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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바마’ 김태희의 눈물의 씻김굿, 그 위로와 위안

 

“계속 날 보고 있었어.” 차유리(김태희)는 딸 서우(서우진)가 자신을 계속 보고 있었다는 사실에 눈물을 흘렸다. 그건 서우가 자신의 존재를 알고 기억한다는 사실에 대한 고마움도 있지만, 자신을 보는 줄도 모르게 계속 옆에 있어서 귀신을 보게 된 딸에 대한 자책감도 있었다. 차유리는 서우에게 “그런 줄도 모르고 계속 옆에 있어서 미안. 우리 서우 너무 무서웠겠다”라 말하며 울었다.

 

tvN 토일드라마 <하이바이 마마>에서 차유리는 이제 등장할 때마다 눈물을 흘린다. 흘릴 수밖에 없다. 귀신으로 5년 간 가족들의 주변을 맴 돌았던 그였으니 다시 만난 엄마 앞에서 어찌 울지 않을 수 있을까. 49일 후 다시 돌아가겠다 마음먹은 그는 애써 엄마와 가족을 만나지 않으려 피했지만 결국 만나게 된 자리에서 오열했다.

 

물론 49일 간 유예된 삶이지만, 5년 간 귀신으로 살아오며 가족들의 슬픔을 봐온 차유리의 소회가 없을 수 없다. 장례식장에서 통곡했던 아버지와 표정 자체를 잃어버린 남편 강화(이규형), 그 누구보다 괴로워했던 절친 언니 고현정(신동미)... 그들을 다시 만났을 때 복받쳤던 감정을 터져버릴 수밖에 없었다.

 

그 누구보다 가족을 사랑하고 그래서 서우 옆에서 더 오래도록 있고 싶은 마음이 크지만, 그럴 수 없고 그래서도 안된다는 걸 알고 있어 차유리는 운다. 자신이 없던 사이 서우가 가장 좋아하는 사람이 엄마가 됐고 그 엄마는 자신이 아닌 오민정(고보결)이라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차유리는 서우에게 자신의 빈자리를 살뜰하게 채워준 오민정이 너무나 고마워 눈물이 난다. 그러니 그 자리를 빼앗는다는 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차유리의 처지를 아는 강화의 마음도 메어진다. 딸이 뻔히 보고 싶을 걸 알면서도 엄마라는 걸 밝히지 못하고 뒤에서 발만 종종대고 눈물만 훔치는 차유리가 그는 못내 안쓰럽다. 그래서 괜스레 거짓 핑계를 대면서까지 서우를 차유리와 처가댁에 맡긴다. 강화는 아내 오민정에게 죄를 짓는 것만 같아 미안하고 차유리에게도 다가갈 수 없어 안타깝다.

 

하지만 차유리가 사실 귀신이었고 지난 5년 간 그의 옆에 있었다는 걸 알고는 차유리에게 달려간다. “죽 내 옆에 있었어. 그거를 그거를 다 봤어? 그거를...어떻게 봤어?” 차유리가 자신과 오민정을 만나 사랑하게 되고 다시 결혼하게 되는 그 과정을 계속 봐왔다는 걸 안 강화는 오열한다. 그런 강화 앞에서 차유리도 울 수밖에 없다.

 

<하이바이 마마>는 죽은 자와 산 자의 경계를 허물어뜨리는 판타지 설정을 가져옴으로써 눈물 없이는 볼 수 없는 드라마가 되었다. 산 자 옆을 잊지 못하고 맴돌며 그가 잘 되기만을 기원하는 망자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일이 그렇다. 차유리는 그 눈물의 중심에 설 수밖에 없다. 망자가 되어서야 산 자들의 눈물 앞에서 그들이 얼마나 소중한 사람이었는가를 깨달으며 눈물 흘리고, 소중한 사람들이기 때문에 돌아와서도 다가갈 수 없는 그 처지에 눈물 흘린다.

