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혼자 산다', 소소한 이들의 일상에 왜 빠져들게 될까

한국과 카타르의 아시안컵 축구경기가 방영되고 있는 와중에 MBC 예능 <나 혼자 산다>는 14%(닐슨 코리아) 시청률을 기록했다. JTBC 드라마 <SKY 캐슬>이 결방했지만, 대신 편성된 JTBC의 축구중계가 23% 시청률을 낸 걸 생각해보면 <나 혼자 산다>는 이러한 외적인 요인에 의해 그다지 큰 시청률 변동이 없다는 걸 알 수 있다. 오히려 지난주 12% 시청률보다 오른 걸 보면 충성도 높은 고정 시청층에 축구중계에 별 관심이 없는 시청자들까지 더해졌다는 걸 알 수 있다.

시청률이 그리 중요한 지표가 되지 못하는 요즘 같은 시기에 이렇게 굳이 이 수치를 거론하는 이유는 적어도 그것이 <나 혼자 산다>가 가진 충성도 높은 시청층이 존재한다는 걸 보여주기 때문이다. 언제부턴가 시청자들은 <나 혼자 산다>를 챙겨본다. 마치 과거 시즌 종영하기 전 <무한도전>이 그랬던 것처럼.

이 날 방영된 내용이 그리 대단히 새롭거나 특별했던 것도 아니다. <나 혼자 산다>는 이시언이 정들었던 상도하우스를 떠나 새 아파트로 이사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아무렇게나 물건들이 쌓여 있어 발 디딜 틈조차 없던 그 집에서 물건들이 하나둘 정리되고, 나중에 텅 비어버린 집에서 괜스레 울컥해진 이시언이 두꺼비집을 내리며 눈물을 보이는 장면은 짠하게 다가왔다. <나 혼자 산다>를 통해 좀더 주목받게 된 그는 그 집이 복덩이라고 여겼던 모양이다. 그 집에 대한 남다른 고마움과 이별(?)에 대한 아쉬움이 느껴졌다.

그리고 이어진 두 번째 에피소드에는 뉴얼(새 얼간이) 캐릭터로 조금씩 존재감을 드러내는 성훈이 평소 어색한 관계였던 기안84를 찾아가 함께 밥을 먹고 갑자기 떠난 여행에서 패러글라이딩을 하게 되는 이야기를 담았다. 그것 역시 그다지 특별한 이야기라고 할 순 없었다. 다만 두 사람이 조금씩 친숙해져가는 과정이 있었을 뿐이다. 성훈이 어딘가 무식함을 드러내는 대목에서 기안84가 점점 마음 편해하는 모습이 웃음을 줬다.

사실 이런 정도의 에피소드를 갖고 시청률 14%를 낸다는 건 대단히 가성비 높은 성과라고 말할 수 있다. 비교해서 금요일 밤에 방영되는 SBS <정글의 법칙> 같은 경우 그 힘든 정글 속으로 뛰어 들어가는 훨씬 높은 노동 강도를 보여주지만 9% 시청률에 머물고 있다. 도대체 이 차이는 어디서 생기는 걸까.

그건 출연자들에 대한 친밀감에서 생겨난다. 언제부턴가 <나 혼자 산다>는 전현무를 중심으로 박나래, 한혜진, 이시언, 기안84, 헨리 같은 보기만 해도 반가운 느낌을 주는 출연자들과의 친밀감이 생겨났다. 그래서 이들이 그저 동네에서 함께 만나 밥 한 끼를 먹으러 가도 남다른 재미가 생기기 시작했다. 물론 그렇게 된 건 <나 혼자 산다>가 가진 특별한 구성방식과 편집, 자막의 공이 크다.

관찰카메라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기 시작할 때 등장한 프로그램이 <나 혼자 산다>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아직까지 타인의 사생활을 들여다보는 일이 어딘지 불편하게 느껴질 수 있던 그 시절, 이 프로그램은 ‘1인 라이프’라는 취지를 앞세워 관찰카메라를 찍었다. 그러다 점점 관찰카메라가 익숙해지면서 1인 라이프 같은 취지는 그리 중요한 일이 되지 않게 됐다. 이제는 자주 보다보니 남다른 케미들이 만들어지고 그래서 그들의 일상을 들여다보는 일이 마치 우리들의 일인 양 친밀해진 상황이 만들어진 것.

