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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극과 멜로 사이, <캐리어>의 애매한 위치

 

MBC 월화드라마 <캐리어를 끄는 여자>는 그 장르적 정체성이 애매모호하다. 시작은 스릴러가 곁들여진 법정극으로 보였다. 노숙소녀 살인사건이 그 시작을 알렸기 때문. 여기에 차금주(최지우)라는 변호사보다 뛰어나지만 시험공포증으로 사무장으로 살아가는 인물이 겹쳐지면서 법정극의 색다른 시도가 엿보였다. 간판 사회에 대한 비판적 시선이 담겨있는 차금주라는 캐릭터가 후에 어떻게 성장해 가는가에 대한 기대감도 충분했다.

 

'캐리어를 끄는 여자(사진출처:MBC)'

매회 한 가지 정도의 사건을 에피소드로 갖고 오는 이야기 구성은 마치 저 <동네변호사 조들호><굿와이프>가 보여줬던 법정극의 재미요소가 되기에 충분했다. 이 각각의 사건들은 차금주가 사무장으로 있다가 결국 퇴출된 오성로펌과 계속 연결되고, 오성로펌은 그 뒤에 오성그룹이라는 대기업의 하수인 역할을 하는 로펌이라는 게 드러나면서 하나의 스토리로 엮어진다. 과거 어떤 사건으로 법조계를 떠나 K팩트라는 파파라치 언론의 대표가 된 함복거(주진모)와 함께 차금주는 이 대기업과 로펌 그리고 정재계가 서로 얽혀있는 거대한 부정을 파헤쳐 나가게 된다.

 

이처럼 <캐리어를 끄는 여자>는 법정극의 요소들만 갖고 오면 권음미 작가의 전작들인 <갑동이><로열패밀리> 같은 작품들처럼 충분히 흥미진진한 면들이 있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캐리어를 끄는 여자>는 여기에 조금은 과한 삼각 멜로의 틀을 집어넣었다. 함복거와 마석우(이준) 변호사 사이에서 차금주를 멜로의 중심으로 세워둔 것. 직장상사로서 일을 앞세우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때때로 사심을 드러내는 함복거와, 대놓고 마음을 드러내며 직진하는 마석우 사이에서 차금주는 갈팡질팡하는 여성이 된다.

 

사무장에서 변호사가 되려는 꿈이나, 또 자신이 맡은 사건을 자기 이름이 남는 것도 아니면서 변호사보다 더 열심히 풀어나가는 차금주는 사실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인 인물이다. 그런데 이런 일에 있어서의 매력을 보여주는 차금주를 함복거와 마석우라는 남성들은 자꾸만 여성으로 끌어 앉힌다. 일을 빙자해 연애를 하려하고, 심지어 같은 로펌의 대표와 변호사이면서도 연적으로서의 대결구도를 보인다.

 

물론 법정극이든 스릴러든 심지어 연쇄살인이 소재로 담겨진 드라마라고 해도 멜로가 없어야 한다는 공식 따위는 없다. 특히 요즘처럼 여러 장르를 뒤섞은 이른바 복합 장르물이 이제는 시청자들에게 그다지 낯설게 다가오지 않는 상황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하지만 멜로가 들어간다고 해도 법정물이나 스릴러가 주는 긴장감과 멜로의 이완은 적절하게 균형이 맞아야 하고, 또 그 이질적 장르를 연결해주는 맥락이 있어야 자연스러워진다. 과연 <캐리어를 끄는 여자>의 장르 혼용은 이런 자연스러움이 있을까.

 

차금주라는 캐릭터가 흔들리는 걸 보면 이 결합이 그리 자연스럽지 않다는 걸 느낄 수 있다. 즉 처음에 이 캐릭터에 기대감을 갖게 만들었던 일의 요소들은 점점 뒤로 밀려나고 대신 뜬금없이 이어지는 두 남자 사이의 멜로가 법정극 사이사이에 맥락 없이 들어가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는 점이다. 그래서 이 드라마는 자세히 들여다보면 법정극에서 멜로로 넘어갈 때나 혹은 그 반대로 넘어갈 때 마치 극이 툭툭 끊기는 듯한 느낌을 준다. 그저 두 장르를 이어붙인 듯한 안이한 구성과 편집 때문이다.

