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권에 이어 이하늘까지 심사논란 생긴 이유

 

“노래가 좀 느끼했다.” 박재한이라는 이름으로 <슈퍼스타K5>에 나온 한경일에게 선배인 줄 모르고 던진 조권의 혹평은 엄청난 후폭풍으로 이어졌다. 후배가 선배를 평가할 수 있느냐는 얘기부터, 심지어 깝으로 유명해진 조권이 누구를 평가할 위치에 있느냐는 원색적인 비난까지 쏟아졌다. 결국 조권은 페이스북에 심사평 논란에 대한 해명글을 올리기도 했다.

 

'슈퍼스타K5(사진출처:mnet)'

하지만 한경일의 노래에 대한 혹평은 슈퍼위크에서도 이어졌다. “기대이하다. 프로였던 분이 오늘은 아마추어 같은 느낌이다. 처음에 오디션 보러 오는 그런 느낌이다. 노래 스타일이 조금 올드하다.” 박재한이 한경일이라는 것이 이미 공표된 상황이었지만 포지션의 리멤버를 부른 한경일에 대한 이하늘의 심사평은 냉정했다.

 

조권에 이어 이하늘의 한경일에 대한 심사평에 대해서도 인터넷에서는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이하늘 역시 그가 누군가를 심사할 자격이 되느냐는 이야기가 심심찮게 보인다. 자타공인 최고의 보컬인 이승철이나 작곡가이자 프로듀서인 윤종신이야 심사위원으로서의 자격이 충분하지만 이하늘은 무슨 기준으로 심사위원의 자격이 부여되었는가 하는 것이 논란의 밑바탕에 깔린 정서다.

 

왜 유독 한경일에 심사평 논란이 나오게 된 것일까. 그것은 그가 아마추어가 아니라 한 때 잘 나갔던 가수였기 때문이다. ‘내 삶의 반’이라는 2003년에 출시된 곡은 9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초기까지 유행처럼 불었던 록발라드 계열의 곡으로 대중들의 사랑을 받았다. 그런 그에 대한 기억과 향수를 갖고 있는 이들이라면 그가 <슈퍼스타K5>에 나온 것조차 의아하게 여겨질 수 있을 게다. 그런 그에게 “느끼하다”거나 “올드하다”는 혹평이 거꾸로 심사평에 대한 평가로 이어지고 있는 것.

 

먼저 객관적으로 보면 한경일의 노래 스타일이 지금 트렌드와 다르다는 건 분명하다. 가창력을 떠나서 이것은 트렌드의 문제다. 제 아무리 가창력이 뛰어난 가수라고 하더라도 그 노래가 지금 현재의 트렌드에도 어울리는가 하는 건 전혀 다른 문제다. 가왕 조용필이 부른 ‘바운스’라는 노래가 신선하고 심지어 충격적이었던 것은 가창력의 문제가 아니라 지금의 트렌드에도 여전히 먹히는, 그 시대를 뛰어넘는 그의 가창스타일 때문이다. 물론 이것은 보이지 않는 노력의 산물일 것이지만.

 

조권이나 이하늘이 지적하려 한 것은 바로 이 트렌드의 문제일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그다지 틀린 얘기도 아니다. 한경일의 노래 스타일은 여전히 2003년도에 머물러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물론 그런 스타일을 여전히 즐기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그것이 주는 향수도 있을 테니 말이다. 하지만 그런 스타일이 <슈퍼스타K> 같은 트렌디한 가수를 발굴해내는 오디션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건 분명한 사실이다.

 

많은 이들이 오디션 프로그램에 대해 착각하는 것이 그 프로그램에서의 당락이 마치 가수가 되기 위한 절대적인 기준인 것처럼 받아들이는 것이다. 하지만 오디션 프로그램의 당락이 말해주는 것은 그 개개의 오디션 프로그램의 성격에 얼마나 잘 부합하고 있느냐는 것이다. 허각이나 울랄라세션이 <슈퍼스타K>에서 우승할 수 있었지만 그들이 <K팝스타>에 나가도 여전히 우승을 거머쥘 수 있을까. 그렇지 않을 게다. 거기에는 상이한 프로그램의 성격이 있고 그에 따른 심사기준이 있기 때문이다.

