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 더 해피엔딩>, 빠른 전개에도 감정몰입 괜찮은 까닭

 

거칠 것이 없다. MBC 수목드라마 <한번 더 해피엔딩>의 전개 속도는 그 어떤 로맨틱 코미디보다 빠르다. 첫 회에 만난 한미모(장나라)와 송수혁(정경호)은 낯 술 한 잔으로 결혼 직전까지 달려간다. 결혼서약서에 친구인 구해준(권율)까지 동석시켜 사인까지 한다. 물론 서약서는 다행히(?) 접수되지 않았지만 만남에서 결혼까지 조금씩 진행해가는(심지어 어떤 로맨틱 코미디는 이 과정이 전부인 경우도 많다) 드라마와는 너무 다른 빠른 전개다.

 


'한번 더 해피엔딩(사진출처:MBC)'

2회에서는 술이 깬 한미모와 송수혁이 모든 게 술 때문이었다며 전 날 벌어진 일들을 그냥 해프닝으로 치부하고, 한 밤 중에 어지럼증을 느껴 응급실로 실려온 한미모가 송수혁의 친구인 구해준을 만나 첫 눈에 빠져버리는 이야기까지 흘러간다. 한미모는 구해준을 보고는 대놓고 재혼할 결심을 갖는다. 2회만에 결혼 직전까지 간 남자와 재혼 결심을 하게 만드는 남자, 그렇게 삼각관계가 일사천리로 이뤄진다.

 

<한번 더 해피엔딩>의 이런 빠른 전개와 속도감은 이 로맨틱 코미디가 다루고 있는 것이 한번 갔다 온(?) 재혼 커플의 이야기를 다루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이미 알 것 다 아는 남녀들이어서인지 숨기고 내숭 떨고 하는 것이 이 드라마에서는 별로 보이지 않는다. 대신 좋으면 좋다 싫으면 싫다 또 좋으면 뭐가 좋다는 식으로 직설적으로 드라마가 흘러간다. 그 호불호는 지극히 현실적이고 심지어 성적인 면도 숨기지 않는다.

 

장나라라는 배우가 가진 로맨틱 코미디의 연장으로 보이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이른바 장나라표 로코는 귀엽고 솔직한 캐릭터로 여성들의 공감대가 크다. 그 솔직하게 망가지는 모습에 한껏 웃음을 주면서도 순간 짠해지는 공감도 놓치지 않는다. 하지만 이 작품에서 장나라는 원숙함을 덧붙였다. 이미 한 번 결혼하고 돌아와 재혼을 꿈꾸는 커리어 우먼으로서 거칠 것 없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간 지상파드라마에 얼굴을 잘 드러내지 않았던 정경호는 JTBC <무정도시><순정에 반하다>에서 꽤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를 보여준 바 있다. 하지만 <한번 더 해피엔딩>에서 정경호는 훨씬 더 일상으로 내려온 듯한 편안한 얼굴이다. 의외로 웃음을 주는 과장 연기에도 능하고 동시에 아들을 가진 아빠로서의 진중한 연기도 자연스럽게 소화해낸다.

 

이렇게 단 2회 만에 굉장히 많은 감정적 굴곡을 보여주는 빠른 전개의 드라마가 가능하려면 그것을 소화해내는 연기자가 그만큼 감정연기에 능수능란함을 갖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장나라는 물론 이런 역할에 베테랑이지만 정경호의 로맨틱 코미디 연기도 만만찮게 자연스럽다. 한껏 웃음을 주다가 갑자기 자신의 처지를 드러내며 눈물을 터트리는 장나라나, 사별한 아내의 이야기 앞에 짐짓 아련해지는 정경호의 감정 연기는 빠른 전개 속에서도 드라마가 단단해보이게 만드는 이유다.

 

결혼만큼 이혼도 늘고 있는 현실이다. 당연히 결혼이나 재혼에 대한 생각도 달라질 수밖에 업다. 남녀 사이의 때론 달달하고 아프면서도 고개가 끄덕여지는 로맨틱 코미디의 재미만큼 이 달라진 세태의 솔직한 이야기를 들여다보는 재미도 충분하다. 무엇보다 그 중심을 잡아주는 장나라와 정경호의 연기력과 매력이 재혼이라는 소재와 잘 맞아 떨어지며 돋보이는 드라마다



<오 마이 비너스>, 역변한 신민아에게 없는 한 가지

 

KBS의 새 월화드라마 <오 마이 비너스>는 여러모로 최근 화제를 뿌리고 종영한 MBC <그녀는 예뻤다>를 떠올리게 하는 드라마다. <그녀는 예뻤다>의 여주인공이 주근깨가 잔뜩 생긴 얼굴로 역변했다면 <오 마이 비너스>의 여주인공 강주은(신민아) 역시 살이 잔뜩 쪄 같은 인물이 맞나 싶을 정로 역변한 몸을 보여준다. 그러니 로맨틱 코미디를 기본 장르로 깔고 있는 두 드라마가 갖고 있는 기본 설정은 같다. 외모가 아닌 진정한 사랑에 대한 이야기.