 

굳이 차금주라는 입지전적인 인물을 자꾸만 멜로로 주저앉힐 필요가 있었을까. 로펌 사장이라며 함복거가 그녀에게 9천만 원짜리 외제자동차를 선물하는 장면 같은 것들이 왜 필요하고, 사건 수사를 하러 성소수자들이 가는 바에 함께 간 마석우와 차금주가 굳이 갑자기 키스를 하는 장면이 왜 필요할까. 물론 그 멜로 자체가 나쁘다는 건 아니다. 다만 그것이 본 스토리가 갖고 있는 법정극의 긴장감을 과도하게 이완시킴으로써 드라마 전체의 느낌을 애매모호하게 만든다는 점이 드라마가 하려는 이야기의 본말을 전도시킨다는 것이다.

 

한때 본격 장르물은 안 된다는 게 지상파 드라마의 공식처럼 되어 있던 적이 있다. 그래서 멜로도 조금 넣고 가족드라마적인 요소도 넣으며 심지어 판타지도 넣게 되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장르물에 대한 갈증이 점점 높아지면서 이런 공식은 서서히 깨지고 있다. <시그널> 같은 본격 장르물이 tvN 같은 케이블에서 대성공을 거두는 걸 보라.

 

물론 <캐리어를 끄는 여자>가 법정물을 다루면서도 로맨스물의 성격을 더해 독특한 톤 앤 매너를 시도하려 했다는 의도는 분명히 보인다. 하지만 그러려면 좀 더 정교한 봉합이 있었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멜로를 넣더라도 먼저 차금주의 일에 있어서의 욕망이나 정의에 대한 갈망 같은 것들을 좀 더 전면에 내세우는 편이 지금의 드라마 트렌드에는 더 맞지 않을까. 연애하는 사무장이 아닌 변호사보다 더 열 일하는 사무장 차금주가 더 매력적이다.

Posted by 더키앙

<캐리어>의 최지우, 멜로와 법정극을 잘 봉합할 수 있을까

 

MBC 새 월화드라마 <캐리어를 끄는 여자>는 법정극에 멜로가 섞여있는 드라마다. 법정극이지만 주인공인 차금주(최지우)가 변호사가 아닌 사무장이라는 점은 이 법정극이 인물의 성장드라마 역시 담고 있다는 걸 의미한다. 또한 법정극이라도 법정보다는 현장에 대한 이야기를 더 많이 담을 거라는 의미도 담고 있다. 좀 특이해 보이지만 제목이 <캐리어를 끄는 여자>인 것은 이 캐릭터를 잘 설명해준다.

 

'캐리어를 든 여자(사진출처:MBC)'

차금주가 사무장이라는 설정에서 쉽게 떠올릴 수 있는 건 <굿와이프>에서 나나가 맡았던 매력적인 사무장 김단일 것이다. 일에 있어서 차금주와 김단은 실제로도 닮은 점이 많다. 목적을 위해서는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어떤 면에서는 변호사들 뒤에서 실제로 문제를 해결하는 해결사다. 하지만 멜로에 있어서는 이 두 인물을 다르게 다가온다. 김단이 사랑 따위는 별 관심도 없는 자유분방한 인물이라면, 이 드라마는 결국 티격태격하다가 사랑에 빠지는 차금주와 파파라치 언론 K-fact 대표인 함복거(주진모) 사이의 멜로가 또 한 축을 이루기 때문이다.

 

이 드라마 속에 등장하는 노숙소녀 살인사건이라는 소재는 권음미 작가의 전작이 <갑동이>였다는 사실을 상기시킨다. 드라마는 그래서 멜로와 수사물의 성격을 띤 법정극이 뒤섞여 있다. 차금주라는 인물은 그래서 이 두 상이할 수 있는 장르의 중심에 서 있다. 수사물이 가진 긴장감과 멜로가 가진 달달함의 균형을 어떻게 잡느냐가 그래서 성패의 관건이 된다.

 

하지만 첫 회만 놓고 볼 때 최지우가 연기하고 있는 차금주라는 캐릭터는 생각만큼 매력적으로 다가오지 않는다. 모든 능력을 다 갖췄지만 시험 공포증 때문에 변호사 시험에서 연거푸 떨어져 결국 포기하고 사무장의 길을 걷고 있고, 마치 자신을 대리하듯 이복동생인 박혜주(전혜빈)를 변호사로 만든 인물. 시험 공포증이라는 설정이 그리 보편적인 공감대를 만들어주지 못하고 있고, 그것이 그녀의 캐릭터에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도 불분명하다.

