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드독’, 유지태를 기대했는데 우도환이란 괴물 신인이라니

KBS 드라마 맞아? 새로 시작한 KBS 수목드라마 <매드독>을 본 시청자들은 이런 생각을 했을 지도 모르겠다. 보험 범죄를 조사하는 사설 팀 ‘매드독’이라는 지금까지 드라마에서 잘 다뤄지지 않던 독특한 소재인데다 본격 장르물을 기대하게 하는 군더더기 없는 빠른 전개가 시청자들의 눈도장을 찍기에 충분했기 때문이다. 

'매드독(사진출처:KBS)'

<매드독> 첫 회에 등장한 건물 붕괴 사건을 두고 벌어지는 보험 사기극의 이야기는 그 스펙터클한 사건의 스케일도 스케일이지만, 사고 이면에서 고통 받는 희생자들과 그런 건 아랑곳없이 보험금만 챙기려는 부도덕한 건물주를 통해 공감과 공분을 이끌어냈다. 즉 보험 사기를 조사하는 과정을 담고 있지만, 그 안에는 우리 사회의 가진 자들이 휘두르는 횡포 같은 부조리한 현실이 어른거린다. 이것은 <매드독>이 장르물의 묘미를 살리면서도, 동시에 현실적인 문제들을 건드리고 있다는 걸 말해준다. 

마치 <미션 임파서블>의 팀플레이를 보는 듯, 매드독 팀의 리더인 최강우(유지태)의 지휘 아래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박순정(조재윤), 장하리(류화영) 그리고 온누리(김혜성)의 캐릭터도 저마다의 개성이 뚜렷하다. 박순정이라는 캐릭터는 조폭 출신의 간호사라는 독특한 이력을 갖고 있어 이 팀의 행동대장 같은 면면을 보여주고, 장하리는 전직 체조선수 출신 보험 조사원으로 시원시원한 액션과 걸크러시를 보여주는 캐릭터이며, 온누리는 이 팀의 본부에서 컴퓨터로 세상을 내다보고 정보를 수급해 활용하는 인물이다.

팀장인 미친 개 최강우는 사고로 세상을 떠난 아내와 아이에 대한 아픈 기억을 가진 인물로 전체 판세를 읽어내는 능력을 가진 캐릭터. 향후 그 사고에 대한 이유나 그로 인해 이런 일을 하게 된 사연 등이 궁금해지는 인물이다. 무엇보다 이 역할을 연기하는 유지태는 오랜만의 지상파드라마 출연이라는 점에서 시작 전부터 기대감을 갖게 한 배우다.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단단한 연기를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첫 회에 유지태만큼 강렬한 인상을 남긴 건 괴물 신인 우도환이다. 그가 연기한 김민준이라는 인물은 종잡을 수 없는 반전을 보여줬다. 처음에는 부도덕한 건물주를 비호하는 일을 하는 평범한 엘리트 정도라 여겨졌지만 최강우와 건물 붕괴 원인을 놓고 대립각을 세우며 만만찮은 인물이라는 걸 드러낸다. 그래서 결국 보험금을 타내지만 그는 그 보험금 전액을 피해자들에게 나눠주는 한편 건물주를 고발해 검거시키는 현대판 로빈 훗의 반전을 보여준다. 

이 인물에 대한 궁금증이 이만큼 높아진 건 그 캐릭터의 독특함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를 연기한 우도환의 유지태와 맞서서도 밀리지 않는 팽팽함 덕분이기도 하다. 실로 신인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연기가 아닐 수 없다. 향후에도 이 드라마를 보는 재미에 유지태와 함께 우도환은 중요한 중심 축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매드독>이 첫 방만에 시청자들에게 기대감을 갖게 만든 건 KBS 드라마에서 많이 보기 힘들었던 본격 장르물을 선보였다는 점과, 보험 조사라는 독특한 소재의 이야기를 현실적인 문제와 잘 엮어낸다는 점 그리고 무엇보다 이를 개성적인 다양한 인물군을 통한 탄탄한 연기로 보여줬다는 점 때문이다. 특히 우도환이라는 괴물 신인의 탄생은 유지태라는 1년 여 만에 드라마에 복귀한 배우만큼 이 작품을 기대하게 만드는 요인이 되고 있다.

