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조선의 좀 더 센 관찰카메라, 트로트 오디션, 막장드라마의 파괴력

 

솔직히 말해 TV조선이 이렇게 막강한 콘텐츠 파워를 보여줄 것이라고는 기대하지 않았다. 워낙 보수언론의 색깔이 강하고, 채널 또한 그런 정치적 색깔들에 편향된 방송들을 계속 쏟아냈던 게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방송사라기보다는 또 다른 보수 언론 채널 같은 느낌이랄까. 그래서 TV조선 채널을 선택하는 건 마치 '정치적 성향'을 드러내는 일처럼 보여 꺼려지는 면이 있었다.

 

지금도 완전히 그 느낌이 사라진 건 아니지만, 그래도 이제는 콘텐츠들이 눈에 띈다. 정치적 성향과는 상관없이 인구에 회자되는 프로그램들도 점점 늘어났다. 이것이 사실이라는 건, 일주일간의 시청률 표를 보면 단박에 드러난다. 월요일에 방영되는 <우리 이혼했어요>가 7%대(닐슨 코리아)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고, 화요일에 방영되는 <세상 어디에도 없는 아내의 맛>은 8%대 시청률이다. 수요일은 <뽕숭아학당>이 12%대 시청률을, 목요일에는 <미스트롯2>가 무려 26%대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다.

 

주말에는 주로 주중 프로그램의 재방송이 괜찮은 성적을 내고 있었지만, 최근 시작한 막장의 대모로 불리는 임성한 작가의 복귀작 <결혼 작사 이혼 작곡>이 TV조선 드라마 사상 최고 시청률인 7%대를 넘어서며 이 시간대마저 채워놓고 있다. 이 정도면 종편 채널에서 초반부터 지금까지 완성도 높은 예능, 드라마 같은 콘텐츠로 도드라진 행보를 보였던 JTBC를 충분히 위협하는 수준이다. 어떻게 이런 드라마틱한 변화가 가능했을까.

 

그 중심에는 SBS에서 이적한 후 강력한 마라맛으로 TV조선의 콘텐츠들을 세워놓은 서혜진 제작본부장이 서 있다. 2018년에 TV조선으로 옮긴 그는 그의 장기라고 할 수 있는 '독한 관찰카메라'로 <아내의 맛>을 선보이며 시선을 끌기 시작했다. 논란과 비판이 쏟아졌지만, 워낙 센 소재와 연출을 해왔던 그는 여기서 <연애의 맛> 같은 프로그램을 파생시키며 TV조선에도 보수 정치 콘텐츠만이 아닌 예능 같은 콘텐츠가 있다는 걸 상기시켰다.

 

그리고 <내일은 미스트롯>으로 홈런을 때리고 난 후, <미스터트롯>까지 연결해 트로트 오디션을 하나의 트렌드로까지 만들었다. <미스터트롯>이 탄생시킨 톱7(후에는 김호중이 빠진 톱6가 됐지만)을 출연시킨 <뽕숭아학당>이 자리를 잡았고, 트로트 오디션은 다시 <미스트롯> 시즌2로 이어지면서 그 힘을 이어갔다. 여기에 임성한 작가의 복귀작이라는 드라마의 승부수까지 던졌다. 예능에 이어 드라마까지 일주일의 라인업이 생겨난 것.

 

이게 가능해진 건 서혜진 본부장이 본래 갖고 있던 '독한 성향'이 TV조선이라는 플랫폼과 맞아떨어진 면이 있어서다. 사실 SBS에서도 <스타킹>이나 <동상이몽 괜찮아 괜찮아> 같은 프로그램들을 했지만, 늘 독한 선택과 연출은 SBS라는 플랫폼과 마찰을 일으키곤 했다. 시청자들의 논란이 자주 벌어졌고, 그 때마다 방송사는 화제가 오르긴 했지만 불편한 입장을 드러내곤 했다.

 

하지만 TV조선은 다르다. 종편 채널이라는 지상파에서 한 발 벗어난 지점에 놓여 있는데다, 중장년 보수층을 주요 시청층으로 갖고 있다는 사실은 서혜진 본부장의 '마라맛' 콘텐츠들이 통하게 된 이유가 됐다. 자극이나 논란은 TV조선으로서는 불편함이 아니라 화제성의 불꽃이 됐고, 대중들의 질타와 비판에도 물러서지 않고 끝까지 밀어붙이는 서혜진 본부장의 스타일은 TV조선의 색깔과도 잘 어울렸다.

