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 나가노 동계올림픽에 참가한 대한민국의 스키점프 선수들은 단체전에서 최하위를 기록했다. 이 실제 사실은 당연히 주목되지 못했다. 당시로서는 스키점프 같은 종목 자체가 이른바 ‘비인기종목’이었고, 결과 역시 최하위 기록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주목되지 못했던 사실을 모티브로 해 제작된 김용화 감독의 ‘국가대표’는 무려 8백만 관객을 동원하며 큰 관심을 받았다. 드라마틱한 허구의 재미를 더했지만, 영화 속에 등장하는 올림픽 결과는 실제 사실과 다르지 않았다. 역시 최하위 성적을 기록하는 걸로 끝을 맺은 것. 어째서 실제와 영화에 대한 대중들의 반응은 이토록 달랐을까. 그건 물론 영화적 내러티브의 힘이 더해졌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결과만이 아닌 선수들이 노력해온 과정들을 영화가 기꺼이 따라가 줬기 때문이다.
급조된 오합지졸 스키점프 대표팀에 합류한 밥(하정우)은 전 주니어 알파인 스키 미국 국가대표였다가 친엄마를 찾아 한국에 온 인물이다. 그는 자신을 버린 나라에 국가대표가 되어 달라는 말에 황당해하지만 유명해져서 엄마가 자신을 찾고 싶게 하라는 감독의 말에 설득된다. 결국 메달을 따지는 못했지만 밥은 공항의 환영하는 인파 속에서 한 기자와 인터뷰를 통해 저만치 서 있는 엄마에게 진심을 전하게 된다. “근데 아파트를 못 구했네? 우리 엄마한테 내가 집 사가지고 가야 되거든요. 그러니까 엄마! 조금만 기다려. 무조건 기다리고 있어. 내가 올림픽 나가서 메달 따 가지고 내가 아파트 사 가지고 갈 테니까 무조건 기다리고 있어.” 지난 26일 제 33회 파리 올림픽이 개막됐다. 최고가 되진 못했지만 최선을 다하는 모습들을 통해 사랑받았던 영화 ‘국가대표’처럼, 결과만이 아닌 선수들이 노력해온 과정들에 아낌없는 박수가 필요한 시점이다. (글:동아일보, 사진:영화 '국가대표')
‘기억을 잃은 특수요원’, ‘불백 위도우’, ‘제육계 인재’, ‘근수저’. 최근 김민경에게 붙은 별명들은 그가 어떤 경계선을 넘어서고 있다는 걸 말해준 바 있다. 그것은 iHQ <맛있는 녀석들>에서 시작해 벌칙처럼 걸려 시도하게 된 <시켜서 한다 운동뚱>이라는 프로그램으로 넘어가는 그 과정에서 생겨난 일이다. 다이어트와 헬스로 시작한 운동에서 남다른 근력의 소유자라는 게 드러났고 ‘근수저’라는 별칭이 붙었다. 그러면서 갖가지 운동에 뛰어들어 타고는 능력을 선보였던 것.
그러더니 최근에는 심지어 사격 국가대표가 되는 놀라운 결과를 보여줬다. 그 시작은 1년 전 이 프로그램에서 시도했던 사격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처음 쏴보는 게 맞나 싶을 정도로 샷건으로 백발백중 표적을 맞추는 김민경의 모습은 지난 6월 자격시험을 보더니 결국 국제대회 출전 자격까지 얻는 놀라움을 보여준다. 또한 대표 선발 테스트를 통과해 국가대표가 된 김민경은 태국에서 열리는 2022IPSC 핸드건 월드슛에 나가게 됐다. 이 대회는 사격대회 중 전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라고 한다.