 

즉 한경일이 <슈퍼스타K5>에서 혹평을 듣고 심지어 탈락한다고 해도 그것이 의미하는 것이 그가 ‘노래를 못한다’는 식의 절대적 평가는 아니라는 점이다. 다만 <슈퍼스타K5>와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을 뜻할 뿐이다. 이렇게 보면 거꾸로 이 오디션 스타일에 대한 준비 없이 무대에 오른 한경일에게도 논란의 일차적인 책임은 분명히 있다고 여겨진다. 그는 어쩌면 잊혀지고 있는 자신을 알리기 위해 무대가 필요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주효했다. 심사평 논란과 함께 그의 ‘내 삶의 반’은 음원차트에서 역주행을 하고 있으니 말이다.

 

혹자들은 조권이나 이하늘이 <슈퍼스타K>의 심사위원으로 적합한가에 대한 의구심을 제기한다. 과연 그들이 누구를 평가할만한 위치에 있느냐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그저 <슈퍼스타K5>라는 한 오디션 프로그램의 트렌디한 선택일 뿐이라는 점이다. 즉 거의 모든 오디션 프로그램의 심사위원 자격에 절대적인 기준이란 있을 수 없다. 그것은 다만 그 프로그램의 성격을 말해주는 것일 뿐이다.

무엇이 악동뮤지션과 방예담을 갈랐나

 

<K팝스타2>에서 가장 화제가 되는 두 팀을 고르라면 단연 악동뮤지션과 방예담이 될 것이다. 그런데 톱6가 결정되면서 이 두 팀에 대한 대중들의 반응은 극과 극으로 나뉘었다. 다음에서 진행된 누구의 무대가 제일 좋았느냐는 투표에서 악동뮤지션의 ‘크레센도’는 무려 71.5%가 지지해 1등을 차지한 반면, 방예담의 ‘I do'는 2.5%로 꼴찌로 랭크된 것. 물론 포털의 투표가 얼마나 공신력이 있는지 알 수 없지만 적어도 대중들의 마음을 읽을 수는 있을 것이다.

 

'K팝스타2'(사진출처:SBS)

실제로 톱6 결정전에서 방예담은 그다지 좋은 실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음정은 떨렸고, 어딘지 자신 없는 듯한 목소리와 몸짓은 어색하기 이를 데 없었다. 사실 대중들은 이전부터 방예담에게 쏟아지는 심사위원들의 극찬에 그다지 공감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저 대중들이 TV로 보기에는 예쁜 목소리와 가능성을 가진 아이의 무대 정도라고 생각했던 데 반해, 심사위원들은 방예담의 무대만 보면 놀랍다는 표정을 연실 보여주었고, “천재” 심지어 “무섭다”라는 표현까지 서슴지 않았다.

 

하지만 악동뮤지션에 대한 반응은 또 대중들과 심사위원이 정반대였다. 심사위원은 연거푸 대중성 부족을 들어가며 악동뮤지션의 부족한 면을 지적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 대중성의 장본인인 대중들은 투표를 통해 악동뮤지션을 지지했고, 또 자작곡이 발표(?)될 때마다 음원 차트 1위에 올라가게 만들었다. 오디션 프로그램이 가진 특징(떨어질 것 같은 위기감을 보여주면 오히려 투표가 집중되는)이 있고 제작진이 어떤 운용의 묘를 발휘했다고 해도 악동뮤지션의 노래들은 계속해서 성장하고 있다는 것이 역력해 보였다.

 

무엇이 방예담과 악동뮤지션의 희비쌍곡선을 만들었던 것일까. 이 사례에서 보여지는 건 이른바 ‘칭찬의 역효과’라는 교육이론의 한 대목이다. ‘칭찬의 역효과’란 아이들(성인도 포함된다)에게 하는 칭찬이라는 것이 거꾸로 아이들에게 기대에 대한 부담감을 만들고, 또 과정 그 자체보다는 결과에 집착하게 만듦으로서 결과적으로는 오히려 아이들에게 해가 된다는 이론이다. 한 마디로 칭찬을 많이 받은 아이는 바로 그 칭찬에 집착하게 되어 의존적이 되고, 더 모험적인 시도를 하기보다는 칭찬받을 수 있는 쉬운 시도만을 반복하게 된다는 것.

