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티', 보다 멋진 김남주의 끝을 기대했던 시청자들은..


역대급 충격엔딩이다. 우리네 드라마에서 새드엔딩을 담는다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지만 마지막 회에 이렇게 많은 반전과 파국으로 그 결말을 낸 드라마가 있었을까. JTBC 금토드라마 <미스티>는 그래서 시청자들의 바람과는 그 마무리가 엉뚱하게 끝나버렸다. 도대체 무엇이 이런 결과를 만든 걸까.

드라마 내내 케빈 리(고준)를 죽인 진범이 누구인가를 의심하게 만들었지만, 고혜란(김남주)의 남편 강태욱(지진희)에 의한 우발적 살인이라는 것이 밝혀졌다. 하지만 시청자들은 강태욱이 진범이라는 사실도 믿고 싶어 하지 않았다. 그것은 작가가 그리려는 <미스티>라는 드라마의 방향과 시청자들이 보고 싶어 한 방향이 엇나가기 시작한 지점이었다.

시청자들은 마치 안개처럼 힘겨운 현실 속에서도 고혜란이 끝내 버텨내며 그것이 무엇이든 스스로는 행복한 결말을 내기를 기대했다. 하지만 남편 강태욱이 진범이라는 결론은 어떤 식으로도 고혜란의 해피엔딩을 만들 수 없게 했다. 그건 결국 고혜란이라는 인물로 인해 만들어진 비극일 수 있기 때문이다. 비록 그것이 고혜란이 의도한 건 아니었지만, 그에 대한 집착이 강태욱과 하명우(임태경) 두 남자를 모두 파국으로 이끌었다는 게 이 드라마의 이야기가 되어버렸다.

시청자들은 그래도 고혜란의 삶을 지지하고 싶어 했다. 그를 둘러싼 비극들이 존재했지만 그것이 고혜란이 성공하기 위해 달려온 잘못된 삶 때문에 벌어진 비극이 아니고, 그저 커리어우먼으로서 일터에서도 또 가정에서도 쉽지 않은 삶 때문이라고 믿고 싶었다. 하지만 <미스티>는 그 충격적인 새드엔딩을 통해 고혜란의 성공을 위한 질주가 결국 이 모든 파국을 만들었다고 이야기했다. 어린 시절 하명우가 그랬던 것처럼, 자신의 성취를 위한 선택들을 해온 것이 이런 파국을 만들었다는 것.

마지막 회에서는 케빈 리의 아내 서은주(전혜진)와 고혜란의 남편 강태욱이 일제히 “그래서 행복하니?”라고 묻는다. 고혜란은 행복할 수가 없다. 어쨌든 강태욱은 살인을 저질렀고, 자수하러 가지만 하명우가 먼저 자수를 해버리고 자신이 모든 죄를 뒤집어써버리자 안개 낀 도로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해버린다. 고혜란으로 인해 세 남자의 인생이 끝을 맺었다. 한 사람은 살해됐고 다른 한 사람은 살인죄를 뒤집어쓰고 감옥에 다시 들어갔으며 다른 한 사람은 자살을 선택했다.

면회를 온 서은주에게 하명우는 이 모든 사건의 시작이 고혜란이 아니라 서은주로부터였다고 말했다. 고교시절 하명우가 고혜란이 찾아갔다는 금은방 아저씨에게 달려가 살인을 저지른 그 시발점이 서은주가 그 이야기를 해줬기 때문이었다는 것. 하지만 하명우는 그것이 서은주 탓이라는 이야기를 하려는 것은 아니었다. 그것은 누구의 탓도 아니고 그저 각자의 선택에 의해 벌어진 일이라는 것. 결국 우리의 삶은 안개 속처럼 한 치 앞을 알 수 없다는 이 드라마가 하려는 이야기를 하명우는 말하고 있었다.

<미스티>가 하려 했던 이야기는 욕망의 질주가 결코 행복으로 이어지지 않으며 우리의 삶은 우리가 의도한 대로 흘러가지 않는 안개 속이라는 것이었다. 그 주제의식이 이해되지 않는 건 아니지만 시청자들이 원했던 건 그런 이야기가 아니었다. 그것보다는 좀 더 주체적인 선택으로 힘겨운 현실과 부딪쳐 자신의 성취와 행복을 찾아가는 한 당찬 여성의 이야기를 보고 싶어 했다. 하지만 이런 ‘욕망의 질주’가 결국은 파국을 낳는다는 결말은 자칫 사회에서 여성이 성공하려 노력한다는 것이 모든 걸 파괴할 수도 있다는 식으로도 해석될 수 있는 것이었다.