 

그가 기획해서 꺼내놓은 프로그램들의 면면을 보면, 보통 지상파 같은 채널에서라면 "이걸 해도 될까" 싶은 그런 소재나 연출을 저들이 고민할 때 그는 일단 시도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물론 이런 고민의 차이는 플랫폼이 가진 특성이 작용한 결과다. 즉 어떤 콘텐츠가 지상파에서는 절대 할 수 없는 것이라도, 이제는 다른 플랫폼에서는 오히려 환영받는 '다채널' 시대에 우리는 들어와 있다. 그래서 서혜진표 마라맛 콘텐츠들은 지상파나 케이블의 관점에서 보면 '논란'이 야기될 수밖에 없지만, TV조선 같은 보수성이 짙은데다, 어떠한 논란에도 흔들리지 않는 채널에서는 오히려 힘을 발휘하게 된다.

 

물론 이러한 서혜진표 콘텐츠들이 가진 보수성이나 자극성은 여전히 비판의 소지가 높고, 어떤 것들은 마치 '판도라의 상자'를 열어버린 것 같은 문제를 내포하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적어도 그것이 TV조선이라는 채널에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여기서 우리가 생각해야할 것은 이제 지상파만이 아니라 케이블은 물론이고 종편 게다가 OTT를 통해 해외의 콘텐츠들까지 안방으로 들어온 '다채널 시대'에 콘텐츠는 콘텐츠 자체만이 아닌 플랫폼과의 궁합에 그 성패가 갈리기도 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모두가 동일한 콘텐츠의 목표를 세울 것이 아니라, 다채널 시대의 다양성에 맞게 콘텐츠 전략을 세워야 하는 시대에 들어섰다. 그것을 한 때는 그토록 논란과 비판으로 점철되어 있었지만 이제 그것을 하나의 힘으로 만들어낸 서혜진표 콘텐츠는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사진:TV조선)

'우이혼'의 호불호는 엇나간 관점에서 생긴다

 

TV조선 예능 <우리 이혼했어요>는 첫 회를 시작하며 스튜디오에서 이를 관찰하는 MC들인 신동엽과 김원희의 프로그램에 대한 반응을 먼저 보여준다. '할리우드'에서나 나올 법한 이혼이라는 소재를 우리도 하게 됐다는 사실에 적이 놀라는 신동엽의 반응은 이 프로그램이 가진 관찰의 시선을 어느 정도는 예감하게 만든다.

 

이혼이라는 소재를 과감히 끌어왔다는 사실은 <우리 이혼했어요>가 가진 파격을 드러내지만, 어쩐지 계속 들여다보며 시청자들은 이것이 이혼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이혼 커플이 다시 만나 느끼는 감정(그것이 연애감정이든, 아니면 전 부부였던 관계가 남긴 감정이든)에 대한 이야기이고 나아가 '재결합'을 원하는 이야기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갖게 만든다.

 

이영하와 선우은숙은 어딘지 어색하고 냉랭한 관계가 여전하다. 그래서 함께 뱅쇼를 마시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보이다가도 과거 남편이 내 편이 아닌 남의 편처럼 느껴졌던 일들을 꺼내놓으며 다시 관계는 원상태로 돌아간다. 이런 분위기를 풀어주는 건 손녀와 아들, 며느리와 함께 보내는 시간들이다. 그런 자리에서 선우은숙은 실제로 이 프로그램에 출연하기를 잘했다며 이러한 소통과정을 통해 자신이 치유되는 느낌이라고 속내를 털어놓는다.

 

여기서 흥미로운 건 며느리가 시부모의 이혼에 대해 스스럼없이 자신의 생각을 말하는 모습이다. 며느리의 이런 모습은 이혼에 대해 그다지 편견이나 선입견이 없는 그의 태도를 보여준다. 하지만 이런 영상 속 등장하는 며느리의 쿨한 태도를 스튜디오에서 관찰하는 신동엽이나 김원희는 보여주지 못한다. 이들의 관점은 여전히 이혼을 삶의 한 선택으로 받아들이기보다는, 어쩌다 저런 이유로 이혼까지 하게 된 것에 대한 안타까움에 머물러 있다.