 

게다가 차금주는 확실하게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인물인지, 아니면 그렇게 아등바등 살고는 있지만 실제로는 따뜻한 인물인지가 애매모호하다. 노숙소녀 살인사건 자체가 승소확률이 없다며 맡지 말라고 조언하지만 박혜주의 요청으로 대신 용의자인 소년을 만나고 사무적으로 대하던 그녀가 소년의 진심어린 몇 마디에 사건을 맡게 되는 과정은 너무 느슨하다. 그리고 갑자기 변호사법 위반 위증교사혐의로 교도소에 가게 된다는 설정은 뜬금없게 다가온다.

 

사실 이렇게 잘 나가던 인물이 하루아침에 바닥으로 떨어지는 설정을 그리려 했다면 훨씬 차금주라는 인물을 더 냉정하고 이익에만 밝은 부정적인 인물로 그려내는 편이 드라마틱하다. 그래야 바닥에 떨어진 후 그걸 계기로 변화하는 인물의 과정이 훨씬 더 설득력있게 다가올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드라마 첫 회에 차금주는 그런 인물로 그려지지 않았다. 그것은 첫 회에 법정극을 설명하면서 동시에 이 작품이 멜로라는 걸 드러내야 했기 때문이다.

 

최지우가 연기하는 차금주라는 캐릭터는 그래서 이 멜로적 성격과 법정극적 성격 사이에서 어느 하나를 선택하지 못하고 애매모호한 위치에 서게 되었다. 그러니 긍정적이지도 부정적이지도 않은 인물에게서 어떤 향후 성장이나 전개에 대한 기대감을 찾기가 어렵게 되었다. 부정적 인물이었다면 개과천선하는 반전의 기대감을 갖게 했을 것이고, 아예 긍정적인 인물이었다면 통상적이긴 하지만 권선징악의 기대감을 갖게 했을 텐데, 어느 쪽도 취하지 못한 어정쩡함에 머물게 됐던 것.

 

<캐리어를 끄는 여자>에서 최지우의 매력이 잘 느껴지지 않는 건 이런 초반 캐릭터 설정의 애매함 때문이다. 이 드라마는 어딘지 장르물들의 성공 포인트들을 모아 놓은 듯한 느낌이 강하다. 이런 경우 그 사뭇 다를 수 있는 장르적 특성들을 매끄럽게 봉합하는 일이 중요해진다. 아쉽게도 첫 회는 만족스럽지 못하다. 향후 이 드라마가 어떤 힘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멜로든 법정극이든 어느 한쪽을 확실히 선택하고 그 중심을 잡은 후, 나머지 한 쪽을 보조적으로 취하는 편이 나을 수 있다

Posted by 더키앙

<굿와이프>의 쿨한 도발, 충분히 의미 있는 까닭

 

tvN <굿와이프>는 여러모로 도발적이다. 그것은 두 가지 측면에서 그렇다. 하나는 법정극을 다루지만 우리네 법정드라마들이 하듯 법 정의를 내놓고 기치로 내걸지 않는다는 점이다. 김혜경(전도연)은 새로 로펌에 들어와 변호사 일을 하면서 의뢰인과의 거리를 두지 않고 마치 자신의 일처럼 감정이입하는 모습을 보이다 로펌 대표인 서명희(김서형)로부터 한 소리를 듣는다. 변호사의 일은 의뢰인을 변호하는 것이지 사회 정의를 구현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

 

'굿와이프(사진출처:tvN)'

이 대단히 쿨하다 못해 비정하게까지 여겨지는 법에 대한 태도는 <굿와이프>라는 법정드라마의 독특한 질감을 만들어낸다. 우리네 드라마에서 변호인들이 대부분 약자들의 편에 서서 법 정의를 실현해내는 소시민들의 영웅처럼 그려지고 있다면, <굿와이프>에서 변호사들은 프로들이다. 김혜경과 계속 맞닥뜨리는 상대편 변호사 손동욱(유재명)은 이기기 위해서는 별의 별 꼼수까지 다 쓰지만 결과가 나오고 나서는 마치 스포츠라도 한 판 한 듯 쿨하게 그녀와 웃으며 농담을 주고받는다.

