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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더커버', 프락치 지진희의 비애, 그리고 국가의 야만적 폭력

 

1990년대 학생운동이 한창이던 시절, 가짜 신분으로 접근했다 사랑에 빠진 안기부 요원. JTBC 금토드라마 <언더커버>는 한정현(지진희)은 이석규라는 자신의 이름을 지운 채 사랑하게 된 최연수(김현주)와 가정을 꾸려 단란하게 살아간다. 하지만 이 한정현이 가진 '거짓 신분'은 언제고 터질 수밖에 없는 시한폭탄이었다.

 

인권변호사가 된 최연수가 공수처장으로 지목되자, 국정원 도영걸(정만식) 팀장은 한정현을 협박한다. 최연수가 공수처장이 되는 걸 막지 않으면, 그의 가족을 파탄 내겠다는 것. 한정현은 아내의 앞길을 막을 수도, 그렇다고 가족이 파탄 나는 걸 볼 수도 없는 곤경에 빠진다. 다행스럽게도 최연수가 스스로 공수처장을 수락하지 않겠다고 말하지만, 이런 선택은 그가 30년 넘게 재심 변론을 해왔던 황정호(최광일)의 간절한 부탁으로 흔들린다.

 

<언더커버>는 BBC 동명의 원작 리메이크 드라마지만, 우리 식의 해석이 담겨 있다. 90년대 학생운동과 당시 안기부의 공작들이 그 밑그림으로 들어가 있어서다. 이석규는 바로 당시의 안기부 요원 중 능력을 인정받아, 한정현이라는 이름으로 위장한 채 최연수에게 접근하는 인물이다. 프락치 활동을 하는 것이지만, 한정현은 점점 최연수에게 빠져들고 그래서 조직의 명령을 따르지 않겠다며 사직서를 쓴다. 하지만 이런 한정현을 그냥 놔둘 리가 없는 안기부다.

 

안기부는 국정원으로 이름을 바꿨지만 한정현이 그간 어떻게 살아왔는지는 아직 드라마가 보여주지 않았다. 다만 그 삶이 얼마나 비극적이었을 지는 그가 아버지를 우연히 거리에서 마주하는 장면에 들어 있다. 임무 때문에 자식이 해외에 나갔다 믿었던 아버지는 최연수와 가정을 꾸린 채 나타난 한정현이 아들이 아님을 부인하자 그 상황을 받아들인다. 그리고 한참 후에 한정현이 요양원에서 마주한 아버지는 치매에 걸려 아들을 알아보지도 못한다. 한정현은 아버지가 사망했다는 소식을 듣고도 바로 달려갈 수 없는 처지다.

 

한정현은 국가 기관이 만든 시대의 비극을 담은 인물이다. 하지만 그가 그 비극 속에서 쓸쓸하게 죽어간 아버지를 경험하면서도, 애써 지키려 한 건 바로 자신의 가족이다. 과거를 애써 잊으며 현재에 충실하게 살아가려던 그지만, 그 과거가 갑자기 그의 앞으로 다시 툭 튀어나온다. 한정현은 이제 현재를 위해 과거와 싸워야하고, 가족을 위해 저 거대한 조직과 싸워야 한다.

 

궁금해지는 건 최연수가 과연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그는 정의를 위해 거의 한 평생을 살아왔던 인권변호사다. 그런데 공수처장 수락을 앞두고 가족이 파탄 위기를 마주하게 된다. 그는 과연 남편의 거짓 신분을 알고도 그를 받아들일까. 가족이 위기에 처하는 상황 속에서도 정의를 위한 자신의 소신을 지켜나갈까. 그런 최연수를 바라보는 한정현은 또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언더커버>는 정체를 숨기고 살아온 남편의 실체가 드러나는 스릴러적 요소를 가지고 있지만, 동시에 법 정의나 진실과 거짓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드라마이기도 하다. 국가 기관이 만든 개인의 비극과 그래서 개인이 저 거대한 국가 기관과 마주해 싸우는 이야기. 특히 <언더커버>가 리메이크 되면서 강화한 부분은 가족이다. 결국 한정현도 최연수도 이 위기 속에서 가족을 지켜낼 수 있을 것인가가 중요한 관건이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부분은 리메이크작이지만 이 드라마가 꽤 우리네 드라마 같은 정서적 공감대를 갖게 해주는 이유이기도 하다.(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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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트맨', 명절 특수 누릴 복병으로 떠오르나

