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이미지
문화 속에 담긴 현실을 모색하는 곳 더키앙

카테고리

분류 전체보기 (4657)
블로거의 시선 (96)
네모난 세상 (4446)
SPECIEL (19)
문화 코드 (1)
생활의 발견 (23)
술술 풀리는 이야기 (4)
스토리로 떠나는 여행 (10)
책으로 세상보기 (8)
문화 깊게 읽기 (4)
스토리스토리 (24)
사진 한 장의 이야기 (4)
드라마틱한 삶을 꿈꾸다 (7)
대중문화와 마케팅 (9)
Total13,186,690
Today288
Yesterday417

‘비긴 어게인’이 발견한 록바보 윤도현의 매력

낯선 아일랜드의 비 내리는 거리에 있는 펍. 비를 피해 들어와 맥주 한 잔씩을 마시며 시끌벅적한 그 곳에서 마이크도 없이 노래를 해야 하는 상황. 아마도 제 아무리 베테랑 뮤지션이라 해도 선뜻 나서기가 쉽지 않은 자리일 게다. 하지만 록앤롤을 구호처럼 외치며 나서는 이가 있다. 바로 JTBC <비긴 어게인>의 윤도현이다. 

'비긴 어게인(사진출처:JTBC)'

웅성대는 펍에 마련된 조그마한 공간에 기타 하나 둘러매고 선 윤도현은 일단 자신이 한국에서 왔다는 걸 알린 후 열창을 한다. 의외로 뜨거워진 반응들. 그러나 그의 노래인 ‘타잔’을 부르자 한국어가 익숙하지 않은 외국인들의 반응은 다시 차가워진다. 그러자 그는 노래 중간에 ‘타잔’이란 곡을 소개한다. 한국 노래라 낯설 수 있지만 그런 건 중요하지 않다며 즐겨달라는 것. 그가 이렇게 소개하고 타잔 특유의 소리를 내자 외국인들은 그 의미를 알아채고는 미소를 짓는다. 

사실 이건 콘서트장이나 행사장에서 무대가 열리기 전 이른바 ‘바람잡이’들이 올라와 사전에 분위기를 만드는 일이다. 수만 명의 관객들 앞에서 노래하던 그 화려한 ‘록앤롤 베이비’가 기꺼이 그 쉽지 않은 무대에 먼저 나선 건 같은 팀 동료들을 위한 배려였다. 다음 곡이 준비되어 있는 이소라는 그런 무대 자체가 처음인데다 낯을 가리는 성격으로 선뜻 나서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그녀 스스로도 말했듯, 윤도현이 나서주자 용기를 얻은 모습이었다. 

그렇게 윤도현이 만든 분위기 위에 이소라가 부르는 ‘Moon river’와 ‘Over the rainbow’ 그리고 ‘L-O-V-E’의 메들리 곡은 펍을 가득 메운 외국인들을 정지화면으로 만들었다. 웅성대던 손님들 사이로 이소라의 감미로운 목소리가 흘러나오자 그들은 스스로 ‘쉬잇’을 해보이며 노래에 집중하고 빠져들었다. 음악 하나가 이역 타국에 사는 타인들을 하나로 묶어내는 그 기적같은 순간이 주는 감동. 그 새로운 경험에 이소라조차 한껏 들뜬 모습이었다. 

물론 이소라의 노래가 전해준 감동은 두 말할 필요 없는 여운으로 남았지만, 그만큼 더 강렬하게 다가온 건 그런 노래를 부르는 것을 가능하게 해준 윤도현의 듬직함이었다. 물론 본인도 떨린다고 스스로도 말했지만, 무대에 오르자 펍에 있는 외국인들을 밀고 당기며 부르는 노래는 역시 그가 베테랑이라는 걸 확인시켰다. 무엇보다 자신감 넘치는 그 모습은 록스피릿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대목이었다.

<비긴 어게인>에서 윤도현이 보여주는 매력의 원천은 그가 부르는 노래만이 아니다. 그 매력은 급하게 결성 되었지만 서서히 만들어져 가는 ‘비긴어스’라는 팀을 위한 헌신에서 나온다. 그가 하는 노래는 물론이고 행동이나 말 속에는 항상 팀을 생각하는 마음이 묻어난다. 음악에 있어 깐깐하기 이를 데 없는 이소라를 위해 직접 ‘청혼’ 반주를 무한정 연습하는 모습이 주는 진정성 같은 것. 

