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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도’가 군대에서 발견한 건 구멍병사 박명수만이 아니다

“녹화 때 바캉스 특집인 줄 알고 왔는데 여러분 앞에 있습니다. 막상 여러분 앞에 있으니 미안한 마음이 듭니다. 미안한 만큼 열심히 최선을 다해 임하겠습니다.” 연병장을 가득 메운 채 체력훈련을 받고 있는 어린 장병들 앞에서 하하의 마음은 한껏 뭉클해졌다. 갑자기 바캉스에서 군대로 오게 됐으니 짜증이 날만도 했을 법했지만, 하하는 그 어린 훈련병들을 보고는 그런 마음이 “눈 녹듯 사라졌다”고 말했다.

'무한도전(사진출처:MBC)'

유재석은 그 날 날씨가 “너무 더웠는데 굉장히 뭉클했다”고 말했다. 그래서였을까. 훈련병들에게 각오를 말하라는 조교의 요청에 그가 먼저 전한 말은 “무더운 여름 여러분 몸 건강히 훈련하십시오.”라는 위로와 걱정 그리고 격려에 가까웠다. 단 몇 시간 만에 구명병사로 등극한 박명수는 말문이 막혔는지 “이 나라를 위해 이 한 목숨 바치겠다”는 지나치게 비장한 각오를 밝히기도 했다.

일찌감치 온 더위 때문인지 아니면 그 곳이 군대였기 때문인지 화면으로 보는 것만으로도 ‘짠내’가 물씬 나는 모습들이었다. 제식훈련을 하고 들어와 옷을 갈아입는 <무한도전> 멤버들의 런닝셔츠는 땀으로 젖어있었다. 워낙 땀이 많은 정준하의 얼굴은 땀범벅이었다. 그들이 체험한 고작 몇 시간이 그 정도인데, 훈련병들은 오죽할까. 

물론 이런 모습들을 보여주려는 것이 애초에 <무한도전>이 ‘진짜사나이’를 표방하며 군대에 오게 된 이유는 아니었을 것이다. 본래 과거에 했던 자선경매에서 박명수가 <진짜사나이>에 나가겠다고 한 바 있었기 때문에 그것이 실현된 것이었다. 다만 <진짜사나이>가 종영되었기 때문에 잊고 있었던 것을 굳이 <무한도전>이 끄집어내 온 것일 뿐이다. 

게다가 김태호 PD가 줄곧 해왔던 ‘천당에서 지옥으로’ 상황을 바꾸는 그 방식으로 ‘바캉스 대신 군대’라는 아이템이 기획되었을 것이다. 실제로 그 기획은 효과적이었다. 바캉스를 가는 줄 알고 잔뜩 부풀어있던 출연자들은 대신 훈련소에 입소하게 되었고, 그들이 바캉스에서 요구했던 식사와 잠자리(?)를 모두 얻게 되기는 했으니.

박명수는 역시 기대한 대로 사상 초유의 구멍병사로서의 면모를 과시하며(?) 빵빵 터트려 주었다. 그 긴장감 넘치는 ‘입소신고’에서 ‘입소’를 ‘입주’라 말하는 기막힌 실수로 가뜩이나 웃음을 참는 동료들을 참지 못하게 만들었다. 체력훈련에서도 혼자 런닝셔츠를 챙겨입고 나오지 않아 웃통을 벗고 훈련에 임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어딘지 짠한 데 웃지 않을 수 없는 상황들이 박명수로 인해 끝없이 생겨났다. 

하지만 이번 ‘진짜사나이’ 특집에서 유독 짠하고 가슴에 다가왔던 순간은 바로 그 더위 속에서도 훈련에 임하고 있던 훈련병들의 모습이 아니었을까. ‘밀리터리 바캉스’라는 표현으로 이번 특집이 명명되었지만, 실제로 이 더위에 바캉스를 떠나는 이들이 있는 반면, 훈련소에서 땀을 흘리고 있는 어린 훈련병들이 있다는 것을 그 짧은 장면 하나가 보여주었다.