김민경이 사격에 탁월한 능력을 보이게 된 데는 타고난 근력을 바탕으로 한 안정감 있는 신체조건이 중요한 몫을 차지한다. 총을 쏠 때 반동에 거의 흔들리지 않기 때문에 명중률이 높을 수밖에 없다는 것. 이것은 그간 김민경의 몸이 그저 뚱뚱하더거나 그래서 보통 사람보다 많이 먹는다는 식으로 소비됐던 것과는 완전히 다른 가능성을 말해주는 대목이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희극인들에게 뚱뚱하다는 건 ‘웃기는 몸’으로 치부되어 온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개그콘서트> 같은 개그 프로그램은 이들을 이른바 ‘돼지 캐릭터’로 자칭하며 몸을 활용한 즉각적이고 표피적인 웃음에 집착해왔다. <맛있는 녀석들>은 바로 그런 캐릭터들이었던 유민상, 문세윤, 김민경 같은 개그맨들이 ‘많이 먹는’ 차원을 넘어서 ‘맛있게 먹는’ 먹방으로 성공한 프로그램이었다.
하지만 그 바깥으로 슬쩍 빠져나와 운동이라는 영역 속에서 발견한 김민경의 몸은 그저 뚱뚱해서 웃기는 몸이거나 그래서 많이 먹는 몸이 아니라 남다른 근력과 운동능력이 숨겨진 새로운 가능성의 몸이 되었다. 희극인으로서 늘 일정한 선입견 안에 머물며 소비되던 틀에서 어떤 경계선을 넘어 새로운 길을 연 것이다.
이러한 자기 몸에 부여되는 외부의 시선과 외부의 잣대에 의해 소비되곤 하는 방식을 뛰어넘어 새 길을 연 또 한 명의 희극인이 있다. 바로 김신영이다. SBS <웃음을 찾는 사람들> 같은 개그 프로그램으로 주목을 받은 그는 뚱뚱한 몸을 웃음의 소재로 활용하는 개그를 하곤 했었다. 하지만 그것이 진정 원하는 던 것이 아니었던 그는 과감하게 자기 방식대로 건강한 몸을 만들기 위해 살을 뺐다.
항간에는 “살을 빼자 웃음도 사라졌다”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지만, 김신영은 그 후로 셀럽파이브로 활동하기도 하고, 둘째이모 김다비라는 부캐로 트로트곡을 발표하기도 했다. 라디오 MC를 꾸준히 진행했고 최근에는 결국 고 송해의 뒤를 잇는 <전국노래자랑> MC로 발탁됐다. 단지 외부 시선에 의해 ‘뚱뚱한 몸’으로만 소비되던 차원을 넘어서 건강한 몸으로 자신의 새 길을 열었던 것.
KBS <빼고파>에 출연했던 김신영은 한 다이어트업체가 자신에게 10억을 제안한 적도 있다고 말한 바 있다. 그것은 당시의 김신영에게는 어찌 보면 시쳇말로 말하는 자신의 ‘몸값’이었을 게다. 하지만 그는 그걸 거부했고 대신 ‘몸의 가치’를 찾아냈다. 이번 김민경의 사례가 훈훈한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것 역시 그저 외부의 시선과 잣대로 외적인 것으로만 평가되고 소비되던 몸의 진짜 가치를 찾아낸 것이기 때문이다.
김민경은 사격 국제대회에 참가하며 남긴 출사표에 “잘한다 잘한다 칭찬해주셔서 자신감을 얻었다”며 도전이 쉽지 않았지만 “해보는 게 후회가 없을 것 같아서 시작했다”고 글을 남겼다. 그러면서 남긴 “이제 시작입니다”라는 글이 인상적이다. 국가대표에 발탁돼서가 아니고, 또 대회에서 거둘 어떤 결과에 대한 기대 때문이 아니라 이렇게 새 길에 첫 발을 내딛는 것.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가치 있고 박수 받을 만한 일이 아닐 수 없다.(사진:iHQ)
올림픽 같은 국가적인 스포츠 이벤트가 끝나고 나면 여지없이 예능가는 바빠진다. 국민적인 관심을 불러일으킨 스타들을 어떻게든 게스트로 섭외하기 위해서다. 이번 도쿄올림픽 이후의 예능가도 마찬가지다. 금메달을 네 개나 획득한 양궁 국가대표 선수들은 모두가 섭외 1순위가 됐고, 드라마틱한 경기로 화제가 됐던 펜싱 남자 국가대표 선수들이나, 여자배구 선수들, 그리고 기계체조 도마의 신재환, 여서정 같은 선수들도 섭외 경쟁이 뜨거웠다.
