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참시’ 박성광과 23살 매니저, 너무나 보기 좋았던 건

이제 첫발을 내딛은 사회는 얼마나 어려울까. MBC 예능 <전지적 참견 시점>에 새로이 등장한 박성광의 매니저는 일한 지 이제 겨우 ‘24일째’라고 했다. 마치 연애라도 시작한 듯, 그 며칠을 정확히 기억하고 있다는 데서부터 벌써 그의 설렘과 두려움, 어려움 같은 다양한 마음들이 읽혀졌다. 

이제 나이 23살. 여자 매니저인데다 창원이 고향이란다. 그러니 본인도 서울 살이에 연예인 매니저라는 직업이 쉽지 않을 터다. 그리고 그것은 또한 박성광에게도 마찬가지의 어색함을 갖게 만들었다. 차로 이동하면서도 무슨 말을 해야할 지 몰라 침묵이 흐르는 그 상황 속에서 박성광은 전날부터 미리 얘기하려 준비했다는 ‘축구 얘기’를 꺼내놓는다. 축구를 잘 모른다는 매니저는 그래도 열심히 들어주려고 노력한다. 

늘 입에 “죄송합니다”를 달고 다니는 매니저는 “여자 매니저가 처음이라 저를 너무 어색해 한다”며 “경력이 없어 잘 챙겨드리지 못하는 것 같다”고 자책했다. 하지만 <전지적 참견시점>이 보여준 그의 모습은 그가 보지 않는 곳에서 얼마나 열심히 노력하고 있는가가 느껴졌다. 집에서 나오는 박성광을 위해 미리 차 문을 열어주고 해맑은 미소로 맞아주며 혹여나 덥지나 않을까 세심하게 챙기는 모습. 

하지만 매니저만큼 그를 무뚝뚝하게 툭툭 말을 던지면서도 챙겨주려는 이가 박성광이었다. 주차가 미숙한 매니저를 위해 먼저 내려 주차를 도와주고 잘 할 때는 칭찬을 해주기도 한다. 그런 박성광이 매니저에게는 “감사”하고 “죄송”하다. 아직 일이 익숙하지 않을 매니저에게 박성광은 “해보면 는다”며 마음을 다독여준다.

방송에 들어가 있는 사이 매니저는 작은 노트를 꺼내 메모를 한다. 일일이 기억해야 할 것들을 적는 것. 큰 노트에 적으면 혹여나 들킬까 몰래 몰래 적고 있다는 매니저에게서 그 진심어린 마음이 느껴진다. 방송이 끝나고 차를 타고 이동하는 중에 점심으로 뭘 먹고 싶냐고 묻는 박성광에게 그는 “오빠 좋아하는 걸 먹겠다”고 말한다. 박성광은 매니저를 배려하려 하고 매니저는 박성광을 우선 챙기려 한다. 

점심 메뉴를 놓고 이야기를 하다 길을 잘못 들어 한 바퀴를 돌게 되자 “죄송합니다”라고 말하는 매니저에게 박성광은 “내가 너무 말을 많이 시켰지?”하고 말해 마음을 편하게 해주려 한다. 결국 점심을 미루게 된 상황이 되자 매니저는 “제가 길만 안 잃었으면...”하며 자책하고, 박성광은 “김밥 먹으면 돼”라며 무뚝뚝한 배려를 보여준다. 

좁은 주차 공간에 어렵게 주차를 하고 김밥을 사오겠다고 뛰고 또 뛰는 매니저에게서 느껴지는 건 청춘 사회초년병의 ‘잘 하고 싶은 마음’이다. 하지만 결국 늦어 김밥을 먹지 못하게 되고 “늦어서 죄송합니다”라고 말하는 매니저에게 박성광은 또 쿨하게 “끝나고 먹으면 돼”라고 말해준다. 사회 초년병들에게 배려보다는 질책을 하기 마련인 사회 현실 속에서 이런 배려하는 관계는 보는 이들의 마음까지 따뜻하게 만든다. 마치 ‘순수한 동화’를 보는 것 같다고 이영자가 말한 이유다.