 

이 ‘칭찬의 역효과’를 통해 바라보면 방예담에게 그토록 쏟아졌던 극찬 세례는 사실상 그를 성장시켜주기보다는 오히려 가능성을 제한시켜버린 결과로 이어졌을 수 있다. 부담감은 점점 커졌을 수밖에 없고, 무엇보다 칭찬만 받던 아이가 비판을 받았을 때는 그 상처도 더 클 수밖에 없다. 반면 악동뮤지션에게 유독 냉철했던 심사평들은 거꾸로 이들을 좀 더 나은 방향으로 성장시켰을 수 있다.

 

이렇게 ‘칭찬의 역효과’라는 시각으로 바라보면 앤드류 최가 어떻게 점점 안정적이고 꾸준한 무대를 선보일 수 있었는지가 보인다. 양현석이 얘기한 것처럼 앤드류 최는 사실상 그다지 큰 기대를 받지 않았던 인물이었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자신의 페이스를 유지할 수 있었고, 적절히 받는 심사위원들의 조언들은 그대로 앤드류 최에게는 뼈가 되고 살이 되었을 것이다. 앤드류 최는 대단히 감미로운 목소리에 절정의 가창력, 게다가 풍부한 음악 경험까지 갖춘 <K팝스타2>의 무시 못 할 우승후보로 올라선 것이 사실이다.

 

흔히들 교육에 있어서 ‘당근과 채찍’이라는 말을 자주 하지만 사람은 당나귀가 아니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고 하지만 그것은 조직관리라는 어찌 보면 비인간화될 수밖에 없는 구조에서나 해당되는 이야기다. 칭찬보다 중요한 건 진심어린 조언이다. 특히 방예담이나 악동뮤지션처럼 어린 친구들에게는 지금 당장의 칭찬이 주는 달콤함(사실상 기대감과 부담감을 만드는)보다 진심어린 조언이 주는 자존감(구체적으로 어떤 걸 더 보완하면 더 나아질 수 있다는)이 더 중요할 수 있다.

<위탄3> 생방송, 왜 힘이 빠졌을까

 

<위대한 탄생3(이하 위탄3)>의 톱4가 결정됐다. 박우철, 한기란, 나경원, 정진철이 탈락하고 박수진, 이형은, 한동근, 오병길이 4강전에 올랐다. 물론 그 어느 때보다 실력자들이 많았던 탓에 끝으로 갈수록 탈락자에 대한 아쉬움은 커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나경원이나 정진철이 탈락하게 된 것은 <위탄3>가 멘토제와 심사위원을 분리하기 위해 변화를 시도한 이번 투표 시스템에도 취약점이 있다는 것을 드러냈다.

 

'위탄3'(사진출처:MBC)

<위탄3>의 변화된 투표 룰은 100% 문자투표를 반영해서 먼저 합격자를 선정하고 난 후 남은 후보자들 중 탈락자를 멘토가 직접 선택하는 방식이었다. 이것은 멘토가 심사위원으로 참여해 점수를 줌으로써 당락을 결정하게 되면, 결국 자기 멘티들을 우선 챙길 수밖에 없는 <위탄3>의 멘토제가 가진 결함을 최소화하기 위한 결정이었다. 오디션 룰에 대한 제작진의 고민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10대그룹, 20대 초반 남자그룹, 20대 초반 여자그룹, 25세 이상 그룹으로 나눠 세대별로 멘티들을 모아 그들 사이에서 경쟁하게 만든 시스템은 특정 세대에게는 불리하게 작용한다는 것을 보여줬다. 나경원과 한동근이 들어있는 20대 초반 남자그룹은 대표적이었다. 나경원이 특유의 끼와 그루브로 이승철의 ‘소녀시대’를 자기만의 스타일로 불러냈던 데 반해, 한동근은 패닉의 ‘기다리다’를 불렀지만 무언가 새로운 면을 보여주기보다는 약간 정체된 느낌을 주었지만 결과는 나경원의 탈락으로 이어졌다.

