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 같지 않은 이광수, '삼시세끼' 나영석 PD의 슬기로운 섭외

 

무인도 섬 생활도 지내다보면 익숙해지기 마련이다. 처음 죽굴도에 들어왔을 때 차승원과 유해진, 손호준은 모든 것을 낯설지만 특별하게 바라본 바 있다.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아담한 집은 소박해도 마음을 잡아끌었고, 집 옆에 마련된 텃밭은 갖가지 작물들이 자라 넉넉한 여유를 주었다. 한 바퀴 도는 데 채 10분도 걸리지 않는 이 작은 섬의 산책길도 너무나 예뻤고, 유해진이 형배라 이름 지은 배를 타고 바다를 돌아보는 일도 유쾌하기 이를 데 없었다.

 

그건 아마도 tvN <삼시세끼> 어촌편5를 매주 기다려 시청하는 분들에게도 비슷한 경험이지 않을까. 죽굴도가 점점 익숙해지고, 거기서 때론 잡은 게 없어 고구마와 감자로 연명(?)하다 드디어 잡은 돌문어와 어마어마한 크기의 참돔으로 풍족한 저녁을 맞는 그 일련의 과정을 봐온 시청자들은 마치 그 곳에 그들과 함께 지내온 듯한 유대감을 느꼈을 게다. 그것이 특별한 일이 벌어지는 것 같지 않아도 시청자들이 <삼시세끼>를 기다려 보는 이유니 말이다.

 

그렇게 적당히 익숙해질 때 나영석 PD는 여지없이 그 익숙함을 슬쩍 비틀어놓을 수 있는 변수로서의 게스트를 출연시킨다. 공효진은 아직까지 섬 생활에 이들이 적응해가고 있는 상황에 들어온 손님이라 익숙함을 깨기보다는 같이 그 섬 생활을 겪어가는 이야기를 그려낸 바 있다. 워낙 <동백꽃 필 무렵>으로 주목 받은 배우인데다, 과거 <최고의 사랑>으로 차승원과 호흡을 맞췄던 배우이니 기대감 역시 적지 않았다.

 

하지만 두 번째 게스트로 출연한 이광수는 조금 다른 관전 포인트를 만든다. 이미 익숙해질대로 익숙해진 섬 생활이고, 무엇보다 이제 뭐라 말하지 않아도 눈치로 척척 손발이 맞는 일명 '손이차유' 세 사람(차승원과 유해진 그리고 손호준)의 틈으로 들어온 손님이다. 불을 피워 냄비에 물을 채워 넣을 때도 유해진이 풍로를 돌려 불을 피우고, 손호준이 냄비 뚜껑을 열면 차승원이 물을 넣는 식으로 합이 딱딱 맞는 세 사람이다.

 

이광수의 등장은 이들이 이렇게 전혀 의식하지 못한 채 각자 주어진 일들을 해나가는 걸 새삼스럽게 바라보는 시선을 만들어낸다. 차승원이 마늘 다진 거 있냐고 물으면 그게 어디 있는지 척척 찾아내 건네주는 그 모습을 이광수는 낯설게 바라본다. 점심을 못 먹은 이광수를 위해 즉석에서 김치볶음밥을 해주고 전날 잡은 참돔회를 썰어주는 차승원과 그걸 보는 유해진, 손호준의 모습은 새삼스럽게 자신들이 적응해온 섬 생활에 대한 은근한 우쭐함이 피어난다. 괜스레 섬 산책을 같이 하고 헬스장(?)을 소개하는 유해진의 어깨는 한껏 올라가 있다.

 

차승원이 사전에 전화를 해 가져온 닭고기로 섬에서 바삭한 마늘치킨에 맥주를 마시는 호사를 부리면서, 이 손님 같지 않은 손님 이광수는 뭐라도 해야 할 것 같은 마음에 일을 거들다 자꾸만 손호준과 일이 겹치고, 은근 경쟁하는 모습으로 웃음을 준다. 물론 베테랑 막내가 된 손호준을 이광수가 단박에 따라잡긴 어렵지만, 특유의 적응력으로 금세 적응해버린 이광수의 모습은 그 자체로 웃음을 준다. 손님이 아닌 머슴을 하나 들인 듯한 그런 모습 때문이다.