 


'오 마이 비너스(사진출처:KBS)'

<오 마이 비너스>라는 제목 속에서도 이 드라마의 이야기가 저 <그녀는 예뻤다>와 그리 다르지 않다는 걸 발견하게 된다. 즉 비너스는 미의 상징인데 이 드라마의 기획의도에 친절히 쓰여져 있는 것처럼 ‘21세기 비너스아프고 마르고 고통 받고있다. ‘비너스의 완성은 예뻐지는 것이 아닌, 있는 그대로 사랑받고, 진정으로 사랑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결국 역변한 얼굴이나 몸매로 대변되는 외적인 것이 아니라 그 고유한 내적인 아름다움이 진정한 미라는 것이다. 여기서 비너스예쁘다라는 말의 다른 표현이다. 누가 뭐라고 해도 나에게는 아름다운 그녀라는 뜻.

 

그래서 첫 회에 이 역변한 강주은은 오래도록 사귀어온 남자친구 임우식(정겨운)으로부터 이별통보를 받는다. 그리고 강주은은 그가 새로운 여자 오수진(유인영)을 사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런데 흥미로운 건 오수진의 과거는 현재의 강주은처럼 슈퍼 뚱땡이였었다는 사실이다. 외모에 끌리는 세태와 내면을 알아보는 사람의 이야기는 그래서 전형적인 4인 멜로의 틀로 들어왔다.

 

하지만 <그녀는 예뻤다>를 닮아있다고 해도 <오 마이 비너스>에는 없는 한 가지가 있다. 그것은 여주인공이 주는 서민적 공감이다. <그녀는 예뻤다>는 외모만의 역변이 아니라 가정이 몰락하면서 그녀의 스펙 없는 처지 역시 역변한 여주인공을 내세웠다면, <오 마이 비너스>의 여주인공은 변호사다. 사는 데 있어서 현실적인 어려움을 토로하는 인물은 아니다.

 

별거 아닌 것 같지만 이 한 가지의 다른 점은 드라마의 큰 차이로 만들어진다. <그녀는 예뻤다>가 예상 외의 큰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건 멜로 이외에 스펙 없는 청춘의 성장기라는 공감대가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 마이 비너스>는 그런 부분이 잘 보이지 않는다. 물론 첫 회에 모든 걸 속단하긴 어렵다. 하지만 만일 이런 현실적인 공감대가 강주은이라는 캐릭터에 부여되지 않는다면 그저 그런 로맨틱 코미디에 머물게 될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남는 건 한 가지다. 소지섭과 신민아라는 배우들이 하는 로맨틱 코미디라는 호기심이 그것이다. 확실히 이 캐스팅 부분은 이 드라마에 상당한 유인을 만들어내는 힘이 아닐 수 없다. 광고를 통해서 두 사람의 괜찮은 느낌을 접했던 시청자들이라면 이들이 나와 보여주는 달달한 로맨틱 코미디가 궁금해질 수 있다.

 

그렇지만 어차피 진정한 아름다움이 무엇인가에 대한 이야기를 건네고 그 아름다움을 알아봐주는 사랑을 통해 힐링을 전하고자 하는 게 이 드라마의 목적이라면 좀 더 지금의 청춘들이나 서민들이 교감할 수 있는 부분들을 만들어주는 게 좋지 않을까. 그런 부분들이 들어가게 된다면 차가워진 날씨에 우리를 훈훈하게 해줄 꽤 괜찮은 로맨틱 코미디가 나올 수도.



