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처럼 널 사랑해>에 대한 기대와 우려

 

MBC 새 수목드라마 <운명처럼 널 사랑해(이하 운널사)>는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개과천선>의 후속작이라는 사실은 <운널사>에 대한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낳고 있다. 만일 <개과천선> 같은 진지하고 사회성 강한 드라마에 강한 잔상을 느끼는 시청자라면 대책 없이 명랑하고 유쾌한 <운널사>가 너무 가볍게만 여겨질 것이다. 하지만 <개과천선> 같은 드라마가 너무 무겁다고 느꼈던 시청자라면 얘기가 다르다. <운널사>처럼 아무 생각 없이 볼 수 있는 드라마가 편안하게 다가올 수 있을 것이니 말이다.

 

'운명처럼 널 사랑해(사진출처:MBC)'

<운널사>는 장나라와 장혁이 주연인 전형적인 로맨틱 코미디물이다. 심각할 것 없이 상황에서 만들어지는 빵빵 터지는 웃음과 달달한 멜로를 그저 즐기기만 하면 된다. 첫 회만 봐도 앞으로 어떤 이야기가 진행될 것인가를 대충은 짐작할 수 있다. 장혁이 연기하는 이건이란 캐릭터는 전주 이씨 9대독자에 돈과 매력이 철철 넘치는(?) 사장님. 반면 장나라를 사환에 가까운 서무 직원이다. 이 구도만 봐도 <운널사>가 전형적인 신데렐라류 로맨틱 코미디의 공식을 따르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운널사>의 익숙한 신데렐라 로맨틱 코미디를 바라보는 시선도 극과 극으로 나뉜다. ‘2014년도에 이런 90년대 드라마를 하느냐는 부정적인 반응이 있는 반면, ‘정통 로맨틱 코미디에 간만에 웃었다는 반응도 있다. 사실 너무 공식적인 <운널사>의 멜로는 최근 <너의 목소리가 들려><별에서 온 그대>처럼 멜로가 미스테리, 스릴러부터 판타지까지 퓨전되는 경향을 두고 보면 퇴행적인 느낌마저 준다. 하지만 너무 다양한 장르들이 뒤섞인 멜로가 복잡하다고 여기는 분들이라면 <운널사>의 멜로는 고전적인 맛으로 다가올 수 있다.

 

장나라와 장혁 캐스팅은 다분히 <명랑소녀 성공기>를 염두에 둔 것으로 이 작품의 사업적인 부분과 상당부분 연관되어 있다. 특히 해외 사업에 있어서 이 두 사람이 <명랑소녀 성공기>를 통해 보여준 성과는 <운널사>에서도 기대를 갖게 만드는 대목이다. 하지만 장나라의 연기가 과거나 지금이나 달라진 점이 별로 없다는 점과 장혁의 과장된 코믹 연기가 어색하다는 지적도 있다. 적잖은 연기경력이 있어 배역에는 무난하지만 로맨틱 코미디물을 하기에는 나이가 많다는 얘기도 나온다.

 

<운널사>2008년에 방영된 대만드라마 <명중주정아애니>가 원작으로 대만에서 역대 최고 시청률을 기록한 작품이다. 그만큼 기대감이 높지만 최근 국내의 멜로 장르가 변화하고 있으며 이것이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고 있다는 점을 두고 보면 이 작품이 국내에서도 먹힐 지는 미지수다. 리메이크물로 나온 <운널사>의 만듦새는 로맨틱 코미디물에 충실하게 부합되고 있는 건 사실이다. 남는 문제는 지금의 대중들이 이 충실한 로맨틱 코미디물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하는 점이다.

 

<운널사>의 첫 회 시청률은 6.6%(닐슨 코리아). <개과천선>8%에 못 미치는 시청률이 나왔다. 아직 첫 회이기 때문에 성패에 대한 섣부른 예단을 하기는 어렵다. 반응 역시 극과 극으로 나뉘고 있다. 과연 <운널사>명랑소녀의 성공기를 그려낼 수 있을까. 그 결과는 어쩌면 향후 멜로 장르에 대한 시금석이 될 지도 모르겠다.

