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쁜 누나’를 통해 작가들이 이제 귀 기울여야 하는 것들

JTBC 금토드라마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를 칭찬해주고 싶었던 건 흔한 멜로드라마를 통해서도 사회변화나 사회적 사안들을 예리하게 건드린 부분이 놀라웠기 때문이다. 그 중심에 선 문제적 인물은 바로 윤진아(손예진)다. 회식자리에서 성희롱에 성추행까지 버젓이 자행되던 회사를 ‘그러려니’ 하고 살아왔던 인물. 일정 부분 ‘포기상태’로 살았던 그가 서준희(정해인)라는 인물의 사랑을 받고, 그래서 자신의 소중함을 새삼 깨달으며 그것이 그를 각성시켜 회사 내의 성차별과 성폭력 사안에도 맞서나가는 모습으로 이어지는 그 과정이 기존 멜로와는 다른 진일보한 시각을 담고 있다 여겨져서다. 

하지만 이 드라마는 후반을 향해 달려가면서 ‘클리셰’에 발목이 잡혔다. 일상의 문제들을 날카로우면서도 또 멜로가 가진 달달함과 풋풋함을 동시에 껴안는 그 어려운 시도를 성공적으로 그려왔던 초반의 이야기는, 김미연(길해연)이라는 흔해빠진 아침드라마형 결혼반대 엄마의 클리셰를 가져오면서 퇴행하기 시작했다. 시청자들의 불만은 여기서부터 불거졌다. 그리고 여기에 윤진아라는 캐릭터 역시 ‘변화한 모습’이 아니라 여전히 ‘생각 없는 모습’으로 퇴행하는 이야기가 담겨지면서 불만은 더욱 커졌다.

물론 이건 우리가 알다시피 지금껏 수많은 드라마에서 써왔던 흔한 클리셰 공식들이다. 드라마는 근본적으로 갈등이고, 따라서 멜로드라마는 사랑을 하는 남녀와 이를 반대하는 누군가가 존재한다는 흔한 공식. <로미오와 줄리엣>에서부터 우리네 <춘향전>이나 <시집가는 날> 같은 고전, 그리고 최근의 멜로드라마까지 이 공식은 바뀐 적이 없다. 다만 달라지는 건 ‘그들의 사랑을 가로막는 장애물’이다. 멜로드라마라도 사회적 의미를 띤 이른바 ‘사회적 멜로’라고까지 지칭하는 드라마들이 나왔던 건, 그 장애물이 이제는 양가 부모 같은 구시대적 클리셰에서 벗어나 사회적 갈등(신분이든 빈부든 취향이든)으로 진화해왔기 때문이다.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는 특별하고 드라마틱한 사랑이 아니라 일상적으로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사랑을 담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하지만 결혼 반대하는 부모의 이야기가 지금도 일상적일까 하는 점은 한번쯤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물론 이 드라마가 그런 클리셰를 비판하기 위한 것이라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드라마는 후반부의 동력이 그런 비판적 시각이라기보다는 그 ‘반대’가 갖는 갈등구조 자체를 활용하고 있다. 즉 클리셰를 통한 전형적인 방식으로 돌아간 것이다. 

이건 작가가 기존의 드라마 공식을 벗어나지 못한데서 비롯된 일이다. 그런 면면들은 이 드라마가 ‘미투 운동’을 연상케 하는 회사 내 성폭력 문제를 다루면서도 그 안에 등장하는 전형적인 남성과 여성의 캐릭터 역할에서도 드러난다. 이 드라마가 그리는 윤진아를 포함한 몇몇 여성 캐릭터는 명민하지 못하고 그래서 이용당하기도 하는 존재로 그려진다. 이를 테면 강세영(정유진) 같은 인물이 남호균(박혁권)의 감언이설에 속아 윤진아를 밀어내려는 모습을 보이는 데는 그가 서준희를 좋아했었다는 설정도 어느 정도 작용하고 있다. 즉 흔한 한 남자를 두고 벌이는 질투라는 클리셰적 코드가 이 안에도 들어있다. 

