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작 '붉은 달 푸른 해'의 미로에서 느끼는 끔찍한 현실

보면 볼수록 미궁에 빠져드는 것만 같다. 하지만 이 미궁은 이상하게도 자꾸만 그 안을 더 들여다보고 싶게 만든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졌던 것이고, 또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MBC 수목드라마 <붉은 달 푸른 해>는 오랜만에 보는 문제작이다. 이를 문제작이라고 말하는 건, 기존의 드라마 문법을 따라가기보다는 오히려 색다른 길을 찾아감으로써 시청자들을 혼돈에 빠뜨리고, 그 미궁의 늪에서 허우적대게 만들고 있지만, 그럼에도 그 미궁 속으로 더 깊이 들여다보게 만드는 드라마의 독특한 힘 때문이다.

드라마는 서로 연관이 없는 듯한 여러 개의 살인사건들을 시작부터 툭툭 던져놓는다. 아동학대 치사 혐의로 형을 살고 나온 박지혜(하주희)가 폐놀이공원에 세워진 자동차 안에서 불에 탄 시체로 발견되고, 그를 죽인 범인은 그의 범죄를 혐오하던 의사로 역시 자해 끝에 자살하고 만다. 두 번째 사건은 평소 아내와 아이를 학대해오던 김동숙(김여진)의 남편이 차 안에서 변사체로 발견된 사건이다. 남편을 죽인 걸로 의심받던 김동숙은 ‘붉은 울음’이라는 인물이 남편 살해 방법을 알려줬다고 증언한다. 세 번째 사건은 주인공인 차우경(김선아)이 일하는 한울 아동센터 창고에서 미라가 된 여자의 시체가 발견된 것이다. 그 미라가 된 여자에게는 호적 신고가 되지 않은 딸이 있다는 게 밝혀진다.

사건들은 아무런 연관성이 없어 보이지만, 드라마는 이 사건들이 동일한 키워드들을 갖고 있다는 것으로 그 연결고리를 만든다. 그건 죽음과 아이 그리고 시다. 첫 번째 사건의 희생자인 박지혜의 집에서는 서정주의 시 ‘문둥이’의 한 구절인 ‘보리밭에 달 뜨면’이라는 글귀가 발견되었고, 자동차 변사사건에서 죽은 남자가 갖고 있었던 300만원이 말려진 신문에는 ‘짐승스런 울음은 울음같이 달더라’라는 싯구가 발견되며, 또 미라가 된 여인의 뒷벽에는 천상병 시인의 시 ‘썩어서 허물어진 살, 그 죄의 무게’라는 문구가 발견된다.

그래서 사건을 추적하는 형사 강지헌(이이경)은 이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사건들이 연결되어 있다는 차우경의 믿지 못할 이야기를 점점 믿기 시작한다. 중요한 건 이 관련 없어 보이는 사건들의 연결고리를 찾아내고 어찌 보면 만들어낸 장본인이 바로 차우경이라는 점이다. 차우경은 심리적으로 불안정한 상태다. 아마도 어린 시절 비슷한 학대를 경험했을 것이라 여겨지는 이 인물은 어느 날 한 낮에 몰고 가던 차에 치어 아이가 죽는 사고를 겪은 후 밑바닥에 숨겨져 있던 과거의 트라우마가 눈앞에 환시처럼 등장하기 시작한다.

사실 죽은 건 사내아이였지만 그 아이가 초록원피스를 입은 소녀라고 생각하는 차우경은 그 후에도 계속해서 이 소녀를 보게 된다. 그런데 이상한 건 이 소녀가 전혀 연결고리가 없어 보이는 살인사건들의 실마리 속으로 그를 인도하고, 그 안에 존재하는 학대받는 아이들을 구하게 만들기도 한다는 점이다. 도대체 이 제각각으로 보이는 사건들이 어째서 연결되어 있고, 그 배후에 있는 ‘붉은 울음’이 누구인가에 대한 궁금증이 커지면서 동시에 이 사건을 추적하고 있는 차우경에 대한 궁금증도 커지기 시작한다. 도대체 초록원피스를 입은 소녀는 누구일까. 그리고 차우경이 이 소녀의 환시를 계속 볼 정도로 겪게 된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는?

