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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맨>, 우리가 강지환의 판타지에 빠져드는 까닭

 

이런 회사, 이런 사장이 과연 존재할까. KBS 월화 드라마 <빅맨>에 등장하는 현성유통과 그 회사를 이끄는 김지혁(강지환) 사장은 현실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판타지적 공간과 인물이다. 법정관리에 들어간 데다 현성그룹이라는 대기업 강동석(최다니엘)의 사주로 협력업체들과의 관계마저 끊어져버린 이 회사를 김지혁은 변치 않는 의리와 뚝심, 원칙으로 다시 일으켜 세운다.

 

'빅맨(사진출처:KBS)'

김지혁이 현성그룹 강동석의 압력으로 중소기업들의 물품조달을 받지 못하게 되자 순진유업 사장을 설득시키는 과정은 드라마틱하다. 과거 김지혁의 도움을 받은 적 있는 순진유업 사장이지만 김지혁의 회사에 물건을 납품한다는 건 대기업 현성그룹과 관계를 끊겠다는 것과 마찬가지. 아마도 이런 대기업의 갑질과 중소기업의 어쩔 수 없는 커넥션은 우리네 현실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일 것이다.

 

현실에서 순진유업 같은 중소기업이 대기업의 압력을 이겨낼 가능성은 거의 없다. 하지만 드라마는 현실이 아닌 판타지를 선택한다. 김지혁의 강직함과 순수함에 감복받은 순진유업 사장은 다른 중소기업 대표들을 만나 함께 대기업의 횡포에 맞서자고 나선다. 이에 분노한 강동석은 순진유업과 현성유통을 동시에 곤경에 빠뜨리기 위해 썩은 우유 사건을 조작하지만 여기서도 김지혁은 그 사건 조작에 이용된 노숙자를 직원으로 끌어안음으로써 오히려 강동석을 곤란하게 만든다.

 

법정관리를 벗어나기 위한 심사에서 강동석의 사주를 받은 변호사는 현성유통의 인원감축과 임금삭감을 요구한다. 김지혁은 결국 일은 사람이 하는 것이라고 맞선다. 그런 그에게 현성유통 노조위원장인 김한두(이대연)가 부랴부랴 직원들이 만든 임금삭감 동의안을 들고 찾아온다. 김지혁이 직원들을 희생시킬 수 없다고 말하자 김한두는 이렇게 말한다. “사장님은 저희한테 가장 같은 분입니다. 집안이 다 망하게 생겼는데 가장한테만 그 책임 지울 순 없는 일 아닙니까. 몇 끼 굶더라도 가족들도 함께 도와야죠. 사장님 저희가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유일한 가장입니다. 희생이 아녜요. 가족끼리 서로 돕는 거죠.”

 

이것은 현실적인 이야기는 아니다. 노사가 어떤 합의를 통해 회사를 살려낸 사례가 없는 건 아니지만 사장을 가장이라 부르고, 임금삭감을 희생이 아닌 가족끼리 돕는 것이라고 말하는 그런 회사는 아마도 회사원들이 꿈꾸는 이상 속에서나 등장하는 일일 것이다. 또한 현성유통을 되살리기 위해 내놓은 재래시장 시스템 도입역시 마찬가지다. 대형마트와 재래시장의 공존이 현실적으로 가능한 일일까. 하지만 시장이 키워준 시장의 아들 김지혁은 이를 성사시킴으로서 현성유통을 기사회생시킨다.

 

<빅맨>이 김지혁이라는 소시민의 영웅을 등장시켜 보여주는 건 현실의 갈증을 채워주는 판타지다. 이 드라마의 힘은 바로 이 불가능해 보이는 현실을 가능하게 하는 이야기의 힘에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 드라마에 현실이 없는 건 아니다. 그 현실은 강동석(최다니엘)이라는 인물이 보여주는 대기업의 행태에서 드러난다.

