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중기, 나쁜 남자도 착한 남자로 만드는

 

송중기는 독특한 이미지를 갖고 있다. 여리디 여릴 것 같은 꽃미남의 외모를 갖고 있지만 앙다문 입술과 살짝 미간이 좁혀지면서 나오는 대사의 톤을 들어보면 강한 내면이 느껴진다. 밝게 웃으면 착하디 착한 미소년의 모습이지만, 분노에 한껏 일그러진 얼굴은 순간 분노의 화신으로 변신한다.

 

'착한 남자'(사진출처:KBS)

이 이중적인 이미지는 송중기를 그저 꽃미남에 머물지 않게 하면서도, 동시에 배우라는 무게에 침잠하지 않게 해준다. 그는 <뿌리 깊은 나무>의 폭력적인 아버지이자 왕인 태종(백윤식) 밑에서 자기만의 방식으로 세상을 다스리는 방법을 고민하는 진지한 왕이었지만, 동시에 <런닝맨> 같은 가벼운 예능 프로그램에서 꽃미남을 무기로 기분 좋은 웃음을 전하는 캐릭터가 되기도 한다.

 

<이 세상 어디에도 없는 착한 남자(이하 착한 남자)>는 송중기의 이중적인 이미지에 상당 부분 기대고 있는 작품이다. 제목이 드러내듯 <착한 남자>의 강마루(송중기)는 ‘착함’과 ‘나쁨’의 경계를 넘나드는 인물이다. 강마루는 자신을 버린 한재희(박시연)에게 복수하기 위해 서은기(문채원)에게 접근하는 나쁜 남자처럼 보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한재희에게 버림받고 서은기를 통해 구원받는 착한 남자처럼 보이기도 한다.

 

사실 <착한 남자>라는 드라마의 핵심은 바로 이런 이중적인 모습을 보이는 캐릭터들이 겪는 내면적인 갈등에 있다. 서은기 역시 아버지가 새 여자(한재희)를 끌어들이자 못 견디고 도망치다 결국 죽게 된 엄마에 대한 트라우마로 인해 까칠할 정도로 강한 자존심을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자신을 보듬어줄 그 누군가의 사랑을 갈구하는 한 여자의 모습을 숨기고 있다. 이것은 한재희도 마찬가지다. 그녀는 욕망을 위해 뭐든 하는 인물이지만, 그러면서도 최후의 보루처럼 강마루를 마음에서 지워내지 못하는 천상 여자다.

 

결국 <착한 남자>의 인물들은 욕망으로서의 나쁜 존재와 사랑으로서의 착한 존재가 공존한다. 이 모든 인물들의 이중적인 욕망과 사랑의 변주곡을 그 중심에서 잡아주고 있는 존재가 다름 아닌 송중기가 연기하는 강마루라는 캐릭터다. 그는 욕망에 눈먼 한재희에게 사랑이라는 무기로 복수하려 한다. 그리고 그 사랑은 송중기에 의해 욕망이 점점 지워져버린 서은기라는 가녀린 내면의 여자를 통해 한재희에게 복수의 형태로 보여진다.

 

사실 꽃미남이라는 표현이 그렇듯이, 여자처럼 곱상한 얼굴은 송중기가 가진 배우로서의 다양한 가능성을 오히려 가리고 있었던 것이 분명하다. 그래서 그의 초창기 작품들인 <트리플>에서도, 심지어 <성균관 스캔들> 같은 사극에서조차도 그는 꽃미남의 이미지 속에 갇혀 있었다. 그것이 깨진 것은 바로 <뿌리 깊은 나무>에서 그가 젊은 이도의 역할을 해냈을 때부터다. "내가 조선의 왕이다! 감히 왕을 참칭하지 말라!"고 아버지 태종에게 소리치는 순간, 그 유약해 보였던 꽃미남의 껍질은 드디어 깨져버렸다.

 

그래서 <착한 남자>라는 드라마가 가능한 것은 이 꽃미남의 껍질이 깨지면서 ‘착함’과 ‘나쁨(혹은 강인한)’의 이중적 스펙트럼을 완성한 송중기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할 수 있다. 나쁜 짓을 해도 착하게 여겨지는 그 마술 같은 이미지가 없었다면 이중적인 의미의 <착한 남자>가 탄생하기 어려웠을 거라는 얘기다. 이로써 송중기는 <착한 남자>를 통해 자기만의 확고한 연기영역이 생긴 셈이다. 앞으로 이 장래가 촉망되는 배우는 얼마나 더 넓은 연기의 영역을 갖게 될까.