Posted by 더키앙

<진짜사나이>, 왜 손진영만 뜨지 못할까

 

이것은 캐릭터의 문제인가 아니면 태도의 문제인가. 최고의 화제 예능 <진짜사나이>의 모든 출연자들이 저마다 펄펄 날고 있는 반면, 구멍병사 손진영만 유독 주목받지 못하는 건 무슨 이유 때문일까. 최근에는 그저 주목받지 못하는 것에 머물지 않고 밉상 이미지가 만들어지는 중이다. 도대체 무엇이 이런 상대적인 이미지를 만들었을까.

 

'진짜사나이(사진출처:MBC)'

체력에서나 생활 습관 등에서 군대와 영 어울리지 않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일찌감치 샘 해밍턴과 함께 그는 구멍 병사로 자리매김 하기도 했다. 하지만 샘 해밍턴이 외국인이라는 사실과 저질 체력에도 불구하고 노력하는 모습을 통해 오히려 구멍 이미지를 반전시켰던 데 반해, 손진영은 체력도 약한데다 훈련에 임하는 자세 또한 장난스러운 면모를 보이면서 밉상이 되었다.

 

체력의 문제야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서경석처럼 나이가 지긋한 병사에게서 청춘의 열혈 체력을 기대하는 건 애초부터 잘못된 일이고, 샘 해밍턴이나 손진영처럼 젊다고 해도 군대가 요구하는 체력은 늘 그 이상일 수밖에 없다. 중요한 건 자세다. 제 아무리 체력이 못 따라간다고 해도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그것은 오히려 박수 받을 일이다. 구보를 하다가 심지어 넘어지기까지 하면서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샘 해밍턴이 박수 받은 건 그 때문이다.

 

하지만 이기자 부대에서 훈련을 받는 과정에서 보여준 손진영의 모습에서는 도에 지나친 장난스러움이 엿보였다. 스쿼트를 하면서 연거푸 방귀를 뀌고, 윗몸 일으키기를 장난처럼 하더니 심지어 선임의 기록을 세지 않고 멍하니 있는 모습을 보여주었으며, 팔굽혀펴기 운동을 하면서도 그의 장난기는 멈추지 않았다. 선임들은 손진영의 진지하지 못한 모습을 수차례 지적했지만 그저 미안하다고 할뿐 아랑곳 않는 모습이었다.

 

물론 <진짜사나이>가 진짜 FM 군대생활은 아닌 만큼 약간의 여지는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아무리 연예인이라도 일반병사들과 함께 훈련을 하는 만큼 최소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나 진지한 자세는 잃지 말아야 한다. 그것이 군대에서 고생하는 일반병사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기 때문이다. 그 넘어설 수 있는 여지와 넘어서는 안되는 영역 사이에서 균형을 이룰 때 연예인과 일반병사들이 함께 하는 <진짜사나이>는 어떤 소통의 의미를 만들어낼 수 있다.

 

이것은 어쩌면 손진영의 캐릭터일 수 있다. 손진영은 <세바퀴>에 나와 자신이 전역 7년차이고 당시에는 A급 병사였다고 말한 적이 있다. 물론 이것 역시 웃음을 만들어내기 위한 진술이었을 수 있지만, 적어도 현역을 다녀온 손진영이 이런 군대의 분위기를 모를 리가 없을 게다. 따라서 예능적으로 보면 샘 해밍턴과 겹치는 구멍 병사의 캐릭터에서 조금은 차별점을 찾으려 했을 지도 모른다. 구멍 병사에서 밉상 병사로.

 

하지만 이것은 방송에 도움이 될 지는 몰라도 손진영의 이미지에 그다지 큰 도움을 주지는 못한다. 뭐든 긍정적인 이미지로 활력을 만들어내는 류수영, 새내기지만 풋풋한 청춘을 보여주는 박형식, 두 말할 필요 없는 열혈병사 장혁, 최고참이지만 분위기를 선도하는 김수로, 저질체력에도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일반병사들과의 소통을 이끄는 서경석 그리고 외국인이지만 군대 체험을 하며 군인들의 대단함을 온몸으로 공감해주는 샘 해밍턴. 이렇게 어느 한 구석의 호감을 먼저 만들어놓아야 가끔 하는 밉상 짓도 용인이 되는 법이다.

