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마프>, 그 어떤 드라마보다 극성이 강한 까닭

 

이토록 강한 이야기들이 있을까. tvN <디어 마이 프렌즈>에서 희자(김혜자)는 치매를 앓고 난희(고두심)는 간암 판정을 받았다. 난희의 절친 영원(박원숙) 역시 암 투병을 해왔던 사실은 이미 서두에 그녀가 벗은 가발 아래 듬성듬성 난 머리칼로 보여진 바 있다. 정아(나문희)는 뒤늦게 딸이 남편에게 상습적인 폭력을 당해왔다는 사실을 알고는 그것이 늘 폭력적인 상황에서도 다 그렇게 사는 것이라 치부해온 자신 탓이라 여기며 후회한다. 결국 그녀는 집을 나와 꼰대 남편 석균(신구)과 떨어져 지낸다.

 

'디어 마이 프렌즈(사진출처:tvN)'

난희의 엄마 오쌍분(김영옥) 여사의 삶은 또 어떤가. 평생을 폭력 남편 아래서 장애인 아들 장인봉(김정환)을 건사하며 살아왔다. 그렇게 나이 들어 이제는 자신의 손길이 아니면 혼자 살아가기 힘든 남편과 아들을 챙기며 살아간다. 아무 걱정 없이 살아갈 것 같은 오충남(윤여정) 역시 가족 친지들을 위해 한 평생을 희생하며 살아온 장본인이다. 교육을 못 받은 것에 대한 한을 화가 먹물들을 만나며 위로받지만 그들이 점점 속물이 되어가는 걸 보면서 후회하기도 하는 인물.

 

상대적으로 젊은 인물들도 삶이 그리 쉽지만은 않다. 완이(고현정)는 사랑하는 사람이 눈앞에서 교통사고를 당하는 걸 목격한다. 결국 장애인이 되어버린 그를 버리고 도망치듯 귀국하지만, 그녀는 그런 자신의 선택을 용서하지 못한다. 그래서 그녀가 어린 시절 남편의 외도를 목격한 엄마가 절망감에 자살을 시도하면서 자신에게도 약을 먹였던 사실을 들먹이며 이 모든 선택이 엄마 탓으로 몰아붙이기도 한다. 장애인과 유부남은 안 된다는 엄마의 말은 지금도 그녀가 사랑하는 남자를 만나는 일에 커다란 벽을 세워놓는다.

 

<디어 마이 프렌즈>의 이야기들은 이처럼 강하고 아프다. 많은 인물들이 등장하지만 그 인물들 하나하나를 들여다보면 한 사람이 한 편의 드라마를 써도 될 정도로 아픈 사연들이 넘쳐난다. 이렇게 된 건 아마도 이 드라마가 그리고 있는 것이 노년의 삶이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이제 죽을 날이 가까운 나이에 그들에게 치매나 암 같은 건 더 이상 영화나 드라마 속 이야기가 아니다. 게다가 그 한 평생의 삶 속에서 그들에게 깊은 상처를 남긴 사건들이 어느 누구에게나 하나쯤은 있기 마련일 게다.

 

꼰대 드라마를 표방한 것처럼 노년들의 삶을 다룬다고 했을 때 그것이 과연 시청자들의 시선을 잡아끌 수 있을 것인가 의구심이 들기도 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작품을 통해 보면 이 노년의 삶이야말로 그 어떤 드라마들보다 드라마틱하다는 걸 확인할 수 있다. 이들은 어떤 갈등이나 사건도 살아왔던 한 인생을 절단 낼 정도의 파괴력을 발휘하는 나이에 서 있다.

 

하지만 이 도처에 놓여져 있는 아픔과 상처와 고통들 속에서도 <디어 마이 프렌즈>는 어떤 따뜻함과 희망 같은 걸 자꾸만 들여다보게 만든다. 그것이 가능해지는 건 결국 그 아픔과 상처와 고통을 보듬는 친구라는 존재들이 있기 때문이다. 희자가 치매라는 사실을 알 밤마다 집밖을 나가려는 그녀를 붙잡아주는 충남이나, 한 밤중에 잠옷 바람으로 성당을 가는 그녀를 먼발치에서나마 따라다니며 보살피는 성재(주현), 그리고 그 사실을 듣고는 부정하면서 진심어린 눈물을 흘려주는 절친 정아가 있어 희자의 불행은 그나마 감당할 수 있는 따뜻함으로 다가온다. 암 판정을 받은 난희 옆에 친구 영원과 친구 같은 딸 완이 있어주는 것처럼.