 

아마도 망자를 겪은 분들이라면 이 드라마를 보며 그 절절한 마음이 더더욱 클 수밖에 없을 게다. 하지만 저렇게 울다가 진짜 죽을 것 같은 김태희의 눈물이 망자들을 위한 씻김굿 같은 느낌을 준다는 건 이 드라마가 가진 미덕이 아닐까 싶다. 삶과 죽음으로 갈라져 눈물 흘리는 유족을 저 세상으로 떠난 망자가 꼭 안아주는 그런 장면만으로도 충분한 위로와 위안이 느껴져서다.(사진:tvN)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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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바마’, 고보결과 김태희의 육아공감이 더욱 감동적인 건

 

그는 커피 한 잔 마실 시간도 없이 아이 돌보기에 바쁘다. 육아라는 것이 그렇다. 잠깐 고개 돌리고 나면 해야 할 일들이 쏟아진다. 그렇게 정신없이 바쁜 게 육아지만, 안 해본 사람은 그걸 일로도 생각하지 않는다. tvN 토일드라마 <하이바이, 마마!>의 서우 엄마 오민정(고보결)이 그렇다.

 

그런데 오민정은 친엄마가 아니다. 흔히 ‘계모’라 불리기도 하는 새엄마다. 그는 간호사가 되기 위해 애썼고 그래서 간호사가 됐지만 조강화(이규형)와 결혼하면서 일을 그만두었다. 이유는 ‘진짜 서우엄마’가 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육아의 현실이 어디 그리 호락호락할까. 그렇지만 아이가 어질러놓은 걸 치우면서도 그 아이를 보는 오민정의 눈빛은 사랑 가득이다. 계모라는 표현에 우리가 갖게 되는 부정적인 이미지들은 오민정의 경우를 보면 알 수 있듯이 편견이자 선입견에 불과하다.

 

그런 서우의 새엄마 오민정을 죽어서도 떠나지 못하고 옆에서 모두 봐온 차유리(김태희)의 마음은 어땠을까. 그는 아이가 걱정되어 주변을 매돌다가 차츰 오민정을 걱정하기 시작한다. 육아만 하느라 자기 생활이 없는 그가 맨날 혼자 있는 게 걱정된다. 고사리를 좋아하지만 남편이 안 좋아한다는 이유로 해먹지 않는 오민정이 안쓰럽다.

 

차유리는 친한 언니인 고현정(신동미)에게 오민정에 대한 자신의 애틋한 마음을 털어놓는다. “언니 내가 태어나서 누구한테 이렇게까지 고마워한 적은 없거든. 난 다 봤잖아. 옆에서 다. 난 죽어서도 그 사람한테 이 빚 다 못 갚아.”

 

<하이바이 마마>는 죽었던 차유리가 살아 돌아와 49일 간 겪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거기에는 죽은 자를 잊지 못하는 절절한 가족들의 마음과 그 가족 주변을 계속 맴돌며 지켜보는 망자의 시선이 겹쳐진다. 죽음을 경계로 하고 있는 이들의 마음이 담기는 것이니 어찌 먹먹해지지 않을 수 있을까.

 

하지만 조강화가 새로 결혼한 서우의 새 엄마 오민정과 차유리의 관계는 우리가 흔히 보던 친모와 계모의 그런 관계와는 사뭇 다르다. 아내를 잃고 실의에 빠져 있는 조강화가 오민정을 만나 미소 짓는 걸 보며 차유리는 너무나 기뻐한다. 오민정이 자신의 딸 서우를 그토록 챙겨주는 걸 보며 그는 너무나 고맙고 미안해한다.

 

이 드라마에는 자신보다는 타인의 입장을 들여다보려는 인물들이 가득하다. 조강화는 차유리를 잊지 못한 채 살아왔지만 막상 그가 살아 돌아와서도 오민정이 서우의 엄마라는 사실을 분명히 한다. 차유리의 입장도 이해되지만 동시에 오민정을 생각하는 마음이 큰 것이다. 이것은 차유리의 엄마 전은숙(김미경)도 마찬가지다. 딸이 살아 돌아왔지만 그렇다고 딸 입장만 생각하지 않는다.