 

이것은 우리네 법정드라마에서 법 정의를 둘러싸고 선과 악이 극명히 대립하는 모습과는 너무나 다르다. 선도 없고 악도 없다. 다만 의뢰인에 따라 결정되는 직업적인 역할이 있을 뿐이다. 그래서 이기거나 지거나 하는 것에 굉장한 도취감이나 좌절은 없다. 다만 성취나 낙담 정도가 있을 뿐이다. 이런 쿨한 태도는 아마도 좀 더 실제에 가까운 변호사들의 모습일 것이다. 그래서 이 프로의 세계를 들여다보고 있자면 저 선과 악을 운운하고 서민들의 영웅으로 그려지곤 하는 우리네 변호사들이 순진하게 여겨질 때도 있다.

 

하지만 그게 순진해보여도 바로 우리네 정서인 것만은 분명하다. 드라마가 결국 현실을 그대로 그린다기보다는 현실에 부재한 판타지를 건드린다고 볼 때, 우리에게 드라마가 그리는 변호사에 소시민의 문제를 해결해주었으면 하는 판타지가 들어가는 건 당연한 일처럼 보인다. 실제 현실에서는 도무지 일어나지 않는 것이기 때문에 더더욱 드라마에서 희구되는.

 

그래도 법 정의의 문제일 때는 <굿와이프>의 이런 직업적이고 프로적인 쿨한 태도는 그런대로 흥미롭게 다가오는 면이 있다. 하지만 이 드라마가 그리고 있는 또 한 축, 즉 남편과 남자친구 사이에서 만들어지는 삼각관계의 이야기로 들어가면 정서는 좀 더 복잡해진다. 김혜경의 남편 이태준(유지태) 검사는 한 마디로 나쁜 남편이다. 그는 이미 불륜을 저질러 김혜경을 배신한 바 있고, 그래서 잘못했다 말하면서도 아내의 그 좋은 이미지를 자신의 권력을 위해 이용하려고 한다.

 

김혜경은 그 남편과 살아왔던 세월을 뒤늦게 후회한다. 그래서 스스로의 삶을 살아가기 위해 다시 변호사 일을 시작하지만 거기서 상사이자 오랜 친구인 서중원(윤계상)과 점점 가까워진다. 그리고 결국 선을 넘어버린다. 이 부분은 미국적 정서라면 당연히 받아들여질 수 있는 이야기일 수 있다. 그간 김혜경이 살아온 세월과 당해온 일들을 생각해보라. 그녀도 자신의 행복을 추구할 권리가 있다고 당연히 여겨진다.

 

하지만 우리네 정서에서 마음이 걸리는 건 아직 아이들이 있고 남편과 이혼을 명쾌하게 하지 않은 사이에서 김혜경과 서중원이 선을 넘는 모습이다. 그건 마치 옳지 않은 일을 저지른 남편과 똑같이 옳지 않은 행동으로 대항하는 것처럼 보인다. 결국 이러한 행동도 선과 악의 윤리적 잣대로 바라보는 우리네 시선과는 상당히 다른 미국적 정서가 들어가 있는 대목이다.

 

그러고 보면 <굿와이프>는 우리네 드라마 정서에는 태생적으로 문제작일 수밖에 없다. 제목이 <굿와이프>지만 그것은 좋은 아내로서의 김혜경을 그리려는 게 아니라, 이른바 좋은 아내로 상정되는 여성들에게 가해지는 암묵적인 사회적 압력 같은 것들을 보기 좋게 깨버리는 김혜경을 그리고 있기 때문이다. 김혜경의 성장은 그래서 일에 있어서는 쉽게 선악으로 감정이입을 하지 않는 프로페셔널로 서는 것이고, 사랑에 있어서는 좋은 아내같은 때로는 폭력적인 억압으로부터 벗어나는 것이다.