<별그대> 새드엔딩 가능성 희박한 이유

 

<별에서 온 그대>의 엔딩은 과연 어떻게 될까. 물론 그 결과는 작가만이 알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작품이 흘러온 흐름을 통해 들여다보면 조심스럽게 그 결과의 가능성들을 유추할 수도 있을 것이다.

 

'별에서 온 그대(사진출처:SBS)'

이질적인 존재들의 사랑. <별에서 온 그대>가 그린 것은 궁극적으로 그것이었다. 물론 자신의 친형을 죽이고 모든 것을 빼앗은 소시오패스 이재경(신성록) 같은 인물이 들어있어 스릴러적인 요소를 갖추고 있었고, 또 그의 위협을 받는 천송이(전지현)를 초능력으로 보호해주는 도민준(김수현)이 있어 슈퍼히어로물의 판타지가 섞여 있었지만 그래도 어디까지나 이 드라마의 궁극적인 장르는 멜로, 그것도 로맨틱 코미디다.

 

천송이와 도민준의 밀고 당기는 감정 놀이가 그 중심에 있고 그것이 궁극적으로는 판타지적인 즐거움을 목표로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갑작스러운 새드엔딩은 이 작품이 흐름 상 나올 가능성이 희박하다. 그것이 지금껏 이 작품에 몰입해온 시청자들의 흥취를 깨버릴 위험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해피엔딩일 가능성이 높은데, 여기에는 또한 두 사람의 행복을 가로막는 장애물들이 존재한다. 이재경 같은 소시오패스의 위협이나 이휘경(박해진) 같은 애정의 라이벌은 겉으로 드러난 장애물일 뿐 근본적인 장애물은 다른 곳에 있다. 그것이 이 두 사람이 외계인과 인간이라는 다른 존재라는 것이다.

 

과거 <ET> 같은 외계인과 소년의 우정을 그린 작품이 있었지만, 최근 들어 이질적인 존재들의 우정이나 사랑을 다루는 작품들은 그 어느 때보다 많아지고 있다. 뱀파이어와 소년의 사랑을 그린 <렛미인>이나, 뱀파이어와 늑대인간 그리고 인간 같은 여러 종족이 뒤엉킨 사랑이야기를 다룬 <트와일라잇> 시리즈도 같은 부류.

 

과거 제거되어야 할 공포의 대상이었던 뱀파이어나 늑대인간 같은 이질적인 존재들이 사랑의 대상으로 고민되는 것은 지금이 다양성을 인정하는 시대에 돌입해 있다는 징후다. 다른 존재들은 배척되는 것이 아니라 이제는 그 다양성으로 존중된다. 그러니 <X> 같은 존재들도 어떻게 그 다름을 서로 인정하며 공존해야 할 것인가를 고민하게 되는 것이다.

 

<별에서 온 그대>는 궁극적으로 이 이질적인 존재들이 어떻게 사랑하고 또 장애를 극복하거나 혹은 감수하는가를 보여준다. 인간과의 신체접촉 자체가 위험해질 수 있는 도민준이 천송이와 키스를 하고, 또 지구를 떠나지 않으면 죽게 될 위험에도 떠나지 않겠다 선언하는 것. 사랑을 위해 희생을 감수하는 도민준은 그래서 이질적인 존재들의 사랑이 결국은 희생을 전제한다는 걸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인물이다.

 

외계인과 인간으로 극화되어 있지만 사실 이건 우리네 인간들의 사랑이야기와 그다지 다르지 않다. 결국 우리 각각의 인간들은 다른 존재일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그러니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자신의 일정부분을 희생하는 것과 다른 이야기가 아닐 것이다. 그럼에도 사랑하기 때문에 함께 살아내는 것일 테니 말이다.

 

도민준은 이미 그 희생을 보였고 그 희생의 대가로서 일어날 수 있는 징후들을 복선으로 깔아놓았다. 그는 점점 능력을 상실해간다. 같은 침대에서 잠을 자고 일어난 천송이가 도민준에게 자신을 다시 초능력으로 띄워달라고 요구하지만 도민준은 그녀를 띄우는 걸 오래 버텨내지 못한다. 물론 그 장면은 마치 남자의 성적 능력 상실을 패러디한 것처럼 코믹하게 그려졌지만 사실 이 이야기는 우리네 삶의 사랑이 가진 한 단면이기도 하다.