 

이런 부분은 <하이바이 마마>가 전형적인 이야기 틀을 벗어난 신선한 지점들이 아닐 수 없다. 특히 육아를 통해 차유리와 오민정이 공감하는 대목은, 친모니 계모니 하는 가부장적 사고관의 틀을 깨고 여성이라는 공통된 입장에서의 색다른 연대를 그려내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그거 알아요? 동화에 나오는 계모는 다 못됐어. 왜 다 못됐어? 이을 계 어미 모. 엄마를 잇는 엄마... 근데 다 못됐어.” 술에 취해 오민정이 계모를 그렇게 바라보는 세상에 대해 쏘아붙이자, 다음 날 어린이집에 출근한 차유리는 ‘콩쥐팥쥐’, ‘심청전’, ‘백설공주’, ‘장화홍련전’ 같은 동화책들을 가져와 원장에게 이런 책들은 치워야 한다고 한다.

 

그 책이 뭐가 잘못됐냐고 묻는 원장에게 차유리는 이렇게 말한다. “애들의 상상력을 가두는 책들요. 새엄마는 나쁘다 괴롭힌다 친엄마 없는 애들은 다 불쌍하다. 뭐 이런 사고방식을 애들한테 세뇌시키는 거잖아요. 계모는 다 싸잡아서 나쁜 년 만들고.” 친엄마와 새엄마의 편견을 깬 차유리와 오민정의 끈끈한 관계가 앞으로의 이야기를 더욱 기대되게 만들어주고 있다.(사진:tvN)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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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바이, 마마’, 귀신과의 삼각관계? 황당하지만 보게 만드는 힘은

 

죽었던 아내가 살아 돌아왔다? tvN 새 토일드라마 <하이바이 마마>의 이야기는 여기서부터 비롯된다. 교통사고로 아이만을 살린 채 죽었던 차유리(김태희). 하지만 그는 한번 안아보지도 못했던 딸 서우(서우진) 곁을 떠나지 못한다. 그 충격을 받아들이지 못한 채 방황하던 남편 조강화(이규형)가 오민정(고보결)과 재혼을 했지만 차유리는 이승을 떠나지 못하고 서우와 남편 강화 주변을 맴돈다.

 

사실 산 자를 사랑해 떠나지 못하는 귀신의 이야기는 너무 흔하다. 아주 옛날 <전설의 고향>의 그 많은 원혼들이 그랬고, 영화 <사랑과 영혼(1990)>이 큰 성공을 거둔 후 영혼 소재의 콘텐츠들이 많이도 쏟아져 나왔다. <귀신이 산다(2004)>나 <헬로우 고스트(2010)> 같은 공포가 아닌 코미디 휴먼드라마에 가까운 귀신 이야기들도 적지 않다.

 

<하이바이 마마> 역시 큰 범주에서 보면 이러한 귀신 이야기의 하나로 볼 수 있다. 이 드라마에는 사람만큼 귀신 캐릭터들이 많이 등장하고, 그들은 공포를 주는 존재라기보다는 다만 죽었을 뿐 똑같은 인간적 감정을 가진 존재들로 그려진다. 그러니 이승을 떠나지 못하고 가족 주변을 맴돌고 있는 것일 테니.

 

<하이바이 마마>의 첫 회는 그래서 다소 흔히 많이 봐왔던 귀신 이야기로 흐른 면이 있다. 죽어서도 딸을 걱정하는 엄마 차유리의 애절한 모성이 그것이다. 딸 주변을 맴돌았던 것 때문에 서우가 다른 귀신들을 보기 시작한다는 설정은 차유리를 더 절망적으로 만들고, 결국 신을 저주하기에 이른다. 조강화는 상처를 이겨내고 살아가는 것처럼 보였지만 그게 아니라는 게 차츰 드러난다. 그는 트라우마 때문에 수술방에 들어가지 못하는 의사가 됐다.

 

다소 뻔했던 이야기는 그러나 2회에서 차유리의 신을 향한 저주가 엉뚱하게 49일 동안 육신을 가진 존재로 돌아오게 되면서 색다른 이야기를 변주하기 시작한다. 49일 간 자신이 본래 있던 자리(조강화의 아내이자 서우의 엄마)로 돌아가게 되면 다시 살아갈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하면 어떻게 될지 알 수 없게 된 것. 하지만 문제는 그 자리를 오민정이 이미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귀신(차유리)과 인간(오민정)이 조강화와 서우를 두고 벌이는 삼각관계가 그려진다.