입체적인 인물들의 반전, ‘비밀의 숲’이 남달랐던 까닭

첫 회에서부터 몰입하게 만들었던 tvN 주말드라마 <비밀의 숲>이 어느덧 종영을 맞았다. 언제 시간이 이렇게 흘렀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매회가 영화 같은 몰입의 연속이었던 <비밀의 숲>. 검찰의 비리를 담는 이야기가 이전에 없었던 것도 아니고, 스릴러물이 새삼스러운 것도 아니지만 도대체 이 괴물 같은 드라마가 시청자들을 빨아들인 그 힘의 원천은 어디서 나온 것일까. 

'비밀의 숲(사진출처:tvN)'

“이마에 착한 사람, 무서운 사람 써 붙여놨으면 좋겠어요.” 같은 특검에 있던 윤세원(이규형)이 박무성(엄효섭)을 죽인 범인이었다는 것을 못 믿겠다는 듯 김정본(서동원)이 그렇게 말하자 한여진 경위(배두나)는 의미심장한 한 마디를 덧붙인다. “그럼 여기도 애매한 사람 꽤 많을 걸요... 있습니다. 그런 사람. 범인 잡겠다고 먼지 뒤집어쓰고 애쓰는 거 보면 좋은 사람 같은데 남한테 몽땅 뒤집어씌우는 거 보면 이건 또 뭔가 싶은 사람.”

한여진이 지목하는 그 애매한 사람은 바로 팀장이다. 열심히 범인을 잡으려 뛰어다니는 것도 사실이지만 자신이 문제에 연루되자 자기는 잘못이 없다고 발뺌하려 애쓰는 모습을 한여진이 목격했기 때문이다. 그러자 그녀의 동료인 장건(최재웅)이 말한다. “사람들 다 거기서 거기에요. 막 죽일 새끼도 아니고 천사도 아니고 그냥 흐르는 대로 사는 거지. 우리 같은 보통 사람들은.” 한여진은 그의 말에 또다시 의미심장한 반론을 달아놓는다. “그렇게 흐르기만 하다가 자기도 모르는 곳에 닿아 버리면요?”

아마도 이 짧은 대사 안에 <비밀의 숲>이 인물을 바라보는 남다른 시각과 그로 인해 이 드라마가 얼마나 큰 몰입감을 만들어냈는가에 대한 비밀이 들어 있지 않을까. 그 비밀은 입체적인 인물에 있다. <비밀의 숲>은 우리가 스릴러 장르에서 늘 접하던 착한 사람과 무서운 사람의 경계를 세워두지 않았다. 어떤 사람이든 이 양면을 갖고 있고, 상황에 따라 변화하는 면을 보인다는 것. 

이 점은 우리가 드라마를 보며 믿었던 어떤 인물이 전혀 생각지도 못한 어떤 행동을 했다는 것에 놀라움과 충격을 받게 되는 가장 중요한 이유다. 영은수(신혜선) 검사가 정의를 구현하기 위해 사건을 추적하는 것처럼 보이면서도 동시에 아버지가 불명예를 안고 물러나게 된 것에 대한 사적 복수심을 드러내는 인물로 그려진 면이나, 서동재(이준혁)처럼 적인지 아군인지 알 수 없는 캐릭터, 겉으론 황시목(조승우)을 지원하는 듯 보이지만 알고 보면 그를 이용하고 있는 이창준(유재명) 수석이나, 결정적인 반전을 보여준 윤세원 등등. <비밀의 숲>의 인물들은 한여진이 말하듯 어느 한 쪽으로 규정하기 어려운 ‘애매한’ 이들이 대부분이다. 