 

이것은 <디어 마이 프렌즈>가 전하는 삶의 메시지다. 삶이란 결국 많은 아픔과 고통을 겪기 마련이고 결국은 죽음 앞에서 비극적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럼에도 우리가 웃으며 살아갈 수 있는 이유는 똑같은 운명 앞에 서 있는 많은 이들이 서로를 보듬어주기 때문이 아닐까. ‘디어 마이 프렌즈’. ‘내 친구들앞에 친애하는이란 수식어를 붙이는 건 그래서일 게다

<디마프>, 관계의 족쇄 벗어 버리고 친구가 된다는 것

 

엄마도 여자야. 내 말이 맞지 엄마. 엄마도 여자지? 엄마도 남은 인생 여자로 살고 싶지? 그치?” 꼰대 남편과의 삶에서 벗어나고자 집 나온 정아(나문희)에게 딸들이 찾아와 자신들의 고충을 토로한다. 엄마가 집을 나오자 아빠가 딸들에게 이거 해라 저거 해라 하며 일을 시킨다는 것. 딸들은 집나온 엄마에 대한 의견이 다르다. 이혼을 찬성하는 쪽과 그렇지 않은 쪽. 남은 인생 여자로 살고 싶지 않냐고 묻는 딸은 이혼을 찬성하는 쪽이다.

 

'디어 마이 프렌즈(사진출처:tvN)'

하지만 정작 당사자인 정아는 그렇게 말하는 딸에게 듣다못해 한 마디를 던진다. “아휴 내가 무슨 여자냐. 물혹으로 자궁 떼 낸 지가 언젠데. 그리고 이 나이 들어서 내가 남자면 어떻고 여자면 어때. 아주 지랄들을 하고 있어 그냥.” 그러자 또 딸이 엄마 인생을 들먹이며 대거리한다. “지랄 안하게 생겼냐? 여적 잘 살다 이렇게 집 나오면 엄마 인생 실패한 거 밖에 더 돼?” 다른 딸은 생각이 다르다. “엄마가 왜 실패야? 혼자선 아무 것도 못하는 아버지 인생이 실패지.”

 

tvN 금토드라마 <디어 마이 프렌즈>에서 정아의 남편 석균(신구)은 한 마디로 꼰대다. 아내인 정아 구박하는 일이 마치 습관처럼 되어 있다. 눈 뜨면 밥 차리라 명령하고, 물 떠다 먹는 일조차 제 손으로 하는 법이 없다. 밖에 나갔다 늦게 들어올라 치면 문 밖에서 반성하고 들어오라며 벌을 준다. 온 친척들을 위해 상다리가 부러지도록 제사상을 차리라고 해놓고는 여자들은 재수 없다며 제사 때는 집 밖으로 내몬다.

 

집안에서 이러니 집밖에서는 오죽할까. 후배인 성재(주현)의 집에 불쑥 찾아와 밥 달라고 하고는 자신은 식탁에 숟가락 놓는 것조차 하지 않는다. 마치 아내 부리듯 성재에게도 이거 해라 저거 해라 하기 일쑤다. 이러니 젊은 사람들이 그를 좋아할 리 만무다. 완이(고현정)는 그에게 전화 오는 것조차 끔찍해 한다. 집 나간 아내 대신 그 주변 사람들에게 다짜고짜 전화해 밥 차려 달라고 떼쓰는 그에게 모두가 인상을 쓴다. 버스를 타고 마치 제 자리인 양 앉아있는 여학생에게 일어나라고 말하는 그에게 예의는 없다. 집 안에서도 집 밖에서도 그는 철저히 꼰대다.

 

그러니 집 나온 정아의 사정이 백 분 이해된다. 그런데 딸들이 찾아와 아버지에 대해 나쁘다고 말하자 그녀는 오히려 석균을 변호한다. “니들이 아버지한테 그렇게 말할 게 뭐 있냐. 젊어서는 니들 키운다고 아버지 그냥 철공소 공장 다니면서 한 푼이라도 더 벌려고 그 추운 겨울에도 귀가 얼고 코가 얼면서도 그냥 밤 12시까지 야근하고 나이 칠십 먹어서는 지금 그래도 너희들 덕 안 볼라고 일하는데 너희들이 아빠한테 그렇게 말할 게 뭐 있어? 반찬 해주기 싫다고 그럼 하지 말어. 사다 줘. 천벌 받을 년들아.”