그래서 여러 예능 프로그램에서 선수들을 볼 수 있었고 그래서 반가웠지만, 그 중에서도 유독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은 시청자들의 반응이 남다르다. 물론 이미 타 방송사의 예능 프로그램에서 했던 이야기가 반복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도마의 여서정 선수가 어려서 운동이 힘들어 그만두고 싶었지만 아버지 여홍철에게만은 그 말을 하지 못했다며 눈물을 흘렸던 에피소드는 타 프로그램에서도 소개됐던 내용이었고, 남자 양궁의 김제덕이 ‘파이팅’을 그토록 크게 외쳤던 것이 일종의 전략이었다는 이야기도 이미 타 프로그램에서 나왔던 내용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 퀴즈 온 더 블럭>은 같은 인물이 나와도 담지 못한 새로운 면들을 찾아낸다. 여서정 선수에 대한 관심은 아버지 여홍철과의 사연 때문에 여러 프로그램에서 주목됐지만, 신재환 선수의 엉뚱하면서도 귀여운 매력은 이 프로그램을 통해 발견됐다. 유재석 옆에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너무 설레는 모습을 참지 못하는 신재환 선수는 순박한 소년미를 드러냄으로써 유재석을 박장대소하게 만들었다.
그런데 이 프로그램은 단지 그런 웃음만이 아닌 운동선수로서 겪었던 힘겨웠던 상황들에 대한 조명도 잊지 않았다. 여서정 선수는 “잘 해도 아버지 여홍철 덕”이라며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주변의 시선으로 힘겨웠고, 특히 이런 시선 때문에 선수촌 코치로 있던 엄마가 그 일을 그만두었다는 아픈 이야기도 꺼내 놨다. 신재환 선수는 코로나 19 때문에 집안 형편이 어려워져 메달을 딴 후 “빚부터 갚자”는 메시지를 가족들에게 보낸 사연을 들려줬다.
메달을 따고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선수들이지만, 그 과정까지의 어려움도 조명했다. 체조 선수들이 느끼는 심리적 부담감을 거론하며 “기술을 너무 구사하다 보면” 몸의 위치를 까먹는 상태가 생기기도 해도 부상 위험이 따른다며 그 심적 부담감이 슬럼프로 이어지기도 한다고 했다. 또 신재환에게 어쩌면 경쟁자일 수 있는 선배 양학선이 선선히 자신의 노하우를 알려줬다는 대목에서는 스포츠 선수들의 경쟁을 넘어선 그 종목에 대한 애착마저 느껴졌다.
남자 양궁 3인방의 출연에서도 “파이팅” 궁사로 떠오른 김제덕 선수가 할머니에게 금메달을 걸어주겠다고 했던 그 약속을 이행하는 감동적인 장면이 담겨졌고, 특히 맏형으로서 오진혁 선수가 한 때 어깨 부상으로 은퇴를 권고 받았지만 끝내 화를 쏘는 스타일까지 바꿔 현재의 결과까지 이끌어낸 사연이 전해졌다.
이 프로그램의 메달과 상관없이 열심히 뛴 선수들에 대한 상찬과 조명은, 지난주 재일교포로 귀화 권위까지 받았지만 끝내 태극마크를 달고 도쿄에서 동메달을 따낸 안창림 선수의 사연이나, 전패를 했지만 98년 만에 첫 올림픽 출전으로 그 누구보다 사력을 다해 경기를 했던 럭비 대표팀 안드레 진, 정연식 선수를 통해 확인된 바 있다. 순위가 아닌 최선을 보여준 이들에 대한 상찬이 이렇게 자연스러울 수 있는 건 <유 퀴즈 온 더 블럭>이 그간 해온 프로그램의 정체성이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유명한 스타들이 등장하지만, 동시에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조명 받아 마땅한 보통 사람들의 위대한 이야기들이 등장하는 곳. 그것이 <유 퀴즈 온 더 블럭>이기 때문이다.
