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텀싱어 올스타전', 조합만으로 만들어낸 재사용 그 이상의 가치

 

'톰과 제리', '과함과 과함의 만남'. JTBC <팬텀싱어 올스타전>에서 김주택과 조민규가 듀엣이 되어 무대에 오르자 이 조합을 표현하는 자막들이 쏟아진다. MC인 전현무는 이들의 듀엣무대를 "4년 만에 드디어 이뤄진 김주택씨의 꿈"이라고 말했다. 아마도 <팬텀싱어>의 찐팬이라면 이 말이 무얼 의미하는 지 너무나 잘 알 것이다. 4년 전 <팬텀싱어2>에서 마지막 4중창 멤버를 꾸릴 때 조민규팀에 적극적인 구애를 했던 김주택이 결국 선택받지 못하면서 생긴 두 사람의 유머 가득한(?) 대결구도가 그것이다. 당시 살짝 삐친 듯 김주택은 "영원한 적으로 남고 싶은가 보네요"라고 말해 웃음을 만들기도 했다.

 

그렇게 4년이 지나 <팬텀싱어 올스타전>으로 다시 만난 김주택과 조민규는 특유의 '톰과 제리'의 대결구도로 시종일관 보는 이들을 웃음 짓게 만들었다. 특히 과한 리액션으로 예능을 해도 될 법한 캐릭터의 존재감을 드러낸 김주택은 조민규를 계속 의식한 멘트들로 이 경연 프로그램의 분위기를 띄우는 역할을 해줬다. 그의 팀 미라클라스 팀원들이 전부 '김주택화'될 정도로 <팬텀싱어 올스타전>에서 그의 존재감은 강렬했으니 말이다.

 

무대 밖에서는 큰 웃음을 주는 '과한 캐릭터'였지만, 무대 위에 서면 그 누구보다 진지하고 초절정의 노래를 선사하는 김주택은, 전략가로 불리는 조민규와 만나 기분 좋은 듀엣의 하모니를 들려줬다. 이탈리아와 스페인의 밝고 쾌활한 감성을 담은 'Rosalina'를 춤까지 곁들여 부른 듀엣 무대는 역대급이라는 표현에 걸맞는 완성도와 흥겨움을 안겨줬다.

 

이번 듀엣 무대를 통해 볼 수 있듯이 <팬텀싱어 올스타전>은 다양한 조합으로 점입가경의 색다른 무대들이 가능하다는 걸 보여주고 있다. 처음 이 프로그램이 기획되었다고 했을 때만 해도 시즌1,2,3의 팀들이 모여 한 차례 콘서트 같은 무대를 보여주는 게 아닌가 하고 여겨진 면이 있었다.

 

하지만 <팬텀싱어 올스타전>은 말 그대로 팀별 오디션 방식을 채택했고, 첫 번째 미션으로 각 팀의 4중창을 선보인 후 온라인 관객과 현장 관객의 투표로 순위를 매겼고, 두 번째 미션으로는 팀 1대1 대결을 벌였다. 그러더니 세 번째 미션에는 각 팀의 대표주자를 내세운 솔로 대표전을 벌였고, 네 번째 미션에는 시즌별로 묶어 듀엣과 4중창단을 재구성해 대결하는 방식을 시도했다.

 

미션을 통해 다양한 조합을 구성하고, 그들이 보여주는 대결을 오디션 방식으로 풀어낸 <팬텀싱어 올스타전>은 그래서 지금껏 기대했지만 보지 못했던 조합들까지 만들어지는 단계에 들어왔다. 김주택과 조민규가 함께 부르고, 유채훈과 존 노가 오마이걸 유아가 부른 '숲의 아이'를 재해석한 무대를 들려준다.

 

솔로 대표전을 보면 이들이 어째서 조합만으로도 색다르고 다채로운 무대가 가능한가를 실감하게 된다. 고훈정이 기타를 매고 나와 조용필의 '비련'을 '아다지오'와 매쉬업해 들려주고, 조민규는 마치 조커가 노래하듯 하나의 모노드라마 같은 무대로 광대의 웃음 속 슬픔을 표현한다. 폭풍성량의 안세권과 클래스가 다른 바리톤 김주택, 초절정 감성 고음을 가진 곽동현과 <팬텀싱어> 유일의 천상계 카운터테너 최성훈 등등. 모두가 저마다의 실력과 개성을 갖고 있는지라 무한 조합의 매력적인 무대가 가능해진 것이다.