 

상대방을 무너뜨리기 위해 대기업들끼리 담합을 하고 중소기업에 압력을 행사하는 모습이나, 이득 앞에서 시장상인들의 생업 따위는 개의치 않고 부지를 사들이고 대형마트를 세우는 모습, 탈법적인 행위를 하고도 권력기관을 움직이고 변호사를 대동해 죄를 짓고도 버젓이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강동석과 현성가 사람들은 안타깝지만 우리네 현실이 투영되어 있다. 결국 <빅맨> 김지혁이라는 판타지는 강동석이라는 현실을 무너뜨리는 지점에서 생겨나는 것이다.

 

김지혁이라는 판타지와 강동석이라는 현실은 아이러니한 세상의 실체를 섬뜩하게 보여준다. 판타지처럼 그려지지만 김지혁의 행동은 인간이라면 마땅히 해야 할 상식적인 덕목들을 보여준다. 반면 현실로 다가오는 강동석의 행동은 심지어 소시오패스처럼 보이는 비상식적인 것들로 가득 채워져 있다. 비상식적인 현실과 판타지에서나 찾아보게 된 상식적인 덕목들. 이것이 우리가 사는 세계의 잔혹함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빅맨>이 제시하는 두 개의 세계에 대한 분명한 대비는 우리의 마음을 뜨겁게 만든다. 우리가 꿈꿔야할 세상은 김지혁으로 대변되는 사장이 아닌 가장, 직원이 아닌 가족 같은 회사인가, 아니면 강동석으로 대변되는 어딘지 음모로 가득한 돈이면 뭐든 된다는 소시오패스의 회사인가. 김지혁이 보여주는 바람직한 회사와 건강한 가족은 강동석이 보여주는 부패한 회사와 병든 가족과 대비된다. 어째서 가족 같은 회사라는 판타지는 드라마 속에서나 가능한 것일까. 이것이 <빅맨>이라는 판타지에 깊이 빠져들게 되면서도 한편으로 씁쓸해지는 이유일 것이다.

Posted by 더키앙

<빅맨>, 강지환의 복수 아닌 반전을 기대하는 이유

 

선의는 어째서 보상받지 못하고 악용될까. KBS 월화드라마 <빅맨>의 김지혁(강지환)은 강동석(최다니엘)과 그의 가족들에게 철저하게 이용당하고 버려지는 인물이다. 회사의 비리를 모두 뒤집어쓴 것도 모자라 고용된 깡패들에게 끌려가 바다에 던져진다. 육체적 고통보다 더 큰 것은 아마도 배신의 아픔이었을 게다. 그가 바란 건 겨우 가족 하나뿐이었지 않은가.

 

'빅맨(사진출처:KBS)'

하지만 고아로 자라며 그토록 간절했던 가족에 대한 애착은 오히려 그가 희생양이 되는 이유가 되었다. 그는 이 모든 것이 강동석이 연출한 거짓이라는 사실이 드러나기까지 오히려 동생 강동석을 걱정했다. 그를 찾아와 부모인 양 살가운 척 하는 강동석의 부모들 앞에서 그는 행복감에 어쩔 줄 몰라 했다.

 

김지혁의 착각이 못내 안타까우면서도 어떤 공감대를 일으키는 것은 그것이 우리네 서민들의 현실을 거의 그대로 그려내고 있기 때문이다. 늘 저들은 우리를 가족으로 부르며 지지를 호소하곤 했다. 그래서 순수한 선의로 아낌없이 지지를 보낸 후엔 어떻게 되었는가. 경제를 살려야 한다고 말하면서 일부 기득권층을 위한 정책들을 만들었고, 사지에 몰린 서민들은 고통의 바다 속에 던져졌다.

 

김지혁이 바란 것이 그저 가족과 함께 행복하게 사는 것이었다는 사실이 못내 아프다. 그것은 바로 우리네 서민들의 소박한 꿈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대단한 부자가 되기를 원하는 것도 아니고 엄청난 명예와 출세를 꿈꾸는 것도 아니다. 그저 가족끼리 단란하게 살아갈 수 있게 해달라는 것. 하지만 이 소박하고 순수한 꿈은 어쩌면 너무 소박하고 순수하기 때문에 악용된다.

