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션, 순위 집착보다는 음악 그 자체

 

버스커 버스커가 <슈퍼스타K3>에 처음 모습을 드러냈을 때만 해도 이 순수한 밴드가 우리네 가요계에 이 정도의 신드롬을 만들어낼 수 있을 지 그 누구도 예측하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이 밴드는 오디션 프로그램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았으니까. 그들의 음악은 절대 고음으로 듣는 이를 소름 돋게 하는 가창력이나, 누군가를 눈물 흘리게 만드는 절절함과는 거리가 있었다. 심사위원들조차 버스커 버스커의 단점으로 고음이 안 된다는 점을 지목했고, 음악이 반복적이라며 비판하기도 했다. 결국 버스커 버스커는 톱10에 들어가지도 못했다.

 

'버스커버스커'(사진출처:Mnet)

하지만 예리 밴드 사건이 터진 후, 다시 새로운 경쟁자를 뽑는 과정에서 버스커 버스커는 톱10에 합류하게 되었고, 그 후로 점점 그 특유의 감성으로 대중들을 중독시켰다. 버스커 버스커의 리더 장범준의 고음이 안되는 보컬을 비판했던 윤종신은 그것과 상관없이 그만의 독특한 매력이 있다는 것을 인정했다. <슈퍼스타K> 같은 오디션 프로그램과는 어울리지 않아 보이는 그들의 음악은 바로 그 점 때문에 초반 비판받았지만 결국 또 그것 때문에 호평을 받기 시작한 것이다. 버스커 버스커는 경쟁과 상관없이 독자적인 자기만의 색깔을 음악을 통해 들려주었다. 그들은 결국 최종 결선에까지 오르는 놀라운 결과를 만들어냈다.

 

이 <슈퍼스타K3>에서 버스커 버스커가 일으킨 변화는 그들이 첫 앨범을 발표하면서 가요계 전체에까지 퍼져나갔다. 봄바람이 산들산들 불어오는 계절에 그들의 '벚꽃엔딩'은 마치 공기처럼 우리의 귀와 온 몸에 스며들었다. 어딘지 순수하면서도 마음에 와닿는 가사와 그저 읊조리는 듯한 목소리, 감성을 자극하는 멜로디, 어쿠스틱한 사운드는 그간 가요계에서 잊고 있던 '진짜 음악'을 떠올리게 했다. 과거 송골매나 산울림을 통해 들었던 마치 비틀스적인 음악 자체의 매력을.

 

각종 오디션 프로그램들이 난무하면서 치달았던 가창력 대결에 피곤을 느낀 대중들은 이 음악 자체를 즐길 수 있고 빠져들 수 있으며 때론 쉴 수 있게 해주는 버스커 버스커를 통해 음악적인 휴식을 가질 수 있었다. K팝으로 시끄러운 한류 바람이 보여준 현란한 시각적 충격과 오디션 프로그램들이 보여준 극한의 목청 대결에서 잠시 벗어나 '이것이 진짜 음악이야'라고 말하는 듯, 그들의 음악은 마치 오랜 겨울을 겪고 있는 가요계에 청춘(靑春)의 설렘을 더해주었다.

 

쉬운 노랫말, 과감하면서도 귀에 쏙쏙 박히는 멜로디, 청춘이라는 주제, 신구세대가 모두 공감할 수 있는 아날로그 감성, 무엇보다 만들어진 느낌이 아니라 즐긴 듯한 느낌의 음악. 버스커 버스커가 보여준 것은 그간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이들로서의 가수들이 점점 포화상태가 되어버린 가요계에 대중들이 얼마나 아티스트로서의 가수를 희구해왔는가 하는 사실이었다.

 

"존 레논이 노래를 잘 하나요?" <승승장구>에 출연한 이승철은 가수의 가창력에 대해서 이렇게 반문한 적이 있다. 가수의 자질은 가창력으로만 판가름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 버스커 버스커는 가창력만이 아니라 자신들의 개성 넘치는 음악이 얼마나 대중들의 마음을 뒤흔들 수 있는가 하는 것을 잘 보여주었다. 한바탕 봄날을 놀고는 잠시 활동 중단에 들어간 버스커 버스커. 그들은 가을이든 겨울이든 다시 돌아와 또 그 계절의 감성을 공기 속에 퍼트릴 것인가. 여전히 '벚꽃엔딩'을 들으면 그 벚꽃 날리던 2012년의 봄날을 떠올리게 되는 것처럼.