 

많은 오디션 프로그램들이 나왔지만, 이처럼 지금껏 시즌의 주역들을 한 자리에 모아 또 다른 매력적인 무대를 구성해냈다는 점에서 <팬텀싱어 올스타전>은 단순한 '재사용' 그 이상의 충분히 가치를 보여주고 있다. <팬텀싱어>의 찐팬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팬서비스'의 무대들이면서, 팬이 아닌 시청자들조차 충분히 팬으로 만들어주는 역대급 무대의 향연이라니.(사진:JTBC)

‘팬텀싱어2’, 파이널 경쟁보다 돋보였던 화합의 풍경

JTBC 오디션 프로그램 <팬텀싱어2>의 최종 우승은 강형호, 조민규, 고우림, 배두훈의 포레스텔라팀에게 돌아갔다. 정필립, 박강현, 김주택, 한태인의 미라클라스팀은 아쉽게 준우승에 머물렀고 조형균, 안세권, 이충주, 김동현의 에델 라인클랑팀이 3위를 차지했다. 

'팬텀싱어2(사진출처:JTBC)'

이번 <팬텀싱어2>의 파이널 무대의 최종 우승자는 100% 문자투표로 인해 결정됐다. 2차에 걸쳐 치러진 결승전에서 1차전은 심사위원과 관객의 점수를 합산해 순위가 결정되었고, 2차전은 온전히 100% 문자투표로 진행됐다는 건 이 오디션 프로그램이 특히 시청자들의 판단에 더 무게중심을 두었다는 걸 말해준다. 

그래서 파이널 무대에서는 프로듀서들이 할 일이 거의 없었다. MC인 전현무는 그래서 “편안히 즐기시면 된다”고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실제로 프로듀서들은 무대를 즐기며 때론 폭풍눈물을 쏟아내기도 했고, 기립박수를 치기도 하는 등 관객과 하등 다를 바 없는 시간을 보냈다. 

이처럼 프로듀서들이 파이널에서 당락 결정에서 빠져 있는 건, 그들이 이 프로그램에서 하는 역할을 명확히 보여줬다. 각각으로 모인 이들이 듀엣이 되고 트리오가 되며 그리고 궁극적으로 4중창단이 되어가는 그 과정에서 최적의 하모니를 구성할 수 있게 도움을 주는 것이 그들의 역할이었다. 그러니 세 팀 모두 그들에게는 소중할 수밖에 없었다. 누가 우승자 자리를 차지하든 사실상 모두가 완전체라 여겨질 만큼.

포레스텔라가 결국 최종 우승을 하게 된 건 그래서 그 파이널 무대에서 월등했다는 걸 뜻하는 것도 아니고, 그들의 실력이 다른 경쟁팀과 비교해 남달랐다는 걸 의미하는 것도 아닐 게다. 문자투표는 그것보다는 그간 프로그램 속에서 이들이 걸어왔던 과정들과 그로 인해 생겨난 저마다의 팬덤이 더 크게 좌우할 수밖에 없다. 

포레스텔라가 더 많은 팬덤을 가져갈 수 있었고, 그래서 최종우승을 할 수 있었다는 건 시청자들이 이번 시즌에서 이 프로그램에 요구했던 것이 무엇인가를 잘 말해준다. 물론 객관적인 실력으로는(물론 이들의 실력을 순위로 나누긴 어렵지만) 미라클라스나 에델 라인클랑 그 누구도 빠지지 않는다. 다만 크로스오버라는 <팬텀싱어>만의 특징 속에서 이미 시즌1을 경험했던 시청자들은 좀 더 새로운 무대를 더 희구했다고 볼 수 있다. 

포레스텔라가 우승을 했지만 이날 파이널 무대에서 미라클라스가 두 번째 무대에서 부른 ‘필링스’는 큰 감동을 주었다. 그것은 하모니가 주는 감동은 물론이고, 그 노래가 가진 가사의 의미들이 이 프로그램의 파이널 무대와 공명하며 만들어낸 울림이 남달랐기 때문이었다. 이별을 아쉬워하며 거기서 삶의 의미까지를 얘기하는 이 노래는 그래서 파이널 무대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곡으로 남았다. 

3위에 그쳤지만 에델 라인클랑이 부른 ‘Senza parole’ 역시 그간 아껴뒀던 비장의 무기인 만큼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특히 김동현의 목소리가 돋보이는 이 곡에 안세권의 폭풍성량과 조형균의 피를 토하듯 불러내는 고음 그리고 감성 가득한 이충주의 목소리가 더해져 마지막 하나의 하모니로 묶여지는 그 순간은 전율을 주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경희대학교 평화의 전당 현장에서 본 파이널 무대에서, 이러한 극강의 하모니 무대보다, 또 누가 우승자인가로 가려지는 그 순간보다 더 강렬하게 필자를 뭉클하게 한 풍경은 다른 것이었다. 마지막 최종결정을 하기 위해 세 팀이 한 무대에 올랐을 때 최종 우승자 발표 직전 ‘광고’가 흘러나올 때 무대 위에서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세 팀이 누가 팀이랄 것도 없이 서로 다가가 마지막 무대를 수고했다면 껴안아주고 격려하는 풍경. 그 풍경을 바라보던 현장의 관객들이 모두 박수를 쳤다. 