 

지금 손진영에게 필요한 것은 캐릭터가 아니라 진정성이다. 그렇다고 그의 모습이 억지로 만들어진 거라는 얘기는 아니다. 하지만 최소한 군대와 군인에 대한 경의나 진지한 자세는 캐릭터 이전에 이 프로그램에서 갖춰야 할 중요한 덕목이다. 물론 손진영이 본래 예의 없고 진지하지 못한 인물은 아닐 것이다. 다만 관찰예능이라는 틀에 아직 적응이 덜된 데서 비롯된 일일 게다. 대기만성이라고 했다. 구멍에서 밉상까지 간 손진영. 그가 어떤 반전을 보여준다면 그 감흥은 오히려 더 커질 수 있다.

Posted by 더키앙

샘 해밍턴, 이 솔직한 시선에 비친 우리의 자화상

 

<해피투게더>에 출연한 샘 해밍턴은 한국에 처음 왔을 때의 첫인상을 묻는 질문에 “별로였다”고 솔직한 답변을 내놨다. “너무 시끄럽고 사람이 많았다”는 것. 샘 해밍턴은 한국어를 배우게 된 계기에 대해서도 굳이 듣기 좋은 의미부여(?)를 하지 않았다. “이력서에서 튀고 싶어” 선택했다는 것. 그는 클럽에서 한국여성에게 한국말로 작업(?)을 걸던 에피소드를 말하기도 했고, <개그콘서트>의 기수에 포함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도 자신이 “낙하산”이었기 때문이라고도 말했다.

 

'해피투게더(사진출처:KBS)'

사실 우리나라에 대한 외국인의 평가에 유독 민감한 우리에게 샘 해밍턴의 거침없는 솔직함은 위태로울 수도 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샘 해밍턴의 말에는 거부감은커녕 심지어 속 시원함마저 느껴진다. 도대체 무엇이 이런 그만의 매력을 만드는 걸까. 그것은 흔하디흔한 영혼 없는 통상적인 답변들에 식상해진 우리에게 그의 솔직하고 진정성 있는 이야기가 한없이 참신하게 여겨지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 대한 평가에 대해서 우리는 이중적이다. 갑을 관계로 점철된 사회 현실이나, 무기징역을 받고도 돈만 있으면 진단서 하나 끊어 호화병실에서 생활할 수 있는 비뚤어진 사법 현실, 타의 모범을 보여야 할 대변인이 성추행을 해 국제적인 망신을 당하는 공직자들의 부끄럽기 그지없는 윤리의식 등등. 우리나라지만 우리 스스로도 창피할 수밖에 없는 부끄러움을 느끼는 건 인지상정 아닌가. 하지만 외국인이 여기에 대해 비판을 한다면 발끈하는 게 또한 우리들이다. 이것은 애국의 문제가 아니라 외국인의 시선에 그만큼 민감한 우리네 정서의 문제다.

 

<진짜 사나이>에서 샘 해밍턴이 주목을 받게 된 것은 이른바 ‘구멍 병사’로 큰 웃음을 주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외국인으로서 우리네 군대 체험에 뛰어들었다는 사실 그 자체 때문이기도 했다. 관등성명 같은 좀체 이해하기 힘든 군대 문화를 열심히 따라하려 하지만 잘 안 되는 모습은 마치 조직 부적응자 같은 인상으로 웃음을 주면서도 그 지나치게 경직된 군대 문화를 다시 쳐다보게 만든다. 딱딱한 군대 문화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지만 꼭 그렇게 해야 하는가 하는 새로운 시점을 샘 해밍턴이 만들어낸다는 점이다.

 

물론 그렇게 칭찬에 인색한(?) 샘 해밍턴이 “한국군인들 정말 대단하다”고 얘기할 때는 그 진심이 배가 된다. 좋은 건 좋다 말하고 나쁜 건 나쁘다 말하는 그이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해피투게더>에서 보여진 것처럼 토종 리액션을 선사해 ‘뼛속까지 한국사람’으로 여겨지게 만드는 그의 자연스러움이 들어있다. 마치 관광지 앞에서 사진을 찍고 원더풀을 연발하는 이들을 우리가 외국인 관광객으로 여기는 것과는 정반대로, 샘 해밍턴은 자연스러운 비판이나 솔직함으로 관광객이 아니라 우리와 같은 공간을 살아가는 인물로 여기게 만드는 구석이 있다.