이것은 마치 <무한도전>이 출연자들을 시청자들에게 마치 가족처럼 느끼게 해온 과정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다른 건, <나 혼자 산다>는 그들의 일상 속으로 직접 들어가 캐릭터가 아닌 진짜 모습을 보여준다는 점 정도다. 친숙해진 그들은 이제 어떤 조합으로 만나도 기대감을 갖게 만들었다. 이를테면 이시언과 기안84 그리고 헨리가 ‘세 얼간이’라는 조합으로 묶이고, 박나래와 기안84 그리고 충재씨가 묘한 관계로 얽히는 과정만으로도 흥미롭게 된 것.

게다가 <무한도전>이 가끔씩 무한뉴스를 통해 보여줬던 저들의 실제 생활을 <나 혼자 산다>는 그냥 있는 그대로 관찰카메라를 통해 보여준다. 이시언이 상도하우스를 떠나 새로운 아파트로 이주하는 과정이 시청자들에게도 똑같이 남다른 감흥으로 느껴지는 건 그 과정 하나하나를 봐왔기 때문이다.

여기에 <나 혼자 산다>는 메인 출연자들을 중심으로 그들이 만나는 이들까지 패밀리로 묶어내는 놀라운 확장성까지 갖고 있다. <무한도전>이 가끔씩 ‘친구들’을 불러 오디션을 벌이거나 축제를 벌이는 방식을 통해 했던 ‘외연 넓히기’처럼, <나 혼자 산다>는 화사나 승리, 김충재 같은 주변 친구들을 만나는 것으로 끊임없이 패밀리를 늘려간다. 이러니 이야기는 더더욱 풍부해질 수밖에 없다.

이미 예능 트렌드는 관찰카메라 시대로 넘어왔지만, 그럼에도 시청자들이 여전히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원하는 건 출연자들과의 ‘친밀감’이다. 리얼 버라이어티 시절에도 그랬던 것처럼, <나 혼자 산다>의 출연자들은 어느새 시청자들이 마치 그들과 오래도록 함께 해온 이들 같은 친밀감을 주고 있다. 마치 혼자 사는 이들이라면 느끼고픈 유대감을 대신 만들어주는 것처럼.(사진:MBC)

달라진 예능 트렌드, 전현무·박나래가 제공한 실마리

관찰카메라가 새로운 예능 프로그램의 트렌드로 들어오기 시작하면서 이른바 스타 MC들은 새로운 역할을 요구받게 되었다. 그것은 조금 이율배반적일 수 있지만 여전히 예능적인 강도 높은 웃음을 책임지면서도 동시에 그게 만들어진 것이 아닌 실제 모습을 통해서라는 자연스러움을 더해주는 일이다. 이런 예능의 트렌드 변화를 염두에 두고 들여다보면 MBC 예능 <나 혼자 산다>가 어째서 제2의 전성기를 맞게 되었는지 그 이유가 드러난다. 

기안84의 주식회사 설립을 축하하는 모임은 자연스럽게 크리스마스 파티로 이어지고, 식순에 따라 벌어진 장기자랑 시간에는 놀라운 분장쇼들이 등장한다. 단연 주목을 끄는 인물은 전현무와 박나래다. 전현무는 최근 <보헤미안 랩소디>의 인기로 최고 패러디 대상으로 떠오른 프레디 머큐리를 재연함으로써 폭발적인 웃음을 만들었고, 박나래는 출연자들의 운세를 읽어주는 것만으로 또 왁스 패러디로도 포복절도의 웃음을 주었다.

사실 분장쇼라는 것이 자연스럽게 보이기는 어렵다. 그건 마치 <개그콘서트> 같은 코미디 프로그램의 분장쇼를 연상시키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나 혼자 산다>의 무지개 회원들 사이에서는 이러한 분장쇼마저 자연스럽게 다가온다. 그건 마치 친한 친구들끼리의 파티에서 저마다 콘셉트로 준비해와 보여주는 쇼처럼 느껴지는 면이 있다. 

또 이들이 나란히 일렬로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고 한 명씩 운세를 읽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그 풍경 또한 자연스러운 장면은 아니다. 모든 출연자들이 전면에 있는 카메라를 보고 있는 장면은 리얼 버라이어티 시절에 단골로 등장하던 모습이 아닌가. 하지만 <나 혼자 산다>는 그것마저 자연스럽게 느껴지게 만든다. 그 곳이 스튜디오가 아니라 기안84의 새로 낸 사무실이라는 사실이 그 자연스러움을 더해준다.