 

왜 정아는 딸들의 이야기에 동의하지 않고 오히려 석균의 입장을 대변했을까. 주변사람들은 정아의 가출을 복수라고 말하지만, 정작 그녀는 그게 복수가 아니라 그저 혼자 마음 편히 흑맥주 한 잔 먹고 싶었을 뿐이라고 말한다. 그녀의 가출은 석균에 대한 복수가 아니다. 그녀 스스로가 자유롭고 싶었을 뿐이다.

 

절친인 희자(김혜자)와 나란히 손을 잡고 걸어가며 그녀는 석균에 대한 자신의 감정을 솔직히 말한다. “나도 몰라. 밥 해주는 게 딱히 싫은 것도 아니고 성질 별난 것도 모르는 것 아니고. 안쓰럽지 않은 것도 아닌데 근데 지금은 그냥 다 싫어. 나도 내 마음이 왜 그런지 나도 모르겠어.” 갑자기 전화를 해서 잘 자라고 말하고는 왜 너는 나한테 잘 자란 얘기 안하냐고 지청구를 날리는 석균에 대한 정아의 마음은 복잡하다.

 

그런 정아에게 희자는 살갑다. “좀 앉았다 가 나 기운 있으면 너 업고 갈건데.” 불쑥 정아가 남편 석균에 대한 속내를 털어놓는다. “김석균이랑은 얘기 안돼. 아휴 둘이 같이 가다가 지금처럼 내가 힘들면 좀 쉬어 가자 그러구. 또 다치면 너처럼 조심하라고 그러면 될 텐데 그냥 쥐어 박듯 왜 그랬냐 정신머리는 어디다 뒀냐 하면서 어쩌구저쩌구. 내가 평생 같이 산 남자라 어디 가서 욕하는 것도 치사하고 구질스럽고.”

 

그녀는 저나 나나 앞으로 죽을 날만 남았는데자기가 바랄 게 뭐가 있냐고 말한다. 그런 그녀를 희자가 따뜻한 말로 위로해준다. “남편도 됐고 남자도 됐고 그냥 친구처럼 살다 가면 좋을 텐데. 나랑 너처럼. 친구처럼. 그치?”

 

<디어 마이 프렌즈>에서 정아와 석균의 갈등을 혹자들은 남녀 대결 구도로 바라본다. 하지만 이건 이 드라마가 하려는 이야기가 아니다. 드라마는 남편도 남자도 아닌 친구라는 관점으로 우리네 사회에 깊숙이 들어앉아 있는 갈등들의 해법을 제시한다. 왜 우리는 남녀와 노소로 관계를 설정하고 역할을 나누고 그 구분에 얽매여 해야 할 일들을 강제하는가. 왜 여자와 여자로 만나지 못하고 고부관계로 만나고, 사람과 사람으로 만나지 못하고 장애와 비장애로 만나는가.

 

빈부 격차, 세대 갈등, 지역 갈등, 남혐 여혐 갈등 등등. 현재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심각한 갈등들의 연원을 들여다보면 그저 모든 관계의 구속으로부터 벗어나 친구의 관점으로 만나지 못하는 것에서 비롯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부모 자식 관계도, 부부 관계도 나아가 세대 관계나 남녀 관계 역시 고작 몇 십 년 차이와 생김새만 다를 뿐, ‘죽을 날을 앞둔똑같은 사람이라는 관점으로 본다면 우리는 친구라는 함께 손잡고 걸어갈 수 있는 진정한 관계를 회복할 수 있지 않을까. 정아의 말마따나 남자면 어떻고 여자면 어떤가. 희자의 말처럼 남편도 남자도 아닌 그저 친구가 될 수는 없는 걸까. <디어 마이 프렌즈>는 제목부터 많은 걸 생각하게 만드는 드라마다.