윤진아가 각성된 인물로 그려지다 어느 순간 ‘민폐녀’가 되고만 건 결국 그 좋은 캐릭터의 설정이 ‘클리셰’를 깨는데 활용되기보다는 오히려 ‘클리셰’에 잡혀 먹히는 이야기로 흘러갔기 때문이다. 물론 이 드라마는 후반부에 이르러 윤진아의 각성이 다시 전면에 나올 것이고, 그래서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어 사회적 사안에서도 또 개인적 사랑에서도 더 이상 ‘포기하지 않는’ 존재로서의 자신을 드러낼 것이다. 하지만 드라마는 영화와 달리 한 편에 끝나는 것이 아니라 과정을 담는 것이다. 마지막의 결론이 아니라 하나하나의 과정과 선택들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불편함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우리는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에서 시선을 떼지 못한다. 지금의 상황을 뒤집는 결과가 보고 싶어서다. 하지만 이런 이야기 구조 자체가 흔한 ‘클리셰’의 공식이라는 걸 생각해보면 시청자들의 마음이 어째서 좋지 않은가를 이해할 수 있다. 결국 그건 작가가 마지막까지 시청자들을 끌고 가기 위한 옛날 방식을 의도적으로 쓰고 있다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이런 클리셰는 이 드라마가 소재로도 잡고 있는 ‘미투 운동’ 같은 성차별에 대한 반대에도 반하는 일이 된다. 과거의 공식을 반복하는 클리셰 속에는 남성과 여성의 역할 구분이 뚜렷이 들어가고, 심지어 양가 부모의 역할도 어느 정도는 고정되어 있다. 그걸 마지막에 가서 깨기 위한 설정이라고 변명할 수 있겠지만, 본래 그것조차 이 클리셰는 공식 중 하나라는 걸 알아야 하지 않을까. 

최근 들어 드라마에서 우리는 꽤 자주 논란이 불거지는 걸 발견할 수 있다. 특정 직업 비하 논란, 성폭력 미화 논란, 성차별적 장면이 만들어내는 논란 등등. 그래서 논란이 나올 때마다 앞으로는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겠다며 사과하지만, 그래도 또 논란은 터져 나온다. 이런 일이 반복되는 건 이것이 각각의 사안의 문제가 아니라 지금껏 통용되어 왔고 작가들이 배워왔던 ‘드라마 공식(그건 다른 말로 클리셰다)’ 속에 그 논란거리들이 이미 내재해 있어서다. 결국 이런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가지만 볼게 아니라 이 흔한 공식이라는 뿌리를 고쳐야 하지 않을까. 드라마를 쓰는 작가들이라면 이제 누구나 한번쯤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일이다.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에서 이 시대의 시청자들이 그 과정을 통해 보고 싶은 건 윤진아라는 과거 ‘클리셰적인’ 인물이 사랑을 통해 각성하고 그래서 회사에서도 또 집에서도 보다 당당한 ‘독립적인 인물’로 거듭나는 모습일 게다. 그 틀에 박힌 상황 속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모습이 아니라.(사진:JTBC)

‘키스 먼저 할까요?’ 감우성과 김선아의 멜로 웃긴데 슬프다

“한 번도 웃어본 적이 없어요.” ‘오늘만 살자’며 다짐하듯 손목에 그 글씨를 문신하고 안 마시던 술을 진탕 마셔버린 손무한(감우성)과 안순진(김선아)은 누가 더 절망적인가를 내기하듯 자신의 불행을 하나씩 내놓는다. 안순진은 스튜어디스로 일하고 있지만, 늘 미소 짓는 그 웃음이 진짜가 아닌 가식이었다고 말한다. 

“전 한 번도 울어본 적이 없어요.” 안순진이 내놓은 불행담에 손무한이 내놓은 불행은 울어 본적이 없다는 것이다. 얼핏 듣기에 그것이 무슨 불행인가 싶지만 그건 그런 감정 자체가 허용되지 않을 정도로 아픔이 있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저마다의 깊은 상처를 안고 이제는 별 다른 희망 따위도 사라진 어른들은 그렇게 만나 당장 오늘만이라도 모든 걸 잊고 안하던 짓을 한다. 