광고시간도 기다림으로 채우는 '슈스케'의 힘

'슈퍼스타K3'(사진출처:Mnet)

"60초 후에 공개됩니다." '슈퍼스타K'에서 김성주 아나운서의 트레이드마크가 된 이 멘트는 사실 광고 소개나 마찬가지다. 케이블 채널이라는 특성에 맞춰 중간 광고를 60초 넣게 되면서 생긴 것이다. 따라서 프로그램 도중 뚝 끊기고 광고가 나오는 것을 인식한다면 시청자들은 불만을 제기할 수도 있다. 하지만 웬걸? 김성주 아나운서가 이 멘트를 던지는 순간, 불만보다는 기대감 섞인 웃음이 나오는 건 왜일까. 도대체 무엇이 불만을 기대로 바꾼 것일까.

이 멘트가 거의 유행어가 된 이유는 그 멘트가 사용되는 지점과 관련이 있다. 즉 이 멘트는 '슈퍼스타K'라는 오디션 경쟁에서 가장 긴장감이 높은 하이라이트 지점에 포진되어 있다. 이 멘트는 본선 이전의 예선에서는 출연자들에게 어떤 상황이나 사건이 벌어졌고 그것에 대한 의문이나 궁금증이 커지는 지점에 들어갔으며, 본선에서는 어김없이 탈락자 발표 순간에 들어간다. "이번 오디션의 탈락자는..."하고 잠시 시청자와 밀고 당기는 김성주 아나운서의 입에 시청자와 관객의 눈길이 집중되었을 때, 그 긴장감을 무너뜨리며 "60초"가 언급된다.

이렇게 되자 '60초'의 시간은 광고가 송출되는 시간이 아니라 결과 발표를 기다리는 기대감의 시간으로 바뀐다. '60초'는 가장 중요한 순간임을 알리는 시청자와의 약속어가 된 셈이다. 무엇보다 막연한 '잠시 후'가 아니라 '60초'라는, 구체적인 시간이라는 점이 중요하다. 만일 '잠시 후'라고 했다면 언제 프로그램이 시작될 지 알 수 없는 시청자들은 채널을 돌릴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60초다. 그 구체적인 60초는 시청자들을 기대감에 충분히 기다리게 해준다.

물론 '60초 후에 공개됩니다'라는 멘트가 이렇게 효과적으로 활용되기 위해서는 두 가지 전제가 필요하다. 그 첫째는 김성주 아나운서의 이른바 '기다리는 것이 오히려 즐거워지게 되는' 진행방식에 익숙해지는 것이다. 김성주 아나운서는 스포츠 아나운서 출신답게 '슈퍼스타K'라는 무대를 온전히 하나의 스포츠 게임처럼 구성하는 능력이 있다. 출연자를 소개할 때는 마치 권투나 이종격투기 경기의 그것을 연상시키고, 노래를 부른 출연자들을 세워두고 심사위원의 평가를 받을 때는 마치 중간에 선 심판 같은 인상을 만들어낸다. 물론 탈락자 발표에 있어서 밀고 당기며 시청자들의 마음을 쥐락펴락하는 능력은 그의 진행의 백미다. 이런 진행 방식 때문에 우리는 기꺼이 '60초'를 기다릴 수 있는 마음이 된다. 그것은 즐거움을 위한 것이니까.

하지만 무엇보다 더 중요한 건 두 번째 전제다. 그것은 이 오디션 프로그램의 경연 자체가 누가 남고 누가 탈락할 것인지 우열을 가리기 힘들 정도로 팽팽하다는 데 있다. 만일 우열이 확실히 갈린다면 마지막 탈락자 발표 순간의 '60초'는 밋밋해질 수밖에 없다. 이렇게 되면 그 시간 또한 지루해질 것이다. 하지만 모두가 숨은 실력자로 무대 위에 오른 그들의 경연은 결과를 예측하기가 어렵다. 도대체 이 이미 자신들만의 스타일이 완성된 듯한 팀들의 우열을 어떻게 예측할 것인가.

많은 다른 오디션 프로그램들이 생겨나고 있지만 '슈퍼스타K'가 독보적인 프로그램으로 인식되는 것은 바로 이 경중을 평가할 수 없는 뛰어난 실력의 참가자들 덕분이다. 이것은 아마도 가장 인지도가 높은 오디션 프로그램으로서 당연히 가장 많은 경쟁자들이 몰리기 때문일 것이다. 많이 오기 때문에 그만큼 실력자도 많은 셈이다. 프로그램 중간에 떡 하니 60초 정도는 기다리게 만들 수 있는 힘. 광고시간마저 궁금증과 기대감으로 채우는 '60초'의 위력은 그래서 거꾸로 이 프로그램이 갖고 있는 참가자들의 높은 질적 수준을 얘기해주는 것이기도 하다.