방송이 끝나고 엘리베이터에서 김밥 한 개로 공복을 달래는 순간에도 매니저에게 주려다 어색한 듯 “너도 먹으라”고 말하고, 차를 빼오는 데 너무 시간이 걸리자 화를 내기보다는 사고라도 난 건 아닌가 걱정하는 박성광에게서 사회 선배의 따뜻한 마음이 묻어난다. 미안해 하는 매니저에게 “차 빼기 힘들지”하고 아무 일 없다는 듯 툭 건네는 그 말 속에서도.

<히든싱어> 녹화장에서 만난 전현무는 문득 박성광이 마시는 생수병에 적혀 있는 ‘업소용’이라는 문구를 이상하게 여기며 물어본다. 알고 보니 매니저의 어머니가 식당을 하는데 가끔 싸주시는 반찬과 함께 오는 생수란다. “남의 돈은 쉽게 쓰는 게 아니라”는 어머니의 말에 생수 한 병도 집에서 챙겨온다는 것. 

<전지적 참견 시점>이 처음으로 보여준 박성광과 매니저의 모습은 여자 매니저인데다 사회 초년병 그리고 지방 출신이라는 쉽지 않은 적응기를 보여준다. 그래서 아직 서툴고 어색하며 실수투성이지만 이 두 사람에게서 보이는 건 일의 세계가 가진 차가움이 아니라 오히려 따뜻함이다. 바르고 열심히 살려 노력하는 청춘도 또 그 청춘의 실수들을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받아주며 걱정해주는 사회 선배도 응원하고 싶어지는 이유다.(사진:MBC)

<무한도전> 역대급 추격전, 또 하나의 레전드 탄생

 

<무한도전> ‘공개수배에 대한 시청자들의 반응은 폭발적이다. 그저 그런 또 하나의 추격전이 아닌가 하고 생각됐던 이번 프로젝트는 그러나 전혀 다른 역대급 추격전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런 평가가 나오게 된 것은 이번 프로젝트가 가진 독특한 상황 설정에서 비롯된다.

 


'무한도전(사진출처:MBC)'

공개수배는 마치 비슷한 제목의 범인 추적 대국민 프로그램처럼 기획되었다. 실제 부산의 형사들이 추격전에 투입되었고, <무한도전>의 멤버들은 자신들을 체포하려는 이들 형사들로부터 탈주하는 미션을 부여받았다.

 

부산이라는 실제 공간과 그곳의 형사가 투입됐고 게다가 부산 시내 곳곳에서 결과적으로는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된 시민들은 가상이 아닌 실제 상황이다. 그러니 여기에 갖가지 죄목으로 쫓기는 범인이 된 <무한도전> 멤버들이 아니라면 이건 마치 미국의 <캅스> 같은 경찰이 실제 범죄현장을 덮치는 과정을 보여주는 리얼리티쇼처럼 보여질 수 있었다.

 

하지만 여기에 <무한도전> 멤버들이 투입되면서 이 리얼리티쇼는 절묘하게도 가상의 상황극과 엮어질 수 있게 되었다. 이렇게 되자 추격전이 가진 긴박감과 동시에 웃음까지 잡을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었다. 실제 형사들이 본부의 지원을 받으며 <무한도전> 멤버들을 추격하는 과정은 손에 땀을 쥐는 긴장감을 유발했고, 한편 그렇게 쫓기는 멤버들이 보여주는 리액션들은 웃음을 유발하기에 충분했다.

 

흥미로운 건 형사들에 의해 붙잡힌 <무한도전> 멤버들이 만만찮은 저항을 선보였다는 점이다. 잡혔다가 몰래 도망친 박명수나 정준하에 대해 형사들도 혀를 찼다. 물론 그건 실제 수갑이 아니었기 때문에 생긴 일이었지만 그래도 이들이 그간 여러차례의 추격전을 통해 얻게된 노하우가 빛을 발했던 것도 사실이다.

 

이 과정에서 유재석은 역시 에이스다운 면모를 보여줬다. 그는 누구보다 비상한 두뇌와 단단한 체력과 순발력으로 형사들의 추격을 물리치며 자신들에게 주어진 미션을 수행해나갔다. 역대급이었던 건 방공호로 마련되어 있던 충무시설에서 차량을 찾는 과정이었다. 마치 미로처럼 생긴 그 특별한 공간은 이번 추격전이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여겨지게 만들었다.