저마다 갖고 있는 비밀들이 있어 평시에는 그토록 정의롭게 보였던 인물도 어떤 상황을 마주하게 되면 정반대의 실체를 드러냈다는 것. 그렇다면 <비밀의 숲>은 어차피 인간은 상황에 좌지우지되는 존재라는 걸 말하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한여진이 말하는 것처럼 그렇게 흘러 다니다 보면 자기도 모르는 곳 깊숙이 닿아 버린 자신을 발견하게 될 수 있다. 그러니 그 흐름에 자신을 맞기기보다는 오히려 자신을 지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 이 드라마가 하려는 이야기다. 

자신의 아이가 끔찍하게 죽게 된 사건으로 인해 윤세원이 박무성에게 복수하려 했다는 건 마치 그런 흐름을 이해하게 만든다. 하지만 그 흐름이 잘못됐다는 걸 황시목은 지적한다. “윤세원 씨가 그걸 처벌할 권한이 있습니까.”하고 묻는다. 그러자 윤세원은 자신의 선택이 어쩔 수 없었던 아픈 이유를 드러낸다. “그럼 권한을 가진 사람은 대체 뭘 했는데요?” 누군가의 잘못된 결정이 만들어내는 비극은 거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또 다른 피해자를 낳는 결과로 돌아온다. 

<비밀의 숲>은 그래서 검찰 비리라는 그 원류가 얼마나 멀리까지 잘못된 흐름들을 계속 양산해내는가를 드러내준다. 그 흐름 안에서 피해자는 가해자가 되고 그 가해자는 또 다른 피해자가 된다. 도저히 이겨낼 수 없는 그 흐름 속에서 인물들은 ‘애매해진다’. 그 애매함이 <비밀의 숲>에 시청자들이 빠져드는 이유였고, 그 애매함을 만들어내는 원류의 잘못된 흐름을 비판적인 시선을 담아낸 것이 바로 이 작품의 주제의식이었다. 재미와 의미가 입체적인 인물들의 면면 속에서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작품. 우리가 <비밀의 숲>을 수작이라 부를 수 있는 이유다.

'비밀의 숲' 잠시 화장실도 가지 못할 긴장감 얼마 만인가

쉽게 예측할 수 없는 반전의 반전이다. tvN 주말드라마 <비밀의 숲>이라는 드라마는 그래서 예측을 하다보면 그 예측이 빗나간 자리에 어김없이 뒤통수를 치는 반전이 자리한다. 그러면서 그 반전은 의혹을 증폭시킨다. 윤과장(이규형)의 어깨에 새겨진 알파벳 글자 DJ가 혼수상태에서 깨어난 가영이 말한 0과 7을 의미하는 것이라는 게 밝혀지면서 어째서 그가 가영을 납치했고, 또 그런 인물이 어째서 특임에 들어와 황시목(조승우)을 돕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비밀의 숲(사진출처:tvN)'

이런 식의 반전은 이미 매회 거의 반복되었다고 보인다. 황시목을 돕는 것처럼 보인 영은수(신혜선)가 박무성(엄효섭)이 살해당하는 날 만났던 인물이라는 게 밝혀질 때도 그랬고, 간신히 살아남은 가영이 병원에서 누군가에 의해 살해당할 뻔한 순간에 이창준(유재명)의 아내이자 이윤범(이경영) 회장의 딸 이연재(윤세아)가 현장에 있었다는 게 드러날 때도 그랬다. 그래서 이연재가 범인이 아닌가 의심하게 했지만, 그것 역시 사실이 아니고 진범은 김우균(최병모) 경찰서장이라는 게 밝혀졌다. 

<비밀의 숲>은 이처럼 황시목과 특임 팀이 추적하는 진실에 대해 끊임없이 시청자들이 추리를 하게 만든다. 하지만 그 추리는 번번이 빗나간다. 그리고 의외의 인물이 범행을 했다는 것이 밝혀지는 것으로 충격을 주고 그 이야기는 또 다른 방향으로 흘러간다. 게다가 여기 등장하는 인물들은 그 욕망이 어디로 튈지 전혀 가늠하기가 쉽지 않다. 