 

이미 뭍에서부터 친했던 그들이라 편안함이 묻어나면서도, 이광수라는 호기심 가득한 손님의 시선은 새삼 <삼시세끼> 어촌편5에서 나이 지긋한 아저씨들이 밥 해먹고 있는 그 모습이 마치 한 편의 콩트를 보는 것 같다는 걸 깨닫게 해준다. 아저씨들이 하는 소꿉장난 같은 풍경에 웃음이 나지만, 의외로 그걸 제대로 하고 있고 즐기고 있다는 사실은 부러움마저 느껴진다.

 

그러면서 문득 생각하게 된다. 뭐 저렇게 밥 한 끼 좋은 사람들과 소꿉장난하듯 해먹고 웃고 떠드는 것이 찐 행복이 아닐까 하고. 이미 우리가 늘 하고 있는 것이지만, 너무 익숙해져 실감하지 못하고 있는 것들. 그러다 가끔 보고 싶던 손님이 찾아오게 되면 없는 마치 자랑이라도 하듯 반찬 다 꺼내서 음식 대접하며 새삼 깨닫게 되는 자신이 살아가는 일상의 새삼스런 소중함. 이광수라는 손님 같지 않은 손님이 등장하자 그 익숙해진 섬 생활이 순간 자랑하고픈 특별한 경험으로 보여지게 된 건 이런 시점의 변화 때문이다.(사진:tvN)

 

적어도 간절함만큼은...‘골목식당’ 고깃집 섭외 통한 건

사실 이번에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이 찾아간 회기동 벽화마을은 시작 전부터 왜 그런 곳에 갔는가에 대한 비판이 적지 않았다. 죽은 골목상권을 살리겠다는 취지의 프로그램에 경희대 같은 대학가 상권을 찾는 건 어딘지 맞지 않아 보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시작부터 프로그램은 왜 이 곳을 찾았는가에 대한 설명을 먼저 덧붙였다. 백종원은 같은 상권이라도 잘 되는 곳과 안되는 곳이 있다는 걸 그 이유로 삼았다. “앞선 숙대 청파동 하숙골목 역시 잘되는 곳이었지만 안쪽으로 가면 안되는 가게가 있다”는 것. 김성주는 그 곳을 오디션 프로그램 때문은 7-8년 동안 찾아갔는데 “가게가 계속 바뀐다”는 말로 그 곳이 상대적으로 잘 되지 않는 집이라는 사실을 강조했다. 

실제로 처음으로 소개된 피자집은 꽤 맛이 좋은데다 값도 저렴했지만 손님들이 별로 없었다. 백종원도 이 곳이 “잘 알려지지 않아서 손님이 없는 것”이라고 말했을 정도였다. 그렇게 된 건 가게 시작한 후 몸이 아파 한 달 간 쉬었던 것이 치명적이었다. 백종원은 가게를 오픈하고 쉬는 건 절대 해서는 안 되는 일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두 번째로 소개된 닭요릿집은 왜 굳이 섭외가 필요한 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이미 대학가에서 가성비 좋은 곳으로 유명한 식당이었다. 20년 가까이 된 집으로 IMF 때 부모님이 시작했던 식당을 아들이 절친과 함께 이어가고 있었다. 그러니 어느 정도 레시피와 노하우가 확고히 잡혀 있다고 볼 수 있었다. 실제로 점심시간에 이 가게는 손님들로 북적였다. 

