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스케3', 역시 이승철이다

'슈퍼스타K3'(사진출처:Mnet)

역시 이승철이다. '슈퍼스타K3'를 시작하며 "이제 독설의 시대는 갔다"고 선언한 그는 확실히 달라졌다. 여전히 거침없이 할 말을 하고, 제 아무리 동정적인 시선을 갖게 해도 요건이 되지 않으면 '불합격'을 주는 그는 참가자들을 긴장하게 만든다. 하지만 이것은 초창기의 그 독설이 아니다. 독설이란 상대방을 깎아내리는 자극적인 멘트를 뜻하지만, 그의 심사에는 참가자의 장단점을 정확히 꿰뚫는 정교함으로 듣는 이를 공감하게 하는 구석이 있다. 이것은 독설을 '명쾌한 심사'로 바꾼다.

'신입사원'에서 고배를 마셨던 정다희에게 "아나운서 되시고 나서 회식갈 때 하시면 완전 인기 있을 것 같아요."라며 불합격을 주고 '생방송 톡톡 보니하니'에 출연했었던 유승엽에게 "단점이 참 많아요. 편안하게 다가갈 수 있는 목소리가 있는데 호란씨가 합격 안했으면 제가 슈퍼패스 한 번 써보려고 했었어요."라고 말하며, '방가방가'로 유명한 칸에게 "정말로 칸씨에게 좋은 기회 드리고 싶고요. 많은 분들에게 희망을 주시는 분이 되셨으면 좋겠는데 키를 맞추시는 음정연습이 좀 안되신 것 같아요. 불합격 드리겠습니다."라고 거침없이 말하는 그는 심사기준에 유명세 같은 것은 전혀 상관없는 심사를 고집한다. 이 공평한 부분은 독설에 가까운 심사평이라도 그의 심사에 대중들이 공감하는 바탕이 된다.

하지만 노래 잘 하는 참가자가 발견됐을 때, 그는 아낌없는 찬사를 던져주는 모습을 보인다. 임산부인 전성진씨가 노래할 때 시중일관 흐뭇한 미소를 띄운 그는 노래가 끝나자마자  "두 분이서 불합격 하시면 제가 슈퍼패스를 쓸게요. 아우 나 소름끼치는데. 따로 주머니가 있는 거 같지 않아요. 폐활량. 굉장한 실력이시네요."라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참가자들에게 가요가 아닌 왜 팝송을 하는지 모르겠다고 했던 그도 좋은 목소리를 가진 경지애씨가 팝송을 하자 "저는 개인적으로 지애양 같은 목소리 제일 좋아요. 노래를 아주 잘하고 음색이 아주 좋은 가수가 될 것 같아요."라고 말했고 그러면서도 "한 가지 부탁이 있는데 다이어트를 좀 해야 될 거 같아요."라고 지적할 것은 하는 모습을 보였다.

"노래 가사가 다 지루하네요. 가사에 나온 게 한 잔 술하고 담배밖에 없어. 그거 심의에 다 걸려요." - 방송심의위원장 이승철. "연습 안하면 불안하죠? 목이 쉬었어요. 목이 혹사된 느낌이 들어요. 이제 노래를 그만하세요. 노래는 그냥 편안하게 일주일에 한 번 목소리 컨디션 좋을 때 그것도 30분." - 이비인후과 전문의 이승철. "치명적인 단점이 구강구조가 노래하는데 굉장히 불리한 구강구조예요" - 치과의사. "약간 다이어트 하셔야 될 것 같아요." -황제 다이어트 단식원. 그의 거침없는 심사를 연속적으로 편집해 보여주면서 그의 캐릭터를 부여한 유머러스한 연출은 그가 심사위원으로서의 자질 이외에도 갖추고 있는 엔터테이너적인 요소를 잘 보여주었다. 어쨌든 이것은 오디션이면서도 방송프로그램이다. 그렇기 때문에 심사위원의 자질만큼 중요한 부분이 바로 이 엔터테이너적인 요소다.

미국에서 유진 킴이 오디션을 볼 때, 이승철과 윤종신이 보인 모습은 이승철의 거침없는 심사가 어디에서 비롯되는가를 잘 보여주었다. 그는 노래를 듣고는 "노래를 기본적으로 선천적으로 잘 하시는데 아무 생각 없이 부르시네요."라고 속 시원하게 털어놓았다. 그러자 옆에 앉아있던 윤종신이 "뭐라고 해야될 지 몰랐는데 표현을 잘 해주셨다"며 갈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말끝을 계속 흐리며 시간을 끌자 이승철은 "그 좀 빨리 좀 해요. 고문하는 것도 아니고 참."하고 말했다. 이것은 이승철의 단칼로 순식간에 베어내는 듯한 심사가 어쩌면 거기 오디션장에 힘겹게 서있는 참가자들을 위한 배려라는 것을 말해준다.