SBS 월화드라마 <키스 먼저 할까요?> 손무한과 안순진의 만남은 그래서 여타의 멜로드라마가 그리는 설렘과는 전혀 성격 자체가 다르다. 그들은 같은 불행 속에서 그 아픔을 공유하며 만났다. 6년 전 흔들리는 기체에서 승무원과 손님으로 처음 만나 서로 안전벨트도 하지 않은 채 “이대로 죽으면 더 좋을 것 같다”고 토로했던 그들. 이혼한 아내와 아이의 사진을 손무한은 안순진에게 건네며 태워 버려달라고 했고, 안순진은 차마 사진을 버리지 못했다. 

안순진은 그 때 한 겨울 아무도 찾지 않는 쓸쓸한 동물원을 찾아갔고, 손무한은 그가 준 사진 때문인지 아니면 안순진 때문인지 무작정 그를 따라갔다. 눈 내리는 동물원, 한 켠에서 오열하는 안순진에게 손무한은 우산을 씌워주었다. 그건 그의 아픔과 상처를 똑같이 느끼는 자의 마음에서 비롯된 일이었다. 사진 때문에 공항에서부터 줄곧 따라왔다는 손무한에게 안순진은 사진을 버렸다며 거짓말을 한다. 자신은 영영 잊을 수 없는 기억이지만 손무한에게는 그렇게라도 해서 모든 걸 잊고 다시 시작하라고 말해주었던 것. 

그 후로 6년이 지난 후 윗층 아래층 이웃으로 다시 안순진을 만나게 된 손무한은 그 때의 기억을 떠올린다. 그는 그 기억을 결코 잊지 못하고 있다. 절망감에 죽음까지 결심했던 안순진을 애써 구해냈던 그 때의 기억을. 하지만 안순진은 그 때의 기억을 스스로 지워버렸다. 너무 아픈 기억이라 아예 없는 것처럼 여겨버린 것. 하지만 손무한의 등장은 그에게 그 사라진 기억을 되살려놓는다.

6년의 시간이 흘렀지만 그 때로부터 안순진과 손무한은 그다지 나아지지 않은 삶을 살고 있다. 한 사람은 진짜로 웃어본 일이 없고 다른 한 사람은 울 정도의 감정을 스스로에게 허락하지 않았다. 그 먼 길을 돌아온 두 사람은 그래서 ‘오늘만 살자’며 그간 안 해본 일들을 해보려 한다. ‘키스 먼저’ 하는 일도, ‘함께 자는 일’도 그들에게는 그래서 남다른 일이 된다. 그건 각자 버텨내던 삶에서 이제 ‘함께 버텨내는 삶’으로 들어가는 일이기 때문이다. 

“뭐든 함께 할까요?” 기억을 되살려낸 안순진의 이 제안은 그래서 도발적이면서도 가슴 먹먹한 느낌을 준다. 너무 아픈 기억 속에서 살아와 메말라버린 것 같던 웃음과 눈물이 그 ‘함께 하자는 말’ 한 마디에 다시 시작될 것 같은 예감을 주기 때문이다. 나이 들다 보면 뭐 새로울 것 없는 나날들의 연속이 설렘도 기대감도 없는 ‘오늘’을 만들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어른들도 서로가 겪고 있는 그 무뎌짐을 공유하고 누구나 가진 상처를 어루만져주는 것으로 새로운 사랑의 문이 열리기도 할 것이다. <키스 먼저 할까요?>가 중년들에게 주는 공감은 그래서 클 수밖에 없다. 진짜 웃음과 눈물을 점점 찾기 힘들어지는 중년들에게는 더더욱.(사진:SBS)

평범 속의 비범, <또 오해영>에 이은 <낭만닥터>의 서현진


tvN <또 오해영>에서 서현진은 너무나 평범해서 똑같은 이름을 가진 또 다른 오해영과 비교당하며 살아가는 역할을 연기했다. 늘 주인공이 되지 못하고 주변인이 되어버리고, 하는 일도 또 연애도 주인공들 뒤편에서 바라보는 역할에 머무는 삶. <또 오해영>이라는 작품은 그래서 이미 2001년에 걸 그룹으로 데뷔했지만 별 주목을 받지 못하고 해체된 후, 2016년 이 작품을 만나기 전까지 아주 천천히 하지만 결코 느슨하지 않게 작은 역할들을 연기하며 나아가기를 멈추지 않았던 서현진의 실제 삶과도 겹쳐지는 부분이 있었다. 하지만 결과는 어땠던가. 그 평범함에 묻혀 있던 서현진이 <또 오해영>이라는 작품으로 더할 나위 없는 매력을 가진 주인공임을 증명하지 않았던가.

