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드라마, 어째서 펄펄 날던 기세가 꺾였을까

tvN 드라마가 예전 같지 않다? <쓸쓸하고 찬란하신 도깨비>는 한 마디로 찬란했다. 시청률이 20%(닐슨 코리아)를 넘겼고 작품의 완성도에도 호평이 쏟아졌다. 하지만 이 드라마의 후속으로 편성된 <내일 그대와>는 첫 회 3.8%에서 시작된 시청률이 줄곧 떨어져 4회에는 2.1%까지 추락했다. 

'내일 그대와(사진출처:tvN)'

tvN의 또 다른 드라마 편성시간인 월화에도 상황은 그다지 좋지 않다. <막돼먹은 영애씨> 시즌15는 3.9%의 최고 시청률을 냈지만 반응은 영 좋지 않았다. 내용은 없고 영애씨가 결혼을 하느냐 마느냐 하는 스토리가 계속 이어졌다. 애초의 기획의도가 막돼먹은 현실 속에서도 당당한 여성상을 그려내려던 것을 떠올려보면 역행하는 느낌마저 주었다. 

이어진 <내성적인 보스>는 사정이 더 좋지 못했다. 애초에는 <또 오해영>을 연출한 송현욱 감독이 연출한다는 점 때문에 기대감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첫 회를 보고 난 후 시청자들은 채널을 돌렸다. 시청률이 1.2%까지 떨어졌다. 결국 부랴부랴 대본수정에 들어갔고 그래서 가까스로 2%대 시청률로 올려 놓긴 했지만 드라마에 대한 관심은 이미 사그라져버렸다.

tvN 드라마가 예전 같지 않다는 이야기가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물론 과거 케이블 채널이 2% 시청률 내는 것도 어려웠던 시절을 떠올려보면 현재의 tvN 드라마가 그리 실패하고 있다고만 말할 수는 없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미 상황이 바뀌었다. tvN 드라마는 어쨌든 20%를 넘기는 시청률을 달성했다. 그러니 이제 눈높이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20%에서 2%는 너무 심한 추락이다. 

결국 tvN 드라마의 발목을 잡게 된 건 tvN 드라마 자체다. 사실 tvN 드라마가 지난 2년여 동안 드라마 전체 업계에 미친 영향은 실로 컸다. 이른바 스타 작가들의 작품들이 연달아 편성되었고, 영화라고 해도 괜찮을 드라마 연출의 일취월장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전도연 같은 드라마 출연이 좀체 없었던 배우의 캐스팅 역시 파격적이라고 볼 수 있었다. 

전반적으로 tvN 드라마는 드라마에 대한 대중들의 기대치를 높여놓았다. 그것은 또한 지상파 드라마에 대한 비판으로 이어졌다. 새로운 드라마에 대한 갈망들이 있었고, 그것을 tvN 드라마가 어느 정도 해소해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지상파 드라마들이 타임리프 같은 실험적인 설정의 이야기들을 선보이기도 하고, 멜로에만 천착하지 않고 본격 장르물을 내걸게 된 것도 tvN 드라마가 영향을 준 변화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좋은 영향을 미쳤지만 이것은 또한 tvN 드라마들에게도 똑같이 기대치를 높여놓았다. 조금만 빈틈이 보이거나 혹은 비슷한 코드들이 반복되면 이제 가차없이 채널이 돌아간다. 그건 tvN 드라마도 예외가 아니었다. <막돼먹은 영애씨>가 갑자기 날선 비판을 받은 건 드라마 내적 요인도 컸지만 tvN 드라마에 대한 달라진 기대치를 채워주지 못한 면도 컸다. 이것은 현재 <내일 그대와>와 <내성적인 보스>가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시그널>의 김은희 작가나 <쓸쓸하고 찬란하신 도깨비>의 김은숙 작가 같은 스타 작가들의 작품들은 확실히 시청률과 호평을 동시에 얻어가는 tvN 드라마의 자산이 되었지만, 또한 tvN 드라마가 넘어야할 산이 되기도 했다. 이미 존재하는 스타 작가를 모셔와 하는 작품이 아니라, 자체적으로 스타 작가를 발굴하고 만들어냄으로써 일정부분의 균질한 성과를 낼 수 있는 드라마들이 이제는 tvN에 절실하게 되었다. tvN 드라마는 스스로를 넘어서야 하는 당면과제를 갖게 됐다.