야심찼던 <그녀는 예뻤다>, 왜 아쉬움이 남을까

 

아마도 <그녀는 예뻤다>는 올해 MBC가 남긴 최고의 드라마가 아닐까. 시청률면에서도 화제성면에서도 이 드라마는 놀라운 기록들을 남겼다. 첫 방 시청률 4.8%(닐슨 코리아)로 시작했던 드라마가 매회 시청률을 경신하더니 13회에서는 자체 최고 시청률인 18%를 찍었다. 어디 그뿐인가. 콘텐츠 파워지수 3주 연속 1(CJ E&M/닐슨 코리아), 프로그램 몰입도 1(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녀는 예뻤다(사진출처:MBC)'

이런 시청률의 급상승이 가능했던 건 이 드라마의 장르가 로맨틱 코미디물이라는 점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펙없는 청춘의 자화상을 담아내는 현실적 요소들이 들어 있었다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즉 처음 이 드라마를 제목만으로 접한 시청자들은 그것이 그저 그런 로맨틱 코미디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회가 거듭되면서 그 로맨틱 코미디에 부여된 사회적 현실에 공감대가 점점 커질 수 있었다.

 

이게 가능했던 건 주근깨투성이의 김혜진(황정음)이라는 이 양자를 모두 끌어안을 수 있는 캐릭터가 존재했기 때문이었다. 즉 김혜진은 자라면서 주근깨가 생겨 외모가 역변한 인물인데다, 동시에 집의 몰락으로 경제적으로도 어렵고 스펙도 별로 좋지 않은 인물이다. 이 캐릭터는 따라서 로맨스로 풀면 첫사랑 앞에도 못나서는 안타까운 사랑의 주인공이 되지만, 이 드라마의 또 다른 배경인 진성매거진이라는 회사의 인턴이라는 입장으로 풀면 늘 구박받고 오해받는 전형적인 을의 주인공이 된다.

 

그러니 시청자들은 이 두 가지 관점에서 김혜진이라는 인물의 성장을 바라게 된다. 로맨틱 코미디의 여주인공으로서 지성준(박서준)이나 김신혁(최시원) 같은 멋진 남자들의 사랑을 받기를 바라고, 그러면서도 진성매거진이라는 일터에서 그녀가 진가를 보여지길 원하게 된다. 따라서 이 그녀의 진가라는 건 외모와 상관없는 품성, 스펙과 상관없는 실력을 말해준다. 이러니 팍팍한 현실을 살아가는 대중들의 지지를 받을 수밖에 없는 캐릭터다.

 

하지만 이처럼 괜찮은 캐릭터와 잘 짜여진 이야기로 완성도 높게 그려지던 이 드라마는 후반부에 이르러 어떤 한계를 드러내기 시작한다. 그것은 김혜진이 화장으로 주근깨를 지우고 영 모스트스럽지 못한 스타일을 버린 채 잘 꾸미고 회사에 다시 나타나던 시점부터다. 그것은 마치 이 드라마가 지금껏 해왔던 사람의 진가에 대한 좋은 관점을 덮어버리는 듯한 인상을 주었다. 시청자들은 주근깨라도 당당하고 스펙 없어도 일 잘하는 김혜진에게 매료됐던 것이기 때문이다.

 

급물살을 탄 멜로와 너무 빨리 밝혀져 버린 정체는 그래서 일찍 터트린 샴페인처럼 뒷맛을 밍밍하게 만들었다. 16부작이지만 일찌감치 11부에 해소되어버린 갈등요소는 나머지 5회를 그저 질질 끌려가는 드라마로 만들었다. 보통의 드라마였다면 그 5회 분량은 마지막회 한 회면 충분할 소재의 이야기들이었다. 결국 이야기의 부재는 드라마를 온전히 멜로에만 할애하게 했다. 초반의 현실을 환기시키는 청춘의 자화상으로서의 김혜진 캐릭터는 이 후반부에 과도하게 질질 끌려간 멜로에 의해 희석되어버렸다.

 

꽤 좋은 성적과 가능성들을 내포하고 있는 작품이라서 더욱 그럴 것이다. 만일 초반의 흐름처럼 후반까지 쉬지 않고 흘러갈 수 있었다면 어땠을까. 야심찼던 시도들이 더 빛을 발할 수 있지 않았을까. <그녀는 예뻤다>는 좋은 작품이었지만 그래서인지 그만큼의 큰 아쉬움을 남기는 작품이 되었다



<그녀는 예뻤다>가 보여주는 예쁘다의 새로운 정의

 

어째서 주근깨 투성이에 비만 맞으면 빵 터지는 폭탄머리 게다가 스타일도 전혀 모스트(most)’스럽지 않았던 김혜진(황정음)이 그리울까. MBC 수목드라마 <그녀는 예뻤다>의 김혜진은 화장으로 주근깨를 가리고 스트레이트로 절대 펴지지 않을 것 같은 머리를 쫙 펴고 다시 회사로 돌아왔다. 그녀의 숨겨진 미모(?)에 깜짝 놀라는 장면부터 드라마는 너무 일찍 반전을 예고했다.