사람이 별로 모이지 않는 장소를 선정하는 바람에 관객도 별로 없고, 바닷바람으로 악보가 날아가 버리는 최악의 상황에서 치른 첫 번째 버스킹. 팀원들은 여러 모로 부족했다고 실망하는 눈치였지만 윤도현은 오히려 “좋았다”고 말했다. 그의 이런 긍정적인 모습에서 어떤 최악의 상황이든 즐겁게 깨쳐나갈 수 있는 듬직함 같은 것들이 느껴졌다. 자신보다는 팀을 생각하는 마음. 그건 아마도 오래도록 밴드를 해오며 체득된 것이 아니었을까. 록바보 윤도현이 있어 <비긴 어게인>의 버스킹 여행이 즐겁고 훈훈하다.

Posted by 더키앙

<슈스케7>, 더 다양해진 인물들의 이야기

 

인기가 점점 떨어진 것에 대한 것은 인정한다.” <슈퍼스타K7>의 김기웅 국장은 제작발표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사실이다. 하지만 이것은 <슈퍼스타K>의 물이 빠져서라기보다는 오디션 프로그램 전반에 대한 기대감이 예전 같지 않다는 얘기일 것이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시즌7으로 돌아온 <슈퍼스타K>는 전혀 물이 빠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참가자 하나하나가 지금껏 보지 못했던 새로운 목소리와 스타일 그리고 자신들만의 이야기를 노래에 담아 전하고 있었다.

 


'슈퍼스타K7(사진출처:Mnet)'

이제 18세의 싱어 송 라이터 유용민은 나이답게 엉뚱하고 장난기 많은 모습이었지만 막상 노래를 부르자 그 누구보다 애절하게 마음을 담은 노래를 들려줬다. 노래가 끝나고 나자 모두가 숙연해질 정도. 이 첫 무대로 편집해 보여준 반전의 모습은 <슈퍼스타K7>이 어디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가를 잘 말해준 것이었다. 그저 노래가 아니라 그 노래를 부르는 참가자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 같은 느낌이랄까.

 

이어서 나온 18살 박수진 역시 마찬가지. 그녀는 교복이 촌스럽다며 부끄러워했고, 본인이 잘한다는 엽사(엽기사진)를 보여주는 딱 그 나이의 모습을 보여줬지만 노래를 부르자 의외의 원숙한 감성의 목소리를 들려줬다. 그녀가 불러준 James moody‘Moody’s mood for love’는 마치 재즈 싱어 같은 놀라운 감성이 묻어나는 노래였다. 에일리의 표현 그대로 외국 그루브가 있는 노래.

 

애틀란타에서 온 밝은 에너지가 가득한 클라라 홍 역시 그 무대는 반전이었다. 밝고 경쾌한 음악을 들려줄 거라 생각됐지만 그녀는 이문세의 사랑은 늘 도망가를 짙은 감성이 묻어나는 목소리로 불러주었다. 윤종신이 말했듯 대중들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곳이었지만 클라라 홍에 의해 재발견된 곡처럼 느껴졌다.

 

뉴욕에서 온 케빈 오도 내성적인 성격이라 마음을 노래에 담아 전한다는 그의 표현대로 조근 조근 말을 건네듯 노래를 불러주었고, 미국에서 온 스티비 워너는 끼를 주체 못하는 밝은 모습으로 나와 특유의 댄스와 노래가 어우러진 그만의 무대를 선사했다. 자밀킴 같은 우리 가요계에서는 좀체 보기 힘든 색깔과 천재적인 재능을 보여준 참가자는 <슈퍼스타K7>이 왜 존재해야 하는가를 잘 보여주었다.