 

그렇게 함께 나이 들어가고 늙어 간다는 것. 그리고 어느 날 눈을 감는다는 것. 그것이 우리네 삶이고 사랑이다. 도민준이 살아온 4백년의 시간과 아무 일도 없었다면 앞으로도 계속 살아낼 무한한 시간들 속에서 그와 그녀가 만난 그 짧디 짧지만 강렬했던 순간이 없었다면 그 삶은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시간은 실로 양적으로는 별 의미가 없는 질적인 개념이다.

 

그러니 도민준이 <ET>처럼 천송이와의 이별을 고하고 제 별로 돌아간다 하더라도, <렛미인>처럼 훗날 어떤 비극이 있다고 하더라도 지금 그 순간을 함께 하는 걸 결정한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결코 비극이 되지만은 않을 것이다. 해피엔딩 속에 담겨진 비극적인 요소는 그래서 그들의 행복을 방해하기보다는 오히려 더 강렬하게 만들지도 모른다. 유한한 존재이기 때문에 더더욱 삶이 누군가의 사랑이 간절해지는 것처럼.

<미래>가 청춘들에게 던지는 작지 않은 질문

 

현재의 미래(윤은혜)가 이길 것인가 아니면 미래에서 온 미래(최명길)가 이길 것인가. <미래의 선택>이라는 로맨틱 코미디를 보는 관점은 사뭇 새롭다. 기존 로맨틱 코미디들이 주로 주인공이 누구와 결혼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추는 대신, 이 드라마는 그것이 그녀의 주체적인 선택에 의한 것인지 아니면 그저 운명적으로 결정된 대로 이뤄진 것인지를 관전 포인트로 다룬다.

 

'미래의 선택(사진출처:KBS)'

그래서 <미래의 선택>이라는 제목은 이중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즉 현재의 주인공인 미래(윤은혜)가 능동적으로 선택하는 삶을 살아갈 것인가의 의미와 말 그대로 ‘미래의 선택’ 즉 이미 결정된 운명에 수긍하며 살아갈 것인가의 의미를 담고 있다. 전자가 자기 삶을 개척해나가는 능동적인 입장을 말해준다면 후자는 운명론적이고 수동적인 입장을 말해준다.

 

어찌 보면 미래에서 온 미래(최명길)는 현재를 바꿔 미래 또한 바꾸려는 능동적 입장처럼 보이지만 이 판타지적인 설정에는 이미 운명론이 개입되어 있다. 즉 미래는 이미 결정된 것이라는 전제가 깔려 있기 때문에 이를 바꾸려 노력하는 것이다. 이 미래에서 온 미래가 바꾸려는 선택이 남편감이라는 점은 그 운명론적인 입장을 잘 말해준다. 그녀는 한 여자의 앞날이란 어떤 남편을 만나는가에 달려 있다 생각하는 것 같다.

 

하지만 현재의 미래(윤은혜)는 생각이 다르다. 그녀는 자신의 앞날을 스스로 개척하고 싶어 한다. 여기에는 서른두 살이 먹도록 꿈같은 건 접어둔 채 콜센터 직원으로 하루하루를 버텨낸 그녀의 절박함이 들어있다. 늦은 나이지만 그녀는 방송작가로서 성공하고 싶어한다. 나이도 많고 학벌도 변변찮은데다 집안도 그저 그런 그녀의 스펙과 그녀가 맞닥뜨린 현실은 작금의 취업난을 겪는 청춘들을 고스란히 떠오르게 한다.

 

나이 먹고 앵커자리에서 좌천되어 아침방송 진행자가 된 김신(이동건)과 이 방송국을 소유한 이미란 회장의 손자이지만 이 아침방송의 막내 VJ로 일하는 박세주(정용화)라는 캐릭터 역시 이 운명론과 미래 개척의 관점으로 바라보면 흥미로운 인물들이다. 김신은 과거에 얽매여 있어 여전히 자신이 앵커인 줄 착각하며 살아가지만 그래도 방송을 위해 물벼락을 맞을 각오도 되어 있는 현실 개척적인 인물이기도 하다. 이것은 박세주도 마찬가지다. 그는 재벌2세라는 위치에 군림하려 하지 않고 방송 말단직을 하며 현실을 알려고 한다.

