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티풀 마인드><원티드>, 시청률 낮아도 이런 시도해야

 

KBS 월화드라마 <뷰티풀 마인드>는 첫 회 시청률이 4.1%(닐슨 코리아)로 나오면서 큰 충격을 줬다. 애초에 KBS의 기대감은 그만큼 높았기 때문이다. 의학드라마인데다 김태희 작가의 대본도 완성도가 높았다. 공감 능력이 없는 의사라는 캐릭터 설정도 참신했다. 하지만 지상파의 벽이 워낙 높았던 걸까. <뷰티풀 마인드>는 시청률이 3%대까지 주저앉았고 물론 올림픽 방송 때문이라고 하지만 결과적으론 조기종영을 결정했다.

 

'뷰티풀 마인드(사진출처:KBS)'

<뷰티풀 마인드>가 이런 의외의 상황에 봉착하게 된 건 여러 악재가 겹치면서다. 하필 동시간대에 SBS <닥터스>가 들어온 건 가장 큰 악재라고 볼 수 있다. <닥터스> 역시 좋은 드라마지만 여러모로 같은 의학드라마라는 장르 때문에 <뷰티풀 마인드>와 비교선상을 서게 됐다. <닥터스>는 의학드라마로서의 장르적 성격을 잘 구현해내면서도 동시에 지상파 드라마 시청자들이 원하는 것들, 이를 테면 멜로나 가족이야기 그리고 병원 내 권력 투쟁 같은 내용들을 적절히 균형 있게 배분함으로써 훨씬 더 대중적인 선택들을 했다.

 

상대적으로 <뷰티풀 마인드>는 이런 장르적 혼용보다는 오히려 스릴러와 의학드라마 장르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보편적인 지상파 드라마 시청자들에게는 훨씬 낯설 수밖에 없는 드라마였다. 하지만 이 드라마가 갖고 있는 가치들도 충분하다. 이를테면 이영오(장혁) 같은 문제적 캐릭터를 내세워 싸이코 패스처럼 냉정한 우리네 현실을 병원이라는 공간을 통해 그려내려는 시도는 충분히 그 가치를 인정받아야 마땅하다.

 

최근 드라마의 헤게모니는 완성도와 새로운 시도로 무장한 tvN 같은 케이블 채널이 가져가고 있는 형국이다. 시청률은 조금 낮아도(이것도 케이블로서는 높은 것이지만) 이런 드라마들이 계속 시청자들의 눈에 들기 시작하면 지금껏 해오던 지상파 드라마들의 공식적인 문법을 따르는 드라마들은 상대적으로 식상해질 수 있다. <뷰티풀 마인드> 같은 시도들이 당장 시청률은 낮아도 현재의 지상파에서는 꽤 의미있을 수 있다는 점이다. 여러모로 조기종영이 아쉽게 느껴지는 대목이다.

 

SBS 수목드라마 <원티드> 역시 시청률은 결코 높다고 말할 수 없다. 첫 회 시청률 5.9%에서 7%대까지 올랐지만 MBC <W>가 새로 시작하면서 시청률은 다시 5%대까지 떨어졌다. 이 드라마가 시청률이 낮은 건 당연하다. 기대할 멜로도 없고 시작부터 끝까지 손에 땀을 쥐는 본격 스릴러 장르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유괴된 아들을 찾기 위해 범인이 내린 미션을 수행하는 정혜인(김아중)이란 캐릭터는 물론 우리가 다른 장르물에서 봤던 설정일 수 있지만, 이것을 생방송으로 방송해야 한다는 설정은 국내 드라마에서는 보기 드문 선택이다. 이 과정에서 리얼리티 시대의 방송이 가진 시청률에 대한 집착이나 방송 윤리는 아랑곳없는 자극적인 방송의 생태에 대한 비판적 시선이 날카롭게 제기된다.

 

하지만 이렇게 앞뒤가 꽉 짜여진 본격 장르물은 새로운 시청자의 유입이 어렵다는 한계를 보여준다. 물론 케이블 채널처럼 충성도가 높은 시청자들이라면 열광할 수 있는 이야기다. 하지만 지상파는 지금껏 보편적 시청층을 늘 대상으로 드라마가 만들어졌고 그래서 이런 시도는 여전히 낯설게 다가온다. 하지만 언제까지 지상파가 보편적 시청층을 가져갈 수 있을까. 이미 지상파의 헤게모니는 상당 부분 모바일이나 타 채널들에 빼앗기고 있는 추세다. 지상파도 이렇게 타깃층이 확실한 드라마들을 시도할 필요가 있는 시점이라는 점이다.