 

권상우 주연의 영화 <히트맨>은 사실 제목부터가 그리 확 당기지는 않는다. 게다가 권상우가 총과 연필을 양 손으로 쥐고 전면을 노려보는 포스터도 어딘가 B급 유머의 뉘앙스가 풍긴다. 그래서 영화관을 찾은 관객 분들 중 이런 선입견 때문에 굉장한 기대감을 갖고 있지 않았다면 영화를 보는 내내 의외로 웃기고 의외로 액션 터지는 <히트맨>에 적이 놀랐을 게다. 도대체 어딘지 허술해 보이는 이 영화의 무엇이 관객들을 들었다 놨다 하게 된 걸까.

 

한때 국정원에서 살인무기로 키워진 이른바 ‘방패연’의 전설적인 인물이었던 암살요원 준. 그는 웹툰 작가가 되고 싶어 죽음을 위장해 국정원을 탈출한다. 그리고 한 참의 세월이 지나 아내와 딸을 둔 웹툰 작가로 연재하는 작품마다 악플 신기록을 경신하던 그는 술김에 1급 비밀인 자신의 과거를 그린 작품을 공개해버린다. 하루아침에 초대박이 나지만 그건 암살요원 준을 노리는 이들과 국정원 사람들이 그를 찾게 되는 이유가 되어버린다.

 

전직 국정원의 전설적인 인물이 정체를 숨기고 생활고에 허덕이는 일상인으로 살아간다는 설정은 그리 특별한 이야기는 아니지만, 영화는 다소 의도적으로 과장된 이야기와 연기, 연출을 더하면서 웃음을 만들어낸다. 뭘 그렇게까지 말하고 행동할까 싶은 장면과 대사들이 연달아 이어지고 연출 또한 과장되어 있어 전체적으로 B급 코미디의 정서를 만들어낸다.

 

<히트맨>이 빵빵 터지기 시작하는 건 준(권상우)과 그를 키워낸 악마교관 덕규(정준호)가 다시 만나게 되고 국정원 요원들을 암살해온 제이슨(조운)과 그 일당들은 물론이고 국정원 형도(허성태)의 추격을 받게 되면서 벌어지는 거의 코미디 콩트에 가까운 상황들이 벌어지면서다. 두 사람은 웹툰 속 전설적인 인물들이지만 서로 티격태격하는 모습에서는 마치 어린아이들 같은 모습을 보여주며 웃음을 만들어낸다.

 

그러면서 과장된 코미디는 역시 과장된 액션과 절묘하게 더해지면서 웃음과 동시에 액션이 주는 쾌감을 선사한다. 상황들은 웃긴데 액션은 의외로 고급지다. 그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는 건 역시 배우들이다. 권상우는 과거 <말죽거리 잔혹사> 이래 꾸준히 보여줬던 액션에 코믹한 캐릭터 연기까지 더해 마치 성룡 영화를 보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명절하면 떠오르던 성룡 영화가 지금은 찾아보기 어려운 시점, 권상우가 그 자리를 차지해도 충분할 것 같은 새로운 면모다.

 

정준호 역시 지금껏 봐왔던 어떤 역할보다 이 작품 속 망가지며 웃기는 코미디 연기가 제격이라는 사실을 확인시켜준다. 여기에 최근 <싸이코패스 다이어리>를 통해 악역만이 아닌 코믹 연기도 잘 한다는 사실을 보여줬던 허성태나, 역시 코미디 연기에 가능성이 더 보이는 이이경과 황우슬혜가 더해지니 연기만 봐도 웃음이 풍성하다. 그리고 빼놓을 수 없는 귀요미 이지원의 연기. <스카이캐슬>에서 제대로 눈도장을 찍었던 이지원은 이 영화에서 관객들을 울리며 웃기는 기이한 체험을 하게 만들어준다.

 

사실 이번 설 연휴에 압도적으로 관객의 시선을 잡아끄는 영화는 잘 보이지 않는다. 그나마 <남산의 부장들>이 이병헌이나 이성민, 곽도원 같은 굵직한 배우들을 통해 시선을 끌고 있지만 영화가 너무 무거워 명절 흥행을 보장한다 말하기는 어렵다. <미스터주>나 <해치지 않아> 같은 동물 소재의 영화들이 자리했지만 역시 관객몰이를 하기에는 확실한 재미를 주고 있는지가 의문이다.