 

이처럼 <굿와이프>가 하려는 이야기는 도발적이지만 충분히 의미가 있다. 하지만 그것이 정서적으로 우리네 대중들에게 100% 공감을 일으키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드라마가 가진 가치는 지금껏 선악구도와 윤리적 잣대에만 매몰되어 아무도 질문을 건네지 않았던 일과 사랑에 대한 파격적인 질문들을 이 드라마가 던지고 있다는 점이다

Posted by 더키앙

<굿와이프>, 아내와 변호사 넘나드는 전도연의 클래스

 

역시 전도연이다. tvN의 새 금토드라마 <굿와이프>에서 전도연은 아내이자 변호사인 김혜경이라는 인물을 연기한다. 사실 아내와 변호사라는 두 캐릭터는 어찌 보면 잘 어울리지 않아 보인다. 아내가 등장하는 드라마들이 늘 틀에 박힌 이야기에 머물러 있었고, 변호사라는 직업 역시 장르물의 견고한 틀에 갇혀 있었기 때문이다.

 

'굿와이프(사진출처:tvN)'

하지만 <굿와이프>는 다르다. 이 드라마가 짚어내고 있는 핵심적인 포인트는 아내이자 변호사라는 김혜경의 위치다. 그녀는 남편 이태준(유지태)이 불륜스캔들에 휘말려 아내로서 배신감을 느끼고 있으면서, 동시에 생계를 위해 무려 15년 동안 헌신했던 가정을 박차고 나와 변호사로서 자신을 세워야하는 입장에 서 있다. 그녀가 처음으로 맡게 된 변호가 불륜 사실 때문에 남편을 살해했다는 혐의를 가진 한 아이의 엄마라는 건 그래서 흥미로워진다. 자신과 유사한 처지에 놓여진 의뢰인에 대해 그녀는 동병상련의 깊은 공감을 통해 더 변호에 집중할 수 있었고 결국 이길 수 있었다.

 

즉 김혜경이 해온 15년 간의 아내로서의 삶은 남편의 배신 때문에 허탈한 시간처럼 여겨지지만, 다른 한 편으로는 그 삶을 통해 접하게 된 여성들의 입장에 좀 더 공감할 수 있게 됨으로써 실제 변호에 있어서도 그것이 큰 힘으로 작용한다는 점이다. 이것은 <굿와이프>가 여타의 아내들이 등장하는 드라마들이나, 변호사가 등장하는 장르물과 차별화되는 지점이기도 하다.

 

김혜경이 다시 변호사로 돌아와 첫 번째 사건을 이기는 그 과정은 그래서 아내로서 살아가는 많은 여성들에게 작은 카타르시스를 안기기에 충분하다. 누군가의 엄마이고 누군가의 아내가 아닌 김혜경이라는 본인으로서 서게 됐을 때의 그 성취감. 그런 것들이 첫 번째 승소를 하고 법정을 나오는 김혜경의 기쁜 얼굴을 통해 시청자들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지기 때문이다.

 

결국 <굿와이프>는 이렇게 변호사라는 직업을 통해 홀로 독립해 서게 되는 김혜경이라는 여성의 성장스토리를 다루지만, 의외로 숨겨놓은 반전 요소들도 들어 있어 훨씬 극적 재미를 줄 것으로 여겨진다. 즉 억울하게 정치적인 희생양이 되었다는 그녀의 남편 이태준이 아내인 김혜경을 통해 자신을 그렇게 만든 이들에 대한 반격을 준비하는 듯한 모습이 들어가 있기 때문이다.

 

김혜경의 성장은 시청자들이 관심을 갖는 이 드라마의 주요 포인트지만, 그 뒤에는 또한 이태준의 욕망이 어른거린다. 이 부분은 단순해 보이는 성장드라마가 다양한 이야기들로 변주될 있는 가능성이다.

 

무엇보다 이러한 변화와 성장, 그리고 아내로서의 모습과 변호사라는 직업으로서의 면면을 너무나 자연스럽게 소화해내는 전도연의 연기는 <굿와이프>에 대한 몰입을 가능하게 한다. 작은 표정 하나에도 다양한 감정을 담아내는 그녀의 연기는 역시 명불허전이다. 법정극이 그려내는 반전에 반전의 이야기와 아내에서 독립해 한 명의 여성으로서 성장해가는 그 이야기에 대한 기대감은 온전히 전도연이라는 든든한 배우로부터 비롯된다고 말해도 무방할 듯 싶다.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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