'슈스케3', 어디서 이런 보석들이...

'슈퍼스타K3'(사진출처:mnet)

정말 이들이 아마추어란 말인가. '슈퍼스타K3(이하 슈스케3)' 얘기다. 사실 노래 잘하는 친구들은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누군가의 어려운 노래를 곧잘 따라하고 자기 식으로 소화해내는 그런 가수 지망생들. 하지만 마치 태생이 가수가 되기 위해 태어난 것처럼 철저히 자기들만의 세계를 구축하고 있는 이들은 드물다. 자기 노래를 스스로 작곡 작사하고 자기 스타일을 만들어내고 노래에 맞는 안무까지 척척 연출해내는 이들은 심지어 프로의 세계에서도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 이런 이들을 우리는 가수라 부르기보다는 뮤지션, 혹은 아티스트라 부른다.

'슈스케3'가 발굴해낸 울랄라세션, 투개월, 버스커버스커가 그렇다. 지금껏 계속해서 슈퍼세이브(문자 투표와 상관없이 심사위원 최고점을 받은 이는 합격 되는 제도)로 경연을 통과한 울랄라세션은 최고의 엔터테이너로서의 능력을 보여주었다. 가창력은 기본으로 갖춘데다가 곡 해석력 또한 뛰어나고, 네 명이 만들어내는 하모니나 구성, 게다가 안무까지 뭐 하나 빠지는 데가 없다. '달의 몰락' 같은 곡에서는 애절함과 경쾌함을 잘 섞어놓고, 'Open arms'는 절절함을 그대로 잘 살려낸다. 세 번째 무대에서 부른 '미인'은 노래에 스타일, 입체적인 안무의 완벽한 조화를 보여주었다.

게다가 암 투병을 하는 임윤택의 이야기는 그 자체로 울랄라세션의 아우라가 되어주고 있다. 그 어떤 힘겨움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는 음악에 대한 그들의 열정은 가수의 뛰어난 기교나 무대매너, 음악적 성취 그 무엇보다도 중요한 덕목이 아닐 수 없다. 심사위원 이승철이 "말이 필요 없다. 음악에 대한 열정, 무대 위에서 투혼을 발휘하는 모습에 심사위원 모두 감사와 경의의 박수를 보낸다."고 말한 것이 전혀 과하게 느껴지지 않은 것은 그들의 무대가 실제로도 그만큼 빼어났기 때문이다.

투개월은 그 독특한 음색으로 벌써부터 대중들의 귀를 사로잡고 있다. 김예림은 한 번 들으면 잊혀지지 않는 매력적인 목소리 톤을 갖고 있는데다가 독특한 분위기와 출중한 외모가 덧붙여져 묘한 그녀만의 색깔이 만들어졌다. 이처럼 투개월은 김예림을 전면에 세워두는 듀오지만 그 뒤를 받쳐주는 도대윤 역시 반드시 필요한 존재다. 기타는 물론이고 김예림과 어우러지는 도대윤의 화음은 이들의 노래를 좀 더 입체적으로 만들어낸다. 대중들의 반응은 폭발적이다. 기성 가수라도 이 정도의 존재감을 갖기는 어렵지 않을까.

버스커버스커는 늘 지적되는 장범준의 가창력 부족에도 불구하고 사전 인기투표에서 늘 1위를 차지하는 저력을 발휘하고 있다. 이것은 '슈스케3'가 이제 시즌을 거듭하면서 가창력 대결만이 아니라 좀 더 다채로운 스타일을 요구하고 또 수용하고 있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버스커버스커의 '동경소녀'는 경쾌한 리듬이 잘 살아있는, 이 팀 특유의 스타일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곡이다. 노래가 아니라 음악을 아는 이들은 이미 뮤지션이라고 불러도 무방할 정도로 자신만의 음악세계를 구축하고 있다.

