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촌편으로 돌아오는 <삼시세끼3>, 또 기대되는 이유

 

나영석 PD의 밀당에 또 당했다. 당했지만 기분은 좋다. 마치 더 이상 돌아오지 않을 것처럼 느껴졌던 <삼시세끼>가 어촌편3로 다시 돌아온다니 말이다.

 

'삼시세끼(사진출처:tvN)'

사실 <삼시세끼> 고창편에서 나영석 PD는 전에는 하지 않던 힘겨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재미가 없어졌다는 일부 반응에 대해서는 상처 받는다는 얘기까지 했다. 이번 고창편은 게스트를 따로 투입하지 않고 온전히 차승원, 유해진, 손호준, 남주혁 4인방의 가족적인 이야기로 채워졌다. 너무 밋밋하다는 얘기도 나왔지만 이미 <삼시세끼>는 하나의 브랜드가 되었다. 오히려 그 편안함이 시청자들에게는 힐링으로 다가올 정도가 되었으니 말이다.

 

시청률이 지속적인 상승세를 기록하던 과거의 <삼시세끼>와 달리 중간 중간 빠졌다가 다시 올랐다가 하는 등락을 거듭하게 된 것도 이 고창편의 심심함이 누군가에게는 힐링이지만 누군가에게는 말 그대로 심심한 느낌을 주었기 때문이다. 가을 추수까지 할 것으로 여겨졌던 <삼시세끼> 고창편이 추수 전에 마무리를 지은 것도 조금은 의외로 다가오기도 했다.

 

하지만 그것은 정확한 판단이었다. 만일 지금의 고창편을 조금 더 이어갔다면 그리 좋은 반응들이 계속 나오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적정한 시점에 끊어줌으로써 충분한 아쉬움을 남겼고, 여기에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나영석 PD가 마치 다른 프로그램을 기획할 것 같은 느낌을 주면서 <삼시세끼> 다음 편이 더 이상 나오지 않는 건 아닌가 하는 불안감까지 갖게 해주었다. 그럴 때마다 시청자들의 반응은 한결같았다. 계속 해달라는 것.

 

그리고 고창편 마지막회에 짧은 예고편에 나영석 PD의 몰래카메라가 등장하며 <삼시세끼> 어촌편3로 돌아올 것이라는 반가운 소식이 전해졌다. 사실 어촌편의 주역들이었던 차승원과 유해진이 고창이라는 내륙으로 들어왔을 때부터 어느 정도는 예측 가능한 <삼시세끼> 어촌편3의 기획이었다. 반대로 이서진이 바다로 가는 것. 하지만 고창편에서 힘겨움을 토로했던 나영석 PD의 이야기 덕분에 이렇게 빨리 <삼시세끼> 어촌편3가 이서진을 세워 돌아온다는 것은 좀 더 놀라운 반전처럼 여겨졌다.

 

게다가 영민한 선택은 이서진과 함께 하는 인물들로 에릭과 윤균상을 채워 넣었다는 점이다. <또 오해영>을 통해 새롭게 주목받는 에릭은 그 출연만으로도 여심들을 움직이는 신의 한수가 되었다. 여기에 <육룡이 나르샤>에 이어 <닥터스>를 통해 역시 확고한 팬덤을 갖고 있는 윤균상이 막내로 합류한다니. 그러고 보면 나영석 PD<삼시세끼>에 윤균상에 대한 러브콜을 공개적으로 했던 건 다 의미가 있어 보인다.

 

이제 <삼시세끼>는 브랜드가 되었다. 뭐 특별한 걸 하지 않아도 이 프로그램은 케이블 채널에서조차 두 자릿 수 시청률은 기본으로 하는 프로그램이 되었다. 그러니 이제 중요해진 건 프로그램을 잘 만드는 것만큼 브랜드의 관리다. 고창편에서 어촌편3로 이어지는 일련의 과정을 보면 나영석 PD의 놀라운 브랜드 관리 능력이 드러난다. 마치 시청자들과 밀당을 하듯이 할 듯 안할 듯 기대를 뺐다가 다시 기대하게 만드는 그 페이스 조절이 실로 탁월하다 느껴진다.