 

다시 살아 돌아온 차유리를 본 조강화는 감정이 흔들릴 수밖에 없다. 하지만 죽었다 돌아왔다는 사실이 그저 기쁜 일일 수만은 없다. 차유리의 절친 고현정(신동미)이 말하듯 그건 무조건 기쁜 일이긴 하지만, 고현정의 남편 계근상(오의식)이 말하듯 새 가정을 꾸린 조강화에게 그 일은 대혼란이 될 수밖에 없는 일이어서다.

 

우연히 서우의 어린이집에서 귀가 도우미로 오인되어 서우와 함께 귀가하는 차유리의 모습은 엄마의 딸에 대한 절절한 애정이 묻어나지만, 이미 죽었던 그가 나타나 아이의 손을 잡고 놀이터에서 노는 장면은 오민정의 관점에서 보면 거의 납치에 가까운 불안감을 줄 수밖에 없다. 그 중간에 놓인 조강화는 돌아온 아내를 본 듯한 기쁨과 그 복잡해진 감정 사이에서 혼란을 겪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하이바이 마마>는 왜 굳이 이런 귀신과의 삼각관계라는 다소 황당한 설정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걸까. 그것은 아마도 사별이라는 우리가 언젠가는 겪게 되는 그 충격적인 경험을 통해 헤어지지 못하는 그 인간적인 아픔을 이해하면서도 결국은 헤어져야 살아갈 수 있다는 그런 이야기를 하려는 것이 아닐까. <하이바이 마마>라는 제목은 그래서 과연 차유리라는 귀신에서 사람으로 살아갈 49일을 얻은 존재가 아이에게 “하이”하고 만났지만 결국 “바이”하고 헤어질 수밖에 없는 그 순리를 말해주는 것만 같다. 물론 결과를 벌써부터 예측하는 건 섣부른 일이지만.(사진:tvN)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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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더’ 엄마는 아이를, 아이는 엄마를 탄생시킨다

“어쩌면 아이가 태어나는 것처럼 엄마도 태어나는 것 같아요.” tvN 수목드라마 <마더>의 수진(이보영)은 그렇게 말했다. 본인은 한 번도 엄마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 적이 없던 수진이었다. 그러던 수진은 결국 엄마가 되어 있었다. 그것도 진짜 엄마가.

결국 진짜 모녀지간이 된 수진에게 윤복(허율)은 묻는다. “엄마 나 처음 봤을 때 불쌍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러자 수진은 이렇게 말한다. “아니 난 나 같은 애가 또 있네 그렇게 생각했어.” 즉 수진이 윤복을 데리고 멀리 도망치려 했던 건 아이가 불쌍해서가 아니라 아이에게서 자신을 발견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되려 윤복은 수진을 불쌍하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가 “애들을 무서워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 긴 여정의 마지막 장면에 들어간 이 대사는 <마더>가 하려던 이야기가 그저 아동학대를 받는 한 아이를 구원하는 이야기에 머물지 않는다는 걸 말해준다. 그건 아이를 구해내는 이야기이면서 동시에 엄마를, 세상을 구해내는 이야기이기도 했다. 돌아보면 이 윤복이라는 아이가 그 많은 상처를 겪어내면서 주변인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만들었는가가 새삼스럽게 다가온다. 수진이 말하듯 윤복을 통해 엄마가 태어났다. 그리고 그건 아직 이 세상이 살만한 곳이라는 걸 증명하는 일이었다. 

수진의 엄마 영신(이혜영)은 진짜 엄마가 무엇인가에 대해 이렇게 말한 바 있다. “여자가 엄마가 된다는 건 다른 작은 존재에게 자기를 다 내어줄 때”라고. 하지만 그건 모성애만을 뜻하는 건 아니다. 세상이 그래도 살만하게 되는 건 엄마가 태어나듯이 타자에게 자신을 온전히 내어줄 수 있을 만큼 따뜻한 인간애를 드러낼 때가 아닌가.