 

이들이 서로 부딪치며 만들어내는 화학작용은 그들의 현재를 바꾸고 미래를 만들어간다는 점에서 단순한 멜로에 머물지 않는다. 미래에서 온 미래(최명길)는 운명론적인 입장을 취하지만 바로 그것 때문에 현재의 미래(윤은혜)는 비로소 미래를 생각하게 된다. 그녀는 그럭저럭 버티며 살아가는 삶 대신 보다 나은 꿈을 향해 노력하는 삶을 선택한다.

 

과거에 얽매여 있던 김신에게 미래는 현실을 알려준다. 아침방송의 진행자면 거기에 맞게 망가질 줄도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김신은 그 말에 수긍하고 조금씩 현실을 받아들인다. 박세주는 팍팍한 방송 생활에 지친 미래를 위로해주고 도와주는 한편, 그녀를 통해 재벌가의 2세로 있을 때는 결코 알 수 없는 치열한 샐러리맨들의 삶을 이해하고 들여다보게 된다. 관계는 멜로로 엮여있지만 모두가 서로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며 어떤 변화를 만들어낸다.

 

잘 나가는 리포터인 서유경(한채아)도 마찬가지다. 그녀는 어떻게든 방송 하나라도 더 하기 위해 PD에게 애교를 부리는 것이 습관화되어 있는 인물. 하지만 그녀에게 박세주가 “당신은 이미 방송을 할 때 멋진 프로다”라고 말해주자 그녀는 괜스레 눈물을 흘린다. 윗선의 눈치만 보며 살아가던 그에게 박세주가 어떤 변화의 동인을 제공한 셈이다.

 

물론 <미래의 선택>은 잘 만들어진 로맨틱 코미디다. 등장하는 인물들이 서로 부딪치고 가까워지는 과정은 달달한 로맨틱 코미디의 정서를 충분히 만들어낸다. 하지만 그것만이었다면 이 드라마는 어딘지 허허로운 느낌을 지울 수 없었을 게다. 사실 요즘처럼 젊은 세대들에게 치열해진 현실 속에서 멜로니 결혼이니 하는 얘기는 때로는 사치처럼 여겨질 때가 많다. <미래의 선택>이 괜찮은 드라마라는 건 바로 이 현실적인 문제를 로맨틱 코미디라는 장르 속에 제대로 녹여내고 있기 때문이다.

 

불투명한 미래.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어두운 현실. 이 앞에서 우리는 어떤 삶을 살아야 할까. 태생적으로 이미 미래가 결정되는 사회가 주는 그 암담함 속에서 우리는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답답한 마음에 미래의 운명을 보기 위해 점집을 찾아가기도 하지만 우리들은 결국 그 점집 문을 나서면서 다시 현실과 마주할 수밖에 없다. 그러니 미래가 어떻든 두려워하지 말고 현재를 실컷 살아보는 건 어떤가. 즉 미래란 결정된 어떤 것이 아니라 현재가 하나하나 쌓여 생기는 것이 아닐까. <미래의 선택>은 이 결코 작지 않은 질문들을 던지고 있다.

<내연애>가 그저 그런 멜로라고? 실험작이다

 

신하균이 이처럼 달달했던 적이 있었나. 과거 신하균이 했던 작품들 속 인물들을 보면 어딘지 신경쇠약 일보직전의 캐릭터들이 대부분이었다. 대중들의 뇌리에 깊게 박힌 이미지는 그래서 아마도 하균신이라는 닉네임이 붙을 정도로 강렬했던 <브레인>의 이강훈이라는 캐릭터일 게다. 그런 신하균이 눈웃음을 살살 치고 심지어 애교를 떤다. <내 연애의 모든 것>의 김수영 의원을 연기하는 신하균의 모습은 확실히 낯설면서도 신선하다. 물론 초반에는 예전 신하균의 이미지 그대로 까칠하기 이를 데 없는 정치인의 모습을 보여주지만, 사랑에 빠지게 되면서 그는 차츰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내 연애의 모든 것'(사진출처:SBS)