 

이로써 그게 말이 돼?”하고 투덜대며 배 운전에 도전하는 이서진의 새로운 면면과 에릭, 윤균상이라는 새로운 얼굴들이 다시 합류한 어촌편3는 그 어느 시즌보다 더 기대되는 <삼시세끼>가 될 수 있었다. 그러고 보면 나영석 PD는 프로그램만 잘 만드는 게 아니라 브랜드 관리에서도 남다른 재능을 보이고 있는 것 같다

중국발 사전제작, 정서 다르고 고치기도 어려워

 

SBS <달의 연인-보보경심 려(이하 달의 연인)>KBS <구르미 그린 달빛>과 동시간대 사극대결을 벌인다는 점에서 주목되는 작품이었다. 무엇보다 이준기를 비롯한 강하늘, 홍종혁, 남주혁, 백현, 지수 같은 꽃미남들이 줄줄이 배치되고 여기에 아이유까지 들어가 화려한 라인업을 만들었고, 무엇보다 중국에서 성공한 드라마의 리메이크로서 그쪽 자본이 들어와 100% 사전 제작된 작품이라는 점에서도 단연 월화 사극대전에서 우위를 점할 것이라 예측됐다.

 

'달의 연인-보보경심 려(사진출처:SBS)'

하지만 이런 높은 기대감 때문이었을까. <달의 연인> 1회는 의외로 너무 심심했고 SBS가 초강수로 연속 방영한 2회는 후반부에 이르러 액션 장면이 들어가며 약간의 긴장감이 만들어졌을 뿐 전체적으로 너무 느슨한 전개를 보였다. 제 아무리 시선을 잡아끄는 캐스팅과 김규태 감독 같은 영상미학을 만들어낼 줄 아는 감독이 있어도 시청자들을 한 순간에 몰입시킬 수 있는 긴장감 있고 속도감 있는 이야기가 전개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좋은 결과를 가져가기가 어렵다.

 

결과는 역시 시청률에서의 참패였다. <구르미 그린 달빛>SBS<닥터스>를 방영할 때까지만 해도 8.5%(닐슨 코리아) 시청률에 머물렀지만 <닥터스>가 끝나고 <달의 연인>과 맞붙으면서 무려 두 배에 해당하는 16% 시청률로 껑충 뛰어올랐다. 반면 <달의 연인>은 첫 회 7.4%, 29.3%를 기록했다. 물론 이 시청률이 모든 걸 말해줄 순 없지만 어쨌든 두 사극의 대결에서 <구르미 그린 달빛>이 압승을 거둔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다.

 

도대체 무엇이 <달의 연인>이 이처럼 선전하지 못하는 결과를 가져왔을까. 모든 걸 속단하긴 이르지만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되는 건 역시 중국발 사전제작의 함정이다. 사전제작은 완성도를 높이는 동시에 좀 더 나은 제작환경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방식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그것이 우리네 드라마 제작환경에서 자생적으로 생겨난 것이 아니라 중국의 사전검열을 위해 어쩔 수 없이 만들어졌다는 점이 문제로 지목된다.

 

결국 중국 시장을 염두에 두고 만들어지는 사전제작이란 그쪽의 정서를 반영하기 마련이다. 사전검열을 통과하기 위해서는 피해야 할 요소들도 있고, 무엇보다 그들이 만족하는 방향성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는 것. 게다가 이렇게 한 번 통과된 제작방향은 중간에 어떤 문제점이 발견되어 바꾸고 싶어도 결코 바꿀 수 없다고 한다.

 

<달의 연인>에서 이상하게 여겨진 것은 첫 회가 너무 우리나라 드라마답지 않게 느슨한 전개를 보였다는 점이다. 만일 이 작품이 중국발 사전제작이 아니었다면 분명 바뀌었을 대목이다. 이를테면 2회 후반부에서 정윤을 살해하려는 시도와 이를 막으려는 왕소(이준기)의 대결을 1회 앞부분으로 당겨 먼저 보여주는 방식 같은 편집의 묘를 살릴 수도 있지 않았을까.

 

<구르미 그린 달빛>이 생각보다 반응이 나쁘지 않았기 때문에 어떤 식으로도 <달의 연인>도 대처를 했어야 했다. 하지만 중국에 발이 묶여버린 사전제작은 결코 이미 만들어진 <달의 연인>을 바꿀 수가 없게 되었다. 작은 차이일 수 있지만 이런 실제 상황에 유연하게 대처하는 건 의외로 큰 결과의 차이를 만들어낸다.

 

KBS <함부로 애틋하게>가 역시 고전하게 된 까닭은 중국발 사전제작의 함정 때문이라 판단된다. 이 작품 역시 사전심의를 통과하면서 굳어져버린 내용들을 후반부에 보완하는 것이 불가능했고, 물론 방영되면서 나타난 문제점들은 더더욱 대처 자체가 어려웠다. 만일 사전제작이 아니었다면 중반부터 반응에 대처해 충분히 괜찮은 결과의 반전을 만들어낼 수도 있지 않았을까.