 

사실 이렇게 굳이 세대별로 나누지 않았다면 한동근과 나경원은 결승에까지 오르기에 충분한 후보자들임에 분명하다. 하지만 어쨌든 룰은 룰이기 때문에 그 안에서 결정을 봐야 한다면 한동근의 합격과 나경원의 탈락은 온전한 무대에서의 경쟁이라기보다는 그간 방송을 통해 쌓여온 인기투표에 가깝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이미 나경원이 노래를 끝냈을 때 그래서 심사위원들은 벌써부터 한동근이라는 맞수를 거론하며 나경원에게 “떨어져도 최고였다”는 식의 심사평을 남겼던 것은 아닐까.

 

물론 공정성을 위한 고민의 흔적이 묻어나는 <위탄3>의 룰은 그 자체로 존중받아야 할 것이다. 하지만 방송의 측면에서 이 룰이 얼마나 효과적인가는 생각해볼 문제다. 심사위원이 이미 어느 정도 감지하는 결과라면 그 경연이 시청자들에게 주는 긴장도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결국 이것은 세대별로 멘티를 나눠 그들끼리 경쟁하게 하는 방식이나 100% 문자투표가 가진 약점으로 지목된다.

 

또한 심사위원들의 심사가 그저 감상평이나 극찬 일색으로 흐를 수밖에 없는 것도 이 새로운 룰이 갖고 있는 숙제가 아닐 수 없다. 오디션 프로그램의 재미적인 측면에서 바라보면 심사위원이 가진 힘은 거의 절대적이다. <슈퍼스타K>의 이승철, <K팝스타>의 박진영이 없는 오디션 프로그램을 상상해보라. 그 재미는 분명 반감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런 룰보다 더 큰 문제는 100% 문자투표 방식을 취하고 있는 <위탄3>가 너무 저조한 투표율을 보이고 있다는 점일 게다. 4강을 뽑는 이번 오디션이 문자투표를 마감하는 시점에 보인 투표수는 11만 표 정도였다. <슈퍼스타K>의 생방송 문자투표가 1백만 표를 훌쩍 넘어서곤 했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터무니없이 적은 수가 아닐 수 없다. 이런 저조한 표수를 100% 반영하는 룰이 과연 ‘대국민 오디션’이라 불릴 수 있는 지 의문이 생기는 지점이다.

 

물론 <위탄3>의 멘티별 대결은 지난 멘토제와 심사가 부딪치는 문제를 사전에 봉쇄하고 또 폭 넓은 세대를 고르게 끌고 가겠다는 의도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룰 역시 특정 세대에게 불리한 점이나, 100% 문자투표가 결국은 인기투표로 흐를 수밖에 없는 점, 또 무엇보다 투표율이 너무 저조해 그것이 대국민투표로서의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점들은 이번 시즌의 또 다른 숙제로 남게 되었다. <위탄3>가 생방송에 와서 힘이 더 빠지게 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는 셈이다.

멘토제와 심사의 충돌을 없앤 <위탄3>

 

<위대한 탄생3>는 확실히 이전 시즌들과 비교해서 참가자들의 수준이 한 단계 높아진 게 사실이다. 생방송에 진출한 톱16가 보여준 라이브 무대는 그들이 과연 아마추어가 맞는가 의심스러울 정도로 놀라운 기량을 보여주었다. ‘내 사랑 내곁에’를 부른 한동근은 역시 기대 이상의 노래로 멘토들을 감동시켰고, 소울슈프림은 지금까지와는 다른 무대 퍼포먼스로 새로운 면모를 보여주었으며, 나경원은 특유의 리듬감을 무기로 동방신기의 ‘미로틱’을 완전히 자신의 스타일로 소화해냈다.

 

'위대한 탄생3'(사진출처:MBC)

박수진은 어쩌면 조금은 올드해 보일 수 있는 원미연의 ‘이별여행’을 자기만의 소울풀한 창법으로 소화해면서 극찬을 받았고, 이형은은 마이클잭슨의 ‘I want you back'으로 귀여운 소녀의 매력을 뽐냈으며, 오병길은 특유의 감성으로 장혜진의 '1994년 어느 늦은 밤'을 불러 김연우 멘토에게 "나보다 낫다"는 칭찬을 듣기도 했다. 그 밖에도 절정의 고음으로 매력을 보여준 정진철이나 이미 프로 가수라는 극찬을 들은 남주희 등등 거의 대부분의 생방송 진출자들의 기량은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수준을 보여줬다.