반면 이민정은 신하균과는 정반대의 이미지 변신이다. 늘 풋풋한 사랑의 아이콘이었던 이민정은 이 드라마 속 노민영 의원이라는 캐릭터를 통해 정치인들에게 거침없이 쓴 소리를 쏟아 붓는 정의로운 모습을 보여준다. 대한국당, 민우당, 녹색진보당이 룸싸롱에서 술판을 벌이고 밀실회의를 하는 광경을 보고는 치밀어 오르는 혐오감에 그녀는 컵을 집어던지며 이렇게 일갈한다. “애국이 국어사전에서 썩어 빠지겠다 이 개자식들아! 이러니까 국민들이 정치가 정치인들이 국민 뜯어먹고 산다고 생각하는 거거든요!”

 

사실 이 드라마에서 연기변신을 하고 있는 건 신하균과 이민정만이 아니다. 김수영 의원의 수석보좌관 맹주호 역할을 연기하는 장광이나 김의원의 비서 김상수 역할을 연기하는 진태현도 지금껏 보지 못했던 모습을 보여준다. 둘 다 강렬한 악역을 주로 해왔지만 이 드라마에서는 이보다 더 웃길 수 없고 이보다 더 귀여울 수 없는 그런 캐릭터를 연기해내고 있다. 신하균과 진태현 또 신하균과 장광의 연기 합은 그래서 이 드라마가 그리고 있는 멜로만큼 충분한 재미를 선사한다.

 

그러고 보면 <내 연애의 모든 것>은 그간 우리가 생각해왔던 정치라는 소재가 가진 상투적인 이미지를 뒤집는 작품이기도 하다. 정치만큼 대중들에게 첨예하고 무겁고 심지어 역겹게 느껴지는 것은 없지만, 실상 그 정치를 하는 정치인들도 결국 개인으로 돌아오면 우리와 똑같이 사랑에 빠지고 고민하는 사람일 뿐이다. 어떤 국가나 정당을 위한 선택과 소신 같은 공적인 결정은 그래서 누구나 다 똑같을 수밖에 없는 사적인 연애가 생겼을 때 그 갈등을 일으키기도 한다. 김수영 의원과 노민영 의원의 연애가 쉽지 않은 건 그 때문이다.

 

정치와 로맨틱 코미디의 결합은 그래서 대단히 신선한 화학적 실험이다. 정치가 가진 무거움과 로맨틱 코미디가 가진 가벼움은 과연 공존할 수 있을까. 정치인으로서의 공적 존재가 연애하는 사적 존재와 공존할 수 있을까.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내 연애의 모든 것>이 꽤 괜찮은 완성도를 갖추고 있으면서도 시청률이 낮은 건 그래서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정치 이야기를 원하는 시청층과 로맨틱 코미디를 원하는 시청층은 다를 수밖에 없다.

 

<대물> 같은 드라마의 성공을 빗대 대중들이 정치 이야기를 좋아한다고 말 할 수는 없을 게다. 왜냐하면 그것은 본격 정치 이야기라기보다는 아줌마의 정치인 성장담에 더 초점이 맞춰지는 것이고, 정치 역학보다는 대중정서에 더 어필하는 드라마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수사반장>이 수사물이 아닌 것과 마찬가지다. 80% 범죄자가 된 사연을 소개하고는 나머지 20% 그 범죄자의 등을 최불암이 두드려주는 <수사반장>은 인간극장이자 휴먼드라마일뿐이다. 즉 우리네 드라마의 특성상 본격적으로 정치 역학을 소재로 활용해 성공한 드라마는 많지 않다.

 

따라서 본격적인 정치의 이야기를 소재로 삼으면서도 그 위에 멜로라는 사적인 문제를 얹어 놓은 <내 연애의 모든 것>은 그저 그런 멜로가 아니다. 신하균과 이민정의 달달한 로맨스를 전면에 보여주려 하는 것은 그것이 좀 더 대중적이기 때문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그것이 전부라는 얘기는 아니다. <내 연애의 모든 것>은 꽤 많은 것들을 뒤집는 실험작이자 문제작이다. 신하균과 이민정의 연기 변신을 통해 그 화학작용이 만들어내는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적어도 정치에 대한 새로운 시선을 갖게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시청률이 좀 낮다 해서 이 작품을 폄하할 수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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