 

동생으로 알고 있는 강동석을 위해 자신이 대신 죄를 뒤집어쓰는 것을 알리지 말아달라고 하는 김지혁의 말이나, 또 동생을 위해 자신이 사랑하던 여자를 선선히 보내주는 김지혁의 행동에 강동석은 아무런 감흥이 없다. 보통 사람의 마음이라면 가슴 먹먹함을 느껴야 할 일이지만 애초부터 사람보다 돈이나 권력에 대한 욕망이 우선인 그들에게 김지혁의 인간적인 행동들은 그저 우스운 일로 치부된다. 무감한 그들은 소시오패스의 섬뜩함을 보여준다.

 

김지혁의 선의가 악용되는 그 과정 속에서 그의 선의를 믿고 시장 부지를 내놓았던 시장 사람들도 악용된다. 한 사람은 자살을 선택하고 한 사람은 자신의 가게를 팔아 시장상인들에게 내놓는다. 서민들의 편에 섰던 김지혁의 불행은 고스란히 서민들에게도 이어진다. 이것이 과연 낯선 풍경일까. 우리는 무수한 정치 현장에서, 선거 속에서 이런 풍경을 보아오지 않았던가.

 

돌아온 김지혁의 복수극은 그래서 지금 우리네 현실의 무게감을 충분히 담아내고 있다. 대중들이 그의 제대로 된 복수를 꿈꾸는 이유다. 하지만 여기에도 현실이 어른거린다. 그가 제 아무리 맨발로 야구방망이 하나를 들고 현성그룹을 찾아간다고 해도 반전은 일어나지 않는다. 거대한 건물 앞에 맨발로 선 그는 그저 초라해 보일 뿐이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조화수(장항선)라는 더 강력한 악이다. 악을 더 큰 악으로 대항하려는 것. 선의가 그 순수한 힘으로 악과 대항할 수 있는 현실은 존재하지 않는 것일까. 시장사람들을 위해 기꺼이 나선 김지혁의 복수극은 서민들을 마음을 움직이는 구석이 있다. 하지만 그것이 단순히 악을 무너뜨리기 위해 더 큰 악을 불러오는 복수에 머물지 않고 상황의 반전으로 나아가길 바라는 건 너무 큰 기대일까. 선의가 선의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세상은 여전히 요원한 걸까.

Posted by 더키앙

<닥터 이방인><빅맨>, 이 두 드라마의 공통점

 

완전히 다른 소재와 다른 장르를 추구하는 드라마지만 때로는 비슷한 이야기를 전하는 드라마들이 있다. SBS 월화드라마 <닥터 이방인>KBS 월화드라마 <빅맨>이 그렇다. <닥터 이방인>의 박훈(이종석)은 남한에서 태어났지만 아버지를 따라 북한에서 의사로 성장하게 되고 탈북해 다시 남한에서 살아가는 인물이다. <빅맨>의 김지혁(강지환)은 부모 없이 고아로 자란 건달이지만 어느 날 재벌 그룹의 장남이 되어 현성유통을 꾸려가는 사장이 된다.

 

'빅맨'과 '닥터이방인'(사진출처:KBS,SBS)

여기 두 사람의 공통점이 있다. 그들은 자신들이 살던 세계에서 모두 낯선 공간에 들어와 갈등을 일으키는 인물들이라는 점이다. <닥터 이방인>의 박훈에게는 남한의 병원이라는 공간이 그렇다. 수술 끝에 사망하게 된 수현(강소라)의 어머니를 두고 책임을 추궁하는 재준(박해진)과 대립하는 박훈에게는 살릴 수 있는 환자만 살리겠다는 식의 남한 병원의 체계가 낯설게 다가온다. 의사라면 뭐든 최선을 다해봐야 하는 게 아니냐는 것. 병원의 수술성공률 같은 자본의 논리 따위가 아니라.

 

<빅맨>의 김지혁에게는 현성유통이라는 회사나 재벌가라는 환경이 낯설다. 그들은 툭하면 돈으로 모든 걸 해결하려 한다. 김지혁은 혼수상태에서 깨어나 돌아온 동석(최다니엘)이 대뜸 돈 가방을 내밀자 불같이 화를 내며 자신이 원하는 건 돈이 아니라 가족이라고 외친다. 시장통에서 외롭게 자라난 김지혁은 시장 사람들을 아빠, 엄마, 이모로 부르며 살아왔다. 김지혁의 가족에 대한 갈증은 현성그룹 재벌가 사람들의 돈이면 생명도 살 수 있다는 사고방식과 정면으로 부딪친다.