 

<뷰티풀 마인드><원티드> 모두 시청률로 평가할 수 없는 드라마다. 이들 드라마들은 기존의 문법을 따라간 게 아니라 새로운 시도들을 한 드라마이고 그러니 조금 낯설더라도 작품이 가진 성취는 인정받아야 마땅하다. 그리고 어쩌면 이런 드라마들의 시도가 지금은 어렵더라도 훗날 지상파 드라마가 변화하는 미디어 환경에서도 어떤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자산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원티드>, 납치극의 모성애보다 강한 다른 미끼들

 

SBS 수목드라마 <원티드>는 본격 장르물이다. 이 드라마를 소개하는 문구를 보면 국내 최고 여배우가 납치된 아들을 찾기 위해 생방송 리얼리티 쇼에서 범인의 요구에 따라 미션을 수행하는 고군분투기를 담은 리얼리티 스릴러 장르의 드라마라고 되어 있다. 이 드라마에는 그 흔한 멜로의 기미조차 잘 보이지 않는다.

 

'원티드(사진출처:SBS)'

정혜인(김아중)은 남편 송정호(박해준)와는 거의 남남이나 마찬가지 관계를 보여주고 있고, 함께 방송을 해야 하는 신동욱 PD(엄태웅)와는 그 비정한 성격 때문에 남녀로 얽힐 가능성은 전혀 없어 보인다. 아들을 찾기 위해 함께 고군분투할 형사 차승인(지현우)도 마찬가지다. 그는 그 어떤 것들에도 휘둘리지 않고 오로지 범인을 추적하고 납치된 이들을 구하는 것이 우선인 올곧은 형사로서의 모습에만 충실한 인물이다.

 

그러니 이 드라마에서 멜로 같은 요소들은 전혀 시청자들을 유입할 수 있는 미끼가 되지 못한다. 대신 <원티드>가 미끼로 내세우고 있는 것은 일련의 사건들이 유발하는 궁금증과 반전이다. 도대체 누가 그녀의 아들을 납치한 것이고, 무슨 목적으로 그녀에게 리얼리티쇼를 시키고 있는가 하는 것에 대한 궁금증. 이 호기심이 하나의 미끼가 되면 드라마에 등장하는 많은 인물들을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보게 된다.

 

이 같은 그 흔한 멜로 구도조차 잘 보이지 않는 본격 장르물이 시청률에서 불리하다는 건 여러 가지 이유 때문이다. 일단 익숙한 구도가 잘 보이지 않기 때문에 드라마가 어느 정도 몰입되기 전까지는 낯설다는 점이다. 또한 영화와 달리 긴 호흡으로 가야하는 드라마에서 한 가지 사건으로 끝까지 궁금증을 만들고 긴장감을 이어간다는 것 역시 쉽지 않다.

 

하지만 이러한 본격 장르물에 제기되곤 하는 한계는 최근 들어 많이 깨지고 있다. <시그널>은 대표적인 사례다. 멜로 구도보다 스릴러에 더 집중했지만 <시그널>은 케이블 채널로서는 경이적인 12% 시청률(닐슨 코리아)을 넘겼다. 물론 첫 회는 5.4%로 시작했지만 갈수록 탄력이 붙으면서 시청자들이 계속 유입될 수 있었던 것. 결국 본격 장르물의 성패는 첫 회만으로는 판단하기 어렵다. 갈수록 시청자들을 계속 몰입시킬 수 있는가 하는 점이 관건이다.

 

<원티드>는 납치 스릴러가 갖는 끝없는 궁금증과 반전이라는 미끼 이외에도 두 가지 미끼가 더 제시되고 있다. 그 하나는 정혜인의 아들을 위해 뭐든 한다는 그 절절한 모성애다. 하지만 이 부분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왜냐하면 <원티드>는 아들을 찾기 위한 정혜인의 절절한 마음과 함께 동시에 생방송 리얼리티쇼를 하는 그녀의 모습을 보여줘야 하기 때문이다. 엄마로서의 정혜인은 절절하지만, 방송에 출연하는 여배우로서의 그녀는 때로는 냉철해지기도 해야 한다. 그 서로 다른 입장을 하나로 묶어 보여주는 연기는 쉽지 않다.

