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팔>, 덕선 남편보다 빛나는 택이와 정환의 우정

 

어남류인가 혹남택인가. 이게 무슨 말인가 어리둥절한 분들도 있을 게다. ‘어남류어차피 남편은 류준열이란 뜻이고 혹남택혹시 남편은 택이란 뜻이다. 이 두 신조어는 tvN <응답하라1988>의 인기를 말해준다. 오죽 드라마가 인기 있으면 누가 극중 여주인공인 덕선(혜리)의 미래 남편일까를 두고 이토록 열띤 화제가 될 것인가.

 


'응답하라1988(사진출처:tvN)'

드라마가 시작하기 전에는 단연 택이(박보검)가 돋보였다. 그는 이미 쌍문동 골목에서 천재 바둑기사로 성공한 인물이기 때문이다. 그는 국가적인 보물(?)로 추앙받는 인물이고 대회에서의 연전연승으로 상당한 돈과 영향력을 거머쥔 인물이기도 하다. 보통의 멜로드라마라면 이런 판타지적인 캐릭터의 손을 들어주기 마련이다.

 

하지만 드라마가 시작되고 단 몇 회만에 어남류라는 말이 나왔다. 정환(류준열)은 덕선을 좋아하지만 그 마음을 표현하지 못하고 벙어리 냉가슴을 앓는 인물이다. 덕선 모르게 그녀를 챙겨주지만 앞에서는 냉랭하기 이를 데 없는 모습을 보인다. 요즘 젊은 세대를 열광시키는 이른바 츤데레(겉으로 퉁명스럽지만 속은 따뜻하다는 뜻의 신조어)’를 자극하는 인물이다.

 

그런데 정환이 이른바 어남류라는 말까지 만든 데는 단지 애정만이 아니라 친구를 배려하는 우정도 빼놓을 수 없는 요인이다. 정환의 마음을 아무도 모르는 사이, 어느 날 택이가 덕선을 좋아하는 마음을 슬쩍 꺼내놓자 그는 더 꽁꽁 자신의 마음을 숨긴다. 그래서 자신에게 다가오는 덕선과 더 선을 긋는다. 또 자신은 가슴앓이를 해도 진정으로 친구가 잘되기를 바라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어떤 면으로는 너무 바보스러울 정도다.

 

이렇게 되자 시청자들의 마음은 어딘지 약자(?)의 위치에 서 있지만 심지어 배려까지 하고 있는 정환쪽으로 자연스럽게 기울게 된다. 여기에는 상대적으로 평범하게 생긴 정환에게 시청자들이 어떤 동질감을 느끼는 심리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택이가 점점 덕선에게 다가가고 정환은 의도적으로 뒤로 물러나는 모습을 보면서 그를 응원하는 마음은 더 깊어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응답하라1988>은 여기서 또 한 번의 반전을 만들어낸다. 아무 것도 모른 채 덕선에 대한 사랑을 이제 막 표현하려고 할 때 택이가 정환의 마음을 알아채게 된 것. 덕선을 바라보는 그의 시선이 남다르다는 걸 눈치 채고 또 그가 놓고 간 지갑에서 덕선과 함께 찍은 사진이 보물처럼 들어있는 걸 확인하고는 택이는 특유의 어른스러움으로 돌아간다. 택이는 바둑기사의 그 속내를 알 수 없는 얼굴로 돌아가 덕선에게 고백하려던 마음을 접어버린다.

 

애초에 <응답하라1988>이 시작되기 전 신원호 PD는 이 시리즈에서 반복해왔던 남편 찾기콘셉트가 이번에도 또 나올 거라고 얘기한 바 있다. 하지만 그것은 하나의 재미요소일 뿐 이번 드라마의 주요 콘셉트는 가족이라는 걸 명확히 했다. 이 말에서 알 수 있듯이 <응답하라1988>에서 어남류혹남택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누가 누구의 남편이 되는가에 대한 관심은 높지만 이 드라마가 하려는 이야기는 거기에 머물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덕선에 대한 사랑이 친구 간의 우정을 끝장내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 우정을 확인하는 계기로 작용하는 건, 이 드라마가 애정보다 우정 나아가 친구와 이웃을 넘어서 마치 가족 같은 정에 더 집중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이것은 다분히 사랑타령보다는 사람 간의 정에 더 갈급해진 현실 정서를 잘 반영하고 있다. <응답하라1988>이 그 어떤 <응답하라> 시리즈보다 더 큰 공감대를 가져갈 수 있었던 힘. 덕선의 남편찾기보다 빛나는 택이와 정환의 우정에서 그 힘의 일단을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입소문이 대세라면, <슬로우비디오>는 만만찮다

 

요즘 과도한 홍보는 오히려 독이 될 때가 많다. 과도한 홍보가 만들어낸 잔뜩 커진 기대감을 작품이 만족시켜주지 못할 때 그 실망감은 더 커지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차태현이 동체시력(남들은 볼 수 없는 찰나의 순간까지 보는 능력)을 가진 존재로 등장하는 <슬로우비디오>는 그 첫발을 잘 디딘 작품이라고 여겨진다.