 

'낭만닥터 김사부(사진출처:SBS)'

SBS <낭만닥터 김사부>는 서현진에게는 그래서 감회가 남달랐을 작품이다. 그 이전까지는 주인공이라고 해도 주목받는 입장은 아니었지만 이번 작품은 다르기 때문이다. <낭만닥터 김사부>는 물론 김사부 역할의 한석규나 강동주 역할의 유연석이 있지만 그 중심추로서 윤서정을 연기하는 서현진이 서 있다. 그녀는 온전히 그 여주인공으로서의 무게를 감당해야 하는 위치에 있다.

 

<낭만닥터 김사부>에서 윤서정이란 캐릭터는 결코 쉽게 연기할 수 있는 인물은 아니다. 등장하자마자 결혼을 약속했던 남자를 교통사고로 잃었다. 그것도 그녀는 차 안에서 그에게 했던 말 한 마디가 그런 교통사고로 이어졌을 거라는 자책감까지 갖게 됐다. 충격에 산을 오르다 손을 다쳤고 외과의사로서 사형선고가 내려질 그 위기를 김사부가 구해줬다. 하지만 그 과거의 아픔과 상처는 여전히 남아있다. 하지만 병원 내사를 통해 밝혀진 것처럼 윤서정은 결코 죽고 싶은 충동을 느끼는 인물은 아니다. 대신 그 와중에도 살겠다는 의지가 있어 그것이 미안한 감정으로 남아있을 뿐이었다. 그러니 그 살겠다는 의지가 절실하게 붙들고 있는 것이 바로 돌담병원과 김사부다.

 

이런 복합적인 감정을 가진 채 그녀는 다양한 연기의 폭을 보여줘야 한다. 유연석과는 밀고 당기는 멜로의 감정과 함께 과거 교통사고로 사망한 전 남자친구의 트라우마를 넘어서는 연기를 보여줘야 하고, 한석규와는 그 트라우마 때문에 바닥까지 내려왔던 외과의사로서의 길을 다시금 걸을 수 있는 치열한 성장드라마의 연기를 보여줘야 한다.

 

서현진은 이 장르적으로는 멜로드라마와 장르드라마를 오가는 작품을 너무나 잘 소화해내고 있다. 외과의사로서의 진정성이 느껴지는 면면이 보여지는 동시에, 연애의 풋풋함과 아픈 기억의 절망감이 연기에 잘 녹아들어 있다. 무엇보다 서현진이라는 배우가 괜찮다 여겨지는 건 자연스러움이다. 그녀의 연기를 보면 튀기보다는 상황 속에 잘 스며있다는 느낌을 준다.

 

평범 속의 비범. 아마도 서현진이라는 배우를 한 마디로 표현하라면 이런 말이 어울리지 않을까 싶다. 지극히 평범해 길거리 어디선가 마주쳤을 지도 모를 그런 이미지를 보이지만 자세히 그 안을 들여다보면 비범한 매력들이 드러난다. 이것은 서현진이 향후 다양한 역할들을 소화해낼 연기자로서 성장하는데 좋은 바탕을 갖고 있다는 걸 말해준다.

 

중장년 연기자들은 넘쳐나도 이제 중심을 잡아줄 새로운 연기자들은 발견하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 특히 여배우들은 더더욱 그렇다. 젊은 나이에 주목을 끌던 여배우가 조금씩 필모그라피를 쌓아가며 성장하는 배우로 자리매김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서현진이라는 여배우의 등장은 우리네 드라마나 영화에는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전성시대에 걸맞는 참 괜찮은 배우를 만나게 되었으니.