 

그래서 이번 명절에 <히트맨>은 의외의 복병으로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 이미 <남산의 부장들>에 이어 흥행 2위를 기록하고 있는 상황. 굳이 찾아서 볼 정도의 영화라 말하긴 어렵지만, 명절을 맞아 어떤 영화든 보겠다며 영화관을 찾은 관객들에게는 의외로 <히트맨>처럼 조금은 별 생각 없이 깔깔 웃고 시원한 액션을 볼 수 있는 작품이 선전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사진:영화'히트맨')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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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가본드’, 이승기의 화려한 액션에 담긴 절실함의 실체

 

SBS 금토드라마 <배가본드>의 액션은 웬만한 블록버스터 영화를 방불케 한다. 콘테이너 박스에 총알이 난사되는 장면이나, 손에 땀을 쥐게 만드는 차량 추격전이 그렇고, 건물과 건물 사이를 넘어 다니는 맨 몸 액션이 그렇다. 그 액션의 중심에 서 있는 건 역시 차달건(이승기)이다. 이승기는 이 온 몸을 던지는 역할에 전혀 사리지 않는 모습을 보여준다.

 

하지만 <배가본드>가 보여주려는 건 단지 화려한 액션만이 아니다. 그 액션에 가려져 있긴 하지만 어쩌면 더 중요한 건 왜 저들이 저토록 절실하게 온 몸을 던지고 있는가 하는 점일 게다. 부패한 국정원 요원들과 그 위에 국정원장, 국방위원장, 민정수석, 국무총리 심지어 대통령까지 연루된 거대한 게이트 속에서 민항기 테러라는 초유의 사태의 진실은 가려지고 묻혀진다.

 

거대한 권력의 힘은 언론은 물론이고 검경까지 닿지 않는 곳이 없다. 그러니 진실은 가려진다. 진실을 말하려는 이들에게는 탈탈 털어서 나오는 먼지 하나까지도 끄집어내 협박하고 회유하는 저들이다. 그것조차 먹히지 않으면 살인도 서슴지 않는다. 우리는 차달건이 보여주는 놀라운 액션에 시선을 뺏겼지만 사실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가 왜 그토록 위험한 불길 속으로 뛰어 들었는가를 잠시 놓치고 있었다는 걸 깨닫게 된다.

 

그는 유족이다. 조카가 비행기 테러로 안타까운 죽음을 맞이했다. 그는 그것이 사고가 아니라는 사실을 일찍이 알았고 그래서 진실을 밝히는 것만이 그 안타까운 죽음을 헛되게 하지 않는 일이라는 걸 알고 있다. 그래서 그는 죽을 수도 있는 그 위험한 길로 뛰어든다. 모로코까지 날아가 진상을 밝힐 유일한 증인인 저들과 결탁했던 사고 비행기 조종사를 체포하고, 그들이 돌아오는 걸 원치 않는 이들이 쏘아대는 총알 속을 뚫고 한국으로 돌아온다. 하지만 그게 끝이 아니다. 법정까지 가는 길에 이제 경찰들까지 총을 들고 그들을 막는다. 심지어 저격수까지 기용된다.

 

차달건이 유족이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되는 건 법정 앞에서 더 이상 나갈 수 없을 거라 여겼던 그 순간에 유족들이 온 몸을 던져 그 길을 뚫어주는 장면 때문이다. 그들은 총을 들고 위협하는 이들에게 달려들고, 추격하는 차를 자신의 차로 들이받으며 저격범의 총격으로부터 증인을 살리기 위해 자신의 몸을 방패로 세운다. 그들이 얼마나 진상규명을 절실히 원하는가를 드러내는 대목이다. 진실을 밝히기 위해서는 총알 앞에서도 몸을 던지고 있으니. 되돌아보면 차달건이 지금껏 해온 액션의 실체는 바로 저들 유족들의 절실함이었다.

 

<배가본드>는 그래서 수백 명의 무고한 이들이 죽게 된 사건과 그에 대해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유족들, 하지만 자신들의 이익 때문에 진실을 가리려는 세력의 이야기다. 그러니 이 구도만 보면 이 드라마는 액션 장르라기보다는 사회극에 가깝다. 그것도 우리가 최근까지 겪고 있는 현실 문제들을 환기시키는 사회극.