그것은 안타깝게도 고혜란이라는 진화된 여성 캐릭터가 마지막에 이르러 퇴행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어째서 이런 선택을 했을까. 충격과 반전은 역대급이지만, 그것이 신선한 결말이 아닌 그저 충격으로만 남은 건 안타까운 일이다. 특히 고혜란 같은 지금껏 우리네 드라마에서 보기 힘든 멋진 여성상을 세워두고 끝내 주저앉힌 듯한 느낌은 꼭 이렇게까지 했어야 했나 하는 아쉬움을 남긴다.(사진:JTBC)

‘미스티’, 만일 김남주가 범인이 아니라면 어째서 우리는

과연 강태욱(지진희)이 케빈 리(고준)를 죽인 범인일까. 이제 막바지를 향해 달려가는 JTBC 금토드라마 <미스티>는 진실이 무엇인가에 대한 궁금증 또한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강태욱이 케빈 리의 차를 뒤쫓아 가다가 신호위반으로 교통카메라에 찍혀 날아온 고지서를 우연히 발견한 고혜란(김남주)는 놀라워하다가 눈물을 흘렸다. 

하지만 그것으로 강태욱이 범인이라고 단정 짓기는 아직 이르다. 그 눈물은 어쩌면 당일 케빈 리와 고혜란이 함께 있는 장면을 남편 강태욱이 봤으면서도 눈감아주려 했었기 때문에 흘리는 것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그 이상의 일이 벌어진 것을 그가 봤을 지도 알 수 없는 일이다. 

그렇지만 많은 정황들은 강태욱이 케빈 리를 죽인 범인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건 하명우(임태경)가 강태욱에게 한 말들이 의미심장하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하명우는 강태욱이 고혜란을 사랑하는 건 알겠지만 보호해줄 수 있는 지는 아직 의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가 조금만 참았더라면 이런 일들이 벌어지지 않았을 거라는 이야기도 했다. 그건 하명우가 강태욱에게 하는 이야기이면서 동시에 자신에게 하는 이야기처럼 들렸다. 그 역시 고혜란과 얽힌 어떤 사건 때문에 살인죄로 감방생활을 하지 않았던가. 마치 하명우와 강태욱은 평행이론처럼 닮아 있다.

게다가 강태욱이 드라마 초반 그처럼 고혜란에게 냉담했던 모습을 떠올려 보면 그가 갑자기 이런 극적인 변화를 보인 어떤 터닝포인트가 있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그건 케빈 리가 나타나면서 생긴 질투로 인해 촉발된 사랑이었을까. 아니면 돌이킬 수 없는 어떤 일을 저지르게 됨으로써 고혜란을 변호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자신을 변호하고 있는 것은 아니었을까. 

그래서, 이건 물론 가정이지만, 형사가 의심하고 서은주(전혜진)가 거의 확신하는 범인이 고혜란이 아니었다면 이 드라마가 하려는 이야기가 흥미로워진다. 즉 고혜란은 커리어우먼으로서 버텨내기 힘든 현실 속에서 사력을 다해 고군분투한 것이고, 그래서 다소 술수를 쓰기는 했지만 그래도 ‘진실 보도’라는 자신의 소명을 다한 것뿐일 수 있다. 제 아무리 성공해 어떤 위치에 올라가도 거기에 만족하지 않고 인정하지 않는 시아버지의 끝없는 욕망이 더해져 더 높은 곳을 향해 오르려 안간힘을 쓴 것일 수 있다. 

우리는 고혜란이라는 인물을 보면서 한 편으로는 현실의 압박을 깨치고 나오는 통쾌한 인물로 받아들이면서도 어떤 악녀가 아닐까 의심한다. 그가 법 정의까지 무너뜨리고 언론을 탄압하는 세력과 맞서 싸울 때 어떤 통쾌함을 느끼지만, 그러면서도 동시에 그가 성공하기 위해 남편의 사랑보다 일을 더 우선시 하는 모습이 어딘가 잘못된 것이 아닌가 하는 감정을 느낀다. 그래서 심지어 그가 진범은 아닐까 의심하게 되기도 한다. 