결국 올림픽을 빛낸 국가대표 선수들이 많은 프로그램에 등장하지만, 그 가치를 더하게 해주는 건 그 프로그램이 그간 해왔던 정체성과 이 섭외가 일관되는 지점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유 퀴즈 온 더 블록>이 그간 걸어온 낮지만 깊은 시선이야말로 묵묵히 최선의 노력을 다해 저마다의 성과를 낸 국가대표 선수들의 출연을 더욱 진정성 있게 볼 수 있는 이유라는 것이다. 뜬금없이 밥상에 숟가락을 얻는 것이 아니고.
국가대표 특집에 배우 황정민이 ‘국가대표 배우’라는 기치로 출연한 부분 또한 그다지 이물감없게 느껴지는 건, 이 프로그램이 인물을 바라보는 시선이 일관되어 다른 업을 갖고 있는 이들이라도 통하는 면들을 찾아내기 때문이다. 연기는 원래 괴로운 것이라며 “남의 인생을 사는 데 그렇게 쉽게 살 수 있겠어요?”라고 말하고, 한때 유명한 ‘밥상 수상소감’으로 선배 연기자들에게 욕을 먹기도 했지만 자신을 ‘나부랭이’라고 부르며 자신이 배우라 주목받지만 현장에는 보이지 않는 무수한 이들의 노력이 있다는 걸 드러내는 배우.
이런 모습은 여기 출연한 국가대표 선수들이 자신의 성과 뒤에 존재하는 누군가에 대한 감사를 표하는 모습과 다르지 않다. 여서정 선수가 언급하는 아버지와 어머니에 대한 미안함과 고마움이 그렇고, 신재환 선수의 양학선 선수에 대한 감사함이 그렇다. 자신의 성취를 자신을 키워준 할머니에 대한 고마움으로 돌리고 형들 덕분에 잘 쏠 수 있었다고 말하는 김제덕 선수도 마찬가지다.
이것은 <유퀴즈 온 더 블럭>이 이제 유명한 스타들조차 자발적으로 나오고픈 ‘국가대표 예능’으로 성장했지만 자신들의 성취를 그 많은 위대한 삶이 차려 놓은 밥상 덕분이라 치부하는 프로그램의 겸손한 태도에서도 드러난다. 올림픽이 끝난 후 그 많은 국가대표를 초대한 프로그램들 중에서도 특히 <유 퀴즈 온 더 블럭>이 눈에 띄고 특별하게 다가온 건 이런 이유 때문이다. 숟가락이 아니라 기꺼이 밥상이 되어 온 그 과정이 있기에.(사진:tvN)
눈을 의심했다. 한쪽 팔과 한쪽 다리가 없다는 것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였다. 박항승씨가 수영을 하는 모습은. 4살 때 8톤 트럭에 치여 오른팔 오른 다리를 잃은 그였지만 그 얼굴에 그림자는 보이지 않았다. 활짝 웃고 있었고, 자신의 장애를 스스럼없이 얘기하며 농담까지 하고 있었다. 그 옆에는 역시 늘 웃으며 그를 바라봐주고 지지해주는 권주리씨가 있었다. 이름에서 한 자씩 따서 ‘승리 커플’로 불리는 이 부부는 정말 이름처럼 사는 것 같았다. 항상 승리하려 하는 항승씨와, 그에게 주고 또 주는 주리씨.