 

지금도 진상규명을 원하는 유족들이 여전하다. 현대사 속에서 희생된 너무나 많은 안타까운 죽음들이 진실조차 제대로 밝혀지지 않은 채 여전히 눈을 감지 못하고 있다. <배가본드>는 액션 장르에 바로 이런 안타까운 비극적 현실을 밑그림으로 깔아 넣었다. 그래서 이제 화려한 액션만큼 기대되는 건 어떻게 저 진실이 밝혀져 나갈 것이고, 그 가해자와 공모자들이 처벌받을 것인가 하는 점이다.(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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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뒤에 테리우스’ 소지섭, 육아도 사랑도 첩보도 다 잡을 수 있을까

제이슨 본이 시터가 됐다? MBC 새 수목드라마 <내 뒤에 테리우스>의 발칙한 상상은 아마도 여기서 시작되지 않았을까. 아이를 돌보고 키우는 일이 국정원의 첩보보다도 더 힘들다고 말하는 <내 뒤에 테리우스>는 그 이야기 자체가 빵 터지는 풍자다. 아마도 살림하고 육아하는 주부들이라면(남녀를 막론하고) 한참을 웃으며 공감했을 그런 이야기.

코미디를 밑바탕에 깔고 있는 첩보물은 이미 <트루라이즈>나 <스파이> 같은 영화를 통해 시도된 바 있다. 거기에는 평범한 인물들이 어느 날 중대한 국제적 사안 속에서 벌어지는 첩보전에 투입되어 엄청난 활약을 하게 되는 이야기가 주로 다뤄졌다. 하지만 <내 뒤에 테리우스>는 정반대다. 전직 NIS 블랙요원으로 활약하던 김본(소지섭)이, 남편이 죽어 일과 육아전쟁을 홀로 마주하게 된 고애린(정인선)의 시터로 들어와 맹활약(?)하는 이야기다. 

국가안보실장 문성수(김명수)가 살해되는 장면을 목격한 후 역시 마법사로 불리는 암살자 케이(조태관)에게 살해당한 고애린의 남편 차정일(양동근). 그 사건을 은밀히 조사하는 김본과 뒤탈이 없는지 고애린과 그 가족을 살피는 케이의 대결. 그리고 과거 북한 핵물리학자 망명 작전 중 사라져 내부첩자 혐의를 갖고 숨어 지내는 케이와 그를 추적하는 국정원의 권영실 부국장(서이숙). 드라마는 제이슨 본의 첩보물이 보여주는 긴박감을 연출해내지만, 그것만큼 흥미로운 건 이 긴박감들을 주부들의 일상과 병치해 보여주는 다소 과장된 코미디다. 

고애린의 아이들이 케이에 의해 납치되자, 킹캐슬 단지의 이른바 KIS(Kingcastle information System)의 국장급 역할을 하는 심은하(김여진)가 단지의 주부들을 모아놓고 그 정보망을 이용해 범인을 찾아내고 아이를 구출해내는 다소 과장된 코미디적인 장면은 공감 가는 웃음을 만들어낸다. 또 고애린의 시터로 일하게 됐다는 소식을 듣고 찾아온 심은하가 그의 심복들(?)인 남자주부 청일점 주부 김상렬(강기영)과 봉선미(정시아)를 데리고 와서 이른바 ‘시터 압박면접’을 하는 장면 역시 ‘경력단절’ 때문에 면접에서 번번이 떨어지는 주부들의 현실을 비트는 풍자적인 웃음을 준다. 

반대로 정보원으로서 국가를 위해 엄청난 일들을 해왔던 김본의 능력들이 시터가 되어 아이들을 돌보는데 있어서 적절히 발휘된다는 점도 판타지지만 기분 좋은 카타르시스를 안긴다. 항상 모든 걸 철두철미하게 정리하는 것이 몸에 밴 그는 수건 하나를 개도 각을 잡는 성격이고, 몸 쓰는 일에 익숙해 아이들이 피곤해 일찍 곯아떨어질 정도로 함께 시간을 보낸다. 물론 숨어 지내왔기 때문에 하루 종일 집안에서 머무는 일은 이미 이력이 나 있다. 이 이야기는 거꾸로 주부들이 하는 살림과 육아가 얼마나 힘겨우면서도 대단한 일인가를 새삼스럽게 드러내는 것이기도 하다. 