드라마는 그래서 이 살인사건들의 연결고리가 되는 배후를 추적하면서 동시에 차우경의 읽어버린 기억 속 초록원피스를 입은 소녀가 누구인가를 추적한다. 답을 알려주진 않지만 그 역학구조는 어느 정도 이해가 된다. 즉 차우경은 어린 시절 겪은 어떤 일 때문에 학대받는 아이들에 지나칠 정도로 집착하고 있고, 바로 그런 집착이 사건을 해결해나가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사건을 추적하는 스릴러에서 주인공이 움직이게 되는 동력으로 자신의 트라우마가 작용한다는 건 흥미로운 발상이다.

사건은 아직 제대로 드러난 게 없기 때문에 분명한 전말을 이해할 수는 없다. 하지만 중요한 건 차우경이 갖고 있고 그래서 그를 움직이게 만드는 학대받는 아이들에 대한 집착이 조금씩 드라마를 보는 시청자들에게도 똑같이 생겨나게 된다는 점이다. 시청자들도 미치도록 궁금하고 거기 어디선가 학대를 겪고 있을 지도 모르는 아이들을 차우경처럼 구해내고 싶어진다. 심지어는 그 냉혹한 어른들을 단죄하고 싶어진다. 이건 아마도 작가는 사건의 전말을 쉽게 알려주지 않고 그 끔찍하지만 앞뒤를 구분하기 힘든 미로 속에 시청자들을 헤매게 만든 이유일 게다. 적어도 우리는 그 미로를 헤매는 동안 어딘가 있을 지도 모르는 학대당하는 아이들을 떠올리고 경각심을 갖게 될 테니 말이다.

너무 많은 아동학대에 대한 이야기들이 신문 사회면에 등장하다보니 이제는 점점 둔감해져버린 현실이 되었다. 어린이집에서 벌어지는 믿기 힘든 사건들이나 부모 같지 않은 이들이 저지르는 학대 사건도 그 때는 끔찍했다가 차츰 잊히기 일쑤다. 그러니 이 비정한 어른들의 세상 속에서 벌어지는 끔찍한 사건들의 미로 속에 잠시간 빠뜨리는 것으로 이 드라마는 우리가 사는 세상의 현실을 자각하게 만든다.

‘해님달님’으로 알려진 “떡 하나 주면 안 잡아먹지”라고 말하는 호랑이가 등장하는 잔혹동화에서 모티브를 가져온 이 드라마는 그래서 진짜 어른이 잡혀 먹히고 아이들마저 잡아먹으려 달려드는 비정한 세상을 미스터리한 사건들을 통해 보여준다. 한참을 보다보면 차우경이 그러한 것처럼 나라도 나서서 동아줄을 내려주고픈 분노와 죄책감이 느껴질 수밖에 없는 사건들을.(사진:MBC)

'미쓰백', 거칠지만 따뜻한 한지민이라 더 매력적

아동학대의 현장을 본다는 건 괴로운 일이다. 하지만 그 끔찍한 실상을 들여다봄으로써 그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가를 절감하게 된다는 건 가치 있는 일일 게다. 그런 점에서 영화 <미쓰백>은 우리가 언젠가 뉴스에서 짤막하지만 충격적이었던 아동학대 사건을 더 깊숙이 들여다본다. 엄마는 도망가고, 아빠는 차라리 죽기를 바라며 방치된 아이 지은이(김시아). 그 아빠의 애인은 아이를 짐으로 보며 학대한다. 이 영화가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허구’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지만, 그건 다만 우리가 믿고 싶지 않을 뿐이지 없는 일이 아니다.

하지만 이런 것만 보였다면 그건 뉴스나 르포이지 영화는 아닐 것이다. <미쓰백>이 영화로서 힘을 갖게 되는 건 다름 아닌 제목에 담겨진 이 영화의 주인공 미쓰백 백상아(한지민)의 시선이 담겨져서다. 그 자신도 학대당한 기억이 있는 이 주인공은 어느 날 한겨울 보기에도 추워 보이는 원피스 하나를 입고 달달 떨고 있는 아이를 보게 된다. 한눈에 봐도 학대받는 아이라는 걸 누구나 알 수 있지만, 그 누구도 손길을 내주지 않는 아이. 미쓰백이 그 아이에게 자꾸만 시선이 가게 되는 건 그 아이에게서 자신을 보기 때문이다.