MBC <휴먼다큐 사랑>에서 우리가 더 많이 본 건 ‘눈물 가득한 사연들’이었다. 하지만 ‘당신은 나의 금메달!’편은 눈물보다 유쾌한 웃음이 가득했다. 물론 그들의 웃음 뒤에는 남다른 아픔과 상처가 가려져 있었다. 하지만 그 상처를 뛰어넘어 웃게 하고, 그 웃음을 통해 도저히 시도조차 할 수 없던 기적 같은 일들이 벌어지게 된 건 바로 ‘사랑’이었다.
첫 만남부터 30분이나 지각한 주제에 애프터 신청도 하지 않고 가버린 항승씨. 장애가 있다는 사실도 뒤늦게 알고 나갔던 주리씨는 장애사실보다 연락처조차 묻지 않았다는 사실에 화가 났다고 했다. 그래서 주선자에게 항의를 했고, 그것이 인연이 되어 친구로 지내다 연인이 되었다. 연애도 결혼도 모두 주리씨가 먼저 하자고 했다.
장애 사실 때문에 결혼 반대가 있었을 성 싶지만, 주리씨의 아버지는 “스스로 알아서 결정할 것”이라며 그의 선택을 믿어주었다고 한다. 아마도 장애를 갖고 있는 주리씨 동생을 통해 이 가족은 장애와 비장애 사이에 놓여진 현실의 벽을 일찌감치 느끼고 있었을 것이었다. 그래서 그것을 뛰어넘을 수도 있었을 것이었다.
승부욕이 강해 못하는 운동이 없다고 했지만 항승씨가 물이 두려워 도전조차 하지 못했던 수영을 할 수 있게 된 건 주리씨 때문이었다. 팔, 다리 없이도 수영을 할 수 있다는 걸 확신한 주리씨는 수영장에서 함께 데이트를 하며 항승씨에게 수영을 가르쳤다. 또 겨울이면 스노보드를 타야 한다는 주리씨의 말에 항승씨는 절단된 다리로 스노보드 타는 법을 배웠다. 그들은 스키장에서 결혼식을 올렸고, 항승씨는 스노보드 선수로 국가대표가 되었다.
사랑하기 때문에 배우자가 하고픈 것을 함께 하려 노력했던 것이 그가 도저히 할 수 없을 거라 여겼던 것들을 할 수 있게 해주고 나아가 기적 같은 일까지 만들었던 것. 이 이야기는 평범하게 살아가는 우리들에게도 큰 울림을 주는 것이었다. 사랑을 통해 얼마나 우리가 서로를 북돋워줄 수 있고 성장시킬 수 있는가를 보여준 것이니 말이다. 어찌 보면 스스로 한계를 긋고 넘어서려 하지 않는 마음이 진짜 장애가 아닐까 싶었다.
항승씨와 주리씨가 함께 서로를 내조하며 살아가는 모습은 보통의 부부 사이에도 존재할 수 있는 마음의 장애가 이들에게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걸 확인시켜줬다. 한 손으로 야채들을 잘라 아내를 위한 요리를 하는 항승씨나, 3년 간 자신이 생계를 책임지며 항승씨에게 도전할 수 있는 자유를 선사하고 그 후에는 90년 간 자신의 노예로 살라며 유쾌하게 웃는 주리씨에게서 부부 간의 흔한 역할 구분에 얽매인 마음의 장애는 전혀 발견할 수 없었다.
<휴먼다큐 사랑>이 전한 박항승씨와 권주리씨 부부의 이야기는 눈물보다는 유쾌한 웃음이 가득했다. 그 결코 쉽지만은 않은 삶의 편린들이 경기를 마치고 눈물을 흘리며 “사랑한다” 말하는 항승씨의 모습에서 묻어났지만, 그래도 더 이들을 가득 채워주는 건 행복 가득한 웃음이었다. 금메달은 따지 못했지만 당신은 나에게 금메달이라며 자신이 만든 종이 메달을 항승씨의 목에 걸어주며 환하게 웃는 주리씨의 모습에서 어떤 금메달로도 바꿀 수 없는 ‘위대한 사랑’이 느껴졌다.(사진:MB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