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에나’, 이번엔 정&윤으로 시즌2 안될까요?

 

SBS 금토드라마 <하이에나>가 종영했다. 시청자들은 벌써 끝났냐며 시즌2를 기다린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하이에나>는 송&김의 송필중(이경영)이라는 법 위에 선 권력자와 맞서는 정금자(김혜수), 윤희재(주지훈)의 대결을 그렸다. 대법관을 세우고, 사업체를 마음대로 인수합병해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법까지 바꾸는 무소불위의 권력자 송필중은 사람을 사냥개처럼 부리다 버리는 인물. 그런 인물에 뭐든 물어뜯는 하이에나의 방식을 살아온 정금자와 그에게 빠져들며 그의 길을 함께 걷게 된 윤희재가 날리는 속 시원한 한방은 시청자들에게 통쾌한 카타르시스를 선사하기에 충분했다.

 

<하이에나>가 특히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건, 이른바 ‘정금자의 방식’이라는 조직에 휘둘리지 않고 독자적인 노선을 추구해가는 그 방식이 시대적 코드와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이미 가진 자들이 더 많이 가지고 못 가진 자들을 마음대로 쓰다 버리는 현실이 아닌가. 정금자는 그런 현실과 맞서 자신의 것을 지켜내기 위해 저들의 약점을 파고드는 치열함을 보여줬다.

 

이 드라마의 전체 기조가 대결구도에 치중되어 있었지만, 팽팽한 긴장감을 유지하면서도 끝까지 유쾌한 코미디의 분위기를 가져갈 수 있었던 것도 정금자라는 독특한 캐릭터 덕분이었다. 모두가 양복을 입고 모인 주총 자리에 혼자 트레이닝복을 입고 나타난 그 모습 자체만으로도 정금자라는 캐릭터의 유쾌함이 담겨진다. 뻔지르르하게 입고 잘난 척 하지만 그 실체는 다를 수 있다는 걸 정금자의 그 도발적인 패션만으로도 드러내주기 때문이다.

 

정금자와 윤희재의 멜로 또한 독특했다. 지금껏 봐왔던 멜로의 구도란 주로 남성이 이끌어가곤 했지만 이 드라마에서 그 주도권은 정금자가 쥐고 있었다. 오히려 사랑을 잊지 못하고 정금자를 ‘배알도 없이’ 찾아와 그 주변을 맴도는 윤희재 역시 지금껏 봐왔던 어떤 남성 캐릭터들과는 다른 매력을 보여줬다. 치열한 삶 때문에 결코 곁을 내주지 않던 정금자가 조금씩 윤희재에게 마음을 여는 그 과정은 질척임 없이 너무나 쿨하게 그려져 시청자들을 더욱 매료시켰다.

 

드라마는 후반부로 가면서 케이퍼무비의 진용을 갖추었다. 정금자와 윤희재가 중심에 서고 로펌 송&김에서 나와 이들에 합류한 김창욱(현봉식), 부현아(박세진), 나이준(정지환), 박주호(홍기준)와 늘 정금자와 함께 했던 이지은(오경화) 그리고 윤희재의 절친 가기혁(전석호)까지 함께 모여 일종의 팀플레이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가는 과정을 보여준 것.

 

갖가지 법률 사건들이 흥미진진하게 전개되고, 정금자와 윤희재라는 매력적인 캐릭터와 그들의 멜로가 그려지며 나아가 이들과 함께 하는 팀플레이의 진용까지 갖추게 된 <하이에나>. 시즌2 요구가 생겨나는 건 당연한 일이다. 이들 캐릭터와 진용 그대로 색다른 사건들을 풀어내고, 사회적 공분을 이끌어낼 만한 새로운 빌런을 세워두기만 해도 시즌2는 충분히 흥미로워질 것이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OTT 시장이 열리면서 넷플릭스 등을 통해 해외의 드라마들을 보는 일은 익숙해졌다. 그래서 그들이 운용하는 시즌제를 우리도 고민해봐야 할 시점이라고 생각된다. 그런 점에서 보면 <하이에나> 같은 드라마는 바로 그 시즌제에 가장 적합한 틀을 갖고 있다고 보인다. 벌써 끝이냐며 시즌2를 요구하는 시청자들을 생각한다면 더더욱 그렇다. 송&김 같은 법 빌런과 대적하는 정&윤으로 다시 돌아오기를.(사진:SBS)

'스토브리그' 빌런 오정세 뼈 때리는 남궁민의 일갈

 

포장마차에서 권경민(오정세) 상무는 백승수(남궁민) 단장에게 소주 한 가득에 맥주를 살짝 채운 술을 권한다. 술을 받지 않자 권경민이 말한다. “술 못해? 술 못하는 구나. 아직 애네. 애야.” 백승수는 좋은 사람하고 마셔도 쓴 걸 내가 왜 마시냐고 대꾸한다. 그러자 권경민은 인생의 쓴맛에 대해 이야기한다. “너 인생 평탄하게 살았구나? 이게 뭐가 써. 인생이 훨씬 더 쓰지. 인생이 얼마나 쓴 지 알면 이게 달어. 어?” 그러면서 건넸던 술을 자신이 마셔버린다.