 

흥미롭게도 두 드라마에는 주인공의 이런 낯선 모습에 빠져드는 여자들이 등장한다. <닥터 이방인>에서 박훈과 재준이 대립할 때 박훈의 편을 들어주는 수현이 그렇고, <빅맨>에서 동석의 애인이었지만 차츰 지혁의 따뜻한 마음에 이끌리는 소미라(이다희)가 그렇다. 수현과 소미라는 모두 재벌가와 관계를 맺고 있지만 그들 세계에 편입되어 있는 인물들이 아니다. 수현은 명우대학병원 이사장 오준규(전국환)의 서녀이고, 소미라는 평범한 집안에서 성공한 커리어우먼이다. 저들 세계에 편입되지 못한 이들은 낯선 세계에서 온 박훈이나 지혁 같은 이방인들에게 끌린다.

 

<닥터 이방인>의 명우대학병원이나 <빅맨>의 현성그룹 재벌가는 자본주의의 극단을 보여주는 우리 사회의 현실을 표징하는 공간들이다. 그러니 그 속에 들어온 박훈과 동석 같은 낯선 이들은 그 현실과 부딪쳐 대결하는 색다른 영웅들이다. 그들은 서민들의 편에 서서 자본의 논리로 움직이는 이 낯선 세계와 싸워 나간다. 수현과 소미라가 이들에게 갖게 되는 마음은 어찌 보면 드라마를 시청하는 대중들의 지지와 맞닿아 있다. 그 지지는 이들의 멜로를 희구하게 만든다.

 

도대체 이 낯선 인물들이 자본에 의해 굴러가는 우리네 현실에 들어와 보여주려는 건 뭘까. 그것은 결국 지극히 상식적인 인간다움이 살아있는 세상에 대한 꿈을 전하기 위함이다. <닥터 이방인>에서 탈북하며 손을 놓아버린 재희(진세연)를 찾기 위해 체면치레나 굴욕 따위조차 아랑곳 않는 박훈의 순애보는 또한 의사로서 인간의 생명에 대한 무한한 애정으로 확장되어 보여지고, <빅맨>에서 자신을 이용하고 심지어 음해하려는 재벌가 앞에서 여전히 가족을 의심하지 않는 지혁의 인간애는 에둘러 비정한 자본의 세계를 비판한다.

 

<닥터 이방인>의 박훈과 <빅맨>의 김지혁. 낯선 그들에게 동화되고 공감되면서 상황은 역전된다. 마치 수현과 소미라가 그렇게 느끼듯이 점점 그들이 낯선 것이 아니라 자신들이 살고 있는 공간이 낯설게 다가오는 것이다. 같은 시간대에 서로 다른 드라마가 이처럼 비슷한 뉘앙스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건 결코 우연이 아닐 것이다. 인간보다는 돈이 우선인 세상. 우리는 얼마나 낯선 세계 속에서 살아가고 있나. 낯선 건 그들이 아니라 우리들이다. 우리네 현실이다.

Posted by 더키앙

그래도 우리가 <빅맨>을 꿈꾸는 까닭

 

업무 도중 사망한 비정규직을 위해 자신의 연봉을 가불해 그 가족을 먼저 도와주고, 잊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회사 차량에 새겨 고인을 기억하며, 가족을 찾아가 그 자식에게 이제 내가 너의 아버지다라고 말하는 사장. 회사의 쇼핑센터를 짓기 위한 시장 부지 매입에서도 먼저 시장 상인들의 입장을 생각하는 사장. 무엇보다 돈이 먼저가 아니라 사람을 먼저 생각하고 가족처럼 챙기는 사장...

 

'빅맨(사진출처:KBS)'

KBS 월화드라마 <빅맨>은 서민들의 판타지다. 이런 사장이 현실에 있을까 싶지만 그래서 서민들은 그런 사장을 더더욱 꿈꾸는 지도 모른다. 부유한 재벌가에서 태어나 어려움 없이 자라나고 해외에서 학위를 받아 머리도 좋고 배운 것도 많은 현성그룹 사람들과, 태어날 때부터 버려져 고아로 자라오며 시장통에서 시장 사람들을 가족처럼 여기며 잔뼈가 굵은 김지혁(강지환)은 그래서 선명한 대비를 이룬다.