남장여자 콘셉트를 용인하게 하는 '여자보다 더 예쁜' 송중기

'성균관 스캔들'의 잘금4인방이 화제다. 보기만 해도 오줌을 잘금잘금 지린다는 꽃미남 4인방. 어찌 보면 '꽃보다 남자' F4의 사극 버전을 보는 듯 하지만, 사실 4인방 속에 김윤식(박민영)은 남장여자라는 점에서 '커피 프린스 1호점'을 더 닮았다. 드라마가 갖고 있는 메시지는 당파로 갈라진 기성세대에 대한 젊은 청춘들의 도전 혹은 저항을 담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드라마에 힘을 부여하는 것은 이 4인방이 미션 속에서 보여주는 달달한 로맨스다.

마치 '캔디'의 안소니와 테리우스를 연상케 하는 이선준(박유천)과 문재신(유아인), 그리고 아치와 스테아를 합쳐놓은 듯한 구용하(송중기)가 남장여자로 성균관에 들어온 김윤식(본래는 김윤희)과 미묘한 관계로 엮어진다. 늘 삐딱하게만 구는 반항아 문재신은 김윤식이 사실은 여자라는 사실을 목도하고는 그녀를 보호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이선준은 우정으로만 알았던 가슴 설렘이 어딘지 연애 감정이었다는 것을 깨달아간다. 구용하는 일찍부터 김윤식이 남장여자라는 심증을 갖고 있었지만, 바로 그 점에 흥미를 느끼면서 이들과 같은 편에 선다.

이야기는 이들 잘금4인방과 성균관 장의 하인수(전태수)와의 대결을 담고 있지만, 재미있는 것은 이들 뒤편에 왕과 권세를 장악한 노론 세력과의 대결이 연결되어 있다는 점이다. 왕은 성균관 유생들에게 미션을 내리지만, 그 미션은 또한 왕이 노론 세력을 약화시키려는 방식으로 제시된다. 즉 성균관은 대학이지만, 당대의 조정의 축소판이다. 이 안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은 사소해보여도 하나의 정치적인 행위로 그려진다.

재미있는 것은 잘금4인방 중에서 유독 구용하라는 캐릭터가 눈에 띈다는 점이다. 사실 구용하는 이러한 대결구도 속에 당사자로 서 있다기보다는 방관자처럼 주변에 서 있는 인물이다. 그런 그가 왜 이토록 주목받는 것일까. 그것은 먼저 이 캐릭터가 다른 캐릭터들과는 달리 상당히 현대적이기 때문이다. 이선준은 전형적인 사대부 자제의 모습이고, 문재신은 또 전형적인 그 극단의 반대편에 서 있는 반항적인 캐릭터다. 하지만 구용하는 깨방정에 가까운 가벼움을 드러내는 캐릭터다. 그에게 학문이나 정치 같은 것은 어딘지 우스워 보인다.

그가 삶의 조건으로 내세우는 '재미'라는 차원은 구용하라는 조선시대의 캐릭터를 작금의 젊은이들의 감성과 연결하는 중요한 고리다. 어딘지 세상을 일찍 알아버린 젊은 청춘들은 삶에서 유일한 위안거리로서 재미를 찾는다. 그는 유생들의 물건을 훔쳤다는 모함에 빠진 김윤식을 위해 수사를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잃어버린 물건을 찾기 위해 탐정놀이를 하게 된다. 그는 여기서도 직접적으로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것이 아니라, 옆에서 그 과정을 지켜보며 즐거워하는 역할이다. 허무주의적으로까지 느껴지는 구용하라는 캐릭터가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이유에는 분명, 작금의 현실이 청춘들에게 부과하는 허탈감이 들어 있다.

물론 구용하라는 캐릭터를 깨우는 건 송중기라는 꽃미남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가 대단한 연기력을 선보이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그가 가진 이미지는 구용하라는 캐릭터와 너무나 잘 어울린다. 게다가 드라마적으로 볼 때 송중기는 이 자칫 이해할 수 없는 '남장여자 놀이'를 그나마 이해하게 만드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여자보다도 더 예쁜' 그의 이미지가 있었기에 누가 봐도 여자인 박민영이 남장여자로 활동하는 것이 용인된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구용하라는 캐릭터가 그저 허무주의에 빠진 청춘을 대변하는 것으로 주목받는다는 얘기는 아니다. 중요한 것은 이 뭐 하나 진지하게 고민할 것 같지 않은 캐릭터가 김윤식을 만나 차츰 진지해지고 뭔가 삶에 의미 있는 일을 해나가는 그 변화에 대한 기대감이다. 그리고 이 기대감은 현실에 치여 방황하는 청춘들 스스로 현실을 넘어서려는 욕구를 자극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미남이시네요', '꽃보다 남자'일까, '커피 프린스 1호점'일까

선망의 대상이 되는 멋진 꽃미남들. 여성들이 들어갈 수 없는 그 금남의 공간에 남장여자로 들어가는 여성. 새로운 수목드라마 '미남이시네요'에서 먼저 떠오르는 건 '커피 프린스 1호점'이다. '커피 프린스 1호점'이 왕자님들이 모여 있는 금남의 커피 전문점으로 성별을 숨긴 채 여자 주인공이 들어갔다면, '미남이시네요'에서는 여성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는 남성 아이들 그룹 속으로 역시 남장여자인 주인공이 들어간다.