 

19살 김민서의 노래는 그녀의 밝고 쾌활한 모습과는 상반되는 아픈 가정사가 담겨져 있어서 뭉클할 수밖에 없었던 무대였다. 경제적으로 어려워져서 미안하다고 말씀하시는 아버지에게 하나도 미안해할 필요 없다고 말하는 이 청춘은 밝은 미소 속에 숨겨져 있는 그 그림자를 마치 노래를 통해 뽑아내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그 노래에 대한 심사위원들의 아낌없는 칭찬은 결국 그 쾌활한 얼굴에 기쁨의 눈물이 맺게 만들었다.

 

홍대에서 활동하고 있다는 밴드 중식이는 촌스러움을 추구하는 괴짜의 모습을 보여줬지만 노래만큼은 자신들의 진정성이 살아있었다. 이 밴드가 불러준 아기를 낳고 싶다니라는 곡은 그저 웃긴 것이 아니라 삼포세대의 이야기를 담은 웃픈 청춘들의 현실을 담아냈다.

 

<슈퍼스타K>는 매 시즌 무수한 가능성을 가진 가수들을 배출할 때마다 다음 시즌에 도대체 더 이상 나올 사람들이 없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갖게 만드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새롭게 시즌이 시작되면 어디서 이런 인물들이 또 나왔는가 싶을 정도로 새롭다. 이게 가능한 건 <슈퍼스타K>가 그저 노래만을 들려주는 오디션이 아니기 때문이다. 거기에는 노래하는 이들이 겉으로는 내색하지 않던 그 속내와 마음이 담긴 그들만의 이야기들이 있다.

 

어린 것처럼 보여도 사랑의 아픔을 경험한 듯한 목소리의 18세 소년이나, 교복이 불만인 고등학생처럼 보여도 의외로 깊은 감성을 가진 소녀, 밝은 에너지와 쾌활함 속에 감춰져 있는 아프고 깊은 감성들을 노래에 담아 불러주는 참가자들. <슈퍼스타K>가 시즌7까지 왔어도 여전히 존재하는 이유이고 존재해야만 하는 이유다. <슈퍼스타K7>이 물이 빠졌다고? 천만에. 첫 방송부터 그런 편견을 깨주는 참가자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지 않은가



Posted by 더키앙

<라스>가 찾은 신생존법, 준비된 대세를 찾아라

 

사실 나도 화장 지워보면 별거 아니니까.” <라디오스타>에 출연한 AOA의 초아는 남다른 팬 사랑에 대한 질문에 그렇게 답을 했다. 별 특별한 사람이 아닌데 자신을 좋아해주는 팬들이 그렇게 고맙다는 것이다. 초아의 이 한 마디에는 그녀가 얼마나 힘겨운 상황 속에서도 긍정적으로 열심히 살아왔는가가 잘 드러난다.

 

'라디오스타(사진출처:MBC)'

그녀는 SM엔터테인먼트 오디션에서 무려 15번을 떨어졌고 JYP엔터테인먼트에서도 최종까지 갔다가 탈락했다고 한다. IPTV 영업을 해서 한 달에 5백만 원 정도를 벌기도 했었다고 한다. 하지만 돈을 많이 번다고 행복하지 않다는 걸 알게 됐다고 했다. 그래서 그 돈으로 오디션도 보러 다니고 치아교정도 하고 했다는 것.

 

AOA는 밴드로 시작한 그룹이다. 하지만 그녀의 표현대로 폭망했다. 그래서 다시 걸 그룹으로 콘셉트를 바꿔 나와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밴드가 걸 그룹을 한다는 건 결코 쉽지 않은 선택이다. 하지만 초아가 <라디오스타>를 통해 보여준 긍정적인 에너지는 그것이 어떻게 가능했던가를 수긍하게 만들었다. 그녀의 긍정은 오히려 그녀만의 독특한 개성이 되었다. 걸 그룹이지만 밴드 음악을 할 줄 아는 가수라는.

 

초아라는 준비된 인물을 조명해내는 <라디오스타>를 보면, 최근 이 프로그램의 새로운 생존법이 주목된다. 놀라운 일이지만 최근 예능 대세라고 불리는 이들을 <라디오스타>는 계속 발굴해냈다. 강균성이 그렇고 서현철, 황석정에 이어 초아가 그렇다. 이들을 보면 공통점들이 존재한다. 그것은 어느 한 분야에서 꽤 오랫동안 무명시절을 겪으며 쌓인 내공이 있다는 점이다.