 

이렇게 우리에 대한 칭찬일색이 아니라 솔직한 평가를 내리는 것으로 주목받는 또 한 명의 외국인이 있다. 바로 사유리다. 한때 <트루맛쇼>로 각종 음식 프로그램의 천편일률적인 리액션이 사실은 영혼 없는 연출에 불과 했다는 것이 폭로될 즈음, 사유리는 음식 소개 프로그램에 등장해 음식점 사장님 앞에서 “맛이 한 개도 없어요”라고 말함으로써 우리를 포복절도하게 만들었다. 엉뚱한 캐릭터이기도 하지만 그 솔직한 평가에 우리도 고개를 끄덕이게 되었다는 것이다.

 

과거 개그맨 정철규는 “사장님 나빠요”로 외국인노동자의 목소리를 담아 주목을 끌었다. 이제는 캐릭터가 아니라 실제 외국인들이 한국 문화에 대해 솔직한 평가를 던져 주목을 끌고 있다. 샘 해밍턴이나 사유리는 그런 점에서 우리에게 특별한 시선을 제공하는 셈이다. 실로 비판을 할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우리 문화에 대해 동화되어 있다는 반증일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우리는 샘 해밍턴이나 사유리를 그저 외국인으로 바라보지 않는다. 적어도 이들이 던지는 우리에 대한 평가는 그래서 별다른 이중적인 시선 없이 공감하게 되는 것일 게다. 우리가 봐도 비판받을 만한 우리의 자화상이 아닌가.

Posted by 더키앙

군대박사 심재빈 샘 해밍턴과 류수영 사이 

 

<진짜사나이>에 초반부터 관심을 집중시킨 건 구멍 병사 샘 해밍턴의 활약 덕분이었다. 네 자로 된 이름 때문에 관등성명을 대는 것조차 버벅대는 샘 해밍턴의 진땀은 군대가 가진 계급사회의 단면을 보여주면서 동시에 큰 웃음을 주었다. 체력적으로도 떨어지고, 그 문화 자체가 낯설어 적응이 안되는 그 모습은 마치 코미디의 한 대목을 보는 것처럼 웃음을 주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외국인으로서 우리의 문화를 이해하려는 그 노력이 감동적이기도 했다. <진짜사나이>의 신의 한수는 외국인이라는 특별한 시각을 제공하는 인물, 샘 해밍턴이었던 셈이다.

 

'진짜사나이'(사진출처:MBC)

하지만 샘 해밍턴에만 집중되다 보면 자칫 군 생활이 오롯이 짜증과 긴장, 실수의 연발로만 보여질 수도 있었다. 실제로 초반 <진짜사나이>가 그린 군 생활의 모습은 즐거움보다는 힘겨움의 연속이었다. 샘 해밍턴이 낯선 군 생활이 주는 멘탈붕괴로 짜증이 폭발하고 있는 사이, 김수로는 어깨의 통증을 호소했고, 미르는 허리 부상으로 움직이는 것조차 힘겨운 모습을 보여주었다. 서경석은 지나치게 몰입한 나머지 대대장의 명령에도 불복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군 생활의 핵심이 이 낯선 곳에서의 부적응이 주는 힘겨움에 있는 것은 맞지만, <진짜사나이>는 또한 하나의 예능 프로그램이다. 따라서 힘겨움이라는 한 면만 강조하는 것은 자칫 대중들에게 군 생활의 다양함을 보여주지 못하게 할뿐더러 재미적인 측면에서도 그다지 효과적이지 않다. 여기서 새롭게 주목된 인물이 류수영이다. 미리 공부해온 사전지식으로 어려운 포병지식을 술술 암기해내고, 샘 해밍턴이 수기 신호에 버벅될 때 거의 완벽에 가깝게 신호를 수행하는 류수영은 그로써 ‘군대전문가’라는 캐릭터를 부여받았다.