 

그래서 신동엽도 김원희도 그 보수적인 관점 속에서 이영하가 음식을 며느리와 선우은숙에게 나눠주는 장면을 그저 평범한 인간적인 매너로 보지 않는다. 그것이 애정이 담긴 사랑의 마음으로만 보려하고, 그래서 이영하와 선우은숙의 어색한 관계를 풀어주는 손녀의 등장을 '큐피드'에 비유한다. 자꾸만 그 손녀가 '뽀뽀해'를 요구하라 이야기하는 신동엽의 멘트는 그래서 호불호가 갈릴 수밖에 없다. 여전히 이혼에 대한 보수적인 관점을 가진 이들에게는 미소지으며 볼 수 있겠지만 이혼도 하나의 선택이라 보는 관점에서는 그런 관점이 불편하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최고기와 유깻잎의 영상물 앞에서 신동엽과 김원희의 보수적인 관점은 더더욱 호불호를 극명하게 만들어낸다. 이들은 너무 일찍 결혼해 아이까지 가졌지만 양가의 갈등이 커지고, 유깻잎이 독박육아를 하며 힘겨워했던 시기에 최고기가 사실상 방임을 했다는 사실에 이혼을 하게 됐다. 아이를 홀로 키우며 전처이자 아이 엄마의 빈자리를 실감하는 최고기는 조금씩 '재결합'에 대한 마음을 드러내지만 유깻잎은 여전히 최고기에 대한 신뢰가 없다. 그래서 철벽을 치고 선을 긋는다.

 

사실 최고기와 유깻잎의 이혼은 당사자들의 현실 때문에 그들 스스로 선택한 결과다. 그래서 아마도 이 프로그램에 출연하지 않았다면 두 사람이 '재결합'을 운운하는 일이 생겼을 리가 없을 게다. 당사자들의 문제도 문제지만, 너무나 완강한 가부장적 사고관을 가진 최고기의 아버지나 결코 그것이 바뀌지 않을 거라며 재결합을 반대하는 유깻잎의 어머니 같은 양가의 문제는 쉽게 넘을 수 있는 장벽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데 굳이 방송에 등장하면서 이들의 '재결합'을 바라는 관점들이 몽글몽글 피어났다. 물론 재결합을 하던 안하던 그건 제3자가 상관할 일이 아니지만, 프로그램에서 신동엽과 김원희는 대놓고 이들의 재결합을 간절히 바라는 관점을 드러낸다. 그것은 전혀 이 프로그램이 애초에 기대하게 만들었던 이혼에 대한 새로운 관점이 아니다.

 

사실 영상 속에 등장하는 이영하, 선우은숙이나 최고기, 유깻잎이 이혼 후에도 다시 만나 함께 식사를 하고 대화를 나누고 하는 모습들은 그 자체로 의미 있는 일이다. 이혼이 모든 관계의 끝을 얘기하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이혼하고도 아이들이 있는 가정은 부모로서 보다 쿨한 관계를 유지하며 서로를 지지하고 응원할 수 있어야 바람직한 관계가 될 테니 말이다.

 

그런데 그 이혼 후에도 만나서 서로 간의 애정이 아닌 한 인간으로서 서로를 이해하고 응원하는 그런 과정들을, 스튜디오에서 '재결합' 운운하며 설레발을 치는 건 그들이 선택한 삶에 대한 지나친 간섭이 아닐까. 관찰카메라는 그걸 관찰하는 주체가 어떤 관점을 드러내느냐가 그 프로그램의 시각을 만든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과연 이런 시각으로 봤을 때 신동엽과 김원희의 관점은 <우리 이혼했어요>가 애초 기획하려 했던 이혼에 대한 편견과 선입견을 깨겠다는 취지에 부합한다 말할 수 있을까. '우리 이혼했어요'라고 당당히 말할 수 있는 관점으로 이 프로그램이 이혼을 다루길 바란다. '하지만 재결합을 원해요'라는 엇나간 관점을 보태기보다는.(사진:TV조선)

'금쪽같은 내 새끼', 관찰카메라의 자극 대신 공감 코칭 선택

 

이른바 '육아예능'이 쏟아져 나왔던 건 관찰카메라라 불리며 사실은 리얼리티쇼를 시작한 우리네 예능가가 그 안전한 선택으로서 '육아'를 가져왔기 때문이었다. MBC <아빠 어디가>가 그 시작이었다면, KBS <슈퍼맨이 돌아왔다>가 그 바통을 이어받았고 SBS <오 마이 베이비>가 등장하면서 육아예능의 트렌드가 만들어졌다. 

 

하지만 지금 육아예능은 한 풀 꺾인 상태다. <아빠 어디가>는 일찍이 종영했고 <오 마이 베이비>도 버티다 종영을 선택했다. <슈퍼맨이 돌아왔다>만이 주말시간대의 시청률을 가져오면서 지금껏 힘을 발휘하고 있다. 하지만 육아예능이 이렇게 예전만 못해진 건, 애초 육아의 버거움을 예능적인 툴로 담아내겠다던 취지가 점점 희석되고, 보다 예능에 맞춰진 이벤트가 많아지면서 공감대 역시 사라졌기 때문이다. 연예인들의 육아와 특히 아빠들의 잠깐 체험하는 육아가 보통 사람들의 육아와는 다르다는 점도 공감이 사라진 이유가 됐고, 어떤 경우에는 그들만의 육아로 시청자들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주는 불편함을 안기기도 했다.