그래서 영화는 미쓰백이 자신의 삶이 더 고달파 외면하려던 아이를 점점 외면하지 못하고 결국 손을 내밀게 되며 나아가 아이를 구해내는 그 과정을 담고 있지만, 거기에는 또한 미쓰백 스스로 자신을 학대받던 아이로 방치하며 살아왔던 삶에 손을 내미는 이야기가 담겨 있다. 미쓰백은 아이를 구하는 것이고 동시에 자신도 구해내려 안간힘을 쓴다. 영화가 끔찍함을 넘어서 가슴 먹먹한 감동으로 다가오는 건 바로 이 지점 때문이다. 미쓰백이 상처로 가득한 아이를 꼭 껴안는 그 장면은, “나 같은 것”으로 치부하며 스스로를 비천하게 취급해온 자신을 껴안는 장면으로 다가온다.

이 영화는 그래서 미쓰백이라는 캐릭터와 그 인물을 연기하는 한지민의 역할이 절대적이다. 우리가 지금껏 봐왔던 한지민의 이미지를 떠올려 보면 <미쓰백>의 백상아는 완전히 다른 사람처럼 보인다. 영화는 시작부터 빠르게 백상아의 거친 일상을 잡아낸다. 한지민은 재게 손을 놀리며 다소 거칠게 갖가지 일을 하는 동작들만으로 이 인물이 가진 예사롭지 않은 삶의 편린들을 느끼게 해준다.

욕을 해대고, 늘상 담배를 입에 물고 다니고, 얼굴이고 몸이고 항상 상처 하나씩은 달고 다니는 이 백상아라는 인물은 어린 시절의 학대받던 기억에서 벗어나지 못함으로서 어찌 보면 자신의 삶을 학대하는 인물이기도 하다. 그래서 상처 가득한 지은이의 등장은 들춰내고 싶지 않던 과거의 자신을 다시금 꺼내보게 만드는 계기가 된다. 그리고 그 거친 삶이 사실은 그 누구보다 따뜻함을 희구하는 마음을 가리기 위함이었다는 걸 아이 앞에 한없이 무너지는 모습을 통해 보여준다.

이 과정은 그래서 한지민이라는 배우에게도 그간의 고정되어 가던 이미지가 만들어낸 틀을 벗게 해주는 시간들로 다가온다. 영화를 보면 볼수록 한지민에게 이런 거칠면서도 따뜻한 매력이 존재했다는 사실에 놀라게 된다. 그래서 영화 속 백상아가 지은이를 통해 자신을 구원해내듯이, 연기자 한지민은 백상아라는 캐릭터를 통해 연기자로서의 자신의 또 다른 면을 꺼내 보인다. 왜 그간 이런 매력적인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가. <미쓰백>은 그렇게 한지민을 꼭 껴안으며 말하고 있는 작품 같다.(사진:영화'미쓰백')

‘마더’ 가정폭력이 만든 비극, 그 비극을 넘어서는 법

tvN 수목드라마 <마더>는 대물림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똑같이 끔찍한 어린 시절, 부모에게 버림받는 경험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수진(이보영)은 엄마가 되는 선택을 했고, 설악(손석구)은 괴물이 되는 선택을 했다. 그 대물림은 어째서 이렇게 다른 선택으로 이 두 인물을 이끌었던 걸까.

그 다른 선택은 이렇게 상처받은 아이들이 그 후에 누군가에 의해 사랑으로 제대로 된 보살핌을 받았는가 아닌가에 따라 나뉘어졌다. 수진은 영신(이혜영)을 만나 그로부터 지극한 보살핌을 받았다. 물론 그렇다고 수진의 마음에 남은 상처가 완전히 지워진 건 아니었지만, 적어도 세상이 그렇게 모질지만은 않다는 걸 영신을 통해 느꼈을 게다. 