 

강균성이 성대모사로 주목을 받을 수 있었던 건 오랫동안 쌓인 노래실력이 바탕이 되는 것이고, 서현철이 뭐든 재밌게 살려내는 이야기보따리가 될 수 있었던 건 그의 표현 능력을 만들어주는 연기 내공이 있었기 때문이며 황석정이란 대체불가의 솔직한 캐릭터가 주목될 수 있었던 것도 그녀의 남다른 연기 인생이 바탕에 깔려 있는 것이다. 초아의 긍정 에너지도 그녀가 살아왔던 입지전적인 삶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라디오스타>는 물론 과거에도 중심으로 들어오지 못한 변방의 인물들을 발굴해왔다. 하지만 최근에 부쩍 여기서 발굴된 준비된 대세들이 주목을 끄는 건 예능의 트렌드가 리얼리티쇼로 바뀌면서 방송의 얼굴들 역시 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대중들은 범접하기 힘든 화려한 스타들보다는 옆집 아저씨 같고 여동생 같은 친근한 인물들을 더 요구하게 되었다. 그래서일까. 늘 변방의 느낌을 고유의 정서로 갖고 있는 <라디오스타>는 어쩌면 이런 인물들을 발굴하는데 최적의 프로그램처럼 보인다.

 

<라디오스타>가 이미 준비되었으나 발굴되지 못했던 인물들을 찾으면서 그 토크 전략도 달라지고 있다. 김구라의 변화는 단적이다. 그는 물론 지금도 임성한 작가의 <신기생뎐>에 출연했던 임수향에게 당시 눈으로 레이저를 쐈던 에피소드를 꺼내놓고 그게 누굴 맞추려고 한 거냐는 식의 직설적인 질문을 던지는 인물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출연자들을 면박주기보다는 그들의 재미에 동조하는 모습을 자주 보여준다. 서현철이 나왔을 때 연기가 바탕이 되어 살리기 힘든 얘기도 재밌게 한다고 치켜 세워주고 초아에게 입지전적인 인물이라고 얘기해주는 식이다.

 

사실 늘 웃던 사람들이 웃는 건 그리 주목될 일은 아니다. 하지만 <라디오스타>처럼 게스트들에게 시큰둥했던 이들이 누군가의 이야기에 귀를 쫑긋 세우고 관심을 보이거나 혹은 포복절도를 할 때는 그 대상이 더욱 주목될 수밖에 없다. <라디오스타>에게서 보이는 이런 전략의 변화는 이 프로그램으로 계속 발굴되는 새로운 예능의 얼굴들과 함께 프로그램의 존재감도 높여놓고 있다.

 

Posted by 더키앙

오디션, 순위 집착보다는 음악 그 자체

 

버스커 버스커가 <슈퍼스타K3>에 처음 모습을 드러냈을 때만 해도 이 순수한 밴드가 우리네 가요계에 이 정도의 신드롬을 만들어낼 수 있을 지 그 누구도 예측하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이 밴드는 오디션 프로그램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았으니까. 그들의 음악은 절대 고음으로 듣는 이를 소름 돋게 하는 가창력이나, 누군가를 눈물 흘리게 만드는 절절함과는 거리가 있었다. 심사위원들조차 버스커 버스커의 단점으로 고음이 안 된다는 점을 지목했고, 음악이 반복적이라며 비판하기도 했다. 결국 버스커 버스커는 톱10에 들어가지도 못했다.

 

'버스커버스커'(사진출처:Mnet)

하지만 예리 밴드 사건이 터진 후, 다시 새로운 경쟁자를 뽑는 과정에서 버스커 버스커는 톱10에 합류하게 되었고, 그 후로 점점 그 특유의 감성으로 대중들을 중독시켰다. 버스커 버스커의 리더 장범준의 고음이 안되는 보컬을 비판했던 윤종신은 그것과 상관없이 그만의 독특한 매력이 있다는 것을 인정했다. <슈퍼스타K> 같은 오디션 프로그램과는 어울리지 않아 보이는 그들의 음악은 바로 그 점 때문에 초반 비판받았지만 결국 또 그것 때문에 호평을 받기 시작한 것이다. 버스커 버스커는 경쟁과 상관없이 독자적인 자기만의 색깔을 음악을 통해 들려주었다. 그들은 결국 최종 결선에까지 오르는 놀라운 결과를 만들어냈다.