 

하지만 이렇게 실력 있는 이들의 라이브 경연 무대를 더 빛내준 것은 새롭게 도입된 탈락시스템이다. 사실 그간 <위대한 탄생>의 가장 큰 문제점은 멘토제와 심사가 부딪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즉 멘토가 심사도 하고 점수도 주는 방식은 공정성에 큰 균열을 만들었고, 그만큼 논란의 소지도 많았다. 아무래도 손이 안으로 굽을 수밖에 없는 멘토들이기 때문에 모든 멘티들에게 공정하기는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떤 경우에는 심사하는 멘토의 말 한 마디가 문자 투표에 강력한 영향력을 미치는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달라진 탈락시스템은 이런 심사와 멘토제의 충돌을 원천적으로 봉쇄시킴으로써 그만큼 공정한 심사가 가능해질 수 있었다. 각각의 멘토가 연령대로 나뉘어진 멘티들과 엮어지고 그 연령대에서 투표로 1,2등을 먼저 합격시키고 나머지 3,4등에서 멘토가 한 명을 선택하는 방식은 여러모로 합리적이다. 일단 시청자들의 참여에 우선권을 부여하는 셈이고, 멘토 스스로가 자신의 멘티 한 명을 탈락시키는 것이기 때문에 다른 멘토의 팀들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가능성이 사라져버린 것이다.

 

이런 탈락시스템 때문이었을까. 첫 번째 생방송 무대의 결과는 꽤 공감 가는 것이었다. 합격할 이들이 합격하고 탈락할만한 이들이 탈락했다는 얘기다. 톱16에서 탈락한 여일밴드, 신미애, 장원석, 조선영은 이 무대에서 모두 괜찮은 기량을 보여줬지만 그 와중에도 한두 가지의 약점을 보여준 것도 사실이다. 이문세의 ‘옛사랑’을 자작곡과 엮어서 편곡해 부른 여일밴드는 그 편곡이 무난했지만 임팩트가 약했고, 신미애는 늘 지적받아왔던 것처럼 과한 욕심이 조금 어울리지 않는 무대를 만들었다. 또 장원석은 가창력에서 한계를 드러냈고, 조선영은 놀라운 가창력을 갖고 있지만 조금 어려운 선곡으로 대중성이 약했다. 그만큼 대중들이나 멘토들이 바라보는 것이 탈락시스템에 잘 반영이 됐다는 얘기다.

 

물론 이렇게 변한 탈락시스템이 갖는 약점도 있다. 그것은 오디션 프로그램의 또 하나의 재미일 수 있는 심사위원들의 심사가 약화되었다는 점이다. 점수가 부여되지 않기 때문에 심사는 감상의 차원에 머물 수밖에 없다. 실제로 용감한 형제는 심사에 있어서 그다지 임팩트 있는 이야기를 건네지 못했고 정반대로 김태원은 너무 과한 표현들이 나오면서 무슨 이야기인지 알아듣기 어려운 말들이 나오기도 했다. 그나마 김연우가 할 얘기는 하면서도 유쾌하고 활력 있는 심사로 주목을 끌었다. 또한 연령별로 굳이 나눠 탈락자를 가르는 방식 역시 특정 세대에 불리함을 안겨줄 수도 있다는 약점도 존재한다.

 

하지만 심사가 주는 재미가 약화되었다고 해도 달라진 탈락시스템이 부여하는 공정함은 그 이상의 가치를 제공한다. 오디션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가장 중요한 건 그 무엇보다 공정성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바로 이 공정한 룰 위에 서 있기 때문에 <위대한 탄생3>는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진 기량의 참가자들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 물론 시청률이 만족할만한 상황은 아니지만 그래도 그간 꽤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던 <위대한 탄생>은 이번 시즌3에서 비로소 조금씩 자리를 잡아가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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