하지만 설악은 어린 시절 자신을 버리고 자살해버린 엄마가 남긴 상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그 상처를 그에게 납치된 어린 윤복(허율)은 단숨에 들여다봤다. “삼촌 그 때 무슨 생각 했는지 알아요. 내가 죽었으면 좋았을 텐데 그러면 우리 엄마 죽지 않았을 텐데. 그런 생각을 했죠?” 윤복이 설악의 상처를 들여다 본 건 자신 또한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결국 설악의 그 깊은 상처와 자책감은 그를 괴물로 만들었다. 엄마에 대한 원망과 자신에 대한 자책감은 그가 아이들을 죽음에 이르게 한 동기로 작용했다. 그는 아이들에게서 용서하지 못할 자신의 모습을 보는 것이고, 그 아이의 죽음 앞에 슬퍼하는 엄마들에게서 자신의 엄마를 보는 것이다. 물론 그의 범행들이 정당화될 수는 없는 악독한 짓이라는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그가 괴물이 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는 것.

<마더>가 촘촘하게 잘 짜인 이야기 구조를 갖고 있다는 건 바로 이 수진과 설악의 대결구도에서 나타난다. 애초에 작가는 이런 두 인물의 대결구도를 통해 가정폭력의 문제, 진정한 부모의 자격 같은 사회적 메시지를 담으려 했다고 볼 수 있다. 같은 상처를 겪었음에도 누군가는 엄마가 되고 누군가는 괴물이 된 그 과정을 보여줌으로써 폭력적인 세상 속에서 그래도 남은 희망은 무엇인가를 드러내려 했다는 것이다. 

수진은 어느새 윤복의 엄마가 되어있고, 윤복의 친모가 아이의 목숨을 담보로 수진에게 돈을 요구한다는 이 아이러니한 상황은 부모 자식으로 이어지는 혈연보다, 피는 달라도 진정한 사랑으로 엮어진 관계가 더 진정한 부모 자식의 관계가 될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 윤복에게 읽어줬던 동화책의 내용처럼 수진은 끝까지 어디든 아이를 찾아가 꼭 안아주려 한다. 그건 아마도 그를 거둬 사랑으로 키워준 영신을 통해 알게 된 부모의 사랑법일 게다.

그리고 윤복의 구원은 또한 수진 자신의 구원이 되기도 한다. 이미 친모로부터 버림받은 윤복의 상처를 수진은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터다. 그 아픔을 영신이 그래준 것처럼 보듬어 치유해주는 건 수진이 자신의 상처를 보듬는 일이나 마찬가지다. 영신이라는 인물에게서 전해진 사랑은 그렇게 수진을 통해 윤복에게 대물림된다.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세 사람이지만 이들은 그래서 그 어떤 부모 자식보다 더 끈끈한 관계가 된다. 

설악의 과거사까지 밝혀지면서 <마더>가 담으려는 이야기의 메시지는 분명해졌다. 그것은 가정폭력이 만들어내는 비극이 어떤 결과로 대물림되는가 하는 것이고 그 비극을 어떻게 넘어설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과연 수진은 설악으로부터 윤복을 구해내고 이 비극의 종지부를 찍을 수 있을까. 어찌 보면 아이를 유괴한 인물이라고 할 수 있지만 시청자들이 수진의 선택이 옳았다는 걸 확인받고 싶은 건 인지상정일 게다.(사진:tvN)

‘마더’가 어른들의 마음을 이토록 움켜쥘 수 있는 건

아이는 날도 밝지 않은 새벽 자리에서 일어나 옷장 문을 연다. 거기에는 새 할머니 영신(이혜영)네 집에 와서 갖게 된 예쁜 옷들이 가득하지만 아이는 그 집에 들어올 때 입었던 옷을 챙겨 입는다. 입으면 사내아이처럼 보이는 옷. 영신이 앞으로 더 많은 행운이 필요할 것 같다며 준 행운의 목걸이를 챙기고, 필요한 만큼의 돈을 꺼낸 후 수진(이보영)이 소중한 보물처럼 여러 열쇠를 연달아 열어야 겨우 찾아질 정도로 꼭꼭 숨겨줬던 깃털을 들여다본다. 아이는 수진과 바닷가에서 어딘가로 떠나가는 철새를 바라보며 그렇게 한없이 깃털을 흔들었던 적이 있었다. 그 때 아이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그렇게 자신도 자유롭게 날고 싶었을까. 

tvN 수목드라마 <마더>에서 결국 혜나(허율)가 수진의 친딸이 아니고 학대받는 걸 참지 못하고 수진이 유괴한 아이라는 걸 알게 된 영신(이혜영)은 가장 아픈 선택을 한다. 수진이 혜나를 데리고 온 그 충격적인 선택에는 어쩌면 수진 스스로 겪었던 어린 시절 엄마에게 버려졌던 그 기억이 자리했을 거라 짐작되기 때문이다. 그 입장이 너무나 이해되기 때문에 영신은 수진이 가족이 위험에 처해도 혜나를 떠나보내지 못할 거라는 걸 안다. 그래서 그는 수진을 떠나보내려 한다. 파양하려는 것이다. 