서동재(이준혁) 같은 인물이 대표적이다. 그는 황시목을 돕기도 하지만 이창준 밑으로 들어가 일을 하고 있다. 그러면서 이윤범에게 무릎을 꿇고 살려달라고 애원하면서 그의 비리를 캐고 다닌다. 그는 한 마디로 자신의 생존을 위해 어떤 일이든 하는 인간이다. 서동재 같은 자기 욕망에 충실한 인간들이 득시글대고 있기 때문에 <비밀의 숲>의 이야기는 예측불가능한 생동감이 생겨난다. 

반전의 반전, 게다가 끊임없이 던져지는 떡밥. 그래서 <비밀의 숲>은 자칫 그 미로에서 길을 잃을 수도 있는 복잡성을 갖는다. 너무 많은 인물들의 감정들이 디테일하게 다뤄지고 있기 때문에 잠시 화장실도 가지 못할 만큼 긴장감을 늦추지 못하고 그 장면 장면들이 전하는 이야기들을 들여다봐야 한다. 보통 이런 정도의 복잡함과 디테일은 시청자들이 몰입의 피곤을 느낄 수도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시청자들은 <비밀의 숲>의 복잡함을 즐기고 있는 눈치다. 시청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된 것은 검찰 내부에서 벌어진 비밀스런 이야기들의 숲이 끊임없이 시청자들을 놀라게 만들지만, 그럼에도 분명한 목표가 담겨져 있기 때문이다. 사실 이 드라마가 그리고 있는 ‘비밀의 숲’으로서의 진실이 가려진 검찰이라는 공간은 그 자체가 엇나간 세계다. 그러니 그 진실을 파헤치고 숲의 전모를 드러내는 과정들은 쉽지는 않지만 드라마가 추구하는 목표와 맞닿아 있다. 복잡함이 있지만 그걸 풀어나가는 과정 자체에 이미 이 드라마의 메시지가 녹아 있다는 것. 

그래서 황시목이 그 무심한 얼굴로 자신을 회유하고 때론 협박하는 권력자들 앞에서 자신이 갈 길을 가는 모습은 시청자들에게 어떤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비밀의 숲>의 이야기는 이제 정치권력과 대기업 그리고 외국기업까지 연루된 방산비리 이야기로 그 실체를 드러내고 있다. 어딘지 우리에게 익숙한 이런 사건들에서 대중들은 아마도 누구나 분노의 감정을 느낄 것이다. 비밀로 자꾸 덮으려는 것들 속에서 그것을 걷어내려는 황시목의 행보가 특별히 사이다로 여겨지는 이유다. 

그리고 이런 현실 정서가 반영된 시청자들의 욕망은 이 복잡한 미로 속에서도 길을 잃지 않게 만드는 힘이 된다. 충격적인 반전이 계속 벌어지고, 너무 많은 반전이 등장해 머리가 복잡해져도 결국 그 과정들이 숲의 비밀을 드러내기 위한 통과제의라는 데 공감한다. 황시목에 의해 모든 것들이 투명하게 밝혀질 그 끝을 기대하며.

‘귓속말’, 이들의 폭주가 보여주는 통쾌함과 씁쓸함

“법대로 살 수 없어 사는 법을 배웠죠.” 이동준(이상윤)이 태백의 대표 최일환(김갑수)에게 던진 이 말은 SBS 월화드라마 <귓속말>의 세계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사실 이 드라마는 한 회 한 회 긴장을 늦추고 볼 수가 없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끝없는 대결구도로 이뤄진 이 드라마는 또한 끝없이 새로운 판이 그 때마다 짜지기 때문이다. 어제의 적은 오늘의 동지가 되고 오늘의 동지는 다시 내일의 적이 된다. 