 

사진출처:영화 <슬로우비디오>

MBC <라디오스타>에 출연한 차태현이 <슬로우비디오>의 김영탁 감독에게 천만 영화 죽어도 안 나올 거다라고 일종의 셀프 디스를 한 것은 어쩌면 대단히 적절했다고 여겨진다. <슬로우비디오>는 그의 말대로 대단히 빠른 속도로 이어지는 현란한 영화가 아니다. <라디오스타>에 차태현과 함께 나온 김영탁 감독이 자신은 돈 벌면 지루한 영화를 찍을 것이라는 얘기는 틀린 말이 아니다. <슬로우비디오>는 블록버스터들의 틈바구니에서 보면 지루한 영화처럼 보일 수도 있으니까.

 

물론 이 영화가 지루하다는 얘기는 아니다. <슬로우비디오>는 재미있다. 이것은 김영탁 감독이 말하는 지루한 영화라는 뜻이 진짜 지루하다는 것이 아니라, 익숙한 자극의 방정식 같은 영화에서 벗어난 새로운 재미를 추구한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슬로우비디오>는 독특한 영화이고, 그러면서도 그 안에 충분히 대중적인 재미를 느낄 수 있는데다 나아가 사회적인 의미에서부터 감동까지 느낄 수 있는 영화다.

 

지나친 설레발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차태현이 출연해 입소문으로 대박을 터트렸던 <과속스캔들>이 그러했던 것처럼, <슬로우비디오>도 만일 그 입소문이 작용한다면 충분히 대중들에게 사랑받을 영화다.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로맨틱 코미디가 바탕으로 깔려 있고, 그 위에 휴먼드라마의 따스함이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좋은 것은 이것은 그저 사적인 로맨틱 코미디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인 의미와 삶의 본질까지도 내포하고 있다는 점이다. 영화는 차태현의 시선을 따라 남상미와의 멜로 구도를 차근차근 따라가기만 하면 되는 편안한 로맨틱 코미디의 바탕 위에 감독이 가진 세상과 삶을 바라보는 시선을 덧칠해 놓았다.

 

CCTV라는 관찰 카메라의 시대에 차태현이 그려 넣는 동네와 사람들의 그림들은 영화 연출적으로도 참신하고, 그 자체로도 괜찮은 메시지를 던져준다. 주인공의 동체시력이라는 설정과 CCTV, 그리고 그림은 이 영화가 전체적으로 모든 곳을 카메라가 들여다보는 시대에 본다는 건 어떤 의미를 갖는가하는 꽤 중대한 질문을 던진다.

 

모든 것이 카메라를 통해서만 비춰지고, 그렇게 비춰진 것에 의해서만 의미를 갖는 전시가치의 시대에, 카메라 바깥으로 탈주하고 차츰 직접적인 관계를 통해 온기를 느끼게 되는 인물들의 이야기는 유쾌하면서도 따뜻함을 선사한다. 그 따뜻함은 거창한 것이 아닌 소소한 사람들의 마음과 마음이 움직이는데서 드러난다는 점에서 <슬로우비디오>의 세계가 얼마나 디테일의 감동을 포착하려 애쓰고 있는 지를 느낄 수 있다. 차태현의 동체시력은 어쩌면 그렇게 우리가 지나쳐버리는 세상의 기적 같은 순간들을 포착해내는 영화적 장치처럼 보이기도 한다.

 

차태현의 전작들이 그러했던 것처럼, <슬로우비디오>는 그렇게 요란하지 않다. 마치 모든 영화가 천만영화가 되어야 할 것처럼 만들어지고 홍보되지만 <슬로우비디오>는 언감생심 천만을 외치지 않는다. 오히려 조용히 이 작지만 훈훈한 감동이 전해지는 느린 세계를 들여다보라고 속삭인다. <슬로우비디오>는 그 요란하지 않음이, 또 그 속삭임이 더 잔잔하면서도 먹먹함을 느끼게 해주는 그런 영화다. 이런 영화들이 더 많이 만들어졌으면 좋겠다. ‘천만영화같은 거창한 영화들 말고.

 

‘내 생애 봄날’ 수영이 제시한 소녀시대 롱런 해법

 

제시카의 탈퇴로 소녀시대는 우울하지만, 수영은 봄날을 맞은 것 같다. 그녀가 출연하고 있는 MBC <내 생애 봄날>은 그녀에게 확실한 전기를 마련해주고 있다. 별 기대 없이 봤던 시청자들도 수영의 연기에 적잖이 놀라는 분위기다.