<디마프>, 여성성의 시선으로 바라본 일그러진 우리 사회

 

꼰대들의 드라마? 애초에 이런 기치를 내걸었다지만 tvN <디어 마이 프렌즈>는 거기서 머무는 드라마는 아니다. 단지 어르신들의 이야기만이 아니게 된 것은, 그들의 삶에 묻어난 많은 것들이 우리 사회 현실의 적나라한 모습들을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즉 이 눈물 없이는 보기 어려운 드라마는 일그러진 우리 사회의 종합판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디어 마이 프렌즈(사진출처tvN)'

물론 이야기는 어르신들의 삶에서부터 시작했다. 죽음을 눈앞에 두고 있는 삶. 그래서 자식들에게 짐이 되지 않기 위해 나는 혼자 살 수 있다고 되뇌는 희자(김혜자), 한 평생 구두쇠에 꼰대 남편 밑에서 살아오며 차라리 <델마와 루이스> 같은 자유롭게 살다가 길 위에서 죽는 삶을 꿈꾸는 정아(나문희) 같은 어르신들의 삶이다.

 

하지만 이렇게 한 세월을 살아온 어르신들에게서 묻어나는 건 우리 사회 현실의 많은 문제들이다. 폭압적인 남편을 그저 참으며 살아온 정아는 알고 보면 상습적인 아버지의 폭력을 겪으며 살아오신 어머니의 삶에서 영향 받은 것이고, 그것은 또 폭력을 당하는 딸의 삶으로 대물림된다. 이것은 우리네 근대사에 점철된 가부장제로부터 지금껏 흘러온 폭력의 역사를 고스란히 그려낸다.

 

그 폭력 속에는 바람 피는 남편 같은 불륜의 문제가 만들어내는 치명적인 결과들까지 들어 있다. 남편과 자기 집 침대에서 뒤엉켜 있는 다른 여자를 본 난희(고두심)는 그 충격에 자살을 결심한다. 딸을 혼자 놔두고 갈 수 없어 딸에게도 약을 먹인 일을 저지른 난희는 훗날 딸 완이(고현정)에게 그 때 일로 인해 자신이 갖게 된 선택들에 대한 처절한 원망을 듣게 된다. 난희는 그 일로 유부남과 장애인(동생이 장애를 가져 힘겨운 삶을 살아가는 어머니 때문)은 안된다고 완이에게 버릇처럼 말하고, 완이는 그 때 그 일 이후 자신은 엄마 거라는 걸 확인했다며 엄마의 말을 거역할 수 없는 아이가 되었다고 말한다.

 

즉 하나의 폭력은 또 다른 폭력으로 이어지고 그것은 아픈 트라우마로 남아 그들의 삶 역시 굴절시킨다.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드러내는 난희에게 완이는 자신이 그토록 사랑했던 연하(조인성)가 교통사고로 장애를 갖게 되자 버렸다며 그것이 엄마 탓이라고 절규한다. 그런 딸의 아픔을 뒤늦게 알게 된 난희는 완이를 끌어안고 자신의 잘못을 후회한다.

 

<디어 마이 프렌즈>가 어르신들의 삶을 조명하면서 결국 비뚤어진 남성성의 폭력의 역사가 드러나고 그것이 결과적으로는 여성들의 우정같은 연대로서 화해되고 해결되는 모습을 그리게 됐다는 건 주목해볼 일이다. 난희는 불륜 상대녀의 친구였던 영원(박원숙)과 결국 화해하고, 또 어린 시절 그런 고통을 겪게 만든 딸과도 화해한다. 정아는 남편에 대한 복수의 칼로서 이혼을 결심하고 친구들은 그녀를 돕는다. 성재(주현)를 두고 희자와 충남(윤여정)이 모두 관심을 갖지만 충남은 희자에게 남자를 양보한다. 그리고 확인하는 건 다시 그들의 우정이다.

 

남성성의 가부장제가 만들어낸 수직적 관계들을 <디어 마이 프렌즈>는 여성성의 우정으로 대변되는 수평적 관계로 그 해결점을 보여준다. 이 어르신들의 삶 속에서 일그러진 우리 사회의 주름을 발견하는 건 그래서 어려운 일이 아니고, 그렇기 때문에 이들의 연대에 심정적인 지지를 하게 만드는 건 당연한 일이다. 실로 어르신들을 이토록 깊게 들여다보고 그 안에 담겨진 삶을 통해 우리 사회를 돌아보게 한다는 건 이 드라마가 가진 놀라운 성취가 아닐 수 없다. 역시 노희경이다

<디마프>, “사랑해 친구로서라 말하는 드라마

 

자세히 봐야 아름답다고 했던가. tvN <디어 마이 프렌즈>가 보여주는 감동은 멀리서 봤을 때는 이해할 수 없던 꼰대들의 삶이 한 걸음 가까이 다가가 들여다보면 가슴 뭉클한 저마다의 이유가 있다는 걸 확인시켜주는데서 온다.