 


'그녀는 예뻤다(사진출처:MBC)'

하지만 지성준(박서준)이 민하리(고준희)가 아닌 김혜진이 바로 옛 첫사랑이라는 사실을 알고는 그녀에게 사랑을 공공연히 고백하고, 두 사람이 달달한 전형적 멜로를 보여주기 시작하자 어딘지 맥이 빠지는 건 왜일까. 게다가 지성준의 사랑을 확인한 김혜진이지만, 친구인 민하리가 지성준을 많이 좋아한다는 사실 때문에 그에게 거리를 두는 이야기는 엉뚱한 전개라는 생각마저 들게 만든다. 그것은 마치 남녀가 사랑이 이뤄지기까지의 시간을 지연시키는 전형적인 멜로의 방식처럼 보이기도 한다.

 

16부작의 드라마에서 11부에 그 주근깨에 감춰진 비밀을 다 드러내놓음으로써 긴장감이 너무 일찍 풀어진 건 아닐까. 사실상 이 드라마의 힘은 르누아르의 그림 속 빼꼼녀처럼 세월의 흐름과 외모의 역변으로 꼭꼭 숨겨진 김혜진의 실체를 찾는데서 나왔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무엇 때문인지 김혜진이 갑자기 잡지사 편집장이 늘 입에 달고 다니듯 모스트스럽게변신을 하고 나타나고, 실체가 밝혀지고 멜로가 급진전을 하게 됐다.

 

보통의 경우 이렇게 안타깝게 엇갈렸던 남녀의 사랑이 재확인되고 멜로가 깊어지면 시청자들은 반색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녀는 예뻤다>는 그렇지가 않다. 오히려 예전의 주근깨 김혜진이 더 그리워지고 안타까워도 지성준이 그녀의 실체를 몰라 약간의 거리를 둔 상태에서 조금씩 그녀의 진가를 알아가는 과정이 훨씬 더 흥미로웠다는 것이다. 한 마디로 말해 주근깨를 화장으로 지우고 실체가 밝혀져 보여지는 사랑이야기는 너무 전형적인 멜로로 흐르고 있어 어딘지 식상하게 느껴진다는 점이다.

 

이렇게 된 것은 <그녀는 예뻤다>가 그간 보여줬던 독특한 예쁘다에 대한 새로운 정의 때문이다. ‘예쁘다라는 건 단지 미모가 아니라는 것. 오히려 그녀의 인성이나 하는 행동 속에서 느껴지는 캐릭터가 미모보다 더 그녀를 예쁘게 보이게 했다는 점이다. 그런 관점으로 보면 과거 주근깨투성이의 김혜진이 그토록 예쁘게 보였던 이유를 알 수 있다. 그건 친구와 동료를 향한 그녀의 착한 마음과 힘들어도 열심히 해내는 긍정적인 생각 같은 것들이 총체적으로 그녀를 귀엽고 예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반면 친구와 사랑 사이에서 갈등하고 우유부단해 하던 민하리가 그토록 출중한 미모를 갖고 있었어도 예쁘게 느껴지지 않았던 것도 같은 이유다.

 

그러니 이제 화면상으로 괜찮은 미모를 하고 나와 그럭저럭 지성준과 김신혁(최시원)에게 모두 사랑을 독차지하는 김혜진은 이처럼 독특했던 이 드라마의 관점들을 너무 뻔하게 만들어버린다. 가려져서 오히려 실체가 예뻤던(미모나 과거가 아니라) 그녀가 오히려 그리워지는 건 그래서다. 현재의 주근깨투성이의 모습 그대로, 과거의 인연 때문이 아니라 지금 현재의 상태 그대로 지성준이 그녀를 사랑하게 할 수는 없었던 걸까. 그것이 오히려 시청자들이 이 드라마에서 보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그녀는 예뻤다>가 로맨틱 코미디라는 흔한 장르이면서도 신드롬에 가까운 인기를 끌었던 건 그 관점이 흔한 멜로와는 사뭇 달랐기 때문이다. 그저 손발 오그라드는 때깔 예쁜 멜로가 아니라, 주근깨로 가려지고 영 꽝인 스타일로 가려짐으로써 오히려 드러나는 진짜 예쁜 것이 무엇인가를 이 드라마는 김혜진이라는 인물을 통해 보여주고 있었다. 그녀가 그립다. 주근깨 따위는 가리지 않고 자신 그대로를 드러냄으로써 더욱 예뻤던 그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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