평상시에는 누군가의 일상을 들여다보는 영상물들을 고정 출연자들이 보면서 이런 저런 멘트를 더하는 방식을 보여주지만, 가끔씩 스튜디오에서 찍히는 이들만의 세계도 이제는 인위적인 느낌이 거의 없어졌다. 마치 실제로도 친한 연예인들이 스튜디오에서 만나 찍어온 영상들을 보면서 그 일상을 공유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처럼 보인다. 과거에 그들이 함께 겪었던 일들이나 봤던 영상들은 그래서 그 새로운 영상 위에 또 얹어지고 그런 이야기들은 이들의 친분과 친숙함을 더해준다. 

중요한 건 이처럼 자연스러운 관찰 카메라의 리얼함을 확보하면서 그 위에 얹어지는 전현무나 박나래 같은 프로 예능인들의 남다른 예능감이다. 그들은 분장쇼처럼 설정된 쇼를 강도 높은 웃음으로 보여주면서도 그것이 그저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그들의 실제 일상이라는 느낌을 준다. 그건 아마도 그들의 진짜 모습일 게다. 늘 누군가를 즐겁게 해주는 일이 자신의 일상이 되어 있는.

<나 혼자 산다>는 애초에 전체 가구의 4분의 1이 혼자 사는 시대를 맞이하게 됐다는 걸 명분으로 세우며 연예인들의 1인 라이프스타일을 관찰카메라 형식으로 들여다보는 프로그램으로 시작했다. 하지만 지금은 혼자 사는 다양한 연예인들의 1인 라이프보다는 이제 친숙해진 출연자들, 이를 테면 전현무부터 기안84, 박나래, 한혜진, 이시언, 헨리를 주축으로 만들어가는 이야기에 더 천착한다. 관찰카메라로 친밀해진 이들은 이제 그 리얼한 실제 모습 위에 서로가 서로에게 더 재미있는 웃음을 주려는 모습을 더해 넣는다. 예능적인 강도와 함께 자연스러움이 만들어지게 된 이유다.

올해 MBC 예능대상에서 전현무와 박나래가 왜 대상후보에 올랐는가를 <나 혼자 산다>를 보면 잘 알 수 있다. 이 두 인물은 자신의 리얼한 일상 속에서의 모습을 공유하면서 저마다 예능인으로서의 확실한 웃음을 책임지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관찰카메라 시대에 부응하면서도 확실히 강도 높은 웃음을 주는 것. 달라진 예능 트렌드 속에서 고민될 수밖에 없는 예능인들에게 이들만큼 실마리를 제공하는 인물들이 있을까.(사진:MBC)

‘유퀴즈’의 유재석과 대비되는 연예인 관찰카메라의 문제들

이른바 관찰카메라가 예능의 트렌드라고 한다. 그래서 가끔 상상해본다. 유재석이 관찰카메라에 출연한다면 어떨까. 그럴 일은 결코 없을 것이다. 유재석 스스로도 관찰카메라에는 일절 모습을 내비친 적이 없기 때문이다. 또 아내 나경은이 유재석과 함께 방송에 나오는 경우도 거의 보지 못했다. 유재석 개인의 선택이겠지만, 그는 관찰카메라 앞에는 서지 않으려 한다. 

그것은 리얼 버라이어티 시대의 주인공이었던 것과도 무관하지 않다. 그는 그 캐릭터쇼 시대를 이끈 주역이다. ‘유느님’은 그의 캐릭터이고 우리는 유재석을 보며 이제 당연히 그 캐릭터를 본다. 거의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듯한 적재적소의 진행 능력을 보이고, 도저히 예능이라고 보기 어려울 도전들도 노력에 노력을 거듭해 결국은 수행해낸다. 