 

'내 생애 봄날(사진출처:MBC)'

실제로 수영의 연기는 <내 생애 봄날>의 이봄이라는 캐릭터에 거의 녹아들어 있다. 거기에는 캐릭터와 수영의 실제 성격이 잘 맞아 떨어지는 부분도 있지만, 그동안 연기를 위한 보이지 않는 남다른 노력이 있었을 것이란 걸 드라마를 통해서도 짐작할 수 있다.

 

멜로드라마에서의 연기가 힘든 것은 혼자 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과의 감정 선을 함께 맞춰나가야 한다는 점이다. 즉 처음에 만나 차츰 관계를 만들어가는 과정이 자연스럽게 캐릭터들의 심리변화를 통해 보여져야 한다. 그런 점에서 보면 수영과 감우성의 밀고 당기는 케미는 분명 보는 이들에게 이물감을 주지 않을 정도로 자연스럽다.

 

물론 이렇게 된 것은 상대역인 감우성의 공이 크다. 감우성은 특유의 힘 빼는 연기<내 생애 봄날>이라는 드라마 전체를 지극히 현실적으로 만드는 힘을 발휘한다. 과장이 전혀 느껴지지 않을 만큼 편안하기 때문에 주변 인물들조차 그 편안함 속에서 실제 같은 연기가 가능해진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수영이 거기에 녹아들 수 있다는 것은 그만한 준비가 되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수영은 이번 연기를 통해 자신의 길을 확실히 찾아낸 것 같다.

 

최근 제시카의 탈퇴 혹은 방출이야기로 소녀시대는 우울하다. 하지만 엄밀하게 얘기하면 이것은 하나의 성장통으로 봐야 한다. 대중들은 소녀시대가 영원한 소녀시대로 남겨지길 바라지만, 그것은 불가능한 바람이다. 즉 소녀들은 성장하고 저마다 자신의 길을 찾아가는 것이 당연한 순리다. 다만 그 과정과 절차가 상처를 덜 주고 더 주는 것의 차이를 남길 뿐이다.

 

제시카는 소녀시대에서 분명 자신의 역할을 했지만 그것이 온전히 자기 혼자만의 영역을 만들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이것은 소녀시대의 그 어떤 멤버들에게도 해당되는 이야기다. 최근 태연이 <히든싱어3>에서 2회전에 소녀시대의 (gee)’를 부르고 탈락하는 이변을 낳은 것은 역시 소녀시대는 전체가 함께 모여야 완전체가 된다는 걸 잘 말해주는 대목이다.

 

아마도 그렇기 때문에 제시카가 소녀시대와 분리되는 것에 대해 팬들의 우려가 생기는 것일 게다. 즉 개인의 성장과 꿈은 저마다 커질 수밖에 없는 일이지만 탈퇴나 방출 같은 극단적인 선택이 아니라 소녀시대라는 완전체를 유지해가면서 그것을 해나갈 수 있게 소속사가 어떤 배려나 대비책을 마련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하지만 아쉬움이 남아도 영원히 9명의 멤버가 똑같이 같은 길을 걸어간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니 소녀시대에 공식적으로 남았건 아니건 큰 틀에서는 제시카의 선택도 어느 정도는 존중해줄 필요가 있다.

 

이제 남은 문제는 앞으로 소녀시대를 어떻게 유지해나갈 것인가 하는 점이다. 그 해법으로서 수영이 <내 생애 봄날>에서 보여주는 호연은 괜찮은 답이 아닐까 싶다. 써니가 <룸메이트>에 출연해 특유의 예능감을 보여주고, 태티서가 소녀시대의 새로운 유닛으로 신보를 발표하는 등의 모습은 이제 앞으로 소녀시대의 활동이 모두가 함께하는 것만큼 각자 자신들의 활동영역을 넓혀가는 방향으로 흘러갈 것이라는 걸 미루어 짐작하게 한다.

 

따로 또 같이면 어떠랴. 수영이 <내 생애 봄날>에서 드디어 자신의 영역으로서 연기의 세계에 발을 내딛고 괜찮은 성취를 보여주는 모습은 그래서 우울한 소녀시대에 따뜻한 봄날의 위로를 안겨준다. 시간이 지나면 상처는 아물 것이고, 그 상처는 그녀들을 더 성장시킬 것이다. 소녀시대라는 틀에만 자꾸 머물 것이 아니라, 자신의 영역을 적극적으로 찾아나가며 그 틀을 유지하는 것. 이것이 향후 소녀시대라는 걸 그룹이 롱런하는 길이 아닐까.