이 집을 섭외한 것에 대해서도 백종원은 나름의 이유를 덧붙여다. “동네 맛집이지만 한 부분만 고치면 날개를 달게 할 수 있다”는 것. 그렇게 이 동네에 한 집이 유명해지면 그로 인해 상권도 좋아질 수 있다고 했다. 닭요릿집이 그런 역할을 할 수 있는 곳이라는 것이었다. 실제로 닭볶음탕을 먹어본 백종원은 크기가 큰 닭을 써 양념이 안까지 배지 않기 때문에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며, 맛있게 먹는 법을 알려주었다. 그 방법을 써 붙여놓으면 더 좋을 거라는 것. 

닭요릿집도 나름 고충이 없는 건 아니었다. 부모님이 오래해 왔기 때문에 너무 많은 메뉴를 단순화하고 싶지만 마음대로 고칠 수 없다는 것이 그것이었다. 또 오래된 주방은 손볼 데가 많았다. 백종원은 주방을 보고 오래된 집만 아니면 한 마디 할 수밖에 없는 심각한 상태라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래도 어딘지 닭요릿집처럼 잘 되고 있는 집을 굳이 섭외해 솔루션을 제공할 필요가 있을까 싶은 느낌은 지울 수 없었다. 

그렇지만 이런 찜찜함조차 한 방에 날려버리는 세 번째 사연의 주인공들이 있었다. 방송 최초로 섭외된 고깃집 사장 부부가 그들이었다. 처음 찾아가 섭외의 대화를 나눌 때부터 어딘가 이들의 간절함이 남다르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지난 방송에 나왔던 버거집 사장이 “이거 아니면 안돼”라는 이야기를 하는 걸 봤다며 울컥해하는 사모님의 모습에서부터 남다른 간절함이 엿보였던 것.

고깃집이지만 대학가에 맞춰 저렴한 갈비탕, 육개장을 새 메뉴로 넣어 파는 이 집은 맛에 있어서는 혹평을 받았다. 백종원은 한 마디로 “맛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고기는 가격이 비싼데다 맛도 별로였고, 갈비탕은 보통 수준으로 개성이 없었으며 육개장은 심지어 시중에 파는 걸 사다 만든 것이었다. 좋은 평이 나올 수가 없었다. 

하지만 반전은 마지막에 고깃집 사장님이 전한 눈물어린 간절한 사연에 있었다. 이전 동네상권에서 장사가 안되어 고민하고 있을 때 어머님이 찾아와 ‘평생 모으신 돈’인 5천만 원을 내밀며 다시 해보라고 잘될 거라고 했다는 것. “너무 부끄러워 말도 나오지 않았다”며 눈물을 보이는 사장님은 “전국적으로 욕을 먹어도 된다”는 말로 자신의 간절함을 전했다. 자신 혼자만의 일이 아니라 가족과 어머님의 한 평생이 같이 걸려 있는 문제이기에 ‘이거 아니면 안 된다’는 절박함이 담겨질 수밖에 없었다.

최근 <백종원의 골목식당>은 그 영향력이 커진 만큼 섭외에 대해 시청자들의 민감한 반응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래서 이번 회기동 역시 대학가 상권이라는 이유로 시작 전부터 논란이 일기도 했다. 또 서울만이 아니라 더 상권이 없는 지방을 찾아가야 하지 않느냐는 이야기도 나왔다. 하지만 적어도 이번에 출연한 고깃집만큼은 그 섭외가 통했다고 볼 수 있다. 맛이 없고 문제가 있더라도 최소한 이거 아니면 안된다는 ‘간절함’이 있고, 또 욕을 먹더라도 개선해나가겠다는 자세가 보이는 집. 이런 집이야말로 이 프로그램이 찾아가야 하는 곳이 아닐까.(사진:SBS)

<1>유지태, 안 웃기면 어떠리, 출연만으로 고마

 

KBS <12>에 박보검이 출연했을 때 시청률은 무려 19.9%(닐슨 코리아)까지 치솟았다. 이 시청률은 그 전 주인 14.7%에서 5.2%나 상승한 결과였다. 이번 동거인 특집으로 등장한 유지태 출연의 효과 역시 예사롭지 않다. 그 유지태 출연의 오프닝만을 보여준 23일 자 <12>의 시청률은 17.4%. 지난 주 16.5%보다 0.9% 포인트 상승했다. 오프닝으로 이 정도니 다음 주에 대한 기대감은 더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1박2일(사진출처:KBS)'