‘내일 그대와’, 결국 신민아·이제훈 멜로에서 승부 봐야

만일 tvN <쓸쓸하고 찬란하神 도깨비>의 후속작이 아니었다면 어땠을까. 새로 시작한 <내일 그대와>는 여러모로 부담감을 갖고 시작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장르적 특징은 다르지만 과거와 현재를 넘나드는 시간 판타지 역시 유사한 지점을 갖고 있고 또 그 시간을 뛰어넘는 멜로라는 소재의 유사점은 <내일 그대와>가 <도깨비>의 그늘을 쉽게 벗어날 수 없게 된 이유들이다. 

'내일 그대와(사진출처:tvN)'

하지만 첫 회만 두고 보면 <내일 그대와>는 확실히 <도깨비>와는 다른 드라마다. 시작부터 유소준(이제훈)은 스스로 ‘시간여행자’임을 밝힌다. 그게 어째서 그렇게 됐는지 이유는 밝히지 않는다. 하지만 미래의 어떤 시간을 여행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그는 그래서 자연스럽게 송마린(신민아)과 관계를 맺는다. 멀지 않은 미래, 그는 자신과 그녀가 함께 사고로 죽어가는 모습을 보게 된다. <내일 그대와>의 이야기는 그래서 그걸 막으려는 유소준의 시도와 그 과정에서 벌어지는 로맨틱한 멜로가 된다. 

이렇게 보면 <내일 그대와>는 <도깨비> 같은 시간을 훌쩍 뛰어넘는 운명적인 사랑의 서사라기보다는 차라리 <또 오해영> 같은 살짝 판타지가 곁들여진 멜로 쪽에 가깝다. <또 오해영>은 여자 친구의 미래를 보는 능력을 가진 남자가 그 미래를 바꾸려 애쓰는 모습이 담겼다. 마찬가지로 <내일 그대와>는 아예 미래와 현재를 오가는 주인공이 판타지로 들어가 있다. 이야기의 방점은 타임슬립 같은 판타지가 아니라 두 사람의 멜로에 찍혀 있다. 

확실히 이제 멜로라는 장르는 그 자체만으로는 식상한 이야기가 된 듯싶다. 수백 년을 뛰어넘고 심지어 도깨비와 도깨비 신부라는 특별한 존재들의 멜로이거나, 타임슬립처럼 과거에는 SF 장르물에서나 나올 법한 설정들이 들어가는 멜로 정도는 되어야 식상함을 지울 수 있게 되었으니 말이다. 그래서 <내일 그대와>의 타임슬립은 이제 특별한 설정이라기보다는 멜로라면 하나 정도 있어야 될 필수적 판타지 요소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내일 그대와>에서 오히려 더 주목되는 건 이제훈과 신민아가 이어가는 멜로 부분이다. 첫 회부터 확실히 자신을 내려놓은 듯한 신민아의 술 취한 연기는 향후 이어질 멜로 연기의 달달함을 기대하게 하고, 많은 장르물들을 소화해 이런 타임슬립 또한 잘 어울리지만 그가 처음으로 존재감을 보였던 <건축학개론>의 그 풋풋한 멜로의 느낌으로 돌아온 이제훈의 연기 또한 기대감을 갖게 만든다. 여기에 미래의 사건을 향해 도저하게 움직이는 시간의 흐름은 유소준과 송마린의 달달해질 멜로에 긴장감과 몰입도를 높여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아무래도 <내일 그대와>에 대한 반응이 기대감과 실망감으로 나뉘는 까닭은 역시 <도깨비>의 잔상이 여전히 만들어내는 그 후유증이 아닐까 싶다. 드라마는 끝났지만 금요일이면 여전히 다시 돌아올 것만 같은 그 긴 여운. <내일 그대와>의 본격적으로 시작될 신민아와 이제훈의 멜로와 장르의 긴박감이 그 후유증을 말끔히 지워낼 수 있을지 주목해볼 일이다.

타임리프 판타지가 오히려 현실을 더 껴안아야 하는 까닭

이제 타임리프가 없으면 어딘지 심심하다? 아니 너무 타임리프가 많이 등장해 식상할 지경이다. 드라마를 보는 취향에 따라 최근 쏟아져 나오는 타임리프 설정에 대한 호불호는 나눠질 것이다. 종영한 드라마 <푸른 바다의 전설>은 조선시대에서 이어진 인연이 현재로까지 이어졌고, <쓸쓸하고 찬란하신 도깨비>는 고려시대의 무장 김신(공유)이 도깨비로 부활해 무려 7백여 년을 산 이야기를 다뤘다. 그리고 현재 방영되고 있는 <사임당, 빛의 일기> 역시 조선시대와 현재를 넘나드는 타임리프 판타지 설정이다. 