<마더>라는 드라마가 놀라운 건, 마치 엄마라는 존재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면서도 그 엄마의 사랑이 태생적으로 생겨나는 것이 아니라 아이와의 과정을 통해 태어난다는 걸 얘기하려 했다는 점이다. 아이를 두려워하던 수진은 윤복을 만나(그건 어쩌면 또 다른 자기 자신이다) 아이를 사랑하게 되고 그것이 엄마로서의(혹은 한 인간으로서의) 따뜻함을 가진 존재로 태어나게 된다. 

그러니 아이는 ‘키워줘야 될 대상’이 아니고 오히려 부모를 ‘탄생시키는 존재’가 된다. 그건 다름 아닌 세상이 살만한 건 사람들이 여전히 따뜻한 마음을 갖게 만드는 존재로서 아이가 거기 서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마더>에서 윤복은 수진을 구원하는 존재이면서, 동시에 세상을 구원해내는 존재가 된다. 이 드라마에서 어떤 숭고한 종교적인 느낌 같은 걸 갖게 되는 건 이런 아이를 바라보는 남다른 시선이 있어서다.

그러고 보면 이 윤복이라는 아이가 있어 우리는 울고 웃었다. 수진은 이 아이를 통해 부정했던 자신의 구원을 얻었고, 먼저 간 영신은 큰 위로를 받았으며, 뒤늦게 친자식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된 이진(전혜진)과 현진(고보결) 역시 자신들이 분명한 영신의 딸이라는 걸 확인하게 해줬다. 또한 수진의 친모인 홍희의 과거 아이에게 잠금줄을 맸을 때 갇혀졌던 삶 역시 윤복이 열어준 열쇠로 비로소 풀려날 수 있었다. 

그룹 홈에서 윤복을 돌봐주고 그 아픈 상처를 끝까지 보듬어주려 했던 그룹홈 엄마(오지혜)는 끝내 자신을 엄마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윤복을 수진에게 돌려보내는 그 순간에 엄마로 태어난다. 무엇이 윤복에게 진정한 행복을 줄 수 있는가를 알게 되고 결국 보내주는 마음은 저 영신이 말했듯 “다른 작은 존재에게 자기를 다 내어주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순간 아이는 다가와 그룹홈 엄마에게 말한다. “고맙습니다. 엄마.”

도대체 우리는 아이를 어떤 존재로 보고 있었을까. 육아의 현실은 물론 힘겨운 일이고 그래서 그만한 제도적 마련이 절실한 게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아이라는 존재마저 ‘키워내야만 하는 버거운 짐’처럼 여기고 있었던 건 아닐까. <마더>는 그런 점에서 아이라는 존재를 다시금 생각하게 만든다. 아이가 있어 얼마나 많은 것들이 축복받고 있는가를. 세상에 많은 엄마들을, 또 진정한 인간애를 태어나게 하는 존재로서.(사진:tvN)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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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더’ 이혜영이 그려낸 진정한 엄마, 배우의 초상

어째서 이혜영이 하는 대사 한 마디 한 마디가 이토록 가슴을 먹먹하게 할까. tvN 수목드라마 <마더>에서 영신(이혜영)은 결국 모든 이들에게 엄마로서의 사랑이 무엇인가를 보여주고 떠났다. 스스로 얘기했듯 엄마란 낯선 작은 존재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내주는 사람이라는 걸 온 몸으로 증명하듯 살아왔고, 또 그렇게 떠났다. 

누가 진정한 엄마인가라는 진중한 질문을 던지는 <마더>에서 영신이 보여준 면면들은 이 모든 질문에 대한 답이기도 했다. 그는 보육원에 버려진 수진(이보영)을 거둬 자신의 딸로 평생을 돌봤다. 어린 시절 겪은 가정폭력과 그래서 친 엄마가 자신을 버렸다는 그 상처 때문에 수진은 영신으로부터 계속 도망치곤 했지만, 그 때마다 다시 그가 돌아올 수 있었던 건 영신이 항상 그 자리에 굳건히 서서 그를 기다려줬기 때문이었다. 

수진이 윤복(허율)이를 유괴했다는 사실을 알고서도 영신은 자신과 가족들에게 커다란 위험이 되는 걸 감수하면서 수진을 끝까지 보듬었다. 그는 윤복을 낳은 자영은 엄마가 아니며 진짜 엄마는 수진이었다는 걸 증언했다. 수진이 윤복을 자신이라고 느꼈듯, 영신은 수진을 또한 자신이라고 느꼈기 때문이다. 