그런데 이 이야기를 아이가 듣는다. 아이는 친모인 자영(고성희)을 통해 버림받는다는 것이 어떤 것인가를 잘 알고 있다. 그 아픔이 너무나 크다는 걸. 자영이 아이를 찾아와 함께 돌아가자고 했을 때 아이가 엄마에게 자신은 더 이상 혜나가 아니라고 혜나는 이미 죽었다고 말하게 된 건 이미 버려졌던 자신이 되돌아갈 수 없는 길을 걸어왔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이는 수진이 엄마로부터 버려지는 걸 막기 위해 스스로 버려지기로 한다. 수진의 품에서 떠나기로 한다. 수진이 버려지는 아픔을 겪지 않게 하기 위해.

혜나를 버린 자영은 비정하기 이를 데 없는 어른이지만, 이 드라마에 등장하는 수진이나 영신 수진의 친모인 홍희(남기애) 그리고 심지어 혜나까지 다른 이유로 누군가를 버린다. 홍희는 수진의 어린 시절 자신은 물론이고 아이 또한 겪게 될 끔찍한 폭력으로부터 탈출하려 극단적인 선택을 한다. 아이와 함께 바다 속으로 들어가려 했지만 차마 하지 못한 홍희는 대신 아이를 보육원에 맡겨두고 살인을 저지른다. 그렇게 홍희는 아이를 위해 아이를 버린다. 

그런 일이 이제 수진과 영신, 혜나에게도 반복된다. 수진과 영신은 혜나를 위해 서로를 버리려 하고, 그런 상황을 알게 된 혜나는 수진과 영신이 그런 선택을 하지 않게 하기 위해 스스로 그 자리를 떠난다. 도대체 이토록 아프고 가슴 시린 이별이 있을까. 떠나고 헤어지고 버려지지만 그 사이에 깃들어진 사람들의 마음이 때론 섬뜩하게 때론 먹먹하게 다가와 가슴을 둔중하게 만든다. <마더>는 한 학대받던 아이의 유괴사건을 다루고 있지만, 한 아이라는 거울을 세워두고 저마다 어른들의 마음을 비춰낸다.

혜나는 어른들을 비추는 거울이다. 윤복을 학대해온 친모 자영은 아이에게서 섬뜩함을 느낀다. 그건 자신이 아이에게 죄를 짓고 있다는 그 죄책감이 만들어내는 느낌이다. 자신 또한 엄마에게 버려진 기억을 갖고 있는 수진은 아이에게서 바로 자신을 본다. 아이를 그토록 지키려는 마음은 그래서 바로 자신을 지켜내려는 마음과 다르지 않다. 젊었던 시절 수진을 입양했던 영신은 아이에게서 수진을 본다. 그 때 자신에게 다가와 마음의 평안을 주었던 아이. 수진이 그랬던 것처럼 혜나가 한없는 기쁨으로 다가온다. 

드라마의 이런 치밀한 구조 때문일까. 혜나를 바라보는 시청자들 역시 이 아이가 어른들을 비추는 거울처럼 느껴진다. 드라마를 보며 눈물을 참지 못하게 되는 건 그 아이가 비추는 거울이 너무나 우리의 마음을 움켜쥐기 때문이다. 제발 저런 비정한 어른들의 세계 속에서 아이가 행복해지기를 바라는 간절함이 저절로 생겨나는 건 어쩌면 그래서 우리가 사는 세상이 그나마 작은 희망이라도 있기를 바라는 마음 때문일 게다. 상자 속 꼭꼭 숨겨지고 가둬져 있던 깃털이 날개가 되어 날 수 있기를.(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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