'쓸쓸하고 찬란하신 도깨비(사진출처:tvN)'

또 이러한 과거와 현재를 넘나드는 타임리프 설정의 드라마들은 올해도 계속 나올 전망이다. 3일 첫 방송되는 <내일 그대와>는 지하철을 매개로 하는 타임리프 판타지 설정이 되어 있다. 오는 3월 방송 예정인 <터널>은 ‘30년의 시간을 뛰어넘어 과거에서 현재로 온 아재 형사의 新문물 표류 수사기’를 다룰 것이라고 한다. 

생각해보면 이미 훨씬 이전부터 타임리프라는 판타지는 <나인 : 아홉 번의 시간여행>에서 다뤄진 바 있고, <시그널> 같은 작품에서는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는 무전기라는 설정으로 등장하기도 했다. <별에서 온 그대> 같은 경우에는 죽지 않는 외계인이라는 설정으로 자연스럽게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이야기가 가능해졌다. 타임리프, 아니 정확히 말하면 오래된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폭넓은 시간대를 다루는 설정으로 인해 사극과 현대극은 이제 완전히 구별되는 장르가 아닌 게 되었다. 

이러한 타임리프 설정의 드라마가 많아지는 것은 시간의 혼재가 주는 흥미로움 때문이지만 그렇다고 이 설정이 모두 성공적인 것만은 아니다. 예를 들어 <신의> 같은 고려시대의 최영 장군이 현재를 넘나들며 여의사와 시공을 초월한 사랑을 하는 드라마는 생각만큼 성공적이지 못했다. 또 조선시대와 현재의 전생과 이생을 뛰어넘는 <푸른 바다의 전설> 역시 스토리적으로 성공적이라고 말하긴 어렵다. 이른바 순환우주의 세계관을 끌어와 과거와 현재를 넘나드는 <사임당> 역시 아직까지 그 성공을 말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하지만 무전기로 과거와 현재를 연결한 <시그널>이나 고려시대의 전생과 현재의 이생을 도깨비와 도깨비신부, 저승사자의 이야기로 풀어낸 <쓸쓸하고 찬란하신 도깨비>는 대중적인 성공은 물론이고 작품성으로도 인정을 받았다. 똑같은 타임리프라고 하지만 도대체 무엇이 이런 성패를 가르게 된 것일까. 

흔히들 타임리프라는 시간을 넘나드는 판타지 설정은 그 자체의 흥미로움에 시청자들이 빠져들 것이라고 착각하곤 한다. 하지만 타임리프라는 판타지 설정은 그 허구를 이어주는 강력한 현실적인 동인이 존재하지 않으면 그저 황당무계한 이야기로 전락할 위험을 지닌다. 현재에서 갑자기 과거로 소환됐다면 그런 판타지가 왜 필요한가를 그 작품은 스스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시그널>의 판타지가 성공했던 건 무전기 설정 그 자체 때문이 아니고 그런 판타지를 통해서라도 과거로 돌아가 미제사건을 해결하고픈 강렬한 현실적 열망이 그 동인이 되어 주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시그널>의 김원석 감독은 무전기라는 판타지 설정에 대한 현실적 근거를 자세히 넣으려고 굳이 애쓰지 않았다고 한다. 결국 중요한 건 판타지 설정 자체가 아니라, 이런 이야기가 하려는 현실적인 정서나 갈망이 더 중요했기 때문이라는 것. 

<도깨비>가 성공한 이유도 마찬가지다. 이 드라마는 심지어 도깨비나 저승사자 같은 초월적 존재를 등장시키고 있지만 이들을 통해 실제 하려는 이야기는 삶과 죽음의 진정한 의미를 묻는 것이었다. 사랑과 기억이 있다면 죽음은 그저 불행한 일만은 아니라는 것. 마찬가지로 영생한다는 것이 행복을 뜻하는 것도 아니라는 걸 이 드라마는 판타지 설정을 통해 이야기해줬다. 물론 이 이야기는 지금의 힘겨운 현실상황에 처한 대중들에게 위로를 주기에 충분했다. 

타임리프라는 설정 자체가 중요한 게 아니라 그 설정이 건드리는 현실적인 정서가 더 중요하다. 타임리프는 그저 그림을 멋지게 만들기 위함이거나 과거와 현재를 뛰어넘는 상상력의 자유를 드러내기 위함이 아니다. 그래서 항상 그것이 왜 필요하게 되었는가에 대한 질문을 던져보면 그 드라마의 타임리프가 성공적인지 아닌지를 확인할 수 있다.