 

SBS 금토드라마 <스토브리그>에서 권경민은 악역이다. 백승수 단장이 만년 꼴찌팀인 드림즈의 시스템 개혁을 통해 우승을 꿈꾸고 있을 때 권경민은 그 야구팀 해체를 계획하고 있다. 그는 노골적으로 백승수에게 그를 단장자리에 앉힌 게 그의 흥미로운 이력 때문이라고 말한다. 우승 후 팀 해체를 계속 겪었던 백승수의 이력. 권경민은 적당히 하다 팀을 해체시키기 위해 백승수를 그 자리에 앉힌 것.

 

하지만 백승수는 생각이 다르다. 해체하더라도 우승을 해야 한다 생각한다. 이런 백승수를 권경민은 싸가지 없다고 말한다. 자신이 시키면 군말 없이 따라주는 게 부하직원들이었기 때문이다. 고강선(손종학) 드림즈 사장이 그 대표적인 사례다. 백승수는 권경민이 시키는 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또 권경민이 그를 궁지로 몰아 내보내려 할 때 반격을 가하기도 한다. 권경민은 백승수를 눈엣가시 같은 존재로 여기며 하대하고 위기에 빠뜨린다.

 

그래서 시청자들에게 그는 악역이지만, 드라마는 그 역시 재송그룹 내에서 백승수와 다를 바 없는 위치에 놓여 있다는 걸 보여준다. 권일도(전국환) 재송그룹 회장의 눈에 들기 위해 시키는 일에 고분고분 따르고, 하는 일 없이 군림하고 하대하는 권일도의 아들 권경준(홍인)에게도 자신이 사촌형이지만 뭐라 하지 못하는 처지. 권경준이 떨어뜨린 라이터를 주워주기도 하는 처지에 놓여 있다. 그는 능력이 있지만 권일도의 친아들이 아니고 조카라는 점 때문에 자신을 낮추며 살아간다.

 

권경민은 백승수에게 “왜 그렇게 말을 안듣냐”고 묻는다. 그러자 백승수는 “말을 들으면 당신들이 다르게 대합니까?”하고 되묻는다. 그러면서 “말을 잘 듣는다고 달라지는 게 하나도 없던데요”라고 말한다. 백승수는 한때 말을 잘 들은 적이 있지만 그 때를 후회한단다. “말을 잘 들으면 부당한 일을 계속 시킵니다. 자기들 손이 더러워지지 않을 일들을. 그런데 조금이라도 제대로 된 조직이면 말을 잘 안 들어도 일을 잘하면 그냥 놔둡니다.” 그는 야구에 빗대 우리네 사회의 갑을로 구분된 부조리한 시스템에 뼈 때리는 소리를 던진다. “누군가는 3루에서 태어나놓고 자기가 3루타를 친 줄 압니다. 뭐 그럴 필욘 없지만 자랑스러워하는 꼴은 보기 좀 민망하죠.”

 

그 한 마디는 권경민의 마음을 뒤흔든다. 시키는 대로 열심히 따라주곤 있지만 달라지는 건 없는 현실을 그 역시 느끼고 있어서다. 그는 결국 참고 눌러왔던 권경준에 대한 분노를 터트린다. 자신을 은근히 하대하고 자신과 그는 다른 세계 사람이라는 걸 대놓고 말하는 권경준을 두들겨 패며 “형네 아버지가 아니라 작은 아버지라고 해야지”라고 일갈한다.

 

<스토브리그>는 조직에서 벌어지는 갑을관계와 그로 인한 부조리한 일들이 권경민 같은 한 사람의 악역 때문이 아니라는 걸 이 시퀀스를 통해 보여준다. 그건 선민의식을 가진 고용인들에 의해 종용되는 상명하복으로 이뤄지는 시스템과 거기에 항거하지 않고 침묵하며 따르는 고용자들의 구조에서 벌어지는 일이라는 것. 시키는 대로 따라한다고 나아지지 않는 현실. 백승수는 부당한 것들에 부딪치기로 결심했던 것.

 

이 시스템 구조의 관점으로 보니 악역인 권경민 또한 연민의 시선으로 보게 된다. 그는 물론 부하직원들에 군림하며 명령해온 갑질 상사지만 그 역시 이 시스템 구조에서 누군가에 의해 갑질 당하는 을이기도 하다는 걸 볼 수 있어서다. 결국 시스템이 문제이고, 그걸 깨치기 위해서는 그저 따르기보다는 부딪쳐야 한다고 드라마는 말하고 있다.(사진:SBS)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