 

사실 여기에는 약간의 연출적인 요소도 작용했다고 보여지지만, 그것이 군 생활의 리얼함을 오히려 드러내주는 것이기 때문에 과하다고 여겨지지 않는다. 이른바 ‘군대 체질’이라는 말은 군대 내에서는 그 당사자에 대한 칭찬과 비아냥이 뒤섞여 있는 것이지만, 실제로 군대 생활에 너무나 잘 적응하는 이들이 있다는 것은 군 경험이 있는 이들이라면 누구나 아는 일이다. 힘겨운 상황에서도 늘 긍정적이고, 뭐든 처음 하는 데도 척척 해내는 류수영은 심지어 모두가 힘들어하는 군 생활을 즐기는 모습까지 보여준다.

 

야전에서 군대리아를 먹으며 너무 춥다고 투덜댈 때, 비닐에 계란과 샐러드를 넣어 으깬 후 빵에 넣어 먹는 이른바 ‘에그토핑 샐러드 군대리아’를 만들어먹는 류수영의 모습은 너무나 상반된 여유를 보여줌으로써 웃음을 준다. ‘살벌한 군대 탁구’를 할 때 심판으로 나선 ‘평화주의자’ 류수영은 스코어를 포병 수기로 표현할 만큼 군 생활에 푹 빠진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과연 류수영 같은 심지어 군 생활을 즐기는 이들이 있을까 의구심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이번 화룡대대에서 그런 모습을 보이는 실제 사병이 있다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다. 바로 ‘군대 박사’ 심재빈 상병이다. 그는 물론 실전에서는 구멍병사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지만 군생활의 노하우를 설명하는데 있어서 박사급(?)의 지식을 뽐냈다. PX에서 냉동음식 맛있게 먹는 법에 능통하고, 걸 그룹 동영상 전문가인데다, 각종 군 생활에 대해 마치 <무엇이든 물어보세요>식으로 척척 답변을 해주는 심재빈 상병. 그는 아마도 힘겨워도 긍정적으로 군 생활에 임하는 류수영 같은 캐릭터의 현실적 버전일 게다.

 

심재빈 상병 같은 인물이 주목되는 것은 실제 훈련에서는 구멍의 냄새를 느끼게 하면서도 특유의 긍정으로 적극적으로 군 생활에 적응해가는 모습을 보여준다는 점이다. 아마도 처음 군대에 왔을 때는 샘 해밍턴 같은 낯설음에 버벅댔을 지도 모를 심재빈 상병은 그러나 이제는 PX에서 ‘PX학개론’을 할 정도로 류수영 같은 여유와 지식을 뽐낸다. 군대생활은 결코 쉽지 않지만 적응해내기 나름이다. 이것은 아마도 군대만이 아니라 사회생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군대박사 심재빈 상병에 특히 인간적인 정이 느껴지는 건 그 때문이다.

Posted by 더키앙

샘 해밍턴, 구멍병사? 인간적인 것

 

군대생활하면 꼭 있는 샘 해밍턴 같은 친구를 이른바 ‘고문관’이라 부른다. <진짜 사나이>는 이를 구멍병사라 에둘러 표현했다. 첫 회에서 샘 해밍턴은 네 자 이름에다 그 문화를 이해하지 못해 관등성명을 대는 데 애를 먹었다. ‘다’, ‘까’로 끝내야 하는 어투에 적응하지 못해 ‘요’를 쓰기 일쑤였고, 관등성명 뒤에 ‘입니다’를 붙여 독사조교에게 지적받기도 했다.

 

'진짜 사나이'(사진출처:MBC)

훈련소에 들어가기 전까지만 해도 마치 ‘람보’ 같은 판타지로만 생각했던 샘 해밍턴에게 군대 체험의 실제는 악몽이나 다름없었을 게다. 여기저기서 군대 이야기를 들었거나 이미 다녀왔던 다른 멤버들과 비교해 샘 해밍턴은 아무런 사전지식이 없는데다, 지극히 한국적이라 할만한(어쩌면 가장) 군대문화를 외국인으로서 이해하고 체득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을 테니까.