뒤늦게 밝혀진 사실이지만 수진의 동생들인 이진(전혜진)과 현진(고보결) 역시 영신이 낳은 딸들은 아니었다. 그 사실을 알게 된 그들은 모두 충격에 빠졌지만 그들 모두 영신이 자신의 진정한 엄마였다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간 영신에게 받은 사랑이 너무나 넘쳐났기 때문이다. 부모 자식의 관계는 혈연으로 생겨나는 게 아니라 진정한 사랑으로 만들어진다는 걸 영신만큼 명쾌하게 보여주는 인물이 있을까.

진정한 엄마가 어떤 존재인가를 드러내는 장면은 마치 솔로몬의 선택의 진짜 엄마 이야기를 떠올리게 하는 영신과 수진의 친모 홍희(남기애)가 만나는 대목에서였다. 영신은 자신이 죽으면 수진의 엄마가 되 달라고 부탁했고, 홍희는 그걸 차마 수락할 수 없었다. 그러자 영신이 자신이 살면서 가장 부러웠던 사람이 “수진이 낳은 사람”이라고 말했고, 홍희는 그래도 진정한 엄마는 당신이라는 듯 수진의 배냇저고리와 아기 때 사진을 영신에게 주었다. 서로 자기 자식이라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너무나 애틋하게 수진을 생각해왔을 서로를 알고 있기에 상대방의 자식이라는 걸 말하는 두 사람은 그런 의미에서 진정한 엄마들이었다. 

이혜영이 연기한 영신이라는 인물은 엄마이면서 동시에 배우로서의 아우라를 지닌 존재였다. 물론 그 캐릭터가 가진 매력과 예사롭지 않은 대사들이 만나 만들어낸 힘이 분명하지만, 다름 아닌 이혜영이라는 배우가 아니었다면 이런 아우라가 가능했을까 싶다. 그는 품위와 위엄과 우아함이 넘치면서도 동시에 엄마로서의 절절한 마음을 동시에 드러내주는 쉽지 않은 이 인물을 제대로 소화해냈다. 

무엇보다 영신이 극중에서 연기자라는 사실은 이혜영에게는 남다른 공감대로 다가왔던 면이 있다. 과거 윤복의 존재를 알고 그를 떠나보내기 위해 아픈 이야기를 꺼내야 했을 때, 그가 마치 연극을 준비하듯 거울 앞에서 분장을 하는 모습이 그랬고, 마지막 떠나는 순간 윤복이 읽어주는 <우리읍내>의 에밀리 대사를 속으로 읊조리는 모습이 그랬다. “아 너무나 아름다워 그 진가를 몰랐던 세상이여 안녕”하고 마지막까지 배우로서의 모습을 보이면서도 끝내 “엄마”라고 외쳤던 누군가의 엄마였지만 자신 또한 누군가의 자식이었던 그 모습.

<마더>는 대본과 연출 같은 작품의 완성도도 뛰어났지만 이를 연기해낸 배우들, 이보영, 이혜영, 남기애, 허율 같은 배우들의 놀라운 몰입이 작품을 더욱 빛나게 해줬다. 그 중에서도 엄마이면서 배우로서의 멋진 초상을 만들어준 이혜영의 아우라 넘치는 연기는 작품 전체를 그 따뜻함과 품위로 품어주었다고 보인다.(사진:tvN)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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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부부’, 우리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란

미래에 벌어질 일을 미리 알고 있다는 건 어떤 기분일까. KBS 금토드라마 <고백부부>가 갖고 있는 타임리프 설정은 어쩌면 이 질문에서부터 시작됐는지도 모른다. 힘겨운 현실에 부딪쳐 누구의 잘못도 아닌데 서로의 마음이 다치고 그래서 결국은 이혼이라는 아픈 선택을 했던 부부. 만일 그들이 과거로 돌아가 다시 시작할 수 있다면...