물론 유지태는 예능 출연 자체가 처음이라 오프닝에서 모든 게 어색한 예능 초보의 모습을 보여줬다. 즉 빵빵 터트리는 웃음을 줬다고 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사실 유지태 같은 배우에게 애초부터 시청자들이 요구하는 건 그런 웃음이 아니었는지도 모른다. 그것보다는 우리가 영화나 드라마에서 봐왔던 그 배우로서의 모습이 아닌 그저 평범한 한 남자이자 아빠, 그리고 김준호와 차태현의 절친인 자연인으로서의 모습이었을 것이다.

 

그런 점으로 보면 유지태가 어색해하고, 하다못해 코끼리 코 10바퀴 도는 것 자체가 어려워 다 돌고는 맨바닥에 쓰러지며, 지는 가위바위보 게임에서 연거푸 지면서 괜한 승부욕을 꺼내는 그런 모습이 주는 솔직한 모습이 훨씬 자연스러웠다고 보인다. 그런 유지태를 절친인 김준호는 배우 불러다 놓고 이게 뭐하는 짓이야!”라고 호통을 치기도 하고, 함께 동거하며 지냈떤 시절의 이야기를 꺼내 웃음을 주기도 하며 감싸주었고, 차태현은 그의 행동에 리액션을 척척 붙여 그의 캐릭터를 세워주려 노력했다.

 

카메라가 켜져 있을 때보다 꺼져 있을 때 찍혀진 유지태의 말과 행동은 훨씬 자연스러워보였다. 코끼리 코 도는 걸 잘 못한 자신이 마음에 걸리는 듯 잘 하고 싶다며 연습을 하는 모습이라니. 영화 <봄날은 간다>의 그 사랑이 어떻게 변하니?”라고 말하던 순수남의 모습과, 드라마 <굿와이프>에서 쓰랑꾼(쓰레기+사랑꾼)으로 불리던 그 카리스마는 온 데 간 데 없고 예능의 세계에 조금씩 빠져드는 그런 모습이 주는 기분 좋은 느낌.

 

사실 박보검이 나왔을 때도 그가 대단히 웃음을 빵빵 터트린 그런 게스트는 아니었다. 그보다는 그저 그 자리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고마운 그런 느낌. 그래서 고소공포증이 있다는 김종민마저 박보검의 요청에 선선히 놀이기구를 타는 모습은 보는 이들을 미소 짓게 만들었다. 즉 박보검도 그렇고 유지태도 <12>의 섭외가 요구하는 건 폭소가 아니라는 점이다. 그것보다는 웃기는 그 예능판에 들어온 그들의 예능에 물들지 않은(?) 순수한 모습이 만들어내는 미소다.

 

때때로 <12>은 웃음에 대한 강박을 보여주기도 한다. 그래서 그 본질인 여행 그 자체보다 복불복이 프로그램의 전반을 가득 채우는 경향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어쩔 수 없는 예능인들의 본능일 수 있는 이 강박은 필요한 긴장이지만 그것이 너무 반복되다보면 비슷한 패턴의 늪에 빠지는 경우도 있다. 박보검이나 유지태 같은 게스트의 출연은 그래서 프로그램에 새로운 활력을 제공한다. 거기에는 웃기려는 강박이 살짝 사라진 지대에 만들어지는 새로움이 이들 게스트로부터 생겨나기 때문이다.

 

<12>의 빵빵 터지는 웃음은 물론 김준호나 김종민 같은 베테랑들의 몫이다. 그들은 사실 어떤 상황에 던져놔도 누구와 함께 해도 웃음을 만들어낼 수 있는 이들이다. 그러니 웃음과 상관없이 예능판에 참신한 게스트의 섭외는 <12>에는 괜찮은 결과로 이어진다. 좀 안 웃기면 어떤가. 출연만으로도 충분히 고마운데.