 

김아중이 몸을 아끼지 않는 배우라는 건 잘 알려져 있지만 상대적으로 약한 부분은 얼굴 표정 등을 통한 감정 연기다. 그녀의 얼굴은 표정이 그렇게 다채롭게 드러나지 않는다. 모성애를 드러낼 때의 절실해지는 얼굴과 그러면서도 방송을 해야만 하는 여배우로서의 조금은 냉철한 얼굴이 대비를 이뤄야 효과적인데 그런 면들이 아직까지는 드라마를 통해 잘 전해지지 않는다. 이 부분은 극중에서도 여배우지만 실제 여배우의 길을 열어가려고 하는 김아중에게 이 드라마가 요구하는 미션이자 숙제가 될 것이다.

 

하지만 <원티드>가 던지고 있는 가장 큰 미끼는 시청률이라면 사람이 죽고 사는 일도 비정하게 카메라를 드리우는 방송의 잔인함을 드러내는 사회극적 요소다. 아이가 유괴된 마당에 밥을 넘길 수 없는 정혜인 앞에서 신동욱 PD와 제작진들은 잘도 밥을 먹는다. 그녀가 밥그릇을 집어던지자 신동욱 PD는 냉혈한처럼 말한다. 잘 먹고 잘 자서 최고의 상태를 만들라고. 그래야 방송도 잘되고 결국은 아이도 구할 수 있다고. 물론 그는 아이를 구하는 것 따위에는 관심이 없다. 방송의 성공만이 그의 관심이다.

 

이 방송의 비정함과 대척점을 이루는 인물은 올곧은 형사 차승인이다. 그는 온 국민이 관심을 갖는 여배우의 아들 납치사건을 맡으라는 상사의 요구에 지금 하고 있는 납치 사건을 계속 수사하겠다고 말한다. 그 사건은 모두가 관심을 가지지만 자신이 하고 있는 사건은 자기가 아니면 누구도 관심을 갖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에게 방송 같은 미디어는 아무런 관심의 대상이 아니다. 오로지 사건해결과 피해자를 구하는 것이 그의 소명이다. 신동욱 PD와 차승인이 부딪치는 지점이 그래서 어떤 면에서는 유괴범을 찾아내는 일보다 더 흥미로워질 수 있다.

 

결국 <원티드>의 관건은 이 많은 미끼들을 시청자들이 물 것인가 하는 점이다. 첫 회 시청률이 5.9%로 지상파 3사 꼴찌를 기록했다는 건 물론 좋은 조짐은 아니다. 하지만 첫 회가 저조했어도 2회에 7.8%로 시청률이 오른 사실은 고무적이다. 첫 회의 마지막 장면에 토크쇼를 통해 자신의 아들이 유괴됐다 발표하는 장면이 다음 회를 위한 미끼였다면, 2회의 마지막 장면에 범인이 미션으로 제시한 차 트렁크 안에서 누워있는 누군가가 발견되고 그가 그녀의 아들일 것 같은 뉘앙스를 던진 건 또 하나의 미끼다. 과연 시청자들은 계속 미끼를 물 것인가.

<원티드>, 납치극보다 중요한 리얼리티쇼의 양상들

 

잘 나가던 여배우 정혜인(김아중)의 은퇴 선언. 그리고 곧바로 이어진 여배우 아들의 유괴와 유괴범의 요구. 그 요구 사항이 라이브 방송을 하고 그 속에서 미션을 수행하며 20% 이상의 시청률을 달성하는 것이란 점은 SBS 수목극 <원티드>가 어떤 드라마인가를 명확히 보여준다.

 

'원티드(사진출처:SBS)'

물론 첫 회에 아이가 유괴되는 그 상황이 워낙 충격적이기 때문에 그토록 많이 시도되었던 유괴된 아이를 구하기 위한 추격전이 아닐까 선입견을 가질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건 라이브 방송이다. 아이를 구출해내기 위해 그녀는 신동욱 PD(엄태웅)를 찾아가 말한다. “웃으라면 웃고 벗으라면 벗고 당신이 시키는 거 다 할께.”