주인공이니 당연한 것이겠지만 인물의 극과 극 양면을 보여줘야 하는 <내 뒤에 테리우스>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맡은 배우는 역시 소지섭이다. 굳은 얼굴에 양복을 입은 뒷모습만 보여줘도 첩보물에 딱 어울리는 그런 이미지를 가진 그이지만, 우리는 <무한도전> 같은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그의 또 다른 인간적인(?) 매력을 본 바 있다. 그래서 그 무표정한 얼굴이 주는 긴장감과 웃음을 우리는 동시에 기대하게 된다. 소지섭은 과연 이 작품이 요구하는 첩보와 사랑과 육아까지 세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을까. 그것이 이 드라마의 성패를 가름하는 관건이 될 것이니.(사진:MBC)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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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척하며 여성 이용하는 세상에 대한 '악녀'의 일침

영화 <악녀>는 액션으로 시작해서 액션으로 끝나는 영화다. 그런 사실은 영화가 시작하면서부터 단박에 알 수 있다. 조폭 소굴로 보이는 좁은 복도 저편에서 “너 누구야?”라고 묻는 조직원에게 다짜고짜 총을 쏘는 장면은 이 영화의 주인공 숙희(김옥빈)의 시점으로 보여진다. 마치 슈팅게임의 한 장면을 보는 것 같은 이 놀라운 액션은 복도에서 좀비처럼 쏟아져 나오는 조폭들을 총과 칼로 마구 도륙해내는 장면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숙희의 시점으로 돌아보면 널브러져 있는 조폭들의 시체들. 어쩐지 그 풍경들은 잔인하다기보다는 통쾌하다. 거기에는 그간 여성들이 하다못해 길거리를 걸어 다니면서도 느꼈을 막연한 불안감, 두려움 같은 걸 단번에 일소시켜버리는 그 무언가가 있다. 

사진출처:영화<악녀>

하지만 그게 첫 시퀀스의 끝이 아니다. 문을 열면 마치 헬스장처럼 생긴 공간에 또 일단의 조폭들이 칼과 도끼를 들고 그녀를 기다리고 있다. 한바탕 아수라장이 벌어지고 피가 튀고 날아가는 조폭들의 살점들이 보이다가 숙희는 거울로 날아가 얼굴을 부딪친다. 그 순간 비로소 그 동안 숨겨진 채 조폭들을 제압했던 무시무시한 액션 히어로의 얼굴이 거울에 비춰진다. 시점은 주인공 시점에서 빠져나와 이제 제 3자의 시점으로 숙희를 따라간다. 마지막에 창밖으로 뛰어내리며 두목을 제압하는 장면에서는 카메라가 거꾸로 뒤집어졌다가 다시 원상태로 돌아오며 바닥에 착지하는 숙희의 모습이 잡힌다. 

사실 <악녀>는 이 첫 도입부의 10분 정도에 걸쳐 펼쳐지는 액션 장면들만으로도 충분히 감탄사가 터져 나올 영화다. 하지만 이건 이 영화가 보여주는 상상초월 액션 연출의 시작일 뿐이다. 오토바이를 타고 도로를 질주하며 벌어지는 스피드 액션과 결혼식 장면에 나오는 저격 액션, 요정에서 벌어지는 칼부림, 그리고 마치 불 속으로 뛰어드는 불나방처럼 최후의 적진을 향해 달려가는 마지막 시퀀스까지 영화는 긴장을 놓을 틈을 주지 않는다. 

물론 액션에 이렇게 공을 들인 만큼 스토리도 좀 더 쫀쫀하게 짰다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마치 <니키타>의 설정을 우리 식으로 따온 듯한 스토리에 갑자기 사랑의 감정을 갖게 되면서 변화하는 숙희의 모습은 이 도발적인 캐릭터를 신파적 스토리에 얹어 놓은 듯한 이물감을 준다. 만일 스토리가 훨씬 더 이 숙희라는 통쾌한 캐릭터를 통해 우리네 현실에 존재하는 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폭력들에 날카로운 칼날을 들이댔다면 어땠을까. 아마도 이랬다면 <악녀>는 더 높은 성취를 가져갔을 것이다. 