<런닝맨>, 이토록 놀라운 유재석의 게스트 대응이라니

 

만일 유재석이 없었다면 어쩔 뻔 했나. <런닝맨> ‘100100 레이스는 액션배우, 프로레슬러, 씨름선수, 유도선수, 태권도단 이렇게 다섯 부류 각 20명씩 총 100명과 <런닝맨> 출연자들이 즉석에서 93명을 섭외해 구성한 총 100명이 대결을 벌이는 아이템을 시도했다.

 


'런닝맨(사진출처:SBS)'

기획은 실로 창대했다. 각 인물군들이 20명씩 등장해 저마다 강력한 액션을 선보이고 그걸 본 <런닝맨> 출연자들이 잔뜩 긴장하고 심지어 경악하는 모습은 이 날의 블록버스터에 가까운 대결에 대한 기대감을 갖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곧 이 아이템이 가진 무리한 점들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그것은 <런닝맨> 출연자들이 스스로 섭외해 속속 모여드는 그 많은 게스트들을 콘트롤 한다는 것이 쉽지 않다는 걸 발견하게 된 것. 당연한 일이지만 게스트는 한 명만 나와도 그에게 집중시키기 위해 꽤 많은 시간을 할애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처음 스무 명이 차례차례 모이고 그 후에 계속 게스트들이 물밀 듯이 들어와 50명 가까운 인원이 채워지자 <런닝맨> 출연자들은 한없이 미안해질 수밖에 없었다. 바쁜 와중에도 사적인 친분으로 찾아오긴 했지만 방송에 나오는 시간은 한정적일 수밖에 없고, 심지어 어떤 인물은 잠깐 얼굴을 비춘 후 병풍이 되어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다행스럽게도 유느님이 있었다. 유재석은 재차 모여 준 게스트분들에게 죄송하다는 말을 전하며 짧아도 한 사람 한 사람 인터뷰를 하기 시작했다. 놀라운 건 단 몇 초 몇 분에 불과한 대화지만 그 속에서도 게스트들의 캐릭터 하나하나를 유재석이 살려내고 있다는 점이었다.

 

연배가 있는 장정구 같은 전 챔피언을 살뜰히 챙기는 건 물론이고 힙합 느낌이지만 의외로 트로트를 부르는 마아성 같은 예능 새얼굴을 발굴해내기도 했다. 하하가 초대한 홍대 피플들을 하나하나 챙기고,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은 김광규에게는 머리가 나기 시작했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웃음을 주었다.

 

물론 난점은 계속 생겼다. 새로 온 게스트들을 소개하고 있자면 처음에 일찍 왔던 게스트들이 잊혀지게 됐던 것. 유재석은 그 부분도 그냥 지나치지 않았다. 처음에 왔던 유이가 뒤쪽 구석에 앉아 있는 걸 굳이 거론하고, 새로 온 게스트들이 웃음을 줄 때면 뒤쪽에 앉은 게스트들 역시 즐거워하신다며 그 분위기에 동참시켰다.

 

그러면서도 유재석은 게스트들이 빠져나가는 것을 단속하는 모습으로도 웃음을 주었다. 중간에 게스트가 화장실에 가 자리가 빠져있는 걸 발견하고는 <런닝맨> 출연자들에게 감시를 시켰던 것. 물론 그건 웃음을 주기 위한 멘트였지만 아마도 게스트들은 거기 담긴 유재석의 양해를 이해할 수 있었을 것이다.

 

누가 봐도 무리한 아이템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유재석이 있어 그 무리한 아이템이 지금껏 보지 못한 놀라운 진풍경을 연출할 수 있었다. 이미 토크쇼 등에서 출연한 게스트들을 살뜰히 배려하고 캐릭터를 잡아내는 능력을 발휘해왔던 유재석이었지만 그가 이 정도의 능력자라는 걸 새삼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이러니 모두가 기꺼이 유재석의 게스트가 되고 싶어 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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