 

유재석은 역시 추격전에도 또 웃음에도 베테랑이었다. ‘충무시설에서 차량을 찾아 옛 해사고에 휴대폰을 찾으러 간 유재석은 들려오는 음산한 벨소리에 여러 차례 건물 밖으로 뛰쳐나오며 이거 공포특집이야라고 말해 보는 이들에 큰 웃음을 선사했다.

 

광희는 의외로 추격전에 강한 면모를 보여줬다. 소심한 성격은 추격전에서는 주도면밀함으로 드러났고 비가 오는 와중에도 좁은 공간에 숨어 형사가 지나치기를 기다리는 모습을 보여주는 등 반전의 주인공이 되었다.

 

무엇보다 이 프로젝트가 괜찮았다 여겨지는 건 이것이 예능으로서도 더할 나위 없는 웃음과 긴박감을 주었지만 동시에 공적으로도 훌륭한 기획이었다는 점이었다. <무한도전> 멤버들을 본 부산시민들이 몰려들어 팬심으로 사진을 찍어 SNS에 올리는 그 과정을 프로그램은 시민의 제보로 편집해 넣었다. 즉 시민의 제보 하나가 범인 검거에 있어서 얼마나 큰 힘을 발휘하는가를 이 프로젝트가 여지없이 보여줬다는 점이다.

 

그런데 왜 하필 부산이었을까. 그것은 아마도 부산이라는 공간과 특유의 부산사투리가 이 추격전을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느껴지게 만들어줄 수 있을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지 않았을까. 실제로 그 많은 범죄를 소재로 한 영화들이 부산을 배경으로 만들어졌고 특유의 부산사투리는 거친 남자들의 세계를 표현하는데 최적이었다.

 

마치 하나의 게임처럼 시작했던 게 <무한도전>의 추격전이다. 하지만 이번 공개수배는 이 추격전이 하나의 리얼 상황처럼 특정 현실 공간에서 벌어졌다는 점에서 역대급이다. 리얼과 가상이 적절히 조화되고, 웃음과 긴박감이 넘나들며, 게다가 재미와 의미까지 모두 더한 이번 공개수배는 그래서 또 하나의 추격전 레전드라고 해도 무방하지 않을까.



<참 좋은 시절>, 그래도 김희선을 기대하는 까닭

 

연기력 논란이라는 단어가 먼저 튀어나왔다. KBS 주말극 <참 좋은 시절>에 출연하고 있는 김희선 얘기다. 경주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경주가 아닌 부산 사투리를 쓰고 있다는 얘기다. 아마도 경주 쪽에 사시는 시청자들이라면 어색한 사투리가 드라마 몰입을 방해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니 이 드라마에서 특히 사투리가 갖는 정서가 중요하다고 여겼다면 좀 더 신중했어야 하는 건 당연한 얘기다.

 

'참 좋은 시절(사진출처:KBS)'

하지만 사투리가 어색하다고 그녀의 이번 <참 좋은 시절>을 대하는 태도 자체를 평가 절하하기는 어려울 듯싶다. 어차피 현지인이 아닌 이상 완벽한 사투리를 구사한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적어도 첫 회부터 돈을 받아내기 위해 길거리에서 뒹굴며 드잡이까지 하는 모습은 분명 김희선이라는 배우의 달라진 면을 보여준다. 그녀가 극 중에서 맡은 차해원이라는 인물처럼, 한때는 공주 역할이 어울렸을지 모르지만 지금은 쫄딱 망해 길거리를 전전하는 생계형 대부업자 역할을 하고 있으니 말이다.

 

사실 나오기만 하면 우선 연기력 논란부터 불거지는 여배우들을 보면 물론 본인들의 미숙함도 원인이 되기도 하겠지만 그 외적인 요소들도 작용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장옥정, 사랑에 살다>에서 김태희는 꽤 괜찮은 연기를 보여주었지만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연기력 논란이 불거져 나왔고 세간의 질타를 받기도 했다. 작품에 어떤 문제가 생기게 되면 우선 여배우의 연기력으로 책임을 지우는 일이 종종 생겨난다. 그것도 늘상 연기력 논란이 나오던 여배우라면 더더욱 그렇다.