 

현성그룹 사람들은 김지혁을 희생양으로 이용하려 들지만, 김지혁은 현성그룹 사람들을 진짜 가족으로 받아들이려 한다. 졸지에 현성유통 사장이 된 김지혁이, 가짜 가족 행세를 하며 그를 곤란에 빠뜨리려는 현성그룹 사람들의 음모를 뛰어넘는 건 그의 사람이 우선인 사고방식 덕분이다. 돌아온 강동석(최다니엘)이 김지혁에게 건넨 것이 돈이라면, 김지혁은 그런 강동석에게 가족으로서의 손을 내민다.

 

왕자가 된 거지의 이야기는 그 안에 가난한 자들이 공유하는 소중한 가치의 의미를 부여한다. 김지혁이 졸지에 사장이 되어 보이는 일련의 행보들은 그 자체로 지금껏 가진 자들의 더 많은 것을 가지려는 행태에 대한 비판을 담아낸다. 돈을 벌기 위해서라면 비정규직의 처우 따위나 시장 같은 골목 상권 따위는 아랑곳 않는 재벌가의 행태. 패션쇼를 모델들이 아닌 실제 옷을 입는 시장통 사람들을 통해 실제 삶의 현장에서 보여주는 이야기는 비현실적이지만 그래서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삶에 대한 깊은 판타지를 드러낸다.

 

이 서민들을 위한 서민들의 리더 김지혁이 환기시키는 건 다름 아닌 진정한 리더를 찾기 힘든 우리네 현실이다. 자생적으로 생겨난 시장 같은 골목 상권을 상인들의 입장은 생각하지도 않고 무작정 쇼핑센터를 지으려는 모습은 마치 파괴되는 생태계는 고려치 않고 무작정 진행된 지난 정권의 4대강을 떠올리게 한다. 취업의 문제와 비정규직의 죽음에 대해 국민을 가족처럼 생각한 권력을 가진 리더가 있었던가. 세월호 침몰과 그로 인해 무너져 버린 신뢰는 먼저 제 한 몸 살자고 도망친 선장처럼 리더 없는 우리네 현실을 고스란히 상징한다.

 

돈이면 뭐든 다 된다는 식의 리더십이 지워버린 것이 사람이 먼저라는 고귀한 가치다. <빅맨>의 김지혁이라는, 세상에 없는 리더의 판타지는 그래서 우리를 가슴 뛰게 하면서도 슬프게 만든다. 저런 리더가 있었으면 하는 희망과 저런 리더는 절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절망이 교차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우리는 때가 되면 빅맨을 꿈꾼다. 서민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서민들의 편에서 서민들을 위한 리더십을 보여줄 빅맨. 이 배운 것 없고 변변한 학벌도 집안도 없는 김지혁이라는 리더를 굳이 빅맨이라 지칭하는 건, 진정한 빅맨이란 그럴 듯한 간판이나 실현 불가능한 공약을 내세워 거짓말로 혹세무민하는 이들을 지칭하는 게 아니라 진정으로 사람을 껴안을 수 있는 따뜻한 피가 흐르는 자를 말하는 것이기 때문일 게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여전히 빅맨을 꿈꾼다.

Posted by 더키앙

모든 드라마의 악역, 돈으로 귀결되는 까닭

 

결국은 돈이다. 지금 방영되고 있는 드라마들의 대부분이 추악한 돈의 문제를 다룬다. 새롭게 시작한 MBC 수목드라마 <개과천선>에서 피도 눈물도 없는 변호사 김석주(김명민)는 돈이 된다면 일제에 의해 강제징용 됐던 분들의 고통도 나 몰라라 하고 일본 기업의 편에 서는 인물이다. 이 드라마에 나오는 변호사들은 법 정의를 실현하는 인물들이 아니다. 그들은 돈 있는 이들이 잘못을 저지르고도 어떻게 하면 법망을 피해나갈까만을 고민하는 인물이다.