하지만 스토리가 조금 빈약하다고 해도, 액션을 구성하면서 정병길 감독 역시 우리 사회의 폭력성을 의식했다는 점은 도처에서 느껴진다. 즉 숙희의 핏빛 액션을 통해 결혼식은 누군가의 저격장이 되어버리고, 여성을 성 상품화하는 요정이라는 공간은 피 튀기는 전장이 되어 버린다. 무엇보다 숙희라는 인물을 이용하는 건 조폭이나 국정원이나 마찬가지라는 점은 <악녀>의 제목에 담겨진 비판의식을 발견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들은 모두 달콤한 말로 숙희를 움직이게 한다. 그것은 명령이 아니라 스스로 동기를 갖게 만드는 방식이다. 그래서 아버지의 복수나 이제 막 결혼한 남편의 복수 그리고 사랑하는 딸을 지키기 위해 죽음을 각오하고 전장으로 뛰어들지만 그것이 모두 달콤한 거짓말이었다는 걸 숙희는 비로소 깨닫게 된다. 결국 스스로 서서 착한 척하며 그녀를 이용하는 이들을 향해 날리는 일침. 그래서 그녀는 착한 척 하는 세상에 맞서는 ‘악녀’로 재탄생한다. 

영화 <악녀>는 숙희의 시점으로 담겨진 얼굴 없는 액션장면으로 시작하지만 그 마지막 장면은 피칠갑을 한 그녀가 악마처럼 웃는 얼굴이 클로즈업되며 끝난다. 결국 <악녀>는 자신의 얼굴(존재)을 갖지 못하고 이용당하며 살아가던 그녀가 자신의 얼굴을 찾는 이야기처럼 보인다. 진정한 자신을 찾기 위해 처절한 사투를 벌여야 하고 피칠갑을 한 악녀가 되어야 하는 현실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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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억을 들인 블록버스터 드라마’라는 타이틀이 붙은 ‘에어시티’라는 비행기는 8회를 보낸 지금 여전히 이륙중인가, 아니면 이미 이륙한 상태로 착륙을 향해 달려가고 있나. ‘에어시티’는 기획에 있어서 남다르다 할 정도로 참신한 드라마임에 분명하지만, 그 빛나는(?) 기획을 50%도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에어시티’가 가진 서 말의 구슬
드라마 사상 유일무이한 소재인 공항은 이 드라마가 일단 한 점 먹고 들어가는 가장 큰 요인이다. 공항은 나라와 나라의 경계이며, 그 경계에서 파일럿과 스튜어디스를 비롯하여 의사를 포함한 공항 직원들과 외교부, 검찰, 경찰, 국정원까지 다양한 직업군이 활동하는 특수한 공간이기 때문이다. 한 명씩 캐릭터를 잡는다고 해도 그 안에 들어있는 이야기가 무궁무진하다고 할 수 있다.

게다가 공항이란 공간은 일단 기본적으로 그림이 된다. 비행기가 날아다니고 끝없이 활주로가 펼쳐져 있다. 이 공간에 석양이 지거나 비가 오거나 햇살이 쏟아지는 장면은 카메라에 담기만 하면 그림이 된다. 그리고 아무리 뭐라 해도 그 공간 위를 뛰어다니는 주인공은 이정재와 최지우다. 이 멋진 배우들의 일거수 일투족은 공항이란 이국적 풍경 속에 세워놓기만 해도 괜찮은 분위기를 낼 수 있다.

그런데 이런 좋은 이점을 갖고 있는 에어시티의 시청률은 왜 좀체 반등하지 않는 것일까. 드라마의 배경과 주연배우들의 면면이 아무리 뛰어나도 그걸 제대로 받쳐주는 스토리가 없는 한, 무용지물이라는 걸 ‘에어시티’는 말해주는 것 같다. 배경과 다양한 캐릭터들을 엮는 굵직한 메인 스토리가 꿰어지지 않자 공항이란 ‘서말의 구슬’은 오히려 단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에어시티’란 비행기 하강하는 이유
김지성(이정재)의 국정원 스토리와 한도경(최지우)의 공항이야기는 도입 부분에서 사건을 통해 엮어지지만 그 사건이 2회만에 일단락되면서 마치 관계를 설정하기 위한 설명처럼 처리된다. 3회부터 이어지는 본격적인 이 두 주인공의 멜로 라인은 그런 혐의를 더 짙게 만든다. ‘버드 스트라이크’라는 좋은 소재를 가지고 한도경의 에피소드를 보여주는 건 좋은 시도지만, 그것이 ‘에어시티’라는 전체 스토리와 어떤 연관을 가지는 지는 발견하기 어렵다.