 

그런 점에서 오은영 박사가 주축이 되어 진짜 리얼 육아의 일상을 관찰카메라로 보면서 공감가는 코칭을 더해주는 채널A <요즘 육아–금쪽같은 내 새끼>는 앞에서 거론한 육아예능들과는 차별화된 느낌으로 다가온다. 이벤트적인 예능적 성격은 거의 들어내고 오롯이 리얼 육아 속에서 벌어지는 많은 고민들을 있는 그대로 관찰카메라에 담아내지만, 그러면서도 자극적인 시선을 지워내려는 노력이 엿보인다. 

 

개그우먼 허민과 야구선수 정인욱 편에서 동생이 생겨 질투가 폭발한 첫째 아이가 동생을 안고 있는 할아버지에게 짜증을 내고 발로 차기도 하며 심지어 모빌을 집어 던지는 행동을 한 후 엄마한테 "할아버지가 발로 찼다"고 거짓말을 하는 행동을 담아내는 영상이나, 그걸 보고 코칭을 해주는 오은영 박사의 방식은 자극보다는 공감이 먼저였다. 

 

아이를 이름으로 부르지 않고 '금쪽이'라고 표현하는 데서부터 알 수 있듯이 방송은 여기 관찰카메라에 담기는 이들을 최대한 보호하려는 태도를 보인다. 또 문제행동을 하는 아이의 모습이 비춰질 때 스튜디오에서 그걸 보는 패널들은 놀라면서도 자신들 역시 그런 경험을 했다는 걸 드러내면서 그것이 그 집만의 특별한 문제가 아니라는 걸 공유한다. 이렇게 출연자의 개인사를 담아내면서도 거기 등장하는 문제를 보편적인 시선으로 끌어안는 방송의 태도는 이 육아예능이 진짜 육아에 대한 진심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또한 개그우먼으로서 사회생활을 하다 아이를 낳고 육아를 하게 되면서 경력이 단절된 상황을 겪고 있는 허민의 입장을 통해, 같은 처지에 놓여 있을 분들과의 공감을 끄집어내는 부분도 주목할 점이다. 두 아이를 동시에 돌봐야 하는 독박육아가 엄마에게도 아이에게도 얼마나 힘든가를 보여주면서 시아버지와 남편 같은 가족의 도움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는 사실을 영상은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무엇보다 이 프로그램의 이런 분위기의 중심을 잡아주는 건 오은영 박사다. 그는 그 관찰카메라 속에서 아이가 하는 행동이 왜 일어나는가를 공감하면서도 전문가로서 그 시기가 되면 무조건 받아주기보다는 '금지'되는 것도 알아야 하고 '훈육'도 필요하며 집안 내 서열도 인지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동생을 가족으로 따뜻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도 제공해준다. 아이와 있는 그대로 솔직하게 소통하고 또 육아에 조금씩 참여시켜 동생을 가족으로 받아들일 수 있게 해주며, 가족 간의 스킨십을 통해 서열도 자연스럽게 알려주는 방식이 그것이다. 

 

사실 최근 들어 관찰카메라는 점점 자극적인 소재와 연출로 흘러가는 중이다. 한때는 이 형식이 갖는 사생활 엿보기의 불편함을 상쇄하기 위해 소재로 선택한 육아예능의 경우도 그것이 과연 재미 그 이상의 정보적 가치를 주고 있는가 하는 의문을 갖게 된 지 오래다. 그런 점에서 <요즘 육아-금쪽같은 내 새끼>는 진심이 느껴지는 진짜 육아예능의 면모를 보여주는 프로그램이다. 보면서 안타까운 현실을 공감하기도 하고 그걸 넘어서는 가족애의 감동을 전하기도 하며, 무엇보다 제대로 육아에 도움 되는 정보들을 전해주는 그런 프로그램.(사진:채널A)

'60세 미만 출입금지', 관찰카메라란 이런 것이다

 

EBS 다큐프라임이 2회 분량으로 담아낸 <60세 미만 출입금지>는 60대의 독거여성 세 명의 셰어하우스 한 달 살기를 담았다. 사는 곳도 다르고 살아온 방식도 다른 세 사람. 62세 사공경희씨는 결혼을 하지 않은 미스로 지금껏 홀로 살아왔고, 65세 김영자씨는 함께 가족과 살아오다 이제 혼자 산지 두 달째를 맞이했다고 한다. 반면 영자씨와 나이가 같은 이수아씨는 13년째 혼자 살아오며 어딘지 삶이 '엉망진창'이 됐다고 토로한다. 가족도 친구도 점점 사라졌다고.