이미 울랄라세션이나 투개월, 버스커버스커의 노래는 각종 음원차트에서 기성 가수들의 곡을 넘어서고 있다. 이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어딘지 찍어낸 듯한 기성 가수들의 노래가 기성복 같다면, 이들의 노래는 마치 핸드메이드로 만들어진 음악 같은 신선함을 갖고 있어 그만큼 주목되기 때문이다. 이미 기성가수들을 넘어서는 음악적인 존재감을 보여주는 이들을 어찌 아마추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슈스케3'가 발굴해낸 프로를 뛰어넘는 아마추어들은 이제 오디션 프로그램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는가를 말해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슈스케'를 포함한 초창기 오디션 프로그램들이 가창력 하나에만 그토록 천착해왔다면, '슈스케3'로 진화된 오디션 프로그램은 이제 좀 더 갖춰진 음악성이나 독특한 개성을 바라보게 되었다. 그러니 이제 오디션 프로그램은 어쩌면 스타를 만드는 과정이 아니라 스타를 발견해내는 과정이 되어가는 지도 모른다. 참으로 세상은 넓고 그 넓은 세상에 숨은 인재들도 많다. 다만 이제까지 그들이 설 무대가 없었을 뿐이다. 그러니 이렇게 발굴될 인재들은 어쩌면 앞으로의 가요계 판도를 좀 더 다채롭게 만들지 않을까. 이미 여러 음원차트가 말해주고 있는 것처럼 그 변화는 이미 시작되고 있다.


'위탄2', 통편집이 가진 문제

'위대한 탄생'(사진출처:MBC)

'위대한 탄생2(이하 위탄2)'의 지원자 수는 정확하게 몇 명인지 알려진 바가 없다. 다만 오디션장에 몰려든 인파들을 원경에서 찍어 보여준 것으로 그 규모를 가늠할 뿐이다. 상당히 많을 수밖에 없는 1차 오디션이 통편집된 것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일 수 있다. 어느 정도 걸러진 인물들을 2차 오디션부터 보여주는 것이 훨씬 집중도가 높기 때문이다. '선택과 집중'은 물론 오디션 프로그램처럼 많은 인물들이 등장하는 프로그램에서는 가장 중요한 덕목이다.

하지만 이미 2차 오디션으로 걸러져 이제 137개 팀으로 좁혀진 위대한 캠프에서 여전히 통편집이 등장하는 건 왜일까. 2차 오디션에서 심사위원들의 말끝을 잘라서 오히려 주목받은 김태극이나 회계사 출신으로 일찌감치 세간의 관심을 받게 된 배수정 같은 인물이 상당한 시간을 할애 받은 반면 같은 무대에 선 몇몇 지원자는 거의 얼굴조차 등장하지 않았다. 이러한 편집은 과연 효과가 있는 것일까.

'슈퍼스타K3'와 비교해보면 이러한 통편집은 '위대한 탄생2'의 특징처럼 읽힌다. '슈퍼스타K3'가 무모할 정도로 많은 지원자들을 빠른 편집을 통해 짧게 짧게라도 보여줬던 반면, '위대한 탄생2'는 지원자들 중 될 성부른 이들만 쏙쏙 뽑아 편집해 보여주고 있다. '슈퍼스타K3'의 많은 지원자들의 빠른 편집분은 분명 시청자들의 눈을 피곤하게 만드는 게 사실이다. 또 '위대한 탄생2'의 통편집은 시청자들을 보다 쉽게 몇몇 지원자들에게 집중시키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러한 통편집은 '다양성'의 차원으로 보면 잘못된 선택이다. 대중들이 원하는 것은 좀 더 다채로운 인물들의 경연이지, 잘 하는 몇몇 사람들만 쏙쏙 빼서 보여주는 경연은 아닐 지도 모른다. 물론 이러한 집중이 시청률을 높이는 데는 좋다. 그만큼 정돈된 스토리의 일관성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도 이렇게 깔끔하게 잘려진 영상은 그렇게 소외되어 버린 지원자들에게는 예의가 아니다.

게다가 '위대한 캠프'처럼 집단으로 나와 한 명씩 경연을 보여주고 거기서 당락을 결정하는 방식에서 이러한 통편집은 결과를 미리 알려주는 잘못된 선택이기도 하다. 즉 당락 결정에 앞서서 심사위원들은 합격과 불합격이 될 지원자들을 따로 분류하는데, 누가 봐도 통편집된 지원자가 서는 쪽이 불합격이라는 건 알 수 있는 일이다. 이것은 심사위원들의 심사 방식이 어떤 긴장감을 유발하려는 노력을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편집에 의해 그 긴장감이 깨져버리는 결과를 가져온다.

무엇보다 더 큰 문제는 통편집이 이 오디션 프로그램에 부여하는 뉘앙스다. 이것은 어딘지 공정하지 못하다는 인상을 남긴다. 물론 오디션 과정이나 심사 과정은 공정하겠지만, 방송이 오디션 참가자들을 비추는 방식이 승자 독식의 게임처럼 보여주는 건 불공정한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이것은 어쩌면 오디션 프로그램에 대중들이 바라는 것에 전면으로 위배되는 것일 수 있다. 대중들은 오디션을 통해 그것이 판타지라도 희망이 보고 싶은 것이지, 불공정한 현실을 확인하고 싶은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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