 

'디어 마이 프렌즈(사진출처:tvN)'

남편이 외도한 친구 숙희를 자신의 절친인 영원(박원숙)이 여전히 만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난희(고두심)는 배신감에 그녀와 드잡이를 한다. 화가 단단히 난 난희의 오해를 풀어주기 위해서 영원은 숨기고 있던 사실을 밝힌다. 사실 그녀는 암 투병 생활을 하고 있었고, 자신을 찾아온 숙희를 간호할 사람이 없어 이용했다고 털어놓은 것.

 

배우로서 겉보기에 화려한 삶을 살아온 영원이지만 그녀는 친구 난희와 화해하기 위해 가발을 벗고 다 빠져버린 머리칼을 보여준다. 또 목과 등에 난 수술 자국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희는 독한 말들을 쏟아내지만 이내 눈에서는 눈물이 흘러내린다. 두 사람이 얼마나 친했던 사이인가가 드러나는 장면이고, 또 화려하게만 보였던 영원이 실제로는 얼마나 힘겨운 삶을 살고 있는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정아(나문희)와 희자(김혜자)<델마와 루이스>를 꿈꾸며 무작정 시골 어머니 집으로 차를 몰고 가던 중 사고를 내고 뺑소니치지만 자수해 알고 보니 사람이 아닌 노루였다는 사실에 안도한다. 그저 해프닝으로 끝나버렸지만 인생의 오점이 될 수 있던 그 사건 속에서 정아와 희자는 친구가 있어 얼마나 의지되는가를 확인한다.

 

희자의 남편이 벽장 속에서 죽었다는 사실을 어쩌면 그녀가 죽였을 수도 있다고 의심하는 친구 기자(남능미)에게 희자는 사실을 밝힌다. 사실 잘못을 저지른 남편이 스스로 참회하는 마음으로 벽장으로 들어갔다는 것. 그러다 죽음을 맞게 됐다는 것. 오해가 풀리고 친구들끼리 놀러간 기자가 일하는 콜라텍에서 희자는 그녀에게 돈을 쥐어준다. 기자가 동정하냐고 묻자 희자는 동정은 무슨 친구사이에. 우정이지.”라고 말한다. 친구로서 자신을 오해한 기자를 희자가 얼마나 가깝게 생각하는가를 알 수 있는 감동적인 장면이다.

 

한편 충남(윤여정)이 가난한 예술가들인 양 그녀를 이용해 먹는 도예가 교수들을 그냥 내버려두는 이유도 밝혀졌다. 어쩌다 부동산으로 돈을 많이 벌게 된 그녀가 사실상 엄청나게 많은 친척들을 모두 부양하고 있었던 것. 못 배운 것이 한이 되어 배운 자들을 후원하는 일이 그녀의 유일한 삶의 낙이었던 것이다.

 

<디어 마이 프렌즈>는 이처럼 멀리서 보면 오해하기 십상이고, 때로는 이해할 수 없는 행동처럼 보여 꼰대라 치부하는 어르신들의 삶을 박완(고현정)이라는 시선으로 한 걸음 더 다가가 들여다보는 드라마다. 그들은 때론 오해 때문에 서로 싸우기도 하지만 누구보다 서로를 생각하는 친구들이다.

 

드라마가 이들을 바라보는 시선 역시 친구의 시선이다. 그저 꼰대가 아니라 친구의 눈빛으로 바라보면 그 삶마다 갖고 있는 질곡들이 이해되고 고개가 끄덕여지는 것. 이 드라마가 감동적인 순간은 이들이 점점 우리에게도 친구 같은 존재들로 다가오고 그래서 막연했던 오해가 풀리는 그 순간이다. 박완을 사랑하지만 교통사고로 다리를 쓸 수 없게 된 후 먼 발치서 그녀에게 영원히 널 사랑해라고 말하는 서연하(조인성)가 그 뒤에 친구로서라는 단서를 붙이는 건 그래서다. 사랑하는 남녀의 관점으로 보면 한없이 슬픈 관계지만 친구의 관점으로 보면 서로의 삶을 긍정하게 되는 것. 이 드라마가 <디어 마이 프렌즈>인 이유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