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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정덕현
‘하면 되고’와 ‘했을 뿐이고’사이 “부장 싫으면 피하면 되고, 못 참겠으면 그만 두면 되고, 견디다보면 또 월급날 되고 생각대로 하면 되고.” 한 때 장안의 화제가 되었던 모 통신사의 ‘되고송’. 특유의 긍정어법으로 수많은 패러디를 낳으며 화제를 일으켰었다. 부정적 상황을 긍정적 생각으로 뛰어넘겠다는 이 단순한 가사의 구조는 결국 마지막 후렴구, ‘생각대로 하면 되고’로 결론지어진다. 모든 건 생각하기에 달렸다는 말이다. 하지만 이런 긍정론은 현실이 그나마 버틸 만 할 때나 통용되는 말이다. 따라서 더 어려운 상황이 눈앞의 현실로 다가올 때, 긍정론은 자칫 부정적 현실을 가리는 자그마한 천 쪼가리에 불과했다는 것이 탄로 나기도 한다. 여기에 그 천 쪼가리를 씌운 어떤 의도 같은 것까지 읽게 되면 긍정론..
이 시대의 아버지들, ‘되고송’을 불러라 아버지는 늘 한 자리 물러나 앉아 계셨다. 다들 모여 밥을 먹을 때도, 함께 놀러갈 때도, 심지어 저녁에 모처럼 모여 TV를 볼 때도 늘 한 자리 뒤쪽에 앉아 계셨다. 어찌 보면 그것은 아버지에 대한 예우처럼 보였다. 특별대우 말이다. 하지만 퇴직 전에도 그랬지만 퇴직 후에도 아버지는 특별대우를 요구한 적이 없었다. 그저 가족 중 누가 말하면 빙긋이 웃으면서 뒤로 물러나실 뿐이었다. 왜 그랬을까. 혹시 자기 삶을 늘 뒷전에 두고 계셨던 아버지는 새삼스레 자기 삶을 살 시간이 주어진 것이 못내 어색했던 것은 아닐까. 어쩌면 늘 뒷전에 있는 아버지에 익숙해진 가족들의 관성은 아니었을까. 이른바 아버지 수난 시대에 살아가는 지금의 아버지들은 가장이라는 이름 하에 자신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