'고백부부(사진출처:KBS)'

분명 현실 걱정할 것 없는 청춘의 시절로 돌아간다는 건 흥분되는 일일 것이다. 하지만 미래에 벌어질 일들을 알고 있는 그들의 청춘이 마냥 좋을 수만은 없다. 특히 마진주(장나라)의 엄마 고은숙(김미경)은 신장염 투석 치료를 받아오다 결국 삶을 등졌다. 그러니 영정사진으로 남은 엄마를 다시 보게 된 마진주의 마음은 남다를 수밖에 없다. 괜히 쳐다보다 눈물을 흘리고, 갑자기 껴안고 평소 같으면 손발이 오그라드는 속 얘기를 한다. 

장모를 바라보는 시선은 최반도(손호준)에게도 특별해진다. 살기 바쁘다는 핑계로 살아생전에 제대로 해주지 못했던 자신이 후회된다. 그래서 괜스레 그 집을 찾아가 선물을 놓고 오기도 하고, 곤경에 처하게 된 장모를 나서서 도와주기도 한다. 아마도 그 시절에는 영원히 함께 할 것 같아서 별 신경을 쓰지도 않았던 일들이 그들에게는 새삼 소중해진다.

물론 미래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안다는 건, 지금은 죽고 못살 것처럼 서로 사랑하는 윤보름(한보름)과 안재우(허정민) 같은 친구의 관계가 훗날 그리 좋은 결과로 이어지지 않을 거라는 걸 안다는 뜻이기도 하다. 또 마진주에게 접근하는 박현석(임지규) 같은 인물이 사실 얼마나 최악인가를 미리 알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물론 자신들의 관계 또한 그렇게 미래의 어느 지점에서 이혼이라는 결정을 내릴 수도 있다는 것도.

그래서 그들은 다른 선택을 하려 한다. 다른 사람을 만나 다른 사랑을 이어가려 한다. 하지만 그들은 또한 알고 있다. 함께 결혼해 살아가면서 아픈 시간들만 가득했던 걸로 기억하지만 사실 그들이 서로를 위해 얼마나 노력해왔는가를. 두 사람의 사랑의 결실로 태어난 서진(박아린)이라는 존재를 아예 없는 것처럼 지워버리고 살아갈 수는 없다는 걸. 

그리고 과거로 와보니 그 젊은 날 두 사람이 어째서 서로 끌렸던가를 새삼 느낀다. 최반도는 민서영(고보결)과 가까이 지내게 되지만 어쩐지 두 사람은 연인 관계라기보다는 그저 오빠 동생 같은 관계처럼 보인다. 마진주에게 무슨 일이 있다면 만사 제쳐두고 달려가는 최반도는 스스로도 알아차린다. 자신이 그를 얼마나 마음에 두고 있는가를.

그래서 과거에서 자신만 혼자 미래의 어느 시점으로 돌아간 최반도는 마치 마진주가 과거로 돌아가 엄마를 만났을 때 그랬던 것처럼, 말없이 그를 껴안고 눈물을 흘린다. 별 특별한 날도 아닌 어느 평범한 아침이지만 최반도는 마진주가 아주 특별한 존재로 느껴진다.

현재에서 과거로, 또 과거에서 미래로 시간을 뛰어넘는 일은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드라마가 이러한 불가능한 장치들을 이용해 우리 앞에 보여주는 건 의외로 큰 울림을 준다. 너무 익숙해졌거나, 아니면 너무 가까워서 별로 소중하게 생각되지 않았던 그 많은 것들이 이렇게 관조적인 시각으로 그 시간들을 되돌려보면 굉장히 소중했던 시간이라는 걸 이 드라마는 확인시켜준다. 

이 모든 걸 겪어낸 마진주와 최반도의 눈물이 남다른 공감대로 다가오는 건 그래서다. 그 때는 몰랐지만 지나고 보니 알겠는 것들. 그래서 왜 그 때 좀 더 잘 하지 못했을까 후회되는 일들. 그런 일들이 바로 지금 우리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흘려보내는 시간들 속에 담겨지고 있다는 것. 그래서 언젠가는 그 때로 되돌아가서라도 다시금 제대로 후회하지 않을 시간을 보내고 싶어질 지도 모른다는 걸 이 드라마는 이들의 눈물을 통해 담아내고 있다.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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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7.11.08 15:03 신고 BlogIcon 유흥알바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잘보고 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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