상업성과 작품성, 그 어려운 두 마리 토끼 잡은 ‘도깨비’

드라마는 끝났지만 시청자들은 드라마를 보내지 않았다. tvN <쓸쓸하고 찬란하신 도깨비>는 종영 후에도 여전히 화제의 중심에 서고 있다. 사드 배치 문제로 한류의 물길이 막혀 버린 중국에서조차 열풍을 만들고 있다는 소식이 타전되어 오고, 김은숙 작가의 회당 원고료가 최고 수준이라는 기사도 흘러나온다. 

'쓸쓸하고 찬란하신 도깨비(사진출처:tvN)'

이 드라마의 출연자들에 대한 반응도 폭발적이다. 그 중심에 선 공유는 이미 대세 배우로 자리매김했고 이동욱은 이 작품 속 저승사자 캐릭터를 제대로 소화해내면서 인생 캐릭터를 얻었다는 얘기가 나온다. <은교>로 다소 파격적으로 데뷔한 김고은은 그 이미지를 이 작품을 통해 온전히 지워버렸고, 사드 배치의 여파로 중국 드라마에서 배제되는 아픔을 겪었던 유인나는 이 드라마로 만들어낸 확고한 존재감으로 한판 통쾌한 복수극을 보여줬다. 

놀라운 건 <도깨비>에 대한 열광이 사실상 모든 걸 허용하는 듯한 분위기로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김은숙 작가의 회당 원고료가 7,8천만 원에 달한다는 확실한 진위를 알 수 없는 기사 내용에도 그 반응이 “받을 만 하다”는 쪽으로 기울고 있다는 점이다. 이것은 드라마가 막바지에 이르러 완성도 높은 엔딩을 위해 한 회를 쉰다는 이야기가 나왔을 때도 “<도깨비>라면 한 회 쉬어도 된다”는 반응이 나왔던 그 정서와 유사하다. 보통의 경우라면 이런 원고료 이야기나 한 회를 못 보는 상황에 대해 시청자들의 반응이 곱지만은 않았을 터다. 

작가와 배우들에 대한 반응을 넘어서 이제는 이 작품의 완성도 높은 영상을 만들어낸 이응복 PD에 대한 찬사도 쏟아지고 있다. 사실 <태양의 후예>를 통해 그 남다른 연출력이 주목을 받은 바 있지만, 이번 <도깨비>는 아름다운 미장센들이 영상미를 높여주었고, 판타지적인 이야기를 구현해낸 액션 신들도 시청자들의 눈을 즐겁게 만들어주었다. 나영석 PD, 김원석 PD에 이은 새로운 신세대 연출자로서 이응복 PD가 새롭게 대중들의 찬사를 받고 있다. 

<도깨비>가 사실상 모든 게 허용되는, 그래서 다른 작품이라면 논란이 될 수도 있는 부분마저 용인됐던 건 드라마 내적인 부분들도 적지 않다. 늘 제기된 PPL 문제만 봐도 그렇다. 이번 작품 역시 김은숙 작가는 곳곳에 PPL을 노출시켰다. 너무 과도한 면들까지 보였지만 그렇다고 이 문제가 도드라지게 부각되지는 않았다. 그만큼 작품의 완성도가 이러한 상업성들까지 덮을 만큼 출중했다는 뜻이다. 

드라마의 엔딩 역시 해피엔딩이냐 새드엔딩이냐에 따라 논란이 제기 되곤 하는 문제 중 하나다. <도깨비>는 해피엔딩이지만 그 안에 죽음과 환생이라는 코드를 넣음으로써 새드엔딩의 요소도 함께 집어넣었다. 그래서 해피엔딩이긴 하지만 어딘지 쓸쓸함이 담긴 끝을 보여주었다. 물론 그래서 해피엔딩과 새드엔딩을 두고 이야기들이 나왔지만 그 역시 큰 논란으로까지는 이어지지 않았다. 사실상 ‘찬란한’ 해피엔딩과 ‘쓸쓸한’ 새드엔딩이 교차하는 것이 우리네 삶이라는 통찰이 이 작품이 말하려는 것이고, 그것이 엔딩에도 잘 녹아들었다고 판단되었기 때문이다. 

<도깨비>는 말 그대로 도깨비 같은 드라마가 되었다. 그 어렵다는 작품성과 상업성을 동시에 껴안은 작품이 되었고, 그래서 자칫 논란이 될 수 있는 많은 소지들조차 오히려 시청자들이 ‘허용’하는 드라마가 되었다. “모든 것이 다 좋았다.” 드라마에 나온 이 대사의 표현대로, <도깨비>와 함께 모든 시간들이 다 좋았다고 시청자들은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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