왜 이런 의심을 하게 되는 걸까. 혹 거기에는 여성들이 가정이 아닌 일을 선택하고, 사회에서의 성공을 추구하는 것 자체를 백안시하는 편견과 선입견이 들어 있는 건 아닐까. 지금껏 많은 드라마들이 남성들의 성공에 대한 욕망들을 드러내는 것에, 심지어 그것이 부정한 방법으로 시도되었다고 해도 지지해왔던 것과 어쩌면 이렇게 다른 감정과 생각을 갖게 되었던 걸까. 고혜란이 진범이든 아니든 이 커리어우먼이 보여주는 욕망의 질주를 어딘가 잘못된 것으로 여기는 그 비뚤어진 시선이 어쩌면 <미스티>가 궁극적으로 꼬집으려는 우리 사회의 편견은 아니었을까.(사진:JTBC)

엄마 아닌 여성, 김남주와 김선아가 그리는 진짜 중년여성상

최근 방영되고 있는 드라마들 중에서 주목되는 두 캐릭터가 있다. JTBC 금토드라마 <미스티>의 고혜란(김남주) 앵커와 SBS 월화드라마 <키스먼저 할까요?>의 안순진(김선아)이 그들이다. 언뜻 보면 두 캐릭터는 완전히 다른 상반된 면면으로 보여진다. 하지만 이 두 캐릭터들에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그건 중년 여성들이라는 점이고, 중년이면 으레 등장하는 엄마 캐릭터가 아니라 한 독립적인 주체로서의 여성 캐릭터라는 점이며, 현직이든 전직이든 커리어우먼이라는 사실이다.

이 두 캐릭터가 주목되는 건 이들이 공통으로 처하고 있는 현실 때문이다. <미스티>의 고혜란은 커리어우먼으로서 앵커 자리에 오르고 청와대 대변인 물망에까지 오른 인물이지만 사방이 지뢰투성이다. 성공을 위해서라면 어떤 일이든 서슴지 않았지만 그런 선택들이 그에게 위험요소로 부메랑처럼 돌아온다. 다행스러운 건 그나마 영향력을 가진 변호사 남편이 그의 편이라는 것이지만, 그의 타협 없는 보도는 정치권과 법조계, 언론까지 이어진 권력의 카르텔의 조직적인 공격을 받게 된다.

물론 고혜란이라는 인물 역시 완전히 선한 인물이라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유리천장을 넘기 위해 또 밑에서 치고 올라오는 젊은 후배들과의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싸워가면서도 진실보도를 위한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특히 남성들이 차지하고 있어 그들끼리 공고히 하고 있는 권력 시스템 속에서 자신의 자리를 지켜내려는 커리어우먼으로서의 면면은 많은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기에 충분했다.

고혜란이 치열한 사회생활 속에서 당당히 싸워나가는 커리어우먼에 대한 동경을 담고 있다면, <키스 먼저 할까요?>의 안순진은 베테랑 스튜어디스로서 커리어우먼의 경력을 갖고 있지만 이혼 당하고 소송으로 사채 빚까지 진 여성 캐릭터의 동정을 담고 있다. 특히 퍼스트 클래스의 갑질하는 손님에게 제대로 한 방 먹인 후, 일자리에서도 쫓겨난 그는 사실상 아무런 삶의 의욕조차 갖지 못한 채 살아간다.

고혜란이 사랑마저도 성공을 위해 이용하는 인물이라면, 안순진은 벼랑 끝에 몰린 현실 속에서 돈 많은 남자라도 잡아 인생역전을 꿈꾸기도 하는 인물이다. 물론 그런 이용의 목적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진정으로 이해해주고 공감해주는 남자에게 서서히 사랑의 감정을 갖게 되지만.

고혜란도 안순진도 중년의 커리어우먼으로서 엄마도 아니고 그렇다고 사랑에 목매는 여성도 아닌 현실적인 인물이라는 점은 시청자들이 이 두 캐릭터에 공감하는 가장 큰 이유다. 물론 그 현실을 대하는 서로 다른 방식 때문에 시청자들은 이 캐릭터들에게 ‘동경’과 ‘동정’으로 나뉘는 반응을 보이지만, 그들이 처한 녹록치 않은 현실은 크게 다르지 않다. 각자 중년 커리어우먼이 저마다 살아남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그 대목에 대한 공감대가 크다는 것.