멜로드라마 세상, 남자주인공들의 지분율

 

바야흐로 멜로드라마의 세상이다. 한때 드라마에서 멜로는 성공하기 어렵던 시절이 있었지만 지금은 어찌된 일인지 멜로 없이는 성공하기 어려운 시기로 접어들고 있다. 월화의 <구르미 그린 달빛><달의 연인>은 멜로 버전의 사극이고, 수목은 <질투의 화신>, <쇼핑왕 루이> 그리고 <공항 가는 길> 세 작품이 모두 멜로다. 거의 일주일 내내 멜로드라마들이 쏟아지고 있는 셈이다.

 

'구르미 그린 달빛(사진출처:KBS)'

그런데 멜로드라마에서 역시 눈에 띄는 건 남자주인공이다. 물론 여자주인공의 역할이 작은 건 아니지만 확실히 여성 시청청이 대부분인 멜로드라마에서 남자주인공의 지분율을 절대적이다. 그래서 뜨는 멜로드라마에는 뜨는 남자주인공이 있기 마련이다.

 

대표적인 배우가 <구르미 그린 달빛>의 박보검이다. 이제는 매직이라는 수식어가 과찬이 아닐 정도로 박보검의 존재감은 이 작품을 넘어서 방송가까지 넘쳐나고 있다. 어딘지 아이 같은 눈빛과 외모지만 그 안에 의외의 어른스러움과 슬픔 같은 것을 담고 있는 박보검은 보는 이들을 시쳇말로 심쿵하게 만든다. 이 드라마는 작가가 대놓고 박보검 캐스팅에 만족스럽다는 이야기를 할 정도로 그의 존재감이 압도적이다. 박보검 보기 위해 이 드라마를 본다는 이들도 적지 않을 정도.

 

상대적으로 힘을 쓰지 못하고 있지만 <달의 연인>을 그나마 보게 만드는 요인도 다름 아닌 이준기와 강하늘이라는 두 배우의 존재감이다. 꽃미남의 외모에서 개늑대의 야성으로 돌변하는 이준기의 양면적인 매력과 조금은 가볍게 느껴지는 이 사극에 진중함과 어떤 비장미 같은 걸 만들어내는 강하늘의 매력이 절대적이다.

 

수목드라마는 한 마디로 멜로드라마들, 그 중에서도 남자주인공들의 대결이 되었다. <질투의 화신>의 조정석은 단연 돋보이는 존재다. 희안하게 어찌 보면 조금은 지질해보이기도 하고 어찌 보면 허세 가득한 모습이 귀엽게도 보이는 그의 연기는 이번 작품에서 버럭버럭 화를 낼 때조차 보는 이들을 미소 짓게 만드는 매력을 발산하고 있다. 웃기지만 짠한 느낌은 조정석이 이 작품을 통해 확실히 드러낸 배우로서의 가치다.

 

새로 시작한 <쇼핑왕 루이> 역시 이중적인 면을 잘 소화해내고 있는 서인국의 지분율이 절대적인 작품이다. 전 세계의 명품 한정판을 찾아가며 쇼핑하는 것으로 생활하던 대부호의 손자가 하루아침에 교통사고로 기억을 잃고 꽃거지로 거리를 전전하며 거기서 우연히 만난 시골소녀로부터 진정한 사랑의 가치를 알아간다는 드라마. 여기서 대부호의 손자로 생활해왔지만 이제 현실은 시골소녀에 붙어먹고 사는 꽃거지인 루이 역할의 서인국은 이 양면적인 모습들을 잘 소화해내고 있다.

 

수목극에서 유일하게 여성 주인공에 더 집중하게 되는 건 <공항 가는 길>이다. 김하늘이 중심이 되어 있는 이 작품은 딸을 둔 여자주인공이 그 딸과 함께 지내다 교통사고로 사망한 아이의 아빠와 감정적인 공유와 위로, 위안을 통해 조금씩 관계를 맺어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김하늘의 섬세한 감정 연기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하지만 역시 멜로드라마에서 남자주인공의 역할이 절대적이라는 건 작품의 성패를 통해 드러나고 있다. 월화의 박보검이 있다면 수목에는 조정석이 있다. 드라마가 잘 돼서 남자주인공이 주목받는 것도 있지만, 거꾸로 이들 남자주인공들의 매력이 드라마를 견인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기도 한다. 이들이 있어 드라마에 대한 기대치는 한층 올라가고 있다. 그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힐링된다는 반응이 나올 만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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