 

전지현은 <별에서 온 그대>라는 좋은 작품을 만나 훨훨 날았지만 <엽기적인 그녀> 이후에 꽤 오랫동안 연기보다는 CF로만 대중들을 접하면서 연기력에 대한 문제를 지적받기도 했다. 늘 비슷비슷한 엽기적인 그녀캐릭터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이번 <별에서 온 그대> 역시 그 틀에서 그다지 다르지 않았지만 그래도 워낙 화제가 된 작품에 그녀 스스로도 팔색조라 할 만큼 다채로운 매력을 천송이라는 캐릭터를 통해 보여줬던 터라 만족스런 결과를 보여주었다.

 

<미스코리아>의 이연희 역시 늘 따라다니던 연기력 논란을 이번 작품을 통해 보기 좋게 날려 버렸다. 엘리베이터걸의 애환을 그녀는 엘리베이터에서 몰래 삶은 계란을 먹는 장면 하나로도 표현해냈다. 그녀가 미스코리아 진이 되어가는 과정에서 신데렐라류의 예쁜 척 하는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과감할 정도로 망가짐을 두려워하지 않는 모습은 연기자로서의 진짜 아름다움이 무엇인가를 그녀는 보여주었다.

 

고아라 또한 <응답하라 1994>를 통해 늘 덧씌워지던 연기력 논란을 벗어버렸다. 거의 일상에 가까운 모습들을 포착해내는 이 드라마는 그저 외모로만 부각되던 고아라의 의외로 털털한 모습과 때로는 엽기발랄한 모습까지를 잡아내면서 그녀의 새로운 이미지를 끄집어냈다. 그녀로서는 아마도 이 작품이 여배우로서의 길을 살짝 들여다보게 해준 잊지 못할 기회였을 게다.

 

연기력 논란에 휘말리는 여배우들을 보면 비슷한 특징들이 있다. 일단 외모가 눈에 띄게 미인이라는 점이다. 아마도 이 점은 질시의 시선을 만들기도 할 것이지만 사실상 눈에 띄는 외모는 연기에는 오히려 장애물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 연기가 아니라 외모가 자꾸 보이기 때문이다. 이것이 CF 등에서 먼저 소비되기 시작하면 이미지가 고착되고 그것은 새로운 연기변신을 막는 이유로 작용하기도 한다.

 

연기력 논란이 벌어지는 여배우들의 또 다른 특징은 목소리. 연기의 50% 이상은 목소리가 좌우한다는 말이 있다. 신뢰감을 주는 목소리는 그 자체로 연기자에 대한 믿음을 주기 때문이다. 김태희, 전지현, 이연희, 고아라, 김희선까지 목소리를 들어보면 외모와는 달리 너무 가늘게 느껴지는 경향이 있다. 이런 경우 로맨틱 코미디류의 가벼운 역할은 잘 어울릴지 몰라도 무거운 정극에는 어색한 면이 생길 수 있다. 물론 목소리는 타고나는 것이지만 발성연습을 통해 일정 부분 극복할 수 있다.

 

그래도 전지현이나 김희선을 보면서 느껴지는 건 역시 배우는 경험을 통해 연기도 깊어지기 마련이라는 믿음이다. 결혼을 하고 나더니 이 두 여배우는 확실히 자신을 내던질 줄 아는 면모가 생겼다. 예쁘다는 이유로 발성이 어색하다는 이유로 또 기존 이미지와 상충한다는 이유로 이들 연기력 논란에 휩싸이는 여배우들은 특히 더 엄격한 대중들의 도마 위에 오르곤 한다. 다른 배우들이라면 그냥 지나갔을만한 일도 그냥 넘어가지 못하는 것이다.

 

<참 좋은 시절>의 김희선에게 불거져 나온 사투리 논란은 그래서 안타까우면서도 한편으로는 어쨌든 연기의 세계로 본격적으로 뛰어든 그녀에게는 약이 될 것으로 여겨진다. 적어도 연기를 대하는 그녀의 눈빛과 태도가 다르게 느껴지는 만큼 김희선의 이번 작품이 그녀에게도 참 좋은 시절을 겪게 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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