하지만 무엇보다 대중들을 감탄하게 만드는 건 방송 외적으로도 귀감이 되는 그의 행보다. 방송을 통해서도 슬쩍 슬쩍 보이지만 소소한 것까지 챙기는 배려가 행동에 묻어나고, 가끔 뉴스를 통해 전해지는 미담은 일회적인 게 아니라 지속적이라는 점에서 우리를 놀라게 한다. <무한도전>을 통해 구축된 그의 캐릭터는 제 아무리 관찰카메라 시대로 바뀌었다 해도 여전히 그대로이고, 또 대중들도 그 캐릭터를 원한다. 

tvN에 첫 출연하며 시도하는 <유 퀴즈 온 더 블럭>은 그런 점에서 보면 유재석이 이 관찰카메라 시대에 어디까지를 허용하고 어디까지를 지켜나가고 있는가를 잘 보여준다. 그는 캐릭터를 버리지 않았다. 그래서 길거리라고 해도 조세호와 합을 맞춰 캐릭터쇼를 구사한다. 조세호를 구박하기도 하고, 말 많은 그의 캐릭터를 만들어내기도 하면서 예능적인 재미를 만들어낸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가 관찰카메라 시대의 변화들을 전혀 받아들이고 있지 않다는 뜻은 아니다. 그가 스튜디오가 아니라 대중들이 있는 길거리로 나서고, 연예인들이 아니라 보통 사람들을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담겠다고 선언한 건, 관찰카메라 시대의 변화들을 그 역시 받아들이고 있다는 뜻이다. 유재석은 자신의 예능적인 캐릭터를 유지하고 길거리로 나서지만, 거기서 벌어지는 일들은 관찰카메라 시대의 리얼한 해프닝과 사연들을 담아낸다. 

무엇보다 중요한 변화는 주인공이 바뀌었다는 점이다. 리얼 버라이어티쇼 시대에 주인공이란 그 캐릭터를 구사해 웃음을 주는 MC들이었다. 그래서 이른바 ‘스타 MC’들이 탄생했다. 유재석도 그 중 한 명이었다. 하지만 관찰카메라 시대의 주인공은 그들이 아니다. 오히려 그들이 길거리에서 만나는 사람들이다. 오래도록 한 자리를 지키고 있던 열쇠가게 노점을 하는 아저씨나 대학가에서 오래도록 장사를 해 모르는 학생과 교수가 없을 정도라는 슈퍼 아주머니가 그 주인공들이다. 유재석과 조세호는 물론 이동 간에 캐릭터쇼적인 재미를 만들고, 또 프로그램의 형식이 퀴즈쇼로 되어 있어 일종의 진행을 하게 만들지만, <유 퀴즈 온 더 블럭>이라는 프로그램의 진짜 주인공들은 바로 그 보통의 시민들이다. 

여기서 거꾸로 관찰카메라 형식을 갖고는 있지만 캐릭터쇼 시대에 머물러 연예인들에 집중하는 프로그램들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이른바 ‘연예인 관찰카메라’들은 최근 은근히 많이 쏟아져 나오고 있고, 그만큼 시청자들의 불만도 많아지고 있다. 그런 ‘연예인 관찰카메라’들은 그럴 듯한 명분을 갖고 시작하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면 결국 연예인 홍보 프로그램과 그다지 다르지 않다는 걸 발견하게 된다. 시청자들이 불편함을 호소하는 건 바로 그 지점이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유 퀴즈 온 더 블럭>을 통해 보여지는 유재석의 행보가 눈에 띈다. 한때 리얼 버라이어티쇼의 시대가 만들어냈던 이른바 스타 MC들은 이 관찰카메라 시대에 어떤 변화들을 추구하고 있을까. 혹 관찰카메라라는 형식 속으로 들어와 리얼 버라이어티 시대의 자기 중심적 프로그램을 계속 하고 있는 건 아닐까. 그건 시대에 역행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런 의미에서 유재석이 관찰카메라를 하는 건 보고 싶지 않다. 물론 그럴 일도 없겠지만.(사진:tvN)

관찰카메라, 무엇을 어떻게 관찰할 것인가

어느새 관찰카메라가 예능의 새로운 트렌드가 되었다. 지상파에서 본격적으로 관찰카메라를 시도했던 MBC <나 혼자 산다>가 처음 시작했을 때만 해도 여전히 누군가의 사생활을 관찰한다는 것에 대한 불편함이 존재했다. 그래서 이 프로그램은 전체 가구 수의 4분의 1이 1인 가구라는 걸 전면에 내세웠고, 그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인 1인가구의 삶을 들여다본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하지만 지금의 <나 혼자 산다>에 굳이 ‘1인 가구’의 이야기가 내세워지지 않는 걸 보면 달라진 관찰카메라에 대한 대중들의 체감을 느낄 수 있다. 어느새 관찰카메라의 관찰이 주는 불편함에 다소 둔감해져 있다는 것이다. 