 

이 <슈퍼스타K3>에서 버스커 버스커가 일으킨 변화는 그들이 첫 앨범을 발표하면서 가요계 전체에까지 퍼져나갔다. 봄바람이 산들산들 불어오는 계절에 그들의 '벚꽃엔딩'은 마치 공기처럼 우리의 귀와 온 몸에 스며들었다. 어딘지 순수하면서도 마음에 와닿는 가사와 그저 읊조리는 듯한 목소리, 감성을 자극하는 멜로디, 어쿠스틱한 사운드는 그간 가요계에서 잊고 있던 '진짜 음악'을 떠올리게 했다. 과거 송골매나 산울림을 통해 들었던 마치 비틀스적인 음악 자체의 매력을.

 

각종 오디션 프로그램들이 난무하면서 치달았던 가창력 대결에 피곤을 느낀 대중들은 이 음악 자체를 즐길 수 있고 빠져들 수 있으며 때론 쉴 수 있게 해주는 버스커 버스커를 통해 음악적인 휴식을 가질 수 있었다. K팝으로 시끄러운 한류 바람이 보여준 현란한 시각적 충격과 오디션 프로그램들이 보여준 극한의 목청 대결에서 잠시 벗어나 '이것이 진짜 음악이야'라고 말하는 듯, 그들의 음악은 마치 오랜 겨울을 겪고 있는 가요계에 청춘(靑春)의 설렘을 더해주었다.

 

쉬운 노랫말, 과감하면서도 귀에 쏙쏙 박히는 멜로디, 청춘이라는 주제, 신구세대가 모두 공감할 수 있는 아날로그 감성, 무엇보다 만들어진 느낌이 아니라 즐긴 듯한 느낌의 음악. 버스커 버스커가 보여준 것은 그간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이들로서의 가수들이 점점 포화상태가 되어버린 가요계에 대중들이 얼마나 아티스트로서의 가수를 희구해왔는가 하는 사실이었다.

 

"존 레논이 노래를 잘 하나요?" <승승장구>에 출연한 이승철은 가수의 가창력에 대해서 이렇게 반문한 적이 있다. 가수의 자질은 가창력으로만 판가름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 버스커 버스커는 가창력만이 아니라 자신들의 개성 넘치는 음악이 얼마나 대중들의 마음을 뒤흔들 수 있는가 하는 것을 잘 보여주었다. 한바탕 봄날을 놀고는 잠시 활동 중단에 들어간 버스커 버스커. 그들은 가을이든 겨울이든 다시 돌아와 또 그 계절의 감성을 공기 속에 퍼트릴 것인가. 여전히 '벚꽃엔딩'을 들으면 그 벚꽃 날리던 2012년의 봄날을 떠올리게 되는 것처럼.

Posted by 더키앙

호화로운 집, 고급 세단, 화려한 파티, 명품백과 우아한 드레스, 게다가 누구나 부러워하는 명망가의 변호사로 잘 나가는 남편. 돈 걱정 없는 삶... 누구든 이런 삶을 꿈꾸지 않는 이가 있을까. 하지만 '나는 전설이다'의 전설희(김정은)는 이런 삶이 거짓이라고 말한다. 그녀는 "더 이상 나를 숨기며 살 순 없다"며 이혼을 결심한다. 그렇다면 그녀의 진짜 삶은 무엇일까. 젊은 시절, 가난했어도 피를 끓게 했던 무대 위, 그 곳에 그녀가 꿈꾸는 진짜 삶이 있다. 기타 하나 들고 노래를 부르면 답답한 가슴의 체증을 전부 날려버릴 수 있었던 그 시간의 기억들. '밴드'에 숨겨진 어떤 매력이 있길래, 이 여성은 자신이 가진 모든 걸 버리려고까지 하는 것일까.