여 주인공인 고미남(박신혜)이 본래 수녀였다는 점은 이 아이들 그룹이라는 금남의 공간에서 앞으로 벌어질 우정과 애정을 넘나드는 로맨스를 더욱 강력하게 만든다. '미남이시네요'라는 제목에서부터 알 수 있듯이 이 드라마는 이른바 '꽃미남 드라마'의 계보를 잇고 있다. 국내최고의 인기그룹 A.N.JELL의 멤버들은 저마다의 개성을 갖고 있는 꽃미남들이다. 황태경(장근석)은 능력과 카리스마를 겸비한 인물이고, 제르미(이홍기)는 웃는 모습이 예쁜 꽃미소 꽃미남이라면, 강신우(정용화)는 웃지 않는 꽃미남이다.

이 꽃미남들의 면면은 '꽃보다 남자'의 F4를 연상시킨다. 이른바 '꽃미남 드라마'라는 지칭은 '커피 프린스 1호점'이 방영되었던 시기만 해도 어색한 것이었지만, 올 들어 일련의 꽃미남들이 쏟아진 드라마들을 통해 이제는 어떤 계보를 형성하는 느낌이다. '꽃보다 남자'의 구준표(이민호)는 '내조의 여왕'의 30대 구준표 윤상현 신드롬으로 이어졌고, 그 윤상현과 '커피 프린스 1호점'의 윤은혜는 여성판 '꽃보다 남자'라는 '아가씨를 부탁해'에서 만났다. '미남이시네요'는 그 연장선 위에 서 있는 드라마라고 볼 수 있다.

도대체 무엇이 우리 드라마를 온통 꽃미남의 세상으로 만든 것일까. 그것은 꽃미남이 드라마에 부여하는 판타지가 가진 파괴력을 먼저 들어야 할 것이다. 주 시청층인 3,40대 여성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꽃미남들은 향수어린 순정만화 속 판타지를 그 드라마 속에서 찾게 만든다. 어딘지 구질구질한 현실이 삭제된 그 공간 속에서는 여성들이 원하는 모든 판타지가 꽃미남들과 함께 구현될 수 있다.

물론 과거에도 꽃미남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최근 들어 나타나는 경향은 마치 게임을 하듯 꽃미남을 아예 전면에 내세운다는 점이다. 순정만화 속에서 갓 밖으로 튀어나온 듯한 이들 꽃미남들에게서 현실성을 찾아보기는 어렵다. 오히려 현실과는 상반된 세계 속에 살아가는 듯한 그들은 상대적으로 보잘것없고 지극히 현실적인 여성을 중심으로 포진해 그녀를 꿈꾸게 만든다. 이 비현실성과 현실성의 부조화가 판타지를 만들어내는 핵심이다. TV 이편에 앉아있는 시청자를 TV 저편의 세계와 이어주는 역할.

드라마가 현실에 부재한 판타지를 충족시키는 기능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꽃미남 드라마'의 계보화를 탓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이것이 어떤 공식처럼 굳어지는 것은 그다지 좋은 현상은 아니다. 또한 '꽃미남 드라마'는 어떤 선망의 대상을 다루기 때문에 그 위에 손쉽게 상업적인 덧칠이 가능해진다. 드라마의 구도가 공식처럼 세워지고, 그 공식 위에 역할 놀이 하듯 꽃미남들이 포진된 상태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마치 이들이 패션쇼라도 하듯 드라마가 상품의 전시장이 되고 마는 것은 이 드라마들이 갖는 상업적인 편향을 잘 말해준다.

물론 '미남이시네요'가 이른바 '꽃미남 드라마'들이 걸어가는 그 계보를 따라갈 것이라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이 매력적인 소재를 가진 드라마가 '꽃미남 드라마'들이 가는 그 길 밖으로 도드라져 나오기를 기대하는 마음이다. 적어도 지나치게 꽃미남을 표방한 '꽃보다 남자'보다는, 그래도 그 속에 여성들의 꿈을 잘 담아냈던 '커피 프린스 1호점'이 되기를 기대한다. 아니 그 이상을 뛰어넘을 수 있다면 더더욱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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