‘에어시티’가 만일 ‘그레이 아나토미’같은 매 편의 에피소드를 끊어 가는 드라마라면 ‘버드 스트라이크’에피소드는 괜찮은 것이 됐을 것이다. 하지만 ‘에어시티’는 ‘그레이 아나토미’와는 장르가 다르다. 긴박감 있는 스토리 전개가 없는 한, 국정원과 공항이란 소재는 효과적으로 사용되어졌다 할 수 없다. ‘히트’의 초반부에서 문제로 지적되었던 짧은 에피소드로 끊어 가는 드라마 진행은 ‘에어시티’에서도 똑같은 문제점으로 나타난다. 도입부분에 살해당한 동료 영재에 대한 김지성(이정재)의 복수심은 2회 정도를 넘기면서 에피소드로 끊어지고, 멜로 라인이 가동되자 긴박감을 잃어버린다.

지나치게 감성적으로 스토리를 엮어 가는 것도 단점 중 하나다. 여기에는 국정원이라는 존재의 무게감이 한 몫을 차지한다. 아무리 문제가 어렵게 보여도 “찾았답니다!”하는 멘트 하나면 쉽게 풀려버리는 국정원의 무소불위의 모습은 드라마의 맥을 풀어버린다. 찾기 전에 무언가 찾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찾았을 때의 해방감을 시청자도 함께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공항이란 공간에서 직접 촬영된다는 점은 장점이면서 단점이 된다. 장점은 아무래도 그 현장감을 살릴 수 있다는 점일 테지만, 단점은 스토리 전개에 있어서 제약도 따른다는 점이다. 세트를 만들어 공항이란 공간과 병렬적으로 촬영을 한다면 좀더 다채로운 스토리를 구사할 수 있을 것이다.

‘에어시티’가 다시 상승하기 위해서는
다행스러운 것은 한도경의 위기가 시작되고 김지성과 강하준(이진욱)이 공항을 벗어나 홍콩으로 뛰어다니기 시작하자 조금씩 하강하던 ‘에어시티’가 다시 상승하고 있다는 것. 홍콩 에피소드는 ‘에어시티’가 가야될 몇 가지 항로를 제시해준다. 먼저 드라마에 아무리 멜로가 진행된다 하더라도 그 이면에는 확고한 적이 필요하다는 것. 홍콩 에피소드에서 드러나는 적의 모습은 주인공들의 관계에도 더 절절한 느낌을 만들어주었다.

강하준의 홍콩 에피소드 투입은 캐릭터 상 좀 어울리지 않는 면이 있지만 오히려 그 점이 더 어필했다는 걸 기억해둘 필요가 있다. 그것은 아무래도 어깨에 힘이 많이 들어간 김지성과 한도경의 캐릭터 사이에서 상대적으로 강하준의 좌충우돌이 더 시청자들에게 설득력 있게 다가갔기 때문이다.

또한 공항을 다루는 드라마라고 해서 공항에만 스토리가 머물 필요는 없다는 것도 홍콩 에피소드는 말해준다. 공항을 배경이 아닌 소재로 다루는 것이라면 좀더 디테일한 공항의 이면을 비출 필요가 있다. 만일 그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것이라면 굳이 공항에 얽매이지 말고 공항을 클라이맥스의 장소로 잡고 다양한 현장에서의 사건들을 공항으로 몰아가는 것도 한 방법일 수 있다. 공항이 자꾸 배경으로만 다루어지게 되면 스토리와 소재가 자꾸 엇나가게 되고 그것은 결국 그 위에 서 있는 캐릭터마저 매력을 떨어뜨리게 된다.

최초로 다루어지는 공항이란 소재를 다루는 ‘에어시티’. 공항에 국정원 같은 배경과 두 한류 스타의 출연 같은 무게감이 그 이륙을 짓누르고 있는 게 사실이다. 지나친 부담감을 털어 내고 한 가지 에피소드라도 질깃질깃하게 붙들고 늘어지는 뒷심을 보여준다면 더 높이 날 수도 있을 것이다. ‘히트’에서 뒤늦은 발동이 가져온 아쉬움이 ‘에어시티’에서도 이어지지 않길 바란다.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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