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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정덕현
가 해부하고 있는 시스템의 밑바닥 수 백 억씩 주무르던 펀드매니저가 하루 아침에 노숙자 신세가 된다면 어떤 기분일까. JTBC 는 이른바 작전 주식을 쥐고 흔들던 장태호(윤계상)가 오히려 누군가 주도한 역작전에 걸려 밑바닥으로 떨어지는 장면에서부터 시작한다. 책상머리에서 숫자로만 수 십 억씩 봐온 돈은 별다른 감흥을 주지 않지만, 막상 노숙자 신세가 되어보니 단 몇 천 원이 아쉽다. 배고픔은 밥 한 끼에 영혼이라도 팔 수 있을 것 같은 처절함을 안겨준다. 그런데 이 가 그리고 있는 밑바닥의 풍경이 심상찮다. 거기에는 노숙자들 위에 군림하는 지하 경제 시스템이 있다. 그 시스템의 맨 꼭대기에 있는 곽흥삼(이범수)은 길거리 맨 밑바닥에서부터 시작해 지금은 펜트하우스에서 지내며 100억 규모의 지하 경제를 움..
'미세스캅', 아줌마의 촉과 오지랖 어떻게 볼 것인가 아줌마들 특유의 촉과 오지랖은 일에 있어서 장점일까 단점일까. 의 최형사(김희애)라는 캐릭터는 제목에 걸맞게 아줌마들의 특성을 오히려 장점으로 장착한 인물이다. 첫 회에서 연쇄살인범에 의해 잔인하게 살해당한 여자의 집에서 시루떡을 보고는 그것이 '이사 떡'을 빙자한 침입이었다는 걸 간파하는 장면은 이 최형사의 캐릭터를 제대로 보여준다. 이 드라마는 기획의도에 들어있듯이 아줌마이기 때문에 가진 능력(?)을 전면에 내세운다. 즉 '내 가족의 건강과 재산을 위해서라면 쪽팔릴 것 없고 못할 것 없는 가족의 수호자'인데다, '남자의 직감보다 20배 이상' 뛰어난 아줌마의 '수사적 직감'이 그것이다. 기획의도에 따르면 아줌마의 촉이란 '예컨대, 남편 자동차 조수..
, 갑을 시스템 뇌관 제대로 건드렸다 SBS 수목드라마 의 상승세가 심상찮다. 첫 회 시청률 11.6%(닐슨 코리아) 자체가 이례적이다. 그런데 2회 만에 14.1%를 기록했다. 다친 조폭들을 치료해주는 왕진 의사라는 독특한 설정이 의학드라마와 액션 장르를 잘 버무려낼 수 있게 해준 게 주효했다. 첫 회는 영화라고 해도 좋을 만큼 강렬한 자동차 액션 신이 시청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하지만 역시 드라마의 힘은 액션 신 같은 볼거리가 아니라 캐릭터와 이야기에서 나오기 마련이다. 의 속물의사 김태현(주원)이라는 캐릭터는 제대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가 그렇게 속물의사가 된 까닭은 결국 ‘돈’이다. 수술의사가 VIP병동으로 가버려 눈앞에서 어머니의 임종을 맞이하게 된 김태현에게 사람을 살리고 죽이..
, 그건 사랑일까 욕망일까 상류사회를 바라보는 대중들의 시각은 대체로 두 가지로 나뉜다. 그 하나는 선망이자 판타지다. 서민들이라면 도무지 가질 수 없는 화려하고 부유한 삶에 대한 막연한 동경. 이걸 드라마로 다루면 주로 신데렐라가 나오는 멜로가 나온다. 다른 하나는 계급적인 시각이다. 죽어라 열심히 살고 있는데 누구는 점점 더 잘 살고 누구는 점점 못 살게 되는 사회 시스템의 부조리를 들여다보는 것이다. 이걸 드라마로 다루면 사회극이 나온다. 그렇다면 아예 제목부터 인 이 드라마는 어떤 시각을 보여주고 있을까. 는 이 두 가지 패턴화된 시각을 여지없이 깨버린다. 회장 아들이 등장하긴 하지만 그 흔한 신데렐라 이야기는 잘 보이지 않는다. 서민 중의 서민으로 보이는 알바생 이지이(임지연)는 그를 쫓아다니는..