 

'개과천선(사진출처:MBC)'

로펌을 이끌고 있는 차영우(김상중)는 죄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무죄란 죄가 없다는 뜻이 아니야. 그가 죄가 있어도 죄를 입증시키지 못했다는 뜻이지.” 이 드라마 속 변호사들은 결국 돈의 생리를 따라간다. 돈이 있으면 무죄가 되고 없으면 유죄가 되는 것. <개과천선>은 그 대표격인 김석주라는 변호사의 말 그대로의 개과천선을 다루는 드라마. 세상에서 필요한 건 능력 그 자체가 아니라 그 능력을 어떻게 사용하느냐라는 걸 에둘러 말해주는 드라마다.

 

KBS <골든크로스>는 경제를 움직이는 0.001%의 집단이 벌이는 추악한 범죄를 다룬다. 마치 과거 론스타와 외환은행의 사건을 떠올리게 하는 이 드라마는, 돈이 된다면 멀쩡한 은행도 부실로 만들어 헐값에 외자에 팔아넘기는 파렴치한 고위 경제인들의 모럴 해저드를 이야기 한다. 이 과정에서 강도윤(김강우)의 집안은 파탄이 나 버린다. 여동생은 살해당하고 그 여동생 살해의 용의자로 아버지가 감옥에 들어간다. 이 모든 걸 만들어내는 인물들은 이른바 골든 크로스라는 집단이고 그 뒤에는 결국 돈이라는 절대 악역이 자리해 있다.

 

SBS <쓰리데이즈> 역시 남북 간의 긴장관계를 만들어 그걸 통해 무기거래 같은 이익을 보려는 팔콘이라는 집단의 이야기를 다룬다. ‘팔콘의 개가 된 김도진(최원영)은 이를 위해 무고한 사람들이 죽어나가는 것조차 무감하게 받아들인다. 또 이를 막으려는 이들을 한 명 한 명 제거하고 심지어는 대통령까지 제거하려 한다. 팔콘이라는 조직이 뒤에 놓여있지만 그것은 결국 자본의 또 다른 이름이 아닐 수 없다. 돈이면 전쟁도 불사하는 그들이다.

 

KBS에서 월화드라마로 새로 시작한 <빅맨> 역시 이 자본이 가진 더러운 본질이 바탕에 깔려 있다. 고아로 태어나 밑바닥 인생을 살던 김지혁(강지환)이 갑자기 재벌가 2세가 되는 이면에는 그의 심장을 필요로 하는 재벌가 자제가 숨겨져 있다. 결국 심장이식을 위해 숨겨진 자식인 척 가장하는 것. 이 이야기에는 돈이면 사람 생명도 제 맘대로 할 수 있다는 자본의 무시무시한 자만이 들어가 있다.

 

최근 드라마들이 다양한 장르물들을 시도하면서 나타나는 현상 중 하나가 절대 악역으로서 등장하는 자본의 문제다. 가진 자와 갖지 못한 자가 바로 그 조건 때문에 서로 대립하는 이야기는 어째서 이토록 대중들의 시선을 끌게 되었을까. 그것은 아마도 양극화가 점점 첨예해지고 있는 우리네 현실을 이들 드라마들이 담아내고 있기 때문일 게다. “난 무죄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 좀 벌겠다고 애쓴 게 그게 죄냐?”하고 말하는 <쓰리데이즈>의 김도진처럼, 지금 자본이라는 이름으로 행해지는 많은 일들은 스스로를 무죄라고 말 할 만큼 뻔뻔해져 있다.

 

어쩌다 이런 지경에까지 이르렀을까. 이번 세월호 참사를 통해서도 드러나듯 돈의 문제는 인명 앞에서조차 이제 모든 걸 결정하는 최종적인 선택이 되어버린 비통한 상황이다. 하지만 돈이면 과연 다 되는 걸까.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을 벌겠다는 선택은 과연 온전한 무죄일까. 나의 선택이 타인의 고통이 되지는 않을까. 지금 드라마들이 자본을 절대 악역으로 출연시켜 말하고자 하는 건 이것이다.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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