'귓속말(사진출처:SBS)'

이들이 대립하는 가장 큰 골격은 로펌 태백의 경영권을 두고 벌어지는 최일환과 보국산업 강유택(김홍파)의 패권다툼이다. 하지만 이 대결구도 속에 틀어 앉은 또 하나의 사건이 방산비리다. 보국산업과 태백이 얽혀 있는 이 비리를 캐던 기자가 최일환의 딸 최수연의 사주로 인해 살해당하고 그녀의 연인인 강정일(권율) 역시 그 살해에 동조한다. 그리고 살인범으로 대신 신영주(이보영)의 아버지 신창호(강신일)가 누명을 쓰고 수감된다. 여기에 판사였던 이동준은 최일환의 위협에 못 이겨 신창호를 범인으로 지목하는 잘못된 판결을 내게 된다. 

비리 기업이 있고 그 비리에 동조하고 있는 로펌이 있으며 그걸 취재하다 죽음을 맞이한 기자가 있다. 그 기자를 죽였다는 누명을 쓰고 감옥에 들어간 아버지의 무고를 밝히기 위해 딸 신영주가 나선다. 복잡하게 얽혀있는 이 관계들은 사건과 비리와 권력 등에 의해 만들어진 것들이다. 그리고 그 이해관계들은 부모자식 관계나 부부, 연인 관계보다도 더 앞서있다. 

최일환은 태백을 집어 삼키려는 보국산업 강유택 회장과 맞서기 위해 딸 최수연(박세영)이 사랑하는 강회장의 아들 강정일(권율)을 밀어내고 대신 이동준과 정략결혼을 시킨다. 하지만 결정적인 순간 최일환의 발목을 잡는 건 바로 이 딸이다. 강정일이 구속될 위기에 처하게 되자 딸은 모든 죄를 자신이 내린 것이라고 증언하라며 오히려 아버지 최일환을 겁박한다. 

이런 상황은 강정일과 강유택의 관계에서도 똑같이 나타난다. 강유택은 아들 강정일을 태백에 심어놓고 결국 그 태백을 집어삼킬 야망을 갖고 있다. 그래서 강정일을 밀어내려는 최일환의 공격으로부터 아들을 보호하려 한다. 하지만 그 아들이 최일환의 딸 최수연과 연인 관계라는 사실은 탐탁찮은 일이다. 그래서 위기에 몰린 강정일을 직접 도와주지 않고 대신 그에게 최수연에게 모든 죄를 뒤집어 씌우라고 제안한다. 

가족도 믿지 못하는 얄팍한 인간적 관계인데다, 법이란 지켜지는 것이 아니라 타협하는 것으로 치부되는 이 <귓속말>의 세계는 그래서 팽팽해질 수밖에 없다. 거기에는 사람과 사람의 관계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고, 법 역시 정의를 위해 존재하지 않는다. 각자의 욕망이 부딪치는 이전투구의 장이 끊임없이 생겨나는 건 그래서다. 

<귓속말>이 한번 보면 빠져들 수밖에 없는 반전의 반전을 보여줄 수 있는 건 바로 이런 냉혹한 세계가 거기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것은 박경수 작가가 <황금의 제국>이나 <펀치>를 통해 지금껏 그려온 권력자들의 세상이 시청자들에게 주는 흥미진진함이고 속 시원함이며 동시에 씁쓸함이다. 

엎치락뒤치락 하는 세계의 대결구도는 흥미진진하고, 한껏 몰렸던 누군가가 하나의 키를 새롭게 쥐고 상황을 반전시키는 이야기는 통쾌하지만, 동시에 한 걸음 물러나 이 싸움판을 보게 되면 우리네 현실이 얼마나 법 정의와는 멀어져 있는가를 확인하는 씁쓸함이 느껴진다. <귓속말>은 법 정의가 무너진 세상에서 사는 법에만 능숙한 이들의 대결을 보여주는 드라마다. 그리고 그 시선에는 풍자적 관점 또한 들어 있다. 도대체 저게 뭐하는 짓들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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