 

중국발 사전제작은 <함부로 애틋하게>처럼 물론 중국에서는 좋은 반응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이렇게 중국에 맞춰져버린 사전제작은 국내에서는 빠져나오기 힘든 함정이 될 수 있다. 한 때 <겨울연가>로 촉발된 일본 한류로 인해 일본의 자본이 들어오면서 만들어진 한류를 추구했던 드라마들이 톱스타들을 캐스팅하고도 연전연패했던 일들이 있었다. 일본 자본의 입김에 의해 톱스타 누구를 캐스팅하면 투자금이 들어오던 시절, 오히려 그로 인해 일본 한류는 점점 시들해져갔다. 최근 우리네 드라마에서 벌어지고 있는 중국발 사전제작에 잠재적으로 존재하는 함정. 이를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닥터스>, 다채로워진 박신혜 자연스러워진 김래원

 

섬세하고 따뜻했던 드라마 덕분인가. SBS <닥터스> 종영에 즈음해 되새겨보면 박신혜와 김래원에게 이 작품은 한 뼘 더 성장하게 해준 고마움으로 기억될 것 같다. 의학드라마지만 의술에 머물지 않았고, 멜로드라마지만 사적인 사랑을 넘어 휴머니즘까지를 담아낸 <닥터스>. 자칫 그 섬세함이 드러나지 않으면 밋밋해질 수 있는 관계와 구도들을 생생하게 만들어낸 건 다름 아닌 연기자들의 공이다.

 

'닥터스(사진출처:SBS)'

박신혜가 연기한 유혜정은 결국 복수의 감정을 사랑으로 이겨낸 인물이다. 그러니 이 내적 갈등을 시청자들에게 납득시키는 건 이 연기가 가진 중요한 지점이다. 그녀는 과거 할머니의 죽음 때문에 진명훈 원장(엄효섭)에 대한 증오심을 갖고 있지만 의사라는 직업으로서 그를 살려내는 길을 택한다. 그녀가 그렇게 될 수 있었던 건 다름 아닌 홍지홍의 사랑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녀가 홍지홍(김래원)과 함께 수술실에 들어가 진명훈 원장의 위험천만한 종양수술을 성공시키는 장면은 이 작품의 주제의식과도 맞닿아 있다. 만일 홍지홍이 아니었다면 그녀는 진명훈 원장의 수술에 참여하지 않았을 것이고, 그것은 그녀 안에 자리한 과거의 부채감과 증오를 극복하지 못하게 했을 것이다. 그 장면은 그래서 <닥터스>가 가진 멜로구도와 복수극 그리고 의학드라마라는 다채로운 장르적 이야기들이 하나로 묶여지고 또한 풀어내지는 장면이 아닐 수 없다.

 

의사로서의 프로페셔널한 냉철한 모습과 할머니의 죽음 앞에 오열하고 분노하는 한 서민의 모습 그리고 홍지홍 앞에서는 사랑스런 여자로 변모해가는 그 모습들이 박신혜라는 연기자를 통해 다채로운 결을 드러낼 수 있었다. 이것은 확실히 지금껏 그녀가 해온 캐릭터들에서 진일보한 면모다. 어딘지 여전히 소녀 같고 교복을 입어야 잘 어울릴 것 같은 이미지지만 이제 그녀는 그 위에 프로페셔널한 전문직 여성의 카리스마와 사랑에 빠진 여성의 달콤함을 얹었다. <닥터스>는 그녀의 이런 연기자로서의 성취가 아니었다면 결코 잔잔하지만 묵직하며 따뜻한 그 감동을 전하지 못했을 지도 모른다.

 

이 작품을 통해 박신혜라는 연기자가 다채로운 면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면, 김래원은 훨씬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대중들 앞에 서게 됐다. 본래 <넌 어느 별에서 왔니><러브스토리 인 하버드> 같은 풋풋한 청춘 멜로가 잘 어울리던 연기자였지만 언젠가부터 김래원은 하는 역할들이 너무 무거웠던 게 사실이다. <천일의 약속>의 지형이나 <펀치>의 박정환은 그래서 그에게는 너무 힘이 들어간 듯한 모습으로 그려졌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닥터스>의 홍지홍은 마치 그간의 무거움을 털어내기라도 하겠다는 듯 훨씬 편안해지고 자연스러워진 김래원의 면면들을 제대로 끄집어내줬다. 어찌 보면 선생과 제자의 결코 나이차가 적지 않은 설정의 사랑이지만 김래원 특유의 풋풋함과 능글맞음이 적절히 조화된 모습은 그 어색함마저 설렘으로 바꿔놓았다.