'밴드'라는 키워드를 두고 보면 '나는 전설이다'라는 드라마가 상기시키는 영화가 있다. 바로 2007년에 개봉되었던 이준익 감독의 '즐거운 인생'이다. 이 영화에서 지질한 인생을 살아가던 남자들은 '밴드'로 묶이면서 그 갑갑하고 출구 없는 일상을 음악으로 훌훌 털어버린다. 자꾸만 설 자리가 없어지는 남성들이 이 영화를 보며 열광했던 것은 매일 매일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오면서 잊고 있었던 즐거운 청춘에 대한 기억과 꿈을 상기시켰기 때문이다. 남자들은 일과는 전혀 상관없을 것 같은(그래서 놀이로 여겨지는) '밴드'를 통해 인생에서 중요한 가치 중 하나인 '즐거움'을 찾아낸다.

직장인 밴드에 대한 관심이 증폭된 것은 바로 이 '일과 놀이'를 구분하며 일을 우위에 두던 삶에서 이제 그 동등함, 혹은 나아가 그것이 역전된 삶으로의 이행을 우리가 경험하는 시대에 들어와 있기 때문이다. 놀지 않고 일해 성공하던 시대에서 이제 제대로 놀아야 성공하는 시대로의 이행. '일밤'에 생겼다 사라져버린 '오빠 밴드'라는 코너에서는 나이가 지긋한 남자들이 부족한 실력이지만 다시 악기를 쥐고 전국의 무대를 찾아다니는 모습이 연출되었다. 물론 그 구성원들이 탁재훈이나 유영석처럼 프로들로 짜여져 아마추어밴드라는 성격이 무색해지는 단점을 드러내면서 사라져버렸지만 그 욕망이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그 욕망은 해마다 무슨 무슨 가요제라는 이름으로, 혹은 기념 콘서트라는 이름으로 '무한도전'이 밴드에 도전하는 모습으로 등장하기도 했고, 최근 밴드를 조직해 아마추어 밴드 대회에 출전하는 과정을 담은 '남자의 자격'에서도 발견되었다. 이로써 '밴드'는 '죽기 전에 해야 할' 일의 하나로 취급되었다.

물론 이들 밴드 이야기에 있어서, '나는 전설이다'의 전설희라는 여성이 밴드로 복귀하는 이야기와 '즐거운 인생'에서 지질한 남성들이 밴드로 복귀하는 이야기에는 약간의 차이가 존재한다. 남성들은 인생의 끝단에 몰려서 밴드라는 희망의 끈을 부여잡는 반면, 전설희라는 여성은 가진 모든 것을 버리고 밴드를 선택한다는 점에서 좀 더 능동적이다. 남성들이 사회에서 겪는 절망을 밴드를 통해 풀어낸다면, 여성들은 여전히 남아있는 가부장적인 결혼생활이 갉아먹는 자존감을 밴드를 통해 확인하려 한다. 성별에 따른 삶의 차이가 있기 때문에 밴드를 선택하는 동기의 차이는 분명 존재하지만, 밴드를 중심으로 보면 삶의 억압과 그 탈출구로서의 음악이라는 점은 그다지 다르지 않다.

그렇다면 본래 이야기로 돌아가서, 밴드에는 도대체 어떤 매력이 숨겨져 있는 것일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의 단초는 "왜 다른 것도 아니고 하필 '밴드'인가"라는 질문으로 풀릴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는 '밴드'만이 가지는 자유, 저항정신, 마이너리티 정서 같은 감성에 대한 향수가 숨겨져 있다. 밴드하면 연관되어 떠오르는 록의 정신, 사회적인 억압이나 관습적인 틀을 비집고 튀어나오는 그 저항정신의 뜨거움, 가진 것 하나 없어도 젊음(생각의 젊음이다) 하나로 하나가 되는 사람들. 위선과 거짓으로 가득한 메이저들의 세상을 뒤집는 위치에 있기에 마이너리티일 수밖에 없지만 바로 그것 때문에 뭐 하나 거칠 것이 없는 생각의 자유. 이것들이 답답한 현실 속에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밴드'라는 존재가 던지는 매혹이다.