앞으로의 10년을 위해 가 준비하는 것 이 어언 10년을 맞았다. 사실 8주년, 9주년 할 때마다 이 지금껏 우리네 예능사에 해온 발자취를 더듬는 글들이 쏟아졌다. ‘다양한 예능의 형식실험’, ‘카메라 촬영 시스템의 진화’, ‘예능 위의 예능’, ‘ 이전과 이후로 나뉘는 예능사’ 같은 의 가치들은 그래서 굳이 말하지 않아도 대부분의 대중들도 알고 있는 것들이다. 하지만 이제 중요한 건 과거가 아니라 미래다. 앞으로 은 어떤 행보를 통해 또 다른 10년을 기약할 수 있을까. 이미 김태호 PD가 을 시스템적으로 정착시키려고 노력하고 있던 건 최근의 일이 아니다. 사실 같은 덩치 커진 예능 프로그램을 김태호 PD 혼자 모두 감당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거의 10년 간 한 번도 쉬지 않고 새로운 아이템을 기획..
고아성, 정성주 작가의 깊이가 보인다 어떻게 이런 기막힌 캐릭터가 탄생했을까. SBS 의 서봄(고아성)은 놀라운 캐릭터다. 한인상(이준)의 아이를 가져 그의 아버지 한정호(유준상)라는 상류층 괴물의 집에 포획된 존재처럼 보였지만 그건 빙산의 일각일 뿐이었다. 그녀는 조금씩 이 세상에 적응했고 괴물들과 더불어 살아가며 그들의 방식으로 어떻게 세상을 주무르는지를 터득해간다. 언니 서누리(공승연)가 상류층 자제를 잡아 그 세계에 입성하려 했다가 그 소문이 찌라시에 퍼지고 망신만 당하게 되자 서봄은 놀라운 대처 능력을 보여준다. 서누리를 만나 따끔하게 현실을 인식시켜주고 최연희(유호정)의 개인비서인 이선숙(서정연)을 시켜 한정호의 업무 비서인 양재화(길해연)에게 그 물의를 빚게 만든 상류층 자제의 집안이 어떤 ..
'무도' 추격전에 담아낸 씁쓸한 현실 역시 이다. 이 추격전에 사회 시스템을 고발하는 메시지를 담아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물론 그것은 만의 열린 이야기 구조를 통해서다. 과거 '여드름 브레이크' 같은 추격전에서는 곳곳에 숨겨진 메시지들이 철거에 의해 보금자리를 빼앗긴 서민들의 이야기를 담아내기도 했다. 직접적으로 메시지를 던지는 것이 아니라, 마치 수수께끼처럼 곳곳에 단서를 놔두어 시청자들이 그걸 발견하게 해주는 것. 이번 상자 쟁탈전도 마찬가지다. 이 게임의 룰에는 일종의 속임수 같은 것이 깔려 있다. 그것은 상자를 열어 돈을 가져간 이의 액수는 다른 이가 또 상자를 열었을 때 사라져버리지만, 상자를 열 때마다 그 돈을 충당하기 위해 출연자들이 나누어진 빚은 사라지지 않고 누적된다는 룰이다. ..
, 진경의 개과천선 왜 를 닮았을까 SBS 수목드라마 와 월화드라마 를 보다보면 그 유사한 현실이 눈에 들어온다. 는 언론의 문제를 다루는 드라마이고, 는 법 정의의 문제를 다루는 드라마다. 물론 소재가 확연히 다르기 때문에 그 이야기의 전개방식은 완전히 다르다. 하지만 그 배경이 되고 있는 정치, 언론, 법은 같은 드라마인 것처럼 똑같다. 에서 언론은 대기업 회장과 결탁해 여론조작을 일삼으며, 그 대기업 회장은 그 위에 정치인과 맞닿아 있다. 이 커넥션으로 인해 무고한 시민들이 희생양으로 고통 받는다. 기하명(이종석)과 최인하(박신혜)는 이 커넥션을 폭로하고 진실을 밝혀냄으로써 무고한 이들의 희생을 막고 정의를 실현하려 한다. 가 그나마 어떤 풍자를 섞어 약간의 여유를 보여주고 있다면, 는 쉴 틈 없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