장 큰 이유인지도 모른다. 단지 무한경쟁만이 아닌 개성과 조화는 지금 우리네 사회에서 희구되는 가장 이상적인 협업의 틀이 되고 있으니 말이다.

<KBS연예대상>, 스타 예능MC들 사이 김종민이 대상인 이유

 

<2016 KBS연예대상>의 대상은 김종민에게 돌아갔다. 후보로 김종민과 함께 유재석, 김준호, 이휘재, 신동엽이 올랐지만 이미 많은 이들은 그가 대상을 받을 것이라는 걸 예감하고 있었다. <12>이 같이 하고 있는 김준호는 대상 발표 전에 이미 김종민에게 축하를 해줬다는 이야기를 하기도 했다.

 

'KBS연예대상(사진출처:KBS)'

그러고 보면 <12>에서 김종민 특집을 했던 것은 그가 이 프로그램에 그만큼 큰 공헌을 했다는 것에 제작진도 또 시청자들도 공감했다는 걸 뜻한다. 그는 실로 무려 9년 동안 <12>PD가 바뀌고 출연자들이 교체되면서도 묵묵히 그 자리를 지켜왔다. 스스로는 슬럼프에 빠진 적도 있고, 군대를 다녀오느라 공백기도 있었지만 그래도 시청자들에게는 늘 한결같은 모습이었다.

 

KBS로서는 정말 바보스러울 정도로다른 곳에 눈 돌리지 않고 <12>만을 지켜온 그에 대한 고마움의 마음을 표현하고 싶지 않았을까. 물론 예능프로그램으로서의 기여도 역시 적은 건 아니었다. 언제 어디로 튈지 알 수 없는 말과 행동으로 웃음을 주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그가 중요했던 건 항상 낮은 자세로 시청자들을 편안하게 해주는 <12> 특유의 서민 정서를 느끼게 해주는 모습이었다. 그는 늘 튀는 MC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자기 역할을(그리고 그건 결코 작은 역할이 아니다) 꾸준히 잘 해온 MC였다.

 

김종민의 대상은 그래서 충분히 공감 가는 선택이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대상의 의미를 개인적인 차원이 아니라 KBS 예능 전체의 차원에서 들여다보면 또 다른 의미를 찾아낼 수 있다. 그건 예능 프로그램의 주역들이 한 때 개그맨이나 코미디언 같은 웃음을 전문적으로 주던 직업군에서 벗어나 배우나 가수 혹은 일반인으로까지 확장되어왔고 이제는 그것이 정착 단계에 들어섰다는 것이다.

 

알다시피 김종민은 본래 가수였지만 지금은 예능인으로서 더 자기 존재감을 드러내는 인물이다. 그가 해왔던 가수활동보다는 <12>의 김종민이 더 자연스러울 정도. 수상 소감에서 그는 자신이 유재석, 김준호, 이휘재, 신동엽과 대상 후보에 올랐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고 했지만 시청자들에게는 오히려 그가 후보이고 대상을 받은 것이 더 자연스럽게 다가온다는 점이다.

 

올해의 <KBS연예대상>을 보면 유독 개그맨 출신이 아닌 비예능인들이 많다는 걸 확인할 수 있다. 최우수상을 받은 정재형(토크&쇼 부문), 이동국, 라미란(버라이어티 부문)이 그렇고, 우수상 버라이어티 부문의 기태영, 이범수가 그렇다. 박진영은 <언니들의 슬램덩크>에 걸그룹 언니쓰를 도와줬다는 공로로 프로듀서 특별상을 받았고, 인기상으로 <슈퍼맨이 돌아왔다>의 아이들이 받았다. 이밖에도 베스트 엔터테이너상의 남궁민, 신인상에 윤시윤, 민효린도 비예능인으로서 상을 받았다.

 

이미 리얼리티쇼가 예능의 중요한 트렌드로 자리하고 있는 상황에 이러한 비예능인들의 예능 진출은 이제 자연스러운 일이 되어가고 있다. 이러한 예능의 변화를 염두에 두고 보면 다른 최우수상 후보들 즉 유재석, 김준호, 이휘재, 신동엽 중에서 본래 가수출신이었던 그가 대상을 탔다는 것이 새삼 의미 있게 다가온다. 물론 김종민은 웬만한 개그맨들보다 더 웃음을 줬던 인물이지만, 그래도 쟁쟁한 개그맨 출신 스타 MC들 사이에서 대상을 받았다는 건 꾸준히 자기 자리를 지켜오며 자신의 영역 안에서 최선을 다한 그 노력의 보상이라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그리고 이런 점은 이제 예능이 단순히 웃음만이 아니라 그 사람의 노력이나 그 안에 담겨진 진심 같은 것들에 더 방점을 찍는 시대라는 걸 말해준다. 김종민은 충분히 잘 해왔고 대상받을 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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