 

<미스코리아>, 치열한 일과 멜로가 만났을 때

 

역시 서숙향 작가의 멜로는 확실히 다르다. 그저 그런 잘 난 남자와 신데렐라의 이야기 따위는 그녀의 드라마에서는 좀체 등장하지 않는다. 대신 그녀의 드라마에는 치열한 일터의 현실이 있고, 그 안에서 고군분투하는 여성이 등장한다. 그녀를 구원하는 왕자 같은 남자? 아마도 여성들은 그런 판타지를 꿈꿀지 몰라도 그것이 현실은 아니다. 물론 그렇다고 판타지가 없는 건 아니지만 서숙향 작가의 작품 속 남자들은 그래도 우리 주변에서 있음직한 그런 남자들이 대부분이다.

 

'미스코리아(사진출처:MBC)'

리얼리티 멜로라고나 할까. <별에서 온 그대>가 심지어 외계인을 등장시켜 여심을 사로잡는 판타지 멜로의 극점이라면 <미스코리아>는 치열한 삶의 현장 속에서 벌어지는 리얼리티 멜로의 극점이다. 97IMF 시절, 한창 벤처 붐이 일었던 그 시대의 공기를 <미스코리아>는 제대로 포착해낸다. 순수한 벤처 정신을 가진 많은 창업자들이 한편으로는 조폭 같은 대부업체의 손에 의해 도산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벤처 투자가라는 명목으로 된다 싶은 업체를 사냥하는 이들에 의해 회사를 빼앗겼던 시절이다.

 

비비화장품 주변을 맴도는 정선생(이성민)이나 이윤(이기우) 같은 캐릭터는 그래서 당시의 조폭과 벤처 투자가라는 벤처의 위협을 표징하는 인물들이다. 비비화장품 사장 김형준(이선균)은 순수한 벤처정신으로 똘똘 뭉친 인물이지만 바로 그렇게 곧기 때문에 번번이 무너질 위기에 처한다. 성희롱이 일상이 된 엘리베이터걸 오지영(이연희) 역시 이 사라져버릴 직종의 끝자락에서 미스코리아라는 지푸라기를 잡고 안간힘을 쓰는 인물이다.

 

미스코리아라고 하면 어딘지 부정적인 인상이 먼저 떠오르지만 오지영이 미스코리아를 선택하는 건 그녀가 결국 가진 것이 몸뚱어리 하나뿐이라는 그 절박함을 드러내준다. 하지만 그녀가 미스코리아를 키워내는 마애리(이미숙)가 아닌, 가진 건 없지만 진짜 자신을 사랑하기 때문에 그녀를 미스코리아로 만들어주려는 김형준을 선택한다는 이야기는 단지 멜로 때문만은 아니다. 그것은 상품화되는 몸이 아니라 진짜 사랑하는 몸으로서 오지영이 미스코리아가 되려는 진심을 담아내기 때문이다.

 

일과 사랑. 언젠가부터 멜로는 사랑 하나만이 아닌 이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추구하기 시작했다. 그것은 여성들의 달라진 삶이 반영된 탓이다. 점점 늘고 있는 직장여성들에게 사랑은 일과 무관하지 않고 또 일 역시 사랑과 무관하지 않게 되었다. 그래서 사랑을 다루는 멜로에서 남녀 주인공들이 어떤 일을 하고 있는가 하는 점은 실로 드라마에 중요한 포인트가 되었다.

 

하지만 서숙향 작가의 멜로드라마가 남다른 것은 그 일의 세계가 그저 배경이 아니라 마치 전쟁터 같은 느낌으로 그려지기 때문이다. 거기에는 남녀 간의 성차별이 존재하고 그러기 때문에 파리 목숨이 되기도 하는 일하는 여성의 고충이 적나라하게 그려진다. <파스타>가 라스페로라는 이태리 레스토랑의 주방을 사나운 불길과 날카로운 칼이 난무하는 전쟁터로 그려지듯이 <미스코리아>의 드림백화점의 엘리베이터라는 폐쇄된 공간은 숨 막히지만 어쩔 수 없이 버텨내는 감옥 같은 공간으로 그려진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상황에 처한 여성들 앞에 나타난 남성들이 사랑 그 자체의 마취적인 탈출구로만 그려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남성들은 여성들의 일을 지지해지고 때로는 적극적으로 성공할 수 있게 도와주는 인물들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여성들은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다. 일에서의 성공과 사랑으로의 성공. 이것은 현대여성들이 꿈꾸는 가장 현실적인 판타지일 수밖에 없다.

 

상대적으로 <별에서 온 그대>에 밀려 조금 저조한 시청률을 냈지만 그렇다고 <미스코리아>가 실패한 드라마는 아니다. 97년의 한 시대적 풍경 속에서 그려낸 서숙향 작가의 일과 사랑은 충분히 의미와 재미를 느끼게 해주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이 작품은 서숙향 작가가 여성들의 성장 멜로에 있어서 각별한 재능을 갖고 있다는 것을 확실히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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