어쨌든 트렌드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기 마련이다. 관찰카메라는 영상이 일상화된 시대에 어쩔 수 없는 흐름이다. 누구나 영상을 만들기도 하고 또 게재하기도 하는 시대에 영상의 ‘리얼리티’ 추구는 당연해지기 때문이다. 대중들은 기획되어 만들어진 영상을 더 이상 신뢰하지 않게 되었다. 또한 사생활을 노출하는 일도 이제는 일상화되어버렸다. 그 많은 프사들과 음식점 사진들이 그걸 말해준다. 리얼리티 추구와 사생활 노출에 대한 둔감해진 감각은 그래서 관찰카메라가 트렌드로 설 수 있게 된 이유가 되었다.

중요한 건 관찰카메라라는 형식이 아니라, 거기에 무엇을 어떻게 담을 것인가다. 과연 지금의 예능들은 제대로 관찰카메라를 활용하고 있을까. 꼭 그렇지는 못한 것 같다. 관찰카메라에 대한 만만찮은 불편함들이 호소되고, 심지어 논란으로도 비화되고 있으니 말이다. 최근 김재욱 박세미 부부가 악마의 편집이라고 주장해 논란이 됐던 MBC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는 관찰카메라가 무엇을 어떻게 관찰해야 하는가의 문제를 잘 드러내고 있다. 

이 프로그램이 관찰하려고 하는 소재는 충분히 공감 가는 부분이 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우리네 시댁 문화의 ‘이상함’을 며느리 입장에서 담아보겠다는 취지가 들어 있어서다. 하지만 그것을 담는 방식에 있어서는 여타의 관찰카메라들이 그러하듯이 자극적인 장면들의 편집 나열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문제는 당연히 드러날 수밖에 없지만, 그 문제에 어떻게 접근하고 나름대로의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한다는 건, 자칫 거기 출연한 이들에 대한 폭로를 통한 공격으로만 끝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나마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는 그 관찰하려는 대상의 공감대라도 있는 편이다. 하지만 SBS <미운 우리 새끼>는 왜 시청자들이 이런 관찰을 해야 하는가 하는 의구심을 남긴다. 물론 예능이니 재미를 위해 관찰한다고 말할 수는 있을 게다. 하지만 때론 이 프로그램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기이한 행동이나, 여전히 결혼만을 지상과제로 드러내며 출연한 여성들을 모두 며느리감 보듯 하는 엄마들의 모습이 재미보다는 불편함을 주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 프로그램에서는 무엇을 관찰할 것인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잘 느껴지지 않는다. 

반면 예능적인 재미를 추구하고 있지만 거기서 새로운 관계가 만들어내는 훈훈한 의미들을 뽑아내는 MBC <전지적 참견 시점>은 ‘무엇을 어떻게’ 관찰하느냐에 대한 고민이 느껴진다. 그 많은 연예인(혹은 가족까지) 출연 관찰카메라에 대한 대중들의 불편한 시선들이 있지만, <전지적 참견 시점>이 그런 불편함을 주지 않는 건 여기 등장하는 연예인과 매니저의 관계가 주는 훈훈함을 포착하고 있어서다. 어찌 보면 수직관계일 수 있는 연예인과 매니저이지만, 마치 한 가족 같고 좋은 선후배 같은 그 관계를 보면서 이 프로그램은 우리네 관계에서도 생각할 거리를 만들어준다. 

<나 혼자 산다>가 가진 호불호는 그 재미와 공감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고 있어서다. 어느 순간부터 고정 출연자들이 계속 돌아가며 보여주는 그들의 일상은 그 자체로는 충분히 재미와 웃음을 주지만, 그게 반복되다 보면 ‘저들만의 세상’을 우리가 왜 보고 있어야 하는가하는 생각을 갖게 만들기도 한다. 

결국 관찰카메라는 누군가의 사생활을 들여다볼 수밖에 없다. 그래서 재미만을 추구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건 도촬과 관음증의 재미일 수밖에 없어서다. 관찰카메라가 재미 그 이상의 의미를 도출해내지 못하면 논란에 빠지게 되는 이유다. 또 어떤 방식으로 관찰하는가의 문제 또한 중요하다. 그저 들여다보는 것만으로는 당장의 자극적인 재미를 얻을 수 있을지 모르지만, 만만찮은 반감 또한 만들어낼 수 있다는 걸 이제는 고민해야할 시점이다.(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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