아마도 그것이 <팬텀싱어2>가 보여준 최고의 하모니가 아니었을까. 누가 우승자가 되는 것이 무에 그리 중요한 일일까. 그것보다는 서로 경쟁하면서 동시에 서로를 상생시켰던 그들이, 또 경쟁을 떠나 모두가 형제가 되어버린 그 시간들 속에서 서로가 서로에게 진심으로 수고했다 격려해주는 그들 모두가 위너라는 걸 그 한 장면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이번 시즌은 끝났어도 이 세 팀이 또 이번 시즌을 통해 발견됐던 많은 좋은 싱어들이 다른 무대에서도 계속 만날 수 있기를.

‘팬텀싱어2’ 3팀3색, 누가 우승의 주인공이 될까

JTBC 오디션 프로그램 <팬텀싱어2>는 이제 결승만 남았다. 그리고 그 결승의 무대에 오를 세 팀이 결정됐다. 그 팀의 조합을 들여다보면 저마다 색깔이 확실히 다르다는 걸 느낄 수 있다. 안세권, 김동현, 이충주, 조형균으로 구성된 에델 라인클랑, 강형호, 고우림, 배두훈, 조민규가 한 팀인 포레스텔라 그리고 김주택, 박강현, 정필립, 한태인이 한 팀인 미라클라스. 누가 우승의 주인공이 될까.

'팬텀싱어2(사진출처:JTBC)'

먼저 에델 라인클랑 팀은 이들의 관계가 남다른 점이 눈에 띤다. 안세권과 김동현은 같은 학교 동기로 때론 갈등도 있지만 그만큼 끈끈한 사이다. 듀엣 미션 때 두 사람은 선곡 문제로 갈등하다 눈물을 흘리기까지 했다. 하지만 그런 부딪침이 무대에서는 오히려 시너지로 작용하는 면이 있었다. 도전적인 선택을 하는 김동현이 안세권이 가진 잠재력을 끄집어내는 듯한 느낌이다.

이충주는 김동현의 선배이고, 또 조형균과는 같은 뮤지컬 무대에 섰을 만큼 화음이 잘 맞는 조합. 그러니 에델 라인클랑 팀은 이 끈끈한 관계를 바탕으로 만들어질 하모니가 그 어떤 팀보다 궁금해질 수밖에 없다. 특히 성악과 뮤지컬배우의 균형 잡힌 조합이 주는 완벽한 크로스오버의 하모니는 이미 이전 무대에서 한번 합을 맞춰 보는 이들을 감동시킨 바 있다. 

포레스텔라팀은 전략가 조민규를 중심으로 한 번씩 화음을 맞춰 좋은 무대를 선보였던 강형호, 고우림, 배두훈이 한 팀이 되었다. 강형호는 조민규와 함께 ‘Sweet Dreams’로 놀라운 고음을 선보인 바 있고, 고우림, 배두훈과는 ‘Dell’ Amore Non Si Sa’, ‘Radioactive’ 등을 통해 좋은 하모니를 선사한 바 있다.

무엇보다 이 팀은 그 예측 불허의 무대를 통해 <팬텀싱어2>를 흥미진진하게 만든 장본인들이다. 파격적인 선곡과 화려한 곡 구성 그리고 하모니는 물론이고 동작까지 더해 드라마틱한 무대를 만들어내는 그 강점은 이 팀이 우승 후보로서 부족함이 없다는 걸 잘 보여준다. 크로스오버가 가진 실험성을 가장 잘 드러내는 팀.

마지막으로 미라클라스팀은 팀명에서도 드러나듯 김주택이라는 ‘클라스가 다른’ 성악이 주축이 되고 그 안에 정필립이라는 우리의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는 목소리의 성악과 베이스이지만 밝고 경쾌한 느낌을 주는 한태인 그리고 이 성악 하모니에 한 줄기 뮤지컬의 감성을 더해줄 박강현이 포진한 팀이다. 

이미 이전 무대에서 한 팀을 이뤘던 다른 팀에 비해 아직 그 조합이 생소해 어떤 색깔의 하모니를 들려줄지 미지수이지만, 바로 그런 점 때문에 궁금해지는 팀이기도 하다. 성악의 강점을 가장 잘 살려낼 수 있으면서도 그걸 오히려 반전으로 활용할 가능성도 적지 않은 팀이다. 무엇보다 팀 조합이 신선하다는 점은 이 팀의 중요한 강점이다.