이들 '밴드 콘텐츠(?)' 속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그렇게 모든 걸 던지고 밴드로 회귀하는 인물들의 연령대다. 그들은 대부분 사회 경험을 통해 그 깊은 억압을 겪어본 중년들이다. 따라서 작금의 중년들이 그 청춘의 시절에 만끽했던 '밴드'의 경험(여기에는 밴드에 열광했던 기억까지 포함된다)은 이들 콘텐츠 속에서 향수가 되어 이들을 자극한다. 이 중년들은 '밴드'를 통해 이제는 희미해진 이 청춘의 기억을 더듬으며 그 때의 마음으로 되돌아가려 한다. 도대체 나이가 장애가 될 건 뭔가. 왜 지금 하면 안 되는가.

'서른, 잔치는 끝났다'고 선언되던 시대에서 이제는 마흔의 청춘을 얘기하는 시대로 바뀌면서 이 중년들이 찾는 것은 잃어버린 자신들의 문화다. 일만큼 중요해진 것이 놀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이제는 오히려 놀이가 일의 효율성을 높이고 때론 그 자체가 경쟁력이라는 것을 알게 된 중년들은 자신의 삶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놀이를 찾아 나선다. 하지만 이미 그 자리를 채우고 있는 것들은 대부분 젊은 세대들을 위한 것들이기 일쑤고, 그러니 그들의 문화를 기웃거리며 그 청춘의 향기를 멀리서 맡는 것에 만족하는 것이 다반사가 아닌가.

좀 더 기획적인 자본이 투여되면서 대중문화의 시대가 도래하자 밴드 음악은 사라져버렸다. 록에 심취하고 무대에 익숙했던 중년들은 그네들의 문화 한 자락을 잃어버린 셈이다. 프로의 시대에 직장인 밴드들이 아마추어리즘을 오히려 내세우며 클럽에 등장하는 것은 이 잃어버린 문화의 복원을 꿈꾸는 것이면서, 또한 지나치게 상업화되면서 사라져버린 그 아마추어리즘의 도전과 실험정신을 꿈꾸는 것이기도 하다. '나는 전설이다'라는 드라마 속에서 밴드 음악을 하는 주인공의 이야기와 동시에, 아이돌로 대변되는 상업화된 현재의 음악계가 등장하는 건 흥미로운 일이다. 그러니 그들이 돌아간 무대는 단지 향수어린 추억에 머무는 것이 아니다. '밴드'라는 존재가 그려내듯이 거기에는 현실에 대한 비판적 시선과 '과거 그 때'가 아니라 '지금 현재', 우리가 어떤 삶을 누려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이 들어있다.

'밴드'를 다룬 콘텐츠들 어떤 것들이 있나
윤도현이 출연했던 '정글스토리'는 당대 록월드라는 실제 라이브 록카페를 공간으로 사라져가는 밴드 음악의 끝단을 잡아냈다. 새벽 영업이 금지되던 시절, 홍대 앞 록월드는 툭하면 영업정지를 먹곤 했는데, 영화 속에 그 주인이 등장해 "영업정지를 먹었습니다"하고 말하는 장면은 인상적이었다. 음악을 영화로 끌어들이길 즐겨하는 이준익 감독은 '라디오 스타'에서 한물 간 가수의 삶을 그려내고는, '즐거운 인생'으로 직장인밴드를 통해 당대 고개 숙인 남자들을 환호하게 만들었다. 심지어 그의 음악 취향(?)은 '님은 먼 곳에'라는 영화에까지 이어져 월남으로 가는 순이(수애)에게 마이크를 쥐게 했다. TV는 주로 예능 프로그램이 밴드를 다뤄왔는데, '오빠밴드'처럼 아예 밴드를 특화해 하나의 코너로 만든 것도 있고, '무한도전'이나 '남자의 자격'처럼 하나의 아이템으로 밴드를 활용한 것도 있다. 최근에는 드라마가 밴드를 소재로 하기 시작했는데, '나는 전설이다'가 대표적이고 주말극으로서 '글로리아'도 역시 밤무대 가수를 소재로 한다는 점에서 유사점이 있다. 이들 드라마들이 무대 위에 여성들을 올린 것은 다분히 사회적 억압으로부터의 탈피와 동시에 개인적 성장의 공간으로서 무대가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이 글은 '시사저널'에 게재되었던 원고입니다)

Posted by 더키앙

최근에 달린 댓글

글 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