이것은 아마도 이 두 캐릭터를 연기하는 김남주와 김선아에게 이 작품이 주는 남다른 의미일 것이다. 그들 역시 중견배우로서 작품들이 많이 요구하는 엄마상이나 여자가 아닌 진짜 중년여성상을 그려내고 싶었을 테니 말이다. 물론 그 파국이 보이지만 중년여성이라면 동경할 수밖에 없는 커리어우먼 고혜란과, 모든 걸 잃었지만 진짜 사랑을 얻을 것으로 보이는 안순진을 연기하는 이 중견배우들의 아우라가 남다르게 다가온다. 그건 어쩌면 중견배우로서 그들이 버텨내는 그 치열함을 그대로 담고 있으니 말이다.(사진:JTBC)


‘미스티’, 치정극보다 김남주의 폭주를 더 기대하는 까닭

JTBC 금토드라마 <미스티>가 극 초반부터 시청자들의 시선을 확 잡아끈 건 다름 아닌 고혜란(김남주) 앵커라는 캐릭터가 가진 매력 때문이었다. 갖은 노력을 다해 올라선 뉴스 프로그램 앵커라는 자리를 지키기 위해 못할 게 없는 인물. 젊은 한지원 기자(진기주)가 치고 올라오자 그의 부적절한 관계를 몰래 찍어 앵커 자리에서 낙마시킬 줄도 아는 결코 선하지만은 않은 그런 인물이 바로 고혜란이다. 

여기서 고혜란이란 인물의 매력 중 가장 중요한 건 ‘결코 선하지만은 않은’이라는 바로 그 지점이다. 성공하기 위해 좋은 집안에 배경을 가진 강태욱(지진희)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했고, 사랑보다는 ‘필요’에 의해 결혼한 그였다. 둘 사이에 갖게 된 아이도 앵커직을 더 붙들기 위해 상의도 없이 지워버렸다. 그래서 소원해진 부부지만, 대외적으로는 잘 살아가고 있는 것처럼 꾸미는 ‘쇼윈도 부부’의 삶을 그들은 살아간다. 

고혜란이 결코 선한 인물이 아니지만 매력적인 캐릭터인 건, 그의 이런 지나칠 정도의 절실함과 성공에 대한 폭주가 그만큼 커리어우먼으로서 어떤 성공을 거두고 그 자리를 지켜내는 일이 엄청나게 어려운 우리네 현실을 에둘러 보여주고 있어서다. 지금껏 <하얀거탑>의 장준혁(김명민)처럼 성공을 향해 무한질주하는(결국은 낙마하더라도) 남성 캐릭터들은 많았지만, 고혜란 같은 여성 캐릭터는 드물었다. 그러니 마지막에 파멸에 이르더라도 한번쯤 끝까지 욕망을 밀고 나가는 여성 캐릭터에 대한 갈증을 고혜란이라는 캐릭터는 확실히 채워주는 면이 있었다. 

그런데 케빈 리(고준)가 누군가에 의해 살해당하고 그의 성추행을 의도적으로 찍은 매니저에 의해 협박을 당하며, 케빈 리와 고혜란의 관계가 직업적 관계 그 이상을 알아버린 케빈 리의 아내 서은주(전혜진)의 복수 선언이 이어지면서 <미스티>의 고혜란이 갖고 있던 이런 매력들이 초반만큼 잘 드러나지 않고 있다. 특히 복수를 위해 서은주가 의도적으로 고혜란의 남편인 강태욱에게 접근하는 치정극에 가까운 이야기와, 감옥에서 출소해 곤경에 빠진 고혜란의 문제를 해결해주는 미스터리한 남자 하명우(임태경)의 ‘순애보(?)’ 같은 이야기는 조금은 맥이 빠지게 만드는 면이 있다. 

즉 서은주와 고혜란의 대결구도는 커리어우먼의 현실과의 대결을 그리는 듯 했던 <미스티>의 이야기에서 옆길로 샌 듯한 느낌을 주고, 하명우라는 일종의 숨은 ‘가디언’의 존재는 고혜란의 독립적이고 능동적인 캐릭터를 상당부분 수동적으로 만들어버린다. 모든 문제를 스스로 해결해나가던 고혜란이 갑자기 그를 돕기 시작한 강태욱과 하명우 같은 남자들에 의해 마치 드라마의 주도권을 빼앗기는 듯한 느낌이다. 

사실 <미스티>의 시청자들은 치정극이나 보디가드식의 순애보를 보고 싶은 게 아닐 게다. 그것보다는 이 처절할 수밖에 없는 고혜란이라는 문제적 인물이 끝까지 욕망을 펼쳐 나가고 그 끝이 파국이라고 할지라도 뛰어드는 그런 강렬한 커리어우먼상을 기대하지 않았을까. 물론 단 한 회만의 머뭇댐이고 옆길로 빠져든 것이라 여기고 싶다. 욕망의 질주와 그로 인한 파멸하는 인물을 통해 ‘선하게 지킬 건 지키고 산다’는 그런 식의 틀에 박힌 교훈이 아니라, 왜 그렇게 파멸할 정도로 뜨거운 욕망을 추구했어야 했는가를 보여주는 공감 가는 여성상을 보고 싶은 것이니.(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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