하모니일까 실험성일까 아니면 신선함일까. 결정된 세 팀이 세 가지 저마다의 강점을 들고 다음 주 마지막 무대를 채운다.

'팬텀2', 치밀한 전략가 조민규를 따라하기 시작했다는 건

이보다 노래를 잘할 수는 없다. 매회 귀호강 무대를 선사하는 JTBC 오디션 프로그램 <팬텀싱어2>는 성악가, 뮤지컬배우 등이 참여하는 오디션인 만큼 그 기량에 있어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특히 이번 시즌2는 시즌1의 성공에 힘입어 국내외 유명한 성악가와 뮤지컬배우들이 참여했다. 

'팬텀싱어2(사진출처:JTBC)'

하지만 각자 기량이 뛰어나다는 점은 적어도 <팬텀싱어>라는 4중창 하모니를 지향하는 오디션에서는 오히려 장애요소가 될 가능성도 크다. 누구 한 사람의 목소리가 너무 튀어나오면 자칫 그 하모니가 깨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점점 더 중요해진 것이 바로 전략이다. 그냥 목소리를 맞추는 수준이 아니라 저마다 가진 목소리의 장단점과 기존 불렀던 노래들의 특색 등을 분석해서 새롭게 꾸미는 무대가 식상하지 않고 새로운 충격을 줄 수 있도록 구성해내는 것. 

이를 가장 효과적으로 보여준 참가자가 바로 조민규다. 그는 ‘전략가’라는 닉네임에 걸맞게 계속 새로운 무대의 실험을 보여줬다. 이번 무대에서 강형호, 안현준, 한태인과 선보인 유리 스믹스의 ‘Sweet Dreams’ 역시 파격적인 무대였다. 윤종신 프로듀서의 말대로 모두가 하모니를 통해 아름다운 소리를 내려고 했다면 이 무대는 강렬한 한 편의 퍼포먼스를 보는 듯한 느낌을 줬다. 

안현준과 한태인의 저음이 주는 묵직함에 강형호와 조민규가 선사하는 고음의 날카로움은 그 대비효과만으로도 듣는 이들의 소름을 돋게 만들었다. 곡을 전략적으로 구성하면서 생겨난 반전효과가 매력적인 무대가 아닐 수 없었다. 게다가 동작 하나하나까지 맞춰서 안무적 배려까지 한 대목은 조민규가 얼마나 치밀하게 무대를 계산하는 프로듀서적인 능력을 발휘하고 있는가를 여실히 보여줬다. 

흥미로운 건 이런 전략적 선택을 이제 다른 팀들도 고민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세계적인 성악가인 김주택이 들어가 염정제, 김동현, 시메와 함께 꾸려진 팀이 부른 이승환의 ‘꽃’은 그 점을 잘 보여준 무대였다. 이태리 성악곡만 줄곧 불렀던 김주택과 김동현, 그리고 팝송만 불렀던 시메. 그래서 그들은 우리 감성을 적실 수 있는 가요 ‘꽃’을 선택했다.

그리고 이 노래를 보다 효과적으로 들려주기 위해 창법 또한 성악적인 면을 많이 누그러뜨렸다. 김주택은 그간 해왔던 다소 부담스럽게 느껴졌던 성악 발성을 내려놓고 마치 편하게 가요를 부르는 것처럼 이 노래를 소화해 새삼 크로스오버의 맛을 살려냈고, 그간 우리말 가사를 선보이지 않았던 시메는 놀랍게도 괜찮은 발성으로 노래를 불러내는 반전을 보여줬다. 

물론 이번 오디션에서 1위를 차지한 이충주, 조형균, 정필립, 고우림의 ‘La Vita’라는 곡 역시 잘 부르려하기보다는 즐기려는 자세를 보여줘 더 감동적인 무대가 될 수 있었다. 특히 정필립 특유의 음색이 주는 매력은 이 무대에서도 단연 두드려졌다. 조형균과 이충주의 뮤지컬배우 다운 감성적 표현도 빼놓을 수 없지만. 

노래만 잘 한다고 해서 우승할 수 없다. 아마도 <팬텀싱어2>가 가진 그 어떤 오디션과는 다른 특징이 여기서 나오는 것일 게다. 혼자 잘 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잘 해야 하고 그러기위해서는 최적의 곡 선정과 구성 그리고 그 구성에 대한 전략이 필요해졌다. 이제 시청자들은 이 귀호강 오디션에서 바로 그 전략들을 보는 또 다른 재미를 기대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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