 

물론 아이를 구하기 위해 절박한 엄마의 의지를 드러내는 말이지만, 이 말은 방송의 관점으로 보면 달리 보이다. <원티드>는 여배우이자 엄마인 정혜인을 절박한 상황으로 몰아넣고 그걸 해결하기 위해서는 방송을 성공시켜야 한다고 요구한다. 물론 이 이야기는 범죄 스릴러 스토리로 극화된 것이지만, 현재 우리가 접하고 있는 리얼리티 시대에 방송이 처한 상황과도 그리 다르지 않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뭐든 시키는 대로 해야 한다. 그것을 방송을 살리는 길이고 그래야 출연자도 제작자도 살아남는다. 자극은 점점 더 강해질 수밖에 없고 그럴수록 시청자들은 더욱 몰입된다. 문제는 그 자극이 점점 강해져 어떤 수위를 넘어설 때 그건 이미 범죄가 되는 것이지만 이미 몰입된 시청자들은 누군가의 불행조차 재미로 소비하기 시작한다는 점이다.

 

형사 차승인(지현우)이 등장부터 방송을 하다 납치된 인터넷 BJ를 수사하는 장면은 그래서 의미심장하다. 이미 방송은 방송사 같은 특정 전문기관들만이 하는 것이 아니다. 누구나 집에서 컴퓨터와 카메라만 있으면 방송을 할 수 있는 시대. 생생한 리얼리티쇼가 매일 밤 셀 수 없이 많은 채널에서 방영되고 그 방송의 자극은 경쟁적으로 높아져만 간다.

 

아프리카TV 같은 곳에서는 심한 노출은 기본이고 심지어 자동차 바퀴에 발을 집어넣는 장면이나 형광등을 씹는 보기에도 끔찍한 자극적인 방송들이 수치적인 성공을 거두고 있다. 그러니 납치라고 못할까. 이제 방송은 살아남기 위해, 나아가 성공하기 위해 도저히 해서는 안되는 선을 넘어서고 있다. 리얼리티쇼라는 미명 하에.

 

<원티드> 정혜인의 상황은 그래서 이 리얼리티쇼의 양면적인 측면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납치된 아들을 위해 온 몸을 던져야 하는 그녀는 절박하기 이를 데 없지만, 그걸 보는 시청자들은 그녀가 절박할수록 더 열광하게 될 것이다. 그것은 그녀에겐 쇼가 아니지만, 방송으로는 소비되는 쇼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원티드>가 그 흔하디흔한 유괴 납치 스릴러 장르를 가져와 보여주려는 건 바로 이것이다. 리얼리티쇼 시대의 재미가 가진 양면성. 흥미로운 건 이런 양면성을 드러내주려는 <원티드>라는 드라마 역시 형식적으로는 리얼리티쇼와 드라마가 뒤섞인 듯한 혼용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다. 시청자들은 그래서 <원티드>의 그 스릴러적 긴박감을 즐기면서도 그런 자신에 대한 자각 또한 갖게 되는 양가적 입장에 놓여있다.

 

물론 <원티드>의 이런 스릴러와 사회극적 요소가 대중적으로 성공할 지는 미지수다. 워낙 갑갑해진 현실 속에서 지금의 대중들은 훨씬 더 간편하고 달달하며 즐기기 쉬운 이야기에 더 빠져들고 있는 게 최근 경향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원티드>가 이런 도전적인 시도를 통해 사회적인 메시지를 던지겠다는 그 의도를 갖고 있다는 건 바람직한 일이다. 단지 재미만이 아닌 무언가를 추구한다는 것. 그것은 리얼리티쇼 시대에도 요구되는 일이니까. <원티드>가 던지고 있는 메시지처럼.

<무한도전> 역대급 추격전, 또 하나의 레전드 탄생

 

<무한도전> ‘공개수배에 대한 시청자들의 반응은 폭발적이다. 그저 그런 또 하나의 추격전이 아닌가 하고 생각됐던 이번 프로젝트는 그러나 전혀 다른 역대급 추격전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런 평가가 나오게 된 것은 이번 프로젝트가 가진 독특한 상황 설정에서 비롯된다.

 


'무한도전(사진출처:MBC)'

공개수배는 마치 비슷한 제목의 범인 추적 대국민 프로그램처럼 기획되었다. 실제 부산의 형사들이 추격전에 투입되었고, <무한도전>의 멤버들은 자신들을 체포하려는 이들 형사들로부터 탈주하는 미션을 부여받았다.