 

김수로처럼 FM 군인의 모습을 보이려 하는 이도 총기수여식에서 총번을 찾지 못해 실수를 하는 곳이 군대다. 한번 당황하기 시작하면 점점 시쳇말로 멘붕이 되기 일쑤이고 그것이 반복되면 이른바 ‘구멍병사’가 될 수밖에 없다. 군대가 ‘구멍병사’를 ‘고문관’이라 부르며 손가락질하는 이유는 그 한 사람 때문에 단체기합을 받는 상황이 생기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힘든 상황을 만드는 ‘구멍병사’ 입장에서는 얼마나 스스로에게 화가 나겠는가.

 

하지만 그래도 샘 해밍턴은 포기하지 않고 이 문화를 이해하려 애쓴다. 고기 패티와 딸기잼을 같이 얹은 군대리아(우리네 군대식으로 재해석해 먹는 햄버거)를 먹으며 그 맛에 놀란 것은, 맛도 맛이지만 군대라는 공간에 이미 샘 해밍턴이 점점 동화되고 있다는 걸 보여준다. 3일 째 화장실을 못간 그 긴장감은 그래서 군대리아 한판으로 풀어졌을 수도 있다. 하지만 하나의 고개를 넘으면 또 하나의 고개가 등장하는 곳이 바로 군대다.

 

천안함 추모를 위한 결의대회를 하고 생활관으로 들어온 이들은 벌써부터 파김치가 되어 있다. 한 사병의 말대로 “할거 다 한 거 같은데 이제 (오전)8시 반”이라는 말은 군대시계가 왜 이리 늦게 가는지를 잘 표현한다. 샘 해밍턴은 “생각보다 서 있는 게 힘들다”고 토로했고 김수로는 그게 대견스러워 샘 해밍턴을 토닥여주며 “외국인이 한국 군대를 경험한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샘 해밍턴은 “오기 전에 생각했던 것과 실제는 다르더라. 진짜 와보니 너무 열심히 하고 진짜 존경스럽다.”며 “천안함 행사였는데 진짜 가슴이 찡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사격훈련장에서 탄피를 하나 잃어버린 것 때문에 거기 있는 모든 다른 병사들이 그 탄피를 찾는 소동을 벌이는 것에 샘 해밍턴은 또 멘붕이 될 수밖에 없었다. 탄피는 총알이 제대로 사격장에서 사용됐다는 것을 증명한다. 따라서 탄피가 없다는 것은 총알 하나가 유출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그러니 자칫 총기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인 셈. 그저 기관총으로 드르륵 총을 쏘아대는 람보를 군인으로 생각했던 샘 해밍턴은 훈련 중 탄피 하나가 왜 그토록 중요한 지를 깨달았을 것이다.

 

처음 군대 예능을 한다고 했을 때 <진짜 사나이>에서 먼저 주목받은 사람은 단연 김수로였다. 어디서든 탁월한 예능감을 보여주던 그였으니 말이다. 하지만 실제 뚜껑을 열자 가장 두드러진 캐릭터는 샘 해밍턴이 되었다. 가감 없는 다큐 예능은, 자신은 열심히 하고 싶지만 그게 맘대로 되지 않는 이른바 구멍병사 샘 해밍턴의 진짜 체험에서 빛을 발했다. 그의 실수는 큰 웃음을 준다. 하지만 그 웃음 속에는 샘 해밍턴의 인간적인 면을 발견하게 만든다.

 

사실상 군대에 적응하지 못하는 수많은 이른바 고문관들은 조직의 낙오자처럼 취급받지만 어찌 보면 그건 인간적이라는 얘기일 수 있다. 군대의 특징일 수밖에 없는 명령체계와 적과 싸워 이겨야 한다는 전투의지는 어떤 사람들에게는 도무지 왜 그래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될 때도 있기 마련이니까. 그러면서도 샘 해밍턴은 포기하지 않고 끊임없이 질문한다. 힘들지만 이 문화를 이해하려 애쓰는 그는 그래서 인간적이다. 서경석의 표현대로 하자면 “대한민국을 사랑하고 더 알고 싶어 하는 호주 병사”. 샘 해밍턴이 웃기지만 때론 귀엽고 심지어 감동적인 이유다.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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