 

첫 날 셰어하우스에서 만난 세 사람은 어색하기가 이를 데 없다. 너무 다른 삶을 살아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하루하루가 지나면서 이들은 급속도로 가까워지고 한 달을 지내고 나서는 거의 친자매이자 평생 친구 같은 정을 느끼는 사이가 된다. 이들은 60세 이상, 여성, 독거라는 공유지점을 갖고 있어 금세 친해진다.

 

사실 관찰카메라 형식을 하고 있지만 <60세 미만 출입금지>는 너무나 편안하게 흘러가는 일상들을 담담하게 담아낸다. 세 사람이 함께 와인을 마시는 장면에서 제대로 코르크를 따지 못해 안으로 밀어 넣으며 깔깔 웃는 모습은 여느 관찰카메라 프로그램에서라면 뭐 그리 대단할까 싶지만, 이 프로그램에 보는 이들이 미소 지을 정도의 감흥을 준다. 그것은 60세 이상, 여성, 독거라는 공유지점이 그 웃음 하나에도 남다른 느낌을 선사하기 때문이다.

 

어딘지 대장역할을 하는 영자씨와 그 관계 자체가 너무나 소중해 잘 받아주는 수아씨 그리고 똑 부러져 보이는 모습에 동생으로서 언니들을 잘 챙겨주는 경희씨. 소소한 셰어하우스의 일상들 속에서 이들이 왜 이런 성격을 갖게 됐는가도 조금씩 드러난다. 점점 가까워지면서 혼자만 갖고 있었던(어쩌면 가족들에게도 하지 않았던) 속내 이야기들을 이들을 풀어놓는다.

 

큰 아이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아이들을 위해 이혼은 안했지만 사실상 남편과 따로 살며 혼자 아이들을 키웠다는 영자씨는 그래서 엄마처럼 나서서 리더역할을 하고 있었고, 어려서부터 가족들도 다 서울로 가고 혼자 남아 아버지와 전학까지 가면서 친구도 없어져 점점 말을 못하게 된 것이 자아로 형성되었다는 수아씨는 혼자 사는 게 익숙하지만 그게 힘들기도 하다. 그래서 밤이면 TV를 켜놓고 잔다고. 물에 들어가는 것도 또 병원에 혼자 가는 것도 무서워하는 경희씨는 언니들이 있어 든든해한다.

 

<60세 미만 출입금지>가 관찰카메라 치고는 너무나 담담하지만 그러면서도 남다른 삶의 의미와 진한 감동을 주는 건, 나이 들어 혼자 사는 삶이 함께 하게 되면서 서로가 서로에게 주는 긍정적인 변화야 영향을 극적으로 담아 보여주기 때문이다. 영자씨는 이 경험을 통해 '말 없이 기다려주는 것'을 이 새 친구들을 통해 확실히 배웠다고 했고, 수아씨는 엉망진창이라 여겼던 삶 속에서 자신이 점점 괜찮은 사람이라는 걸 이번 경험을 통해 알게 됐다고 했다. 경희씨는 언니들과 함께여서 수영도 하고 병원에서 검진도 받을 수 있었고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따서 그 길을 가게 됐다.

 

이 관찰카메라 형식의 프로그램에서 가장 압권인 순간은, 함께 지내기로 한 한 달이 훌쩍 지나버리고 그 마지막 날 평상에 세 사람이 누워 별을 보는 장면이다. 영자씨와 수아씨는 서로 얼굴을 보고 손을 매만지며 소녀들 같은 우정을 드러냈고, 경희씨는 그 언니들과 어우러져 든든해하는 동생의 모습 그대로였다.

 

이른바 관찰카메라 전성시대다. 방송을 틀면 어디서나 관찰카메라가 누군가의 일상을 비춘다. 그런데 관찰 예능들을 보면 점점 그 수위는 높아지고 자극은 강해진다. 아마도 자극은 더 큰 자극을 이끌어낼 것이 분명하다. 이런 시대에 들어와 있어서인지 <60세 미만 출입금지>가 보여주는 관찰카메라는 이 어지러운 자극 속에서 담담하게 마음을 정화시켜주는 느낌마저 제공한다. 이런 것이 본래 관찰카메라가 아니었던가. 그저 엿보는 게 아니라 그걸 통해 우리가 삶을 공감하고 어떤 가치들을 발견할 수 있어야 하는 것. 지금의 관찰예능들이 한번쯤 생각해봐야할 지점이 아닐 수 없다.(사진:E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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