 

좋은 작품은 연기자들 또한 성장시킨다. <닥터스>는 그래서 연기자로서의 박신혜와 김래원의 성장점이 될 만한 작품이다. <닥터스>가 보여줬던 그 따뜻함과 유쾌함과 진지함이 모두 연기자들이 잘 소화해낸 캐릭터들로부터 나왔다는 것이 그걸 증명해주는 것이니 말이다. 좋은 작품이었고 좋은 캐릭터였으며 좋은 연기자들이었다

<닥터스>, 박신혜와 이성경의 변화가 의미하는 것

 

이제 SBS 월화드라마 <닥터스>는 종영을 앞두고 있다. 20%를 넘긴 최고시청률. 최근 지상파에서는 결코 쉽지 않은 그 능선을 <닥터스>는 어떻게 넘었던 걸까. 흔한 의학드라마처럼 보였지만, 또 달달한 멜로드라마처럼 보였지만 <닥터스>는 여타의 의학드라마와도 또 멜로드라마와도 다른 결을 보여줬다. 그건 관계를 통한 인물의 변화와 성장이라는 새로운 관점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닥터스(사진출처:SBS)'

<닥터스>의 여자주인공인 유혜정(박신혜)과 그녀와 대립적 위치에 서 있던 진서우(이성경)의 변화와 성장은 이 드라마의 색다른 주제의식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아버지에게 버림받았다는 상처 때문에 불량하게 살아가던 유혜정은 할머니인 강말순(김영애)과 선생님 홍지홍(김래원)을 만나 좋은 영향을 받으며 변화하게 된다. 그리고 그 좋은 영향에는 친구였던 진서우 또한 일조한 면이 있다.

 

하지만 자신이 좋아하던 선생님 홍지홍과 유혜정이 가까워진 것을 본 진서우는 그 질시가 그녀를 엇나가게 만든다. 그로 인해 겪게 되는 유혜정의 비극(할머니가 돌아가시고 홀로 현실과 마주하게 된)은 그녀가 의사가 되게 한 원동력이 된다. 드라마는 좋은 영향뿐만 아니라 나쁜 영향도 어떤 면에서는 그 사람에게 좋은 결과로 이어지게 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하지만 그렇게 의사가 된 유혜정은 진서우의 아버지인 진명훈(엄효섭)에 대한 복수를 꿈꾸게 되면서 본인도 고통스러워진다. 그런 그녀를 다시 되돌리는 건 다름 아닌 홍지홍의 사랑이다. 홍지홍은 복수가 그녀 자신도 파괴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것을 끝내는 건 진서우의 변화다. 늘 대립하는 위치에 서 있으면서도 친구로서의 관계 또한 유지해온 진서우는 유혜정을 통해 아버지의 잘못을 알게 되고 결국 그녀에게 사죄한다. 진서우라는 인물과의 관계를 통해 유혜정 역시 변화하고 성장하게 됐다는 것.

 

사실 이런 화해적인 결말이 조금은 미진함을 남길 수 있다. 그것은 우리가 통상적으로 봐왔던 많은 드라마들 속에서 악역의 최후나 몰락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닥터스>가 본래 드라마를 통해 하려던 이야기는 복수극이 아니다. 그건 결국 사람과 사람이 만나 서로 영향을 받고 때로는 잘못을 저지르기도 하지만 그걸 뉘우치면서 성장하는 사람이 되기도 한다는 것이다.

 

극적 갈등이 드라마의 관건이라고 얘기되는 현실에서 이 같은 화해적인 선택을 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닥터스>는 극으로 치닫는 이야기보다는 그래도 희망적인 화해를 담는 이야기를 선택했다. 그래서 <닥터스>가 얻어낸 것은 특유의 따뜻함이다. 아마도 이 드라마가 시청자들의 마음을 훔쳤던 건 바로 그 위로와 위안의 느낌이 충분했던 따뜻함이 아닐까.

 

무엇보다 연기자로서 한 단계 성장한 모습을 보여준 박신혜와 어깨에 힘을 뺌으로써 훨씬 자연스러운 연기를 보여준 김래원의 공이 크다고 할 것이다. 여기에 독특한 매력을 선사한 윤균상과 이성경의 연기도 빼놓을 수 없다. 의학드라마지만 의술 그 자체보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만들어지는 관계의 치유를 보여주었고, 멜로드라마지만 남녀 간의 사랑만큼 인간과 인간의 휴머니즘을 보여준 하명희 작가의 따뜻한 대본의 힘은 힘겨운 현실을 마주한 서민들에게 충분한 위로가 되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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