 

부산이라는 실제 공간과 그곳의 형사가 투입됐고 게다가 부산 시내 곳곳에서 결과적으로는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된 시민들은 가상이 아닌 실제 상황이다. 그러니 여기에 갖가지 죄목으로 쫓기는 범인이 된 <무한도전> 멤버들이 아니라면 이건 마치 미국의 <캅스> 같은 경찰이 실제 범죄현장을 덮치는 과정을 보여주는 리얼리티쇼처럼 보여질 수 있었다.

 

하지만 여기에 <무한도전> 멤버들이 투입되면서 이 리얼리티쇼는 절묘하게도 가상의 상황극과 엮어질 수 있게 되었다. 이렇게 되자 추격전이 가진 긴박감과 동시에 웃음까지 잡을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었다. 실제 형사들이 본부의 지원을 받으며 <무한도전> 멤버들을 추격하는 과정은 손에 땀을 쥐는 긴장감을 유발했고, 한편 그렇게 쫓기는 멤버들이 보여주는 리액션들은 웃음을 유발하기에 충분했다.

 

흥미로운 건 형사들에 의해 붙잡힌 <무한도전> 멤버들이 만만찮은 저항을 선보였다는 점이다. 잡혔다가 몰래 도망친 박명수나 정준하에 대해 형사들도 혀를 찼다. 물론 그건 실제 수갑이 아니었기 때문에 생긴 일이었지만 그래도 이들이 그간 여러차례의 추격전을 통해 얻게된 노하우가 빛을 발했던 것도 사실이다.

 

이 과정에서 유재석은 역시 에이스다운 면모를 보여줬다. 그는 누구보다 비상한 두뇌와 단단한 체력과 순발력으로 형사들의 추격을 물리치며 자신들에게 주어진 미션을 수행해나갔다. 역대급이었던 건 방공호로 마련되어 있던 충무시설에서 차량을 찾는 과정이었다. 마치 미로처럼 생긴 그 특별한 공간은 이번 추격전이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여겨지게 만들었다.

 

유재석은 역시 추격전에도 또 웃음에도 베테랑이었다. ‘충무시설에서 차량을 찾아 옛 해사고에 휴대폰을 찾으러 간 유재석은 들려오는 음산한 벨소리에 여러 차례 건물 밖으로 뛰쳐나오며 이거 공포특집이야라고 말해 보는 이들에 큰 웃음을 선사했다.

 

광희는 의외로 추격전에 강한 면모를 보여줬다. 소심한 성격은 추격전에서는 주도면밀함으로 드러났고 비가 오는 와중에도 좁은 공간에 숨어 형사가 지나치기를 기다리는 모습을 보여주는 등 반전의 주인공이 되었다.

 

무엇보다 이 프로젝트가 괜찮았다 여겨지는 건 이것이 예능으로서도 더할 나위 없는 웃음과 긴박감을 주었지만 동시에 공적으로도 훌륭한 기획이었다는 점이었다. <무한도전> 멤버들을 본 부산시민들이 몰려들어 팬심으로 사진을 찍어 SNS에 올리는 그 과정을 프로그램은 시민의 제보로 편집해 넣었다. 즉 시민의 제보 하나가 범인 검거에 있어서 얼마나 큰 힘을 발휘하는가를 이 프로젝트가 여지없이 보여줬다는 점이다.

 

그런데 왜 하필 부산이었을까. 그것은 아마도 부산이라는 공간과 특유의 부산사투리가 이 추격전을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느껴지게 만들어줄 수 있을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지 않았을까. 실제로 그 많은 범죄를 소재로 한 영화들이 부산을 배경으로 만들어졌고 특유의 부산사투리는 거친 남자들의 세계를 표현하는데 최적이었다.

 

마치 하나의 게임처럼 시작했던 게 <무한도전>의 추격전이다. 하지만 이번 공개수배는 이 추격전이 하나의 리얼 상황처럼 특정 현실 공간에서 벌어졌다는 점에서 역대급이다. 리얼과 가상이 적절히 조화되고, 웃음과 긴박감이 넘나들며, 게다가 재미와 의미까지 모두 더한 이번 공개수배는 그래서 또 하나의 추격전 레전드라고 해도 무방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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