인정에 이끌려 안 될 참가자를 합격시킨다면 그는 오히려 나중에 더 큰 상처를 받을 수 있다. 도저히 가능성이 없는 참가자에게 헛된 희망을 부여한다면 자칫 인생을 허비할 수도 있다. 잘못된 부분을 직접 말하지 못해 빙빙 돌려서 표현하는 것은 그 자체로 고문이 될 수도 있다. 이런 점에서 이승철의 '단칼 심사'는 빛을 발한다. 그 안에는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심사의 기준과 근거가 들어가 있다는 점에서 더더욱 그렇다. 물론 그 캐릭터가 주는 즐거움은 덤이다.

'위대한 탄생', 심사의 개연성이 필요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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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탄생'(사진출처:MBC)

이은미의 멘토스쿨에서 권리세와 김혜리가 합격한 건 예정됐던 일일까. 이진선과 박원미가 탈락한 것을 대중들은 어떻게 받아들일까. 반면 상대적으로 가창력은 물론이고 발음 문제까지 고스란히 갖고 있는 권리세가 합격하고, 연습에 있어 불성실한 태도를 보였던 마산 일급수 김혜리가 합격한 것에 과연 대중들은 얼마나 공감하고 있을까. 물론 김혜리는 후반부에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열심히 하겠다는 의지를 보였기 때문에 어느 정도 고개를 끄덕일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권리세의 합격은 이미 거센 논란에 직면할 정도로 공감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가창력에 있어서 경쟁자인 이진선과 박원미가 월등히 뛰어났지만 그녀들이 탈락한 것은 결국 외모가 평가 기준이 되는 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갖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함께 심사를 한 윤일상은 '스타성'에 더 무게중심을 두었던 것으로 보이지만, 여기서 '스타성'이란 기준은 모호하기 이를 데 없다. 도대체 왜 이런 무리수를 두면서까지 이은미는 김혜리와 권리세를 뽑았던 것일까.

아무리 전문가들이 하는 심사라고 해도 노래에 대한 판단은 자의적이고 주관적일 수밖에 없다. 물론 누가 봐도 출중한 가창력과 스타성을 가진 후보라면 객관성을 담보할 수 있겠지만 '위대한 탄생'의 경쟁자들은 색깔이 조금씩 다를 뿐 실력에 있어서는 확연한 차이를 발견하기 어렵다. 따라서 멘토제를 갖고 있는 '위대한 탄생'에서 멘토들이 저마다 갖는 음악에 대한 생각과 거기에 맞는 자기만의 심사기준에 대한 일관성은 중요하다. 이것이 흔들리게 되면 대중들은 공감하기 어렵게 된다.

멘토의 심사기준은 주관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에 중요해지는 건 그 개연성이라는 얘기다. 김태원의 심사기준은 현재가 아니라 미래의 가능성에 맞춰졌다. 그래서 그가 만들어내는 멘티들과의 이야기는 심지어 감동을 주었다. 방시혁의 심사기준은 현 기획사 시스템을 그대로 가져왔다. 그래서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투입되었고 심사도 기성 음악 프로그램에서 진행했다. 그 이야기는 가수가 된다는 게 얼마나 뼈를 깎는 노력이 필요한 것인가를 잘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공감을 일으켰다.

이은미의 산사 음악회 콘셉트가 덧붙여진 멘토스쿨 역시 1백 명의 스님들 앞에서 벌어진 중간평가까지는 나름의 이야기를 전해주었다. '자신의 소리를 찾는다'는 콘셉트와 숨김없이 솔직하게 평을 내놓는 스님의 말씀은 이색적이면서도 신선했다. 하지만 그런 노래에 중심이 맞춰진 과정을 거친 후, 결국 스타성에 맞춰 최종 후보를 뽑는 모습은 일관성을 이해하기가 어렵다. 게다가 이은미는 지금껏 그 누구보다 가창력을 최고의 심사기준으로 제시하며 심지어 독설에 가까운 심사평을 내놨던 멘토가 아닌가.

이은미의 멘토스쿨 이야기는 그런 점에서 일관성을 결여했고, 그로 인해 공감을 잃었다. '위대한 탄생' 같은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그 스토리가 갖는 공감이다. 후보자들이 경쟁과정과 선발과정에서 보여주는 공감 가는 스토리가 그들의 이미지를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슈퍼스타K2'가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그 스토리가 일관됐기 때문이다. 가창력을 중심으로 공정하게 심사가 이루어진다는 프로그램의 이미지는 그래서 '슈퍼스타K'의 정체성이 되었다. 과연 이은미 멘토스쿨은 '위대한 탄생'만의 일관되고 개연성 있는 심사과정을 그려냈을까. 왜 우리는 그 결과를 공감하지 못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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